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한류예능의 첨병, 지금은 표절방송국으로 전락한 후난위성

이 정도면 뻔뻔한 수준이다. 말로는 대국이라지만 이런 치졸함이 없다. 억대부자는 부자도 아니고 조대부자가 그토록 많다는 중국이고,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후난위성TV처럼 거대한 방송국이 끝없이 베끼기를 이어간다는 건 피해자인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실망감과 창피함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엠넷의 <쇼 미 더 머니>, tvN의 <윤식당>에 이어 이제 JTBC의 <효리네 민박>도 그 표절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에 방영될 예정이라는 <친애하는 객잔>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커플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모습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효리네 민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이 프로그램이 노골적인 베끼기라고 여겨지게 되는 건 이미 이 후난TV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찬팅>이라는 <윤식당> 표절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도 논란이 되었지만 중국 톱스타 조미와 황효명이 출연해 시청률 동시간대 1위로 잘 나가고 있다. 그러니 그 연장선으로서 <친애하는 객잔>의 표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난TV가 중국의 한류예능 리메이크를 사실상 주도했던 방송사였다는 점이다. 후난TV는 일찍이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의 포맷을 사들여 중국판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때 중요했던 건 단지 포맷만을 사간 것이 아니라 직접 국내 PD들이 플라잉PD로 중국까지가서 일종의 ‘기술전수’까지를 해줬다는 점이다. 

그나마 후난TV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중국의 위성채널들보다 방송 콘텐츠의 품질 수준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중국 방송사들이 흉내 내기 정도를 할 때 이들은 꽤 괜찮은 품질의 방송들을 내놓았다. 한류예능의 중국판 리메이크가 충분히 가능했고 그 시도들을 통해 우리네 방송 노하우 또한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드 정국으로 양국 간의 교류 채널이 서서로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포맷을 사서 방송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즉 노골적으로 중국정부가 한류 콘텐츠와 그 리메이크를 막고 있는 상황에 내놓고 한국과의 교류를 할 수는 없게 된 것. 그렇지만 이미 방송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중국 채널들 입장에서는 그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라는 것이 고작 베끼기다. 

한때는 한류 예능의 창구처럼 여겨졌던 후난TV가 이처럼 한류 베끼기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그래서 중국이라는 시장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즉 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뤄지던 교류가 양국 간 관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정부가 어떤 간섭을 노골화하게 되면 정 반대로 뒤통수를 치는 파트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에 연계한 문화의 흐름을 왜곡하는 정부의 간섭은 결국 중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라. 결국 문화를 소비하는 건 일반 대중들이다. 그 대중들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조차 베끼기에 창피함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아닌가. 베끼기를 통해 당장의 돈벌이는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마약처럼 그들 문화를 잠식해버릴 독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 후난TV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만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수 백 억의 수익을 냈던 방송사다. 그런 방송사가 이런 부끄러운 짓을 반복한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자존심을 잃으면 그저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방송사가 언제까지 그 후안무치의 길을 가려는가.

‘엽기적인 그녀’, 주원은 이 난관마저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사극이어서 “이게 뭐지” 했을 시청자분들도 많지 않았을까.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우리에게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영화가 현대극으로서 대학생들의 청춘 로맨스였다면, 드라마는 아예 사극으로 시대적 배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엽기적인 그녀(사진출처:SBS)'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원작의 무게감을 덜어내려 안간힘을 썼는가를 잘 보여준다. 레전드가 된 작품과 비교되기 시작하면 리메이크된 작품의 운명이란 그 결과가 뻔해질 수밖에 없다. 원작에 대한 향수가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드라마는 아예 사극이라는 틀을 가져와 새로운 작품으로서의 <엽기적인 그녀>를 구상하게 됐을 게다. 

