요리, 음식, 장사까지 섭렵한 백종원의 저력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독특한 쿡방을 선보일 때만 해도 백종원이 이 정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할 것인가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독특한 레시피를 선보이긴 했지만 ‘슈가보이’ 같은 과장된 CG에서 엿보였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특성상 요리 그 자체보다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아쉬운 시즌 종영을 알리는 시점에 되돌아보면 백종원에게는 확고한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었다고 여겨지며, 무엇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무식자들도 쉽게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통해서는 세계 곳곳에 서민들이 즐기는 무수히 많은 음식들을 소개했다. 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신의 음식점 장사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같은 먹방이나 쿡방이라도 백종원이 하면 다르게 느껴진 건, 그가 가진 나름의 음식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남달랐던 건 그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서였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집밥’이라고 설파하는 그의 요리는 그래서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심지어 아저씨들조차 주방에 서게 만들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해외 음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은 도전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그 맛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심지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보고픈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자국음식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다양성’ 사회로 가는 문화적 지반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되살린다는 것. 하지만 최근 뚝섬편에서 백종원은 찾아간 음식점에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음식점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이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음식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남겼다. 프로그램들도 성적이 좋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았다. 이건 백종원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종영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이쯤 되면 예능 블루칩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사진:tvN)

‘골목식당’이 음식점에도 백종원에도 솔루션이 되는 방법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백종원의 푸드트럭>의 골목 상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의 음식점들에 일련의 솔루션을 제공해 각각의 음식점은 물론이고 골목을 살린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이대 앞에서 첫 시도된 <골목식당>은 시작점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며 자못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잘 나가던 상권에 임대료가 올라, 가게의 원주인들이 이주를 해나가고 결국 골목에 새로 들어오긴 했지만 상권 자체가 계속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상황을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해결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상권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은 그래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었다. 그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백종원이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통해 음식점에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것이 통했을 때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 때문이었다. 

여기서 촉매제 역할을 해준 건 백종원의 솔루션에 대해 저항하기도 하는 가게 주인들이었다. 이대 앞에서는 백반집 아주머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결국 솔루션을 받아들였고 음식 맛도 좋아졌으며 당연히 손님들도 늘어나는 모습은 갈등의 해소와 함께 좋은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이어진 필동에서는 백반집 아주머니보다 더 한 고집불통 국숫집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육수대결에서 백종원이 이기면 그가 알려주는 대로 하겠다던 약속을 꺾고 솔루션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극으로 치닫던 갈등도 결국은 백종원이 먼저 내민 손으로 해결됐다. 그는 국숫집을 찾아가 아주머니가 적어준 재료 원가 가격표대로 육수를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그 원가 계산이 얼마나 틀려 있는가를 확인시켜 줬고, 돈이 남지 않는 이유는 생각만큼 많이 팔지 못한 반면 육수는 손님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굳이 상권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백종원이 자신의 음식장사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들을 실전에 활용하고 거기에 방송이라는 특유의 홍보효과를 더해 어려운 음식점들을 돕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백종원의 솔루션에 담긴 진정성을 얼마나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음식점 주인들이 저마다의 고집을 갖고 있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솔루션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한 바 있다. 대신 그 분들이 하는 장사를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약간의 방향성이나 아이디어를 더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바로 이 점은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힘이라고 보인다. 너무 거창할 것 없이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는 영세한 음식점을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돕는다는 그 마음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라는 것. 

백종원은 방송 중에 “비법은 나누라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네 현실에서 비법이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하는 어떤 것으로 여겨져 온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떡볶이집 주인에게 말했듯 성공해서 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그래서 그 진심이 방송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골목식당>은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을 게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성공한 사업가와 대중적인 방송인 사이에 서 있는 백종원이 향후에도 대중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사진:SBS)

철거된 ‘윤식당’, 위기는 기회라는 걸 보여주다

장사도 방송도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게 닥친 가게 철거라는 변수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감함을 넘어 절망적인 느낌마저 주었을 게다. 순식간에 주저앉아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그 윤식당 앞을 지나며 정유미가 애써 참던 눈물을 결국 보인 건 단 하루라도 그 곳에 주었던 정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막막함. 

'윤식당(사진출처:tvN)'

하지만 나영석 PD는 역시 이러한 변수에 노련함을 보여줬다. 그 상황 자체가 갖는 쓸쓸함과 허망함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2호점을 준비하는 그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것이다. 철거된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름한 가게를 단 하루 만에 괜찮은 2호점으로 변신시켰던 것. 

