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의 유재석과 대비되는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문제들

이른바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해본다. 유재석이 관찰카메라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유재석 스스로도 관찰카메라에는 일절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아내 나경은이 유재석과 함께 방송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유재석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관찰카메라 앞에는 서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그 캐릭터쇼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유느님’은 그의 캐릭터이고 우리는 유재석을 보며 이제 당연히 그 캐릭터를 본다. 거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적재적소의 진행 능력을 보이고, 도저히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울 도전들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결국은 수행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건 방송 외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그의 행보다. 방송을 통해서도 슬쩍 슬쩍 보이지만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배려가 행동에 묻어나고,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미담은 일회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무한도전>을 통해 구축된 그의 캐릭터는 제 아무리 관찰카메라 시대로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또 대중들도 그 캐릭터를 원한다. 

tvN에 첫 출연하며 시도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런 점에서 보면 유재석이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까지를 지켜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길거리라고 해도 조세호와 합을 맞춰 캐릭터쇼를 구사한다. 조세호를 구박하기도 하고, 말 많은 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대중들이 있는 길거리로 나서고, 연예인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선언한 건,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그 역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예능적인 캐릭터를 유지하고 길거리로 나서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찰카메라 시대의 리얼한 해프닝과 사연들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주인공이란 그 캐릭터를 구사해 웃음을 주는 MC들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스타 MC’들이 탄생했다. 유재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관찰카메라 시대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열쇠가게 노점을 하는 아저씨나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 모르는 학생과 교수가 없을 정도라는 슈퍼 아주머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 이동 간에 캐릭터쇼적인 재미를 만들고, 또 프로그램의 형식이 퀴즈쇼로 되어 있어 일종의 진행을 하게 만들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그 보통의 시민들이다. 

여기서 거꾸로 관찰카메라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캐릭터쇼 시대에 머물러 연예인들에 집중하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최근 은근히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그럴 듯한 명분을 갖고 시작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보여지는 유재석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시대가 만들어냈던 이른바 스타 MC들은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떤 변화들을 추구하고 있을까. 혹 관찰카메라라는 형식 속으로 들어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자기 중심적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이 관찰카메라를 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사진:tvN)

이미 완성된 ‘거기가 어딘데’ 시즌2로 빨리 돌아오길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가 시즌 종영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오만의 사막과 스코트랜드 스카이섬의 습지를 간 시즌1으로 <거기가 어딘데>는 이미 그 새로운 세계를 열었고, 어느 정도는 완성한 면이 있다. 그러니 그 구성으로 또 다른 낯선 곳으로의 탐험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거기가 어딘데>가 갖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는 먼저 그 소재의 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니 해외의 어떤 지역이든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심지어 정글까지 찾아들어가는 상황이 아닌가. <거기가 어딘데>가 시도한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은 그런 점에서는 과거 교양 프로그램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공간을 예능 또한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킨 면이 있다.

사막이라고 하면 막연히 끊임없이 펼쳐지는 모래만이 있어 그 스토리가 단순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또 다른 스토리들이 무궁무진했다. 50도까지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그나마 햇볕을 피하며 갈 수 있는 나무들을 중심으로 루트를 개척해가며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걷고 또 걷는 그 단순한 풍경 속에서도 저마다 갖게 되는 소회와 느낌들이 있어 생각할 여지를 더 많이 주었다. 특히 우리에게 물 한 모금, 맥주 한 캔처럼 너무나 흔해 별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스레 소중한 행복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면도 있었다. 

중요한 건 <거기가 어딘데>의 인물 구성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저마다의 캐릭터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오만편에서부터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한 지진희는 <거기가 어딘데>만이 갖는 ‘탐험 예능’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실제로 탐험을 즐기고, 동료들을 챙기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조세호는 자칫 고행이 될 수 있는 탐험 예능에 ‘웃음’이 가진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 인물로, <거기가 어딘데>가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색깔을 더해준 인물이다. 자신 역시 힘겨운 도전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함께 하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했다. 그 웃음이 있어 고행은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었다. 

