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딘데??’, 황량한 사막? 가득 채워진 사색거리들

사막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황량함’이 아닐까. 아무 것도 없고 버석버석한 모래만 밟히고 씹히는 그 곳을 횡단한다는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의 도전은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제아무리 뭔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예능의 새 트렌드라고 하지만 사막이라는 황량한 곳을, 그것도 폭염 속에서 걸어 나가는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담는다는 게 무리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유호진 PD가 굳이 사막을 선택한 건 그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또한 넉넉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누는 대화라면 그다지 주목되지 않을 이야기도 사막에서 걸으며 나누니 남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이 곳에서 나누는 농담은 툭하면 나오는 ‘죽음’이야기와 더해져 웃음 또한 커진다. 희비극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가까이 붙어 있을 때 그 이면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법이다. 사막은 그 희비극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역시 넉넉하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자막이다. 사막이 배경이기 때문에 유독 잘 보이는 자막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치 있는 유머도 깔려 있지만, 사막이라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사색적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글귀들이 만들어내는 울림도 들어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마치 사막이라는 빈 원고지에 하나하나 사색의 글을 적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스로 번지점프 티켓을 샀어도 뛸 차례가 다가오는 건 달갑지 않다.’ 이런 공감 가는 문구로 시작한 3회 분은 ‘왜 굳이 황량한 땡볕을 걸으러 온 걸까’ 같은 질문을 더하고, ‘이제 도로를 벗어나 이름 없는 땅으로 들어갈 시간’을 적어 넣은 후, ‘이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음’이란 글귀로 이들이 드디어 사막횡단의 시작점에 들어서 있다는 걸 알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 그림자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여정의 시작에 월프레드 세시저가 쓴 아라비아 사막 횡단기 ‘절대를 찾아서’의 한 대목이 소개된다. ‘우리 주위로는 훤히 드러난 지구의 뼈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모래에 씻겨지고 있었다’ 사막이 어떤 곳인가를 잘 드러내는 그 글귀를 통해 ‘모든 안락함’이 40킬로 저편에 있는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막횡단이 갖는 진중한 무게감은 살짝만 뒤틀어내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걷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지병을 토로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그렇다. 그는 자신이 ‘평발’이라고 털어놓고 이어 ‘햇볕 알레르기’가 있다는 두 번째 지병을 고백(?)한다. 걸어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런 갑작스런 지병 고백은 웃음을 준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힘들 때도 긍정적인 걸 먼저 떠올린다고 말하는 조세호가 잠시 후 급격히 말이 줄어든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든다. 짐짓 비장하게 “탐험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름대로 목표를(말을 못 맺음)..”이라며 무언가 명언을 할 것처럼 하다 결론을 못 맺는 조세호의 모습은 사막이 주는 진지함과 그럼에도 보여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냄으로써 사색과 웃음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사막 횡단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모두 그 혹독한 환경에 지쳐간다. 차태현은 일행을 살짝 벗어나 모래를 피해 걷기 시작하고 배정남은 동행하는 베두인에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를 하소연을 하고 베두인은 노래를 부르며 그 지친 환경 속에서 버텨내려 한다. 그 때 붙은 ‘사막 횡단 1시간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간다’라는 자막은 그 풍경을 설명하는 것이면서 마치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를 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저렇지 않을까.

베두인이 사막 한 가운데서 기도를 하는 장면에 더해지는 ‘베두인의 삶은 무척 고되다. 이방인은 물론 그 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도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그것은 삶 속의 죽음과 같다.’ 같은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말이 들어간 자막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 속의 죽음’.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마치 없는 듯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죽음이 아니던가.

