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빠진 ‘썰전’, 오히려 시청률 상승했다는 건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하차한다는 소식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양갈래로 갈라졌다. 그간 ‘전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괜찮은 반응을 얻어왔던 전원책이었으니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하차의 이유가 TV조선의 평기자로 입사해 메인뉴스 앵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게 됐다. 그 행보가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이 아닌 정치적인 행위처럼 읽혀졌기 때문이다. 

'썰전(사진출처:JTBC)'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합류한다는 소식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전원책 변호사와 달리 차분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이었고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는 점은 부정적인 반응들을 만들어냈다. 4대강 사업 같은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졌던 사안들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자리한 첫 방송이 나갔다. 박형준 교수는 역시 방송 전부터 얘기됐던 대로 전원책 변호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적어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잘 한 건 잘 했다고 인정하는 점이 그랬다. 물론 그 안에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역시 빼놓지 않았지만. 

박형준 교수는 스스로도 말했듯 때론 아재개그를 던지기도하고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던 전원책 변호사식의 ‘예능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신 농구를 잘 한다며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아냐고 주의를 환기시킨 후 “노룩 패스”라고 말하는 식의 블랙유머를 더했다. 차분하지만 곱씹으면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언변을 보여줬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나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한데는 마치 싸움을 방불케 하는 언성이 한 몫을 차지했던 바가 크다. 가만히 틀어놨다가 뭔가 싸움이 벌어진 듯한 그 느낌에 TV를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니 박형준 교수가 보여주는 이런 식의 차분함이 방송의 시청률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형준 교수가 등판한 첫 방송의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높은 5.9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는 전원책 변호사 대신 나온 박형준 교수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분명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감안한다고 해도 시청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이러한 변화가 <썰전>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해온 공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 건 역시 유시민 작가라는 사실이다. 보수의 논리 앞에서 대중들이 듣고 싶고 나아가 유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는 속 시원하게 대신 풀어줌으로써 <썰전>에 대한 지지를 높여왔다는 점이다. 결과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건 <썰전>에 유시민 작가가 존재하는 한 어떤 변화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썰전’ 나가 TV조선에 둥지 트는 전원책에 대한 우려

JTBC <썰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을 평가해보는 자리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은 그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유시민 작가는 “40일 동안 입법 없이 새로운 법률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운영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예외적인 40일이었다”며 “똑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권한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다르면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전원책 변호사는 그 말에 “어폐가 있다”며 “변화가 되게 많은 것 같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단정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3무회의(사전결론, 계급장, 받아쓰기 없는 회의)’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면 그것이 “금과옥조가 되는 건 여전히 불변”이라고 했다. 

그래도 잘한 점은 무엇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전원책 변호사는 ‘권위주의 타파’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철폐를 하려고 가장 애쓴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판을 받았던 지점은 (필요한) 권위마저 없애버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야당 측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의 이유를 듣고 의견을 수렴하든지 아니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실 탄핵에 의해 갑자기 치러진 조기대선이었고 그렇게 당선된 후 겨우 40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니 그 짧은 기간 안에 전원책 변호사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인선 과정에 있어서 야당의 끝없는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잘못된 행적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들이지만 사실 국민들에게는 이런 비판에 대한 공감대가 별로 없다. 과거 정권 시절에 벌어졌던 인사청문회를 떠올려보라. 더 심각한 사안들이 넘쳐났지만 그대로 강행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얘기한 것처럼 그 40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어떤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전한 건 적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권위는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또 스스로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국민들 앞에 낮추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그 자세에서 오히려 부여받는 것일 뿐이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최근 1년 동안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우리가 MBC <100분 토론> 등에서 봤던 전원책 변호사와 <썰전>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으니 말이다. 보수냐 진보냐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권위적인 모습이 <썰전>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썰전>이 가진 예능이라는 틀이 만들어낸 힘이다. 편집과 자막은 전원책 변호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특히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조금은 권위를 내려놓고 아재개그를 던지는 모습 또한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썰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있었다. 때론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다른 의견도 경청해주는 유시민 작가가 있어 전원책 변호사의 이야기들도 조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권위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썰전>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원책 변호사가 과거의 이미지와는 달리 <썰전>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받기도 했던 이유다. 이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을 떠나 TV조선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향후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필요한’ 권위라고 받은 것이 ‘권위주의’로 흐르는 건 시간문제다.

