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과 지창욱, 멜로가 발견한 대세 현실 직진남

KBS <쌈마이웨이>도 가고 SBS <수상한 파트너>도 끝나고... 특별했던 두 멜로드라마가 나란히 종영했다. 다른 드라마지만 어딘지 닮은 느낌을 가진 두 드라마. 그것은 굉장한 재벌이나 심지어 외계인, 도깨비, 신으로까지 판타지가 확장되던 남자주인공들과 이 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통의 평범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던 <쌈마이웨이>와 <수상한 파트너>. 이들 드라마가 괜찮은 호응을 얻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격투기 선수다.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가난이 죄가 되어 조작경기를 하게 되고 결국 영구 제명당한다. 그래서 모든 꿈을 접은 채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단 한 시도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초상이지만 이 인물은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지창욱)은 검사였지만 살해용의자 누명을 쓴 은봉희(남지현)의 기소를 포기함으로써 검사직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된다. 물론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남자지만 드라마는 그런 점들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과거 부모가 모두 화재로 죽음을 맞은 후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지욱이 은봉희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재력 같은 현실적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그 점이다. 은봉희의 누명을 벗겨주고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누명 또한 끝까지 벗겨주려는 노력에 담긴 진심.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당대의 판타지를 대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판타지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차원까지 나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외계인이어서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남자주인공을 세워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여자주인공을 보호하는 판타지를 그려냈다면, 신드롬을 만들었던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주는 판타지를 그렸다. 

문제는 이렇게 판타지가 초현실적인 차원으로까지 넘어가게 되면서 생겨나는 현실성의 결여다. 신까지 등장한 마당에 도대체 그 이상의 어떤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을 더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담아내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 허공에 붕 띄워져 있던 남자주인공들의 발을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앉혔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중요한 건 남자주인공들이 이렇게 현실로 내려오면서 여자주인공들의 능동적인 면들이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결국 여자주인공들로 하여금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지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쌈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는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존재였고,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 역시 변호사로서 자기 성장을 이뤄가는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쌈마이웨이>의 박서준과 <수상한 파트너>의 지창욱은 이러한 현실 남자친구의 매력을 200% 연기해 보여줌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연기장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뭐든 해줄 수 있는 굉장한 능력보다는 남다른 직진 사랑의 면면으로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남사친와 남자 사이에서 애매한 관계를 보이던 그들이 더 이상 친구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직진할 때 아마도 많은 여성들의 마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그 누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아닌 남사친 여사친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건 그 친구 관계를 넘어서는 일을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기 때문일 게다. 결혼도 그렇고 육아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적정한 거리에서 남사친 여사친을 주장하며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 지도.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현실적인 남자주인공으로 건드리고 있는 건 어쩌면 이 우정의 차원을 훅 넘어 들어오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아닐까. 박서준과 지창욱의 그 직진이 우리를 설레게 했던 건.

‘수상한 파트너’, 그들은 기억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끔찍한 사건이 만들어낸 기억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는 걸까.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노지욱(지창욱)과 은봉희(남지현)가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얽힌 사건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노지욱의 부모가 은봉희의 아버지의 보복 방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공식 보도된 내용이었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노지욱과 은봉희는 이 과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했다. 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떨쳐낼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노지욱은 차츰 자신의 기억이 당시 조사관이었던 장무영(김홍파)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다. 결국 장무영이 은봉희의 부친을 범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어린 노지욱은 그렇게 믿고 증언하게 됐고, 결국 부친이 방화범으로 체포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은봉희의 부친과 은봉희는 똑같이 누명을 쓰는 운명을 반복했다. 그녀의 부친이 그러했던 것처럼 은봉희 역시 장무영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던 것. 하지만 그 누명을 풀어준 것이 바로 노지욱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노지욱 자신은 검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살아가게 되지만. 

