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PD님, 이 박사님들 그대로 '알쓸신잡2' 가능한 거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한 사람의 감성, 기운 같은 것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거든요. 한 사람의 뇌라는 것이 나의 뇌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관계로 뇌가 형성되는 거잖아요. 가장 기뻤던 게 김영하의 뇌가 나의 뇌로 들어온 것이에요.” 

'알쓸신잡(사진출처:tvN)'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이 시즌을 마감하며 나눈 마지막 이야기에서 황교익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느낀 소감을 그렇게 전했다. 그러고 보면 <알쓸신잡>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어떤 것을 준 프로그램으로 남는 건 바로 이 황교익이 말하는 그들의 뇌와 했던 ‘교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곤 했던 것들을 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부지불식간에 그 감성과 기운 속으로 우리도 슥 들어갔던 그 기적 같은 경험의 순간들. 

그러니 “행복한 가족”의 느낌을 공유하게 된 건 이 지식수다 여행의 소감으로 그 느낌을 전한 정재승 박사만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들도 그들과 함께 뇌를 나눈(?) 가족 같은 친근함과 즐거움, 놀라움과 경외감 같은 걸 똑같이 느꼈으니까.

유시민 작가는 그 마지막 소감으로 ‘소중히 여기며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뭔가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게 참 중요한 거구나. 여기 참가한 분들이 각자 보니까 뭘 되게 소중히 여기는 게 있더라구요.”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며 박물관을 소중하게 들여다봤던 정재승 박사,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했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언어 수집가’로서 세상의 모든 것들의 언어를 담아내려 했던 김영하 소설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삶의 정체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고 올바른 삶과 행복한 삶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던 유시민 작가. 또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음악이 주는 행복감처럼 함께 하는 이들을 배려했던 빼놓을 수 없는 유희열까지. 저마다 소중한 것들이 있고 그래서 그 소중한 것들을 궁구하며 그것을 대화를 통해 공유하려는 모습이 어쩌면 <알쓸신잡>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김영하 소설가는 역시 소설가다운 통찰력으로 <알쓸신잡>이 가진 핵심적인 가치와 그 기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말 빛나는 것들은 대화를 통해서 나오거든요. 각자 생각들을 많이 하시죠. 그런데 대화를 통해서 얘기하는 도중에 더 빛나는 것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결국은 지식수다에서 우리는 ‘지식’에 방점이 찍힌 줄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수다’라는 장치가 더 중요했을 수 있다는 걸 김영하 소설가는 콕 집어냈다.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알쓸신잡>만 같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알쓸신잡>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의 축소판이고 우리네 인간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낯선 이들이 서로 만나 낯선 곳을 일정 시간 여행하며 그 안에서 각자 소중하게 느꼈던 경험들을 함께 모여 나누고 공유하면서 ‘더 빛나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과정.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해주지 않을까. 정말 시즌 하나로 끝내기엔 아쉬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나영석 PD가 다시 한 번 놀라운 마법을 발휘해 이 박사님들 그대로 새 시즌으로 돌아오기를.

‘알쓸신잡’, 무엇이 이렇게 신비한 느낌을 줄까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야기 같다. 경주로 간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거대한 능들이 밀집되어 있는 대릉원에서 화려한 금관을 보며 그 많은 금들이 어디서 왔을까를 상상하다, 당시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경주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역을 통해 들어온 금이라는 것. 그러더니 불쑥 박물관의 우물 관련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유물들 속에서 소의 흔적은 찾을 길 없고 말의 흔적만 있더라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이야기가 나오고 박물관 유물들은 지배계급의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흐르더니 천마총의 천마장식은 지금으로 치면 페라리의 엠블렘 같은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미심장한 농담이 덧붙여진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경주가 고향인 유시민은 예전에는 그 유적들에서 뛰어 놀았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제한된 수의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유적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너무 많이 늘어난 ‘호모 사피엔스’의 문제로 귀결된다.

