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보다 멋진 김남주의 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역대급 충격엔딩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새드엔딩을 담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마지막 회에 이렇게 많은 반전과 파국으로 그 결말을 낸 드라마가 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그 마무리가 엉뚱하게 끝나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걸까.

드라마 내내 케빈 리(고준)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고혜란(김남주)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사실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가가 그리려는 <미스티>라는 드라마의 방향과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 방향이 엇나가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안개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고혜란이 끝내 버텨내며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는 행복한 결말을 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결론은 어떤 식으로도 고혜란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없게 했다. 그건 결국 고혜란이라는 인물로 인해 만들어진 비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고혜란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강태욱과 하명우(임태경) 두 남자를 모두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청자들은 그래도 고혜란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 했다. 그를 둘러싼 비극들이 존재했지만 그것이 고혜란이 성공하기 위해 달려온 잘못된 삶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 아니고, 그저 커리어우먼으로서 일터에서도 또 가정에서도 쉽지 않은 삶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미스티>는 그 충격적인 새드엔딩을 통해 고혜란의 성공을 위한 질주가 결국 이 모든 파국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하명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성취를 위한 선택들을 해온 것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서는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와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이 일제히 “그래서 행복하니?”라고 묻는다. 고혜란은 행복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강태욱은 살인을 저질렀고, 자수하러 가지만 하명우가 먼저 자수를 해버리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써버리자 안개 낀 도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고혜란으로 인해 세 남자의 인생이 끝을 맺었다. 한 사람은 살해됐고 다른 한 사람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시 들어갔으며 다른 한 사람은 자살을 선택했다.

면회를 온 서은주에게 하명우는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고혜란이 아니라 서은주로부터였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하명우가 고혜란이 찾아갔다는 금은방 아저씨에게 달려가 살인을 저지른 그 시발점이 서은주가 그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는 것. 하지만 하명우는 그것이 서은주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선택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 결국 우리의 삶은 안개 속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하명우는 말하고 있었다.

<미스티>가 하려 했던 이야기는 욕망의 질주가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안개 속이라는 것이었다. 그 주제의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좀 더 주체적인 선택으로 힘겨운 현실과 부딪쳐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찾아가는 한 당찬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런 ‘욕망의 질주’가 결국은 파국을 낳는다는 결말은 자칫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모든 걸 파괴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고혜란이라는 진화된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에 이르러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충격과 반전은 역대급이지만, 그것이 신선한 결말이 아닌 그저 충격으로만 남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고혜란 같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멋진 여성상을 세워두고 끝내 주저앉힌 듯한 느낌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사진:JTBC)

‘미스티’, 만일 김남주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째서 우리는

과연 강태욱(지진희)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일까.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강태욱이 케빈 리의 차를 뒤쫓아 가다가 신호위반으로 교통카메라에 찍혀 날아온 고지서를 우연히 발견한 고혜란(김남주)는 놀라워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강태욱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그 눈물은 어쩌면 당일 케빈 리와 고혜란이 함께 있는 장면을 남편 강태욱이 봤으면서도 눈감아주려 했었기 때문에 흘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진 것을 그가 봤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정황들은 강태욱이 케빈 리를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건 하명우(임태경)가 강태욱에게 한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명우는 강태욱이 고혜란을 사랑하는 건 알겠지만 보호해줄 수 있는 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건 하명우가 강태욱에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 역시 고혜란과 얽힌 어떤 사건 때문에 살인죄로 감방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마치 하명우와 강태욱은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게다가 강태욱이 드라마 초반 그처럼 고혜란에게 냉담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가 갑자기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인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건 케빈 리가 나타나면서 생긴 질투로 인해 촉발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됨으로써 고혜란을 변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건 물론 가정이지만, 형사가 의심하고 서은주(전혜진)가 거의 확신하는 범인이 고혜란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즉 고혜란은 커리어우먼으로서 버텨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사력을 다해 고군분투한 것이고, 그래서 다소 술수를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실 보도’라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뿐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성공해 어떤 위치에 올라가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시아버지의 끝없는 욕망이 더해져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 안간힘을 쓴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현실의 압박을 깨치고 나오는 통쾌한 인물로 받아들이면서도 어떤 악녀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가 법 정의까지 무너뜨리고 언론을 탄압하는 세력과 맞서 싸울 때 어떤 통쾌함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가 성공하기 위해 남편의 사랑보다 일을 더 우선시 하는 모습이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심지어 그가 진범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걸까. 혹 거기에는 여성들이 가정이 아닌 일을 선택하고, 사회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남성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들을 드러내는 것에, 심지어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시도되었다고 해도 지지해왔던 것과 어쩌면 이렇게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었던 걸까. 고혜란이 진범이든 아니든 이 커리어우먼이 보여주는 욕망의 질주를 어딘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그 비뚤어진 시선이 어쩌면 <미스티>가 궁극적으로 꼬집으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은 아니었을까.(사진:JTBC)

‘마더’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탄생시킨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tvN 수목드라마 <마더>의 수진(이보영)은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한 번도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수진이었다. 그러던 수진은 결국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진짜 엄마가.

