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짜장면보다 주목된 이연복 셰프의 성공 비결

최근 들어 장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왔다. 물론 여기에는 먹방, 쿡방 같은 음식예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영향도 적지 않다. 그 본격적인 첫 번째 시도는 tvN <윤식당>이 열었다. 낯선 타국에서 음식점을 열고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콘셉트는, 그 개업의 과정이 주는 흥미진진한 좌충우돌과, 과연 장사가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내놓은 한식이 외국인들에게도 먹힐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더해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 후 <윤식당>을 패러디한 <신서유기> 제작진의 <강식당>이 제주에서 음식점을 열었고, <현지에서 먹힐까>가 시즌1을 태국에서 촬영한데 이어 시즌2로 중국에 갔다. 

사실 홍석천이 만드는 팟타이가 태국에서도 먹힐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1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즌2는 다르다. 매회 화제가 이어지고 있고, 꾸준히 상승하는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수치적으로 보여준다. 3.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현재 5.3%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이 애초에 내세웠던 ‘짜장면이 중국에서 먹힐까’라는 호기심만큼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요소는 바로 이연복 셰프라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간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이름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서 초기 인지장애를 가진 어르신들과 함께 음식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연복 셰프가 어떻게 장사를 해왔고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를 <현지에서 먹힐까>처럼 자연스럽게 그 일상을 통해 보여준 프로그램은 없었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의 방송 분량은 마치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반복적이다. 매회 특정 장소에 푸드트럭을 열고, 그 날 시도할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고 선보인다. 손님이 찾아오고 그 음식을 맛보며 경탄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때론 매운 짬뽕처럼 현지인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연복 셰프는 그 손님들의 반응에 맞춰 메뉴를 바꾸는 임기응변을 선보이며 장사를 해나간다. 

물론 그 디테일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메뉴가 짜장면에서 짬뽕으로 또 탕수육에서 짜장밥으로 게다가 이연복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멘보샤 같은 음식으로 매일 바뀌고, 장소도 바뀌니 찾는 손님들도 달라지고 그 반응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매 회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주목되는 건 그 일상 속에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이연복 셰프와 그를 보조하는 김강우, 허경환, 서은수 같은 인물들의 면면이다. 특히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장사의 기본’임으로 말하며 아침마다 현지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나, 그렇게 가져온 재료들을 손수 손질해서 다음날 장사 준비를 끝마치고 겨우 잠자리에 드는 모습, 아침 일찍 일어나 당일 준비해야 더 맛있는 음식재료를 손질하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결국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지만 그걸 꾸준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이연복 셰프의 말은 그가 장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최근 방영된 분량에서 이연복 셰프는 이제 그 매일 같이 하던 재료 손질을 후배들이 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다 자신이 준비하게 된 이번 방송이 ‘초심’을 일깨워줘서 너무나 좋다고 했다. 

이연복 셰프가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로 멘보샤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어째서 그 요리가 그의 성공적인 레시피가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멘보샤는 그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오로지 수작업을 통해서 해야 그 맛을 내고, 튀기는 것만도 초벌, 재벌을 거쳐 나오는 요리였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지기 어려운 메뉴라는 것.

물론 천하의 이연복 셰프도 메뉴 선정을 잘못해서 파리를 날리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됐을 때 그는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선선히 “오늘 장사는 망했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그 망한 이유를 확인하고 바로 수정에 들어간다. 매일 같이 준비하는 성실성과 반복된 장사 속에서 잘되는 것들을 찾아내고 안 되는 것들은 보완점을 찾거나 과감히 포기하는 노력들을 멈추지 않고, 무엇보다 초심 그대로 계속 장사를 해나간다는 것. <현지에서 먹힐까>는 중국 현지에서 우리식의 중식이 팔릴 것인가 만큼, 이연복 셰프라는 인물과 그의 장사에 대한 생각이 우리의 관심을 끈 면이 있다.(사진:tvN)

‘현지에서’, 이런 직원들이라면 안 될 턱이 있나

짜장면에 이어 탕수육도 대박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가 대학가에 연 ‘현지반점’ 푸드트럭에서 탕수육은 현지 대학생들에게 ‘찍먹’이나 ‘부먹’이냐를 고민하게 만들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 남다른 바삭함을 맛보려면 찍먹이 제격이지만, 손님에 따라서는 소스의 맛을 더 느끼고 싶어 부먹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찍먹이든 부먹이든 한결같은 이야기는 “맛있다”는 것. 

