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파업 참여에 결방쯤은 괜찮다는 ‘무도’팬들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MBC에서 예능PD로 산다는 것의 고충들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그 고충들의 세세한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김태호PD(사진출처:MBC)'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하게 검열하고 사장 입맛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것. 

게다가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작비를 깎으면서,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씩 쏟아 부으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하며 경력 PD들은 노조 가입도 못하게 방해한다. 시사교양국을 없애고 기자, 아나운서를 내쫓는다....

사실 이 정도의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는 건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간 많은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고 버티다 퇴직했으며 어떻게 남아있는 이들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의지가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MBC에 남은 애정이라고는 <무한도전>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가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당연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촬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MBC 총파업 때처럼 결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주 챙겨보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팬들은 김태호 PD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결방쯤은 괜찮다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런 힘 있는 방송이 파업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무한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잠시 MBC 채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한도전> 결방도 환영한다는 것.

사실 <무한도전>이 이런 절대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게 된 건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참여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행동들 역시 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파업 참여에 대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MBC의 현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게 비뚤어져 있는가를 대중들 또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발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PD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그런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

‘무도’의 꾸준한 스포츠 사랑, 지원이란 이렇게 하는 것

MBC <무한도전>은 8년 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봅슬레이 도전에 나섰다. 제대로 된 경기장은커녕 연습장도 변변찮았던 시절. 맨 몸으로 뛰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극한의 스피드 속에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지막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여건도 좋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장비는 몸으로 뛰면서 채워 넣은 그 열정에 스스로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이제 1년 남짓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것이었다. 봅슬레이팀을 찾은 <무한도전>은 과거와 너무나 달라진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기장도 연습장도 제대로 마련된 곳에서 선수들과 벌인 <무한도전> 팀들의 오랜 만의 한판 대결은 멤버들은 물론이고 8년 전부터 <무한도전>을 애청해온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주기에 충분했다. 8년 전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훈련했던 막내 김동현 선수가 이제는 최고참이 되어 있으니. 

그 때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봅슬레이라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동계올림픽은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적었고 그 중에서도 봅슬레이는 비인기 종목이라 그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당연히 선수층도 얇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작년 우리 봅슬레이팀이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 출신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한 건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촉발시킨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다. 

박보검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번 특집은 당연히 다가올 평창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작년 말 불거져 나와 지금까지 그 여파를 미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이 국제적인 행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마치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지하는 것이 그 게이트에 동조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진상들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그 고리를 끊어내고 이미 유치된 올림픽을 제대로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무한도전>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든든한 지지와 지원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박보검이 출연해 벌인 봅슬레이 경기에 이어 예고편으로 김연아가 다시 <무한도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시청자들도 반색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이런 행보가 가능한 건 이미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해온 비인기 스포츠종목에 대한 꾸준한 지지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경기도 그렇지만, 김연아 선수도 이미 <무한도전>에 출연해 그 피겨 스케이팅의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뜬금없는 지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의 연장선에서 그 진심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어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일어날 때마다 예능 프로그램들 또한 그 특집을 구성하곤 한다. 그만큼 그러한 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쏠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프로그램들이 국가적 행사에 쏠린 관심에 기대는 것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해온 행보가 달리 보이는 건 어려운 시기부터 꾸준히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 과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보검의 봅슬레이에 이은 김연아의 출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으로서는 <무도>의 이런 꾸준한 지지가 든든할 수밖에 없다. 진심어린 지원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김과장' 남궁민, 얼토당토않은 캐릭터가 각광받는 이유