물론 사극이라고 해도 그 안의 이야기 설정은 원작 영화가 가진 것에서 많이 따왔다는 것을 첫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견우(주원)가 혜명공주(오연서)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만드는 그 장면에서 술에 취한 그녀가 견우에게 토를 하는 대목이 그렇다. 영화에서는 지하철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에게 토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어쩔 수 없이 모텔에 그녀를 데려간 견우가 토 냄새를 지우기 위해 샤워를 하다 오해를 받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 모티브는 사극으로 리메이크된 드라마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사극으로 재해석되었다고 해도 이처럼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작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전지현과 차태현의 그림자는 너무 짙다. 이런 한계를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렇게 드라마화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중국이라는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팬덤은 여전히 뜨거운데, 최근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로 화제가 된 후 다시 이 작품까지 주목받았다. 그러니 이런 분위기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는 꽤 괜찮은 기획으로 다가왔을 게다. 

물론 사드 배치로 인해 생겨난 한한령으로 <엽기적인 그녀>는 그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한한령은 조금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그 여파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엽기적인 그녀>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방영되게 됐다. 

원작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부담감과 중국과의 관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은 콘텐츠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그녀>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 가능성은 다름 아닌 주원이라는 배우에게서 나온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시작해, <각시탈>로 우뚝 서고, 쉽지 않을 거라는 <7급공무원>, <굿닥터> 그리고 모두가 실패를 예견하기도 했던 일드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까지 주원은 드라마 불패를 써온 배우다. 그러니 <엽기적인 그녀> 역시 이 난관들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그저 운이라는 뜻은 아니다. 주원은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남다른 연기력을 통해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뒀던 배우다. 이번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상대 역할을 연기하는 오연서의 액션을 코믹하게 받아내는 주원의 리액션이 코미디의 상황을 더 빵빵 터트리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액면은 난관과 한계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주원이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

사전제작드라마 참패와 대비되는 '김과장·피고인'의 성공

여러모로 중국이 남긴 생채기는 국내 산업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업계가 겪은 파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크게 다가온다. 이른바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연이은 실패를 겪으며 만든 파장이 그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사임당, 빛의 일기> 같은 100% 사전 제작드라마들이 국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더 이상 사전제작이 드라마의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과장(사진출처:KBS)'

하지만 사전제작 그 자체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것이 우리네 제작사들의 현실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족쇄로 작용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한 대로 수정하지도 못하고 찍어 내야 하는 상황은 현실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유기체로서의 드라마를 박제화 시켜버린 결과를 낳았다. 

연이어 이러한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실망감을 느낀 시청자들은 이제 이런 대작 프로젝트 자체에 시큰둥해하는 모양새다. 최근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나 <김과장> 같은 드라마들의 선전은 거꾸로 대작 프로젝트에 그다지 큰 기대를 갖지 않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피고인>은 사전제작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만들어가는 ‘실시간 드라마’의 실험을 단행했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져 막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그래도 시청자들과의 밀당이 힘을 발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과장> 역시 스토리만으로 보면 그 완성도가 높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과장이라는 명쾌한 사이다 캐릭터를 세워놓고 지금의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상황들을 스토리로 풀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급박하게 기획된 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지만, 사실 이미 사전제작이 완료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SBS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고 이연희, 정용화 주연의 JTBC <더 패키지>가 그렇다. 이미 제작이 완료되었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 자체가 경색된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편성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더 패키지>는 <힘쎈 여자 도봉순> 후속으로 거론되었지만 역시 사전 제작된 <맨투맨>이 후속작으로 확장되면서 방영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JTBC의 <더 패키지>나 MBC의 <군주>, <왕은 사랑한다>, KBS의 <안단테>, tvN의 <비밀의 숲> 같은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은 그나마 방송사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다. 김희선, 김선아 주연의 <품위 있는 그녀>는 이미 촬영이 끝났지만 방송사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 특히 인기가 높은 장나라 주연의 <열혈주부 명탐정> 역시 현재 촬영 중이지만 방송사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던 100% 사전제작드라마들에 시청자들이 이미 시큰둥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시장 자체도 막혀버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전제작드라마들이 대기하고 있고 또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는 건 관성 때문이다. 지금의 사전제작된 드라마들은 사실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기획되었던 것들이다. 그러니 이미 대세는 바뀌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여파가 여전히 우리네 드라마업계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

