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 허준호가 스스로 증명한 악역의 탄생

“악은 증명 당하는 것이 아니다. 악은 스스로 증명하는 것.”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윤희재(허준호)는 그렇게 말했다. 연쇄살인범으로 감방에 들어가 사형수로 지내왔던 그는 결국 탈옥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허준호가 윤희재라는 희대의 악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증명해낸 것이기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소름끼치는 긴장감이 가능했을까.

윤희재는 우리가 봐왔던 연쇄살인범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보통의 연쇄살인범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반해, 윤희재는 가족이 있다. 두 명의 친 아들과 재가했던 아내 채옥희(서정연)와 그녀의 딸 채소진(최리)이 그들이다.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조금 폭력적이긴 해도 그저 그런 가부장적인 아버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범죄들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하지만 윤희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한 감정 따위는 없다. 그는 세상을 싸워 이겨내야 하는 생존 정글로 생각한다. 그래서 장남인 윤현무(김경남)가 또래 불량한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보고도 도와주거나 말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일어나 그들과 다시 싸우라고 말한다. 그게 윤희재의 ‘아들 자격’이 있는 일이라고. 

그래서 윤희재는 자신을 공격하고 경찰에 넘겨버린 둘째 채도진(장기용)에게 장남보다 더 큰 애착을 갖는다. 그가 자신을 닮았다 여기는 것. 그래서 그의 형인 윤현무에게 “너는 동생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연쇄살인범이지만 가족이 있다는 이 사실은, 윤희재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 세계관 자체가 다른 괴물로 만들어낸다. 그저 살인에 대한 욕망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가 채도진이 어려서 좋아했던 한재이(진기주)의 부모를 죽이고, 또 그녀마저 죽이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너를 약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해주겠다”는 것.

<이리와 안아줘>는 사실상 이 윤희재라는 희대의 악역을 구심점으로 해서 흘러가는 드라마다. 그가 만들어내는 악이 그 주변 사람들을 침범해 들어오고, 채도진은 그것을 막아내려 온 몸을 던진다. 채도진이 주인공이지만, 그 반대급부로서 윤희재가 서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존재하고, 주인공의 연인인 한재이가 존재한다. 또 그 때문에 평생을 가슴 조이며 살아가는 채옥희(서정연) 같은 인물이 존재한다. 

드라마에는 악역이 있기 마련이지만, 윤희재를 연기하고 있는 허준호만큼 자기만의 아우라를 제대로 보여주는 악역도 없다. 지난해에 방영됐던 <군주>에서도 대목 역할로 강력한 극의 힘을 만들어냈던 그가 아닌가. 물론 악역에서만 그가 자기 존재감을 보여줬던 건 아니다. 과거 <주몽> 같은 작품에서는 주몽의 탄생을 이끌어주는 해모수 역할로 짧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였다. 

<이리와 안아줘>에서 윤희재는 심지어 감방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있는 모습만으로도 드라마 전체에 압도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악역이다. 어두운 감방에서 음영에 비춰진 주름살까지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고, 심지어 뒷모습만 봐도 섬뜩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는 한 마리의 짐승 같은 거친 느낌. 그러니 감방 안에만 있어도 소름끼치던 이 인물이 탈옥해 사회 속으로 들어왔다는 그 사실은 시청자들을 더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허준호가 스스로 증명해낸 악역의 탄생. 실로 클래스가 다른 느낌이다.(사진:MBC)

작품에 불을 붙이는 밑그림 전문 허준호의 존재감

이 정도면 허준호는 작품의 ‘밑그림 전문’이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허준호는 드라마든 영화든 주인공 역할로 등장한 적은 별로 없다. 대부분 악역이나 중요한 조연이 그가 연기해온 전문분야다. 하지만 그의 악역과 조연 역할은 그저 보조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작품의 전체적인 정서나 분위기 혹은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이 그의 연기로부터 부여된다는 점에서 그는 작품의 밑그림을 그려내는 숨은 주인공이 아닐까. 

'군주(사진출처:MBC)'

MBC 수목드라마 <군주>에서의 허준호가 그렇다. 사실 이 사극에서 편수회라는 조직이 갖는 존재감은 전체 이야기의 모티브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왕의 뒤편에 서서 사실상 비선실세 역할을 하는 편수회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파탄 나는 국가와 핍박받는 백성들이라는 이야기의 동기가 없다면, 이에 맞서 싸우며 스스로를 성장시켜 진정한 왕으로 돌아오는 세자 이선(유승호)의 모험담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편수회의 수장으로서 대목을 연기하는 허준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편수회라는 조직의 비정함을 거의 혼자서 만들어내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왕(김명수)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듯싶지만 실상은 왕을 허수아비처럼 여기는 인물. 그래서 결국 자신의 말을 듣지 않게 된 왕을 잔인하게 죽여 버리는 인물이 바로 대목이다. 

하지만 <군주>에서 대목이 더 살벌한 존재로 여겨지는 건 그가 돈과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가짜 세자를 허수아비 왕으로 세우려던 걸 군권을 쥐고 있는 대비가 막고 수렴첨정을 하자 대목은 돈줄을 죄어 군권마저 흔들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 한다. 편수회가 이끄는 양수청은 그래서 백성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줬다가 일시에 회수함으로서 나라의 돈 가뭄을 만들어 버리려 한다. 결국 돈이 없으면 군사들도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간파한 것. 