물론 새로 오픈한 2호점은 위치가 조금 동떨어져 있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허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식당 식구들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은 컸다. 손님이 없어 남은 불고기를 집으로 돌아와 함께 먹으며 그들은 신 메뉴로 라면을 넣을 계획을 세우며 2호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윤식당>에 닥친 철거라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은 오히려 방송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윤식당>은 2회에서 이미 본격적으로 외국인 손님들이 문정성시를 이루는 식당의 면면들을 보여준 바 있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는 날의 그 긴장감과 설렘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재미는 의외로 쫄깃했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보는 이들마저 흡족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반복해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식당은 잘 됐을지 몰라도 방송은 조금 심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 됐던 식당을 하루만에 철거당하는 위기 상황은 <윤식당>에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윤여정은 새로 연다는 가게의 조악한 상황에 낙담했고 하루 만에 싹 바뀐 가게에 반색했다. 정유미는 무너진 1호점 앞에서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곧 씩씩하게 긍정 에너지를 보여주며 윤여정을 도왔다. 이서진은 그 위기 상황에서도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어떤 든든함을 주었고 신구는 역시 경륜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걱정할 것 없다”며 정유미를 다독였다. 그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 1호점 철거와 2호점 시작이라는 위기의 변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고 실제 장사는 장사다.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레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이고 그럴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일 게다. <윤식당>은 그런 점에서 보면 장사를 하다 어떤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윤식당>은 보여줬다. 가게는 무너졌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모두 가족 같은 <윤식당>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1달이나 공을 들였던 가게가 무너지는 걸 보며 가장 마음 아팠을 미술팀은 밤새 2호점을 말끔하게 만들어냈고 그걸 보고 정유미는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2호점의 새로운 시작점에 선 그들에게서 다시금 설렘이 느껴진다.

<어쩌다 어른>과 황정수씨의 일갈

 

“<어쩌다 어른> 채널 서핑하다 가끔 봤는데 전반적으로 어쩐지 애들수준이더군요...전문가들이 침묵하면 그냥 재방송과 다시보기로 계속 돈 많이 벌겠지요.” 황정수씨가 쓴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글에는 또한 이런 날카로운 댓글이 달려 있다. 황정수씨는 인문학이라는 포장 하에 제대로 된 전문적 식견을 갖지도 못한 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미술 장사를 꼬집었고, 그 글에 달린 댓글은 그런 장사를 무분별하게 방송으로 내보낸 프로그램을 꼬집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른 걸까.

 

'어쩌다 어른(사진출처:tvN)'

황정수씨가 지적한 사안들을 보면 이번 tvN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최진기 스타강사의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미술을 만나다라는 강의는 재난 수준이다. 장승업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조선시대의 화가를 이야기하면서 엉뚱한 사람이 그린 그림을 버젓이 세워두었다는 것. 또 장승업의 그림을 칭송하기 위해 정조나 심사정의 그림을 제법 그린 작품이라는 식으로 폄하 수준의 발언을 했다는 것. 그리고 동양화가 아니라 조선화라고 불러야 한다는 식으로 학문의 갈래를 난도질했다는 것 등등. 미술을 연구한 이들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방송이었을 법 하다.

 

황정수씨의 개탄은 이것이 우리네 인문학 열풍의 진면목이라는 인식에서 나오고 있다. 스타강사라는 미명 하에 본인의 주전공도 아닌 미술이라는 분야를 갖고 이야기하면서도 검증이나 고민 없이 아무렇게 난도질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심지어 환호하고 나아가 방송을 본 이들은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며 강의에 감명 받기까지 한다는 사실. 황정수씨는 최근 불거진 조영남씨 대작논란 역시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사태로 보고 있다. 미술이라는 인문학에 대해 너무 가볍게 접근하고 또한 무지한 데서 나온 소치라는 것이다.

 

