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아쓰남 된 왕세자 도경수, 통쾌 훈훈한 까닭

왕세자가 이른바 ‘아쓰남(아주 쓰잘데기 없는 남정네)’이 된다?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왕세자 이율(도경수)은 권력의 실세 김차언(조성하)의 사주에 의해 공격받고 기억을 잃은 채, 어쩌다 원득이라는 이름으로 홍심(남지현)의 낭군이 된다. 그런데 궁에서는 “불편한가?”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해결되던 이 왕세자의 삶이 평범한 서민이 되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삶이 되어버린다. 

몸을 쓰는 노동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 물동 하나를 들지 못하고, 입맛에 안 맞는다며 먹지를 않는 통에 영양실조로 쓰러진다. 혼례를 치르지 않으면 박선도(안석환)의 첩이 될 위기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원득이와 부부가 되지만, 이게 완전히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낭군이라고는 하지만 일이라도 시켜 빚이나 갚아보려 하던 홍심의 계획은 엇나간다. 하는 일마다 사고니 ‘아쓰남’이 될 수밖에.

혼절해 쓰러진 원득을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산 속 깊이 들어가 갖가지 약초를 캐오고, 효험 좋다는 토룡탕을 끓여 먹여 겨우 기력을 회복시켜놓았더니, 자신이 먹은 게 지렁이라는 걸 알고는 토악질을 해댄다. 본명은 윤이서이고 본래는 양가집 규수였지만 김차언의 반역으로 멸문지화를 겪은 그는 그 상처를 가슴에 안은 채 연씨(정해균)의 양녀가 되어 오빠가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붙든 채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살아간다. 살기 위해 원득이와 혼례까지 치렀지만 쓰잘데기 없는 이 남정네를 보며 참았던 눈물이 치솟아 오른다. 

<백일의 낭군님>은 이처럼 한 때의 왕세자였던 인물과 한 때의 양가집 규수였던 여인이 가난한 서민으로 다시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궁 안에서는 호시탐탐 왕세자를 노리는 김차언 같은 권력가 그리고 자신의 아들 서원대군(지민혁)을 왕세자가 없는 사이 세자로 앉히려는 중전 박씨(오연아)의 계략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지만 왕세자의 아버지인 왕(조한철)은 그다지 힘이 없다. 

기억까지 잃고 아쓰남이 되어버린 원득을 다시 왕세자의 자리로 올리고 홍심 역시 자신의 이름인 윤이서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이 반역의 무리들이 한 짓들이 밝혀져야만 한다. 그 키를 쥐고 조금씩 수사를 해나가는 한성부 참군 정제윤(김선호)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에서 의외의 재미를 주는 부분은 가난한 서민의 삶을 살게 되는 왕세자의 쓸모없는 삶이다. 그것은 웃음을 주지만 또한 노동 없이 살아가던 가진 자가 없는 자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얻게 되는 깨달음 같은 것이 담겨진다. 그것은 힘든 삶이지만 또한 나름대로의 행복감을 주는 삶이기도 하다. 원득이 홍심에게 점점 마음이 움직이고, 아쓰남에서 ‘아멋남(아주 멋진 남정네)’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이 통쾌하면서도 흐뭇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몸 쓰는 일에는 젬병이던 원득이 홍심을 희롱하는 박선도 영감 앞에 나아가 그 유치한 시를 비웃어 주는 대목은 그의 진가가 시를 쓰고 글을 쓰는 데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난잡한 소설의 필사를 하며 생계 벌이에 도움을 주는 원득이는 어쩌면 이런 경험을 통해 그저 입으로만 얘기했던 ‘백성’이니 ‘민초’니 하는 그 존재들의 진정한 삶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게다. 그런 짓을 왜 하느냐고 꾸짖던 그가 그것이 살기 위해 하는 생업이라는 것에서 귀천 없는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지도.