날개 단 ‘썰전’, 여야 정치인들의 소통 창구 되나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시대가 열린 후 첫 방영된 JTBC <썰전>은 8.2%(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전 회차 시청률이 6.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썰전>에서 이번 대선을 두고 어떤 분석을 내놓을 지에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썰전(사진출처:JTBC)'

<썰전>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에 대해 내놓은 분석은, 탄핵정국의 이슈를 선점하고 정권교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캠프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반해 안철수나 홍준표는 열세로 시작했는데 전략적으로도 미스가 많았다고 전원책 변호사는 분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던 대목이었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결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야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야권을 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훨씬 길다”며 “경청을 중요시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부터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남다른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화나서 했던 말이 바로 4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했던 ‘이보세요’”라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래 했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30년 동안 본 적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최고로 화가 나서 도저히 감정이 억제가 안 될 때 쓴 표현이 바로 ‘이보세요’가 다인 분이다.” “과거 대통령에 비해 진지하게 경청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분”이라는 것.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대통령의 사적인 면면을 다루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의 이야기라면 대부분이 공적인 면들만 뉴스나 토론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지지 않던가. 하지만 <썰전>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도 있었고, 유시민 작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적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면면들이었다.

이건 <썰전>이라는 시사와 예능을 섞은 독특한 형식에서 가능한 것이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이제 정치를 바라보는 현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을 투영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과거 정치나 시사문제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여겼던 MBC <100분 토론>에 대한 현재 대중들의 무관심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건 물론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걸 빙자해 진짜를 보여주기보다는 형식적인 토론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토론 프로그램들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썰전>은 확실히 이 프로그램이 갖는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 것에 대해 각 당의 목소리를 전화로 연결해 듣는 코너가 마련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기 기꺼이 통화에 응해준 여야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썰전>에 대한 호감과 상찬을 드러내는 면은 더욱 놀라웠다. 여든 야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은 <썰전>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충분한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여기는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중요한 건 형식적인 담화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싸우더라도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내 대화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합의점이나 이해에 도달하는 것. 지난 탄핵정국부터 최근 대선까지를 거치며 <썰전>은 이미 그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썰전> 시대가 열렸다.

유시민 작가와 나영석 PD의 조합 그리고 +α에 거는 기대

사실 요즘 같아서는 유시민 작가만 섭외해도 기본 이상일 듯싶다.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가 아닌가. 아는 분야를 찾는 것보다 모르는 분야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박학다식함은 기본이고, 그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나 친절하다. 시사나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해도 그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현 시사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눈이 밝아지고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썰전>은 작년 말부터 불거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올해 박근혜 탄핵 인용까지 정치 시사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심지어 10%를 넘기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이슈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당면 사안들에 대해 서로 밀고 당기며 풍부하게 해준 분석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중심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시민 작가였다.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들어가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 집중되었다. JTBC가 새로 편성한 <차이나는 클라스>는 초반 4회를 유시민 작가로 시작해 4.2%의 높은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거뒀다. 이 정도면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나영석 PD와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 제목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그런데 이 <알쓸신잡>은 도대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일까. 많이 보도된 대로 ‘인문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유시민이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인문학의 어떤 분야든 모르는 것 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유시민이 아닌가. 

하지만 나영석 PD가 슬쩍 귀띔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는 유시민만이 아니라 알려진 대로 유희열도 출연하고 또 다른 인문학자들도 합류한다고 한다. 즉 유시민이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자들이 저마다의 지식들을 풀어놓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인문학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나영석 사단의 주 소재인 여행이다. 여행과 인문학의 조합. 우리는 이미 그 조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과거 <1박2일>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와 함께 했던 답사여행이 그것이다. 그 때 시청자들이 경험했던 건 지식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 때의 그 방식을 그대로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원톱 유시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과 함께 다른 인문학자들도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유홍준 교수와 떠나는 답사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유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느 곳을 가든 말 그대로 인문학적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풍성함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tvN이라는 오락 채널이 간간히 시도했지만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교양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지난 탄핵 정국에 tvN이 좀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건 오락 채널로서 그 시국을 담을 그릇들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이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tvN이라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교양 예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나오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보태는 건 섣부른 일이다. 또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섣부른 예측을 먼저 던져보는 이유는 나영석과 유시민이라는 그 조합만으로도 벌써부터 프로그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설레고 기대된다.

