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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전성시대’의 웃음과 ‘황금신부’의 눈물

주말 저녁 TV 속의 가족들은 계층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며느리 전성시대’는 장충동 족발집 아들 이복수(김지훈)와 프랑스 식당 베네치아의 딸 조미진(이수경)의 결혼을 다루면서 그 서로 다른 계층의 부딪침을 다양한 각으로 그려낸다. ‘황금신부’는 국내굴지의 식품회사, 웰빙푸드의 사장인 김성일(임채무)과, 영세한 식품업체인 소망식품의 아들 강준우(송창의)와 결혼하고 베트남에서 아버지를 찾아온 진주(이영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계층의 갈등을 잡아낸다.

서로 다른 배경의 가족이 결혼이라는 틀 속에서 부딪치는 것이지만 ‘며느리 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그걸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상이하다. ‘며느리 전성시대’가 다분히 시트콤적인 방식으로 코믹하게 이질적인 가족의 결합을 그리고 있다면, ‘황금신부’는 좀더 전통적인 대결 방식으로 계층 간의 갈등을 그린다. 전자의 코드가 웃음이라면 후자의 코드는 눈물이다. 전자의 방식이 로맨틱 코미디의 가족드라마로의 변용을 쓰고 있다면, 후자의 방식은 전통적인 신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며느리 전성시대’, 빈부가 아닌 사고방식의 차이
‘며느리 전성시대’의 장충동 족발집과 프랑스 식당 베네치아는 드라마 속에서 가치관의 차이로서 부딪친다. 결혼이라는 틀을 통해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긴장은 전통적인 사고 방식과 현대적인 사고 방식의 차이에 의한 것이지 단순한 빈부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환경과 방식이 상이한 두 가족의 부딪침이 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것은 의도적으로 과장된 캐릭터들이 주는 발랄함 때문이지만 그 기저에는 보다 근본적인 빈부격차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않는 갈등 양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도 조미진과 이복수의 코믹한 결혼이야기 옆에 보다 심각한 차수현(송선미)의 결혼문제를 끼워 넣는다. 주말드라마에 있어서 불륜코드까지를 끼워 넣는 건 작가의 다양한 시청층을 잡기 위한 안전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좀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확연한 대비효과를 주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시어머니 이명희(김혜옥)가 “추석 상에는 가격흥정 하는 것조차 예가 아니다”라면서 종종 부를 과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은 같은 상류사회에서 자라온 며느리, 차수현이 빈부의 차이를 대하는 방식과 다르다. 차수현이 서민적인 김기하(이종원)의 틈입을 허락하는 건, 빈부 차이가 존재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특권의식이 별로 없는 요즘 세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고방식의 차이이며, 그것은 역지사지하는 상황 속에서 넘어설 수 있는 계층 간의 다름일 뿐라는 것이다. 그것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이명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지듯 빈부격차를 특권의식과 신분의 차이로 이해하는 구시대적인 가치관 때문이다. 앞으로 조미진의 오빠인 조인우(이필모)와 엮어지게 될 이복수의 동생 이복남(서영희)의 결혼이야기는 현재의 상황을 뒤집어보는 계기를 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조미진이라는 상큼 발랄한 캐릭터를 며느리로 얻게되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되는 서미순(윤여정)이 양자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이것이 역지사지의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가 가족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재미의 이유다.

전통적인 대결의 방식, ‘황금신부’
반면 ‘황금신부’가 그리는 대결의 양상은 심각하다. 그것은 전통적인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빈부의 차이, 신분의 차이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베트남 신부라는 사회적인 코드를 가지면서도 사회극이 아닌 가족드라마가 되는 이유는 라이따이한 설정의 활용이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서 효용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신부’는 초반부에 베트남 신부라는 설정을 활용해 순애보와 신파라는 전통적인 드라마 코드를 한껏 활용한 바 있다. 시골집 처자를 서울로 상경시킨다 하더라도 지금 시대라면 용인되기 어려운 이 코드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드라마는 베트남에서 신부를 데려온다.