그는 조영남씨가 방송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놨던 백남준 선생의 말 원래 예술은 고등사기다라는 말의 진위 또한 곡해되었다고 지적한다. “전위 예술은 한마디로 신화를 파는 예술이지요. 자유를 위한 자유의 추구이며, 무목적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란 힘들지요. 어느 시대건 예술가는 자동차로 달린다면 대중은 버스로 가는 속도입니다.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여기서 고등사기라는 표현의 방점은 고등에 찍히는 것이지 사기에 찍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황정수씨는 조영남씨의 이런 미술에 대한 가벼운 태도에 대해 한 평생 히트곡 없이 남의 노래에 기대어 살아온 가수의 길과 남의 손을 빌어 그림을 그린 화가의 길이 너무도 유사하여 측은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고 일갈했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조영남씨의 대작논란과 이번 <어쩌다 어른>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거짓 방송은 그 연원이 다르지 않다. 결국은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영역이 장사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깊이는 사라지고 대신 단순화되고 자극적인 재미들로만 채워지면서 생겨난 사태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쩌다 어른> 같은 프로그램이 인문학이나 교양적인 소재들을 예능화 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건 아니다.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관심을 갖게 해주고 그 저변을 넓혀준다는 데서는 그 좋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본질을 벗어나 단지 교양적인 소재를 갖고 와 예능으로 장사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때다. 정보에 대한 고증이나 검수 없이 몇몇 스타 강사의 언변을 빌어 시청률을 가져가려는 태도는 본말을 전도시킨다.

 

최근 방송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소재들을 예능화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SBS <동상이몽>현대판 콩쥐소재가 방영된 뒤 커다란 논란이 되었던 건 그 사안이 웃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전문가의 심리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교양이나 특정 전문분야를 예능화하려 한다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자리해야 하는 건 이제 필수적인 일로 다가오고 있다.

 

<어쩌다 어른>은 그 제목처럼 진정한 과정을 거쳐 제대로 성숙된 어른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된우리들을 지칭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어른들을 대상으로 그 눈높이에 맞는 강좌를 한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부박한 내용을 채워진다면 한 대중의 말마따나 <어쩌다 어른>어쩐지 애들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천하장사>, 전통시장 살린다면서 3분의2를 게임만?

 

JTBC의 새 예능 <천하장사>는 여러모로 강호동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이 그렇다. 강호동이라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 MC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나선 장사의 의미가 담겼다.

 

'천하장사(사진출처:JTBC)'

대형마트들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그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부산으로 달려가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한 바탕을 선보인 첫 회는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2회에 본격적으로 초량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는 건 예고편에서 이미 드러난 바다. 그래서 첫 회에는 출연진들을 소개하고 그 시장을 찾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그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천하장사>의 첫 회는 너무 서설이 길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섰으면서 부산에 내려가 강호동과 MC들이 한 일은 방송분량의 3분의2를 미션이라는 명목 하에 게임을 한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이런 게임들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결국 취지도 좋지만 우선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예능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하장사>3분의2를 채운 미션들이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부분 상쇄시키는 것이었다.

 

지도를 주고 시장을 찾아가는 미션은 <런닝맨>에서 수도 없이 했던 것들이고, 사진을 주고 특정 장소를 찾아가 똑같이 찍어오라는 미션 역시 <12>에서 여러 차례 했던 게임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대로 따서 <런닝맨>에 붙이면 <런닝맨>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차별성이 없었다.

 

그렇게 3분의2를 어디서 본 듯한 게임으로 채워 넣은 후 드디어 찾아간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풍경 역시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림들이다. 나영석 PD가 여러 차례 보여줬던 풍족한 자금으로 시장 곳곳에서 맛난 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는 팀과 돈이 부족해 조촐해질 수밖에 없는 팀의 비교. 어김없이 강호동의 특기인 먹방도 빠지지 않았다. 그 짧은 장면들은 <6시 내고향>에서 그토록 많이 했던 시골 장터 가는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래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천하장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그 각각의 미션들이나 게임들은 그것이 처음 시도된 것이라면 주목할 만한 재미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했던 것들을 모아 놓고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적인 면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천하장사>의 그 좋은 취지 역시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회이니만큼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하장사>만의 색깔을 살려내야 한다. 전통시장 하면 떠올리는 그림들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야 <천하장사>가 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장사>의 좋은 취지는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 그 많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에 편승하는 프로그램이 돼서야 되겠는가.

산으로 가는 <객주>, 도 넘은 아이에 대한 집착

 

왜 이토록 아이에 대한 쟁탈전을 반복하는 것일까. KBS <장사의 신 객주(이하 객주)>의 아이 쟁탈전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었다. 마치 이 사극 속의 육의전 대행수 신석주(이덕화)가 아이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장사의 신이라고 떡 하니 문패를 박아놓은 드라마가 장사는 안하고 아이를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사의 신 객주(사진출처:KBS)'

덕분에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고, 괜찮았던 캐릭터들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사당 마마로서 전체 장사판을 혀 하나로 좌지우지 하던 매월(김민정)은 천봉삼(장혁)이 조소사(한채아)와 혼인을 맺은 일 때문에 질투에 눈이 멀어버렸다. 한 때는 마음 속 연인인 천봉삼을 음으로 도왔던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이제는 그의 아이를 훔쳐 길소개(유오성)가 신석주를 망신 주는 술수를 쓰는 인물로 전락했다.

