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도드라진 문성근의 악역 연기, 쭉 볼 수 있기를

SBS 월화드라마 <조작>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한 대한일보의 구태원(문성근) 상무는 이 드라마의 악의 축처럼 등장한다. 그는 한무영(남궁민)의 형인 한철호(오정세)에게 조작 기사를 지시해 윤선우(이주승)를 해경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만들었다. 한철호는 이 일을 후회하며 진실을 되돌리려 했지만 결국 살해당했고, 윤선우는 5년 간 억울한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조작(사진출처:SBS)'

한철호가 소속되어 있던 대한일보의 스플래시팀을 와해시킨 장본인도 바로 구태원이다. 그 과정에서 스플래시 팀장이었던 이석민(유준상)은 한직으로 물러나고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당시 담당 검사였던 권소라 역시 대한일보와 손이 닿아 있는 검찰의 수뇌부에 의해 좌천됐다. 결국 그 모든 핍박의 중심에 구태원의 ‘사건 조작’이 있었던 것. 

물론 그가 이 드라마에서 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무영에 의해 윤선우의 무고가 밝혀지고 재심 청구 소송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구태원이 궁지에 몰린다는 사실은 그가 축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윗분의 지시를 그에게 전달하는 조영기(류승수)로부터 오히려 협박을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구태원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평범함’이 흥미롭다. 그는 대한일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그것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자유자재로 조작함으로써 권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태를 조종하는 인물이지만, 병원에 입원한 아내 앞에서는 지극히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나 새로이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내는 전혀 남편이 그런 악의 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보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시위 중 자신을 숨겨줬던 젊은 시절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실제로는 그의 실체를 알고 짐짓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죽음을 준비하는 입장을 털어놓는 그녀 앞에서 구태원은 지극히 평범한 남편으로서의 절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역시 권력을 휘둘러온 그가 아내를 위해 하는 선택은 조영기를 찾아가 “장기 이식 센터를 움직여” 아내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대기자 순번을 움직여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간절한 부탁에 대해 조영기가 조건을 내세우자 구태원은 분노하며 “5년 전 먼저 손을 내민 건 그 쪽”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영기는 구태원이 하나의 ‘대안’일 뿐이었다며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카드라는 걸 명확히 했다. 

구태원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악역이 보여주는 건 악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이른바 ‘악의 평범성’처럼,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런 면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구태원이라는 악은 그 어떤 직접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악당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조작> 같은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드라마에서 그 중심적인 힘을 이끌어내는 건 다름 아닌 악역이다. 그 악역이 사실은 거꾸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조작>에서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성근의 역할과 연기는 도드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면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건 그가 어째서 그간 더 많은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조작>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악역을 맡고 있지만, 문성근은 지난 10여 년 간 연기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같은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에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것이 2008년 방영된 <신의 저울>이었다. 그리고 2017년으로 돌아온 문성근이 <조작>에서 ‘악의 평범성’을 드러내는 악역을 연기한다. 도저히 그러지 않았을 것 같은 인물에게서 블랙리스트 같은 말이 나온 것에 국민들 모두가 경악했던 그 평범한 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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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과 언론의 ‘조작’, 진실에 다가가려는 역발상