<군주>의 이야기는 한편의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다. 왕세자로 있던 이선은 부모를 모두 잃고 또 충신이었던 한규호(전노민)마저 자신의 잘못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만든다. 결국 죽을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지만 세자의 신분은 이제 저잣거리의 장사꾼 막내가 되어버린다. 그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자신의 신분을 되찾는 이야기가 바로 <군주>다. 그런데 그 모든 이선의 이야기의 근거가 바로 편수회의 대목 때문에 비롯된 것들이다. 

허준호의 이런 존재감을 우리는 과거 사극 <주몽>에서 일찍이 발견한 바 있다. 주몽의 탄생 이전에 그의 길고 긴 모험담의 전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허준호가 연기한 해모수였다. 마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같은 형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해모수의 존재감은 그래서 <주몽>이라는 사극의 초반 동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극뿐만이 아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불한당>에서 허준호는 정통파 주먹의 보스 역할로 등장해 처연함마저 느끼게 하는 최후를 보여준 바 있다. 결국 그 장면을 통해 주인공들의 브로맨스가 시작된다는 점을 두고 보면 역시 허준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뒤편에 서서 실제 작품의 동력을 만드는 연기자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옆에 서거나 아니면 반대편에 서서 빛나는 역할을 하는 것보다 중심에 서서 빛나는 건 어쩌면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빛을 받는 주인공이 더 빛나는 순간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그림자가 더 깊어질 때다. 허준호라는 연기자는 바로 그 깊어진 그림자다. 그것이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어 힘을 만든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할.

<장영실>, 송일국으로서도 KBS로서도 중대한 도전인 이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송일국과 삼둥이 부자다. 애초에 예능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송일국이지만 삼둥이 앞에서 남다른 교육방식으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오히려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관찰카메라의 특성상 예능을 잘 모르는 편이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삼둥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일국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장영실(사진출처:KBS)'

그 송일국과 삼둥이가 이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하차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입장 번복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차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영실>이라는 사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으니 말이다.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노동 강도가 높은 사극이라면 더더욱.

 

이미 캐스팅이 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결정된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KBS 입장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여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잘못 하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송일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포기하고 <장영실>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이 아닌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고, 본인의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 선택에서 송일국이 소기의 성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예능에서의 송일국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송일국으로서 그 가능성은 어떨까.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송일국은 <주몽>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연기자로서 그다지 주목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로비스트>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건 작품이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바람의 나라>도 사극이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심지어 그 막장스러움에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본인은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웃기는 드라마가 되었다.

 

이런 사정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그가 연쇄살인범으로 나왔던 영화 <타투>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성취는 사실상 약 10년 전 사극인 <해신><주몽>에 있을 뿐, 그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연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송일국이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고들 말한다.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눈도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면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능력은 그다지 출중해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나마 사극이 현대극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점이 그가 <장영실>을 선택한 것에 어떤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장영실>은 송일국에게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은 지금의 대중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그의 이번 작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다만 남은 건 그 인물을 얼마나 연기로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건 송일국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KBS로서도 중요한 일이 된다. 만일 <장영실>을 통해 송일국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KBS로서는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하차가 좋은 선택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시청률 보증수표 MBC사극,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시작부터 불안 불안했다. 물론 초반 흐름은 신선했다. 광해의 이야기를 가져와 그 권좌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욕망을 그리겠다는 시도는 참신해보였다. 하지만 정명공주(이연희)가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정명공주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화정(사진출처:MBC)'

여러 인물들의 욕망을 그리겠다면 그 각각의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자리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결코 쉬운 시도가 아니었다. 각 인물들의 욕망이 이해되고 거기에 공감하게 되어야 이들의 이전투구는 흥미진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공감이 빠져버리게 되자 남은 건 복마전이다. 끝없는 욕망과 배신이 이어지는 복마전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느 한 인물에게 몰입하는 것마저 힘들게 된다.

 

그나마 시청자들의 몰입이 가능한 지점은 멜로다. 정명공주와 주원(서강준)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에 빠져들다 보면 정작 <화정>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정치적 대결구도들이 점점 저 뒷 배경으로 사라진다. <화정>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병렬적으로 그려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사극으로 시작했지만 그걸 성공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데는 역부족임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시청률에서마저 SBS <상류사회>에 뒤지는 결과가 이어졌다. 6일 방송에서 <상류사회>9.4%(닐슨 코리아)를 기록했지만 <화정>8.9%를 기록했다. 사극이 현대물에 그것도 멜로드라마에 시청률에서 졌다는 것은 지금껏 MBC가 구축해놓은 월화 사극의 전통 속에서 바라보면 치욕스런 일이다.

 

MBC는 한때 <주몽> 같은 사극을 통해 거의 1년 가까이 월화의 밤을 장악했던 적이 있다. 타 방송사들은 아예 월화 사극이 들어오면 넘사벽으로 여기는 경향까지 생기기도 했다. 당시 이 힘을 이끈 건 이른바 이병훈 사단으로 대변되는 MBC 사극의 주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완규 작가가 있었고, 이병훈 감독이 있었다. 물론 <화정>의 김이영 작가도 이병훈 사단의 일원이다. 하지만 홀로서기로 나선 이번 작품에서 역시 50부작에 이르는 대하사극을 그린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절감하는 중이다.