공황장애를 겪는 강준우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는 진주의 모습은 지금 현실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50대 이상의 전통적인 드라마 시청층에게는 여전히 통용되는 향수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 신부가 타국에 시집와 병 수발을 하는 결혼생활 속에서 베트남이라는 이문화에 대한 접근은 배제된다. 빈부라는 틀 안에서 이해가 아닌 수용의 차원으로 진주라는 캐릭터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베트남 신부에 대한 우리네 편견이 투영된 결과다.

후반부에 와서 베트남 신부라는 코드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신파의 코드로 활용된다. 여기에도 빈부 격차는 그 기저에서 힘을 발휘한다. 강준우를 공황장애로 밀어 넣은 옥지영(최여진)과 대결양상을 갖고 떡 기술을 배우려는 진주의 이야기는 출생의 비밀이 겹쳐지면서 전통적인 빈부의 코드를 끌어낸다. 이 드라마는 이처럼 이해하고 소통하는 가족을 다룬다기보다는 용서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가족이라도 포용하고 용서를 구하면 본래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다(이것은 예측이지만)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으로의 회귀를 그려낸다.

파편화된 가족들이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가족은 어떤 식으로든 화두가 되지만 그것을 드라마가 그리는 방식은 이다지도 다르다. 그것은 이해와 소통을 향한 진화의 방식이 되기도 하고 그저 지지고 볶더라도 한 사람의 희생과 용서를 통해 유지되던 과거적 가족 형태로의 회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희생과 소통, 이 두 코드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가진 과거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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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전성시대’ vs ‘황금신부’

주말드라마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시즌의 변화다. 여름 휴가 시즌이 지나면서 주말 시간대 시청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 하지만 아무리 시즌이 달라져도 돌아온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놓을 컨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때마침 시작해 주말극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며느리 전성시대’와 지루했던 투병(?) 이야기를 지나 베트남 신부, ‘진주(이영아)의 친부 찾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황금신부’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며느리 전성시대’가 갖는 의미는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전통적인 주말드라마가 가진 가족드라마의 성격을 온전히 회복시킨 이 드라마는 고전적인 소재이면서도 시대를 넘어 먹히는 ‘서로 다른 양가집의 결혼이야기’를 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것은 마치 저 ‘사랑이 뭐길래’의 변주처럼 보인다. 보수적인 대발이 아버지(이순재) 대신 오향심 여사(김을동)가, 현모양처에 가끔 반항적 행동을 하는 어머니(김혜자) 대신 서미순(윤여정)이, 신부와 집안 양측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발이(최민수) 대신 복수(김지훈)가, 톡톡 튀는 개방적인 아내(하희라) 대신 미진(이수경)이 포진해 결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보수적인 아버지 대신 보수적인 시어머니를 집어넣어 요즘 달라지고 있는 고부 관계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전 세대에 걸쳐 공감을 자아내게 마련인 결혼이란 이벤트 아래 벌어지는 고전적인 스토리에, 현대적인 변주가 힘을 발하는 이유다. 혹자들은 식상하다 할 것이지만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잘 먹히는 결혼소재는 결혼을 해야하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거기에 얽힌 양가집 사람들의 관계가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것은 이 드라마의 시청층이 결혼이란 대사를 치른 사람이거나, 곧 치를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그 공감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즉 결혼이란 시대불문, 관심을 가질 가족의 이벤트라는 것이다.