<백일의 낭군님>은 왕세자와 양가집 규수였던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서민살이가 주는 공감대 같은 걸 담아내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네 서민들이 갖는 정서가 아닐까. 저들은 잘 모르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이 가진 게 많아 더 많은 걸 가지려 갖은 나쁜 짓들을 벌이는 이들보다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것. <백일의 낭군님>을 보며 달달해지다가도 때론 통쾌하고 훈훈해지는 이유다.(사진:tvN)

‘백일의 낭군님’, 진지함과 코믹함 다 되는 남지현과 도경수

사실 새로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그 이야기가 구조가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원수지간인 부모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첫사랑, 왕세자라는 캐릭터, 몰락한 가문의 여인, 사고로 기억을 잃고 평민이 된 왕세자와 어쩌다 보니 혼인을 하게 된 여인,... 많이 봐왔던 조선시대판 멜로사극의 풍경이 그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이 시선을 끄는 건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캐스팅이다. 이제는 아이돌 배우에서 ‘아이돌’ 딱지를 떼도 충분할 만큼 연기의 성장을 보여왔던 도경수와, 사극에서부터 현대극까지 아울러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성장해왔던 남지현이 그들이다. 첫 회에서 두 사람은 아련한 사랑의 감정과 아픈 가족사를 담아내면서도, 특유의 코믹한 설정들을 소화해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왕세자 이율을 연기하는 도경수다. 시작부터 “불편한 건 나뿐인가”라는 유행어가 될 법한 대사를 반복하며 궁궐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묘한 코믹함을 만들어내는 이 인물은, 동시에 아버지인 왕(조한철)과 갈등하는 모습 또한 드러낸다. 결국 아버지의 사주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윤이서(남지현)의 아버지가 역도로 몰려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어머니 역시. 

그래서 궁궐 생활을 하면서 계속 엇나가는 이 왕세자는 아버지를 왕으로 세운 김차언(조성하)의 딸 김소혜(한소희)와 혼인을 맺지만 그를 피한다. 오랜 가뭄이 왕세자가 세자빈과 합방을 하지 않아 생긴 음양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신하들의 이야기에, 왕세자는 조선의 노처녀, 노총각들도 모두 혼사를 시키라는 명을 내리지만 그것을 자신이 겪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결국 저잣거리로 나오게 될 그는 자신의 명 때문에 윤이서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궁궐 내에서 그가 툭하면 내뱉었던 ‘불편함’은 그래서 향후 저잣거리에서 그가 겪을 진짜 불편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내”가 된 그는 악처로 돌변한 윤이서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존재가 된다. 살짝 비틀어진 관계의 역전이 이 멜로 사극의 코미디적 요소가 된다. 

이율과 윤이서는 각각 저잣거리의 이름을 갖고 있다. 원득과 흠심이라는 이름. 그래서 그들은 100일 간 일종의 가상부부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만, 때론 가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날 멜로는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들이 그 저잣거리의 서민적 삶을 통해 진솔한 사랑을 피워내고, 자신의 이름인 이율과 윤이서로 돌아왔을 때 바뀌게 될 변화들 또한.

많은 것들이 이미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시선을 끄는 건 역시 남지현과 도경수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 덕분이다. 그들이 만들어갈 코믹하고 절절한 멜로 사극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해를 품은 달> 같은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박보검-김유정, 김수현-한가인 같은 그림 같은 커플의 탄생이 될 테니.(사진:tvN)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의 여러 얼굴이 차지하는 것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는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첫 등장에 여성 편력이 심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세준(조성하)라는 인물이 그저 그런 권력욕에 눈이 먼 전형적인 정치인 캐릭터가 아닐까 선입견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그 속내를 까면 깔수록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아내인 최유진(송윤아)이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온 그는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최유진이 그의 옷매무새를 흩트리며 이 정도는 되야 아내 걱정한 남편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때는 어딘지 이 장세준이란 인물이 아내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문밖을 나서 기자들 앞에 선 그가 아내를 들먹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정치 쇼를 잘 해내는 정치인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가 청춘콘서트를 하는 도중 마치 젊은 괴한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는 것처럼 정치 쇼를 하는 장면이나, 그렇게 단상에서 내려와 출연자 대기실에서 비린내 나는 옷을 벗어던지며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욕실로 부르는 모습에서는 마치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런 그를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의 딸인 안나(윤아)에게 데려가려 하자 그는 애써 숨겨온 진심을 드러낸다. 자신이 안나를 만나지 않는 건 그것이 그녀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그가 최고 권력을 향해 폭주하는 것 역시 그래야 그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장세준이 안나를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조성하의 다양한 얼굴들이 교차하는 연기의 백미를 보여줬다. 그는 자신을 CCTV로 감시하고 있을 아내를 의식하며 자신의 딸이 딸기 알러지가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하는 무심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주지 못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자꾸만 들춰내는 딸 앞에서 그건 어른들의 세계라고 말하며 애써 덮으려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생존을 위해 아픈 말들을 해야만 하는 아빠의 진심 같은 것이 묻어났다.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가 독특한 건 특정한 절대 악을 그리기보다는 저 마다의 입장에 처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관점의 부딪침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악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건 장세준이 말했듯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처음에는 그저 욕망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어 어떤 선을 넘어버리는 어떤 것. 하지만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탈선을 차치하고 들여다보면 장세준도 최유진도 저마다 그들이 힘겨워도 버텨내려는 이유가 드러난다.