 

이전 월화 사극이었던 <빛나거나 미치거나> 역시 10%대 시청률에 머물며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바 있다. 그것은 <야경꾼일지>도 마찬가지다. 시청률이 거의 9%대에 머물렀다. 그나마 월화 사극의 자존심을 지켰던 건 시청률 25%대를 유지했던 <기황후>였다. 하지만 <기황후>는 역사 왜곡문제로 꽤 지난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때는 시청률 보증수표이면서, 화제성에 있어서도 완성도에 있어서도 누구나 인정하던 것이 MBC 사극이라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공식은 깨지고 있다. 사극이면 무조건 20% 이상부터 시청률이 시작한다고 말하던 시대도 점점 저물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결과를 계속 낸다면 그 효율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고밖에 볼 수 없다.

 

반 정도를 달려온 <화정>의 추락은 이제 남은 반을 또한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 광해군 역할을 했던 차승원이 빠져나가는 시점이다. 대신 그 자리는 이연희와 김재원이 이끌어야 한다. 이들은 다시 <화정>MBC 월화 사극의 부활로 이끌 수 있을까.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리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했던 MBC 사극은 이제 향수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왜 지금 <무신>이어야 했을까

 

이제 종영이 임박한 MBC 주말사극 <무신>은 애초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이라는 기치로 제작되었다. 실제로 이 사극의 초반부에는 대장경을 염두에 둔 에피소드들이 매회 등장했다. 조금은 뜬금없어 보였지만, 대장경의 의미를 하나 하나 설명하는 장면들이 사족처럼 들어 있었다. 물론 이 사극의 주인공인 김준(김주혁)이 자라난 곳이 다름 아닌 절이고, 그 역시 최씨 가문의 노예로 끌려오기 전에는 스님이었다.

 

'무신'(사진출처:MBC)

하지만 <무신>은 김준이 노예 신분을 벗고 점점 고려 무신정권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대장경 에피소드하고는 멀어졌다. 드라마의 전체 흐름으로 보면 대장경 에피소드는 마치 명분을 위해 들어간 장면처럼 보인다. 실제 <무신>이 다루려고 하는 것은 고려말 무인들이 정권을 휘둘렀던 이른바 ‘무신정권’ 약 100년 간의 통치기간이다. 왕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통치권은 군부에 있었던 시기. 그 시기에 김준이라는 노예에서 시작해 최고 권력자가 되는 인물을 조명한 것이 <무신>의 실체다.

 

그런데 왜 지금 군사통치를 했던 그 시기의 이야기를 다뤄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것은 그간 사극이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다. 96년부터 98년까지 방영되었던 KBS 사극 <용의 눈물>은 97년 대선에 영향을 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며 형제들마저 내쳤던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는 당시 IMF 시절 대권후보들이 차용하고 싶은 이미지 그대로였다. 실제로 이방원(유동근)이 탄 말 앞다리에 'DJ'라는 글자가 새겨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0년 총선 때 KBS 사극 <태조 왕건>, 2007년 대선 때 MBC 사극 <주몽>과 <이산>인 인기를 끈 것도 사극에서 정치적인 리더십을 찾으려는 대중들의 욕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철에 방영된 것은 아니지만 <선덕여왕>이나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사극들은 모두 현실 정치의 염원이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무신>은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냈을까.

 

<무신>은 대몽항쟁을 다루면서 무신들과 문신들을 극명한 대비로 그려 넣었다. 현재 몽고의 쿠빌라이칸에게 무릎을 꿇은 문신들을 대표하는 원종과 이를 극렬히 반대하는 김준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당시 외교에 있어서 누가 옳았는가 하는 점은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다. 또 외세에 자주를 내세운 당대 무신들의 기상은 물론 높이 살만한 일이다. 하지만 왜 이 이야기가 하필 지금 같은 시기에 사극에서 다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군사정권이니 군사통치니 하는 용어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박정희 정권이다. 박정희는 실제로 <무신>이 다루고 있는 군사통치처럼, 1961년 5월16일 군사혁명위원회를 출범하고 5월18일 국가재건최고회의로 이름을 바꾼 뒤 1963년 12월16일까지 이를 통한 실질적인 통치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윤보선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실권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신>의 역사적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물론 <무신>이 박정희를 그대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사극이 그려내는 정치적 뉘앙스는 분명 존재한다. 외세에 대적하는 자주 국방이니, 강력한 중앙집권 같은 이 사극이 모토로 보여주는 정치의 세계는 자칫 대선의 특정 정당에 편향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왜 하필 지금 같은 시기에 <무신>같은 소재를 다뤄야 했을까. 그것은 진정 대장경 천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정말?

'선덕여왕'의 전쟁신이 MBC사극에 위치하는 곳

사극에서 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이 가지는 힘은 자못 크다. 다른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그 장면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김명민)이 치르는 일련의 해전들은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방영됐다. 예고편에서도 마치 한일전이라도 치르듯 '이번엔 어디서 벌어진 무슨 해전이다'하고 자막이 붙었고, 실제로 사극을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그 관점으로 스펙터클한 전쟁의 흥미진진함을 만끽했다.