배정남은 오지에서도 낭만을 찾는 인물로서 조금 현실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즐기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조세호와 합을 맞춰 개그 듀오가 된 그는 ‘의욕’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탐험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그는 충실하게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차태현은 ‘보통의 기준점’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오지 탐험이 문제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도전으로 다가올 정도였던 그는 이번 탐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회를 얻었다. 그 보통의 기준점이 있어 시청자들은 그 곳이 오지라는 걸 실감하게 되고 그걸 넘어서는 모습에 감동 같은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탐험예능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고, 거기에 인물 구성까지 완성된 상황이니 이제 좀 더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을 떠날 일만 남았다. 물론 탐험이라는 특성이 ‘한계상황’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 중요한 숙제를 남기고 있지만, 바로 그런 경계들이 예능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교양과 예능의 경계 사이에 뛰어들어 탐험예능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듯이. 그 의미 깊었고 재미있었던 기억들이 지속될 수 있게 어서 시즌2로 돌아오길...(사진:KBS)


‘유퀴즈’ 유재석의 유쾌 따뜻한 로드쇼, 주인공은 시민들

이제 길거리로 나가는 건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트렌드가 되어간다. 스타 MC들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JTBC <한끼줍쇼>에서 전국의 동네를 찾아 그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 것처럼, 이제 유재석도 tvN <유퀴즈온더블럭>을 통해 길거리로 나섰다. 

이처럼 스타 MC들이 길거리로 나온 이유는 거기에 지금 예능의 새로운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만나는 시민들과 즉석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주는 리얼리티가 있고, 연예인들의 삶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이 거기 녹아 있다. 스타 MC들은 이제 그들의 본거지였던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와 시민들의 삶터로 뛰어 들어간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석이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퀴즈온더블럭>은 이경규와 강호동이 하는 <한끼줍쇼>의 ‘로드쇼(?)’와는 색깔이 다르다. 거기에는 유재석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쇼적인 요소와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이뤄지는 리얼리티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때론 코미디적인 캐릭티쇼를 보여주면서 때론 진짜 현장에서 느껴지는 땀 냄새와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던 유재석이 아닌가. <유퀴즈온더블럭>에는 그 두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섞여져 있다.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박 주는 캐릭터’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조세호에게 “좀 조용히 해줄 수 없냐”고 말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프로그램이라며 조세호는 보조자 역할이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반대로 식사를 하러가서는 오히려 계속 말을 걸어 조세호가 밥 한 술을 뜨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즉 유재석과 조세호의 조합에서 우리가 보는 건 일종의 캐릭터가 더해진 특유의 예능적 웃음 코드들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을 만나게 되면 유재석의 화법은 사뭇 달라진다. 조세호에게는 여전히 면박을 주며 웃음을 유발시키지만, 시민들과는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1979년부터 무려 40년 간 한 자리에서 열쇠가게 노점상을 해오신 할아버지가 보여준 옛 사진을 통해 지금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확인하는 그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 같은 걸 유재석은 특유의 언변으로 끌어낸다. 한 자리에서 수십 년 간을 일해오시면서 여행이란 걸 가본 적 없다는 할아버지. 해외에 나간 게 참전으로 나간 것뿐이라는 할아버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에서 유재석은 웃지만 어딘가 짠한 그 느낌을 전한다. 

국민대학교 근처에서 너무 갈증이 나 찾아간 슈퍼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이 길거리 토크쇼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 장소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하며 살아오다보니 학생들이며 교수들까지 다 안다는 아주머니. 종종 다시 찾아온 학생들이 있어 장소를 옮기지 못한다는 그 말씀에 마치 엄마 같은 훈훈한 마음이 느껴진다. 