‘썰전’이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낸다는 건

“늘 <썰전>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썰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선생님의 주장과 유시민 작가의 대비된 견해는 한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분이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끌 대한민국은 바로 이 <썰전>처럼 서로간의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격렬하게 논쟁할 땐 논쟁하더라도 서로 인격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합니다.”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마지막으로 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심층토크를 위해 출연한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김구라는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유시민 작가는 “낯 뜨겁네요”라며 웃었고 김구라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부끄러 부끄러’라는 자막이 붙었다. 

사실 안희정 지사의 이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를 짧게 정리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지금 <썰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의 말대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때론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격렬하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논쟁하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대중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국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드잡이가 아니었던가. 국민을 대표해 서로 다른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볼썽사납게 물리력을 동원하고 패거리의 행태를 보일 때, 대중들이 혀를 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해 생기는 무관심조차 오히려 조장해왔던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런 무관심이야말로 저들끼리의 세상을 공고히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썰전>이 얼마나 시사나 정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안희정 지사가 말한 부분이다. 그렇게 혐오스럽고 보기 싫어 정치의 정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 정치를 다시금 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이 오가지만 그래도 그 좁은 삼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 그러면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는 또한 공감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그런 것들이 <썰전>이 해온 그 어떤 날카로운 분석보다 중요한 일들이다. 

<썰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현재 ‘정상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썰전>은 이 좋은 소식을 알리며 <무한도전>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표현했다. 유시민 작가는 “친구가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는 미나엄마가 보낸 팬레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쟁하더라도, 때론 의견 대립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일.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썰전>의 광경들은 그래서 안희정 지사의 말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만으로도 우리는 그간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졌던 정치를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미나엄마의 말처럼.

<썰전>, 비상식적 현실 유시민의 상식을 만나면

 

국정감사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끝나고도 대책회의도 안했다는 건 놀고먹었다는 거다.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유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부인했던 조윤선 장관의 청문회 이야기를 하면서다. 사실 유시민이 말한 대로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말이 납득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런 중차대한 문건이 나돌고 있다는데 문화부 장관이라는 직책에서 그 존재 자체를 몰랐다? 유시민은 그것이 놀고먹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촛불민심을 소크라테스에 비유해 논란을 낳은 서석구 변호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유시민 작가는 명쾌한 상식으로 맞섰다. 소크라테스의 비유는 직접 민주주의의 의사결정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경고하는 사례로 흔히 사용되는데, 이번 탄핵의 경우에는 이런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것. 탄핵에는 엄연히 헌법재판소의 심사가 있는데, 서석구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헌법재판관들이 군중심리에 좌지우지되는 사람들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은 법과 절차에 따라 법리적으로 심의할거다. 거기다 대고 이렇게 말하면 우리를 군중심리에 떠밀려 갈 사람으로 보는거야?’라며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추론이다.

 

또한 서석구 변호사가 거론한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퇴진곡을 만든) 윤민석이란 사람은 김일성 찬양 노래로 감옥 갔다 온 사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시민 작가는 사실관계를 재차 명확히 했다. “윤민석씨가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에 간 적 있지만 김일성 찬양 노래는 서석구 변호사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와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의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이런 저런 말들은 사실 대중들을 혼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나름의 그럴 듯한 논리들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중들을 미혹시키는 말들은 사실 한 발만 물러나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말 자체가 부적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유시민 작가가 그 말들이 가진 허점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상식을 들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건 그래서다. 엉뚱한 논리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면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관계 역시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유시민은 이를 명쾌하게 정리해냈다.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유시민은 한국을 뭘로 보는 거냐. 자기네가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끼리 협의 하면 온 국민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일본의 태도가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10억 엔을 내놨다는 건 저들이 잘못한 게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돈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과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

 

여기에 대해서는 전원책 변호사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합의란 걸 했다. 그런데 무슨 권리로 하냐. 박근혜 정부나 당시 서명한 윤병세 장관, 이병기 비서실장이 어떤 권리로 합의했는지 국회가 따져봐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가 당사자다. 이분들이 위임해준 적이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걸 했냐는 거다. 법률적으로 무효다.”라고 그는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이 한일 문제에 있어서 망각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그는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가면서 치렀던 학살을 잊을 수 있어서 한민족 공동체가 성립됐던 것처럼 망각 없이는 공동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전제는 진정한 사과라는 걸 명확히 했다.