 

천봉삼과 팽팽한 대결구도를 이루던 신석주도 마찬가지다. 육의전 대행수로서 적수지만 그래도 대인으로서의 풍모를 보이던 그는 천봉삼과 조소사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매월이 훔쳐 온 아이를 길소개가 그에게 넘겨주고, 김보현(김규철), 민겸호(임호)와 객주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이의 친부는 사실 천봉삼이라는 것이 폭로됨으로서 대행수로서의 위신은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내 아들이야 육의전을 이어받을 내 아들이야!”라고 소리치며 악쓰는 신석주에게서 한 때 천봉삼의 호적수였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원산객주와 길소개의 모략으로 천가객주의 말뚝이(황태)라고 속여 못 먹을 말뚝이를 섞어 팔던 전주객주를 찾아간 천봉삼은 결국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잡지만, 마침 온 원산객주가 신석주와 자신의 아이의 일을 얘기하자 모든 걸 집어치고 천가객주로 달려간다. 그나마 장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참에 이야기는 다시 아이 쟁탈전 문제로 돌아가 버린다.

 

물론 아이 쟁탈전 문제가 <객주>에서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신석주의 유일한 약점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아이 쟁탈전이 감행되고, 그 하나의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써 신석주가 육의전 대행수로부터 불신임을 얻게 됐다는 것. 따라서 이 아이 쟁탈전으로 신석주는 뒤로 물러나고 대신 길소개가 전면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신석주가 물러난 마당에 아이 쟁탈전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지 않을까. 이제 본연의 장사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지만 길소개라는 인물이 전면으로 나서는 만큼 그것이 온전히 장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 지는 의문이다. 길소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하는 인물이다. 신석주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것이다. 결국 온전한 장사의 대결을 보기보다는 그의 술수와 맞서는 천봉삼의 이야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객주>에 대한 시청자들의 볼 멘 소리는 장사에 집중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면에 벌어지는 온갖 술수들이 너무 과도하게 등장함으로써 이야기의 본말이 흔들리고 있는 것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물론 이런 술수와의 대결이 <객주>가 그리려는 진정한 상인의 길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한 것이 문제다. 과도한 설정의 반복은 자칫 캐릭터의 매력까지 앗아갈 수 있다. 산으로 가고 있는 <객주>. 빨리 제 갈 길을 찾아야 시청자들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장사 안 보인다는 <객주>,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KBS에서 드라마화 되며 장사의 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장사의 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장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사의 신 객주(사진출처:KBS)'

그저 나오는 소리가 아니고 실제가 그렇다. <객주>가 최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 육의전을 대표하는 신석주(이덕화)와 보부상들을 대표하는 천봉삼(장혁)의 대결이다. 천봉삼은 대놓고 신석주에게 장사로서 대결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신석주는 번번이 이런 천봉삼의 바람을 무너뜨리고 술수를 써 천봉삼을 궁지로 몰아세우려 한다.

 

조소사(한채아)를 사이에 두고 신석주와 천봉삼이 벌이는 밀고 당기기는 <객주>에 장사는 안보이고 심지어 막장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조소사는 천봉삼의 아이를 낳지만 신석주는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두려는 욕망을 멈추지 않는다. 잠깐 안아보자고 조소사로부터 건네받은 아이를 안고는 도주해버리는 장면은 실제로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용대리에 말뚝이(황태) 덕장을 직접 만들어 신석주의 독점을 막으려는 천봉삼의 노력에, 신석주의 사주를 받은 길소개(유오성)는 덕장 창고에 쌓아둔 말뚝이에 불을 질러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천가객주에 관군을 몰고 가 쫓기는 신세인 쇠살주 조성준(김명수)을 잡는다는 핑계로 토포를 하고, 여기에 질투에 눈이 먼 매월(김민정)까지 조소사를 죽여달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대신 방금이(양정아)가 살해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사정이니 <객주>에 정작 장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객주>가 그리고 있는 것이 온전히 장사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천봉삼은 신석주의 독점으로 막혀 있는 판로를 뚫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예 자체 생산을 하는 장사의 신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신석주는 그런 장사를 통한 대결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막장에 가까운 일들을 막후에서 벌임으로써 자신이 갖고 있는 장사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 한다.