결국 진짜 모녀지간이 된 수진에게 윤복(허율)은 묻는다. “엄마 나 처음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수진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난 나 같은 애가 또 있네 그렇게 생각했어.” 즉 수진이 윤복을 데리고 멀리 도망치려 했던 건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려 윤복은 수진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애들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긴 여정의 마지막 장면에 들어간 이 대사는 <마더>가 하려던 이야기가 그저 아동학대를 받는 한 아이를 구원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그건 아이를 구해내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세상을 구해내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그 많은 상처를 겪어내면서 주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는가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수진이 말하듯 윤복을 통해 엄마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건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일이었다. 

수진의 엄마 영신(이혜영)은 진짜 엄마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줄 때”라고. 하지만 그건 모성애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게 되는 건 엄마가 태어나듯이 타자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인간애를 드러낼 때가 아닌가.

<마더>라는 드라마가 놀라운 건, 마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엄마의 사랑이 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는 걸 얘기하려 했다는 점이다. 아이를 두려워하던 수진은 윤복을 만나(그건 어쩌면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엄마로서의(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니 아이는 ‘키워줘야 될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부모를 ‘탄생시키는 존재’가 된다. 그건 다름 아닌 세상이 살만한 건 사람들이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존재로서 아이가 거기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더>에서 윤복은 수진을 구원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구원해내는 존재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어떤 숭고한 종교적인 느낌 같은 걸 갖게 되는 건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있어 우리는 울고 웃었다. 수진은 이 아이를 통해 부정했던 자신의 구원을 얻었고, 먼저 간 영신은 큰 위로를 받았으며, 뒤늦게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자신들이 분명한 영신의 딸이라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수진의 친모인 홍희의 과거 아이에게 잠금줄을 맸을 때 갇혀졌던 삶 역시 윤복이 열어준 열쇠로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다. 

그룹 홈에서 윤복을 돌봐주고 그 아픈 상처를 끝까지 보듬어주려 했던 그룹홈 엄마(오지혜)는 끝내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윤복을 수진에게 돌려보내는 그 순간에 엄마로 태어난다. 무엇이 윤복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되고 결국 보내주는 마음은 저 영신이 말했듯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간 아이는 다가와 그룹홈 엄마에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엄마.”

도대체 우리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었을까. 육아의 현실은 물론 힘겨운 일이고 그래서 그만한 제도적 마련이 절실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라는 존재마저 ‘키워내야만 하는 버거운 짐’처럼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마더>는 그런 점에서 아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가 있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축복받고 있는가를. 세상에 많은 엄마들을, 또 진정한 인간애를 태어나게 하는 존재로서.(사진:tvN)

‘마더’ 이혜영이 그려낸 진정한 엄마, 배우의 초상

어째서 이혜영이 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할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영신(이혜영)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떠났다. 스스로 얘기했듯 엄마란 낯선 작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이라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듯 살아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누가 진정한 엄마인가라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마더>에서 영신이 보여준 면면들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는 보육원에 버려진 수진(이보영)을 거둬 자신의 딸로 평생을 돌봤다.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그래서 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그 상처 때문에 수진은 영신으로부터 계속 도망치곤 했지만, 그 때마다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영신이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그를 기다려줬기 때문이었다. 

수진이 윤복(허율)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영신은 자신과 가족들에게 커다란 위험이 되는 걸 감수하면서 수진을 끝까지 보듬었다. 그는 윤복을 낳은 자영은 엄마가 아니며 진짜 엄마는 수진이었다는 걸 증언했다. 수진이 윤복을 자신이라고 느꼈듯, 영신은 수진을 또한 자신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수진의 동생들인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영신이 낳은 딸들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그들 모두 영신이 자신의 진정한 엄마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영신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나 넘쳐났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혈연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영신만큼 명쾌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있을까.

진정한 엄마가 어떤 존재인가를 드러내는 장면은 마치 솔로몬의 선택의 진짜 엄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영신과 수진의 친모 홍희(남기애)가 만나는 대목에서였다. 영신은 자신이 죽으면 수진의 엄마가 되 달라고 부탁했고, 홍희는 그걸 차마 수락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영신이 자신이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수진이 낳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홍희는 그래도 진정한 엄마는 당신이라는 듯 수진의 배냇저고리와 아기 때 사진을 영신에게 주었다. 서로 자기 자식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애틋하게 수진을 생각해왔을 서로를 알고 있기에 상대방의 자식이라는 걸 말하는 두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엄마들이었다. 