유적에서도 느껴지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격차나, 너무 인구가 늘면서 이제는 뛰어 놀 수 없고 멀리서 바라 봐야만 하는 유적들의 이야기는 묘한 쓸쓸함을 만들어낸다. 경주에도 새롭게 생겨 커져 가고 있는 황리단길에서 원주민들이 오히려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아이러니가 거론되고, 그걸 막으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유시민의 말에, 그러나 그것이 슬럼화된 도시를 다시 깨어나게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김영하가 덧붙인다. 

천년 전의 신라인들과 지금 우리들이 생물학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생각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유시민이 지적하자 정재승은 그것이 뇌의 놀라운 능력이라고 말한다. 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 그래서 만일 지금 신라인이 여기로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해도 금세 말이 통할 것이라고. 

이런 걷잡을 수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희열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그 사실에 “속상하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유희열에게 김영하는 한 가지 희망 섞인 이야기를 덧붙인다. 마침 녹화가 있던 날이 6월 10일. 6.10항쟁 30주년이라는 걸 상기시킨 후, 30년 전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 짧은 30년 사이에 나아진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알쓸신잡>의 지식 수다가 ‘알아두면 쓸데없는’ 것처럼 마구 쏟아져 나오다가 어느 순간 ‘신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이래서다. 그 많은 수다들이 그저 맥락 없이 마구 나온 것 같지만 많은 것들이 이어져 있고, 지금 그 작은 공간에서 몇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 속에는 지금도 흘러가는 수천 년 인류 역사의 흐름이 담겨져 있다. 

그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광경 자체가 신비롭게 다가온다는 것. 정재승 교수가 말했듯 어찌 보면 이 우주에서 먼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이 그 우주를 이야기한다는 데서 오는 신비함이 그것일 게다. 유시민 작가는 농담을 더해 이를 ‘먼부심(먼지의 자부심)’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신비함은 바로 이 먼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천년 전 달을 보며 살았을 신라인들의 삶과, 천년 후 같은 달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지는 신비한 느낌.

‘알쓸신잡’, 치열한 삶의 궤적이 뒷받침된 수다의 진정성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순천, 보성편은 첫 회 통영편과는 다른 구성 방식을 나타냈다. 통영편은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유희열이 통영에 도착해 각자 취향에 맞게 음식을 찾아 먹고 여행을 하는 장면들을 먼저 보여준 후 저녁 식사자리에서 뒤늦게 참여한 정재승과 지식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순천, 보성편은 앞부분에 살짝 그 날 이들이 여행한 장면들을 보여준 후, 바로 저녁 식사자리로 들어가 수다를 시작했고 그 수다 중간 중간에 그들이 여행한 장면들을 구성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이 구성 방식의 변화가 말해주는 건 <알쓸신잡>이 여행이라는 포인트 그 자체보다 지식수다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물론 순천과 보성을 여행하는 내용은 그 지식수다의 재료들이 된다. 그래서 그 지역이면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야기나, 김승옥의 ‘무진기행’ 같은 소재들이 그날 저녁 수다의 반찬이 된다.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지식 수다는 신기할 정도로 몰입이 된다. 황교익이 수다 자리에 갖고 나온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적힌 그 날 저녁 반찬으로 올라온 꼬막 요리법을 소개하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빨치산 이야기, 여순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조정래의 탑처럼 쌓인 육필원고 이야기는 육필과 컴퓨터 작업 사이의 창작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방식의 변화가 창의성의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걸 정재승은 과학적 데이터로 알려준다. 이처럼 술술 풀려나오는 지식의 향연이 있을까. 남자들끼리 이렇게 오래도록 수다를 떨어본 적이 없다는 유희열의 이야기가 그저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알아두면 쓸데없어 보이는’ 지식의 향연이 더욱 놀라운 지점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흔히 아재들의 수다라고 하면 느껴왔던 ‘노잼’이나 어떤 ‘불편함’ 같은 것들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알쓸신잡>에도 너무 가벼운 아재 토크처럼 느껴진다거나, 여성 출연자가 없다는 식의 아쉬움의 목소리는 있다. 그리고 특히 여성 출연자의 부재는 이들 아재들만의 세상이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향후에 이 부분이 채워진다면 훨씬 균형잡힌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아쉬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쓸신잡>을 큰 불편함 없이 보게 되는 건 그것이 단지 그들의 놀라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 선결되는 것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들이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가일 게다. 말은 말 자체가 힘을 지닌다기보다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살아온 행보에 의해 더 힘을 얻기 마련이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그 단적인 사례가 된다. 아무 죄 없이 감옥에 가게 된 청년 유시민이 그 부당함을 토로하는 그 글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썼을 그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그것은 지금의 유시민이 하는 말들이 그저 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에 닿아있다는 진정성을 느껴지게 한다.