“이사님 엿 드세요!” 이사라는 직함으로 갑질하는 서율(준호)에게 김과장(남궁민)은 회의 시간에 진짜 엿을 사들고 들어가 그렇게 말했다. 앞에서는 번지르르하게 그럴 듯한 회사 중역의 모습으로 다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뒤에서 갖가지 구린 일들을 자행하는 서율에게 김과장이 그가 하는 방식으로 “페어플레이”를 예고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던지는 엿에 시청자들은 역시 ‘김과장’이라며 반색했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서율이 TQ택배의 구조조정 없는 회생안 중간보고에서 성과가 없으면 경리부를 해체하겠다고 나선 후 비열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변심하게 해 결국 경리부가 해체되게 된 건, 김과장에게는 참을 수 없는 아픔이 됐다. 자신이야 혼자 깨져도 그러려니 했을 테지만 경리부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져 다른 부서로 흡수되게 되는 상황은 견디기 어려웠던 것.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 김과장이 TQ그룹의 경리부에 들어왔던 건 한 마디로 한 바탕 ‘삥땅’을 해먹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이제 경리부의 해체에 주먹에 피가 철철 나도록 벽을 두드리는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는 ‘의인’이라는 지칭을 듣는 것마저 소름끼치게 생각하던 인물 아니었던가. 그것은 결국 김과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인”을 외치며 지지해주고 믿어줬던 경리부 사람들 때문이었다. 

술에 취해 들어와 자신의 경솔함 때문에 경리부가 해체됐다며 자책하는 그에게 추남호 부장(김원해)은 “그러면 모든 걸 잃게 되는 것”이라며 “부서는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자”고 말해주었다. 각기 뿔뿔이 흩어지게 됐지만 여전히 경리부 동료들은 그 텅 빈 경리부 사무실에서 서로 힘을 내자고 다짐했다. 

그러고 보면 천방지축 날뛰는 김과장을 늘 보듬어줬던 건 추남호 부장이었다. 자신이 불이익을 받는 처지가 되도 그는 은근히 김과장을 지원해줬고, 김과장이 서율에게 추궁당할 때는 부서장으로서 자신이 나서서 대신 고개를 조아렸다. 김과장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늘 좋은 사람이라며 그 속내를 들여다 봐준 윤대리(남상미), 아버지의 변심으로 경리부가 해체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다른 직원들 볼 낯이 없다며 사직서를 낸 원기옥(조현식), 늘 당차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빙희진(류혜린) 그리고 처음부터 김과장을 의인이라며 따르던 선상태(김선호), 조금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한 이재준(김강현). 그들 모두가 김과장이라는 사이다 인물이 각성하고 행동하게 한 장본인들이었다는 것. 

사실 <김과장>이 보여주는 상황들은 현실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사에게 엿을 던지며 “엿드세요”라고 할 수 있는 과장이 몇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얼토당토않은 돈키호테 캐릭터가 가능해진 건 그가 그런 말과 행동을 보여주기를 지지해주는 시청자들 덕분이다. 그가 피눈물 흘릴 때는 같이 마음 아파하고 분노해주고, 그러던 그가 어떻게 한 일인지 회장의 승인까지 얻어 다시 구조조정 없는 회생안을 진행하게 되고 그 사실을 얘기하며 서율 앞에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릴 때 같이 공감의 박수를 쳐주는 시청자들.

드라마 속에서 김과장이라는 의인 캐릭터가 동료들의 지지에 의해 지탱되듯이, <김과장>이라는 사이다 드라마가 그 현실성을 뛰어넘어 이토록 각광받게 된 건 시청자들의 지지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서율 같은 권력자의 갑질을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목도한 대중들은 그 억눌린 감정이 이 김과장이란 캐릭터에 의해 잠시나마 풀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언슬2’, 어째서 본격 여성예능을 시도하지 못할까

‘방송, 문화계의 멤버들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 꿈계에 가입하면서 펼치는 꿈 도전기를 다룬 프로그램.’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도 여전히 시즌1의 이 소개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하지만 시즌1이 그나마 다양한 꿈에 도전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2는 그 중 시청률이 잘 나왔었던 아이템인 ‘걸 그룹’ 도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의 몰락은 바로 이 부분에서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사진출처:KBS)'

물론 시즌1에서 보여줬던 ‘언니쓰’의 활약은 프로그램 밖에서도 음원이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지지하고픈 모습들이었다. 거기에는 걸 그룹이 꿈이었던 민효린의 진정성이 있었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점차 혼신을 다하게 되는 모습들이 주는 뭉클함 같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2를 한다면서 시즌1의 ‘언니쓰’ 부활을 전면에 들고 온 것에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지지와 응원을 표하기보다는 “또 걸 그룹이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이유다. 