반면 ‘황금신부’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너무나 변화무쌍하다. 처음 라이따이한의 소재를 잡은 시작은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가진 드라마였는데, 차츰 전통적인 멜로드라마로 흘렀다. 지영(최여진)에게 배신당한 준우(송창의)가 공황장애를 겪고 이를 사랑으로 지켜낸다는 진주의 이야기가 전통적인 신파의 구조로 그려졌다. 중요한 것은 신파가 먹히지 않는 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그 공감대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베트남 신부를 데려왔다는 점이다. 순애보 같은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게는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처자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공감되지 않는 현실과는 별개로 전통적인 순애보와 신파를 원하는 보수적인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점. ‘황금신부’는 베트남 신부를 통해 그 부분을 공략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황금신부’는 이 순애보적 이야기에 가족극으로서의 훈훈한 이야기를 섞는 반면, 동시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는 베트남 신부라는 설정 하나로 과거의 신파 드라마가 갖는 파괴력을 끌어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신파라면 어떨까. 여전히 거기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층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며느리 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어떤 면으로든 주말 드라마의 위기의식에서 생겨난 퇴행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도 나름의 현대적인 공감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며느리 전성시대’가 가진 새로운 고부 관계의 틀과, ‘황금신부’가 가진 순애보가 사라진 시대의 다국적 사랑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단순히 구닥다리라 여기며 비판만 할 일이 아니다. 모든 드라마가 잣대를 젊은 층의 시선에만 둘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전통적인 드라마들이 여름 시즌을 지나 돌아오고 있는 시청자들을 온전히 안아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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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의 진화, 주말드라마의 퇴화

도대체 등장인물이 몇 명이나 되는 걸까. 주말드라마들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코너를 보면 SBS의 ‘황금신부’와 KBS의 ‘며느리 전성시대’는 모두 18명이, MBC에서 새로 시작하는 ‘깍두기’는 무려 19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이러다가는 심지어 한 회에 등장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나올 지경. 주말드라마들은 왜 일제히 인해전술(?)을 쓰기 시작한 걸까.

그 해답은 바로 가족드라마에 있다. 주말드라마는 그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기 마련. SBS의 ‘하늘이시여’나 MBC의 ‘누나’, ‘문희’는 물론 ‘진짜 진짜 좋아해’, ‘결혼합시다’ 등도 트렌디와 멜로를 넘나들지만 여전히 그 틀은 가족드라마 안에 있었다. 물론 KBS의 주말드라마는 그 공영성으로 인해 본래부터 가족드라마를 표방해 온 이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주말의 가족드라마는 과거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족드라마라는 테두리 안에서 몇몇 주인공들이 엮어나가는 극적인 스토리를 보이던 과거의 주말드라마는 이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일일드라마의 확장판 같은 느낌을 같게 된 것이다.

KBS의 ‘며느리 전성시대’는 이 전형적인 KBS 일일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SBS는 거의 가족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들을 만들어왔지만 ‘황금신부’를 통해 그걸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 시작하는 MBC의 ‘깍두기’는 가족 군상의 규모를 더 넓혀 더 다양한 인물들을 그 틀에 잡아 두고 있다.

이렇게 가족드라마의 구성원들이 양적인 팽창을 이룬 것은 그만큼 다원화된 사회를 반영하는 점도 있지만, 실상은 좀더 안전하게 드라마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한두 명의 주인공에 집중되어 흘러가는 가족드라마는 그만큼 위험성도 큰 법이다. 따라서 인해전술에 가까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들 가족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안전판들이 심어진다. 고전적인 가족드라마의 신파 구조는 물론이고, 청춘물이 갖는 멜로드라마에 심지어는 성인드라마의 불륜까지.