<수상한 파트너>는 지금껏 여러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다뤄왔고 그러면서 노지욱과 은봉희 사이에 생겨난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지만,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과거에 얽힌 악연을 어떻게 두 사람이 극복해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전편에 걸쳐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해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정현수(동하) 역시 그 살인의 저변에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게 된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 그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통해 첫 사랑을 보며 기억을 되찾은 그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 역시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는 과거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그 기억이 만일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것은 행복해지려는 현재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는 그래서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떻게든 그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그래서 과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수상한 파트너>가 굳이 기억의 문제를 가져온 건 그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지금 처한 많은 현실들의 문제의 연원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많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전쟁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개발독재시절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며, 누군가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 사고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어떤 기억의 트라우마가 있을 지도 모른다. 

<수상한 파트너>가 건드리고 있는 기억이라는 지옥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노지욱과 은봉희도 넘어서야 하는 것이고, 연쇄살인범인 정현수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또한 아들을 잃고 폭주하는 장무영 검찰총장 역시 자신이 과거 누군가에게 저질렀던 사법적 폭력을 인정함으로써 그 기억의 문제들을 넘어서야 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로 덧씌워져 있지만 <수상한 파트너>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스며있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수상한 파트너’, 공적인 일과 사적인 감정 사이

“너는 인질이야. 니가 있어야 범인이 나타났을 때 내가 잡을 수 있지.”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노지욱(지창욱)은 은봉희(남지현)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며 그렇게 말한다. 변호사일도 접고 태권도 사범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려 마음먹었던 은봉희의 마음이 흔들린다. 노지욱은 어느 날 술에 취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툭 “너 내 사람 되라”고 했던 것이 진심이라고 말한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누가 봐도 이들은 밀당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인질’이라는 표현은 마치 그들의 동거가 범인을 잡기 위한 공적인 일처럼 만들지만 그건 누가 봐도 동거하자는 말이다. 또 “내 사람 되라”는 말 역시 노지욱이 새로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합류해서 일하자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은봉희에게 ‘내 사람’이 되라는 사적이고 멜로적인 감정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은봉희는 ‘인질’이라는 말에 설렌다. 왜 이렇게 잘 해주냐고 묻자 “인류애”라고 했던 노지욱을 떠올리며 “인류애에서 인질로 발전했다”며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좋아한다. 이것은 <수상한 파트너>가 그리고 있는 멜로의 실체다. 거기에는 사적인 차원의 멜로와 공적인 차원의 일(변호, 진범 찾아 누명 벗기)이 겹쳐져 있다. 멜로적 상황이 나올 때마다 인물들은 그것이 그저 공적인 일일 뿐이라고 애써 부인한다. 하지만 그 공적인 일 안에서는 인물들의 사적인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멜로적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또 한 축으로 다루고 있는 사회적 편견의 문제나 진실과 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공적 사안과 사적 감정들은 뒤엉킨다. 은봉희를 아들의 살인범으로 생각했지만 풀려나게 됐다는 사실에 분노한 지검장 장무영(김홍파)은 그 사적인 감정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끝까지 부인하는 은봉희에게 그는 그렇다면 진범을 잡아오라고 말한다. 그는 누구든 분노를 터트릴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유명 셰프의 살해 용의자로 붙잡힌 택배 기사가 은봉희를 변호사로 지목하고, 그녀가 그의 억울한 사연을 들었을 때 그녀 역시 공적인 선을 넘어 사적인 감정으로 그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한다. 그 택배 기사의 상황이 자신이 과거 살인자로 몰려 있을 때의 처지와 너무나 똑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때 노지욱이 자신의 유일한 동아줄이 되어주었듯이 그녀는 그에게 동아줄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에게 노지욱은 너무 감정이입하지 말라고 말한다. 장무영도 또 은봉희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사적인 감정들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 드라마의 실체는 분명 로맨틱 코미디다. 그래서 노지욱과 은봉희는 사건을 맡아 변호를 하면서도 멜로적 상황들을 놓치지 않는다. 택배기사의 변호를 하면서도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내리는 소나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얼굴이 아니라 사랑에 이제 막 빠지려는 연인들의 얼굴이다. 그리고 멜로적 상황을 일로서 슬쩍 감추는 그 방식은 오히려 이 멜로의 감정들은 더 강화시키는 힘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 드라마가 진짜 살인범을 잡아 누명에서 벗어나는 목표를 갖고 있고, 또한 억울한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의 변호를 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건 이러한 멜로적 상황들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게 만든다. 공적인 입장과 사적인 감정들이 겹쳐져 일과 사랑을 명쾌하게 가르지 못하고 혼재시키는 상황들은 그래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완벽하지 못하고 어딘지 부족하지만 그것이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부분들이 생기는 것. 