시즌2는 이미 우리가 봐왔던 시즌1의 ‘언니쓰’의 잔상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춤과 노래를 전문가들 앞에서 선보이고 순위에 집착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일. 역시 홍진경과 김숙은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언니쓰의 주춧돌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느껴질 만큼 웃음을 잘 뽑아냈다. 여기에 한때 성악을 꿈꿨지만 성대결절로 노래하는 것 자체를 공포로 여기는 강예원의 도전기나, 어딘지 걸 그룹과도 또 예능 프로그램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채영의 엉뚱한 자신감이 주는 웃음, 그리고 우리에게는 춤꾼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숨겨진 노래실력을 보여줄 공민지의 활약이 덧붙여졌다. 

박진영의 자리에 작곡가 김형석이 들어왔고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이들을 환골탈태시키는 과정이 이번 시즌2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한 번 잘 우려내 먹은 사골을 다시 한 번 우리는 듯한 느낌이 적지 않다. 새로움이라고 해봐야 새로운 멤버들과의 조합이 보여주는 것일 뿐, 전편의 또 다른 반복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무엇보다 시즌1의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시즌2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이다. 결국 언니쓰를 다시 들고 나와 걸 그룹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간절한 소망이나 꿈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얄팍한 상업적인 이유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을 내겠다는 것이고, 출연자들 역시 언니쓰가 만들어낸 그 효과를 또 한 번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을 육성해내는 전문가들 역시 꿈을 이뤄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드러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건 선입견이고 편견일 수 있지만, 언니쓰를 굳이 재탕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예고된 선입견이자 편견이다.

첫 회에 5.4%(닐슨 코리아) 시청률에서 2회 만에 3.8%까지 추락한 건 그래서 쉽게 납득이 간다. 시청자들로서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시즌1의 언니쓰 활약에서 기대하게 했던 진정한 여성예능의 면면들을 이런 또 한 번 재탕하는 걸 그룹 도전으로 오히려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적 관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비극은 이 문제의식을 더욱 촉발시킨 계기로 작용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했던 가부장적 사회의 통념들이 가진 폭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즉 여성에 대한 의식들이 이렇게 급격히 변화해가고 있는 마당에, <언니들의 슬램덩크2>가 보여주는 퇴행은 이른바 여성예능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면서 보여줄 것이 ‘걸 그룹’밖에 없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실 어찌 보면 걸 그룹이라는 틀거리 자체나 이들을 육성시키는 과정 역시 그다지 여성을 여성 자체의 가치로 바라보는 의식을 담고 있다 보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걸 그룹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를 어떻게든 노력해서 결국은 반복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훈육의 과정은 마치 가부장적 틀을 그대로 갖고 온 우리네 사회의 성공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들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민감해진 시선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억압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문제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 웃음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의식을 왜 들여다보지 못하는 걸까. 좀 더 본격적인 여성예능을 왜 시도할 수는 없는 걸까. 그저 ‘걸 크러시’니 같은 포장만 요란하게 하지말고.

<우결>의 판타지를 모두 뒤집어버린 <님과 함께2>

 

윤정수는 실로 대세 예능인이 됐다. 한동안 방송에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사업실패로 파산신청까지 할 정도로 추락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몇 개월만에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 된 데는 JTBC <님과 함께2>라는 프로그램에 김숙과 쇼윈도 부부콘셉트로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어떤 점이 윤정수라는 어찌 보면 옛날 코미디언(?)을 이토록 뜨거운 인물로 만든 걸까.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사진출처:JTBC)'

사실 개그맨으로 잔뼈가 굵어온 윤정수의 웃음에 대한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어떤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심지어 엄동설한에 누드시위(?)를 벌이는 것조차 꺼리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의 뼈그맨으로서 면면이 묻어난다. 즉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을 만드는 그 능력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윤정수를 이처럼 돋보이게 하는 건 그런 웃음의 강도 때문이 아니다. 최근 예능에서 웃음만큼 중요해진 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다. 윤정수는 이미 바닥까지 온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것조차 웃음의 소재로 내놓는 걸 꺼리지 않음으로써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어떤 면에서는 그 웃음 뒤에 짠한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만드는 윤정수는 그래서 같은 힘겨운 현실을 공감하는 서민들에게는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인물이 되었던 것.