또한 김영하가 아내에게 요리는 내가 한다며 ‘주방 은퇴’를 하게 했다는 이야기 역시 그렇다. 왜 그렇게 했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주부로서 요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그걸 없애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게 했다고 했다. 아재의 나이지만 구세대적인 아저씨가 되지 않으려는 그 모습은 그의 수다에서 지식 자랑이 아닌 어떤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사실 <알쓸신잡>은 그 액면으로 보면 아재들의 수다다. 하지만 그 액면을 들여다보면 그저 떠드는 시시콜콜한 잡담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시켜주는 지식 수다이고 그 지식들이 그저 머릿속으로만 채워진 게 아니라 치열한 삶을 통해서 체득된 것이란 걸 발견하게 된다. 이 부분이 신기하게도 아재들의 수다라고 하면 외면하곤 하던 우리들의 귀와 마음을 연 이유가 아닐까.

‘알쓸신잡’에 화자 아닌 청자 유희열이 필요했던 까닭

사실 누군가가 가르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가르침의 분위기는 ‘꼰대’의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고, 때로는 권위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인문학이 예능의 새로운 소재로 트렌드화되면서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이미지와 느낌을 어떻게 상쇄시킬까 하는 점이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즉 작가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그리고 물리학자 정재승 같은 쟁쟁한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그 안에 유희열이라는 ‘재담꾼’을 투입한 건 그래서다. 

<알쓸신잡>은 첫 회가 방영되고 대체로 반응이 괜찮았다.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한 여전한 지지가 있었고, 유시민 작가처럼 최근 대중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주는 유쾌함이 있었다. 여기에 유시민과 각을 세우는 황교익 그리고 간간이 한 마디씩 던지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김영하와 말 그대로 ‘쓸데없어 보이는’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주는 정재승의 합이 썩 괜찮았다. 

물론 통영이라는 지역이 가능케 하는 역사적 담론들(이순신 관련)이나, 문학 이야기(난중일기, 박경리 선생의 토지)와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어서 식사시간마다 자연스럽게 깔리는 먹방의 분위기 그리고 동피랑, 서피랑 마을을 갖고 있는 곳의 볼거리 등이 어우러진 것도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갖는 지나친 무게감을 떨쳐낼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쓸신잡> 역시 인문학 소재가 갖는 ‘먹물’의 느낌이나 ‘지식의 나열’에서 비롯되는 부담감 같은 건 피하기 어려웠다. 끊임없이 지식을 쏟아내는 유시민 작가의 달변은 먹거리에서부터 역사, 문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들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것이었지만 그런 달변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부딪치는 지점에서는 고집 같은 것도 느껴졌다. 물론 이런 고집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음식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나이대가 유시민과 황교익 그리고 김영하와 정재승 이렇게 두 세대로 나눠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유시민과 황교익이 끌고 가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들보다 더 주목되는 건 간간히 한 마디씩 터트리는 김영하와 정재승이었다. 김영하가 슬쩍 던진 “햇살이 바삭바삭하다”는 말 한마디가 이들의 여행의 공기를 전해주고, 정재승의 그 황당한 ‘이순신의 숨결’ 이야기가 <알쓸신잡>의 독특한 지적 유머코드를 담아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유시민과 황교익이 쏟아내는 전문지식들 속에서 예능으로서의 어떤 균형점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희열이었다. 유희열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간간히 한 마디씩 덧붙임으로써 가르치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즉 유희열이 던진 “이 분들 옆에 있으니까 바보가 된 기분”이라는 말은 시청자들이 느낄 그 기분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런 지식을 털어놓는 그들이 보통은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물론 <알쓸신잡>은 그 주인공이 ‘말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특정 여행지에 합류시킨 건 보통 사람들의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각자 전문분야를 가진 이들의 생각들을 그 공간을 통해 풀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하는 예능’에서 더 중요해지는 건 유희열 같은 ‘들어주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이야기가 과할 때는 그 사실을 얘기해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놀라운 상상력에는 같이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때론 그들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과 똑같다는 사실을 드러내주기도 하는 인물. <알쓸신잡>에서 유희열이 없었다면 자칫 지루해졌을 수도 있는 일이다.