 

유시민 작가가 갖가지 복잡해 보이는 시사적인 사안들을 갖고 와도 명쾌하게 그것들의 진상을 드러내주는 방식은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다. 지극히 보편타당한 상식과 논리가 그것이다. 바로 이 점은 아마도 대중들이 유시민 작가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게다. 좋은 세상이 대단한 어떤 것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며, 상식만 지켜도 보다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대중들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신년토론' 전원책 후폭풍 왜 생겨난 걸까

 

시청률 11.8%. 이 수치만 봐도 신년을 맞아 JTBC가 마련한 신년특집 대토론 2017년 한국 어디로 가나는 분명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 토론 자리에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을 앉힌 행보는 여러모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의미 있는 포석이었다고 보인다. 떠오르는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그들의 JTBC 토론 프로그램 출연은 다른 대선 주자들의 출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신년특집 대토론(사진출처:JTBC)'

하지만 시청률면에서도 또 향후 대선 정국을 앞두고 내놓은 좋은 포석의 기획면에서도 괜찮다 여겨졌던 이 특집 프로그램은 또한 방송 이후 꽤 큰 후폭풍을 낳았다. 그것은 전원책 변호사의 막무가내식 토론 태도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답답한 대중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예능으로 급부상한 <썰전>의 주역인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토론에 함께 참여한다는 소식은 그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지만 어째 방송에서 보여주는 전원책 변호사의 모습은 <썰전>의 그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거침없는 언변이야 <썰전> 그대로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의 말을 막거나 끊고 자기 할 말은 누가 뭐래도 끝까지 하는 모습은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조차 전 변호사님!”을 여러 차례 외치다 듣지도 않는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고, 유시민 작가는 역시 여러 번 <썰전>을 통해 전 변호사의 그런 모습에 익숙하다는 듯 능숙하게 진짜 보수는 잘 안 듣는구나, 그런 오해를 유발하게 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신년토론에서 전 변호사가 한 이야기들은 그 내용만으로는 문제될 것이 별로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날카롭게 이른바 대선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이 던져지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은 이런 내용들만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말에 담겨진 매너와 태도다. 시청자들은 전원책 변호사의 일방통행식 토론 태도를 보고는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썰전>의 시청자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이렇게 된 건 물론 전원책 변호사가 이번 신년토론에서 무언가 다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신년토론<썰전>이 방송 형식 자체가 다른데다, 생방송과 편집의 차이가 극명하게 다른 느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썰전>은 시사를 다루지만 그렇다고 형식 자체가 시사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능이라는 형식으로 시사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다소 과한 표현들이나 유머들도 모두 수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썰전>의 편집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져 나와 추가촬영이 계속 이어지자 전원책 변호사는 생방송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 김구라는 일언지하에 그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어느 정도 편집이 되어야 방송이 그나마 어떤 균형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김구라는 베테랑 방송인답게 알아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편집은 다소 부적절한 말들이나 너무 오래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모양새들을 잘라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막과 CG까지 사용해서 거기 앉아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단두대같은 발언으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에서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해주었지만 그런 발언이 아무런 편집과정 없이 그냥 내보내지면 그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썰전>은 이렇게 예능이라는 틀과 편집이라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신년토론은 그런 장치를 걷어내 버림으로써 그 민낯을 보여준 셈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전원책 변호사는 예전 MBC <100분토론>에 나왔을 때도 여전히 일방통행식의 토론 태도를 보였었다는 시청자들의 새삼스런 반응들이 나왔다.

 

신년토론은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썰전>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준 면이 있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예능적인 편집이 얼마나 토론자들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드러내줬다는 것이다(이러한 이미지 세탁 논란은 예전 강용석 변호사가 나왔을 때도 그런 지적들이 있었다). 항간에서는 그래도 전원책 변호사와 합을 맞춰가는 유시민 작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신년토론의 후폭풍을 경험한 시청자들로서는 <썰전>이 다시 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썰전>부터 <힙합의 민족>까지, <뉴스룸> 효과 톡톡

 