이혜영이 연기한 영신이라는 인물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지닌 존재였다. 물론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예사롭지 않은 대사들이 만나 만들어낸 힘이 분명하지만, 다름 아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아우라가 가능했을까 싶다. 그는 품위와 위엄과 우아함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엄마로서의 절절한 마음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쉽지 않은 이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영신이 극중에서 연기자라는 사실은 이혜영에게는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왔던 면이 있다. 과거 윤복의 존재를 알고 그를 떠나보내기 위해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 했을 때, 그가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거울 앞에서 분장을 하는 모습이 그랬고, 마지막 떠나는 순간 윤복이 읽어주는 <우리읍내>의 에밀리 대사를 속으로 읊조리는 모습이 그랬다.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하고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내 “엄마”라고 외쳤던 누군가의 엄마였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그 모습.

<마더>는 대본과 연출 같은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이를 연기해낸 배우들, 이보영, 이혜영, 남기애, 허율 같은 배우들의 놀라운 몰입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그 중에서도 엄마이면서 배우로서의 멋진 초상을 만들어준 이혜영의 아우라 넘치는 연기는 작품 전체를 그 따뜻함과 품위로 품어주었다고 보인다.(사진:tvN)

‘미스티’, 김남주 주변인물 모두가 용의자라는 건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방송국 앵커 고혜란(김남주)이 경찰서에서 차량 사고로 죽은 케빈 리(고준)에 대한 조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죽은 케빈 리의 차 안에서 그의 브로치가 발견됐기 때문. 그래서 이야기는 고혜란이 지금 현재 방송국에서 ‘뉴스9’ 앵커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한지원(진기주) 기자와의 경쟁과, 이를 이용해 시청률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방송사가 방송 섭외 1순위가 된 케빈 리를 인터뷰하려 하면서 고혜란이 그와 다시 엮이게 된 사연, 그리고 그가 과거 고혜란이 버린 남자라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고혜란과 남편 강태욱(지진희)이 사실상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과, 케빈 리가 결혼한 서은주(전혜진)가 과거 고혜란과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케빈 리의 죽음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남편까지 이용하는 고혜란의 욕망의 질주와, 과거 버려졌던 상처로 복수의 일념으로 최고의 프로골퍼가 되어 돌아온 케빈 리가 그 욕망의 질주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 사이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일 그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살인이라면 그 살인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혜란은 스스로 자신의 무고를 남편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그의 그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그의 남편 강태욱은 고혜란과 이혼까지 결심한 인물이지만 어딘지 여전히 그에 대한 애증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은근히 고혜란의 성공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동시에 케빈 리가 은연중에 암시하는 고혜란과의 관계에 분노한다. 이런 점이 어쩌면 케빈 리의 죽음에 그가 관여되었을 수도 있다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그렇지만 용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사실상 고혜란과 케빈 리 사이에 얽혀 있는 모든 인물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케빈 리의 아내인 서은주는 성공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있다. 그래서 케빈 리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편은 아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실제로 아이를 갖게 된 서은주는 고혜란 앞에서 묘한 열등감을 느끼고 한지원과 또 고혜란과도 남편이 관계를 맺고 있고 맺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가 케빈 리의 살해 용의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드는 이유다. 

한지원은 고혜란과의 앵커직을 두고 벌어진 대결에서 무참히 무너져버린 인물이다. 그래서 케빈 리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 또한 어떤 면에서는 고혜란과의 또 다른 대결로서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한지원은 직접적인 케빈 리 살해 용의자라기보다는 이런 일들을 조장해내 고혜란을 곤경에 빠뜨리는 걸 더 목적으로 했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심이 가는 또 한 명의 인물은 감옥에서 출소일이 임박하면 사고를 쳐서 형량을 늘려가는 미스터리한 수감자 하명우(임태경)다. 그는 아직까지 고혜란과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과거 고혜란에게 자신은 감옥에 있을 테니 너는 앞만 보고 나아가라고 말했던 인물이다. 만일 고혜란의 앞길에 어떤 장애물이 생겼다면 그걸 제거해줄 수 있는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역시 케빈 리의 죽음과 연관된 뉘앙스를 주는 이유다. 

결국 <미스티>는 케빈 리라는 한 프로골퍼의 죽음과 고혜란이 살해용의자로 지목되는 가운데,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저마다 가진 욕망들이 드러나는 드라마다. 겉으로는 ‘격정멜로’라는 장르적 틀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살인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의 충돌을 다루고 있는 것. 

어쩌면 우리가 흔히 신문 사회면에서 발견하는 살인사건들은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욕망과 좌절, 분노 같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 게다. <미스티>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의 폭주와 그의 걸림돌로 등장한 케빈 리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현대인들이 갖는 욕망을 해부한다. 살인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의 욕망들이 어떻게 부딪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욕망들의 부딪침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을 말해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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