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비하 논란이 촉발한 웃음의 타자 민감성 

그 때는 그냥 넘어갔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최근 <웃찾사>의 홍현희가 한 흑인 분장 개그에 대한 설전과 논란은 웃음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웃찾사(사진출처:SBS)'

인종을 놀리는 일이 전혀 웃기는 일이 아니며 한심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샘 해밍턴의 문제제기는 즉각적인 대중들의 반응을 일으켰다. 사실 그 개그를 보며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느낌을 가졌던 시청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던 것을 끄집어냄으로써, 그것이 사실은 과거에도 그리고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웃찾사> 측은 즉시 사과하고 해당 영상 삭제조치까지 했다. 즉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암시한다. 샘 해밍턴의 공개적인 비판에 황현희가 나서 그 지적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건 이 문제가 향후 개그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고하는 일이었다.

황현희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 같은 사안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는 샘 해밍턴의 비판이 “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비하로 몰아가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지금껏 즐겨왔던 영구, 맹구 같은 캐릭터들 역시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밝혔다. 

“시커먼스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개그”가 있었으며 그것 역시 “흑인비하”인 것인가 하고 되물었고 나아가 샘 해밍턴이 출연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여유롭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황현희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건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강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황현희 역시 이렇게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은 것처럼 치부되었지만(물론 시커먼스는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지금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실제로 황현희의 말대로 과거 개그프로그램들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외모 비하 개그나 가학성이 짙은 개그 때로는 집단 괴롭힘이 깔려있는 개그 같은 것들이 “웃음을 준다”는 대전제 아래 용인되곤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드러낸 건 웃음에 있어서도 타인을 비하하거나 그 고통을 희화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웃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 희화화의 대상이 소수이고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해도 그 소수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식이 다수에게도 똑같이 느껴질 때 그것은 더 이상 웃음이 될 수 없다.

과거에는 아무 문제가 안됐는데 왜 지금은 문제가 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도 또 지금도 문제라는 것. 다만 과거에는 그것을 문제로 공감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많은 이들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진행도중 불거진 송해의 아동 성추행 논란 역시 이 연장선이다. 과거에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고추를 만지는 일이 실제로 그저 장난처럼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행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이 사안은 지금까지 해오던 많은 개그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자에 대한 훨씬 민감한 시선을 개그,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에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 과거에는 웃음을 준다는 대전제 하에 용인됐던 많은 문젯거리들이 이제는 그 문제들 때문에 더 이상 웃을 수 없다는 대중들의 의식 있는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가족오락관>을 통해 보여준 <12> 예능의 성격

 

<12><가족오락관>을 만난다? <12>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 프로그램의 뼈대를 만든 이명한 PD<6시 내 고향>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그 여행이 갖는 특유의 시골스런 정서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12>의 복불복 게임은 야외에서 하는 <가족오락관>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12>이 했던 상당한 복불복 게임이 <가족오락관>에서 선보였던 것들이기도 하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서울 시간여행편이 서울여행을 통해 과거의 흔적이 남겨진 서울을 여행하고 굳이 KBS를 베이스캠프로 삼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날 찍은 사진들과 부모님들이 과거에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병치함으로써 시간과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던 것이 새로운 <12> 여행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KBS라는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12> 예능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강조된 것처럼 지난 회에서 보여준 것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대신 추억이 될 특별한 여행이야기에 주목하겠다는 <12>의 의지를 드러냈다면, KBS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가족오락관>을 함께 한 이번 회는 세대와 성별을 떠나 온가족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

 

<12><가족오락관>의 만남은 그래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1984년부터 시작해 2009년 종영할 때까지 무려 25여년을 장수한 프로그램. 허참은 그래서 <가족오락관>의 대명사처럼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조금은 세련되지 않게 여겨지지만 한때 잘 나간다는 연예인치고 이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레전드가 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허참이 MC를 맡아 진행하는 <가족오락관><12> 멤버들이 투입되어 벌이는 게임 대결은 그래서 순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겹쳐지는 착시현상을 만들었다. 아마도 이 장면에 대해서 나이든 세대는 과거를 회상했을 것이고, 젊은 세대들은 지금도 여전히 재밌는 그 게임에 빠져들었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의 게임 하나에도 이처럼 면면히 깔려 있는 시간의 더깨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능국장의 방에서 야외 취침을 놓고 벌어진 주문 대결(?)은 웃음을 위해서는 국장의 방까지도 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찍이 까나리를 넣은 아메리카노를 원샷했던 예능 국장의 방에서 그 방 냉장고의 음료수에 까나리를 집어넣으며 낄낄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권위를 해체하는 웃음의 힘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한편 배우 유인나가 진행하는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 스튜디오에 깜짝 난입(?)<12>은 과거 경북 문경 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충추대에서 이뤄졌던 게릴라 콘서트 같은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이미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했던 <12> 특유의 노래가 주는 정서는 아마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재미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새해를 맞아 특집으로 선 보인 서울 시간 여행은 그래서 <12>의 여행과 예능 두 분야에서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그곳이 어디든 추억이 될 만한 여행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똑같은 복불복 게임이라도 <가족오락관>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세대 통합적인 정서까지 끌어안겠다는 것. 실로 유호진 PD의 여행과 예능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이 특집 속에는 담겨져 있었다.