물론 요리의 맛이야 이미 검증된 이연복 셰프가 손수 현지에서 그 때 그 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바로바로 요리를 해 내놓는 것이니 정답이 아닐 수 없다. 이틀째에 나간 짬뽕이 너무 매워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은 없었지만, 그 순간에도 짬뽕에 들어갈 해물로 즉석에서 메뉴를 바꿔 백짬뽕을 내놓는 이연복 셰프의 ‘순발력’과 ‘손님 중심’의 마인드가 빛을 발했다. 

그런데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했던가. 함께 이연복 셰프를 도와 ‘현지반점’의 손발 역할을 하는 김강우, 서은수, 허경환 등도 점점 이연복 셰프를 닮아간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탱탱한 면발을 빼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국수 앞에서 끊임없어 면을 뽑아내는 김강우는 잘 생긴 외모 탓에 배우를 의심(?)받지만,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어 이연복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 수석 셰프로 현지인들에게 각인된다. 그에게 붙는 ‘면부석’, ‘국수주의자’란 자막이 우스우면서도 수긍이 가는 이유다. 

김강우야 영화 <식객>을 통해 일찍이 요리를 접한 경험이 있어 이연복 셰프가 “칼질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할 만큼 요리에 뛰어들었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서은수는 ‘성실함’과 ‘센스’로 현지반점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주문이 오면 들어갈 재료들을 미리 잡아주었다가 이연복 셰프의 요리 도중 정확한 시점에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중국어를 못하지만 잔돈이 부족하자 현지 음식점을 찾아가 돈을 바꿔오고, 탕수육을 할 때는 이연복 셰프에게 배워 고기를 바삭하게 튀기는 중대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김강우나 서은수보다 더 어려운 역할을 하는 이는 바로 허경환이다. 김강우, 서은수는 요리를 하니 몸을 놀리면 되는 일이지만, 허경환은 홀 서빙을 맡아 현지인들과 소통을 해내야 한다. 중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필요한 말들을 외워 활용하는 허경환은 능숙하지 않아도 현지의 손님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통해 음식점에 좋은 인상을 만들어준다. 아이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손님들과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섞어서라도 소통하려는 모습은 그 노력만으로도 좋은 서비스의 느낌을 준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중국에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 같은 우리 식의 중화요리가 먹힐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되는 건 이연복 셰프가 어떻게 해서 성공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건 그가 말했듯, “기본에 충실”한 것이고, 손님에게 맞추려는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그 성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함께 따르는 이들의 도움이라는 걸 김강우나 서은수 그리고 허경환이 보여준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려 애쓰는 모습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출연자라기보다는 현지반점의 직원처럼 일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김강우나 서은수는 배우라는 직업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그 일에 몰입해 있고, 허경환 역시 마찬가지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이연복 셰프도 그렇지만 김강우, 서은수, 허경환 역시 돋보이는 이유다. 역시 잘 되는 음식집에는 남다른 셰프와 그를 닮아가는 성실한 직원들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사진:tvN)

‘현지에서 먹힐까’, 장사라면 이연복처럼

tvN <현지에서 먹힐까>는 중국에서 우리식의 중화요리가 먹힐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지만, 보면 볼수록 이연복 셰프가 어떻게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첫 날 중국 현지에서 내놓은 짜장면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결국 재료가 동이 나 빠른 퇴근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이연복 셰프는 물론이고 출연자들 모두가 들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장사 메뉴로 짬뽕을 준비하면서 이연복 셰프는 훨씬 더 많은 재료들을 현지 시장에서 챙기도록 했다. 전날 그랬듯이 신선한 재료를 그 때 그 때 구입해 요리해 내놓는 기본이야말로 맛의 차이를 만드는 거라는 이연복 셰프의 습관화된 행보였다. 가장 쉬운 일이지만 성실하게 매일 같이 지켜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 그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장사가 늘 잘될 수만은 없다. 다음 날 메뉴로 내놓은 짬뽕은 이연복 셰프의 예상과 달리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전날만큼 인파가 별로 없었고,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도 대부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짬뽕은 아이들이 먹기에는 너무 매웠다. 혓바닥이 아프다며 우는 아이들 속에서 함께 온 부모들도 마음 편히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날 짜장면이라면 묻지도 않고 시키던 손님들도 짬뽕이라고 하니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찾았다가 그냥 가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졌다. 잔뜩 준비해온 재료들을 보며 “오늘 장사는 망했다”고 재빠르게 현실을 인정한 이연복 셰프는 드디어 그 오랜 세월 해왔던 경험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매워 못 먹는다면 메뉴를 변경하는 게 당연한 선택일 수 있었다. 이연복 셰프는 고춧가루를 뺀 백짬뽕을 준비했다. 맵지 않고 대신 신선한 해산물의 시원한 맛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제 맵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어른들도 만족스러워 했지만 이연복 셰프는 거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준비한 재료들도 많이 남았고, 이제 먹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짬뽕을 쉬 선택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연복 셰프는 이 지역은 짜장면이 통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그래서 준비한 해물을 이용한 해물 짜장을 즉석에서 만들어냈다. 급히 숙소에서 공수해온 돼지고기를 넣고 해물들을 듬뿍 넣은 해물 짜장은 다시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춘장이 지글지글 익으며 내는 냄새가 손님들을 유혹했던 것. 