이미 중국시장에 대한 환상은 깨져버렸다. 하지만 한때 만들어졌던 차이나 드림의 여파는 올해도 여전히 드라마업계에 생채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모로 이번 사드 보복을 통해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콩 : 스컬아일랜드’가 건드리고 있는 미국의 트라우마와 중국의 야심

누가 세상의 왕인가. 영화 <콩 : 스컬아일랜드(이하 콩)>에서 패카드 중령은 ‘인간이 세상의 왕’이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콩>인 것처럼 인간은 이 세상의 왕이 아니다. 그리고 패카드 중령(사무엘 잭슨)이 말한 ‘인간’이란 우리를 통칭한다기보다는 미국을 지목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사진출처:영화<콩:스컬아일랜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베트남전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건 이 영화가 미국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베트남전은 결국 미국의 패전으로 끝난 것이지만, 백전노장이라고 자칭하는 패카드 중령은 그것이 ‘패배’가 아닌 ‘포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 쫓겨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카드 중령이 굳이 베트남전에 대해 ‘패배’와 ‘포기’ 같은 표현에 집착한다는 점은 그가 이 전쟁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스컬아일랜드 탐사 미션이 내려지자 국가가 그에게 그런 새로운 임무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숨겨진 섬, 스컬아일랜드의 정글이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 베트남전에서 미군들이 그 곳의 정글에서 느꼈을 당혹감이다. 그들은 헬기를 타고 로큰롤 음악을 틀며 폭탄을 투하하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킬 반향을 생각하지 못한다. 스컬아일랜드의 왕인 깨어난 콩은 그래서 베트남의 정글이 미군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듯이 섬의 침입자들을 처단한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지점은 과연 전쟁을 누가 일으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패카드 중령과 탐사팀이 이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 섬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콩의 보호(그는 마치 섬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아래 평화로웠다. 섬을 위협하는 괴생물체들이 있지만 콩이 그 위협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패카드 중령은 콩을 죽이고 섬을 장악하겠다는 무리한 작전을 수행한다. 섬의 전쟁을 일으키는 건 패카드 중령의 전쟁 트라우마 그 자체다. 

영화 <콩>은 여러 영화들 속 모티브들을 가져와 한 데 엮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장면들이 연상되고, 물론 <킹콩> 같은 괴생물체와의 대결과 <쥬라기공원> 같은 특정한 공간에서의 사투 같은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중국시장을 겨냥한 듯 이 작품에는 중국을 연상시키는 오리엔탈리즘이 깔려있고 중국배우 경첨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괴수들은 괴수물 마니아라면 열광할만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많은 요소들을 가져와 <콩>이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콩으로 대변되는 자연이라는 것. 그런데 이 이야기에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의 트라우마와 중국의 야심 같은 것들이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전쟁에 광분하는 패카드 중령이 늘 전쟁을 해온 미국을 표상한다면, 스컬 아일랜드의 수천 년을 괴수들과 싸워오며 이제는 거의 달관의 경지에 이른 원주민들은 마치 중국을 표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런 뉘앙스들은 다분히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의 포석처럼 보이지만.

물론 <콩>은 그리 심각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저 그런 괴수물의 스펙터클로 끝날 수 있었던 <콩>을 그나마 흥미롭게 해주는 지점은 바로 이 미국의 전쟁 트라우마가 담겨지는 부분이다. 많은 전쟁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승리해온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승리한 것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여전히 전쟁을 늘 입에 올리게 만드는 어떤 강박이 아닐까 하고 영화가 은근히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일찍이 <다음 침공은 어디?>라는 재기발랄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한국, 베트남,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서 벌인 미국의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들은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지고 또 진 패배를 하나씩 짚어갔다. 엄청난 돈을 낭비하며 IS 같은 집단만 생겨나게 했고 그런 전쟁에서 얻은 건 또 다른 전쟁뿐이었으며 장담했던 석유조차 챙기지 못했다.”