700회 잔치에 701회를 준비하는 <개콘>

 

700회. 연수로 무려 14년. <개그콘서트>는 그 수치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 물론 이 수치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여 년이 넘게 방영된 장수 예능 <전국노래자랑>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의 1년과 <개그콘서트>의 1년은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그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며 당대의 현실 또한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들과의 공감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14년이 대단할밖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런데 이 수치만으로도 대단한 700회 특집에 즈음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영 PD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고 한다. ‘생활의 발견’, ‘거지의 품격’ 같은 한때 가장 뜨거웠으나 이제는 식어버린 개그를 종영시킨 것처럼, 앞으로도 코너 물갈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이것은 최근 <개그콘서트>에 제기되고 있는 위기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지영 PD는 “700회보다 701회가 더 중요 하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당한 얘기다.

 

<개그콘서트>가 무려 14년을, 그것도 그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뜨거운 예능의 중심에 서서 버텨낼 수 있었던 저력이 바로 지금까지의 행보에 만족하기보다는 앞으로의 한 걸음을 준비하는 그 자세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껏 <개그콘서트>의 위기설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그 때마다 새로운 기수들이 등장해 새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선배들이 앞에서 잘 나갈 때,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면서 다음을 준비해온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또 그 후배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 박성호, 김대희, 김준호의 이른바 원로회의(?)에서 멘토-멘티제를 제작진에게 건의한 사실은, <개그콘서트>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얼마나 개그맨들이 스스로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새로운 코너를 짜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어딘지 비슷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건 결국 그걸 만드는 개그맨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늘 친한 개그맨들끼리 만들다보니 어떤 정체의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작위로 선배와 후배를 뽑아 한 조를 만들어 코너를 짜는 방식은 개그맨들에게는 조금 힘든 길이지만 그렇게 나온 개그는 새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호평 받고 있는 ‘황해’는 그 대표적 사례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힘은 개그 소재나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개그맨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개그맨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의 끊임없는 보완은 <개그콘서트>가 진화할 수 있었던 저력이었던 셈이다. 이번 700회 특집에 특별출연하는 개그맨들의 면면을 보면 그 진화가 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나면서 당대의 스타 개그맨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다맨 강성범, 미친 존재감 정형돈, ‘생활사투리’에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기억되는 이재훈, ‘우격다짐’으로 1인 개그를 선보였던 이정수, 설명이 필요 없는 <1박2일>의 이수근과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진짜 사나이>로 최근 대세가 된 샘 해밍턴 등등, 하지만 이번 700회 특집에 출연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말해주는 건 이것이 단지 <개그콘서트>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네 전체 예능의 수혜로 이어져왔다.

 

<개그콘서트> 밖으로 나온 이들 개그맨들은 KBS의 다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MBC, SBS에서도 맹활약하며 예능의 지평을 넓혀왔다. 개그맨이라는 젊은 피가 우리네 예능에 끊임없이 <개그콘서트>라는 아카데미(?)를 통해 수혈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같은 예능의 풍성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KBS 희극인실에 들어가면 한 쪽 벽에 빽빽하게 기수별로 붙여진 개그맨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그 중 어느 기수는 다른 기수에 비해 많은 스타 개그맨들을 발굴했고, 또 어떤 기수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내기도 했다. 후배 개그맨들이 잘 나갈 때 여전히 주목을 받지 못한 선배 개그맨들도 있다. 누구는 좀 더 사랑받았고 누구는 조금 덜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 경중을 떠나서 거기 프로필로 붙여진 모든 개그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700회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700회 특집보다도 701회를 준비하는 마음. 개그맨들 스스로 좋은 개그를 만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 자신은 조금 덜 사랑받아도 코너를 위해 기꺼이 도우미를 자처하는 자세. 그것이 지금의 <개그콘서트>를 만들었고 그 <개그콘서트>가 있어서 지금의 풍성한 예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니 그 모든 개그맨들에게는 이번 700회를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다. 늘 그러했듯이 한 회 한 회를 지금껏 해온 것처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다 보면 위기설이 다시 상승세로 바뀔 날이 올 것이고 800회, 900회, 천 회를 기록할 날도 올 것이다. 개그맨들의 그 절실한 노력이 있는 한.