단 이틀 간 보여진 장사의 과정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건 이연복 셰프의 성공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성실하게 매일매일 기본에 충실하고 사업장에서는 위계 없이 자신이 함께 일을 해나가며 무엇보다 현장의 손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촉을 세워 맞춰나가려 노력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최근 들어 장사(특히 음식장사)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단지 음식을 만들고 먹는 먹방과 쿡방의 의미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그 노하우와 솔루션을 담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계속 강조하는 건 결국 ‘기본’이다. 제 입맛에만 맞는다고 손님들이 외면하는 막걸리를 계속 고집하는 사장이나, 손님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음식을 내놓는 사장, 무엇보다 자신들이 하는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반응조차 살피지 않는 사장들이 장사가 안 된다며 푸념을 하는 모습은 그래서 어딘가 앞뒤가 잘못된 느낌을 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연복 셰프가 몸소 보여주는 장사의 기본들은 시사 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장사라면 이연복 셰프처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다면 어떤 ‘현지’에서든 먹히지 않을 턱이 없을 테니.(사진:tvN)

‘현지에서 먹힐까’ 이연복 셰프, 이러니 대가라 불릴 수밖에

중국에서 우리의 짜장면이 먹힐까?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그것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다. 그것은 이번 중국편에 참여한 주인공이 바로 이연복 셰프이기 때문이다. 

무려 46년을 중식에 몸담았던 이연복 셰프다. 얼마나 오랫동안 웍을 잡았을까. 그가 잡은 웍으로 내놓은 요리는 셀 수도 없이 많았을 테고, 그 요리를 맛본 사람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게다. 그런 그가 만드는 음식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니.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문정성시를 이룬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잠잠해지는 아이가 짜장면 맛을 한 번 보고 두 번 보더니 나중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제쳐두고 짜장면에 빠지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주는 의문의 답이 일찌감치 나왔다는 걸 말해준다. 짜장면은 중국에서도 먹힌다. 이미 한류드라마를 통해 중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짜장면이니,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을 더 갖게 만든 음식이 아니던가.

맛을 본 아주머니가 너무 맛있다며 하나를 더 주문해 아이에게 먹이는 장면도 그렇다. 어딘지 짤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막상 맛보면 그 달달한 맛에 놀라게 되는 짜장면. 그것도 대가가 만들어 내놓는 짜장면의 맛이 정답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짜장면을 맛본 중국인들의 호들갑스런 반응에 처음에는 흐뭇한 미소가 나오다가도 ‘짜장면은 본래 그랬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짜장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그가 어떻게 그런 대가가 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들. 그건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그 때 그 때 구입해 조리해내는 음식이 쟁여둔 재료를 갖고 하는 음식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중국 현지에서 시장을 찾아가고 신선한 재료들을 사서 매일 준비하는 이연복 셰프의 면모는 그의 성공의 비결이 바로 그런 ‘성실함’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면모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정신없이 몰려드는 손님들 속에서 그가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재료 손질에 조리까지 요리를 이것저것 스스로 손을 놀려 만들다가도 손님을 응대해야 하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만든 요리를 직접 서빙하기도 하며, 부족한 테이블을 만들어 내놓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중식의 대가라는 칭호가 갖는 괜한 권위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좋은 음식을 더 보기 좋게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찾은 손님들의 불편이 없게 하려는 그 모습에서 ‘진정한 대가’의 풍모가 드러났다. 