신년부터 JTBC는 승승장구다. <뉴스룸>은 종편역대최고 시청률인 11.3%(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그리고 이어진 특별기획 신년토론은 이보다 더 높은 11.8%를 기록했다. 이 날 <뉴스룸>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이 모인 것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 현지경찰에 체포되는 그 과정이 단독보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 체포 자체가 JTBC 기자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그간 잠적 도피 중인 정유라의 체포까지 가능하게 했다는 건 놀라운 기자정신의 발로가 아닐 수 없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어진 신년토론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무엇보다 조기에 치러질 것이 유력한 대선의 후보로 지목되는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자리인지라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썰전>의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함께 했고, 무엇보다 과거 <100분토론>을 이끌었던 손석희 앵커가 자리함으로써 그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의 막무가내식 토론 진행에 대한 잡음들이 생기긴 했지만, 이 기획 자체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중심에 <뉴스룸>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 <썰전>이 지원 사격하고 있었으며 그 구도는 과거 <100분토론>의 향수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러니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신년부터 승승장구한 JTBC의 핵심적인 진원지를 들여다보면 역시 <뉴스룸>이 있다. 작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준 <뉴스룸>은 언론이라면 그래야할 모습들로 시청자들의 무한한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 지상파 뉴스들을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 있어서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뉴스룸> 효과는 거기에만 머문 것이 아니다.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효과는 JTBC 프로그램들 전반에 미쳤다. <썰전>의 거침없는 시국에 대한 사이다 비판들이 나올 때마다 역시 JTBC라고 시청자들이 말했던 건 그 이면에 <뉴스룸>이 보여준 바람직한 언론의 자세가 그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던지는 이야기들은 속 시원한 시국에 대한 한 방이면서 동시에 복잡해 보이는 사안들을 쉽게 풀어내주는 역할도 보여줬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믿고 보는 <뉴스룸>의 지원사격을 톡톡히 받았다. <뉴스룸>에 이규연이 직접 출연해서 최순실 사태에 대한 심층 취재한 내용들을 인터뷰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인터뷰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효과는 뉴스 보도 프로그램을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드라마까지 영향을 미쳤다. <말하는 대로>는 본래 버스킹과 길거리 강연을 덧붙인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시국을 맞아 더 날선 풍자와 직설이 덧붙여진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힙합의 민족2>는 힙합 오디션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2016년을 주제로 한 미션에서는 현 시국에 대한 날선 가사들이 봇물을 이뤘다. <말하는 대로><힙합의 민족2>가 그런 면들을 드러낼 때마다 시청자들은 ‘JTBC니까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역시 지금 시국과 맞아 떨어져 원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로 해석한 면들이 주목을 끌었다. 한 학생의 죽음에 대해 그 진실을 밝히려는 아이들과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대결구도가 세월호 참사의 상황들을 환기시킨다는 것.

 

물론 JTBC 프로그램들의 이런 승승장구가 모두 <뉴스룸> 하나의 효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뉴스룸>이 만들어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그 노력에서 비롯된 방송사에 대한 지지가 다른 프로그램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스프로그램 하나의 힘은 이처럼 한 방송사의 위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지대하다는 걸 <뉴스룸>은 보여주고 있다

<썰전>, 유시민이 썰어 낸 담화문의 실체

 

JTBC <썰전>은 마치 논술시험 풀이 해제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문제는 청와대가 내놓았고 그 해체는 유시민이 했다.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의 내용이 워낙 애매모호하고 정교한 정치적 의도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의 표현과 그 이면에 담긴 진짜 내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치 배배 꼬아놓은 문제처럼 내놓은 담화문을 유시민은 명쾌하게 풀어냈다.

 

'썰전(사진출처:JTBC)'

통역을 전체를 하면 앞부분 절반 정도는 딱 요약하면 이거예요. 나는 애국자야. 그리고 나 결백해. 나 먹은 게 없어. 아래 것들이 다 먹었어. 그거 관리 못한 게 내 유일한 잘못이야. 이게 앞부분이고요. 뒷부분은요. 제가 통역을 하면 이렇게 되요. 내가 잘못 없는데 자꾸 시끄럽게 나가라고 그러니까 나 결심했어. 국회에서 합법적인 절차와 일정을 만들어주면 받아들일게. 하야는 없어. 가로열고 너네 합의 못할걸? 괄호 닫고. 맨 뒤에 하나 생략한 거는 내가 이렇게 나올 걸 몰랐지? 메롱.”