여론조작. 사실 이 만큼 우리네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건 없다. 그 여론조작에 관여하는 건 검찰과 경찰 그리고 거대 언론이다. 이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조하며 권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조작한다. 검찰이 밑그림을 그리면 경찰은 행동하고 거대 언론은 그럴 듯한 소설(?)로 여론을 조작한다. 이런 일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현실은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가끔씩 실제로 벌어지기도 한다. SBS 월화드라마 <조작>이라는 드라마가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는 건 그래서 이러한 현실이 만들어낸 갈증 때문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맨 꼭대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문성근)은 현재까지 이 적폐 시스템의 머리 격이다. 구태를 상징하는 이 인물은 권위 있는 언론인 척 하면서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여론조작을 위해 검찰을 마치 제 수하 부리듯 좌지우지한다. 임지태(박원상) 검사 같은 인물은 대한일보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한다. 그는 자신들이 충실한 개라고 말하며 짖으라면 짖고 덮으라면 덮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한편 전찬수(정만식) 같은 부패경찰 역시 구태원의 수족이 되어 여론조작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런 그림은 우리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것들이다. 적폐세력이라고 자주 등장하는 부패한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의 공조는 이미 <내부자들> 같은 영화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공분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래서 <조작>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적폐세력들과 대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그것은 저들이 하는 방식의 역공조를 통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일보의 구태원이 있다면 그에 대적하는 인물로 스스로를 기레기라 자청하며 오히려 그런 변칙적인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해가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바보행세를 하며 대한일보의 스플래시팀을 부활시키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을 도모하는 이석민(유준상) 기자 있고, 임지태 같은 부패 검사가 있다면 그가 덮으라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려는 권소라(엄지원) 같은 검사가 있다. 전찬수 같은 행동대원격의 부패경찰이 있다면 그와 대적하는 양추성(최귀화) 같은 애국신문을 돕는 의리파 깡패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저들과 대적하기 위한 역공조 팀을 이룬다. 영세하지만 진실을 위해 할 짓 안할 짓 다 하며 파헤치는 한무영과 애국신문이 권소라 검사 같은 인물과 공조하며 저들의 커넥션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같은 방식을 통한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대적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공조는 어떤 공감대를 갖게 만든다. 

그 끝에 서 있는 건 결국 대중들이다. 부패 언론에 의해 호도되는 진실이 여론을 조작하는 그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과 맞서 그 여론 조작의 실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다. 그 사이에서 대중들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태원이 말하는 대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여론 전쟁이라는 표현은 이 드라마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조금 뻔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의식을 가져왔지만 <조작>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은 바로 그 문제의식과 맞서는 방식으로서 저들의 방식을 정반대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그 지점이다. 부패한 검경과 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인 조직에서 소외된 검사와 기자 그리고 기레기 언론의 공조. 물론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런 판타지적 구도만으로도 흥미롭게 응원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네 비뚤어진 현실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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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남궁민의 코믹과 진지로 풀어낸 사회극

이건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아예 작정하고 만든 작품일까 아니면 어떤 장르물도 남궁민이 소화하면 그만의 색깔을 내는 걸까. SBS 월화드라마 <조작>은 그의 전작이었던 <김과장>과 더불어 마치 ‘남궁민표 사회극’ 2부작을 보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가 툭툭 건드리며 결국은 거대한 적폐를 치워내는 소시민 영웅의 이야기. 그래서 <조작>은 바로 그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색깔과 더불어 기대감이 생기는 작품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이른바 찌라시라 불리는 애국신문과 권력과 결탁한 거대 언론 대한일보의 대결. 애국신문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내세우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정론인 양 권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사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 상무(문성근)의 대결. 아마도 현실이라면 이런 대결의 결과는 뻔할 것이다. 힘 있는 언론이 영세한 인터넷 타블로이드 하나 무너뜨리는 게 어디 대수일까. 

하지만 <조작>은 바로 이러한 적폐언론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반감을 끄집어내 한무영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거대 권력과 싸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언론이 흘러가는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적폐언론을 무력화시키는 게릴라식의 대적이 된다.

적폐청산에서 그 대상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사법정의와 언론인 것은 그것이 일종의 엇나간 권력의 쌍둥이처럼 공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사법이 무고한 이들을 희생자로 삼을 때, 언론은 그것을 기정사실인 양 조작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잘못된 사법과 언론은 마치 짝패처럼 기능한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능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조작>은 그래서 한무영이라는 좌충우돌 돈키호테 기자가 중요하다. 물론 현실성은 그다지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판타지가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몰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적당히 눙치며 들어가는 코미디적 요소와 이 사회적 문제를 건드릴 때는 심각해지는 진지한 요소의 결합이다. 