뱀이 새를 잡아먹는 기이한 장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장면을 덧붙이기 위해 유호진 PD가 요청해 즉석에서 보여주는 조세호의 과장된 연기는 사막 한 가운데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해가 살짝 저물어 온도가 38도로 떨어지자 “감기 들겠다”고 말하는 지진희의 한 마디가 만드는 웃음은 ‘삶 속의 죽음’이 있지만 ‘죽음 속에 삶’ 역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로소 보이는 사막의 절경에 감탄하는 출연자들과 함께 ‘사막은 가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더해진 자막 역시 저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공존을 잘 표현한다. 이런 곳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득 지진희가 “우리가 탐험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차태현과 조세호가 내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철학적으로 다가온 건 그래서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잖아. 항상 사람은 생각한대로 하고 싶잖아. 계획대로 되고 싶고. 근데 계획대로 된 건 진짜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을 때(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기분이 좋은?” 그러자 그 이야기에 조세호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다. “태현이 형 얘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신인 개그맨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일이 없으니까 자꾸 포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욕심을 안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들이 또 오더라고요. 희한하게.” 

사막은 ‘평범한 사람도 사색을 하게 하는 땅’이다. 또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리 떠나온 대신 신비로운 오후가 자리를 채우는’ 곳이다. “당연히 모래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있고 풀이 있고 나무도 있었다”며 놀랍다는 지진희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대목 그대로다. 사막은 황량하고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그 곳은 더 많은 사색거리와 이야기들을 채워주고 있으니.(사진:KBS)

‘거기가 어딘데??’, 사막이어서 가능한 새로운 묘미들

<1박2일> 시절부터 그랬지만 유호진 PD에게 일이 의외로 커지게 되는 건 애초부터 기획된 결과만은 아니다. 사막 탐험 예능이라는 KBS의 새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사막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유호진 PD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박2일> 시절부터 해외로 나가면 어떤 걸 해볼까 고민해왔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해외여행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새로운 걸 찾기가 어렵게 됐다고 했다. “결국 새로운 건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사막이 떠올랐고, 막연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녀온 답사여행에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사막.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그러니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피해야할 곳 1순위에 올랐을 공간이 어쩌면 사막이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예 닿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오히려 유호진 PD의 마음을 끌었다. 거기에 오롯이 인물들을 투입하고 그들이 마치 빈 도화지에 써나가는 그 행적의 기록들을 담아내는 건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주어야할 재미 부분을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첫 방송분을 들여다보니, 그게 기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출연진들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예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다들 “어쩌다 낚였다”며 그 자리에 모인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은, 심지어 사막 탐험을 설명하기 위해 탐험가 남영호 대장이 등장하자, “어쩌다 보니 남영호 대장까지 등장한다”며 슬슬 사막 탐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대장을 맡게 된 지진희는 처음에는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가 조금씩 드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차태현과 조세호는 어쩌다 이런 일까지 하게 됐는가를 후회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또 배정남은 그 와중에 별 생각없이 자신의 역할로 주어진 먹을거리 담당에 충실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물론 그 웃음은 이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방영될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생고생이 주는 힘겨움과 웃음의 양면은 의외로 희비극을 넘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쩐지 짠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비극적 요소는 다름 아닌 우리네 삶을 닮아있는 ‘사막을 걷는 행위’에서 이미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걷는 행위’는 우리가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흥을 이끌어낼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늘 보던 일몰 하나도 사막을 배경으로 떨어질 때 전혀 다른 감흥이 생겨나는 것. 또 음식 하나를 먹는 일이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 또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그 일 자체가 문득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에 바삐 살아가던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까. 

유호진 PD가 그 선택의 이유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빈 도화지 같은 공간이 바로 사막이다. 그리고 그 사막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디로 걸을 것이며 그 빈 곳에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거기가 어딘데??>라고 묻지만, 결국 우리는 그 곳을 향해 걷는다. 그것은 생존의 길처럼 여겨지지만, 때론 그 길은 남다른 삶의 의미들을 만나게 되는 ‘실존의 길’이 되기도 하니.(사진:KBS)

‘무한도전’, 조세호에게 해준 스님의 말씀이 남달랐던 건

절묘한 타이밍일까 아니면 끝을 앞둔 상황이라 모든 것들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고 싶다 친구야’편에서 했던 약속 때문에 후속으로 마련한 유재석의 김제동 어머니와의 만남과 조세호의 ‘묵언수행’은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전에 했던 ‘보고 싶다 친구야’편 역시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명분으로 몸 개그를 보여준 아이템이었지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면이 있었다. 그건 마치 특집 제목처럼 먼 훗날 다시 보고픈 이 친구들의 면면을 마치 기시감처럼 보여주는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 대단한 새로운 모습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해 보였다.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후속으로 유재석을 위해 늘 기도한다는 김제동의 어머니를 찾아간 이번 특집도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온 것처럼 ‘유보검’이 된 듯 환대해주는 김제동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찾아온 김제동에는 별 관심도 없고 유재석과 방송 욕심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우스웠다.