 

물론 이건 <썰전>이 취하고 있는 예능의 방식이다. 그래서 다소 표현이 거칠게 되어 있지만, 바로 그런 직설적인 표현들 덕분에 짐짓 교양의 폼을 잡고 있는 담화문의 뒷면에 숨겨져 있는 실체들이 보다 쉽게 풀이된다. 그것은 유시민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형식에 힘입어 대중들의 목소리로 해제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담화문의 골자를 그렇게 간단히 요약한 다음, 이 담화문에 담겨진 박근혜 대통령의 자의식, 법의식, 그리고 정치의식을 들여다본다. “앞부분을 보면 대통령의 자의식이 보이는데요, 이런 대목이에요. ‘정치 시작했을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거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직하게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밝힌 거예요. 지독한 나르시시즘이고요. 그리고 확신이에요. 나는 애국자라는 확신이요.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대통령 자신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로 담화문에 담겨진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유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법의식을 들여다본다.

이 얘기는 우리 법은 국가보안법만 제외하고는 모든 형법이 행위를 처벌하는 거에요. 생각과 의도를 처벌하는 게 아니고. 범죄의 의도가 없어도 범죄의 행위를 저지르면 처벌받는 거에요.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이 일이 법에 어긋 나냐 안 어긋 나냐를 생각하는 게 아니고 내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만을 눈여겨보는 거예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의식이 없었다고 봐요.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지, 고의 또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으리라고 봐요. 이 일을 할 때. 그리고 본인은 확신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억울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무지무지 억울해요 지금. 이거는 되게 무지한 거거든요. 사실은. 법에 대해 인간에 대해서 무지한 거예요.”

 

그리고 이번 담화문의 가장 논란이 큰 정치에 대한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을 통역한다. “제 대통령직 임기단축. 사임이 아니에요.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 퇴진문제가 아니고 진퇴문제에요. 나아갈 진 물러날 퇴. 이거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렇게 표현되어 있어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요 자꾸 사람들이. 임기단축이란 표현을 쓴 거는 하야할 뜻이 없다는 의미에요. 두 번째로 퇴진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진퇴를 쓴 거는 그냥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제가 해석하기에는. 그리고 자기가 물러나는 것이 아니고 정권을 이양하는 거예요. 내가 하야하고 탄핵 당해서 쫓겨나는 게 아니고 내가 정권을 이양하는 거예요.”

 

말과 말의 부딪침은 마치 무사들이 휘두르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정교하다. 이번 담화문에 대해서 전원책 변호사는 듣자마자 똑똑한 사람들이 붙었구나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담화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만들어낸 후폭풍은 컸다. 하지만 그것을 조목조목 썰어서 풀이하고 통역해내는 유시민은 그들을 똑똑한 바보들이라고 지칭했다. 그것은 이번 사안이 정치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을 스톱시키는 건 이 카드로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을 스톱시킬 수는 없어요.”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을 풀어낸 유시민의 통역은 <썰전>이라는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소 예능적인 표현으로서의 썰전이지만 그건 아마도 권력자의 말 한 마디는 무기 같은 것이라는 전제가 담긴 의미가 깔려 있다. 그 칼날에 유시민의 통역이 맞서고 있는 듯한 장면들. <썰전>이 그 진가를 발휘 하는 순간이다. 유시민은 이렇게 조각조각 썰어 담화문의 실체를 드러내놓고 국민적 분노의 에너지가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압력솥이에요. 정치적으로 볼 때 압력솥이라서 밑에서 계속 김이 올라와요. 뚜껑을 어딘가에 따야 이게 빠질 거 아니에요? 아니면 폭발하니까. 빠질 수 있는 데가 대통령의 자진 하야. 이것도 하나의 통로고. 또 하나는 국회의 탄핵. 이것도 제도를 통해서 김을 배출시키는 거란 말이에요. 이 에너지를. 근데 이 두 개가 다 안 되고 구멍이 다 막히게 되면. 에너지가 식어버리면 모르겠는데 김이 계속해서 올라오게 되면 그 솥은 어떻게 될 거냐? 이 점이 저는 불안하게 느낍니다.” 