대한일보에 의해 살인자 누명을 쓴 채 5년 째 복역 중인 윤선우(이주승)가 재심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자신의 무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한무영과 공조하는 과정은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한무영이라는 캐릭터가 은근슬쩍 넘어가는 코미디적인 접근이다. 스스로 윤선우의 인질이 되어 탈주한 후 마치 인질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한 방송을 내보내는 척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한무영 스스로 말하는 이른바 찌라시, 기레기의 방식이다. 하지만 대한일보의 구악을 이미 목도하고 그것이 실제 우리네 언론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그 찌라시, 기레기라는 지칭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저런 돈키호테식 행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진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이야말로 찌라시, 기레기라는 것.

한무영의 코믹함과 진지함은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양면적인 결을 통해 제대로 그려진다. 남궁민은 이미 <김과장>을 통해 우리가 확인했듯 코미디적인 과장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도, 동시에 절절한 진지함을 순간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조작>에서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대체불가로 다가오는 건 그 캐릭터와 그의 연기의 결이 너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남궁민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향후 또 다른 남궁민표 장르물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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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마인드', 어째서 쉽지 않은 작품일까

<크리미널 마인드>는 워낙 유명한 미드다. 그래서 애초에 이 작품이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우리네 시청자들 역시 그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일찌감치 성공은 힘들다는 의견들도 만만찮았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작품은 기본적으로 원작과의 비교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첫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드러난 것도 역시 바로 그런 원작이 있는 작품이 갖는 한계였다. 

'크리미널 마인드(사진출처:tvN)'

시청자들은 원작에서의 캐릭터들과 리메이크작에서 재연된 캐릭터와 그 연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물론 우리식으로 해석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이런 비교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은 있다. 하지만 이 유명한 미드를 본 시청자들이 적지 않고, 그만한 팬덤이 있는 작품이 갖는 부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원작에 비해 캐릭터들의 매력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폭발로 인해 대원들을 잃고 트라우마를 겪는 김현준(이준기)과 그의 여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지만, 미드가 갖고 있는 쿨함과 우리네 장르드라마들이 줄곧 그려왔던 가족적이고 정적인 부분의 중간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비교점을 차치하고라도 이 드라마가 첫 회에 보여준 내용은 너무 클리셰에 가까웠다고 보인다. 본격 장르드라마들이 별로 보이지 않던 한 2년 전만 해도 이런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럭저럭 참신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시그널>에서부터 현재 방영되고 있는 <비밀의 숲>은 물론이고, <피고인>, <조작> 같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장르물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올 리가 만무다. 

한국적인 정서를 상당 부분 넣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도심 한 가운데서 폭탄이 터지고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면면이 우리가 봐왔던 형사들의 친근함을 주지 못하는 건 그들의 외형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가 추구하는 목적성의 문제라고 보인다. 