 

지금의 대중들이 원하는 건 아마도 공정한 장사로서의 대결일 지도 모른다. 최소한 공정하기만 하다면 실패한다고 해도 그다지 서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서 장사의 성공은 그런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돈이 많은 자들은 자본의 힘으로 영세 상인들이 힘겹게 일궈온 장사 밑천들을 하루아침에 밀어버릴 수 있는 환경이다. 때로는 그 불공정한 경쟁의 우위를 잡기 위해 불법적인 정치적 결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법 역시 가난한 자들을 핍박하기 위해 도용되기도 한다. 지리한 소송 끝에 영세한 상인들은 잘못한 일도 없으면서 무너져 내린다.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장사가 어려운 건 장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헤게모니들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들 때문이다. <객주>가 온전히 장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는 아닐까. 결국 <객주>가 보여주려는 건 단순히 장사를 잘해 일가를 이룬 장사의 신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육의전 신석주로 대변되는 기득권자들이 모든 걸 장악한 현실에서 그들과 싸워나가는 그 과정이 아닐까. 장사는 안하고 술수와 모략들만 넘쳐난다는 비판은 공감 가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현실이 그렇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객주' 장혁, 순애보는 달달하고 성장기는 살벌하고

 

MBC <그녀는 예뻤다>의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KBS <장사의 신-객주(이후 객주)>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녀는 예뻤다>가 종영한 자리에 <객주>가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장사의 신 객주(사진출처:KBS)'

김주영 작가의 원작소설 <객주>79년부터 서울신문에 연재되어 84년까지 총 9권 분량으로 씌어진 대하소설이다. 내내 미련이 남았다는 김주영 작가는 최근 10권을 내놓으며 그 마침표를 찍은 바 있다. 아무래도 79년부터 84년까지 쓰인 소설이기 때문에 2015년 현재의 공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의 정서들이 지금의 쿨한 세태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극 <객주>는 마치 옛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린 시절 파산해버린 천가객주의 후계로 태어나 누이와도 이별한 채 송파마방에서 잔뼈가 굵은 천봉삼(장혁)이라는 인물의 인생역정과 성장스토리가 그렇다. 그 성장스토리는 우리가 성장사극에서 많이 봐왔던 그 익숙한 구조 그대로다. 또 천봉삼의 조소사(한채아)에 대한 순애보 역시 요즘 정서의 사랑이야기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의 세태와는 사뭇 달라 조금은 촌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이 이야기가 의외로 강력한 몰입감을 주는 건 왜일까. 송파마방의 쇠살주인 조성준(김명수)이 친동생 같은 차인행수 송만치(박상면)가 아닌 천봉삼에게 객주를 물려주려 하자 송만치가 조성준의 처인 방금이(양정아)와 도주해 마방을 팔아먹는 이야기는 <객주>가 단지 장사에서 이문을 남기거나 혹은 손해를 보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이 사건으로 결국 조성준에게 붙잡힌 방금이는 오른쪽 발뒷꿈치를 작두로 잘리고, 송만치는 거세된다. 즉 장사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객주의 엄격한 규칙 속에서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결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혀를 잘못 놀리면 그대로 잡혀 혀가 잘린 채 길바닥에 버려진다. 이것이 객주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객주>는 망하면 식구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아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그 살벌함을 바탕에 깔아놓는다. 또한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과할 때 그 결과가 참혹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래서 <객주>는 하나의 전쟁터 같은 살벌함을 장사라는 판에 끼워 넣는다. 무수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또아리처럼 틀고 앉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니 이야기의 극성은 최고조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객주>는 천봉삼의 조소사에 대한 달달한 순애보와 그런 천봉삼을 또 사모하는 매월(김민정)의 비틀린 사랑을 더해 놓는다. 또 어릴 때 헤어졌던 누이 천소례(박은혜)와 천봉삼의 극적인 상봉 이야기는 마치 출생의 비밀 같은 강력한 힘을 심어놓는다. 성장스토리와 멜로, 가족이야기와 복수극. 실로 대하사극이 담아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적 요소들을 갖춘 셈이다.

 

그 중심에 천봉삼이라는 인물이 서 있다. 그는 누이도 찾아야 하고 스스로를 성장시켜 다시 천가객주를 되살려야 한다. 게다가 천가객주를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해야 하며 동시에 그를 따르는 여인들과 애증의 멜로를 그려나가야 한다.

 

결국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져도 한번 들여다보면 빨려들 수밖에 없는 몰입감의 원천은 생생히 저마다의 욕망이 꿈틀대는 캐릭터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스토리의 힘에서 나온다. 순애보는 달달하지만 성장기는 살벌한 <객주>가 의외로 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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