퀴즈를 내고 다섯 문제를 연달아 다 맞추면 현금 100만원을 드린다는 이 프로그램의 룰은 어쩌면 이 진솔한 토크쇼를 하기 위한 명목처럼 보인다. 10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에 “원룸에 있는 아이들 밥 사주겠다”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이 로드쇼가 보여주려는 진짜일 테니 말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들어가는 유쾌한 길거리 토크쇼지만 그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이들이 만나는 시민들이고, 길거리에서 벌이는 퀴즈를 맞추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진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무한도전>이 시즌을 종영하고 유재석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길을 유재석은 바로 시민들이 늘 지나치는 그 일상의 길에서 찾고 있다.(사진:tvN)

‘거기가 어딘데’, 배정남을 보면 왜 탐험을 하는지 알게 된다

“오늘 하루에 다 주파해버립시더!” KBS <거기가 어딘데>에서 스코틀랜드 스카이섬 탐험의 대장을 맡은 배정남은 역시 그 캐릭터대로 ‘일단 지르는’ 호기로운 모습이다. 그러자 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또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당장 뛰어서라도 탐험을 끝내버릴 것처럼 보이던 그지만 잠시 뒤 그의 푸념 같은 골골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대미지 너무 큰데?”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건널 때도 배정남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경상도 사내의 호기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듯 항상 시작할 때는 ‘의욕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금세 풀이 꺾여 물집이 잡혀 아픈 발과 뜨거운 햇살에 열병을 앓고 드러누운 상반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왜 거기까지 가서 그런 생고생을 하는지 후회한다. 

그러다가도 막상 사막의 끝자락에 다다라 바다를 보자 그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호기로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팬티 하나만 입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배정남은 그 고생 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가 탐험을 하는 이유는 호기와 포기 사이를 오가며 우리의 진짜 모습을 거기서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만의 타는 듯한 사막의 햇볕과 뜨거운 모래를 떠올려보면 두 번째 탐험지인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은 ‘힐링’의 느낌마저 준다. 많은 트랙커들의 성지로 알려진 그 곳은 햇볕과 모래 대신 습하고 급변하는 날씨의 힘겨움이 있지만, 유호진 PD가 말했듯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자연의 풍광 앞에 눈이 호강이고, 길가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살짝 길을 벗어나 즐기는 ‘마이크로 탐험’은 작은 도전이 주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어찌 보면 ‘천국 같은’ 이 곳에서도 탐험대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오만의 사막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정남은 호기와 포기를 오가고, 조세호는 엉뚱한 행동과 말로 웃음을 준다. 지진희는 대장직을 배정남에 물려줬지만, 길을 몰라 헤매게 될 때는 여전히 그 대장의 모습을 드러내 든든하게도 길을 알려준다. 차태현은 외국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제 진짜 맞이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 앞에 감복하는 중이다. 

환경이 극과 극으로 달라져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대로 그 환경에 적응해간다. 조금 쉬운 탐험이라고 해도 ‘호기’만 있는 게 아니다. 무거운 등짐으로 허리가 나갈 것 같다는 배정남은 이제 2킬로만 가면 그 날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수 있다는데도 굳이 먼저 식사하고 쉬다 천천히 가자고 한다. 호기롭게 나서지만 또한 포기하고픈 마음을 애써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또 포기하고 주저앉기보다는 호기롭게 나서는 그런 모습. 그게 탐험을 통해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이번 탐험에 동행한 세계적인 탐험가인 제임스 후퍼에게 “왜 탐험을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이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제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것. 그래서 그 편안함 바깥으로 나와야 비로소 진짜 삶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안함을 굳이 포기하고 탐험 속으로 뛰어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편안함을 추구하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막상 탐험에 들어가면 호기롭게 걸어나가는 배정남은 <거기가 어딘데>라는 프로그램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 양면을 오가는 모습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이 탐험의 본질에 가까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사진:KBS)