그래서 <수상한 파트너>에는 그 흔한 갑을관계조차 혹은 절친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진 불륜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친구들 관계에서조차 가해자와 피해자로 선악이 구분되게 그려지지 않는다. 노지욱의 모친인 홍복자(남기애)가 운영하는 피자집에 은봉희의 모친인 박영순(윤복인)이 아르바이트로 들어오자 홍복자는 이른바 갑질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런 전형적인 상황 속에서도 박영순은 결코 만만하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갑과 을의 상황은 마치 친한 친구들이 툭탁대는 모습처럼 유쾌하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오며 절친으로 지냈지만 노지욱의 여자친구와 불륜을 저질러 이제는 멀어져버린 지은혁(최태준)을 대하는 노지욱의 감정은 미움과 분노와 더불어 우정이 겹쳐져 있다. 그래서 노지욱은 지은혁을 결코 앞으로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지만 그들을 내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의 “형제”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관계를 끊어낼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인간적이다. 

<수상한 파트너>는 온전히 로맨틱 코미디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또 진범을 찾아내고 그래서 누명을 벗는 법정드라마로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두 부분이 엮어져 만들어내는 공적인 일들과 사적인 감정들의 혼재와 그 안에서 슬쩍 슬쩍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어쩌면 이 드라마만이 가진 특별한 재미가 아닐까. 그 부족하고 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는 모습들이 그토록 예뻐 보일 수가 없으니.

‘수상한 파트너’, 법정물? 로맨틱 코미디!

법정물일까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일까. 검사와 변호사가 등장하고 살인사건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점은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가 법정 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여주인공인 은봉희(남지현)의 주변을 맴도는 범인은 그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러한 <수상한 파트너>가 포진시켜놓은 스릴러 장르적 틀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 간의 관계들을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의 장르적 성격은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접근금지명령’이란 부제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가진 법정물과 로맨틱 코미디의 절묘한 결합방식을 잘 보여준다. 

살인죄로 기소되었던 은봉희를 풀려나게 해줌으로써 검사복을 벗게 된 노지욱(지창욱). 그가 은봉희에게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라며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선을 긋지만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나뉘어 변호를 하다 다시 만나게 되고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은 ‘접근금지명령’이라는 법적인 사안을 멜로적 관계와 연결시켜 해석해낸 독특한 이 드라마의 특징을 드러낸다. 

실제로 이들이 맡은 사건은 스토커를 하는 한 남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여자의 집안까지 난입하다 체포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들 관계의 문제를 변호하고 해결하면서 은봉희와 노지욱의 관계 역시 가까워진다. 노지욱이 은봉희에게 악연이라며 내린 ‘접근금지’가 풀려나는 과정을 사건과 연계시켜 풀어낸 것.