‘알쓸신잡’, 쓸데없어 보여도 신기하게 재밌는 

왜 ‘인문학 어벤저스’라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타 목적지인 통영으로 가는 길, 무얼 먹을까 생각하던 중 무심히 나온 장어탕 이야기에 황교익은 장어의 종류들을 줄줄이 설명한다. 민물장어부터 바닷장어 나아가 사실은 장어과가 아니라는 꼼장어까지 우리가 그다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자잘한 지식들이 쏟아진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여기에 유시민은 장어가 왜 양식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산란을 하기 위해 바다로 돌아가는 장어에게 추적기를 달아도 심해로 들어가면 신호가 잡히지 않아 그 이후의 과정들이 ‘신비’에 가려져 있다는 ‘신기한’ 장어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희열이 오늘은 꼭 장어를 먹어야겠다고 말하자, 김영하가 불쑥 끼어들어 그 고생을 해서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애들을 꼭 먹어야겠냐는 감성적인 유머를 덧붙인다. 

한편 강연 일정이 있어 저녁 자리에 겨우 합류한 정재승 박사에게는 과학적인 궁금증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장어를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근거 없다”고 선을 긋자, 황교익이 ‘플라세보 효과’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정력은 그렇게 함부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해 빵 터지게 만들었다.

장어 하나만을 갖고도 이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각각 자기 분야가 확실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취향도 제각각이다. 같은 소재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점심을 먹는데도 저마다 취향이 달라, 황교익은 자신이 자주 가던 단골집을 찾았고, 유시민과 유희열은 자신들의 촉을 따라서 걷다가 문득 걸린 집에서 맛난 한 상 차림을 즐겼다. 한편 김영하는 바닷가 마을에 가면 짬뽕을 먹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놀라운 해물 비주얼을 갖춘 특제 짬뽕을 챙겨먹었다. 

그들이 간 통영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황교익은 충렬사를 찾아 거기 세워진 백석 시비를 읽으며 백석의 연정을 공감하고, 유시민은 역시 작가답게 거북선 안내문을 읽으면서도 잘못된 문장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한편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아간 김영하는 소설가 선배를 대하는 후배의 살뜰한 마음을 담았다. 

각각 자신들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여행을 해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은 그 짧은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이나 생각한 것들을 줄줄이 풀어내는 즐거운 수다 시간을 갖는다. 각자 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저마다의 생각들이 저녁 시간에 한데 어우러지는 그 느낌이 주는 풍족함이라니.

사실 우리가 생활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보면 이런 수다는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것이 본래 생활의 차원을 살짝 넘어서 있어 마치 쓸데없어 보이고 그래서 우리가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들의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사고의 확장이랄까. 혹은 사고의 전환이랄까. 생활 속에 매몰되어서는 나오기 어려운 생각과 이야기들이 거기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역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이처럼 각각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일이다. 유시민 작가는 나영석 PD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항상 모니터링을 해주는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온 이야기가 나영석 PD라면 항상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는 것.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이런 인문학 어벤저스의 조합은 나영석 PD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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