맥주 한 캔 나눠 마시는 짜릿함, '거기가'가 발견한 소확행

KBS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에는 자막에도 그림자를 만들어 넣는다. 사실 처음 이 그림자가 들어간 자막을 봤을 때는 그저 디자인적인 표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사막 횡단이 본격화되면서 그것이 그저 디자인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제작진도 똑같이 경험했던 그 사막의 땡볕 속에서 한 자락의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시청자들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걸어서 횡단하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해 보이는 ‘탐험’이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도 특별한 재미요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가 어딘데??>는 그 단순함 속에 담겨진 의외의 관전 포인트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한낮이면 심지어 5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의 기후 때문이다. 사실상 그 온도에 사막을 걷는다는 건 생존이 위험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햇볕을 최대한 피해서 걸어야 하고, 작은 그늘이라도 찾아야만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건 단순해 보이는 사막 탐험의 명제지만, 그것을 실행해가는 탐험대에게는 매 순간의 작은 선택들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대장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지진희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를 해가 떠오르기 전에 주파해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강행군을 펼치지만, 언덕을 넘으면 나타날 거라 기대했던 나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멘붕에 빠진다. 기대와 실망의 반복은 자칫 의지 자체를 꺾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그걸 버티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진희 옆에는 계속해서 웃을 수 있게 농담을 던지는 조세호와, 어딘지 힘에 부쳐 보이지만 그래도 끝없이 허세를 부리는 배정남과 묵묵히 동생들을 챙기는 차태현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을 찍는 제작진도 어찌 보면 대장의 책임이기도 했다. 

그 책임감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힘든 길을 앞장서 나가 그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지진희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지진희가 이렇게 길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은 <거기가 어딘데??>가 가진 독특한 재미 포인트이기도 했다. 사막 탐험의 어려운 조건들을 하나씩 뛰어넘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보여주는 흥미로움이다.

특히 사막은 작은 것들도 더 큰 울림으로 돌아오는 특유한 환경일 수 있었다. 도시에서라면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자락이 사막에서는 엄청난 의미로 다가왔다. 일종의 거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그 나무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편집에서조차 자막에 그늘을 넣어준 건 그런 의미였다.

또 1등으로 들어온 멤버에게 특혜를 주겠다고 선언한 제작진에게 지진희와 차태현이 각각 요구한 시원한 맥주와 콜라는 사막에서 마시니 그 시원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 모금씩을 나눠 마시면서도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이 느껴졌던 것. 이른바 ‘소확행’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멀리 있는 큰 행복이 아니라 작아도 가까이 있는 확실한 행복.

이것은 웃음에 있어서도 똑같이 작용했다. 결코 웃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고, 심지어 ‘죽는다’는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게 되는 그런 환경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그 곳에서 조세호와 배정남이 나누는 작은 농담들도 더 큰 웃음으로 돌아왔다. 

왜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냐는 지진희의 질문에 조세호는 자신이 가진 고민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사막은 어쩌면 그 답을 전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당장 생존하기 위해 그늘을 찾는 일에 열중하면서 도시에서 가졌던 그 많은 고민들은 조금씩 지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게 따로 있을까. <거기가 어딘데??>가 사막에서 찾아낸 행복은 이런 자막으로 정리된다. ‘행복은 결핍을 통해 선명해진다.’(사진:KBS)