한 번은 겪어야할 중국의 한류 차단, 체질 강화 기회로 삼아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내 놓고 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류가 흘러가는 물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이제 한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도깨비>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식적인 루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던 그 흐름조차 막혀버렸다.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쿠(優酷)와 투더우(土豆), 아이치이(愛奇藝), 큐큐(QQ) 사이트 등에서는 <도깨비>는 물론이고 <런닝맨> 같은 인기 한류 콘텐츠도 사라졌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한 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시각은 이제 냉정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본래 이처럼 중국에 거의 올인하는 듯한 한류의 흐름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큰 시장이 열렸고 양국의 콘텐츠 종사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하며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미래를 위한 괜찮은 비전이 되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익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사드를 도입하고 그것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내리는 20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 비전만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사드 보복 조치는 그것이 본래 차이나 드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보게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광전총국에 의해 그 때 그 때 한류의 흐름에 제동이 걸려왔던 게 실제 벌어져온 일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중국시장의 진면목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일본 한류가 엄청난 기세로 번져가다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주춤하게 됐던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일본 한류는 혐한 정서가 생겨나고 지금도 그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일정부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 한류가 주춤할 때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중국 한류에 낀 먹구름은 또 다른 시장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 시장으로 그 주 목표를 바꾸는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한류의 신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미나 중동,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폴 등으로 한류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들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중문화 교류는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마치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으로서 ‘고립’의 길을 자초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 생산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래서 시장이다. 당연히 중국이 막힌다면 다양한 시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늘 해외 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땅덩이로 수출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네 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과거 삼각무역에 의존했던 물질적인 상품 무역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흐름을 본다면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국내와 국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콘텐츠 산업,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주로 그 플랫폼 기반이 지상파 TV나 케이블 같은 곳에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진 콘텐츠는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인터넷 플랫폼의 개발은 향후 우리 콘텐츠가 굳이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글로벌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켓에서 그것이 사고 팔리는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지속적인 한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청사진이 아닐까. 사드 보복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지금 촉구하는 건 이런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개선이다. 치졸한 일이지만 중국의 이런 보복조치는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에 스스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관을 심는 자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화랑’, 문제는 사전제작이 아니라 완성도다

KBS 월화드라마 <화랑>은 결국 7.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쓸쓸히 종영했다. 사실 시작부터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첫 회 시청률 6.9%. 100% 사전 제작에 중국과의 동시방영 등을 내걸었던 작품인지라(물론 이건 틀어져버렸지만) 기대감이 높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은 그리 반색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식어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혹자는 <화랑>의 추락의 이유로 사전제작이 가진 한계를 지목한다.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없는 게 아니다. 즉 문제가 초기에 발견됐을 때 100% 사전 제작 드라마는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화랑>의 경우 만일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첫 회 시청률이 6%대가 나왔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대본 수정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랑>은 안타깝게도 100%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사전 제작 드라마의 한계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사실 <화랑>의 이야기구조를 보면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느슨하게 드라마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화랑>은 안지공(최원영)의 아들 막문(이광수)이 죽자 대신 그의 친구인 무명(박서준)이 그가 되어 살아가면서 차츰 화랑으로 거듭 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라의 골품제도라는 틀이 있고 천민 출신인 무명이 실력으로 다른 화랑들의 귀감이 된다는 이야기는 금수저 흙수저로 얘기되는 현재의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태생으로 결정되는 계급 시스템과 대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졌을까. <화랑>은 이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악역들이 제대로 서지 못했고, 그러니 이 주인공이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의식도 잘 드러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니 이야기는 소소해지고 틀에 박힌 멜로가 빈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천민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본래 성골이었다는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서 시스템과 대결하는 문제의식은 퇴색해버렸다. 결국은 잘난 출생이 숨겨져 있었다는 귀결은 얼마나 허탈한 이야기인가. 

주인공인 선우가 이렇게 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드라마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맥종(박형식)은 어미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을 왕으로 즉위시키지 않고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왕비 지소(김지수)로 인해 전혀 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왕이면서도 왕임을 밝히지 못하는 그 설정 때문에 늘 뒤편에 숨어 있게 됐던 것. 이런 캐릭터는 마지막에 진짜 자신이 왕이라는 게 밝혀지는 그 순간 잠깐 주목되지만 그 과정들에는 대부분 묻히게 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문제는 사전제작으로 인해 수정을 할 수 없었다는 점도 컸지만, 애초에 만들어진 작품이 너무 안이했다는 걸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구성됐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은 너무 느슨했으며 애초의 주제의식도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사실 이건 사전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드라마가 가진 완성도 부족의 문제라고 해도 될만한 사항이다. 

