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판타지보단 아픈 현실 공감...드라마가 달라졌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의 화려한 삶에서 1년 실형을 받고 감방생활을 하게 된 제혁(박해수)은 참고 참았던 속내를 털어냅니다. “세상에 나만큼 인생이 꼬인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제혁이 지내는 감방생활을 다루죠. 거기에 드라마가 전가의 보도처럼 다루던 판타지 따위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은 보통 이하의 삶에 처해있기 때문에 굉장한 욕망을 판타지로 갖지 않습니다. 그저 좀 더 따끈한 물에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사실은 재벌가의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 이야기를 듣고 덜컥 그 집으로 들어간 지안(신혜선)은 그게 지옥의 시작이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재벌가의 화려한 삶은 고사하고 실은 그것이 동생 지수(서은수)의 자리였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양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죠. 보통의 드라마, 그것도 주말극에서 ‘출생의 비밀’이라면 당연히 따라붙는 ‘신데렐라’ 이야기 따위가 이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는 없습니다. 지안은 이 지옥과 추락을 겪으며 자기 앞에 놓인 목재를 다듬고 가구를 만드는 일에서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느낍니다. 가족의 포근함? 삶이 수저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가족은 순간 지옥이 되어버립니다.

의사 남편에 그럭저럭 잘 살아왔던 삶이었습니다. 치매를 앓아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 시어머니와 망나니 동생이라도 지지고 볶으며 살아주는 올케가 있어 그런대로 버텨낼 수 있는 삶이었죠. 그래서 이제는 남편의 은퇴에 맞춰 시골에 내려가 살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말기암이랍니다.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하필이면 지금 왜 리메이크된 것일까요. 그것은 헛된 판타지보다는 아픈 현실을 공감해내려는 시대적 정서가 바탕에 깔린 선택은 아니었을까요.

JTBC 새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드라마는 붕괴된 건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이 서로 만나 그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며 상처를 이겨내고 해결해가는 이야기죠. 거기에 막연한 판타지 같은 것들이 들어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랑도 그래서 대단한 삶의 욕망을 건드리는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도 벅찬 그들에게는 그래서 ‘그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일조차 엄청난 사건이니 말이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 다수가 ‘성장 곡선’을 그리는 막연한 판타지가 아닌 한껏 추락한 삶이 보통을 추구하는 현실 공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기획은 훨씬 전에 이뤄진 작품들이겠지만 이미 그 때부터 우리가 갖고 있는 현실정서는 그리 녹록치 않았던 게 틀림없죠. 그저 열심히 살아도 점점 추락하는 삶, 제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삶, 그러다 한 순간 아픈 병이 닥치고 사고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는 삶. 그것이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라는 인식이 이들 드라마 속에는 무의식적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헛된 환상의 이야기에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합니다.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저편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대신 망가진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를 버텨내고 보듬고 위로하고 그저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다루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몇 편이 드러내는 이 같은 현실 정서는 그래서 못내 아픕니다. 우리는 성장을 꿈꾸는 게 아니라 ‘정상화’ 혹은 ‘그저 보통’을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과연 이 추락하는 삶에도 날개는 있을까요.(사진:tvN)

