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감우성·김선아, 종점커플에겐 위로가 사랑이다

버스, 오래된 디스크맨, 김동률의 노래 그리고 같이 앉은 연인. 이런 풍경 속에서라면 누구나 새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의 그 아련했던 첫사랑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이 이 풍경 속에서 주는 느낌은 어딘가 처연하다. 손무한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고 노래를 듣다 잠이 들어버린 안순진과 그를 깨우지 않고 끝내 종점까지 함께 가는 손무한에게서 삶의 피로 같은 게 느껴져서다. 수면제 없이는 잠 못 드는 안순진의 그 피로를 그저 가만히 기대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처럼, 그들도 이제 인생의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결혼을 했고 배신을 겪었고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는 크디 큰 상처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 큰 집에 손무한은 ‘은둔형 도토리(?)’가 되어 이제 나이 들고 병들어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 별이와 함께 살아간다. 그는 오래된 것들을 좀체 바꾸거나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차도 오래된 차를 끌고 다니고, 끝내 저 세상으로 가버린 반려견도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다. 기억도 그렇다. 안순진과 10년 전 겨울 동물원에서 겪었던 기억을 그는 지금껏 간직하고 살아간다. 

안순진 역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 아이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고 그 상처는 그 부부의 파경으로까지 이어졌다. 전 남편이었던 은경수(오지호)는 백지민(박시연)을 만나 그 지옥 같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빠져나오지만, 안순진은 그 집안 가득 옛 물건들을 가득 채워 넣은 채 버리지 못한다.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 삶. 그저 오늘 하루만 살자는 그런 삶 속에서 그가 원하는 건 단 한 시간이라도 잠드는 일일 게다. 그것이 잠시라도 그 아픈 기억 바깥으로 나가는 길일 테니.

그래서 이 두 사람이 버스를 타고 종점에 다다르고, 버스기사마저 내린 버스에 앉아있는 장면은 ‘세상의 끝’에 서서 비로소 그 앞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느낄 그런 감정들을 끄집어낸다. 손무한은 그래서 안순진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사랑할까 해요”라고 말하고, 안순진 역시 “사랑해요”가 아닌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건 단지 남녀 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그 끝의 아픔이나 아련함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마음을 담아낸다. 

종점에서 돌아오는 길 반려견 별이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물병원을 찾아간 손무한에게 의사는 별이가 아파도 주인을 위해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손무한은 그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별이에게 마지막 진통제를 놔달라 말하고, 그 순간 안순진은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그 마음을 안순진 만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도 없을 게다. 손무한의 그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얼굴 이면에 담긴 아픔을 그는 깊게 공감한다. 그래서 이제 별이를 보내주는 손무한에게 “잘 보내주라”며 그 날 밤은 “같이 자자”고 말한다. “혼자 자지 말고 같이 자자”고.

그 날 밤 초인종이 울리고 인터콤 저편에서 안순진은 토끼 문양이 새겨진 잠옷을 입고 귀엽게 토끼 귀를 들어 올려 보인다. 그 옷차림에서 손무한은 그 마음을 읽어냈을 게다. 별이가 떠난 그 자리에 토끼 같은 모습으로 애써 들어와 그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안순진의 마음을. 그래서 이 텅 빈 공간 속으로 들어와 그저 손무한을 꼭 껴안아준다는 것을. 이 종점커플에게 위로만큼 큰 사랑이 있을까.(사진:SBS)

레이스보다 동행, ‘세모방’이 주목한 버스와 종점의 감성 

이렇게 단순한 형식인데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에 훈훈함까지 주는 방송이 있다니 놀랍다. MBC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준 감흥이다. 62-1번 버스를 타고 동탄에서 수원으로 출발해 그 반환점을 돌아 다시 차고지로 돌아오는 그 과정에 출연자들이 투입되어 승객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동행해주면서 일종의 출연자들끼리의 대결이 펼쳐지는 형식. 

어디까지 가는 지 알 수 없는 승객에게 다가가 그 내리는 곳에 동행해야 한다는 룰 때문에 종점 가까이 가는 승객을 만나면 쉽게 미션이 끝나버리지만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을 만나면 계속 내렸다 탔다는 반복해야 한다. 이경규는 운 좋게도 25정거장을 이동하게 만든 ‘대박 승객’을 만나 이 프로그램 최단 시간인 8시간 만에 1등으로 퇴근했지만, 차오루의 경우는 아예 레이스에는 관심이 없는 듯 사람들과 끝없는 소통을 하는 통에 막차를 타고 겨우 꼴찌로 차고지에 돌아오게 됐다. 

흥미로운 건 레이스가 주는 재미보다는 이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이 훨씬 마음을 끌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목적지까지 가는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우산을 나눠 쓰는 훈훈함을 만들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소소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따뜻함이 있었다.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보통의 수수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쫄쫄 굶어 배가 고픈 주상욱이 버스에서 만난 승객에게 조심스럽게 같이 저녁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거부당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승객이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전화에 선뜻 승낙을 하자 그 곳을 따라가 치킨을 사주겠다면서 자신이 더 많이 챙겨먹는 주상욱의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웃음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건 그 따뜻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고민이나 이야기들이 주는 공감대였다. 주상욱과 함께 치맥을 하던 젊은 남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이제 서른을 넘긴 나이에 꿈만 좇는다는 것도 어렵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주상욱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서른이면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소통의 훈훈한 면면들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는 의외로 차오루였다. 외국인이라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는 차오루는 지난 회에서는 한 어머니 승객에게 멸치 반찬을 받았던 데 이어 이번에는 배웅의 답례로 닭발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종점에 임박했지만 버스에서 만난 한 아저씨와 동행하게 됐고 그의 집까지 방문해 ‘사랑의 오작교’를 자청하기도 했다. 마침 7월7석이라며 아저씨와 그의 아내 사이에 사랑을 확인시켜줬던 것. 차오루는 나오며 “수원에서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은 어쩌면 한결 같은 것이다.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다.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은 바로 그 시간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를 전해주었다. 버스와 종점이 주는 그 감성이 얼마나 서민들의 감성과 어우러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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