'태조 왕건', '대조영' 같은 일련의 KBS 대하사극이 주말의 권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능수능란한 전쟁과 전투신의 연출이었다. MBC와 SBS에서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그 노하우를 단번에 체득하기는 어려웠기에 사극 하면 KBS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것은 고구려 사극에 와서 정점을 이뤘다. 물론 '주몽'이 특유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늘 아킬레스건처럼 따라오는 건 '소소한 전쟁 신'이 가진 왜소함이었다. SBS는 '연개소문'의 단 2회 동안의 전쟁 신을 찍기 위해 몇 개월 동안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 붓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KBS는 '대조영'의 안시성 전투를 통해 역시 지존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쟁사극이 요령부득인 MBC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갔다. '허준', '상도' 같은 전쟁이 아니라도 인물들 간의 미션들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구축하는 그런 사극들이 MBC사극에 자리했다. MBC 사극에 어떤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태왕사신기'부터였다. 엄청난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완성도에 공을 들인 결과, '태왕사신기'는 CG와 전쟁 장면의 연출에 있어서 한 단계 높은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선덕여왕'에 와서 이제 MBC사극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던 전쟁사극의 한계를 한 발 넘어서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선덕여왕'의 신라와 백제 간에 벌어진 전쟁 에피소드가 남달랐던 것은 스펙터클에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을 잊지 않는 연출 덕분이었다. 김서현(정성모)이 이끄는 신라군이 아막성을 얻기 위해 벌이는 공성전에서는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상황에 성벽을 뛰어오르고, 사다리를 타고 오르다 떨어지는 등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덕만(이요원)과 동료들이 처음 전쟁을 접하며 느끼는 두려움과 이를 차츰 적응해가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고립되어 백제군에게 포위된 덕만과 화랑들이 원진을 짜고 대항해가는 장면 역시 인물의 감정을 살림으로써 왜소해 보이는 전투를 극적 긴장감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설원랑(전노민)이 백제군을 속이기 위해 벌이는 고육지책은 전쟁 스펙타클의 또 한 요소인 전술적인 묘미를 안겨주었다. 백제군을 물리치고, 동시에 정적이랄 수 있는 김서현과 김유신(엄태웅)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거양득을 취하는 모습은 전쟁과 정치가 맞물리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실 '선덕여왕'의 이러한 전쟁 장면들의 완성도를 말하는 것은 그 비교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저 '적벽대전' 같은 작품과 비교한다면 '선덕여왕'의 그것은 보잘 것 없는 전투에도 못 미치는 장면으로 치부될 수 있다. 또 일련의 명장면이라 일컬어지는(예를 들면 '불멸의 이순신'의 해전들이나 '대조영'의 안시성 전투 같은) 장면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소소한 느낌을 벗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스펙터클의 완성도는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기본적으로 제작여건과 함수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선덕여왕'이 보여준 전쟁 신의 가치를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최근 들어 사극에서의 전쟁 스펙터클은 디테일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싸우고 누가 전쟁을 이끌었고 어떻게 이겼는가 하는 그 교과서적인 내용의 전달보다는, 전쟁 속에서의 인물들의 실감나는 심리나 그 관계들이 엮어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거대한 전쟁과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시청자들을 방관자로 세워놓던 스펙터클에서, 이제는 그 속에서 같이 뛰는 스펙터클을 대중들이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덕만과 그 일행을 앞세운 '선덕여왕'의 전쟁 신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명소가 된 촬영지들, 문제는 없나

평범해 보이기 이를 데 없는 정자. 하지만 뭐가 새로운 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유는 하나. 그 곳이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영신(공효진)과 기서(장혁)가 첫 키스를 한 장소란다. 또 다른 풍경 하나. 인터넷 영월군의 관광소개(http://ywtour.com)에 들어가면 영화 ‘라디오 스타’의 촬영지만을 모은 지도가 있다. 그 지도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이른바 명소라는 곳의 이름들이다. ‘영빈관’, ‘청록다방’, ‘청령포모텔’등등. 영화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중국집, 다방, 모텔이 관광 코스가 된 것이다.

과거 7,80년대의 여행이 관광이었다면, 90년대 이후의 여행은 체험이었다. 그리고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여행도 문화라는 겉옷을 걸쳐 입었다. 영화, 드라마 속의 공간을 찾아가는 이른바 문화여행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문화라는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일단 고개부터 돌린다. 물론 문화를 모른다면 그 곳은 아무 것도 아닌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그 평범한 장소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드라마는 세트장을 남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며, 드라마는 끝나도 세트장을 남긴다. 나주시는 MBC드라마 ‘주몽’의 4만2천 평 규모 오픈 세트장 건립에 약 8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이 세트장을 삼한지 테마파크로 유료화한 뒤 50여 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그로 인해 14억 원의 직접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는 수익일 뿐, 직접 관광객이 지역에 소비하는 비용과 지역 홍보 및 나주의 이미지 개선 등 보이지 않는 수익을 포함하면 연간 6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고 시는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 촬영지의 테마파크화를 만든 것은 드라마 ‘태조 왕건’. 30억 원을 들인 이 테마파크가 성공을 거둔 이후, 드라마 ‘해신’은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완도는 해신 세트장을 유치해 2005년도 관광객 500만 명을 유치했으며 이로써 1600억 원의 지역경제파급효과를 거둔 공로가 인정되어 최근 제12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문화관광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고구려 드라마들의 부흥과 함께 세트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속초에 지어진 ‘대조영’ 세트장이 70억 원, 문경에 지어진 ‘연개소문’ 세트장 역시 60억 원을 들였다. 현재 가장 큰 테마파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태왕사신기’의 제주도 청암영상테마파크로 약 190억 원을 들여 제작되고 있다. 휴가철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이 지역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문화가 있는 여행은 좋지만, 문제는 없나
한편 영화의 경우,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라디오 스타’ 촬영지인 영월이 될 것이다. 이 인구 4만의 시골은 영화 촬영 이후, 연간 12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2006년만 따진다면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9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지자체의 촬영지 혹은 세트장 유치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관광 수입은 물론 홍보 효과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방송사 입장에선 광고 이외의 별도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잘 지어진 세트장은 보다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특히 테마파크를 겨냥해 짓는 대형 드라마 세트장의 경우에는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규모가 점점 비대해져가고 있는 반면, 실제로 그만큼의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때론 지자체장들의 치적을 위한 무분별한 유치경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테마파크의 부실화를 양산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지역주민과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돌아간다.