이연복 셰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중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성실함과 낮은 자세는 아마도 이런 긴 세월 동안 몸에 체화된 것들이 아닐까. 40여 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 <현지에서 먹힐까>가 보여준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새삼스레 느껴진다.(사진:tvN)

한때는 한류예능의 첨병, 지금은 표절방송국으로 전락한 후난위성

이 정도면 뻔뻔한 수준이다. 말로는 대국이라지만 이런 치졸함이 없다. 억대부자는 부자도 아니고 조대부자가 그토록 많다는 중국이고,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후난위성TV처럼 거대한 방송국이 끝없이 베끼기를 이어간다는 건 피해자인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실망감과 창피함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엠넷의 <쇼 미 더 머니>, tvN의 <윤식당>에 이어 이제 JTBC의 <효리네 민박>도 그 표절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에 방영될 예정이라는 <친애하는 객잔>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커플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모습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효리네 민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이 프로그램이 노골적인 베끼기라고 여겨지게 되는 건 이미 이 후난TV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찬팅>이라는 <윤식당> 표절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도 논란이 되었지만 중국 톱스타 조미와 황효명이 출연해 시청률 동시간대 1위로 잘 나가고 있다. 그러니 그 연장선으로서 <친애하는 객잔>의 표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난TV가 중국의 한류예능 리메이크를 사실상 주도했던 방송사였다는 점이다. 후난TV는 일찍이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의 포맷을 사들여 중국판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때 중요했던 건 단지 포맷만을 사간 것이 아니라 직접 국내 PD들이 플라잉PD로 중국까지가서 일종의 ‘기술전수’까지를 해줬다는 점이다. 

그나마 후난TV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중국의 위성채널들보다 방송 콘텐츠의 품질 수준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중국 방송사들이 흉내 내기 정도를 할 때 이들은 꽤 괜찮은 품질의 방송들을 내놓았다. 한류예능의 중국판 리메이크가 충분히 가능했고 그 시도들을 통해 우리네 방송 노하우 또한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드 정국으로 양국 간의 교류 채널이 서서로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포맷을 사서 방송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즉 노골적으로 중국정부가 한류 콘텐츠와 그 리메이크를 막고 있는 상황에 내놓고 한국과의 교류를 할 수는 없게 된 것. 그렇지만 이미 방송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중국 채널들 입장에서는 그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라는 것이 고작 베끼기다. 

한때는 한류 예능의 창구처럼 여겨졌던 후난TV가 이처럼 한류 베끼기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그래서 중국이라는 시장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즉 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뤄지던 교류가 양국 간 관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정부가 어떤 간섭을 노골화하게 되면 정 반대로 뒤통수를 치는 파트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에 연계한 문화의 흐름을 왜곡하는 정부의 간섭은 결국 중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라. 결국 문화를 소비하는 건 일반 대중들이다. 그 대중들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조차 베끼기에 창피함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아닌가. 베끼기를 통해 당장의 돈벌이는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마약처럼 그들 문화를 잠식해버릴 독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 후난TV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만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수 백 억의 수익을 냈던 방송사다. 그런 방송사가 이런 부끄러운 짓을 반복한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자존심을 잃으면 그저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방송사가 언제까지 그 후안무치의 길을 가려는가.

‘엽기적인 그녀’, 주원은 이 난관마저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사극이어서 “이게 뭐지” 했을 시청자분들도 많지 않았을까.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우리에게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영화가 현대극으로서 대학생들의 청춘 로맨스였다면, 드라마는 아예 사극으로 시대적 배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엽기적인 그녀(사진출처:SBS)'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원작의 무게감을 덜어내려 안간힘을 썼는가를 잘 보여준다. 레전드가 된 작품과 비교되기 시작하면 리메이크된 작품의 운명이란 그 결과가 뻔해질 수밖에 없다. 원작에 대한 향수가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드라마는 아예 사극이라는 틀을 가져와 새로운 작품으로서의 <엽기적인 그녀>를 구상하게 됐을 게다. 

