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가 담은 2차 피해 문제, 현실도 마찬가지

그들의 진짜 이름은 나무와 낙원이었다. 나무는 진짜 그 이름처럼 낙원을 위해 늘 묵묵히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고, 윤희재(허준호)라는 희대의 살인마인 아버지 때문에 늘 지옥에서 살아가던 나무에게 낙원은 역시 그 이름처럼 유일한 낙원이었다. 하지만 그 나무가 꺾어지고 낙원이 지옥이 되는 일은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윤희재는 낙원의 부모를 살해했고 낙원까지 죽이려 했지만 나무가 막아섬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윤희재는 체포되었지만 과연 그걸로 끝이었을까. 가해자가 잡혔지만 피해자들은 결코 그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무와 낙원은 그래서 그 이름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무는 채도진(장기용)으로 낙원은 한재이(진기주)로 살아가려 하지만 비정한 세상은 그들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가 심상찮다. 제목만 보면 그저 그런 청춘 멜로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눈물과 분노 없이는 바라볼 수 없는 가슴 먹먹하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우리네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 장면들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 드라마는 살인자의 아들인 채도진과 그 살인자에 의해 살해당한 피해자의 딸인 한재이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또한 가해자가 감옥에 들어가서도 참회록이랍시며 자서전을 써서 장사를 하며 버젓이 살아가는 반면, 피해자는 언론의 2차 피해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문제들을 담았다. 

최근 미투 운동과 더불어 더 자주 등장한 것이지만 ‘2차 피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사건 사고들 속에서 적지 않게 등장했던 일들이었다. <이리와 안아줘>가 지목하고 있는 것처럼 그 2차 피해를 촉발하는 건 당장 이슈에만 눈이 먼 언론들이다. 윤희재의 자서전을 출간한 인물이 한 시사잡지 기자이고, 어떻게든 과거를 파내 이름까지 바꿔가며 살아가는 채도진과 한재이를 끝내 대중들 앞에 발가벗기고 다시 그 지우고 싶은 과거를 끄집어낸 이들이 바로 기자들이다. 

그 2차 피해는 윤희재가 살인마인 줄 모르고 결혼하며 살다 결국 사실을 알고는 딸과 도망친 채옥희(서정연)와 채소진(최리)에게도 벌어진다. 섬에 들어가 조용히 식당을 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윤희재 자서전의 수입이 가족들에게 갈 것이라는 허위보도가 나오면서 이들은 다시 과거 윤희재의 지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가해자는 웃으며 추억처럼 과거의 살인을 회고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끝없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이건 지금 현재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아닌가.

<이리와 안아줘>라는 이 드라마의 제목은 그래서 다시 읽힌다. 그저 청춘 남녀의 사랑을 뜻하는 것인 줄 알았던 제목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와 따뜻한 포옹을 해줄 수는 없냐는 질문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채도진과 한재이는 그 어린 시절 끔찍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안아준 적이 있다. 사건현장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나무에게 낙원은 다가가 원망을 하기보다는 끌어안아주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살아남으라”고 말해주었다. 

나무는 그 어린 나이에도 도망치는 채옥희와 채소진에게 “잘 가라”고 “멀리 도망치라”고 말해주었다. 채옥희는 두려움 때문에 딸을 데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어린 아이가 지옥 속에 서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두를 도망치게 했지만 정작 아이는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버텨내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나무처럼.

어째서 한재이 같은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안아주지 못할까. 다만 그가 살해당한 유명배우의 딸이라는 사실을 유포해 연기자로서 새 삶을 살아가려는 그 안간힘을 밟아버릴까. <이리와 안아줘>는 채도진과 한재이가 겪는 2차 피해의 굴레 속에서 그 누구도 안아주지 않는 살벌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 두 사람이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이 그토록 절절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건 이런 비정한 현실을 그들의 사랑에서 더더욱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사진:MBC)

‘황금빛’, 김혜옥의 비뚤어진 선택이 만든 신혜선의 지옥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을 듯싶다.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서지안(신혜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재벌가의 딸이 되어 흙수저를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남다른 능력을 보여줬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이 모두 엄마 양미정(김혜옥)의 자식 바꿔치기 때문이었고, 자신은 그 재벌가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라는 걸 알게 된 서지안은 그 집안에서 숨 쉬는 일조차 힘겨워했다. 