예를 들어 <비밀의 숲> 같은 작품은 비리로 얼룩진 검찰 조직 내의 적폐 청산이라는 목적성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개가 꽤 복잡해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힘이 생긴다. 그만큼 우리네 정서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드라마가 소재는 물론이고 주제적인 측면에서 끌어오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정서적 공감대’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제 겨우 첫 술을 뗐으니 모든 걸 판단하는 건 섣부른 일이다. 또한 적어도 손현주와 이준기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 하나는 여전히 기대감을 접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실망감들을 간단한 문제로 넘기기는 쉽지 않다. 첫 회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원작으로부터 생겨난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면에서 더 컸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회에 이 드라마만의 강점을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행보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제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도 <크리미널 마인드>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보다 <비밀의 숲>처럼 순수 우리 창작물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원작이 주는 권위는 있을지 몰라도 그 권위만큼의 부담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크리미널 마인드>는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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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남궁민이라는 기레기에 희망을 거는 이유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은 너무나 현실 같은 드라마다. 정관계와 손이 닿아 사건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하는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사. 그 와중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는 검사와 기자들. 하지만 정관계와 언론의 커넥션 속에서 희생되는 그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뻔히 보이는 그 비리를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 단단한 적폐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감을 느껴왔던가.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한무영(남궁민)은 그 비리 앞에 희생된 형으로 인해 기레기를 자청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인물이다. 이석민(유준상)과 권소라(엄지원)는 진실을 밝히려다 권력의 힘 앞에서 속절없이 꺾여버린 기자와 검사다. <조작>이 다루려는 이야기의 그림은 그래서 첫 회에 이미 모두 포진되었다. 이렇게 밀려난 한무영과 이석민, 권소라가 거대권력의 손발이 되어 스스로도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과 싸워나가는 이야기.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 부르는 건 자조적이면서 동시에 진짜 기레기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한무영은 그런 행동의 목적이 분명하다. 진실을 위해 뭐든 실행에 옮기는 인물. 그래서 겉으로는 기자인 척 끝까지 파보라고 등을 두드려주면서도 뒤에서는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구태원(문성근) 같은 진짜 기레기와는 다르다. 그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 건 그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을 형의 죽음을 통해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인물의 주인공으로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난 작품이었던 <김과장>에서 김과장 역할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TQ그룹의 비리와 맞서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하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도 해낸 바 있다. 물론 이번 <조작>에서의 한무영은 웃음기를 쪽 뺀 진지한 캐릭터지만 거대 권력과 엉뚱한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김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그런 방식으로 해야 겨우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실이 얼마나 뒤틀어져 있는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즉 우리는 이미 언론이나 검찰을 잘 믿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검찰이 무슨 발표를 하면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기보다는 그 안에 담겨진 정치 역학적인 권력의 대결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언론 보도 역시 그 이면에 숨겨진 내막을 먼저 떠올리고 심지어 음모론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김과장>에서도 그랬지만 <조작>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상식을 깨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그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오히려 그 이야기의 리얼함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기레기라 내놓은 한무영에게 그나마 어떤 희망을 갖는 이유다. 

사실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MBC <스포트라이트>는 손예진이 주연으로 나왔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고, 그나마 괜찮은 성적을 가져갔다고 하는 <피노키오> 역시 13%(닐슨 코리아)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이렇게 된 건 드라마 내적인 문제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자라는 직종 자체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JTBC의 보도와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이 새삼 언론의 올바른 힘이 얼마나 희망을 갖게 하는가를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조작>은 바로 그 현실의 힘과 그래서 생겨난 적폐청산에 대한 희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라마다. 남궁민 특유의 돈키호테식 대결의식이 또 한 번 일을 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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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309동 성폭행 편 후폭풍 거센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수상한 조서-309동 성폭행 사건의 진실’편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성폭행 사건은 조서를 통해 실제 벌어진 사건으로 둔갑했다. 그것도 그 조서로 인해 가해자가 된 이들은 이제 겨우 중학생들이었다. 마치 토끼몰이 하듯이 협박과 회유를 통해 없던 일을 있는 것처럼 조서를 꾸며 결국 아이들의 미래까지 파탄내버린 해당 경찰은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한 지적 장애 2급의 소녀를 중학생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으로 데려가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이 충격적인 조서는 제 아무리 가해자들이 철부지 아이들이라고 해도 용서하기 힘든 내용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사건일수록 그 진위를 보다 정확히 밝히는 것이 경찰로서 아니 그저 어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상식일 것이다. 그 진실 여부는 자칫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서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 어디에도 이런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미 결과를 상정해 놓은 틀 안에서 장황하고 자세한 설명이 붙은 질문이 던져졌고 아이들은 그저 체념하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가끔씩 질문에 반박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그들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서에서는 빠져 있었다. 이미 경찰의 머리 속에 그려진 대로 조서는 꾸며졌을 뿐이고, 아이들은 다른 아이가 다 털어놨다는 거짓말에 속아 그 조서에 어쩔 수 없이 수긍했을 뿐이다.