‘거기가 어딘데??’, 황량한 사막? 가득 채워진 사색거리들

사막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황량함’이 아닐까. 아무 것도 없고 버석버석한 모래만 밟히고 씹히는 그 곳을 횡단한다는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의 도전은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제아무리 뭔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예능의 새 트렌드라고 하지만 사막이라는 황량한 곳을, 그것도 폭염 속에서 걸어 나가는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담는다는 게 무리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유호진 PD가 굳이 사막을 선택한 건 그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또한 넉넉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누는 대화라면 그다지 주목되지 않을 이야기도 사막에서 걸으며 나누니 남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이 곳에서 나누는 농담은 툭하면 나오는 ‘죽음’이야기와 더해져 웃음 또한 커진다. 희비극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가까이 붙어 있을 때 그 이면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법이다. 사막은 그 희비극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역시 넉넉하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자막이다. 사막이 배경이기 때문에 유독 잘 보이는 자막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치 있는 유머도 깔려 있지만, 사막이라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사색적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글귀들이 만들어내는 울림도 들어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마치 사막이라는 빈 원고지에 하나하나 사색의 글을 적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스로 번지점프 티켓을 샀어도 뛸 차례가 다가오는 건 달갑지 않다.’ 이런 공감 가는 문구로 시작한 3회 분은 ‘왜 굳이 황량한 땡볕을 걸으러 온 걸까’ 같은 질문을 더하고, ‘이제 도로를 벗어나 이름 없는 땅으로 들어갈 시간’을 적어 넣은 후, ‘이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음’이란 글귀로 이들이 드디어 사막횡단의 시작점에 들어서 있다는 걸 알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 그림자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여정의 시작에 월프레드 세시저가 쓴 아라비아 사막 횡단기 ‘절대를 찾아서’의 한 대목이 소개된다. ‘우리 주위로는 훤히 드러난 지구의 뼈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모래에 씻겨지고 있었다’ 사막이 어떤 곳인가를 잘 드러내는 그 글귀를 통해 ‘모든 안락함’이 40킬로 저편에 있는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막횡단이 갖는 진중한 무게감은 살짝만 뒤틀어내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걷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지병을 토로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그렇다. 그는 자신이 ‘평발’이라고 털어놓고 이어 ‘햇볕 알레르기’가 있다는 두 번째 지병을 고백(?)한다. 걸어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런 갑작스런 지병 고백은 웃음을 준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힘들 때도 긍정적인 걸 먼저 떠올린다고 말하는 조세호가 잠시 후 급격히 말이 줄어든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든다. 짐짓 비장하게 “탐험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름대로 목표를(말을 못 맺음)..”이라며 무언가 명언을 할 것처럼 하다 결론을 못 맺는 조세호의 모습은 사막이 주는 진지함과 그럼에도 보여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냄으로써 사색과 웃음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사막 횡단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모두 그 혹독한 환경에 지쳐간다. 차태현은 일행을 살짝 벗어나 모래를 피해 걷기 시작하고 배정남은 동행하는 베두인에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를 하소연을 하고 베두인은 노래를 부르며 그 지친 환경 속에서 버텨내려 한다. 그 때 붙은 ‘사막 횡단 1시간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간다’라는 자막은 그 풍경을 설명하는 것이면서 마치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를 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저렇지 않을까.

베두인이 사막 한 가운데서 기도를 하는 장면에 더해지는 ‘베두인의 삶은 무척 고되다. 이방인은 물론 그 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도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그것은 삶 속의 죽음과 같다.’ 같은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말이 들어간 자막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 속의 죽음’.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마치 없는 듯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죽음이 아니던가.

뱀이 새를 잡아먹는 기이한 장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장면을 덧붙이기 위해 유호진 PD가 요청해 즉석에서 보여주는 조세호의 과장된 연기는 사막 한 가운데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해가 살짝 저물어 온도가 38도로 떨어지자 “감기 들겠다”고 말하는 지진희의 한 마디가 만드는 웃음은 ‘삶 속의 죽음’이 있지만 ‘죽음 속에 삶’ 역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로소 보이는 사막의 절경에 감탄하는 출연자들과 함께 ‘사막은 가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더해진 자막 역시 저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공존을 잘 표현한다. 이런 곳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득 지진희가 “우리가 탐험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차태현과 조세호가 내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철학적으로 다가온 건 그래서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잖아. 항상 사람은 생각한대로 하고 싶잖아. 계획대로 되고 싶고. 근데 계획대로 된 건 진짜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을 때(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기분이 좋은?” 그러자 그 이야기에 조세호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다. “태현이 형 얘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신인 개그맨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일이 없으니까 자꾸 포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욕심을 안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들이 또 오더라고요. 희한하게.” 

