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보다 동행, ‘세모방’이 주목한 버스와 종점의 감성 

이렇게 단순한 형식인데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에 훈훈함까지 주는 방송이 있다니 놀랍다. MBC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준 감흥이다. 62-1번 버스를 타고 동탄에서 수원으로 출발해 그 반환점을 돌아 다시 차고지로 돌아오는 그 과정에 출연자들이 투입되어 승객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동행해주면서 일종의 출연자들끼리의 대결이 펼쳐지는 형식. 

어디까지 가는 지 알 수 없는 승객에게 다가가 그 내리는 곳에 동행해야 한다는 룰 때문에 종점 가까이 가는 승객을 만나면 쉽게 미션이 끝나버리지만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을 만나면 계속 내렸다 탔다는 반복해야 한다. 이경규는 운 좋게도 25정거장을 이동하게 만든 ‘대박 승객’을 만나 이 프로그램 최단 시간인 8시간 만에 1등으로 퇴근했지만, 차오루의 경우는 아예 레이스에는 관심이 없는 듯 사람들과 끝없는 소통을 하는 통에 막차를 타고 겨우 꼴찌로 차고지에 돌아오게 됐다. 

흥미로운 건 레이스가 주는 재미보다는 이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이 훨씬 마음을 끌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목적지까지 가는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우산을 나눠 쓰는 훈훈함을 만들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소소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따뜻함이 있었다.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보통의 수수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쫄쫄 굶어 배가 고픈 주상욱이 버스에서 만난 승객에게 조심스럽게 같이 저녁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거부당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승객이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전화에 선뜻 승낙을 하자 그 곳을 따라가 치킨을 사주겠다면서 자신이 더 많이 챙겨먹는 주상욱의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웃음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건 그 따뜻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고민이나 이야기들이 주는 공감대였다. 주상욱과 함께 치맥을 하던 젊은 남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이제 서른을 넘긴 나이에 꿈만 좇는다는 것도 어렵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주상욱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서른이면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소통의 훈훈한 면면들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는 의외로 차오루였다. 외국인이라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는 차오루는 지난 회에서는 한 어머니 승객에게 멸치 반찬을 받았던 데 이어 이번에는 배웅의 답례로 닭발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종점에 임박했지만 버스에서 만난 한 아저씨와 동행하게 됐고 그의 집까지 방문해 ‘사랑의 오작교’를 자청하기도 했다. 마침 7월7석이라며 아저씨와 그의 아내 사이에 사랑을 확인시켜줬던 것. 차오루는 나오며 “수원에서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은 어쩌면 한결 같은 것이다.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다.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은 바로 그 시간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를 전해주었다. 버스와 종점이 주는 그 감성이 얼마나 서민들의 감성과 어우러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사진:MBC)

갑갑한 현실마저 무화시킨 <판타스틱>의 판타지

 

나는 암환자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으로 두려운 것도 없다. 후회? 그런 거 할 틈이 어딨어? 흑역사? 만들면 좀 어때? 오늘의 선물꾸러미는 오늘 다 풀어서 누리는 찬란한 지금을 살겠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저지르며... 가장 젊고 아름다운 오늘을 충분히 만끽해야지!’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이소혜(김현주)는 마치 다짐하듯 그런 글을 적는다. 글 제목은 ‘Fantastic’이라 쓰려다 고쳐 쓴 ‘FantastiCancer’.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그녀는 왜 ‘Fantastic’‘cancer’를 붙여 ‘FantastiCancer’라 제목을 붙였을까. 글 내용 속에 들어가 있듯 ‘cancer’가 그녀의 현실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그녀의 자세는 ‘Fantastic’이다.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도 없고 후회할 틈도 없는 삶. 그래서 온전히 지금의 현재를 만끽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삶. 그녀가 암환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몰랐을 찬란한 지금의 소중함. 그래서 삶의 판타스틱과 죽음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런 의미들이 그 제목에는 담겨있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그래서 그 많은 불치병 소재의 콘텐츠들이 하려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비극적 정조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스틱한 삶의 즐거움쪽에 훨씬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발랄하고 유쾌한불치병 소재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소혜는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 마음 속에 두고는 있었지만 과거의 오해 속에 멀리 했던 남자 류해성(주상욱)과 다시 가까워졌고 그 진심을 알게 됐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살다보니 소원해진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 암 동지 홍준기(김태훈)를 통해 어차피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똑같은 사람으로서의 공감과 삶의 긍정 같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삶을 판타스틱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된 건 실로 그 암환자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다.