그러고 보면 노지욱과 은봉희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적 관계들은 이들이 겪는 법적인 사건들과 엮어져 있다. 노지욱은 은봉희를 풀려나게 함으로써 지검장의 미움을 사게 됐고 결국 검사복마저 벗게 됐다. 또 그 후에도 은봉희가 지속적으로 지검장의 사찰을 당하며 변호사로서의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지검장을 찾아가 항변하다 또다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노지욱은 그녀를 두둔하는 법적 행동을 할 때마다 불이익을 받게 되고 그래서 악연이라며 그녀를 멀리 하려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꾸만 그녀에게 빠져든다. 바로 이 지점이 법정물과 멜로가 만나는 곳이다. 멜로는 달달해지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 현실의 어려움이 만들어내는 장벽과 갈등들은 그래서 이들 사이의 멜로적 관계를 더 갈망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법정물을 빙자한 멜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이들이 처한 문제가 해결되고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는 법정물의 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고 그래서 진범을 잡는 과정과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사적인 멜로들의 교집합. 그것이 <수상한 파트너>가 가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건 역시 그 역할을 더 실감나게 만드는 지창욱과 남지현이다. 액션 연기와 동시에 멜로적 감성을 더해주는 지창욱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긴장감과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고, 무거울 수 있는 사안들을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로 밝고 발랄하게 만들어내는 남지현의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상큼함을 부여한다. 두 사람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해지는 건 그 케미가 법정물과 멜로를 동시에 엮어내는 드라마의 특성 덕분이다. 물론 이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배우들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더 케이투>가 깊은 몰입감은 어디서 나왔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마지막 회란다. 이것은 어쩌면 tvN <더 케이투>라는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시작부터 시종일관 액션으로 밀어붙인 <더 케이투>는 막바지에 이르러 피투성이가 된 채 뛰고 또 뛰는 김제하(지창욱)의 액션과 극한의 상황에까지 몰려 있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방과 목숨을 걸고 하는 최유진(송윤아)의 체스판 정치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축은 사실상 <더 케이투>가 가진 막강한 몰입감의 원천이었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더 케이투>에서 김제하는 한 마디로 하드캐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라고는 그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권을 쥐기 위해 대결하는 장세준(조성하)의원이나 그를 조력하는 최유진은 물론이고 그 반대편에 있는 박관수(김갑수) 의원 역시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오로지 권력욕을 내세우는 인물들이다. 이 체스판의 피해자가 일찌감치 되어버린 고안나(윤아) 역시 김제하에게 의지하는 인물. 그러니 김제하는 이 모든 인물들에 관여하며 쉴 틈 없이 뛰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김제하가 이 권력의 체스판 위에서 나이트역할을 맡아 하드캐리를 했다면, 그 체스는 두는 인물로서 최유진은 역할을 맡아 하드캐리를 펼쳤다. 김제하를 연기한 지창욱이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을 보여줬다면, 최유진을 연기한 송윤아는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끄집어내는 또 다른 액션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최유진이라는 캐릭터는 사실상 <더 케이투>가 하려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최유진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나인은 그 무수한 액션 속에서 <더 케이투>가 그리려는 메시지를 표징하는 공간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필요하면 콘트롤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공간. 그러니 정보가 힘인 세상에 이 공간은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곳이 된다. 그런데 그 슈퍼컴퓨터를 최유진은 마치 백설공주의 왕비처럼 거울아라고 부른다. 결국 최유진과 슈퍼컴퓨터는 서로 거울로 비춰지는 동일한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이 공간을 김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말한다. 그 곳을 그에게 주겠다는 최유진에게 한 번 이 거울의 맛을 들이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유진은 클라우드 나인을 지배하는 마녀이면서 동시에 그 곳에 갇힌 포로가 된 것이라고.

 

클라우드 나인은 그러나 이 지하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 속에서 김제하가 살아가는 권력 투쟁의 세계는 거대한 클라우드 나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어느 순간 그 공간에 들어오게 된 그가 바깥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김제하가 그토록 하드캐리를 하는 그 목표는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이 곳으로부터의 탈주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 케이투>가 그토록 깊은 몰입감을 줄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이 클라우드 나인이 가진 상반된 욕망의 양면성을 김제하와 최유진이라는 두 캐릭터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액션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양면성이란 그 곳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망과 그 곳으로부터 탈주하려는 욕망이다. 지창욱과 송윤아라는 배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 건 그래서다.

 