그런데 마지막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그 장면이 유달라 보였다. 마치 <무한도전>을 사랑해왔던 팬들의 마음을 유재석과 제작진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현하는 이 가족들이 대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다. 결국 그 집을 떠나 김제동의 아버님 산소를 찾아 절을 올리는 모습도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이건 이제 종영하는 <무한도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생겨나는 마음일 게다. 

‘묵언수행’을 위해 월정사를 찾은 조세호의 이야기 역시 웃음과 함께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토록 수다쟁이처럼 떠들던 조세호가 묵언수행을 하며 겪는 그 답답함이 웃음을 주었지만, 그건 마치 이제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이 있어 가득 채워졌던 그 웃음과 수다 대신 크게 남을 침묵의 무게가 느껴져서다.

조세호와 연꽃을 만들면서 스님이 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하라’는 말씀은 마지막에 즈음에 그토록 많은 추측들이 나왔던 <무한도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단 것’이 뭐냐고 물으면 그걸 애써 설명하기보다는 ‘설탕’을 조금 주는 편이 낫다는 그 말씀에서 향후 <무한도전>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수백 가지의 말보다 한 가지의 행보가 더 많은 걸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기다리던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스님이 지금 현재를 잘 살면 된다고 한 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내일도 온다는 것. 그건 마치 이제 끝을 앞둔 <무한도전>에게 던지는 덕담처럼 들렸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눈앞에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 회만을 남기고 있는 <무한도전>이 남기는 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스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특별한 무게로 여운을 남겼다.(사진:MBC)

‘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신구세대의 조화, ‘무도’가 꿈꾸는 진화의 길

방송이 나오기 전 이미 박명수가 다시 군에 입대한다는 사실은 예고편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MBC <무한도전> ‘1시간전’ 특집으로 꾸려진 각 출연자들에 최적화된 미션들에서 박명수는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최고의 전성기’라 공언했던 그 군대 체험을 다시 하게 됐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미션이었고, 힘들긴 하지만 박명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원하는 미션이었다. 

역시 군대에서의 박명수는 기대 이상의 웃음 폭탄을 만들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어쩌다 끌려 나온 연병장 한 가운데 서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서부터, 무작정 도망치다 잡혀오는 모습은 그가 보여줄 멘붕 상황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조세호가 그와 함께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동장군 콘셉트의 분장을 하고 새벽같이 나와 일일 기상캐스터 미션을 했던 조세호로서는 또 한 번의 미션을 수행한다는 그 자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신참답게 조세호는 주어진 상황을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박명수 옆에 나란히 서게 된 조세호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은 그래서 박명수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웃음의 시너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박명수 혼자가 아닌 조세호까지 군 입대 미션에 투입되게 된 이유로 군측에서 동반입대가 혼자 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반입대는 그 자체로 이 미션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박명수의 군대 체험이 주는 리액션들은 이미 과거에 충분히 보여진 바 있다. 그러니 그것만 반복해서는 재탕의 느낌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조세호의 투입은 박명수가 하는 엉뚱한 행동들에 대해 웃음을 참을 수 없어하는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보여지게 했고, 무엇보다 둘 사이의 비교점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비교점이 웃음을 만들어낸 가장 큰 사건(?)은 가상으로 치러진 교전상황에서였다. 어딘지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조세호가 갑자기 스나이퍼 기질을 발휘하며 적들을 차례차례 사살(?)하는 전과를 냈던 것. 