 

조성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가 <더 케이투>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그는 여러 입장들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을 향한 욕망의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딸을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의 얼굴도 있다. 여성 편력이 심한 비뚤어진 얼굴이 있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를 쥐고 흔드는 최유진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들도 어른거린다.

 

정치적으로 뒤얽혀 있어 생겨난 안나의 비극이 바로 이 장세준이라는 인물과 무관하지 않고, 그 더러운 정치판에서 미묘하게 얽혀 있는 아내 최유진과의 갈등이 있어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는 힘을 얻는다. 결국 주인공인 김제하가 두 사람의 갈등 사이에서 안나를 보호하는 이야기는 결국 이 장세준이란 문제적 인간이 있어 가능해지는 일이다. 이 결코 쉽지 않은 여러 얼굴을 연기하는 조성하라는 배우가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액션 블록버스터 <더 케이투>, 지창욱에 기대는 까닭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는 말 그대로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연출자인 곽정환 감독의 <추노>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극이지만 영화적 연출을 통해 한편의 서부극 같은 장르물의 색채를 만들어냈던 <추노>. <더 케이투>는 그래서 액션 연출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이런 점은 첫 회의 대부분이 고안나(윤아)의 끝없는 탈출신과 그녀와 우연히 맞닥뜨린 도망자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을 구해달라는 그녀의 애원에 괴한들과 한바탕 맞붙는 액션들과, 그로부터 6개월 후 간판 일을 하는 김제하가 건물 외벽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현수막을 정리하다 우연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장세준(조성하)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 장세준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침입자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로 확인될 수 있다.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은 확실히 <더 케이투>를 몰입시켜주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지금은 일반화된 액션 장면 연출기법이기는 하지만,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를 순차적으로 찍어 허공에 붕 뜬 인물이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는 장면을 빙 돌아가며 보여주는 장면 같은 것들은 드라마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연출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에만 기대고 있는 건 아니다. 화려한 액션의 이면에는 <용팔이>를 쓴 장혁린 작가의 선 굵은 스토리들이 깔려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로 인해 희생되는 인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대립구도를 만들고, 따라서 액션 속에는 이렇게 희생을 당하는 인물들의 감정 선 같은 것들이 녹아든다.

 

쫓기는 신세가 된 김제하가 길에서 고장 난 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하는 노부부를 도와주고 그들의 집에서 잠시 기거하며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을 잘 드러낸다. 아들의 49제를 하고 와 절망감을 드러내는 할아버지가 돌보지 않아 꼴이 흉해진 과수원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달라고 하자 김제하가 듬성 자란 풀을 베어주는 장면은 이 액션 히어로의 친 서민적 정서를 드러낸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자신을 죽이라 명한 최유진(송윤아)을 찾아가게 되는 것도 사실은 그 노부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김제하라는 인물은 자신의 죽음 따위에는 초탈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견디지 못할 뿐.

 

김제하 역할을 연기하는 지창욱의 액션 연기는 과거 <힐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저 몸을 쓰는 연기가 아니라 그의 액션에는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이번 <더 케이투>에서 그의 액션에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맞아가며 싸우는액션이라는 점이다. 많은 액션물들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은 한 방도 맞지 않고 손쉽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더 케이투>의 김제하는 온 몸에 피투성이 멍투성이가 되어가며 싸운다.

 

이런 액션 연기는 그 액션 자체에도 어떤 감성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통쾌함만 선사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아나가는 방식의 힘겨움같은 것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 지창욱의 연기는 그 무심한 듯 보이는 얼굴과 상반되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몸 사이의 어떤 긴장감 속에서 그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액션 블록버스터를 아예 지향하고 있고 그 액션 속에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감성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결국 <더 케이투>는 지창욱이라는 배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지창욱은 확실히 채워주고 있다. 그의 액션으로 시작해 그의 액션으로 끝났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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