반면 남는 아쉬움은 고안나라는 인물의 수동적인 역할이다. 김제하와 최유진이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인 것과 비교해보면 고안나는 이 살벌한 체스판 위에서 특별한 자신만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김제하와 최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동인 역할만 한 면이 있다. 윤아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나온 건 물론 여전히 변함없는 그 연기의 폭에 이 캐릭터가 가진 수동성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또한 액션과 멜로가 강조되다 보니 본래 작품이 하려던 보다 현실 정치나 권력구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메시지들이 가려진 점도 아쉽다. 대통령이 허깨비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꾼들에 의해 농단되고, 진심 없이 쇼로 이뤄지는 정치 행태가 드러나는 이 드라마는 어쩌면 지금 같은 현실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었을 게다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의 여러 얼굴이 차지하는 것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는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첫 등장에 여성 편력이 심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세준(조성하)라는 인물이 그저 그런 권력욕에 눈이 먼 전형적인 정치인 캐릭터가 아닐까 선입견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그 속내를 까면 깔수록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아내인 최유진(송윤아)이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온 그는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최유진이 그의 옷매무새를 흩트리며 이 정도는 되야 아내 걱정한 남편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때는 어딘지 이 장세준이란 인물이 아내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문밖을 나서 기자들 앞에 선 그가 아내를 들먹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정치 쇼를 잘 해내는 정치인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가 청춘콘서트를 하는 도중 마치 젊은 괴한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는 것처럼 정치 쇼를 하는 장면이나, 그렇게 단상에서 내려와 출연자 대기실에서 비린내 나는 옷을 벗어던지며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욕실로 부르는 모습에서는 마치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런 그를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의 딸인 안나(윤아)에게 데려가려 하자 그는 애써 숨겨온 진심을 드러낸다. 자신이 안나를 만나지 않는 건 그것이 그녀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그가 최고 권력을 향해 폭주하는 것 역시 그래야 그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장세준이 안나를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조성하의 다양한 얼굴들이 교차하는 연기의 백미를 보여줬다. 그는 자신을 CCTV로 감시하고 있을 아내를 의식하며 자신의 딸이 딸기 알러지가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하는 무심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주지 못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자꾸만 들춰내는 딸 앞에서 그건 어른들의 세계라고 말하며 애써 덮으려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생존을 위해 아픈 말들을 해야만 하는 아빠의 진심 같은 것이 묻어났다.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가 독특한 건 특정한 절대 악을 그리기보다는 저 마다의 입장에 처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관점의 부딪침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악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건 장세준이 말했듯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처음에는 그저 욕망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어 어떤 선을 넘어버리는 어떤 것. 하지만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탈선을 차치하고 들여다보면 장세준도 최유진도 저마다 그들이 힘겨워도 버텨내려는 이유가 드러난다.

 

조성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가 <더 케이투>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그는 여러 입장들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을 향한 욕망의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딸을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의 얼굴도 있다. 여성 편력이 심한 비뚤어진 얼굴이 있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를 쥐고 흔드는 최유진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들도 어른거린다.

 

정치적으로 뒤얽혀 있어 생겨난 안나의 비극이 바로 이 장세준이라는 인물과 무관하지 않고, 그 더러운 정치판에서 미묘하게 얽혀 있는 아내 최유진과의 갈등이 있어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는 힘을 얻는다. 결국 주인공인 김제하가 두 사람의 갈등 사이에서 안나를 보호하는 이야기는 결국 이 장세준이란 문제적 인간이 있어 가능해지는 일이다. 이 결코 쉽지 않은 여러 얼굴을 연기하는 조성하라는 배우가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더케이투> 지창욱, 임윤아에겐 라면 송윤아에겐 우산

 

도대체 라면 한 봉지가 뭐길래 그토록 어둡던 그녀가 아이처럼 좋아하는 걸까.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에서 CCTV로 고안나(임윤아)를 보는 김제하(지창욱)의 마음은 아련해졌을 게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있는 그녀지만 라면 한 봉지에 반색하는 모습은 어딘지 짠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김제하는 그녀가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를 꺼내고 물을 받고 가스 불을 켜는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그것조차 잘 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한밤 중 지붕 위에서 그녀를 찾아온 아기 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모습 또한 김제하에게는 애틋하게 다가왔을 게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온 그녀의 쓸쓸함 같은 것이 묻어난다. 아기고양이마저 그를 부르는 어미를 찾아갈 때 고안나는 그래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죽은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김제하는 그래서 고안나의 보디가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지만 그 직업적 선을 넘어선다. 보호 감시 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녀에 대한 보호본능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한 번 더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엌에 오는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일 수 있게 준비해둔다. 김제하의 보디가드 임무가 고안나와의 멜로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반면 김제하와 최유진(송윤아)의 관계 또한 일반적인 보디가드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JB그룹 최회장의 장례식장에 가는 최유진의 보디가드로 나선 그는 그녀가 위기상황에 몰린 것을 직감하고는 저 스스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우산 하나를 들고 들어가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불을 질러 스프링클러가 터져 나오자 모두가 도망쳐 나왔지만 혼자 그 물줄기 속에서 망연히 서 있는 최유진은 자신의 외로운 상황(심지어는 남편마저 자신의 편이 아닌)을 절감한다.