 

류해성 역시 이소혜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확인하게 됐다. 그에게 암환자라는 현실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그녀가 앞에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하루하루를 그녀의 행복을 위해 채워나가려 노력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주대스타에 발연기로 살아가던 삶이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됐다. 삶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그의 가벼움은 진짜 가벼움이 아니라 그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려는 안간힘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긍정하며 살아가려는 경쾌함 같은.

 

두 사람의 죽음을 옆 자리에 둔 사랑은 그래서 현실의 복잡다단한 문젯거리들을 오히려 무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류해성의 과거를 공개해 모든 걸 망치려는 전 소속사 대표 최진숙(김정난)이나, 그로 인해 공들여 만든 드라마가 조기 종영될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 같은 것들이 물론 그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문제가 이제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난다. 이소혜가 말하듯 후회할 시간도 없고 흑역사 따위 만들면 좀 어떠냐는 그런 태도. 그들 앞을 가로막는 막장의 갑질 현실은 물론 힘겹게 넘어서야 할 산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 앞에 그리 중대한 사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판타스틱>의 이런 시각은 막장의 현실들에 대해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효과를 준다. 어차피 다 똑같이 떠날 삶에 왜 그토록 막장의 삶을 살아가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죽음 같은 이별이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이소혜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좋은 이별도 없다. 하지만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이별은 있다.’ 

<판타스틱>, 멜로 말고도 판타스틱 했던 순간들

 

그래 미쳤다. 이 집구석에서 1초도 제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지. 니들이 10분 안에 마셔 없이 이 와인 한 병 값이 우리 엄마 수술비였어. 당신 장모 목숨이 이 와인보다 못해? 이 와인이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해? 그런 주제에 뭐? 정의를 구현해? 당신들하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그런데 내가 왜죽어? 이때까지 등신같이 살아온 게 아까워서 앞으론 멋지게 살거야. 최진태 씨 우리 이혼합시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입만 열면 막말하는 시어머니에 마치 종 부리듯 부려먹는 시누이, 게다가 부부강간을 시도하고 아내 앞에서 버젓이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며느리가 쓰는 돈은 몇 만원도 아까워 벌벌 떨면서도 자신들은 수천 만 원짜리 와인을 즐기는 비정상적인 시월드에 많은 시청자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참기 어려웠을 게다. 물론 극화된 것이겠지만 이런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식의 갑질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집안의 모습은 서민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갑갑함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장모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돈 타령만 늘어놓고, 자기들 제사상 차리는 게 더 우선인 이 시월드에서 수천 만 원 짜리 와인을 하나하나 깨뜨리고 문을 나선 백설(박시연)은 마치 하녀복처럼 입고 있던 한복 차림을 벗어던졌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제목처럼 판타스틱 해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사이다 한 사발을 마신 듯 속 시원함을 느낀다.

 

물론 <판타스틱>은 암 선고를 받고 삶을 더 판타스틱하게 살아가게 되는 드라마작가 이소혜(김현주)와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는 자칭 우주대스타 류해성(주상욱)의 멜로가 중심 스토리지만, 때때로 그 멜로보다 더 속 시원한 사이다 장면이 눈에 띈다. 그건 이 드라마에서 이른바 갑질 하는 인간들의 표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백설의 시댁 인물들에게 한 방을 먹이는 반전이 등장할 때이다.

 

이 시월드의 시누이 최진숙(김정난)이 돈과 감언이설로 이소혜의 보조작가인 홍상화(윤지원)를 끌어들이려 할 때 거꾸로 홍상화가 그녀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최진숙이 건네는 명품 백에 김치 국물을 쏟아 부은 홍상화는 이렇게 일갈한다. “최진숙! 넌 정말 썅년이야. 이딴 가방은 너나 들어! 이게 뭔줄 아냐? 니가 한 말 여기다 다 녹음 떴거든. 개망신 당하기 싫으면 당장 정정기사 내고 우리 이작가님한테 사과해. 아니면 오늘밤 인터넷에 이거 다 뿌릴 거다. 알았냐?”