그런 안전판들은 시청률과 조율해가면서 언제든 드라마의 중심으로 부각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드라마를 애초에 표방했던 ‘행복한 여자’가 갑자기 복잡한 논란드라마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로 간 것은 시청률과 관련하여 드라마가 타협한 결과이다. 애초에 준비된 안전판은 이렇게 활용되고, 그것은 드라마의 애초 의도를 흐려놓지만 최소한 시청률에 있어서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이런 식으로 보면 현재의 가족드라마는 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형태로 자칫 색깔 없는 드라마라는 섣부른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종합선물 세트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엮어내는 복잡한 가족관계는 사실 압축적이고 긴박한 구조의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일일드라마에 익숙한 고정 시청층(주로 중장년층)이라면 다르다. 관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그들에게 더 복잡해진 가족관계는 가족드라마의 진화로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가족드라마들이 잡아내는 메시지는 일일드라마의 그것보다 좀더 구체적이다. 라이따이한이 등장하는 ‘황금신부’는 SBS 특유의 사회적인 시각이 접목된 가족드라마라 볼 수 있으며, ‘며느리 전성시대’는 현재 달라지고 있는 고부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깍두기’는 현재 급증하면서 새로운 가족관계의 양상을 예고하는 이혼 남녀들의 멜로가 섞인다.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제각각 하나씩의 현실과 맞닿는 지점들을 굳건히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 새로운 주말 가족드라마는 일일 가족드라마의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주말드라마가 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주말 그 저녁 시간대의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달라진 주말 생활패턴으로 떨어져버린 드라마 시청의 연속성은, 일일드라마처럼 한두 번 걸러도 그 가족이 가진 특성을 알고 있는 한 이해가 가능한 가족드라마 형태를 요구하게 되었다. 주말드라마가 벌이는 인해전술에는 휴일에 빼앗겨버린 시청자들을 잡아내기 위한 방송사의 안간힘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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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를 보면 연기자가 보인다

최근 홀연히 나타나 주말 드라마의 판도를 바꿔놓은 연기자가 있다. 바로 사극의 제왕, 유동근. 그는 갖은 비판과 혹 허우적대던 ‘연개소문’을 단박에 기대감으로 채웠다. 그의 출연과 함께 ‘연개소문’이란 사극은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의 ‘연개소문’이 걸어온 길은 그저 사족에 지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도 어려웠던 시청률 25%를 손쉽게 넘기면서 수위를 지켜오던 경쟁사극 ‘대조영’을 제쳐버렸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단지 유동근이라는 대배우만의 힘이었을까. 여기에는 물고 물리면서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연기자들의 부침이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불리한 시간대를 지킨 ‘대조영’의 연기자들
주말드라마 삼파전에서 가장 불리한 시간대를 갖고 있는 것이 ‘대조영’이다. 9시부터 시작하는 ‘연개소문’과 10시부터 시작하는 MBC 주말극 사이인 9시30분대에 끼어있어, 양 드라마의 공격을 받는 형국이 되기 때문. 만일 ‘연개소문’의 청년시절이 좀더 존재감 있게 흘러왔다면 ‘대조영’은 맥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시절의 ‘연개소문’은 존재감이 없었다. 그나마 그 드라마의 힘을 이어준 것은 김갑수라는 괴물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특유의 광기 어린 연기로 수양제역을 소화함으로써 연개소문의 공백을 채워 넣었다.

‘연개소문’과 함께 한창 ‘환상의 커플’이 상종가를 치며 앞뒤로 압박해왔을 때 ‘대조영’을 지켜낸 인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조영’의 연개소문 역을 한 김진태였다. 호랑이 같은 눈빛을 부라리며 안면근육을 떨며 호통을 치는 모습에 빨려들지 않을 시청자가 없었다. 때론 자상한 아버지처럼, 때론 광기 어린 제왕처럼 변신의 변신을 보여주는 김진태 앞에 양만춘 역할의 임동진이 가세하자 그 힘은 하늘을 찔렀다. 심지어 연개소문이 죽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이 두 카리스마의 충돌이 빚어내는 숨막히는 연기대결이 펼쳐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제목이 ‘연개소문’이나 ‘양만춘’이 아닌 ‘대조영’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 대조영이 차츰 앞으로 나오고 그들은 역사 속에 사라져야할 인물들이었다. 연개소문이 죽으면서 김진태가 사라진 자리를 양만춘 역의 임동진이 채워 넣었으나 그마저 사부구(정호근 분)가 제거해버리자 ‘대조영’의 드라마적인 힘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빈 자리를 온전히 대조영 역할의 최수종이 채워놓기도 전에 유동근이 출연한 것이다.