문화는 장소를 향기롭게 해준다
테마파크를 겨냥해 대형 세트장을 지었다면 드라마가 종영하거나, 영화 상영이 끝났을 경우를 생각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 기대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심지어 폐가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맞이할 수 있다.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태조왕건’의 성공으로 2002년 34만 명, 2003년 37만 명이 찾았으나 그 후 특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해내지 못해 현재는 7만 명 정도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다.

문화의 시대, 문화가 여행의 한 축으로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거대한 세트장이 전시행정의 하나로 읽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는 물론이고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딱히 블록버스터나 마케팅이 아니라도 문화는 그 장소를 더 향기롭게 해준다. 새로운 세트장을 짓지 않고 그 동네의 일상을 고스란히 찍어내 오지 중의 오지인 증도라는 섬을 명소로 만든 ‘고맙습니다’ 같은 드라마나, 변방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낸 ‘라디오 스타’가 소중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 교보생명 사외보 <다솜이 친구> 8월호

역사와 재미 사이에 선 퓨전사극

‘드디어 ‘주몽’이 막을 내렸다. 35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시청률 50% 넘겨 또 한 편의 국민드라마가 된 ‘주몽’. 그러나 ‘주몽’은 그런 성공 이면에 다양한 숙제들을 남겼다. 그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퓨전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다.

‘주몽’만큼 퓨전사극이 가진 장점들을 잘 활용한 드라마가 있을까. 과거 ‘다모’, ‘상도’, ‘허준’, ‘해신’ 등에서 그 새로운 사극의 묘미를 맛보게 해주었던 퓨전사극은 ‘주몽’에 와서 그 정점을 이룬다. 이것은 퓨전사극의 중흥을 이룬 최완규(허준, 상도), 정형수(상도, 다모), 정진옥(해신)이란 작가들이 ‘주몽’이란 한 작품에 모두 모여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주몽’은 이들 작품들의 요소들, 예를 들면 ‘상도’의 상단 이야기, ‘해신’의 해적이야기 같은 유사한 소재들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소재들은 마치 우리가 환타지 소설하면 알아야될 코드들(엘프나 골렘 같은 종족이나 그들의 특성 같은)처럼 이제 퓨전사극의 코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사극하면 당연히 퓨전사극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몽’ 마지막 회, 한나라군과 벌이는 요동벌 전투에서 하늘로 솟구쳐 날아올라 황자경에게 칼을 내리치는 장면은 과거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장면이었다. 갑자기 환타지나 무협지가 된 듯한 그 장면을 그러나 이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경향은 ‘주몽’이란 작품 속에 무수히 나타난다. 비금선 신녀의 출현이나 주몽을 저주하기 위해 제를 올리던 부여의 마우령 신녀가 번개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 같은 건 아무리 퓨전사극이라 해도 사극의 틀을 너무 벗어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사극을 표방하는 작품 속에서 재미를 위해 진지함을 잃어버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주몽’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의 ‘연개소문’을 보면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기를 끌어 모아 태연히 불을 뚫고 나오는 연개소문의 모습이 등장한다. ‘주몽’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과장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조영’은 그나마 진지한 사극의 틀을 온전히 유지하려 애쓰는 작품으로 보인다.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의 ‘퓨전’은 어쩌면 당연한 대세인지도 모른다. 무협, 환타지, 게임 등으로 달라진 시청자들의 마인드는 오히려 퓨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확실한 ‘퓨전’을 보여준 ‘주몽’은 재미있다. 우리가 신화와 역사를 통해 보았던 무표정한 인물들은 드라마로 퓨전되면서 톡톡 튀는 개성적인 인물로 재탄생되었다.

주몽, 소서노, 금와, 대소, 유화부인, 오이, 마리, 협보 등등, 이제는 역사서를 보면서 바로 이 수많은 캐릭터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들이 엮어내는 고구려라는 국가의 탄생은 당대 주몽과 유민들처럼 시청자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우리는 주몽이 한나라를 몰아내고 하나의 국가를 탄생시키는 그 장면을 보기 위해 끝없이 채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잦은 완성도에 대한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청률과 논란의 상관관계는 퓨전사극이 가진 재미와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주몽’이 처음 직면한 문제는 역시 퓨전사극의 가장 큰 문제인 역사고증 논란이다. 우리의 눈을 화려하게 사로잡은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중국풍이며 건축물도 조선시대 양식이라는 점. 철기라는 게임의 레벨적 장치로 사극 전체의 재미를 끌어낸 드라마 도입부의 설정, 즉 한나라의 철기문명에 멸망한 고조선의 설정 역시 거짓이라는 점. 퓨전사극으로서 인물간의 멜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설정된 주몽과 소서노, 예씨 부인의 삼각관계 역시 지나친 설정이라는 점 등이 그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부여와 고구려의 관계에 대한 왜곡이다.