연달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라, 마치 그 사전제작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 시스템은 어쨌든 과거 쪽대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제작 환경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사전제작을 제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그 자체가 리스크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럴수록 더 많은 사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대본, 그리고 촬영 후 갖는 1차 편집본 등등 단계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면 사전제작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쓸쓸한 종영은 그래서 사전제작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완성도 부족이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화랑’과 ‘미씽나인’, 어째서 소외됐을까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애초에 기대작이었던 작품은 의외의 실망감을 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은 갑자기 주목받는다. 어째서 이런 배반과 반전이 생겨난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월화드라마는 애초에 KBS <화랑>이 확실한 주도권을 가질 것처럼 여겨진 바 있다. 100% 사전 제작되어 중국 한류를 넘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을 미소년들이나 아이돌처럼 해석하기도 하고, 당대의 골품제도를 현재의 금수저 흙수저라는 청춘들의 현실로 그려낸 것도 기대를 자아내게 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미지근해지고 있다.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자꾸만 멜로 쪽으로 기울고 무엇보다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간절한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화랑>이 주춤하는 동안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펄펄 날아 시청률 수위를 차지해버렸다. 

여기에 같은 시간대 새로 시작한 MBC <역적>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화랑>에 대한 화제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피고인>과 <역적>의 대결처럼 보이는 월화드라마의 구도 속에서 <화랑>은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 것. 

이런 흐름은 수목드라마 경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의 독주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KBS <김과장>이 시청률을 앞지르는 놀라운 반전을 기록했다. 물론 <사임당>이 계속 이 흐름에 끌려갈지는 알 수 없다. 향후에도 <김과장>과 <사임당>의 대결구도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MBC <미씽나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다. 애초에 MBC는 <미씽나인>이라는 본격 생존 장르물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네 드라마로서는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서 그 자체로도 어떤 가치가 있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도 생존기라는 낯선 이야기가 마니아적인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목되었다. 여기에 <사임당>과 <김과장>의 대결구도라는 악재까지 끼어들게 된 것이다. 

요즘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걸 발견하곤 한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첫 회에 어느 정도 시청률을 내면 그 흐름이 유지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첫 회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경향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 아무리 재밌고 기대를 하게 했던 작품도 몇 회가 지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유명 배우가 캐스팅 됐건,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했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관건이 되는 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임당>을 이긴 <김과장>이나 <화랑>을 눌러버린 <피고인>이나 <역적>을 보면 확실히 지금의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만큼 보는 눈이 높아져 있다는 것. 

안타깝게도 <화랑>과 <미씽나인>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타 방송사들의 대결구도 속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아니라는 건 지금의 시청자들의 조변석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든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끌어 오기만 한다면 반전은 가능하다. 물론 한 번 꺾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남궁민의 ‘김과장’이 이영애의 ‘사임당’보다 호평 받는 까닭

이쯤 되면 중국 발 사전제작드라마의 저주라고 해도 될 듯싶다. <태양의 후예> 이후 쏟아져 나온 중국을 겨냥한 100% 사전제작드라마들이 잇따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운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예상 외로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여기에는 몇 가지 그럴만한 내적, 외적 이유들이 얽혀 있다. 그 내적 이유는 이 드라마가 이미 일찌감치 사전제작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동시방영을 준비하면서 너무 방영시기를 늦추게 됐다는 외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한한령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예정됐던 작년 말 <사임당>이 방영되었다면 상황은 지금처럼 전개되지만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임당>이 취하고 있는 현재와 과거가 넘나드는 타임리프 설정은 작년 말만 해도 참신한 코드로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과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등 연달아 타임리프 판타지를 접한 시청자들로서는 “또?”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는 설정이 이제는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 