김장겸 사장 해임, MBC 정상화에 남은 숙제들

결국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 9월부터 70일 넘게 이어져온 노조의 파업은 이제 정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번 해임안을 통해 겨우 MBC 정상화의 실마리가 보이게 됐지만, 이건 지난 70일 간의 파업만을 통해 얻은 성과는 아니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 이후부터 지금껏 너무 오래도록 시청자들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만큼 이를 되돌리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 해임됐다고 해도 그와 수족처럼 함께 해온 MBC의 경영진들이 그 자리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 이상 MBC의 정상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방송 장악을 시도했거나 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처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엇나갔던 그 길을 되돌리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MBC가 예전의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뉴스, 시사, 교양 부문을 자율성을 다시금 확보해야 한다. 알다시피 시청자들은 과거 <피디수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같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한때 국민의 귀와 입이었던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힘에 의해 핍박받으며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MBC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뉴스데스크>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력 구성에 있어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그 자리를 지키려 애썼던 이들이 모두 방출되어 있는 현재, 남은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뉴스 보도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힘이 바로 이 신뢰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에 대한 개혁 없이는 <뉴스데스크>의 복원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MBC는 과거 ‘MBC스페셜’이나 ‘눈물 시리즈 다큐’처럼 교양 부문에 있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던 방송사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이후에 아예 교양국 자체가 와해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런 과거의 MBC 교양이 갖던 존재감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 때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이들은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좋은 프로그램이 좋은 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라진 교양국을 어떻게 다시 부활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그래서 MBC가 가진 또 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MBC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주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외주제작사들마저 외면하는 방송사가 되어버린 건 이 역시 파행적인 간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막장드라마화한 주말드라마만이 겨우 남게 된 MBC 드라마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이런 권위적인 구조를 깨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예능은 <무한도전>이 상징적으로나마 MBC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능 분야에도 지난 10년 간 꽤 많은 인재들이 방송사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늘 참신하고 새로웠던 MBC 예능 특유의 도전적인 분위기가 다시금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간 위축된 제작진들의 사기를 다시금 진작시킬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겸 사장의 해임으로 이제 겨우 MBC는 정상화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무려 10년 간의 엇나감이다. 그걸 되돌리는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보여준다면 의외로 빨리 시청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사진:MBC)

잠시 떠나는 건 아쉽지만... 정상화된 방송으로 돌아오길

사실 엄밀히 말해 배철수도 정은아도 방송국 소속이 아니다. 두 사람은 각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방송인이고 가수이고 아나운서다. 그러니 현재 KBS와 MBC의 노조가 결정한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흠이 될 일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생업일 수도 있으니.

'배철수의 음악캠프(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들은 각각 라디오 방송 진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배철수가 진행하는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정은아가 진행하는 KBS <함께 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는 당분간 멈춰서게 됐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음악방송으로 대체되고, <함께 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는 오영실 아나운서로 MC가 교체됐다. 

이들이 프리랜서이면서도 이처럼 총파업에 동참하게 된 건 동료와 후배들을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은아는 “후배들이 결의를 해서 그렇게 하는 상황에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힘내시고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의 행보에 힘을 얹어주었다. 

배철수는 중단 선언 마지막 방송에서 엔딩 곡으로 브라질 작곡가 유미르 데오다토의 연주곡 ‘아베 마리아’를 선곡하고 “종교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간절히 바란다. 청취자들을 빨리 만날 수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2012년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파업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참여하지 않고 정상 방송을 내보내 아쉬운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에는 MBC 라디오 PD 40명은 물론이고 작가 70명도 참여해 성명서를 냈다. 그 명단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인 배순탁, 김경옥도 들어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진행자, 출연자 섭외 등 제작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며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자율성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물론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프로그램의 위상이나 특성상 이런 부당함에 대한 체감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배철수가 이 파업에 동참하게 된 건 동료와 후배들이 겪는 힘겨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열렬히 프로그램을 청취하던 팬들로서는 배철수나 정은아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 있고, 그만큼 아쉬움도 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잠시 방송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지지’를 표하고 있다. 방송사가 정상화되어 돌아오는 날까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 

때론 ‘빈자리’가 더 많은 이야기와 울림을 남긴다. 늘 우리 옆에 있던 목소리의 소중함은 그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더 큰 잔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대로 할 수 없는 방송 앞에서 이들이 선택한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배철수는 “다시 만나도 좋은 방송, MBC 문화방송.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한때는 MBC 시그널 송으로 귀에 콕 박혀 있는 그 문구가 어쩌다 무색해진 작금의 방송사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배철수의 기원대로 이번 기회에 방송사가 예전 ‘만나면 좋은 친구’로 되돌아올 수 있기를.