사막은 ‘평범한 사람도 사색을 하게 하는 땅’이다. 또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리 떠나온 대신 신비로운 오후가 자리를 채우는’ 곳이다. “당연히 모래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있고 풀이 있고 나무도 있었다”며 놀랍다는 지진희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대목 그대로다. 사막은 황량하고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그 곳은 더 많은 사색거리와 이야기들을 채워주고 있으니.(사진:KBS)

‘거기가 어딘데??’, 사막이어서 가능한 새로운 묘미들

<1박2일> 시절부터 그랬지만 유호진 PD에게 일이 의외로 커지게 되는 건 애초부터 기획된 결과만은 아니다. 사막 탐험 예능이라는 KBS의 새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사막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유호진 PD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박2일> 시절부터 해외로 나가면 어떤 걸 해볼까 고민해왔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해외여행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새로운 걸 찾기가 어렵게 됐다고 했다. “결국 새로운 건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사막이 떠올랐고, 막연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녀온 답사여행에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사막.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그러니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피해야할 곳 1순위에 올랐을 공간이 어쩌면 사막이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예 닿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오히려 유호진 PD의 마음을 끌었다. 거기에 오롯이 인물들을 투입하고 그들이 마치 빈 도화지에 써나가는 그 행적의 기록들을 담아내는 건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주어야할 재미 부분을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첫 방송분을 들여다보니, 그게 기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출연진들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예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다들 “어쩌다 낚였다”며 그 자리에 모인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은, 심지어 사막 탐험을 설명하기 위해 탐험가 남영호 대장이 등장하자, “어쩌다 보니 남영호 대장까지 등장한다”며 슬슬 사막 탐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대장을 맡게 된 지진희는 처음에는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가 조금씩 드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차태현과 조세호는 어쩌다 이런 일까지 하게 됐는가를 후회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또 배정남은 그 와중에 별 생각없이 자신의 역할로 주어진 먹을거리 담당에 충실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물론 그 웃음은 이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방영될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생고생이 주는 힘겨움과 웃음의 양면은 의외로 희비극을 넘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쩐지 짠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비극적 요소는 다름 아닌 우리네 삶을 닮아있는 ‘사막을 걷는 행위’에서 이미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걷는 행위’는 우리가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흥을 이끌어낼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늘 보던 일몰 하나도 사막을 배경으로 떨어질 때 전혀 다른 감흥이 생겨나는 것. 또 음식 하나를 먹는 일이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 또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그 일 자체가 문득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에 바삐 살아가던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까. 

유호진 PD가 그 선택의 이유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빈 도화지 같은 공간이 바로 사막이다. 그리고 그 사막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디로 걸을 것이며 그 빈 곳에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거기가 어딘데??>라고 묻지만, 결국 우리는 그 곳을 향해 걷는다. 그것은 생존의 길처럼 여겨지지만, 때론 그 길은 남다른 삶의 의미들을 만나게 되는 ‘실존의 길’이 되기도 하니.(사진:KBS)

‘무한도전’, 조세호에게 해준 스님의 말씀이 남달랐던 건

절묘한 타이밍일까 아니면 끝을 앞둔 상황이라 모든 것들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고 싶다 친구야’편에서 했던 약속 때문에 후속으로 마련한 유재석의 김제동 어머니와의 만남과 조세호의 ‘묵언수행’은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전에 했던 ‘보고 싶다 친구야’편 역시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명분으로 몸 개그를 보여준 아이템이었지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면이 있었다. 그건 마치 특집 제목처럼 먼 훗날 다시 보고픈 이 친구들의 면면을 마치 기시감처럼 보여주는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 대단한 새로운 모습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해 보였다.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후속으로 유재석을 위해 늘 기도한다는 김제동의 어머니를 찾아간 이번 특집도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온 것처럼 ‘유보검’이 된 듯 환대해주는 김제동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찾아온 김제동에는 별 관심도 없고 유재석과 방송 욕심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우스웠다.

그런데 마지막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그 장면이 유달라 보였다. 마치 <무한도전>을 사랑해왔던 팬들의 마음을 유재석과 제작진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현하는 이 가족들이 대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다. 결국 그 집을 떠나 김제동의 아버님 산소를 찾아 절을 올리는 모습도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이건 이제 종영하는 <무한도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생겨나는 마음일 게다. 

‘묵언수행’을 위해 월정사를 찾은 조세호의 이야기 역시 웃음과 함께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토록 수다쟁이처럼 떠들던 조세호가 묵언수행을 하며 겪는 그 답답함이 웃음을 주었지만, 그건 마치 이제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이 있어 가득 채워졌던 그 웃음과 수다 대신 크게 남을 침묵의 무게가 느껴져서다.