조세호의 맹활약은 동시에 박명수의 끝없는 수난과 병치되며 큰 웃음을 주었다. 앞서 나서다가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박명수는 이후에도 총을 두 번이나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죽지 않는 오뚜기 병사의 모습을 보여준 것. 하지만 정작 저질체력으로 쓰러지고픈 박명수는 죽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투덜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어쩌다 이뤄진 박명수의 군 입대 미션이었고, 여기에 신참으로서 조세호가 함께 하게 된 것이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마치 <무한도전>의 신구세대가 꾸려내는 조화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져서다. 아무래도 이제 반백의 나이에 가까워지는 <무한도전>의 원년멤버들은 여러모로 젊은 시절의 체력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했던 미션들이 많은 만큼 새로 하는 것도 겹쳐지는 소재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세호 같은 신참이 투입되자 박명수의 미션은 조금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고, 또 신구세대의 차이 같은 것을 통해 비교점을 만들어내면서 했던 미션도 새롭게 변주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무한도전>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 중요한 진화의 길이 아닐까. 조세호나 양세형 같은 신세대들의 활약이 오래도록 <무한도전>에서 저마다의 족적을 남긴 원년세대들과 시너지를 만드는 일. 이번 군대 미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사진:MBC)

변신 꿈꾸는 ‘무도’, 조세호 투입은 그 신호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1시간 전’ 특집은 그 오프닝을 특이하게도 채팅창을 통해 했다. 마치 개인방송 화면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각각 자신의 집에 설치한 카메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먹방을 살짝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오프닝은 과연 그냥 생겨난 것일까. 그건 어찌 보면 지금 달라진 방송 환경(인터넷이 일상화되어 개인 방송화되고 있는)을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다는 걸 의미하는 듯 보였다. 스마트한 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유재석이 낑낑대며 간신히 접속에 성공해 들어온 그 안간힘이 보여주듯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시간 전’ 특집은 늘 그러하듯 박명수의 말 한 마디로 비롯되어 생겨난 아이템이었다. 자신감으로 부딪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박명수의 그 말대로 무언가 일이 벌어지기 한 시간 전에 툭 던져진 출연자가 그 한 시간 동안 준비해 상황에 대처해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 

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건 하하였다. 하하는 역시 방송 중 나왔던 생일축하 공연무대에도 선다는 이야기가 실제화 되었다. 한 어르신의 고희연에 축하공연을 하게 되었던 것. 다소 가족적이고 엄숙하기도 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하하의 모습은 의외로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리액션 덕에 웃음을 주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양세형은 호치민행 비행기에서의 일일승무원 체험이었다. 안전교육 때문에 한 시간이 아닌 두 시간 전에 상황에 투입된 양세형은 안 되는 영어 안내문을 연습하고, 실제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들을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 상황 속에서 역시 당황하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척 하는 양세형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이 아이템 첫 방송에서 특히 빛난 건 새롭게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된 조세호였다. 조세호는 MBC 아침 방송의 일일 캐스터로 새벽부터 여의도 거리에 나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기상 방송을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영문도 모른 체 갑자기 캐스터로 그 자리에 서게 된 조세호는 첫 방송에서는 정보를 담지 못하는 실수를 했지만 차츰 적응해내기 시작했다. 동장군 분장을 하고 나선 두 번째 방송부터는 웃음도 주면서 정보까지 놓치지 않는 기상방송을 마무리해줬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조세호의 ‘동장군 기상 캐스터’ 이야기는 인터넷을 통해 회자된 바 있다. 어딘지 과거 ‘타짱’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지만, 무엇보다 그 리얼 리액션이 주는 황당함과 얼떨떨함이 담긴 조세호의 표정은 압권일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억울함’의 아이콘처럼 표정을 보여주는 조세호가 때 아닌 동장군 차림으로 기상캐스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 ‘1시간 전’ 특집은 최근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리얼리티 카메라’를 이제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출연자들을 갑자기 특정한 상황 속에 던져놓고 그 진짜 리액션과 상황 대처 능력을 들여다본다는 것. 이만큼 리얼리티 카메라의 재미요소를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물론 <무한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면들이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 변화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트렌드인 리얼리티 카메라를 특정 리얼 상황 속에 출연자를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뽑아내려 하고 있다. 새 멤버로 투입된 조세호는 그러고 보면 이런 변화에는 최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프로불참러’에서 이제는 ‘프로참석러’가 되어가는 조세호만큼 그 특정상황에 참석해 재미난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새 멤버가 있을까 싶어서다. <무한도전>의 변신에 조세호도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사진:MBC)