 

하지만 제 아무리 윤정수가 웃음의 능력이 뛰어나고 또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것을제대로 뽑아내주는 <님과 함께2>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처럼 그가 대세 예능인이 되지는 못했을 게다. <님과 함께2>는 지금껏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해왔던 가상 부부 콘셉트를 완전히 뒤집어버림으로써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가짜 판타지를 뒤집는 역발상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짜지만 진짜인 척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님과 함께2>는 아예 대놓고 쇼윈도 부부를 내세운다. 즉 진짜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건 가짜(혹은 그래야만 한다고)라고 주장하는 것. 그러자 이야기는 의외의 진정성을 갖게 된다. 즉 가짜라고 주장하고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상황극일뿐이라고 보여주지만, 어느 순간 짧게 진심이 슬쩍 드러나는 그 장면에서는 의외의 애정 같은 게 비춰진다는 점이다.

 

시청률 7%를 넘기면 진짜 결혼한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세우고는 그걸 막기 위해 본방 시청하지 말자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나, 이제 대세 예능인으로서 <정글의 법칙>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을 겨냥해 방송 연습을 하는 모습은 그래서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한 느낌도 준다. 윤정수와 거리를 두려하지만 은근히 그를 도와주는 김숙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마치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식으로 온몸을 던지는 윤정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함께 하기 때문일 게다.

 

그 누구도 더 이상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가상 부부 콘셉트가 진짜일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것이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달달한 판타지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판타지가 아닌 <님과 함께2>가 보여주는 개그맨들의 현실에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웃고 있고 또 대책 없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뭐든 하는 개그맨들의 쇼윈도 부부설정에서는 마치 살기 위해 힘겨운 직장 내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의 얼굴이 느껴진다. 서로가 살기 위해 일종의 합의된 연기를 하고는 있지만, 때때로 그 연기를 넘어서 다가오는 동료(혹은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김숙이 그러하듯 윤정수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의 마음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

박찬호에 이은 추신수, <12>만 나오면 펄펄 나는 메이저리거

 

KBS 주말예능 <12>은 메이저리거들과 인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과거 박찬호가 <12>에 출연했을 때 주었던 의외의 예능감과 진지함에 시청자들이 느꼈던 그 감흥을 이제 차세대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이어받았다. 그는 <12> 특유의 놀라운 야생 적응력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는가 하면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로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마침 맏형이었던 김주혁이 하차한 시점이라 새 멤버를 뽑는다는 설정으로 출연한 추신수는 전현무 아니냐는 얘기를 세 번이나 듣고는 발끈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마치 새 선수를 입단시키는 듯한 상황을 설정하고, 일종의 입단테스트를 기성 출연자들에게 시켰지만 차태현이 말한 대로 그 상황 자체가 웃길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꼭 출연시키고픈 인물이 추신수라는 스포츠스타가 아닌가.

 

압박면접에서 오히려 압박을 당하는 건 기성 출연자들이었다. 김준호는 짐짓 자신이 형이라며 반말을 하겠다고 하고는 뒤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존칭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압박면접이 아닌 추신수의 팬임을 인증하는 모습을 통해 역전된 상황의 웃음을 뽑아냈다. 특히 올 초에 겪었던 슬럼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사람은 없다. 시험지 답이 있는 게 아니다. 그때 당시는 뭘 해도 안됐다. 제가 느낀 거는 안 될 때 매듭을 굳이 풀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묶인 대로 놔두자. 그걸 인정하면 어느 순간에 (매듭이) 풀리더라.” 슬럼프에 대한 집착은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는 것. 오히려 그 슬럼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메이저리거들의 무엇이 이토록 <12>과 잘 어우러지게 하는 걸까. 메이저리거로서 살아온 이들이 갖기 마련인 승부욕은 <12>의 치기어린 대결구도와 만나게 될 때 빛을 발하곤 한다. 과거 박찬호가 출연했을 때 강호동과 묘한 긴장감을 이루던 그 장면들을 떠올려 보라. 두 사람은 이 대겨루도를 통해 결국 한 겨울 계곡 얼음을 깨고 입수하는 모습을 연출해보여주기도 했다.