부여와 고구려의 관계를 지나치게 대결구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고구려 건국이라는 이 드라마의 목표를 위해 부여라는 역사를 희생시켰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역사 속에서 부여는 고구려를 잉태한 모(母)국가 역할을 했고, 또한 온조가 세운 백제도 성왕 시절 수도를 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옮기고, 국호를 ‘남부여’라고 했을 정도였다. 부여의 부정은 아무리 퓨전사극이라 해도 지나친 것이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주몽’이 최초의 고구려사극이라는 점에서 그 부정적인 영향은 대내외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스케일 문제와 환타지 역시 퓨전사극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일 정통사극을 주창했다면 고작 십수 명의 별동대로 수만의 한나라군과 맞서는 장면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비금선 신녀가 등장하면서 불거진 ‘신물3종세트’논란은 ‘주몽’이 가려던 환타지사극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후 논란이 점점 거세지자 후에는 결국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신물에 대한 이야기는 ‘주몽’의 목적이 점점 시청률쪽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결국 우리에게 사상 유례 없는 주인공 없는 사극을 2회에 걸쳐보게 만들었다.

이런 시청률 지상주의는 결국 퓨전사극이 가진 함정이기도 하다. 사극에서 역사가 중심이 되지 않고, 재미가 중심이 되자 결국은 작품성보다는 시청률에 더 치중하게 된 것이다. 어찌 됐든 ‘주몽’은 우리에게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극임에는 틀림없다. 거기에는 퓨전사극이 갖는 재미의 요소가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바로 그 재미라는 것 때문에 모처럼 나온 고구려사가 왜곡되고 재단된 것 또한 사실이다. 드디어 ‘주몽’은 끝났으나 문제는 여기부터다. 역사 자체도 재미거리로 변형시키는 강력한 퓨전사극의 맛을 보여준 ‘주몽’은 이후의 사극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역사냐 재미냐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퓨전사극의 숙제다.

MBC 사극 ‘주몽’이 연장에 돌입한 이래, 시청률은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장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겠다”던 애초의 약속은 실종된 상태. 여전히 에피소드식 전개와 개연성 없는 설정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긴장감의 결여. 현재 드라마 ‘주몽’의 전개방식은 사전에 모든 정보를 누출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주고 있다. 부분노가 부여에 있는주몽의 충실한 세작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이미 주몽이 죽었다고 판단하는 데다, 먼저 200여 명의 선발대만을 끌고 온 대소와 주몽의 전투는 보나마나한 것이 된다. 아무래도 이것은 스케일 논란을 벗어나려는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그 결과를 짐작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앞으로 벌어질 부여의 봉쇄 조치로 졸본이 위험에 처한다는 설정 역시, 이미 긴장감을 잃은 상태다. 그것은 벌써 저 해적대장 부위염이 자신의 아버지 유품을 꺼내놓을 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가 본래 다물군이었다는 것. 그래서 주몽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은 굳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설정이다. 주몽 스스로의 설득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를 올리고 쓰러지는 주몽을 본다해도 거기서 어떤 긴장감을 찾기 어려운 것은 이미 주몽이 보내놓은 해결책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좀더 극적으로 끌고 가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책이 제시되었다면 더 긴장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긴장감을 한층 더 떨어뜨린다. 부분노가 고작 네 명의 별동대를 데리고 가는 장면도 이해하기가 어렵고, 화공을 한다고 하면서 불화살 몇 번 쏘고 결국에는 백병전으로 가는 장면은 아무리 주몽과 대소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중요하다 해도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든다. 더 문제가 있는 것은 바로 한 겨울의 역병이라는 설정. 봉쇄조치에 이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라고는 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드라마 전개에 있어 사족이 될 뿐인 난데없는 예소야와 설란의 유리 쟁탈전은 물론이고, 금와의 지나칠 정도의 광기(유화부인을 죽이겠다고 할 정도로)는 불필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드라마적인 완성도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주몽’이 어떤 힘을 갖는 것은 그나마 캐릭터 자체가 갖고 있는 힘과 연기자들의 호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 자신이 주몽인 것처럼 혼신의 열연을 펼치고 있는 송일국은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따뜻한 인간애까지 연기로 소화해내고 있으며, 역시 대소 역할의 김승수는 제대로 된 악역을 서릿발 넘치는 눈빛으로 연기해내고 있다. 주목할 인물로 최근 스토리에서 중요해진 부분노는 그 캐릭터 하나만으로 몇 회분의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연기력이 돋보이는 인물은 금와왕 역의 전광렬. 그 억지스런 설정에도 오히려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호연은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자들이 호연을 해도 긴장감이 떨어지면 드라마는 힘을 잃게 된다. 빠른 전개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확실한 호적수가 보이지 않는 ‘주몽’에서는 한 템포 늦춰야 한다. 이제 주몽을 대적할 호적수가 천재지변 같은 것이라면 미리 예견할 수 있는 장면들은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 주몽 혼자 앞으로 계속 달리는 형국이라 적으로 설정된 대소나 금와, 한나라가 뒤쫓아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그 외의 인물들, 예를 들면 영포나 설란, 원후, 유화부인 등등이 드라마에 재미를 주지 못하고 사족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몽’은 인물 전체가 움직이지 못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나왔다가 주몽에게 패퇴하는 장면만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기자들의 호연에 긴장감 있고 짜임새 있는 극적인 스토리가 덧붙여진다면 시청률이라는 호랑이에 완성도라는 날개도 달 수 있지 않을까.