‘무도’의 조세호 선택, 이래서 최상이다

드디어 조세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 불쑥 얼굴을 내민 조세호는 그 후 ‘수학능력시험 특집’에 등장했고, 2017년을 빛낸 인물을 찾아 나섰던 ‘무한도전 어워즈’에 이어 ‘파퀴아오 주먹이 온다’에도 출연했다. 이 정도면 이미 고정멤버나 다름없다 여겨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무한도전>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조세호가 고정멤버가 됐다는 걸 공식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면이 있다. 즉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서 날이 어두워져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대신 치러진 미션이 ‘수학능력시험 특집’이었으며, 그 시험의 벌칙으로서 ‘파퀴아오와의 면담’이 있었기 때문에 조세호는 연달아 <무한도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팬들이라면 그가 <무한도전>의 고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애초에 6명 멤버를 꾸리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라는 건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봐온 시청자들도 아는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이렇게 고정출연자로 서는 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세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뗏목 타고 한강 종주 미션에서 그런 미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세호는 양복차림으로 나와 특유의 억울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웃음을 주는 스타일은 ‘프로불참러’가 빵 터진 것처럼 ‘당하면서 웃기는’ 방식이다. 어딘지 억울함을 당했을 때 나오는 그의 당황한 기색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조세호의 이런 면들은 <무한도전>에 새롭게 영입돼 들어온 양세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양세형은 전형적인 ‘깐족형’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놀리거나 공격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준다. 그러니 새로운 고정 멤버로서 조세호 같은 ‘수비형 예능인(?)’은 겹치지도 않고 오히려 조합을 했을 때 괜찮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새내기인 양세형이 갖는 부담들을 조세호는 넉넉히 풀어내줄 수 있는 캐릭터다.

아울러 이미 <룸메이트> 등을 통해 의외의 영어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세호는 ‘수학능력시험 특집’을 통해 그 브레인으로서의 반전 면모를 드러내줬다. 또 이어진 ‘무한도전 어워즈’에서는 인터뷰에서 엉뚱한 질문을 계속 던져 면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파퀴아오 특집에서는 그의 ‘당하는 리액션’이 가진 웃음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줬다. 그러니 이 몇 회분 동안 조세호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에서 그 캐릭터가 괜찮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그렇지만 이 몇 주 동안의 모습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지금껏 예능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쌓아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프로불참러’로 각인된 조세호는 사실 꽤 오랜 시간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물이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자주 언급하면서 그 이름이 소환된 바 있지만, 조세호는 남창희와 함께 예능의 중심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었다. 

약 10년 전 방영됐던 KBS <웃음충전소>에서 ‘타짱’이라는 코너에 그가 말 가면을 쓰고 등장했을 때 그는 조세호가 아닌 ‘양배추’로 불렸다. 웃음은 주었지만 그리 주목은 받지 못했던 그는 이후 토크쇼 게스트로 얼굴을 보이다 SBS <룸메이트>에 고정으로 들어오면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프로불참러’로 주목을 받게 되고 <무한도전>으로까지 입성하게 된 것.

그 과정에서 그는 <웃음충전소> 시절의 콩트 코미디, 토크쇼에서의 남다른 토크 능력, <룸메이트>에서의 캐릭터쇼 등을 체득했다. 여기에 그의 절친인 이동욱이 얘기한 것처럼 그는 남다른 체력과 운동신경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한도전>이 다양하게 요구하는 콩트, 토크, 캐릭터쇼, 리얼리티쇼까지 두루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 위에 특유의 당하는 캐릭터로서의 면면은 그를 호감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금은 갑작스러울 수 있는 연이은 출연과 함께 전격적인 고정 선언에도 불구하고 조세호에 대한 박수와 축하의 목소리가 더 큰 건 그래서다. 그의 합류로 향후의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사진:MBC)