게다가 <사임당>의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은 그 내적 개연성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즉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역사적 인물인 사임당과 현재의 워킹맘 서지윤(이영애)이 중첩 되어야 하는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이유가 그리 강렬하게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사임당>이 하려는 이야기가 ‘여성’, 그것도 워킹맘에 대한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금강산도’가 화두처럼 던져지는 건 산에 오르는 것조차 금지되던 시대에 열심히 산을 오르며 그 산세를 화폭에 담으려 노력하는 사임당의 면면을 통해서 당대의 성적 차별의 벽을 넘어 예술의 세계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워킹맘 사임당을 그려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재의 서지윤이라는 인물과 중첩됨으로써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차별의 역사를 드러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중대하고 거창한 의도들이 가진 무게감은 오히려 <사임당>을 너무 짓누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3회의 이야기는 그래서 사임당이 말하는 “왜 여인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이리도 많답니까?”라는 그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 이외에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들이나 재미요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하고 있는 이영애지만 이 드라마 3회 동안 그만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가가 의문시되는 건 드라마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사임당>이 이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기대감이 적었던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한 마디로 펄펄 날고 있다. <사임당>의 소문에 밀려 1,2회를 7%대에서 시작한 <김과장>은 3회에서 12.8%(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내며 추락한 <사임당>의 시청률 13%의 목전까지 다가섰다. <사임당>이 대작으로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것과 달리, <김과장>은 말 그대로 입소문에 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 향후 판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사임당>이 타임리프 같은 판타지에 여성, 예술 같은 의도의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을 때, <김과장>은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처럼 소시민적인 인물 김과장(남궁민)의 유쾌한 풍자 블랙코미디를 그려냈다. 경리과장으로 한탕 해먹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오게 된 김과장이 어쩌다 보니 부조리와 비리에 물든 회사와 한바탕 싸우게 되는 소시민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가벼워 보이고 실제로도 과장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코미디지만 그렇게 웃고 나면 의외로 묵직한 메시지 같은 것들이 남는 드라마. 

애초에 그 누가 <사임당>과 <김과장>이 대결구도를 그려낼 것인가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시청자들은 어째 <사임당>으로 지난 2004년 <대장금>이 종영된 후 1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영애보다 <김과장>으로 제대로 망가지는 서민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남궁민에 더 열광하는 듯하다. 역시 드라마는 작품의 내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방영되는 시기의 현실적 상황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상황이 역전된 <사임당>과 <김과장>은 보여주고 있다.

'화랑', 도대체 언제까지 사랑타령만 하고 있을 건가

방영 전 KBS 월화드라마 <화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작품보다 높았다. 중국과 동시방영을 추진했고, 따라서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다. 한류를 노리는 드라마였다는 것. 게다가 신라의 화랑을 본격적인 소재로 삼아 꽃미남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서준과 박형식은 물론이고 도지한이나 김태형 같은 새 얼굴들도 기대되는 지점이었다. 

'화랑(사진출처:KBS)'

그리고 첫 회는 이런 기대감이 실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저 꽃미남들의 화랑이라는 소재를 빙자한 연애담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무명(박서준)의 등장과 그의 친구 막문(이광수)의 죽음이 전하는 골품이라는 신분제에 억눌린 청춘들의 현실이 단박에 날려주었기 때문이다. <화랑>은 현재의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부조리한 현실을 신라의 골품제도 안에서 숨막혀했던 청춘들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막문의 죽음으로 그를 대신해 선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 무명은 그 신분을 뛰어넘어 화랑에 들어왔고 성골인 삼맥종(박형식)과 많은 진골 출신 화랑들 속에서 남다른 재능과 생각을 드러낸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신분이 그러한 것처럼, 골품제의 틀에서 훌쩍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갈수록 꺾어지게 된 건 드라마가 확실한 추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면서부터다. 결국 드라마의 힘은 극적 갈등에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랑>은 그러한 갈등이 그다지 절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확실히 도드라지지 않는 악역 때문이다. <화랑>에서 선우와 삼맥종이 가려는 그 길을 막아서는 존재는 바로 왕비이자 삼맥종의 모후인 지소(김지수)와 그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권세가 박영실(김창완)이다. <화랑>의 추동력이 나올 수 있는 건 바로 이들 악역의 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들의 존재감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강한 대립자가 서지 않기 때문에 선우와 삼맥종이 추구하는 세상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이 생겨날 수 없다. 바로 이 핵심적인 드라마의 추구점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면서 드라마는 소소하고 잔잔한 사랑이야기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로(고아라)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는 선우와 삼맥종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게다가 강렬한 악녀의 모습을 보여야 될 지소가 어째서 안지공(최원영)에게 멜로 감정을 드러내는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는 그래서 힘이 실릴 수 있는 상황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극적 상황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맥이 빠진다. 