'1박2일', 이런 멤버 교체로 부활할 수 있을까

 

<남자의 자격> 폐지에 이어 <1박2일>도 맏형인 김승우가 빠지고 최재형 PD가 교체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실 <1박2일>이라는 브랜드의 힘 때문에 일정한 시청률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 또한 위기상황에 봉착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박2일>의 긍정적인 변화가 최재형 PD와 김승우의 교체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대중들이 요구하는 건 좀 더 큰 폭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1박2일>은 어떤 패턴화의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여행지가 달라질 뿐 거의 게임에 집중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이러한 패턴에 적응된 멤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1박2일>의 변화는 PD가 바뀐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출발하는 과정에서 게임이 벌어지거나 여행지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또 음식과 잠자리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의 무한반복은 <1박2일>을 식상하게 만든 주범이다. 게임과 벌칙을 통해 즉각적인 재미는 줄 수 있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의 본래 색깔을 지워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즉 이런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단순한 멤버 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박2일>이 그렇다고 여행이라는 아이템을 저버린 채 게임만 해왔던 것은 아니다. 그 여행지가 드러나는 게임을 개발하려 노력한 흔적도 있다. 하지만 여행지 소개 역시도 게임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처럼 여겨진 면이 있다. 결국 이것은 <1박2일>의 재미가 여행 그 자체에서 생겨나지 못하고 게임 같은 인위적인 틀에 의해 머물게 된 이유가 되었다.

 

그렇다면 <1박2일>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걸까. 그것은 여행이 주는 의외성과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만드는 설렘 그리고 한바탕의 왁자지껄한 시장통에서 느끼는 허기나 고단한 길에서 잠깐 만나게 된 휴식 같은 시골 사람들과의 대화 같은 정서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어딘지 푸근하고 따뜻한 고향 같은 <1박2일>만의 정서가 빠져버리면 그것은 그저 연예인들을 대동한 여행지 소개와 여행지에서의 게임에 머물게 된다.

 

이 정서는 예전 <1박2일>을 만들었던 이명한 PD가 명쾌한 한 마디로 정리한 적이 있다. 그것은 그가 <1박2일>을 <6시 내 고향>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1박2일>만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저녁 6시만 되면 어김없이 보고 싶어지는 고향의 얘기와 그 곳에서 나는 음식으로 허기마저 느끼게 만드는 <6시 내 고향>처럼 <1박2일>도 주말 저녁이면 가족이 둘러 앉아 같은 정서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얘기다.

 

사실 <1박2일> 같은 아이템은 그 소재의 특성 상 <6시 내 고향>이나 <전국노래자랑>처럼 장수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러려면 그것이 단순한 그 때 그 때의 재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1박2일>만의 정서를 계속 자극하고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면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여행이 갖고 있는 느낌과 정서다. 그저 그 곳의 유명한 여행지나 풍광을 담는 ‘관광’이 아니라, 그 곳을 오감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여행.

 

따라서 <1박2일>이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멤버를 해야할 것인가나 누가 그 메가폰을 새로 쥘 것인가가 아니라 이 본래 갖고 있는 <1박2일>만의 촌스럽지만 그래서 정감가고 늘 떠올려도 질리지 않는 고향 같은 정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또 어떤 새로운 게임 개발을 통해 재미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더 필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될 것이다.

 

지금 현재 <1박2일>이 변화랍시고 보이고 있는 제스처는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일부 멤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대중들이 느끼는 <1박2일>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은 연후에 멤버 교체를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더 많은 멤버 교체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되는 법이다.


진짜 야생으로 가는 다큐, '1박2일'은?