 

김제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경호원들을 제압했던 그 우산으로 이제 물길 속에 흠뻑 젖어버린 최유진을 씌워준다. 최유진은 생각한다. 자신이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 김제하가 사냥개가 아니라 늑대였다고. 그래서 아마도 자신이 그를 길들일 수 없을 거라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스프링클러의 물줄기처럼 온통 주변이 적들뿐인 그녀의 삶에서 김제하의 우산은 그래서 그저 경호의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로 느껴지게 되는 것. 우산의 보디가드 액션이 멜로의 감정으로까지 변해가는 지점이다.

 

물론 많은 보디가드 설정의 콘텐츠들이 액션이 멜로로 넘어가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포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케이투>가 흥미로운 건 그 경호의 대상이 고안나와 최유진 두 사람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고안나를 그렇게 세상에서 없는 인물처럼 살게 한 인물이 다름 아닌 최유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보디가드의 액션과 멜로의 중간에 서 있는 김제하는 어느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무의 차원이 아니라 사적인 감정을 느끼는 고안나와, 단순한 경호대상과 경호원의 관계를 넘어서는 더 큰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는 최유진 사이에서 그가 어떤 결단과 행동을 할 것인가는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어느 쪽에 더 마음을 주게 될까. 고안나의 쓸쓸한 라면일까 아니면 사방이 적인 최유진의 마음마저 흔드는 우산일까.

 

그 중심에는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가 가진 다채로운 연기의 결이 바탕이 되고 있다. 드라마 시작부터 매회 거의 영화 같은 액션을 선보이고 있는 그지만, 두 여자 사이에서 무심한 듯 만들어지고 있는 멜로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 절절해지고 있다. 액션이 멜로로 이어지고 그것이 대결구도를 갖게 되는 <더케이투>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 지창욱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액션 블록버스터 <더 케이투>, 지창욱에 기대는 까닭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는 말 그대로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연출자인 곽정환 감독의 <추노>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극이지만 영화적 연출을 통해 한편의 서부극 같은 장르물의 색채를 만들어냈던 <추노>. <더 케이투>는 그래서 액션 연출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이런 점은 첫 회의 대부분이 고안나(윤아)의 끝없는 탈출신과 그녀와 우연히 맞닥뜨린 도망자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을 구해달라는 그녀의 애원에 괴한들과 한바탕 맞붙는 액션들과, 그로부터 6개월 후 간판 일을 하는 김제하가 건물 외벽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현수막을 정리하다 우연히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장세준(조성하)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 장세준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침입자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로 확인될 수 있다.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은 확실히 <더 케이투>를 몰입시켜주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지금은 일반화된 액션 장면 연출기법이기는 하지만,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를 순차적으로 찍어 허공에 붕 뜬 인물이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는 장면을 빙 돌아가며 보여주는 장면 같은 것들은 드라마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연출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에만 기대고 있는 건 아니다. 화려한 액션의 이면에는 <용팔이>를 쓴 장혁린 작가의 선 굵은 스토리들이 깔려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로 인해 희생되는 인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대립구도를 만들고, 따라서 액션 속에는 이렇게 희생을 당하는 인물들의 감정 선 같은 것들이 녹아든다.

 

쫓기는 신세가 된 김제하가 길에서 고장 난 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하는 노부부를 도와주고 그들의 집에서 잠시 기거하며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감정을 잘 드러낸다. 아들의 49제를 하고 와 절망감을 드러내는 할아버지가 돌보지 않아 꼴이 흉해진 과수원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달라고 하자 김제하가 듬성 자란 풀을 베어주는 장면은 이 액션 히어로의 친 서민적 정서를 드러낸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자신을 죽이라 명한 최유진(송윤아)을 찾아가게 되는 것도 사실은 그 노부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김제하라는 인물은 자신의 죽음 따위에는 초탈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견디지 못할 뿐.