물론 사극이라고 해도 그 안의 이야기 설정은 원작 영화가 가진 것에서 많이 따왔다는 것을 첫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견우(주원)가 혜명공주(오연서)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만드는 그 장면에서 술에 취한 그녀가 견우에게 토를 하는 대목이 그렇다. 영화에서는 지하철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에게 토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어쩔 수 없이 모텔에 그녀를 데려간 견우가 토 냄새를 지우기 위해 샤워를 하다 오해를 받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 모티브는 사극으로 리메이크된 드라마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사극으로 재해석되었다고 해도 이처럼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작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전지현과 차태현의 그림자는 너무 짙다. 이런 한계를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렇게 드라마화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중국이라는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팬덤은 여전히 뜨거운데, 최근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로 화제가 된 후 다시 이 작품까지 주목받았다. 그러니 이런 분위기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는 꽤 괜찮은 기획으로 다가왔을 게다. 

물론 사드 배치로 인해 생겨난 한한령으로 <엽기적인 그녀>는 그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한한령은 조금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그 여파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엽기적인 그녀>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방영되게 됐다. 

원작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부담감과 중국과의 관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은 콘텐츠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그녀>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 가능성은 다름 아닌 주원이라는 배우에게서 나온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시작해, <각시탈>로 우뚝 서고, 쉽지 않을 거라는 <7급공무원>, <굿닥터> 그리고 모두가 실패를 예견하기도 했던 일드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까지 주원은 드라마 불패를 써온 배우다. 그러니 <엽기적인 그녀> 역시 이 난관들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그저 운이라는 뜻은 아니다. 주원은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남다른 연기력을 통해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뒀던 배우다. 이번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상대 역할을 연기하는 오연서의 액션을 코믹하게 받아내는 주원의 리액션이 코미디의 상황을 더 빵빵 터트리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액면은 난관과 한계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주원이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

사전제작드라마 참패와 대비되는 '김과장·피고인'의 성공

여러모로 중국이 남긴 생채기는 국내 산업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업계가 겪은 파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크게 다가온다. 이른바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연이은 실패를 겪으며 만든 파장이 그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사임당, 빛의 일기> 같은 100% 사전 제작드라마들이 국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더 이상 사전제작이 드라마의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과장(사진출처:KBS)'

하지만 사전제작 그 자체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것이 우리네 제작사들의 현실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족쇄로 작용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한 대로 수정하지도 못하고 찍어 내야 하는 상황은 현실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유기체로서의 드라마를 박제화 시켜버린 결과를 낳았다. 

연이어 이러한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실망감을 느낀 시청자들은 이제 이런 대작 프로젝트 자체에 시큰둥해하는 모양새다. 최근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나 <김과장> 같은 드라마들의 선전은 거꾸로 대작 프로젝트에 그다지 큰 기대를 갖지 않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피고인>은 사전제작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만들어가는 ‘실시간 드라마’의 실험을 단행했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져 막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그래도 시청자들과의 밀당이 힘을 발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과장> 역시 스토리만으로 보면 그 완성도가 높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과장이라는 명쾌한 사이다 캐릭터를 세워놓고 지금의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상황들을 스토리로 풀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급박하게 기획된 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지만, 사실 이미 사전제작이 완료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SBS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고 이연희, 정용화 주연의 JTBC <더 패키지>가 그렇다. 이미 제작이 완료되었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 자체가 경색된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편성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더 패키지>는 <힘쎈 여자 도봉순> 후속으로 거론되었지만 역시 사전 제작된 <맨투맨>이 후속작으로 확장되면서 방영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JTBC의 <더 패키지>나 MBC의 <군주>, <왕은 사랑한다>, KBS의 <안단테>, tvN의 <비밀의 숲> 같은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은 그나마 방송사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다. 김희선, 김선아 주연의 <품위 있는 그녀>는 이미 촬영이 끝났지만 방송사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 특히 인기가 높은 장나라 주연의 <열혈주부 명탐정> 역시 현재 촬영 중이지만 방송사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던 100% 사전제작드라마들에 시청자들이 이미 시큰둥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시장 자체도 막혀버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전제작드라마들이 대기하고 있고 또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는 건 관성 때문이다. 지금의 사전제작된 드라마들은 사실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기획되었던 것들이다. 그러니 이미 대세는 바뀌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여파가 여전히 우리네 드라마업계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

이미 중국시장에 대한 환상은 깨져버렸다. 하지만 한때 만들어졌던 차이나 드림의 여파는 올해도 여전히 드라마업계에 생채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모로 이번 사드 보복을 통해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콩 : 스컬아일랜드’가 건드리고 있는 미국의 트라우마와 중국의 야심