'1박2일'(사진출처:KBS)

다큐를 표방해온 '1박2일'. 그런데 최근 들어 다큐는 더 독해졌다. 과거 '1박2일'이 모델로 삼았던 건 '6시 내 고향'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편안한 교양 프로그램 속의 다큐적인 영상이었다. 그 때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다큐로 인식되었으니까. 그래서 연예인들이 전국을 떠돌며 한 끼 식사에 목숨을 걸고, 야외취침을 하며, 아침에 퉁퉁 부운 맨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참신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그 다큐가 달라졌다. 리얼리티 시대에 들어서 다큐는 좀 더 야생의 상황 속으로 뛰어들었다. EBS의 '극한직업' 같은 다큐는 고열 속에서 작업하는 이들이나, 폭풍 속에서 조업하는 이들이 처한 거친 야생의 장면들을 포착해낸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아예 극한의 자연을 특화된 소재로 다큐를 양산해오고 있다. 그 유명한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나 '목숨을 건 포획' 같은 프로그램은 대표적이다.

'1박2일'에서 5대어선 특집을 기획한 건 아마도 현재 달라지고 있는 다큐(실제로는 대중들의 다큐를 보는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지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영석PD가 아예 대놓고 자신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라며 '극한직업'과 '목숨을 건 포획'을 내세운 건 그런 이유다.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이 아예 출연자들을 극한의 정글 속에 던져놓고 생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야외취침이나 겨울바다 입수 같은 걸로 야생을 표방하기는 어려워졌다.

새벽에 고기잡이(?)를 나선 다섯 멤버들은 3미터 높이의 파도와 싸워가며 조업을 하는 체험을 했다. 대게 잡이를 나간 이수근은 심한 파도와 바람으로 피디마저 멀미로 쓰러진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을 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은지원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아귀를 끌어올렸고, 그 와중에도 아귀를 무서워하는 자신을 연출하며 예능을 선보였다. 복어를 잡으러간 김종민은 결국 멀미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나중에 뭍으로 돌아온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의지하고는 상관없는 것 같다"며 그 힘겨웠던 시간을 토로했다.

가장 오랫동안 조업을 한 엄태웅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묵묵히 오징어잡이서부터 포장 일까지를 척척 해냈다. 한편 공교롭게도 생일날 문어 잡이를 간 이승기는 토하고 눈물을 훔치면서도 방송을 이어가는 프로 근성을 보여주었다. 어떻게든 책임감 있게 버텨내려는 그 안간힘은 애써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속에 들어있었다. 그렇게 자연 앞에 무릎 꿇게 되는 작은 인간을 발견하는 시간. 뭍으로 돌아온 김종민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가리키며 "보이십니까. 저 바다 잔잔한 거."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는 것과 진심으로 체험한 바다의 차이. 이것이 '1박2일'이 5대어선 특집으로 포획한 가장 큰 수확, 바로 진짜 야생의 경험이다.

이제 '1박2일'의 시즌1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이것은 실로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다큐를 넘어 야생을 표방하는 '1박2일'이라면 이제 더 독해지고 더 야생으로 달려가고 있는 다큐들의 면면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5대어선 특집'은 '1박2일' 시즌2라는 배가 가야할 적어도 한 가지 방향은 알려준 셈이 아닐까. 물론 매번 극한 체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능이 리얼을 점점 강조하기 시작한 마당에, 그 누가 진짜 야생의 헤게모니를 쥐고 가는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도 더 치열해질 거라는 점이다.

‘1박2일’과 생방송과의 만남, 그 리얼의 힘

‘백두산 특집’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1박2일’의 선택은 ‘20만원으로 여름 휴가 보내기’ 컨셉트 같은 생활밀착형 소재다. 고유가와 불황의 여파로 알뜰한 휴가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저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농촌 살리기의 일환이 되기도 하는 ‘농촌체험여행’을 선택한 것. 이 선택은 ‘1박2일’이 지향하는 곳이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걸 말해준다.

‘1박2일’ 출연진은 이 컨셉트에 맞게 4인 가족을 구성하고 나머지 두 명인 이승기와 이수근을 떼 놓고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4인 가족은 자연스럽게 캐릭터별로 재구성된다. 아빠는 강호동이 되고 엄마는 김C가 되며 아들은 은지원, 딸은 MC몽이 되는 식이다. 음식점에서 MC몽이 음식을 더 시키려 하자 강호동이 “안 된다”고 아빠처럼 말하는 반면, 김C는 “먹고 싶어? 그럼 더 먹어!”하고 말하는 장면은 가족의 일상을 그대로 재연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두 명이 자체적으로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자청하는 곳이 방송국이라는 점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이 이 불청객들에 의해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1박2일’팀과의 이원 생방송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구체적인 라이브의 흔적이 ‘1박2일’과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은 ‘리얼의 힘’이다.