역시 '무도'는 평균 이하인 분야에 도전할 때가 제 맛이다

퀴즈 문제를 내고 얼토당토않은 답을 내놔 웃음을 주는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고전적인 코드 중 하나다. 하지만 MBC 예능 <무한도전>이 가져온 ‘수학능력시험’은 이러한 퀴즈형 예능 코드와는 한 차원 다른 웃음의 격이 느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짜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시험지이고, 그것을 풀면서 멘붕에 빠져버리는 멤버들의 면면들이 주는 어떤 공감대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야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보는 시험이 낯설 수밖에 없고, 그 시험에 나오는 지문들이 기억에 남아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끊임없이 변화해온 시험의 경향이나 내용들은 더더욱 <무한도전>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게다. 

그나마 영어영역에서 괜찮은 점수가 나온 건 그것이 이후에도 계속 써먹는 분야여서다. 수학영역은 사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하지만 국어영역처럼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영역에서 늘 들여다보는 분야가 그토록 어렵게 다가오는 건 이례적이다. 한번쯤 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문제를 시험 삼아서라도 들여다본 분들이라면 우리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웠나를 실감했을 것이다. 

응시자가 넘쳐나니 변별력을 갖기 위해 문제들이 어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저런 문제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아니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무한도전>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연자들이 문제를 보며 황당해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무한도전>은 물론 그 특유의 방식과 캐릭터로 수학능력시험에 처한 출연자들의 여러 면면들을 보여주며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 수능금지곡을 들려줘 혼란에 빠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랬고, 시험을 보며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이나 나중에 답을 맞추며 하나도 맞은 게 없는 자기 시험지를 놓고 바보처럼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이 그랬다. 

그 시험을 직접 치렀을 수험생들이라면 이들이 보여주는 이 멘붕 상황들이 어떤 공감대와 함께 통쾌함마저 주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무한도전>식의 수험생 위로법처럼 보인 건 그래서다. 예를 들어 조세호가 영어영역에서 53점의 높은(?) 점수를 맞자 유재석이 “너 무도랑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토록 외쳤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지향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 <무한도전>이 가진 위상은 이미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이 모두 저마다 프로그램 한두 개씩은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능력시험’ 같은 ‘새로운 실제영역’은 이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평균 이하’임을 끄집어내면서 동시에 보통의 대중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는 방식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다. 

역시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들이 외치고 다녔던 ‘평균 이하’의 캐릭터였을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수학능력시험’ 특집은 확인시켜줬다. 또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처럼 여전히 그들이 ‘평균 이하’임을 증명해주는 ‘도전 분야’는 아직도 많다는 것도. 웃으면서 공감하고 그리고 그 공감 안에서 어떤 위로까지 느껴지는 맛.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힘이 아닌가.(사진:MBC)

무모한 도전이 살려낸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영하의 날씨에 갑자기 뗏목을 타고 무동력으로 한강을 종주하겠다는 도전이라니. 잘 차려입고 나와 재밌게 방송 해주면 된다며 자신을 불렀다는 조세호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차림에 왜 갑자기 뗏목에 타야하고 노를 저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 하는 지 의아해했다. “근데 왜 우리 이걸 해야 하는 거죠?” 

MBC 예능 <무한도전>은 파업을 끝내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으로 왜 하필 이 뗏목 한강 종주라는 생고생을 선택했던 걸까. 그건 어쩌면 돌아온 <무한도전>이 보여주려는 초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고 그래서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무조건 도전을 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

결국 절반 정도까지 가다 날도 저물고 추워진데다 더 이상의 체력도 바닥나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건 절반의 실패라기보다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적어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사실 뗏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웃음은 고사하고 방송 분량을 뽑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뗏목 위에서의 모습들이 다소 단조롭게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환경을 단조롭게 세워버리자 오히려 도드라진 건 그 위에 서 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다. 

유재석은 역시 그 단조로울 수 있는 상황을 진두지휘해 웃음으로 바꿔놓았다. 감성적인 선장의 캐릭터가 되어 힘겹게 노를 젓는 동료들에게 주변 풍광을 보고 느껴보라는 말랑말랑한 멘트들을 늘어놓은 것. 그의 이런 이야기들은 동료들이 보이는 생고생과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만들었다. 