 

경주에 도착해 이동차량을 놓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에서 추신수 역시 스포츠선수다운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준호의 머리 위에 캔을 올려놓고 공으로 맞추는 미션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그는 얼굴에 잔뜩 낙서를 하는 대가로 결국은 미션에 성공하는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거라는 위치는 우리에게 심정적인 지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 박찬호은 IMF 시절의 어려운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희망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는 모습은 그래서 마치 우리 일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을 위로해주는 면이 있었다. 추신수 역시 올 초에 있었던 슬럼프를 극복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지점은 왜 메이저리거들이 <12>에 나왔을 때 더 환영받는가를 잘 말해준다. <12>이라는 서민적 예능 속에서 메이저리거들이 보여주는 서민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복불복게임을 통해 추신수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승부욕을 보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입단테스트? 고정해도 될 법한 <12> 특유의 훈훈함이 추신수에게서 묻어난다.



백종원에게 이토록 논란이 반복되는 까닭

 

방송계에 있어서 백종원의 등장은 하나의 신드롬이 됐던 게 사실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그를 단순한 요리연구가나 사업가가 아니라 소통의 신으로 등극하게 했다. 하나하나 대중들의 반응에 리액션을 해주는 모습은 소통에 갈급한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또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이기도 했지만.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하지만 백종원이 방송인으로서도 요리연구가로서도 자기만의 자리를 잡게 해준 건 tvN <집밥 백선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중년의 요리 무식자 남성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면서 백종원이 가진 대중적인요리의 세계를 공감시켰다. 그간 요리란 전문적인 영역으로만 비춰졌던 것을 백종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는 것.

 

이것은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백종원의 공적이다. 제 아무리 설탕과 간장을 팍팍 치는 음식에 대해 너무 자극적인 맛이 아니냐며 건강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해도 백종원에 의해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한 남자들도 많아졌고, 또 보다 손쉬운 레시피에 주부들도 반색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백종원이 방송인으로서 또 요리 연구가로서 폭발적인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런 지지와 함께 터져 나온 갖가지 논란들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백종원 부친의 성추행 혐의로 논란의 대상이 됐었고 그로인해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댓글에 특히 민감할 수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하차한 그는 <집밥 백선생>에 주력하면서 SBS에서 새로운 먹방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천왕>을 시작했다.

 

그렇게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또 터져 나온 것이 한 보도매체에 의해 제기된 탈세의혹이다. 그 매체는 백종원이 경영하는 더본코리아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수개월간 받았고, 그 조사를 한 조사4국은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투입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마치 더본코리아가 탈세와 비자금 조성을 한 것처럼 보도가 나가게 된 것.

 

물론 더본코리아측은 이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즉 심층 세무조사는 지난 2011년에도 받았고 이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정기적인 세무조사라는 것. 또한 일반 법인의 세무조사도 조사 4국에서 한다며 탈세나 비자금 조성은 전혀 없고 조사 결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탈세의혹은 사실과 무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나왔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지지와 함께 만만찮은 반감으로도 돌아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지지와 반감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방송인, 요리 연구가로서 대중친화적인 행보가 만들어내는 지지와 함께, 국내외에 결코 작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사업가라는 위치가 만들어내는 반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업가와 방송인 사이에 놓인 백종원의 딜레마가 자리한다. 즉 대중친화적이라는 의미도 방송인으로서는 서민과 소통하는 좋은 이미지라는 뉘앙스를 갖지만, 사업가로서는 장사와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그리 좋은 뉘앙스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사업가로서의 부유함과 방송인으로 보여주는 친 서민적인 이미지가 상충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인에게 논란이야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 속에서 대중들의 지지와 반감이 교차한다는 것은 거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자리한다는 걸 말해준다. 부유한 사업가와 서민적인 방송인 사이, 백종원을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은 그래서 사업가로서도 방송인으로서도 그가 뛰어넘어야 하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꽃할배>가 담아내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