‘1박2일’이 타 방송과 만나는 지점은 늘 화제를 불러 일으켜왔다. 그 첫 번째가 ‘전국노래자랑’이었다면 두 번째는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에 이은 ‘생방송 뮤직뱅크’와의 만남이이었고 이제 ‘1박2일’이 만난 것은 ‘홍진경의 가요광장’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에서 방송을 하는 장면 바로 앞에 짧게 나마 ‘전국노래자랑’과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의 장면이 깔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1박2일’의 특징인 일상성을 극대화하려는 편집이다.

라디오는 좀더 우리 일상과 가까운 매체다. TV가 일반인 출연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이 라디오를 따라오지는 못한다. 라디오라는 청각 중심의 매체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전화기와 만나 언제 어디서건 즉각적으로 출연이 가능해지는 매체다. 또 사연 신청이라는 창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라디오를 일반인들의 일상 가까이 배치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수근과 이승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할 때, 그 방송을 자동차 안에서 듣게되는 ‘1박2일’의 다른 출연진들과, 거기서 즉석으로 강호동과 전화로 다시 연결되는 가요광장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라디오의 일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1박2일’은 바로 이 라디오의 일상성을 끌어와 좀더 현실에 밀착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환타지를 갖게 만드는(방송출연은 어쨌든 일반인들에게는 환타지다)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전국노래자랑’이나 ‘게릴라콘서트’편에서 이미 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 형식은 방송이지만 일반인에게 방송출연의 기회가 열려져 있는 ‘전국노래자랑’이 그렇고, 어느 날 갑자기 일상 속으로 스타들이 뛰어드는 형식의 ‘게릴라콘서트’가 그렇다.

이렇듯 ‘1박2일’과 방송이 만나는 지점은 늘 서민적인 일상과 닿아있으면서도 그 서민들의 환타지가 개입하는 공간이다. “나도 방송출연하고 싶다”는 환타지와 함께 ‘방송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성을 갖춘 프로그램에 ‘1박2일’의 출연진들이 틈입함으로써 얻어지는 건 그 스타로서의 화려함과 배치되지 않는 서민적인 친근함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으로 들어오고 점점 생활 밀착형이 되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제 카메라가 어떻게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들어가는가 하는 점은 리얼리티가 생명인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방송3사 예능 색깔

1년 전만 해도 방송사의 얼굴은 드라마였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그 방송국의 이미지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이 역할은 예능과 분담되고 있는 추세. 주중 한밤중의 토크쇼 전쟁, 주말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경쟁은 드라마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방송3사가 저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처럼 예능에 있어서도 그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MBC 예능, ‘연애’에 빠지다
‘무한도전’이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강자로 부각된 ‘우리 결혼했어요’. 짝짓기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접목된 이 프로그램은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만 출연했던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저마다 남녀를 출연시켜 짝짓기 프로그램을 그 안에 넣으려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한도전’이 ‘무한걸스’와 미팅을 했고, ‘1박2일’이 백두산으로 가는 여정에 승무원들과 짝짓기 게임을 했으며,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여자 출연자들이 출연해 남자 출연자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살아봅시다’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결혼의 환타지를 현실 버전으로 바꾸었다. 최근 MBC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MBC의 예능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새로운 메인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SBS 예능, ‘가족’에 빠지다
SBS 예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다. ‘라인업’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고배를 마신 SBS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카드가 ‘패밀리가 떴다’라는 점은 가족을 유달리 강조하는 방송사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패밀리가 떴다’는 물론 그 프로그램 포맷에 있어서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상당부분 유사한 점들이 있지만, 다른 점은 바로 출연진들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전국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도 유사가족을 꿈꾼다는 점이다.

SBS의 ‘가족’ 편향은 ‘스타킹’의 출연진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보통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발견되고,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버전인 ‘체인지’의 주류를 이루는 가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들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은 폐지가 결정된 ‘사돈 처음뵙겠습니다’는 물론이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와 유사한 ‘살아봅시다’가 좀더 가족들과의 대면에 집중하는 것에서도 발견된다. SBS의 다른 예능들 예를 들면 ‘인터뷰 게임’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그 특징의 하나가 될 것이다.

