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도 전문성도 아닌 형사란 직업에 천착해야

반면 전문직 드라마를 기대했던 남성들에게 이 낯간지러운 멜로는 극에 대한 긴장감을 풀어놓는 방해꾼이 된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멜로가 풀어놓은 극적 긴장감을 다시 묶어줄 만한 전문적인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다. 첫 회의 헬기 추격 신에서부터 나왔던 비판은 홍콩 에피소드에서 더 강해졌다.
치밀한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 수사장면들이 반복된 데 이어 한가한 멜로 신이 덧붙여진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즉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에피소드가 약한 전문직 드라마에, 주인공 남녀의 강한 멜로 라인이 붙여지자 우리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었다. 혹 이거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 아닌가 하는.
‘히트’는 멜로와 전문직 봉합 실패
‘히트’의 시청자게시판에서 연일 멜로와 전문직 드라마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는 것은 이 드라마가 이 둘을 동시에 껴안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멜로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멜로를 본격적으로 내세우고 만든 전문직 드라마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 전문성을 갖고 비판하지는 않았다. 즉 이것은 멜로와 전문직 드라마가 어떻게 잘 엮어지느냐의 문제이지 멜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잘 하면 멜로도 살고 전문성도 사는 그래서 적절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쥐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히트’가 고민했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을 것이다. 전문성으로만 가면 매니아 드라마가 될 가망이 높고, 따라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멜로를 가미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잘 엮느냐는 문제. 작가가 ‘대장금’이란 역사 속의 전문직 드라마를 썼던 김영현인 만큼 멜로와 전문성 그 둘 다를 기대해볼 만한 문제였다. ‘대장금’도 수라간이라는 공간에서 임금님에게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 한 여성의 전문성에, 민정호(지진희)와 장금(이영애)의 멜로 라인이 엮어지지 않았던가.

하지만 ‘히트’는 ‘대장금’도 아니고 ‘외과의사 봉달희’도 아니다. 전문분야는 형사나 의사나 요리사나 대동소이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문분야를 다루는 시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대장금’은 요리사는 요리사지만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것도 임금님의 요리사를 선택했다는 점이 차별적인 요소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를 다루되 병 고치는 의사로서의 의사만이 아닌 ‘똑같이 병을 앓는 한 인간으로서의 의사’라는 측면을 조명한 것이 차별화 되었다.
그러나 ‘히트’ 속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우리가 이미 많은 영화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모습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에피소드 역시 마찬가지. 쉽게 유추되고 추리될 수 있는 평이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어느 정도 끌다가는 범인을 검거하는 식이다. 여기에 4부 정도의 분량으로 한 사건씩 마무리를 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는 매회 압축되지 않은 스토리 전개로 인해 끝 부분에 와서 미완적으로 급하게 처리되는 느낌이 있다. 홍콩 에피소드에서도 좀더 장형사의 상황을 드라마적으로 눌러 주었다면 후반부의 해결에 있어서 더 진한 감동과 페이소스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조과장(손현주)과 최반장의 에피소드 역시 최반장의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나 빨리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트’는 형사들이 맡게 되는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건이 끝날 때쯤이면 그 에피소드가 사건이 아닌 인물들 간의 관계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홍콩 에피소드가 부녀간의 가족애였다면 조과장과 최반장 에피소드는 유사 부자(아버지 같은 분)간의 갈등이다. 이러한 관계설정을 통해 드라마는 처음부터 형사라는 직업이 갖는 삶의 페이소스를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결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히트’의 경우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싱거워서인지 그 효과는 반감된다.
‘히트’, 멜로나 전문직 아닌 형사에 집중해야
이러한 비판들을 감지했기 때문일까. 그간 히트 팀의 빛나는 캐릭터들에 가려져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영두(김정민)가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현재 진행되는 ‘히트’는 이전 에피소드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영두란 캐릭터가 다른 점은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희화화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차수경이란 여성 강력반 반장 캐릭터를 위시해 김재윤과 히트 팀원들은 모두 조금씩은 만화 같은 면면을 보여왔다. 그 아기자기한 맛이 ‘히트’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형사라는 직업상 총과 칼이 날아다니는 현장 속에서 그것은 또한 단점도 된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문직 드라마와 멜로를 같이 끌고 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히트’는 저 ‘외과의사 봉달희’의 길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목되어온 에피소드들은 뒤통수를 치는 놀라운 스토리보다는 ‘형사들의 애환’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차수경이란 형사가 갖는 여성성의 억압, 장형사가 보여준 형사란 직업의 현실, 조과장과 최반장이 그려낸 형사와 범인간에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 같은 것은 모두 형사란 직업이 부여한 어려움이다. 이것은 저 ‘외과의사 봉달희’가 의사들의 인간적인 고민을 다룬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히트’의 멜로 역시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형사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안 되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검사라면 미묘한 직업적 관계 속에서 멜로와 전문직이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히트’는 이제 더 이상 멜로니 전문직이니 하는 것에 대한 소모적인 비판을 끝내고 오로지 형사라는 직업에 더 충실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이 현재 ‘히트’가 처한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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