'황금빛 내 인생(사진출처:KBS)'

왜 그렇지 않을까. 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부모가 주는 돈과 옷과 갖가지 혜택들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엄마의 범죄가 이제 그 선에서 머물지 않고 서지안에게도 고스란히 똑같은 실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엄마의 범죄는 이제 자식의 범죄가 되었다. 죄지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그 집안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 모두에 긴장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그려내고 있는 서지안의 지옥도는 하지만 쉽게 풀어지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 재벌가의 만만찮은 사모님 노명희(나영희)는 자신을 기만하는 이들을 결코 가만두지 않는 무서운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런 면면을 보게 된 서지안은 이 사실을 밝혔을 때 당할 부모들의 고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마침 이런 시기에 서지안을 친딸이라 믿고 있는 노명희가 그에게 유학을 제안하는 대목은 그래서 더더욱 그의 갈등을 크게 만든다.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뜻은 자신 역시 이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유학을 떠나버리는 것이 어쩌면 당장 하루도 버티기 힘든 이 집안에서 탈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실을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제안을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 서지안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지만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상황 자체가 그에게는 지옥일 수밖에 없다. 친엄마에게 갖게 될 분노와 노명희와 그 집안사람들에게 갖게 될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노명희의 친 딸인 동생 서지수(서은수)에게 느껴질 죄책감. 그 속에서 제 아무리 많은 돈과 번듯한 정규직과 화려한 재벌가의 삶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황금빛 내 인생>은 그 재벌가가 막연히 그려내줬던 ‘황금빛’이 사실은 ‘내 인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서지안이 겪는 지옥 같은 삶을 담아내고 있다. 제아무리 ‘황금빛’이라고 해도 내 것이 아닌 인생이 행복할 수 없고, 차라리 ‘흙빛’이라도 내 인생이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이 주인공의 일순간 변해버린 처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 깔려 있는 또 한 가지의 이야기는 부모의 선택이라는 지점이다. 현실에 지쳐 자식이 성공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는 부모의 선택은 결코 자식의 행복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 물론 그건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우리네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비롯된 잘못된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비뚤어진 선택은 오히려 더 큰 불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다소 거친 드라마의 전개와 소재들 때문에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의 디테일이나 개연성의 촘촘함에 있어서 이 드라마는 허술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그저 막장드라마로 치부하긴 아까운 건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가 남다른 면이 있어서다. 재벌가 입성이 지옥도로 변하는 이런 상황을 주말 가족드라마 시간에 보게 되다니. 그간의 주말드라마가 그리던 보수적이고 판타지적인 세계관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 아닌가.

‘수상한 파트너’, 그들은 기억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끔찍한 사건이 만들어낸 기억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는 걸까.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노지욱(지창욱)과 은봉희(남지현)가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얽힌 사건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노지욱의 부모가 은봉희의 아버지의 보복 방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공식 보도된 내용이었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노지욱과 은봉희는 이 과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했다. 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떨쳐낼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노지욱은 차츰 자신의 기억이 당시 조사관이었던 장무영(김홍파)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다. 결국 장무영이 은봉희의 부친을 범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어린 노지욱은 그렇게 믿고 증언하게 됐고, 결국 부친이 방화범으로 체포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은봉희의 부친과 은봉희는 똑같이 누명을 쓰는 운명을 반복했다. 그녀의 부친이 그러했던 것처럼 은봉희 역시 장무영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던 것. 하지만 그 누명을 풀어준 것이 바로 노지욱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노지욱 자신은 검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살아가게 되지만. 

<수상한 파트너>는 지금껏 여러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다뤄왔고 그러면서 노지욱과 은봉희 사이에 생겨난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지만,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과거에 얽힌 악연을 어떻게 두 사람이 극복해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전편에 걸쳐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해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정현수(동하) 역시 그 살인의 저변에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게 된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 그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통해 첫 사랑을 보며 기억을 되찾은 그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 역시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는 과거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그 기억이 만일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것은 행복해지려는 현재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는 그래서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떻게든 그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그래서 과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수상한 파트너>가 굳이 기억의 문제를 가져온 건 그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지금 처한 많은 현실들의 문제의 연원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많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전쟁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개발독재시절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며, 누군가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 사고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어떤 기억의 트라우마가 있을 지도 모른다. 