입대하는 황광희, 빈자리 꽉 채워준 양세형

이제는 양세형의 존재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사실 양세형은 아직까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라고 소개된 적이 없다. 그저 언젠가부터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무한도전>에 서 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양세형은 어느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은 광희의 군 입대 소식과 함께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는 양세형이 존재한다는 건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양세형이 없는 상황에서 광희마저 군 입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다섯 명 체재로도 쉽지 않은 <무한도전>은 네 명 체재로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이러한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세형을 차근차근 <무한도전>의 한 자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 적응과정들을 겪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은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은 물론이고 양세형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 프로그램과 늘 함께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광희가 ‘식스맨 특집’이라는 아예 내놓고 하는 검증시스템을 거쳐 <무한도전> 멤버로 들어왔다면, 양세형은 그런 거창한 특집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그램에 실전 투입해 겪는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양세형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하와도 약간 겹치는 면이 있지만 양세형이 다른 점은 ‘전문 패널’이라는 별칭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리액션과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제법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어린이 같은 캐릭터는 그 진지함마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는 <무한도전>에서도 그렇지만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 누구보다 재밌는 리액션과 패널 같은 맛 설명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게임이나 대결에 들어갔을 때 양세형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건 유치할 정도로 상대방을 놀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이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와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나마나 대결’ 특집에서 양세형이 특히 도드라졌던 건 그래서다. 

그는 끊임없이 뭐든 잘 한다는 식의 허세를 드러내며 상대방 팀을 약올렸지만 유재석과 함께 연거푸 게임에서 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양세형의 ‘도발’이 꽤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철인3종경기 대결에서 양세형은 수영 종목에서 말도 안되는 접영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었고 끝까지 아슬아슬한 대결 속에서 광희가 마라톤 주자로 나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입대하는 광희를 향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광희와 양세형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보는 듯한 그 광경은 마치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빈자리 없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광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떠나는 그 빈자리를 양세형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돌아온 ‘무도’, 어째서 소소하게 시작했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 만에 돌아왔다. 11년간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오던 걸 잠시 멈추고 이른바 ‘정상화’의 시간을 가진 것. 보통 이런 휴지기를 갖고 돌아오면 무언가 대단한 걸 시도할 걸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선택은 의외였다. 박명수가 슬금슬금 한 PC방으로 들어오고 다른 MC들도 하나씩 모여 들더니 익숙지 않은 PC방에서의 한 바탕 떠들썩한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 만에 돌아왔다기보다는 바로 지난 주에 했던 걸 이어서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 무한 게임으로 이어진 이른바 ‘대결 하나마나’ 특집은 그 7주 간의 정상화 기간에 방영됐던 ‘레전드 특집’에서 그들이 그 휴지기 동안 함께 모여 게임을 하곤 했었다는 그 사실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PC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별 대단한 미션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게임 한두 판을 하는 것임에도 <무한도전>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PC방의 게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회원가입 하나 하는 것에도 열을 올리는 장면이 그렇고, 게임에 돌입해서는 차츰 몰입해가는 모습들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예열을 하는 듯 그렇게 서서히 달궈진(?) <무한도전>의 분위기는 오락실 게임으로 이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며 양세형의 ‘아도겐 공격’에 굴욕을 당하는 유재석과 하하의 모습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편을 나눠 본격 팀 대결로 벌어진 인형 뽑기에서 의외로 박명수가 맹활약을 하는 모습 역시 <무한도전> 특유의 소소한 대결에 열폭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양세형이었다. 다른 MC들에 비해 게임에 능숙한 그는 끝없는 깐족거림으로 다른 이들을 자극했고 그것이 무한 대결에 불을 붙였던 것.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연전연패하는 모습으로 박명수는 의외의 실력으로 연전연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다. 

한 번이라도 이기려는 유재석은 볼링장에서 초반 승기를 잡은 듯 했으나 갑자기 스페어 처리를 척척 해내기 시작한 박명수에 의해 덜미가 잡혔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이어진 부르마블 게임에서도 초반 잘 나가던 유재석 팀은 결국 후반에 상대편 함정에 계속 빠지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패배의 벌로 발 싸대기를 맞은 유재석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며 계속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이렇게 소소했던 시작이 향후 얼마나 일을 크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다. 