 

아이고 최지희가 마흔을 넘겼어?” 박근형은 이름이 가물가물한 듯 최지우를 최지희로 착각했다. 하지만 박근형이 하려고 한 말에서 묻어나는 건 최지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도 현장 어디에선가 만났을 최지우는 훨씬 더 젊은 시절의 그녀였으리라. 그러니 박근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을 통해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최지우를 통해 세월의 빠름을 실감했을 게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그리스로 가는 경유지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아침 일찍 깨어나 침대에 누운 채 나누는 박근형과 신구의 대화 속에는 어딘지 쓸쓸함 같은 게 묻어난다. “학교 같은 덴 안 가실 생각이우?” 갑자기 박근형이 신구에게 향후 계획 같은 걸 묻는다. 그러자 신구가 의외의 말을 꺼낸다. “현장에 있는 게 제일 나아.” 칠순을 훌쩍 넘긴 어르신이지만 여전히 그 말 속에는 일에 대한 열정 같은 게 느껴진다.

 

그리고 던지는 쓸쓸한 몇 마디. “근데 우리만 해도 텔레비전 드라마에 섭외가 없어. 거의- 지금 불암이 하고... 그리고는 없나? 70대에.” 그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을 <꽃보다 할배>PD는 거기에 이런 자막을 붙여 넣는다. ‘동년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현역에서 왕성히 뛰고 있는 배우들이 어디 흔할까. 그나마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4인방이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동년배들일 것이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하고 말 꼬리를 흐리는 신구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한없이 느껴진다. 여전히 청년 같은 박근형은 그 아쉬움에 덧붙여져 이런 세태에 대한 쓴 소리가 나온다. “나이 먹은 배우들이 자꾸 없어지니까. 많아야 그냥 쓸래도 야 그 양반 나이 높으니 무시하면 안돼, 이렇게 하지. 에 됐어 됐어. 냄새 나.” 최고의 어르신들이라고 해도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헛헛함이 있게 마련일 것이다. 우리네 현장이 어디 나이를 챙기던가.

 

그러자 신구는 박근형을 다독이며 애써 긍정한다. “나이 80에 또 뭘 바라.” <꽃보다 할배>의 배낭여행을 통해 술 한 잔 걸치고 그토록 흥에 겨운 모습을 보여주던 신구의 마음 한 자락이 슬쩍 느껴진다. 어쩌면 어르신들은 그렇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애써 나이 들어가며 점점 사라져가는 동료들과 점점 젊은 친구들에게 밀려나는 듯한 그 기분을 달래셨을 지도 모르겠다. ‘뜻을 함께 했던 이들이 적어지는 서운함.’ 자막이 말해주듯 그 서운함은 나이 들어가며 누구나 느끼게 되는 것일 게다.

 

<꽃보다 할배>가 심정적인 지지를 하게 만드는 지점은 바로 이 서운함을 담아낼 줄 아는 예의에서 비롯되는 일일 것이다. 이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을 담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두바이에서의 어느 날 아침에 나눈 소소한 짧은 대화 속에서도 결코 지나치기 어려운 그들의 삶과 소회를 담아낸다. 거기에는 어쩔 수 없는 쓸쓸함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긍정 또한 담겨져 있다.

 

<꽃보다 할배>의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삶을 이들의 여행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져가는 동료들이 주는 서운함과 아쉬움은 그래서 더더욱 놓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들의 미래일 수 있는 어르신들이 계속 해서 보여지기를. 우리의 마음이 서운해지지 않게.