 

이런 식의 조서 과정을 우리는 익숙하게 영화나 소설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범죄자를 추궁하는 형사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그래서 <투캅스> 같은 영화에서처럼 하나의 클리쉐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영화이고, 하나의 풍자 코미디이기에 웃을 수 있었지만 만일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진다면 어떨까. 우리는 과연 그저 웃어넘길 수 있을까. 그것도 다른 범죄도 아닌 ‘집단 성폭행’ 같은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다면 그건 피눈물이 날 일이 아닌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고 절대 현실에서는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것도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아이들 같은 약자에게 자행된다는 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조서 내용에는 아이들의 실제 진술과는 달리 입에 담기도 힘들 만큼 저질스런 단어들이 씌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실로 당시 피해자인 지적 장애 2급의 소녀가 사실은 동네의 아저씨들에게 성폭행을 당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유린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피해자인 지적 장애 2급의 소녀나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아이들이나 모두 어른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방송 이후 경기지방경찰청 게시판에 비난이 쇄도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대중들이 분노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일이 조서 과정을 담은 영상을 분석하고 그것을 조서와 비교해 그 과정의 문제를 드러낸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다. 덮여진 진실을 꺼내 공개하는 과정은 억울한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 잡을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간 영남제분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온 ‘사모님의 수상한 외출’이나 국제중학교의 편법과 비리를 파헤친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처럼 이번 ‘수상한 조서’ 역시 그런 언론의 기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여겨진다.

 

정치적 사건이든 경제적 사건이든 혹은 사회적인 문제든 세상에 알고 싶은 진실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것들은 언론을 통해 잘 보여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다 찍어놓은 방송분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붙여져 방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욱 알고 싶다. 거기 숨겨져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루는 소재는 한정적이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은 분명 언론이 왜 필요하고 존재하는가를 에둘러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 대중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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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어떻게 현실과의 거리를 유지했나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과연 연애를 조작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을 게다. 하지만 조작을 통해 성공했다고 해도 그건 진정한 성공이 아닐 지도 모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패러디한 '무도 연애조작단'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영화와 실제 상황은 그만큼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에서는 결과가 중요할 지 모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본래 '무한도전'은 도전의 성공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무도 연애조작단'은 역시 '무한도전'다운 결과물을 선보인 셈이다.

사실 '무도 연애조작단'이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자극적인 엿보기가 될 수도 있었다. 마치 '치터스' 같은 타인의 사생활을 숨어서 바라보며, 그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도 연애조작단'은 만만한 아이템이 아니다. 성공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MC들이 개입했다가는 큰 논란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현실조작이 되는 셈이니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모든 과정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베테랑다운 절제력을 보여주었다. 강복씨가 의뢰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멤버들이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그 여성을 찾아가 이 모든 걸 다 밝힐 것인지 아니면 일단 강복씨에게 그 의사를 물어볼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질질 끌지 말고 속전속결로 결과를 알아보자는 박명수와 달리, 정형돈은 강복씨와 그 여성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맞섰던 것. 만일 여기서 고민 없이 행동했다면 그 결과는 의외의 파장을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

중요한 건 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들에 대해서 멤버들이 개입하기 보다는 저들끼리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과정 자체를 '무한도전'은 웃음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귀가 얇은 정준하는 박명수와 정형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보여주었고,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넌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정준하는 결국 유재석의 결정에 따르려는 박명수를 비꼬면서 큰 웃음을 주었다. 이로써 며칠 후 강복씨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고, 그녀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이 상황을 전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오히려 강복씨를 걱정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는 훈훈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순수한 마음이 드러났고, 또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이의 따뜻한 마음도 드러난 셈. 결과는 실패였지만 과정은 성공이었던 셈이다.

한편 오랜 친구로 지내오면서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은정씨는 무심한 척 보이는 남자친구 바울씨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애인인 척 연기자를 투입하기도 했다. 마치 숨어서 명령을 내리는 아바타 소개팅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무한도전'은 여기서도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박명수는 엉뚱한 명령을 내려 웃음을 주려고 했지만, 주변 멤버들이 만류한 것. 오히려 프로그램은 박명수를 '아바타 중독자'로 캐릭터화해서 웃음을 주었다.