 

김제하 역할을 연기하는 지창욱의 액션 연기는 과거 <힐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저 몸을 쓰는 연기가 아니라 그의 액션에는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이번 <더 케이투>에서 그의 액션에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맞아가며 싸우는액션이라는 점이다. 많은 액션물들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은 한 방도 맞지 않고 손쉽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더 케이투>의 김제하는 온 몸에 피투성이 멍투성이가 되어가며 싸운다.

 

이런 액션 연기는 그 액션 자체에도 어떤 감성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통쾌함만 선사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아나가는 방식의 힘겨움같은 것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 지창욱의 연기는 그 무심한 듯 보이는 얼굴과 상반되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몸 사이의 어떤 긴장감 속에서 그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액션 블록버스터를 아예 지향하고 있고 그 액션 속에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감성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결국 <더 케이투>는 지창욱이라는 배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지창욱은 확실히 채워주고 있다. 그의 액션으로 시작해 그의 액션으로 끝났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유지태도 주진모도 가리지 못한 지창욱의 존재감

 

어딘지 어눌한 듯한 모습과 동시에 강인한 면을 갖고 있는 배우. 바로 지창욱이다. 그의 연기는 그래서 약하고 비굴하고 때로는 바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단단한 내면을 숨기고 어떤 목적을 수행하거나 야망을 드러낼 때 더욱 돋보인다. <기황후>에 이어 <힐러>의 지창욱은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연기 도전처럼 여겨지지만 그의 특징을 여전히 잘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힐러(사진출처:KBS)'

그의 연기가 평범한 데서 시작해 비범하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데서 돋보이듯이, 그의 드라마에서의 존재감은 조금씩 커져간다는 특징이 있다. <기황후>에서는 그래서 시작은 조연처럼 했지만 뒤로 가면서 주연인 주진모의 존재감을 흐리게 만들만큼 그의 파괴력이 전체 드라마를 흔들었다.

 

이것은 <힐러>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힐러>는 시작부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보여주는 야마카시를 통해 그의 강렬한 액션을 보여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얼굴을 가린 힐러라는 다크히어로로서였다. 그런 그가 점점 얼굴을 드러내며 여심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봉수라는 어딘지 어눌한 가면의 얼굴을 한 채 영신(박민영)에게 본격적인 접근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그렇게 종이에 물기가 스며들 듯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늘 어둠 속에 있어야 하는 힐러라는 존재는 그래서 그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데 맞춤이다. 어둠 속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던 그가 영화관을 나서는 영신(박민영)의 손을 덥석 잡는 장면이나, 건물 옥상에서 눈을 가린 영신에게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여심을 녹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슈퍼맨처럼 일상의 어눌함과 이면의 비밀스런 신비로움을 가진 존재로서의 힐러는 그렇게 조금씩 영신이라는 여성 앞에서만 자신의 비밀을 걷어내면서 한 남자로서 다가온다. 이 양면적인 모습을 지창욱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건 그의 남다른 디테일들 덕분이다. 그는 작은 눈빛 하나 손끝의 떨림 하나로 숨겨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흥미로운 건 이번 <힐러>가 유지태의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는 점이다. 그의 존재감이 드라마 전체를 채울 것이라 여겨졌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것은 유지태가 맡은 역할이 이 드라마의 중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지창욱의 액션과 멜로를 오가는 연기가 돋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가운 얼굴처럼 무심한 표정이 어느 순간 바보처럼 편안하게 변신하고, 그 얼굴이 또 한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지해졌다가, 자신의 부모를 위협하는 이들을 향해 분노로 일그러지고, 부모처럼 자신을 키워준 영재(오광록)의 죽음 앞에 오열하면서 영신의 품 안에 무너져 아이처럼 우는 이 일련의 연기 변화의 과정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연기에 있어서는 한 획을 그었던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주진모도 또 유지태도 그의 존재감을 가리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선배들의 배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창욱이라는 괜찮은 몰입을 가진 배우의 잠재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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