사실 새로 돌아왔다면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주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전혀 그런 무리수를 쓰지 않았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소소하게 시작했고 그래서 전혀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소소한 아이템마저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7주 만에 돌아와 슬슬 해도 빵빵 터지는 ‘대결 하나마나’ 특집. 이것이 <무한도전>의 11년의 공력이 담겨진 저력이 아닐까. 정상화된 <무한도전>이 돌아왔다.

‘무도’, 3주 만의 재방송인데도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겨우 3주가 흘렀을 뿐이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남긴 빈자리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3주 만에 그것도 과거에 방영했던 내용 중 재밌었던 부분을 다시 편집해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반가움은 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레전드편으로 꾸며진 재편집본 자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을 분량들이었다. 첫 번째 시간으로 보여준 ‘캐릭터 쇼’ 베스트에서는 훨씬 젊었던 시절의 박명수와 유재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났지만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길, 노홍철, 정형돈의 모습이 등장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공동4위로 올랐던 ‘정총무가 쏜다’편에서는 편의점에서 출연자들이 산 물건을 정준하가 계산할 때 노홍철이 귀신 같이 한 구석에 놓여진 빈 병을 발견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계산이 틀려야 정준하가 돈을 내기 때문에 노홍철의 이런 모습은 역시 브레인이자 사기꾼 캐릭터로서 맹활약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위에 오른 ‘무한상사’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드래곤이 과할 정도로 멋진 의상을 입고 출근하자, 정형돈이 데리고 가서 특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촌스러운 의상으로 그를 갈아입히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패션 스타일과 자신감으로 평범 이하의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던 정형돈의 면면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결국 ‘캐릭터 쇼’ 베스트 1위는 캐릭터 제조기라고 불리는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명수는 12살’ 특집에서 박명수는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옛 놀이를 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게 되는 쓸쓸함을 보여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방송분에서 오징어(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렸던) 놀이를 하는 중 ‘만근추(몸을 무겁게 해서 누가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무공)’를 흉내 내는 길이 정준하에게 한 방에 밀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방영됐다.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방송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간 3주 간의 공백기에 있었던 출연자들의 근황토크를 앞부분에 넣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방 재배치’를 한 박명수의 이야기와, 쉬는 동안에도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스크린 야구장에서 유재석이 굴욕을 당했던 이야기들도 근황토크만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레전드편이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했던 건, 그 베스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의 멘트들이 재방송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표현대로 <무한도전>은 일종의 ‘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방학 기간 마치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듯이 3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재방송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11년 간 달려온 그 길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그 길을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추억이 돋는 시간이었을 게다. 물론 그 방송분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을 테고.

3주 만에 재방송 편집본만으로 느껴지는 반가움이 이 정도다. 그러니 이 방학이 끝나고 온전히 돌아올 <무한도전>에 대한 반가움은 또 얼마나 더 클 것인가. 물론 당장은 방학이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맞을 수 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게 3주 만의 레전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었다.

<무도>의 초심 찾기, 인지도 미션부터 재정비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재석은 자신을 몰라보는 어르신을 만난 후 재차 그렇게 말했다. 강원도 산골까지 찾아가 막상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어르신을 만난 유재석은 미션을 성공(?)시켰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자신을 모르는 분을 찾는 미션. <무한도전>에서 농담처럼 시작한 이 기상천외한 미션은 그러나 출연자들에게는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왜 당황하지 않겠는가. 무려 11년이다. 11년을 매주 한 주도 쉬지 않고 방송에 온 몸을 던졌고 그렇게 TV로 얼굴을 알렸다. 유재석 같은 경우, 여러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뛰고 또 뛰었다. 대상만 14차례 받았다. 그러니 대중들 중 그를 몰라보는 게 이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찾고 또 찾아보니 있었다. 그를 모르는 분들도.