 

김준호, 예능에선 얍쓰, 후배들에겐 든든한 버팀목

 

웃기기 위해 웃통을 벗고 한없이 망가지는 광대의 진짜 얼굴은 어떨까. 심지어 부모의 부고를 들을 때도 웃는 얼굴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는 과거 코미디언의 삶은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웃음을 주는 이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눈물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 맘은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

 

'김준호(사진출처:KBS)'

김준호의 마음이 딱 그랬을 것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대표이사 김모씨가 회사자금을 횡령해 도주한 후, 어떻게든 회생해보려 애썼지만 회사의 부실경영이 점점 더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도저히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이 일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비를 털어서까지 일부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정산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12>을 통해 얍쓰라는 캐릭터를 갖게 되었다. ‘얍삽한 쓰레기라는 다소 거친 이 캐릭터로 인해 본인은 항상 망가지는 입장에 처했다. 마치 노출증 환자나 되는 것처럼 자꾸 웃통을 벗어젖히는 모습은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대표이사 김모씨가 도주를 한 상황에서도 그는 프로그램에 단 한 번도 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왜 마음고생이 없겠는가. 열심히 해왔던 일들이 한순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은 더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자신을 믿고 묵묵히 따랐던 후배 개그맨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들과 함께 앞으로 코미디계의 큰 비전을 공유하려던 그 꿈이 커다란 걸림돌을 맞이하면서 큰 좌절감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시상식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김준호가 뿌린 신뢰의 씨앗은 후배들의 든든한 지지로 돌아왔다. <개그콘서트>의 김준현을 비롯해 김대희, 조윤호, 김지민이 김준호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뜻을 전했고, <웃찾사><코미디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김현정, 홍윤화, 이국주가 변함없는 마음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그런 후배들의 응원은 김준호에게는 천군만마의 힘을 보태주었을 것이다. 한때 그 개그맨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렇게 성장한 개그맨들은 이제 거꾸로 김준호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었다. 그러니 힘들어도 내색 한 번 안한 채 여전히 <12>의 얍쓰로 또 <개그콘서트> ‘닥치고의 교장선생님으로 나와 기꺼이 망가질 수 있었을 게다.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개그맨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던 회사의 폐업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은 더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이번 위기 상황은 오히려 김준호와 후배 개그맨들 사이의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 격이 되었다.

 

물론 개그맨으로 살아가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어떤 방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쪼록 그가 후배들과 꿈꾸었던 코미디계의 비전을 함께 이뤄나가길 기원한다.

 

민감한 세금문제, 정서적 지지가 관건인 <삼시세끼>에는 큰 부담

 

장근석의 세금신고누락 관련 보도에 관해 소속사에 확인해 본 결과 고의성은 없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여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라는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장근석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시기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장근석 측과 합의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삼시세끼> 하차를 결정한 tvN측의 이야기 속에는 제작진의 고충이 엿보인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이미 몇몇 티저 예고들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이미 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터져 나온 장근석의 세금 논란은 이 모든 열광의 불씨를 순식간에 꺼버릴 수 있는 문제로 다가왔다.

 

이미 찍어놓은 분량에서 장근석만을 편집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삼시세끼>는 무엇보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거기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교감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프로그램 콘셉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 방송 편집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작품을 스스로 망가뜨려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는 장근석의 하차를 결정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중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오는 세금문제가 정서적인 지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삼시세끼>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걸 그 역시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나영석 PD<삼시세끼>는 강원도편이 그랬던 것처럼 정서적 지지가 프로그램의 전제가 되고 그 위에 재미요소들을 얹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이 기반이 되는 정서적 지지가 깨진다면 재미요소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장근석의 세금누락관련 사안은 tvN측이 밝힌 것처럼 법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사건은 아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해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법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물론 장근석의 소속사인 트리제이컴퍼니측은 이 사안이 장근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의 회계상 오류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대중들에게도 납득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시기상 적합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나영석 PD 특유의 보편타당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연출자다. 그의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이 대중들의 생각과 공감하려는 노력.

 

그러니 장근석의 세금 논란을 대하는 대중적인 정서가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나영석 PD가 첫 방송 하루를 앞두고 하차라는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재편집 때문에 한 주가 늦춰지게 되었고, 또 편집을 하게 되면 그만한 프로그램의 손실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나영석 PD는 대중들과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 입장에서도 지지할만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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