백제 남부여에 화랑사절단이 가는 에피소드에서 선우가 “자신이 왕”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 이유가 단순히 붙잡힌 아로를 구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은 그래서 <화랑>의 이야기가 왜 소소해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국의 왕임을 거짓말로 하는 장면의 근거가 ‘사랑’이라는 단순한 이유라면 <화랑>이 그리는 세계는 삼한일통을 꿈꾸거나 아니면 골품 같은 신분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런 것과는 다른 소소한 것으로 전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화랑>이 미지근해진 건 그 본래 하려던 이야기에서 한참 벗어났거나 너무 잔잔한 가지들을 재미요소로 많이 끼워 넣다보니 그 본래의도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회를 보고나면 결국 사랑타령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으로는 이 드라마가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꽃미남들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상업성과 작품성, 그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은 ‘도깨비’

드라마는 끝났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내지 않았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종영 후에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의 물길이 막혀 버린 중국에서조차 열풍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어 오고,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도 흘러나온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이 드라마의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그 중심에 선 공유는 이미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이동욱은 이 작품 속 저승사자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면서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교>로 다소 파격적으로 데뷔한 김고은은 그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지워버렸고, 사드 배치의 여파로 중국 드라마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던 유인나는 이 드라마로 만들어낸 확고한 존재감으로 한판 통쾌한 복수극을 보여줬다. 

놀라운 건 <도깨비>에 대한 열광이 사실상 모든 걸 허용하는 듯한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7,8천만 원에 달한다는 확실한 진위를 알 수 없는 기사 내용에도 그 반응이 “받을 만 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러 완성도 높은 엔딩을 위해 한 회를 쉰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도깨비>라면 한 회 쉬어도 된다”는 반응이 나왔던 그 정서와 유사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원고료 이야기나 한 회를 못 보는 상황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지만은 않았을 터다. 

작가와 배우들에 대한 반응을 넘어서 이제는 이 작품의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낸 이응복 PD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사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그 남다른 연출력이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도깨비>는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영상미를 높여주었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구현해낸 액션 신들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나영석 PD, 김원석 PD에 이은 새로운 신세대 연출자로서 이응복 PD가 새롭게 대중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도깨비>가 사실상 모든 게 허용되는, 그래서 다른 작품이라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마저 용인됐던 건 드라마 내적인 부분들도 적지 않다. 늘 제기된 PPL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번 작품 역시 김은숙 작가는 곳곳에 PPL을 노출시켰다. 너무 과도한 면들까지 보였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도드라지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이러한 상업성들까지 덮을 만큼 출중했다는 뜻이다. 

드라마의 엔딩 역시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따라 논란이 제기 되곤 하는 문제 중 하나다. <도깨비>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안에 죽음과 환생이라는 코드를 넣음으로써 새드엔딩의 요소도 함께 집어넣었다. 그래서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어딘지 쓸쓸함이 담긴 끝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래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두고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 역시 큰 논란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찬란한’ 해피엔딩과 ‘쓸쓸한’ 새드엔딩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통찰이 이 작품이 말하려는 것이고, 그것이 엔딩에도 잘 녹아들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말 그대로 도깨비 같은 드라마가 되었다. 그 어렵다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껴안은 작품이 되었고, 그래서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많은 소지들조차 오히려 시청자들이 ‘허용’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드라마에 나온 이 대사의 표현대로, <도깨비>와 함께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고 시청자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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