<수상한 파트너>가 건드리고 있는 기억이라는 지옥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노지욱과 은봉희도 넘어서야 하는 것이고, 연쇄살인범인 정현수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또한 아들을 잃고 폭주하는 장무영 검찰총장 역시 자신이 과거 누군가에게 저질렀던 사법적 폭력을 인정함으로써 그 기억의 문제들을 넘어서야 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로 덧씌워져 있지만 <수상한 파트너>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스며있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아수라>의 호와 불호를 나눈 것들

 

영화 <아수라>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남시의 집들을 부감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집들에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곧바로 이 안남시장 박성배의 가 되어 일하고 있는 형사 도경(정우성)으로 옮겨간다. 재개발, 시장, 비리형사, 조폭. 시작 부분의 몇 장면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걸 대부분 이야기해준다. 재개발을 하기 위해 조폭들과 비리형사들까지 싸그리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는 절대 악 박성배의 갖가지 비리들을 덥기 위해 도경은 손에 피를 묻힌다.

 

사진출처:영화<아수라>

그런데 그의 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성배를 끌어내리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나타나면서 그는 박성배와 김차인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린다. 도경은 회복되기 어려운 병으로 병원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 박성배의 손을 잡고 있지만, 그의 비리를 꿰고 점점 압박해 들어오는 김차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가 시키는 일들을 한다. 결국 중간에 끼어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도경의 얼굴은 갈수록 망가져간다.

 

<아수라>가 보여주려는 건 그래서 명확하다. 시장도 깡패도 검사도 형사조차도 믿을 수 없는 아수라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정치와 손을 대고 있는 시장과 검사의 권력 다툼 사이에 끼어 새우등이 터지는 도경의 현실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의 극화된 상징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흔히들 말하는 하라는 민생은 안하고 쌈질들이나 하고 서민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이처럼 <아수라>가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영화는 스토리적인 개연성에 있어서는 많은 허점을 보인다. 즉 액션이 보여주는 막연한 현실 환기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갖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 같은 것들이 별로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성배는 왜 재개발을 하기 위해 그토록 극악한 짓을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이는 또한 김차인이 그토록 박성배를 잡으려고 하는 이유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 그나마 구체성을 띤 인물은 도경이다. 그는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때문에 모든 것들이 절실해진 캐릭터다.

 

이렇게 좀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개연성들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을 이 영화는 이러한 누아르가 가진 클리셰로 넘어가고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재개발, 시장, 조폭, 형사 같은 누아르물이 으레 우리에게 전하는 클리셰들. 대신 영화는 그 클리셰들을 김성수 감독 특유의 피가 철철 흐르는 잔혹함과 동시에 미학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 연출을 통해 넘어서려 한다.

 

실제로 이번 <아수라>에서 김성수 감독이 보여준 액션 연출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추격신에서 카메라가 차에서 차로 넘나드는 장면은 지금껏 우리네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액션 연출이었다. 하지만 개연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겹쳐지는 과할 정도로 피가 튀는 살벌한 장면들은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어떤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그나마 이러한 빈약한 개연성을 온전히 채워주는 건 연기자들의 명연기다.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한 명만 데리고도 티켓파워가 어마어마할 그들은 <아수라>에서 한 마디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줬다. 보는 이들을 치가 떨리게 만드는 악역을 완성한 황정민, 어설픈 형사에서 점점 조폭의 잔인함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연기한 주지훈, 황정민과 대응해 전혀 밀리지 않고 압도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 곽도원이나 마치 마동석 같은 단단한 액션을 보여준 정만식, 그리고 이 영화의 작대기라는 캐릭터로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원해가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정우성의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영화는 호불호의 요소들이 분명하다. 김성수 감독 특유의 누아르 연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끝점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가 제 취향이 아닌 분들이라면 그 액션들이 너무 과하다 여겨질 수 있다. 영화가 말하려는 서민들만 등터지는현실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있고 무엇보다 명배우들의 명연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남는 구체성이 결여된 개연성의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아수라>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는 영화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66)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5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26,660
  • 385831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