박명수는 그 캐릭터 그대로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다가 유재석의 면박을 듣는 상황으로 웃음의 합을 만들었고, 하하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집에서 뗏목이 보일 수 있다며 전화를 걸어 아내와 통화를 하고, 너무 힘들다며 주변에 사시는 분에게 “초콜릿 좀 갔다 달라”고 구걸을 해 웃음을 주었다. 양세형은 마치 VJ처럼 고생하는 동료들의 영상을 따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준하는 뗏목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한 구석에 붙박여 노만 저으면서 “내가 노예냐”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뗏목 위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인 인물은 게스트로 왔지만 거의 반 고정이 되어버린 조세호였다. 양복 입고 노를 젓는 모습도 그랬지만, <무한도전>이니 그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면서도 너무 힘든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프로불참러’에서 보여줬던 그 억울한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뭐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대답 자판기’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파업으로 결방되는 그 시간을 통해 <무한도전>은 적지 않은 위기상황들을 맞이한 바 있다. 지난 회에 <무한도전>이 스스로 내보였던 것처럼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결방하는 동안 시청률도 빠져버렸다. 뗏목 하나에 의지해 한강 종주에 나선 출연자들의 도전이 마치 지금의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건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이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캐릭터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무엇보다 초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들이 엿보였다. 물론 그 도전을 실패로 끝났지만 본래 <무한도전>은 항상 그 실패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 오히려 이 리얼리티 시대에 더 빛나 보이는 건 어쩌면 그런 무모한 도전일 수도.(사진:MBC)

복귀, 논란해소, 조세호.. 돌아온 ‘무도’의 1타3피

역시 <무한도전>이다. 사실 MBC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되던 시기,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진 바 있다. 그래서 자칫 <무한도전>에도 그 논란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서 이런 우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웃음의 코드로 바꿔버린 것. 

‘무한뉴스’의 형식으로 꾸려진 방송은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을 그 형식으로 끌어왔다.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며 좀 더 리얼한 예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한뉴스’에 ‘예능봇짐꾼’으로 참여한 조세호가 그 운을 뗐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이제 필요하다는 것.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그래서 그간 멤버들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불시에 그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이나 마침 비바람이 몰아쳐 토크쇼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정황 같은 것들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프로그램에 리얼함을 더했다.

흥미로웠던 건 유재석이 우리가 봐왔던 배려의 아이콘의 모습이 아닌 할 이야기는 하는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박명수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곧바로 미담이 기사로 뜨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정준하에게는 논란이 됐던 ‘기대해’라는 말이 뭘 기대하라는 이야기냐며 직구를 날렸다. 

유재석의 돌발 질문에 박명수도 정준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명수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고, 마침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예능신이 도왔는지 비바람이 몰아치자 하늘도 가만있지 않는다며 박명수의 답변을 반박하는 모습 또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다소 불편했던 논란 자체를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와 웃음의 코드로 바꿔놓은 것.

정준하의 ‘기대해’, ‘두고봐’, ‘숨지마’라는 논란의 문구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해’나 ‘두고봐’라는 말은 앞으로의 <무한도전>을 기대하라는 뜻이 되었던 것. 논란이 생겼던 일들을 솔직히 꺼내놓고 사과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함으로써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논란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확은 ‘프로불참러’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조세호가 ‘적재적소’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무한도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고정 멤버가 아니라 손님의 역할이지만, 필요할 때 함께 해도 자기 역할이 분명하다는 걸 조세호는 보여줬다. 향후 다른 코너에서도 이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고정이 아니라도 언제든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

이제 방송이 겨우 재개되어 본격적인 시작 전에 몸 풀기의 형태로 나간 ‘무한뉴스’지만 그 방송만으로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있었던 논란들을 웃음으로 전화시키고,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이며 향후 <무한도전>의 진화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주었으며, 유재석의 변화 또한 살짝 감지되었다. 게다가 조세호 같은 예능 봇짐러의 발견까지. 이 정도면 1타3피 아니 그 이상의 성과가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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