진짜 ‘연개소문’을 만드는 연기자들
결과적으로 ‘대조영’에서 만들어놓은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기대감은 새로운 ‘연개소문’을 도와준 격이 되었다. ‘연개소문’이 새롭게 주말드라마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동근 이외에도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선 굵은 카리스마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개소문의 책사 역할로 돌아온 우리의 영원한 시라소니 조상구, ‘야인시대’의 나미코 역할은 물론이고 ‘대장금’에서 장금과 열띤 경쟁을 벌였던 이세은, ‘태조 왕건’에서 견훤 역할을 했던 서인석 등이 가세하자 유동근의 절대 카리스마와 조화를 이루면서 기대감을 만들었던 것. 여기에 ‘대조영’에서 익숙해진 ‘검모잠(안승훈 분)’같은 인물의 출연은 재미를 더해주었다.

따라서 이것은 지금까지의 ‘연개소문’과는 다른 카리스마 넘치는 드라마가 연출될 공산이 크다. 적어도 연기자들만큼은 확실한 힘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것은 마치 역사를 가르치는 듯한, 설명조의 지지부진한 전개로 비판을 받아온 이환경 작가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들 연기자들의 맥을 살리면서 긴박한 드라마를 엮어나갈 것인가이다. 아무리 훌륭한 연기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캐릭터의 설정이나 스토리 진행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금 ‘연개소문’은 그 연기자만으로 충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얀거탑’의 노련한 연기자들
이 경쟁에 가세하는 것이 바로 ‘하얀거탑’의 노련한 연기자들이다. 상황으로 보면 ‘대조영’을 진퇴양난의 입장에 빠뜨린 것은 바로 이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존재감이 팍팍 느껴지는 외과과장 이주완 역할의 이정길.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굴욕적인 면모 역시 거침없이 보여주는 호연에 힘입어 네티즌들에게 ‘인쇄정길’, ‘굴욕정길’로 불릴 정도다. 의국실로 프린트되는 외과과장후보 이력서를 가로채기 위해 달리는 모습과 노민국의 호텔방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으로 이런 호칭이 붙여졌다.

이정길과 손을 잡았다가 또 뒤통수를 때리는 부원장 우용길 역할의 김창완은 특유의 능구렁이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연기는 뒤통수를 치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 그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 놀라운 연기변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물론 주인공 장준혁 역할의 김명민은 특유의 야누스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악마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쉽지 않은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저 영화 ‘괴물’에서 주목받은 변희봉(오경환 역), ‘영웅시대’에서 천태산의 차남 역할로 나왔던 정한용(민충식 역), ‘제5공화국’에서 허문도 역할로 열연했으며 각종 사극에서 감초 역할을 확실히 해준 이희도(유필상 역) 역시 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주는 연기자들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들 얼굴
요즘 주말드라마는 유독 클로즈샷이 많다. 그것도 극단적인 클로즈샷이다.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까지 보일 정도로 화면의 거의 2/3를 채우는 이들 연기자들의 얼굴. 이러한 장면들은 드라마의 성패에 얼마나 연기자들의 존재감이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드라마 속에 확실한 존재감을 주는 연기자가 있다면 그 드라마는 그 힘을 기반으로 어떻게든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이들 존재감을 주는 연기자가 주연이 아닐 경우, 이들 연기자들 사이에서 그 힘에 눌린다면 드라마의 중심 축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동근이라는 확실한 중심축이 선 ‘연개소문’은 일단 기선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얀거탑’ 역시 차츰 주인공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고정층을 확보한 ‘연개소문’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조영’. 사실 지금의 주말드라마 판도를 가장 도와준 격이 되었지만, 가장 곤란한 시간대에 자리잡아 양측에 공격을 받는데다 아직까지 대조영으로서의 최수종이 확실히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힘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분명한 것은 그 힘을 만들어 드라마를 성공으로 웃게도 하고 실패로 울게도 만드는 이들이 연기자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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