영화관에서 모든 걸 밝히고 은정씨의 속마음을 얘기하는 장면도 편집을 통해 몰래카메라의 자극을 상쇄시켰다. 결국 친구로 남기로 함으로써 '연애조작(?)'이 실패했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후, 마지막에 후일담처럼 이 몰래카메라의 상황을 살짝 보여준 것. 흔쾌히 이 상황을 받아들인 바울씨의 사전 허락을 통해 이 모든 영상들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을 그 편집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만일 방송이 좀 더 이들의 상황에 개입을 했다면 어쩌면 이 '연애조작'은 성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리얼이 아니고 말 그대로 조작이 된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조작'이라는 단어를 소재에 붙였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적절한 현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모두가 바라는 판타지가 아니라 결국 실제 현실대로의 실패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다행스럽게도 지극히 '무한도전'다운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도 과정만으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은 '연애조작단'을 통해서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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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문화 논란에 가려지는 실체, 표절 논란

‘MBC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컨셉트가 스마프의 공연 컨셉트와 같다는 데서 불거져 나온 표절 논란은 MBC측의 “표절이 아닌 패러디였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유야무야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이해될 수 없는 패러디라는 면죄부는 결국 스스로가 자신에게 준 셈이다.

게다가 연달아 터져 나온 ‘무한도전’의 표절 논란으로 슬그머니 화제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표절논란도 금세 방향을 틀어 ‘라인업’ 표절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또한 잘못된 팬덤 문화와 결합하면서 ‘라인업’ 조작방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치 정치적 사건들이 연달아 터질 때, 점점 본질이 흐려지고 정치적 무관심을 가져오는 것처럼 이 논란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 정작 논란을 제공한 제작진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가요대제전’의 담당PD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말로 침묵하고 있고,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며 그 불똥을 경쟁 프로그램인 ‘라인업’으로 날렸다. “‘무한도전’ 컨셉트 자체를 따라하는 국내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경쟁한다고 하면서, 단지 몇몇 장면이 비슷하다고 ‘무한도전’은 표절이라고 말한다”고 했던 것.

이 인터뷰 내용은 ‘김태호PD 발끈, 무한도전은 표절이고 라인업은 경쟁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기사에 대해 ‘라인업’의 박상혁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의 어디를 따라했는지를 해명하라고 하면서 “‘무한도전’의 표절 시비에 대한 해명을 하는데 왜 상대 프로그램을 걸고넘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방의 양상을 보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모두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들 프로그램들에 대한 표절 논란이 인터넷을 들쑤시고 있는 것일까. 때지도 않은 굴뚝에 왜 연기가 나느냐는 말이다. 경쟁 프로그램을 무조건 비하하고 욕하는 일부 잘못된 팬덤 문화에서 나온 억울한 누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수긍할만한 이야기다. 현재 지나친 프로그램에 대한 비방이 오가는 이른바 '빠 문화’는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제작진들의 대응은 그다지 시청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표절이 아닌 우연의 일치라고 할지라도 거기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하는 것이 그저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보다는 납득할만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대응은 표절 논란을 뒤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잘못된 팬덤 문화로만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리얼리티쇼 전성시대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보다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똑 부러지는 명료함이 있어야 비로소 의혹을 벗어내고 리얼리티쇼로서의 신뢰성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오락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해외의 프로그램들을 노골적으로 베껴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같은 공론과 검증의 장으로서의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오히려 그런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PD들이 이런 정도의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그것이 실제 표절이든 아니든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여전히 과거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한편 네티즌들은 수없이 쏟아지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 끝없이 유사한 영상들을 찾아낸다. 그것은 때론 실제 표절의 징후를 포착해내는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물론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훌륭하고 놀라운 능력은 때론 비뚤어진 팬덤 문화와 만나면서 눈에 불을 켜고 경쟁 프로그램의 흠집을 찾아내는데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든 것의 진위가 드러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리얼리티쇼 전성시대를 요구했던 네티즌들이 영상의 신뢰성에 극도로 민감한 반면, 표절이 나와도 패러디라 변명하며 덮어버리는 제작진들의 마인드는 상대적으로 둔감해 보인다. 이 간극이 결국 표절과 조작 공방의 밑그림을 제공한 셈이다. 모든 문제가 잘못된 팬덤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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