2006, 욕하면서 봤던 드라마

욕하는 것만큼 쉬운 비평이 없다고 한다. 흠을 잡아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2006년 시청률 상위의 드라마들은 대부분 욕을 먹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 그럴만한 소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쩌면 욕을 먹는다는 건 그만한 기대감이 컸다는 반증은 아니었을까. 올 가장 화제가 된 SBS‘하늘이시여’, KBS‘소문난 칠공주’, MBC‘주몽’을 예로 들어, 많은 욕을 먹었으나 시청률은 높았던 드라마들의 논쟁점과 완성도, 중독성 등을 체크해보자. 혹 욕에 가려져 보지 못한 미덕을 발견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어쩌면 시청률과 욕의 상관관계가 밝혀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이시여’, 논란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다
지난 12월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의해 올해의 나쁜 방송으로 꼽힌 SBS ‘하늘이시여’는 논란드라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본때를 보여준 드라마. 방영되기 전부터 자신의 친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시어머니와 호적 상 외삼촌을 사랑하는 조카의 관계 설정으로 ‘패륜 드라마 논란’을 일으켰다. 이영희 PD는 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친 피붙이와 같이 키운 아들을 실제 친 피붙이인 딸과 결혼시키는 이 딜레마가 이 작품이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다”라고 덧붙여 사실상 논란드라마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해 9월10일 13.5%의 시청률로 시작한 ‘하늘이시여’는 2회부터 ‘분장사 비하 발언’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이후 배득(박해미 분)의 악녀 열연으로 조금씩 시청률을 높여간다. 11월 통산 18.4%의 안정된 시청률을 확보한 ‘하늘이시여’는 10회 연장 방영을 결정한다. 이것이 첫 번째 연장이다. 그리고 1월 특정 운동기구의 특징과 사용방법 등을 무려 5회에 걸쳐 방영하는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는다. 또한 어릴 때 헤어졌던 친딸을 나중에 며느리로 삼는다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일본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84년작 단편소설 ‘어머니의 편지’와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에 휩싸인다.

이러한 논란에 힘입어(?) 1월 21.5%의 시청률을 확보한 ‘하늘이시여’는 2월 25.4% 시청률을 기록하며 75회로 연장을 결정한다. 두 번째 연장이다. 드디어 3월 28.8%의 시청률로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이 드라마는 4월에 다시 81회로 연장을 결정한다. 세 번째 연장. 그 와중에도 논란은 계속되어 치위생사 비하발언이 불거진다. 5월에 30%대를 넘긴 ‘하늘이시여’는 다시 4회 연장을 결정하고, 6월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직접 출연해서 불거진 ‘국정 홍보 논란’이 벌어진다. 드라마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친딸을 며느리 삼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홍파(임채무 분)와 영선(한혜숙 분)의 결혼 등으로 논란은 더 커져갔다. 여기에 무리한 설정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죽음으로(홍파의 처 은지와 배득의 친구 소피아)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이어졌다. 이로써 7월에 40.2%의 시청률로 ‘하늘이시여’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오명을 남기고 종영했다.

제2의 ‘하늘이시여’, ‘소문난 칠공주’
4월에 시작된 ‘소문난 칠공주’는 시청률 50%를 넘긴 ‘바람은 불어도’(1996), ‘애정의 조건’(2004), ‘장밋빛 인생’(2005)등에서 성공을 보여준 문영남 작가를 내세워 주말 볼만한 가족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놨다. 그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단 한 달만에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소문난 칠공주’는 5월 드디어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덕칠(김혜선 분)의 자극적인 애정신 묘사가 나오더니, 급기야 임신한 딸을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방영된 것이다. 바로 그 다음주에는 덕칠의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한 남편 구수한(이대연 분)이 덕칠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이혼만은 안 된다며 덕칠이 자신의 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됐다. 여기에도 모자라 덕칠 앞에서 구수한이 룸살롱 접대부들을 끌어안은 채 덕칠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이 정도 되면 주말 온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앉아 볼 수 있는 드라마는 포기한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계속 올라 7월 29%를 넘어 8월 33.6%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소문난 칠공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놓는다. 겁탈장면이 무분별하게 방송되는가 하면, 설칠이 친딸이 아니라는 출생의 비밀이 노출되면서(친부의 죽음이 나양팔과 관련이 있지만)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원수라고 표현하고 분노하는 대목이 나와 억지스럽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월에 여타의 논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30회 연장방영(총 80회)을 발표했고, 특정 제품의 간접광고로 권고조치를 받았다. 9월에 특히 논란을 많이 일으킨 인물은 셋째딸 미칠(최정원 분). 그녀와 시댁의 트러블이 자극적으로 방영되며 시청률을 35%대로 높였다. 이제 거의 포기하면서 관성으로 보게 되는 이 중독적 드라마는 한동안 이혼이나 여성비하 문제를 드러내며 40%대 고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12월에 들어 미칠의 이혼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김해숙 분)가 “사위자식 개자식”이라는 대사를 내보네 막말논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제2의 ‘하늘이시여’라는 명성(?)을 얻은 ‘소문난 칠공주’는 ‘주몽’의 시청률을 위협하며 순항(?)중이다.

완성도에 대한 논란, ‘주몽’
위 두 편의 드라마가 주로 억지설정이나 자극적인 진행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면 ‘주몽’의 논란이 위치한 지점은 이것들과는 다르다. ‘주몽’은 주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었던 점으로 미루어 높아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생긴 논란으로 보는 게 옳다.