조세호와 연꽃을 만들면서 스님이 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하라’는 말씀은 마지막에 즈음에 그토록 많은 추측들이 나왔던 <무한도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단 것’이 뭐냐고 물으면 그걸 애써 설명하기보다는 ‘설탕’을 조금 주는 편이 낫다는 그 말씀에서 향후 <무한도전>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수백 가지의 말보다 한 가지의 행보가 더 많은 걸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기다리던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스님이 지금 현재를 잘 살면 된다고 한 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내일도 온다는 것. 그건 마치 이제 끝을 앞둔 <무한도전>에게 던지는 덕담처럼 들렸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눈앞에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 회만을 남기고 있는 <무한도전>이 남기는 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스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특별한 무게로 여운을 남겼다.(사진:MBC)

‘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신구세대의 조화, ‘무도’가 꿈꾸는 진화의 길

방송이 나오기 전 이미 박명수가 다시 군에 입대한다는 사실은 예고편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MBC <무한도전> ‘1시간전’ 특집으로 꾸려진 각 출연자들에 최적화된 미션들에서 박명수는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최고의 전성기’라 공언했던 그 군대 체험을 다시 하게 됐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미션이었고, 힘들긴 하지만 박명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원하는 미션이었다. 

역시 군대에서의 박명수는 기대 이상의 웃음 폭탄을 만들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어쩌다 끌려 나온 연병장 한 가운데 서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서부터, 무작정 도망치다 잡혀오는 모습은 그가 보여줄 멘붕 상황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조세호가 그와 함께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동장군 콘셉트의 분장을 하고 새벽같이 나와 일일 기상캐스터 미션을 했던 조세호로서는 또 한 번의 미션을 수행한다는 그 자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신참답게 조세호는 주어진 상황을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박명수 옆에 나란히 서게 된 조세호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은 그래서 박명수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웃음의 시너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박명수 혼자가 아닌 조세호까지 군 입대 미션에 투입되게 된 이유로 군측에서 동반입대가 혼자 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반입대는 그 자체로 이 미션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박명수의 군대 체험이 주는 리액션들은 이미 과거에 충분히 보여진 바 있다. 그러니 그것만 반복해서는 재탕의 느낌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조세호의 투입은 박명수가 하는 엉뚱한 행동들에 대해 웃음을 참을 수 없어하는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보여지게 했고, 무엇보다 둘 사이의 비교점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비교점이 웃음을 만들어낸 가장 큰 사건(?)은 가상으로 치러진 교전상황에서였다. 어딘지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조세호가 갑자기 스나이퍼 기질을 발휘하며 적들을 차례차례 사살(?)하는 전과를 냈던 것. 

조세호의 맹활약은 동시에 박명수의 끝없는 수난과 병치되며 큰 웃음을 주었다. 앞서 나서다가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박명수는 이후에도 총을 두 번이나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죽지 않는 오뚜기 병사의 모습을 보여준 것. 하지만 정작 저질체력으로 쓰러지고픈 박명수는 죽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투덜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어쩌다 이뤄진 박명수의 군 입대 미션이었고, 여기에 신참으로서 조세호가 함께 하게 된 것이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마치 <무한도전>의 신구세대가 꾸려내는 조화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져서다. 아무래도 이제 반백의 나이에 가까워지는 <무한도전>의 원년멤버들은 여러모로 젊은 시절의 체력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했던 미션들이 많은 만큼 새로 하는 것도 겹쳐지는 소재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세호 같은 신참이 투입되자 박명수의 미션은 조금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고, 또 신구세대의 차이 같은 것을 통해 비교점을 만들어내면서 했던 미션도 새롭게 변주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무한도전>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 중요한 진화의 길이 아닐까. 조세호나 양세형 같은 신세대들의 활약이 오래도록 <무한도전>에서 저마다의 족적을 남긴 원년세대들과 시너지를 만드는 일. 이번 군대 미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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