 

법 좀 안다고 툭하면 고소를 해서 고소부인이라고도 불리는 최진숙이 그건 불법 녹취로 증거가 안된다고 말하자 홍상화가 또 한 방을 날린다. “나 법대 4년 다닌 사람이야.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을 처벌하고 있거든. 대화 당사자 본인이 포함된 대화 녹취는 불법이 아니다. 아셨어요? 이 무식한 고소부인아!” 돈도 법도 서민들의 것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홍상화의 일갈이 판타스틱한 사이다로 다가온 건 당연한 일이다.

 

<판타스틱>이 이소혜와 류해성의 판타스틱한 멜로만이 아니라, 백설의 시월드를 굳이 집어넣은 건 이 드라마가 다른 한 편으로 담고 싶은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건 돈과 권력으로 이뤄진 비정상적인 관계를 깨치고 그걸 뛰어넘는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백설의 시월드 탈출과 이소혜와 류해성의 최진숙과의 관계 청산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해줄 판타스틱한 이야기의 또 한 면이 된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라도 속 시원한 사이다 전개를 볼 수 있기를.

<판타스틱>, 주상욱 판타지가 통하는 까닭

 

나 우주대스타 류해성 유서를 남긴다. 이소혜와의 지난 100년은 행복했다. 12명의 자식들과 50여명의 손주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 즐거웠다. 100편이 넘는 훌륭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기뻤고 특히 시작과 끝을 갓소혜 작가의 작품으로 할 수 있어서 우주 최고로 행복했다. 30여개의 남우주연상 감사합니다. 특히 오스카는 기억에 남네요. 아 칸느와 베니스 영화제도 좋았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한 할리우드 여배우들 이제 나 좀 그만 미워해. 나한테 이소혜 뿐인 걸 어떡해.’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유서라고 하면 어딘지 침울해질 것 같지만 이 남자 유서로도 웃긴다.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류해성(주상욱)은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소혜가 쓴 유서를 보고는 자신도 유서를 남긴다. 그런데 그 유서 내용이 엉뚱하다. 그건 지나간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유서를 빙자해 앞으로 올 미래를 마음껏 그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서를 통해 현재를 정리하기보다는 미래를 계획한다. 향후 100년은 이소혜와 행복하게 살 것이고, 우주대스타라는 칭호에 걸맞게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라고.

 

물론 그건 꿈같은 이야기고 현재의 발연기를 살짝 넘어서 그나마 손연기정도를 하고 있는 류해성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한 바탕 마음껏 상상해보는 건 자유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읽어본 사랑하는 사람이 유서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류해성의 말도 안 되는 유서는 그래서 말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과도한 비장함을 한결 덜어내는 일이 유서를 미리 써보고, 관 체험을 하는 이른바 웰다잉의 전제조건이니.

 

<판타스틱>이 암 선고를 받은 이소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어두워지고 무거워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녀가 쓰러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만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여기 류해성이라는 발연기 자칭 우주대스타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긍정적이고 밝은 데다 심지어 자기애가 우주적이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결코 비장함이나 진지함에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마음 아파하고 힘겨워 할 수 있는 상황들을 그는 애써 밝게 만들어낸다.

 

이소혜의 무거움을 류해성의 가벼움으로 중화시키는 <판타스틱>의 균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이 깨지게 되면 지나치게 무거움 속으로 가라앉거나, 혹은 너무나 가벼워 들여다볼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류해성을 발연기 액션 배우로 세운 점은 꽤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만약에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정극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한없이 죽음이라는 무거움 속으로 침잠하지 않았을까.

 

만일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고 우리가 거기 주인공들이라면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물론 그것은 진지한 것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어쩌면 지나친 일일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상황에서는 발연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무거움을 깨는 류해성의 발연기는 그 어떤 정극의 그것보다 더 유쾌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판타스틱>의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류해성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죽음으로 상정되어 있지만 그 같은 절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해성처럼 웃음을 주는 존재는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다. 힘겨워 유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 유서조차 미래에 대한 황당하지만 낙관적인 계획들로 채워주는 인물. 류해성이 가볍고 발연기를 하는 캐릭터라도 판타지로 다가오는 이유일 게다