누가 세상의 왕인가. 영화 <콩 : 스컬아일랜드(이하 콩)>에서 패카드 중령은 ‘인간이 세상의 왕’이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콩>인 것처럼 인간은 이 세상의 왕이 아니다. 그리고 패카드 중령(사무엘 잭슨)이 말한 ‘인간’이란 우리를 통칭한다기보다는 미국을 지목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사진출처:영화<콩:스컬아일랜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베트남전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건 이 영화가 미국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베트남전은 결국 미국의 패전으로 끝난 것이지만, 백전노장이라고 자칭하는 패카드 중령은 그것이 ‘패배’가 아닌 ‘포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 쫓겨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카드 중령이 굳이 베트남전에 대해 ‘패배’와 ‘포기’ 같은 표현에 집착한다는 점은 그가 이 전쟁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스컬아일랜드 탐사 미션이 내려지자 국가가 그에게 그런 새로운 임무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숨겨진 섬, 스컬아일랜드의 정글이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 베트남전에서 미군들이 그 곳의 정글에서 느꼈을 당혹감이다. 그들은 헬기를 타고 로큰롤 음악을 틀며 폭탄을 투하하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킬 반향을 생각하지 못한다. 스컬아일랜드의 왕인 깨어난 콩은 그래서 베트남의 정글이 미군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듯이 섬의 침입자들을 처단한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지점은 과연 전쟁을 누가 일으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패카드 중령과 탐사팀이 이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 섬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콩의 보호(그는 마치 섬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아래 평화로웠다. 섬을 위협하는 괴생물체들이 있지만 콩이 그 위협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패카드 중령은 콩을 죽이고 섬을 장악하겠다는 무리한 작전을 수행한다. 섬의 전쟁을 일으키는 건 패카드 중령의 전쟁 트라우마 그 자체다. 

영화 <콩>은 여러 영화들 속 모티브들을 가져와 한 데 엮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장면들이 연상되고, 물론 <킹콩> 같은 괴생물체와의 대결과 <쥬라기공원> 같은 특정한 공간에서의 사투 같은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중국시장을 겨냥한 듯 이 작품에는 중국을 연상시키는 오리엔탈리즘이 깔려있고 중국배우 경첨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괴수들은 괴수물 마니아라면 열광할만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많은 요소들을 가져와 <콩>이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콩으로 대변되는 자연이라는 것. 그런데 이 이야기에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의 트라우마와 중국의 야심 같은 것들이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전쟁에 광분하는 패카드 중령이 늘 전쟁을 해온 미국을 표상한다면, 스컬 아일랜드의 수천 년을 괴수들과 싸워오며 이제는 거의 달관의 경지에 이른 원주민들은 마치 중국을 표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런 뉘앙스들은 다분히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의 포석처럼 보이지만.

물론 <콩>은 그리 심각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저 그런 괴수물의 스펙터클로 끝날 수 있었던 <콩>을 그나마 흥미롭게 해주는 지점은 바로 이 미국의 전쟁 트라우마가 담겨지는 부분이다. 많은 전쟁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승리해온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승리한 것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여전히 전쟁을 늘 입에 올리게 만드는 어떤 강박이 아닐까 하고 영화가 은근히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일찍이 <다음 침공은 어디?>라는 재기발랄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한국, 베트남,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서 벌인 미국의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들은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지고 또 진 패배를 하나씩 짚어갔다. 엄청난 돈을 낭비하며 IS 같은 집단만 생겨나게 했고 그런 전쟁에서 얻은 건 또 다른 전쟁뿐이었으며 장담했던 석유조차 챙기지 못했다.”