 

물론 유재석의 경우 산골에서 사시는 어르신이라 특수할 수 있지만 함께 미션에 나선 다른 출연자들의 경우는 생각 외로 너무 빨리 미션이 종료되는 굴욕을 맛봤다. 하하는 자기 동네나 다름없다던 연남동에서 오전도 가기 전에 못 알아보는 어르신을 만나 미션이 종료됐다. 광희 역시 방송 분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빨리 미션이 끝나버렸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경동시장으로 가서 어르신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의외로 미션은 아슬아슬했다. 결국 박명수의 제안으로 판문점 근처 마을까지 오게 된 그들은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로 미션을 마무리하게 됐다. 정준하는 얼굴 자체를 몰라봤고 박명수는 얼굴은 알아봤지만 이름은 박상면이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무려 11년을 함께 했는데 누군 알아보고 누군 몰라보는 상황. 보는 시청자들은 빵빵 터졌지만 당사자로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갖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무한도전>에 합류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양세형의 경우는 그의 닮은꼴이라는 백청강과 그리고 비슷한 키의 하하가 함께 하면서 훨씬 재밌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가로수길에서 시작한 미션에서 양세형이 주인공이지만 하하를 더 알아보는 시민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양세형은 결국 한 건물주 아주머니에 의해 미션이 끝나 버렸다. 단 몇 분 만에 연남동에서 굴욕을 얻은 하하지만 양세형은 더 몰라보는 상황을 확인한 것. 그런데 그보다 더 한 굴욕을 겪은 건 다름 아닌 백청강이었다.

 

서로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고만고만한 인지도를 갖고 자기가 더 낫다고 주장하고, 때론 상대방의 인지도 없음을 갖고 놀리다가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 당황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준 양세형은 역시 대세라는 지칭이 모자라지 않는 예능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역시 난 아직 멀었구나라고 자조하는 모습은 이번 미션이 보여주는 초심 찾기의 일면을 드러냈다.

 

하긴 11년이나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 그것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무한도전>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이름 정도는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해준 이번 미션은 여러 모로 출연자들에게는 11년 전 평균 이하를 주창하던 그 초심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은 앞으로 7주 간 재정비의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3주간 <사십춘기>라는 정준하와 권상우가 출연하는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고, 나머지 4주는 그간 <무한도전>의 레전드편들을 모아 재편집해 내보낼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재정비는 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유재석은 명확히 했다. <무한도전>정상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미션을 통해 느낀 초심처럼 앞으로 7주 간의 정상화를 통해 다시 첫 출발선에 섰던 그 마음가짐 그대로 돌아올 <무한도전>을 기대한다.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말에 담겼던 그 진심 그대로.

<무한도전>, 11년 달려왔는데 7주 정도야

 

MBC <무한도전>이 정규방송 대신 2달 간 레전드편을 재편집해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김태호PD는 굳이 휴식이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건 이 레전드편이 나가는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쉬는 게 아니라 회의를 하고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태호 PD는 이 기간을 통해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휴식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한 데는 또한 김태호 PD가 지금 현재 <무한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도 들어있다고 보인다. ‘정상화라는 말은 사실상 지금의 <무한도전>비정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색깔을 찾겠다는 말에도 현재의 <무한도전>이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내용이다. 무려 11년이다. 11년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갖가지 도전들을 해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비해 <무한도전>은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다른 예능이 한 번 촬영해서 내보낼 분량을 <무한도전>은 추가 촬영을 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고, 또 시의성을 맞추려 애써왔다. 그러니 한 주에 며칠을 <무한도전>에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여기에 매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쉬지 않고 11년을 돌리면 삐걱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에는 잠시 멈춰서 기계를 재점검하고 기름도 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처해 새로운 부품을 고민해보는 그런 시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멈춤 없이 달려가는 건 수명을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저 달리기만 했다는 것.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강연에서나 혹은 SNS를 통해 에둘러 이런 심경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건 방송사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입장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나 팬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사실 김태호 PDSNS 등을 통한 심경 토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입장은 분명하게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는 입장을 거듭 보여 왔었다. 레전드편을 재편집해서 대신 내보내라는 의견도 이미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대안 중 하나였다. 그러니 굳이 정상화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팬들은 말한다. 쉬어도 된다고. 11년 동안이나 달리고 또 달려왔는데 고작 7주를 쉬지 못하겠냐고.

 

<무한도전>이 갖는 휴지기의 열매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거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시청자들도 잠시 멈춰서 그간의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매 주 해왔던 그 도전들이 그냥 때 되면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온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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