<판타스틱>, 시한부에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이소혜(김현주)는 말기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을 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현해가는 이야기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사실 무수히 많은 시한부 설정의 이야기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두 가지의 선입견이 먼저 떠오른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반복됐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두 이야기 설정에 극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내놓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판타스틱>이 초반 일찌감치 이소혜의 시한부 판정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이소혜에게 엄습하는 암의 징후들이 불안감을 형성했지만 예전에 좋아했지만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류해성(주상욱)과의 밀고 당기는 관계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오랜만에 다시 결합한 학창시절의 3인방 이야기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소혜에게 급성 폐렴이 오고 혹 같은 걸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녀는 돌연 류해성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에게 자신이 홍준기(김태훈)와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그가 영 마음에 걸려 홀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전형적인 시한부 설정의 멜로 구도다. 사실 요즘의 시청자들은 이렇게 가슴 아파하고 숨기고 눈물 흘리는 시한부 설정의 고구마 멜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어찌 보면 이야기의 위기 상황에서 <판타스틱>을 구원해낸 건 다름 아닌 주상욱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을 연기하는 그는 이소혜의 절친인 미선(김재화)네 부부를 찾아와 상심을 술주정으로 풀어낸다. 그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는 침잠하던 드라마를 그나마 다시 발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상 이소혜가 류해성에게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계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질질 끌면서 숨기고 아파하고 상대방도 힘들게 만드는 전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빨리 모든 걸 드러내고 힘겨워도 유쾌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나가야 훨씬 흥미로워질 수 있다.

 

주상욱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만일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주상욱이 과장된 연기로 만들어낸 류해성이란 캐릭터가 없었다면 <판타스틱>은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한부 멜로에 시댁에 구박받는 며느리의 복수극 같은 이야기의 반복.

 

하지만 우주대스타 류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한부 멜로가 어떤 양상으로 달리 보일지 기대하게 되고 또 이소혜와 그녀의 친구인 백설(박시연) 그리고 그 자신도 얽혀 있는 절대 갑질녀 최진숙(김정난)에게 어떻게 판타스틱한 응징을 할 것인가가 기대된다. <판타스틱>이 시한부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우주대스타 주상욱이 절실하다.

<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출생의 비밀에 발목 잡힌 ‘신들의 만찬’

 

출생의 비밀은 때론 멜로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알고 보니 남매’ 같은 설정. ‘신들의 만찬’에서는 ‘알고 보니 자매(?)’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들어있다. 물론 준영(성유리)과 인주(서현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엄마인 성도희(전인화) 입장에서 보면 수십 년을 딸로 살아온 가짜 인주(인주 행세하는 실제는 송연우)나 이제 그 세월을 뛰어넘어 돌아온 진짜 인주(준영)나 모두 딸인 것은 마찬가지. 그러니 가짜 인주를 죽 사랑해오다 진짜 인주에게 마음이 돌아서버린 재하(주상욱)는 이들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신들의 만찬'(사진출처:MBC)

물론 이건 그저 이 관계들을 굳이 인정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스토리 자체가 억지스럽고 인물들의 내면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준영과 재하가 보여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운운하는 장면들은 너무 오버하는 것 같고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저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다 보니 공감대 역시 없기 때문이다.

 

본래 출생의 비밀이라는 장치 자체가 작가가 일부러 끼워 넣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지만, 그나마 드라마의 극성을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물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흐름을 타지 않고 작가에 의해 이리 저리 휘둘리는 건 자칫 막장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20여 년 간을 인주와 교제를 해오다 준영을 만나고는 순식간에 마음을 바꿔버린 재하(분명한 이유가 제시되었어야 한다)는 이 드라마가 가진 작가의 억지스런 개입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낸다.

 

이로써 재하라는 인물은 조강지처 버린 매력 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재하가 준영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캐릭터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멜로가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 없는 인물로 만들어버리자,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도윤(이상우)이라는 인물과 상황이 역전되어 버린다. 도윤은 겉으로는 냉랭하게 대하면서도 오로지 준영만을 바라보는 인물로, 캐릭터 역시 재하와 비교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결국 이 멜로구도는 자가당착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준영을 재하와 연결시키자니 매력이 떨어지고 또 도윤이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도윤과 연결시키면 스토리 전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버린다. 물론 멜로가 스토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중요한 건 이 멜로 구도를 통해 볼 수 있는 작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진 문제다. 작가의 의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물들은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때론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신들의 만찬’의 출생의 비밀을 사이에 끼워 넣은 억지스런 멜로 구도는 이 드라마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는 작가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다. 물론 캐릭터의 창조는 작가가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창조된 캐릭터는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예를 들어 작가가 원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죽여 버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작가가 마음껏 캐릭터들을 유린해놓고는 그것이 ‘운명’이라고 치부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운명을 만든 자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드라마 스토리 속에서 신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분명 콘텐츠에 있어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신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세계를 마음껏 전횡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공감’이라는 질서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서가 무시 됐을 때 그 세계는 막장이 되어버린다. ‘신들의 만찬’이라는 이 기묘한 제목의 드라마가 자꾸만 ‘작가의 만찬’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공감의 질서를 해치는 운명이라 변명하는 신적인 손길이 자꾸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전횡되는 세계 속의 불쌍한 캐릭터들을 어찌할 것인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겉껍질을 깨버린 주상욱