‘주몽’이 처음 직면한 문제는 역사고증 논란이었다. 등장인물의 의상이 중국풍이며, 건축물도 조선시대 양식이고 고조선이 한나라의 철기문명에 멸망했다는 드라마 도입부 설정은 거짓이며, 주몽과 소서노, 예씨 부인의 삼각관계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 등 퓨전사극이 가진 논란거리에 휩싸인 것이다. 그러나 ‘주몽’은 5월 첫방영에서부터 7월 말까지 단숨에 3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금산 에피소드’에서 실망한 누리꾼들은 8월 부영이 중도하차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9월에 들어 함량미달 전투신 스케일 논란이 고개를 쳐들었다. 주몽이 이끄는 별동대의 스케일이 고작 십수 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300억 드라마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그리고 40%대의 장벽을 맞은 ‘주몽’은 ‘주몽없는 주몽’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그 고지를 가볍게 넘어선다. 이 즈음 방송시간을 10분씩 더 잡아 광고수익을 높였다는 방송시간 편법운용 논란이 불거졌다.

그리고 10월에 들어서 여타의 논란드라마처럼 ‘주몽’도 슬슬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 이미 45%대의 시청률을 확보한 상태였다. 완성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깊어져 중순에는 ‘주몽은 납치 전문 판타지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11월은 한달 내내 연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발언, 송일국의 연장 불가 선언, 그러나 약 2주도 되지 않아 송일국과 최완규의 연장 수용으로 이어지면서, 12월1일 송일국 20회 연장 최종 합의로 연장은 결정되었다. 포커스를 송일국의 입에 맞춤으로서 시청자들의 의견은 교묘하게 무시되었다. 그리고 12월에 들어 이른바 ‘신물3종세트’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사극으로서의 주몽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욕과 시청률과 완성도의 함수관계
위의 세 드라마를 하나로 싸잡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논란의 포인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주몽’의 경우, 시청자들의 더 높은 완성도에 대한 주문으로 논란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소문난 칠공주’의 경우에는 기대감보다는 극중 자극적 설정들에 대한 혐오감 내지 분노가 논란의 이유였다. 여기에 ‘하늘이시여’는 이러한 드라마 내적인 논란은 물론이고 외적인 논란까지 덧씌워 논란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당연히 욕을 많이 먹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이 보고 관심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층위는 존재한다. 그것은 의도성의 문제다. ‘주몽’은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두 드라마는 애초부터 의도했다는 혐의가 짙다. 그것은 최초 설정 자체부터 논란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드라마들을 모두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소재와 설정과 주제가 비정상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면을 빼놓고 보면, ‘하늘이시여’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네 가족관계가 가지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혈연의 끈끈함을 이 드라마는 정곡으로 찌르고 있다. 반면 ‘소문난 칠공주’는 완성도 면에서 여러모로 떨어진다. 이 주말극이 일일극의 느낌을 주는 것은 그때그때 임기웅변적인 사건 전개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한편 ‘주몽’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더 높은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당연히 욕 또는 시청률은 완성도와 별 관계가 없다. 다만 욕이나 시청률이 관계가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중독성이다. 이 세 드라마는 모두 고른 중독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나쁘다 판단되어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드라마가 확보하려는 궁극적인 것은 바로 이 중독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청률과 완성도는 마치 비례하는 것처럼 오인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률과 비례하는 건 중독성이다.

◆ 논란일지
하늘이시여
2005  9월10일 : 첫 방영
  9월11일 : 분장사 비하 발언
10월23일 : 배득의 이해할 수 없는 신데렐라 괴롭히기
11월16일 : 10회 연장 결정
2006   1월4일 :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 부터 법정제재
  1월19일 :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표절 의혹
  2월27일 : 75회로 연장결정
  4월11일 : 81회로 연장결정
  4월24일 : 치위생사 비하발언
  5월20일 : 4회 연장결정
  6월5일 : 행정도시 홍보 논란
  6월17일 : 소피아의 죽음으로 살생부 논란
12월13일 :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나쁜 방송 선정

소문난 칠공주
2006   4월1일 : 첫 방영
  5월22일 : 자극적 애정신 묘사/ 임산부 논란
  5월27일 : 룸살롱 시퀀스 논란
  8월2일 : 겁탈장면 방송
  8월13일 : 설칠의 키워준 부모 원수 발언 논란
  9월5일 : 80회로 연장결정
     9월 : 방송위, 마루제품을 간접광고로 권고조치
  9월25일 : 미칠의 시댁 트러블 설정 논란
12월10일 : 사위자식 개자식, 막말 논란

주몽
2006   5월1일 : 역사고증 논란 시작
  5월15일 : 첫 방영
  5월31일 : 방송시간 연장 논란(10분 더)
  7월25일 : 소금산 에피소드 논란
  8월7일 : 부영 중도하차 논란
  9월5일 : 함량미달 전투신 스케일 논란
  9월6일 : 예소야 송지효 캐스팅 논란
  9월13일 : 주몽 없는 주몽 논란
  9월18일 : 소탄등에 대한 고증 논란
  9월26일 : 방송시간 편법운용으로 광고이익 증가 논란
  10월9일 : 연장성 논란 시작
10월17일 : 납치 전문 판타지 드라마 논란
11월12일 : 최완규 연장 불가
11월15일 : 송일국 연장불가
11월27일 : 송일국 연장 수용
11월28일 : 최완규 연장 수용
  12월1일 : 송일국 20회 연장 최종 합의
  12월5일 : 신물3종세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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