한 번은 겪어야할 중국의 한류 차단, 체질 강화 기회로 삼아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내 놓고 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류가 흘러가는 물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이제 한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도깨비>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식적인 루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던 그 흐름조차 막혀버렸다.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쿠(優酷)와 투더우(土豆), 아이치이(愛奇藝), 큐큐(QQ) 사이트 등에서는 <도깨비>는 물론이고 <런닝맨> 같은 인기 한류 콘텐츠도 사라졌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한 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시각은 이제 냉정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본래 이처럼 중국에 거의 올인하는 듯한 한류의 흐름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큰 시장이 열렸고 양국의 콘텐츠 종사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하며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미래를 위한 괜찮은 비전이 되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익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사드를 도입하고 그것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내리는 20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 비전만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사드 보복 조치는 그것이 본래 차이나 드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보게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광전총국에 의해 그 때 그 때 한류의 흐름에 제동이 걸려왔던 게 실제 벌어져온 일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중국시장의 진면목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일본 한류가 엄청난 기세로 번져가다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주춤하게 됐던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일본 한류는 혐한 정서가 생겨나고 지금도 그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일정부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 한류가 주춤할 때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중국 한류에 낀 먹구름은 또 다른 시장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 시장으로 그 주 목표를 바꾸는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한류의 신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미나 중동,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폴 등으로 한류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들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중문화 교류는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마치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으로서 ‘고립’의 길을 자초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 생산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래서 시장이다. 당연히 중국이 막힌다면 다양한 시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늘 해외 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땅덩이로 수출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네 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과거 삼각무역에 의존했던 물질적인 상품 무역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흐름을 본다면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국내와 국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콘텐츠 산업,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주로 그 플랫폼 기반이 지상파 TV나 케이블 같은 곳에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진 콘텐츠는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인터넷 플랫폼의 개발은 향후 우리 콘텐츠가 굳이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글로벌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켓에서 그것이 사고 팔리는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지속적인 한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청사진이 아닐까. 사드 보복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지금 촉구하는 건 이런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개선이다. 치졸한 일이지만 중국의 이런 보복조치는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에 스스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관을 심는 자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화랑’, 문제는 사전제작이 아니라 완성도다

KBS 월화드라마 <화랑>은 결국 7.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쓸쓸히 종영했다. 사실 시작부터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첫 회 시청률 6.9%. 100% 사전 제작에 중국과의 동시방영 등을 내걸었던 작품인지라(물론 이건 틀어져버렸지만) 기대감이 높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은 그리 반색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식어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혹자는 <화랑>의 추락의 이유로 사전제작이 가진 한계를 지목한다.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없는 게 아니다. 즉 문제가 초기에 발견됐을 때 100% 사전 제작 드라마는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화랑>의 경우 만일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첫 회 시청률이 6%대가 나왔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대본 수정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랑>은 안타깝게도 100%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사전 제작 드라마의 한계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사실 <화랑>의 이야기구조를 보면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느슨하게 드라마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화랑>은 안지공(최원영)의 아들 막문(이광수)이 죽자 대신 그의 친구인 무명(박서준)이 그가 되어 살아가면서 차츰 화랑으로 거듭 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라의 골품제도라는 틀이 있고 천민 출신인 무명이 실력으로 다른 화랑들의 귀감이 된다는 이야기는 금수저 흙수저로 얘기되는 현재의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태생으로 결정되는 계급 시스템과 대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졌을까. <화랑>은 이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악역들이 제대로 서지 못했고, 그러니 이 주인공이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의식도 잘 드러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니 이야기는 소소해지고 틀에 박힌 멜로가 빈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천민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본래 성골이었다는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서 시스템과 대결하는 문제의식은 퇴색해버렸다. 결국은 잘난 출생이 숨겨져 있었다는 귀결은 얼마나 허탈한 이야기인가. 

주인공인 선우가 이렇게 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드라마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맥종(박형식)은 어미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을 왕으로 즉위시키지 않고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왕비 지소(김지수)로 인해 전혀 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왕이면서도 왕임을 밝히지 못하는 그 설정 때문에 늘 뒤편에 숨어 있게 됐던 것. 이런 캐릭터는 마지막에 진짜 자신이 왕이라는 게 밝혀지는 그 순간 잠깐 주목되지만 그 과정들에는 대부분 묻히게 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문제는 사전제작으로 인해 수정을 할 수 없었다는 점도 컸지만, 애초에 만들어진 작품이 너무 안이했다는 걸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구성됐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은 너무 느슨했으며 애초의 주제의식도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사실 이건 사전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드라마가 가진 완성도 부족의 문제라고 해도 될만한 사항이다. 

연달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라, 마치 그 사전제작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 시스템은 어쨌든 과거 쪽대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제작 환경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사전제작을 제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그 자체가 리스크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럴수록 더 많은 사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대본, 그리고 촬영 후 갖는 1차 편집본 등등 단계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면 사전제작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쓸쓸한 종영은 그래서 사전제작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완성도 부족이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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