<썰전>은 풍자도 격이 다르다

 

최순실씨가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게 간섭 안한 곳이 없어요. 되게 바빴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었어. 여기저기 먹어야 되지, 간섭해야지 인사도 해야 되지. 그리고 원수도 갚아야지. 연설문도 고쳐야 되지. 천도제도 지내야 되지.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했나 몰라. 딸 말도 태워야지.” “아 그리고 무당 찾아가서 굿도 해야지.”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최순실이 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유시민이 해도 해도 너무했다며 그 사안들을 줄줄이 늘어놓자 전원책 변호사도 한 마디씩 끼워 넣으며 빠진 걸 채워 넣어준다. 사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것. 하지만 뉴스로 이런 사안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부인을 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마치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유시민과 전원책은 시원스런 이야기를 던져준다. <썰전>의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는 그래서 일종에 국민의 대변인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사안들은 <뉴스룸>을 통해 공식적인 보도의 형태로 방영된 것들이다. 하지만 그 공식 보도에 빠져 있는 한 조각은 그걸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이다. <썰전>이 이번 사태에 즈음해 그 존재의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낸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 그 답답한 속을 대신해 낱낱이 풀어보겠다는 것.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이 100만 명이 아니라 26만 명이라고 발표한 경찰청의 집계에 대해서 바로 그 경찰청의 기준을 들어 계산을 하나하나 해보고 왔다 간 시민까지 계산하면 100만 명이 맞다고 굳이 꼼꼼히 따지는 건 그것이 바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 계산 방식을 상세히 설명한 후 경찰청에서 자기 기준에 따라 제대로 했는지 구글맵이랑 항공사진 가지고 잘 판독해 보라고!” 일갈했다. 거기에 전원책은 이번 주에는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까지 포함해 비가 오거나 영하 5도가 되지 않는 한 100만 명이 또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처방 논란이 불거진 김영재 의원과 차움 병원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유시민은 논리적인 접근으로 왜 국민이 그런 의심을 하게 됐는가를 분석해주었다. 프로포폴투약에서 전부 사용되지 않고 반납되어야 할 약물이 빼돌려지는 일이 잦았고 이 두 병원이 특히 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련해서 문제가 많은 병원이었다는 걸 알려준 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실은 관계가 없는 거여야 되는데. 항간의 의혹이에요. 최순실씨 일가가 출입을 자주 했던 병원이고, 대통령이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게 아니냐는 억측, 추측, 소문들이 번져 있는 거예요.”

 

<썰전>의 이야기들이 뉴스와는 다른 시원시원함을 담고 있는 건 사안에 대한 이야기에서 마치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풍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차은택 두 사람은 학력을 포장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드는 회사 이름마다 이름의 해석이 안 되는 ‘The Playground communications’ 이거 뭘 의미하는 겁니까? 운동장에서 통신하자는 겁니까?” 전원책이 이렇게 쓴 소리를 던지자 유시민이 슬쩍 한 마디를 덧붙인다. “측근들의 놀이터. 그게 청와대를 의미하는 거예요.” 그러자 전원책이 아 그게 그런 깊은 뜻이!”라며 갑자기 개그계의 김병조 선생님의 유행어로 자신의 심경을 얘기한다. “나가 놀아라앙- 정말 그러고 싶어.”

 

전원책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장관해줘요 하면 장관해주고, 청와대 교문수석 해줘요 하면 교문수석 해주고, KT 임원 해줘요 하면 임원 해주고, 대사 해줘요 하면 대사 시켜주고...” 그러면서 자신이 몸통이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데 할 얘기는 해야겠다며 말한다.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오면 이 전체 게이트는 박근혜 게이트고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내일 내가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이 말을 해야 되요.”

 

새누리당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역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감정을 두 사람은 풍자로 풀어냈다. “누런 황태나 버쩍 마른 북어나 퍼등퍼등 살아있는 생태나 명태인 것은 똑같습니다. 그 인간들이 그 인간들이라는 얘기에요.”라고 전원책 변호사가 일갈하자, 유시민은 그래도 생태와 코다리는 맛이 좀 다르기는 하죠.”라고 말했고 그러면서 어느 걸 더 좋아하냐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썰전>의 풍자는 웃지 못할 현 시국에 사이다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국민들의 마음은 지난 광화문 집회의 1백만 촛불로 전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부인하고 심지어 그 순수한 촛불의 마음을 왜곡시키는 발언들까지 나오는 시대착오를 보며 국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혹자들은 지금의 시국을 우울증에 걸린 듯한 나날이라고 표현한다. 만일 지금 같은 고구마 시국에 <썰전> 같은 사이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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