악인의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냥 지겨워서. 그냥 다 털어버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미주(황정음)의 무릎을 베고 누운 조민우(주상욱)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한다. '자이언트'에서 미주가 나타나기 전까지 조필연(정보석)이라는 절대악의 아들인 조민우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민우가 미주를 만나면서 그의 사적이고 내밀한 모습이 보여졌고, 그제야 조민우가 가진 진짜 캐릭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근 조민우를 연기하는 주상욱이 주목받는 것은 드디어 본 매력을 드러낸 캐릭터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잘 생긴 얼굴에 분위기 있는 눈빛을 가졌지만, 주상욱이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들은 그의 매력을 한껏 끄집어내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그가 연기한 김강모는 지나치게 전형적인 부잣집 아들 역할이었다. 돈이면 뭐든 된다 생각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그렇게 얻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좌절하고 마는. 그래서 조금은 비열한 짓들을 하게 되는. '선덕여왕'에서의 월야 역할은 물론 '그저 바라보다가'보다는 나았지만 그 존재감이 적었다. 덕만(이요원)을 도와 그녀를 여왕의 자리까지 올리는 역할이었지만, 유신(엄태웅)이나 비담(김남길) 같은 굵직한 캐릭터들 속에서 월야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남았다.

'자이언트'의 초반부에서도 그 전형성은 또 반복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조민우는 마치 '그저 바라보다가'의 부잣집 아들 김강모를 반복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변했다. 드라마 속 부잣집 아들 혹은 악인의 아들 역시 악인일 수밖에 없다는 그 전형성을 깨면서 조민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상욱은 조민우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올 수 있었다. 부잣집 아들이라고 왜 고충이 없을까. 아니 야망을 위해 가족들 앞에서도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아버지 조필연을 보면서 자란 아들 조민우는 어쩌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닐까. 이런 이해의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귀 막아줄 테니까 눈 감고 가만히 있어봐요. 그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조민우의 발견은 이렇게 그의 위로가 되어주는 미주의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그 시선 속에서 조민우의 힘겨움이 보였다. 첫 만남에서는 부잣집 아들의 돈 자랑에 재수 없어 하다가, 차츰 그의 가시 돋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부드러움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미주의 시선을 빌어 이 캐릭터의 속내를 대중들에게 전해주었다. 따라서 미주의 민우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대중들의 시선 변화를 유도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주가 민우의 귀를 막아주는 그 행동이 사랑스러운 것은 이미 우리가 민우라는 캐릭터의 힘겨움을 미주만큼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상욱이 조민우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이언트'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 운용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한번 선은 영원한 선'이라는 캐릭터의 전형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는데, 조민우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주인공 강모(이범수)를 사지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면서 아버지 조필연을 돕는 악역이지만, 미주를 만나면 멜로의 주인공이 된다.

게다가 이 멜로는 이제 '자이언트'에서 유일한 것이 되었다. 강모와 정연(박진희)의 멜로는 후에 다시 등장할 것이지만 지금은 복수를 향해 달려가면서 두 사람의 꼬여버린 대결구도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 '자이언트'라는 긴박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민우와 미주의 멜로는 한 줄기 숨통이 되어준다. 민우가 미주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시 깊은 한 숨을 통해내는 것처럼, 시청자들도 이 장면들을 바라보며 쉴 새 없이 달리는 '자이언트'라는 욕망의 전차에서 잠시 동안의 편안함을 갖게 된다. 그러니 이 둘의 멜로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 중 조민우라는 캐릭터는 더더욱.

주상욱이라는 연기자가 제 가치를 드러내며 주목받게 된 것은 물론 이 '자이언트'라는 드라마가 기회로 제공한 조민우라는 캐릭터의 힘이 크다. 하지만 모든 기회가 그 자체로 성공을 이뤄주지 않듯이, 이 조민우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낸 주상욱의 노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상욱에게 조민우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이제 본격적인 연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다른 얼굴들이 있을 지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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