KBS 예능, ‘노래’에 빠지다
‘전국노래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오락관’같은 장수하는 코너에는 늘 노래가 있어서 일까. KBS는 좀더 예능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노래로 대변되는 일상 생활의 즐거움이다. KBS 예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1박2일’은 물론 여행이란 아이템이 그 첫 번째 성공비결이 된 것이지만, 거기에서도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1박2일’이 가장 파괴력을 보인 것은 ‘전국노래자랑’과의 만남이나,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같은 노래 아이템과의 만남에서였다.

이것은 물론 구성원들이 가수란 점도 작용을 한 것이겠지만, 노래 자체가 갖는 예능에서의 기본적인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결 노래가 좋다’나 ‘도전주부가요스타’같은 본격적인 노래 대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열린 음악회’나 ‘윤도현의 러브레터’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바로 노래 자체가 갖는 이 같은 힘이 극대화된 것들이다. 이처럼 ‘불후의 명곡’이나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의 새로운 버전으로 읽히는 ‘도전 암기송’ 같이 KBS는 줄곧 노래가 주는 즐거움을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오는 경향이 있다.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처럼 다른 양상을 띄는 것은 그것이 각 방송사의 사풍이나 프로그램 정책, 또는 한때를 풍미했던 프로그램의 경험 같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그때 그때의 트렌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각기 다른 색깔을 극대화하는 부분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의 만남, 까메오 이상인 이유

28년 된 ‘전국노래자랑’과 이제 1년이 채 안된 ‘1박2일’. 두 프로그램을 비교한다는 것은 마치 최고령 MC로서 지금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해와,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는 있지만 방송인의 내공으로 봐서는 한참 뒤에 서 있는 ‘1박2일’ 출연진들을 비교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경남 거창에서 벌어진 이 두 프로그램의 만남은 그 멀어만 보이는 거리를 단번에 좁혀버린 자리였다. 그 거리는 가장 최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프로그램과 가장 오래된 길을 걸어온 프로그램 사이의 거리이며, 각각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세대 간의 거리이기도 하다.

그 거리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프로그램의 취지와 특성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왜 모든 문화의 중심지는 도시 혹은 서울이어야 하고 시골은 늘 문화의 변두리로 취급되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 답을 하기라도 하듯 28년 전 등장한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 아닌가. 조금 촌스럽고 조악해 보이지만, 도시와 시골 사이의 거리를 메운다는 그 뜻 하나로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전국노래자랑’만의 힘이었다. 이것은 ‘전국노래자랑’이 시작된 지 28년 후 등장한 ‘1박2일’의 취지와도 같다. ‘1박2일’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숨겨진 우리네 풍경을 찾아다니고 소개하고 홍보한다는 것이 그 기본취지다.

‘1박2일’멤버들이 시골의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전국노래자랑’에 나갈 노래와 안무준비를 하고, 막상 무대에 나가기 전까지 시험을 앞둔 아이 마냥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무대 위에서는 말 그대로 ‘전국노래자랑’에 걸맞게 확실히 망가져 주고,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초조하게 시상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경의인 동시에, 거창 주민들에 대한 경의의 태도다. 직업이 가수인 은지원, 이승기, MC몽이 전혀 가수로서 부각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의 만남이 이처럼 껄끄럽지 않게 된 것이 어디 이런 취지의 공통분모 때문만일까. 여기에는 이 두 프로그램이 모두 갖고 있는 노래와 웃음이라는 코드가 또한 맞아 떨어졌던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국노래자랑’의 재미요소는 ‘딩동댕’으로 대변되는 노래실력보다는 ‘땡’으로 대변되는 웃음에 있다.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토착적인 몸 개그가 작렬한다. 이것은 ‘아름답고 정겨운 전국 각지의 풍광들을 소개하겠다’는 ‘1박2일’의 취지를 전하는 방법이 웃음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취지와 특성이 잘 어우러진 ‘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의 만남은 흔히 그저 까메오로 등장하는 이벤트 성격이 되곤 하는, 프로그램 간 이종결합 그 이상을 수행했다 평가할 만 하다. 거기에는 분명 두 프로그램의 목적인 웃음과 즐거움이 있었고, 그 취지인 시골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프로그램 사이의 이종결합은 그저 물리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물리적으로 연결했을 때는 어느 한 프로그램에 이득이 될지 몰라도 다른 프로그램에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화학적으로 연결해주는 것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가진 ‘같은 취지’다. 뜻이 같다면 형식은 조금 달라도 무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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