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 잡학이어서 가능한 지식의 융복합

제주도 2편으로 방영된 tvN <알쓸신잡2>에서 정방폭포를 갔다 온 장동선 박사는 그 곳의 지명이 왜 ‘서귀포’라 명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저 ‘진시황의 불로초 원정대’를 이끌고 온 서복이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서귀포’라 불렸다는 설. 그런데 이야기는 불로초가 상기시키는 ‘영생’에 대한 문제로 옮겨간다. 황교익과 유시민이 유한한 삶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영생’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 말한 반면,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교수는 그러한 욕망이 우리를 진보하게 만들어 준다는 다른 의견을 낸다. 

결국은 사멸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장동선 박사는 정방폭포의 그 추락과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의 몸이든 자연이든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그 변화를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결국 영생은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으로서 ‘인간적’이지 않고 또 “지루해서 자살자가 많아질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현준 교수는 인간이 영생의 욕망을 꿈꾸기 때문에 집을 지고 건축물을 남기려 한다고 말했고, 장동선 박사는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이 주는 지루함을 뇌 과학의 입장에서 도파민의 생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실 수다라는 것이 본래 그러하듯이 이야기는 본래 시작했던 곳에서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그래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알쓸신잡>의 이런 수다가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중구난방의 잡학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를 한 사람의 강연에서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어쩌면 하나의 체계가 없다는 식으로 질타를 받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알 수 없어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아예 대놓고 예능의 틀을 가져왔고,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수다로서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 걸 방법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가 오히려 재밌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가 제주도에 가서 보곤 했던 정방폭포의 이야기가 서복 원정대와 진시황, 불로초, 영생, 엔트로피 이야기를 거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들이 흥미진진해진다. 앞과 뒤를 이어보면 정방폭포 이야기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 이야기까지 풀어낸 것이니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쓸신잡>은 애초에 ‘잡학’이라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잡학은 이런 저런 학문 분야들을 한데 쏟아놓는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바로 이런 규정 덕분에 <알쓸신잡>은 알게 모르게 지식의 ‘융복합’과 ‘퓨전’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되었다.

이런 일은 여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변화를 통해서도 읽힌다. 유시민 작가는 본래 텍스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여행지에서 항상 글을 챙겨 읽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추사관을 다녀와 그 건물이 그 유명한 세한도의 풍경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새삼 건물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건축을 말하는 유현준 교수의 영향일 게다. 반면 유현준 교수 역시 다빈치 박물관에 가서는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설명하는 글들을 읽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 역시 유시민이 말하는 텍스트의 중요함을 그도 알게 됐기 때문일 게다. 

해부학자이자 과학자, 예술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역시 금석학의 대가인 과학자이자 문인이고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는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했던 융복합의 대가들이었다. 그 때는 몇몇 천재들이 홀로 그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겠지만, 지금은 보통의 범인들도 저마다의 분야를 가져와 대화를 통해 그 융복합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알쓸신잡>은 그 예능이 가진 열린 틀거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융복합이 얼마나 놀라운 지식의 확장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출처:tvN)

<차이나는 도올>, 만리장성으로 꼬집은 대북정책

 

우리나라를 생각할 적에도 남북이 아무리 대치를 하고 벽을 쌓아봐야 안 된다는 거예요. 그걸로 우리가 국방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남북을 화해시키고 벽을 허물어야지. 장성은 무슨 장성이냐 폐장성이라고 했는데. 장성을 다 없애버리라고 했는데. 우리 민족이 이제 남북의 벽을 허물고 평화를 외쳐야지. 왜 개성공단 같은 건 닫아버리고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해. 이것이 과연 우리 민족이 갈 길이냐.”

 


'차이나는 도올(사진출처:JTBC)'

도올 김용옥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사실 이 이야기는 지난 주 JTBC <차이나는 도올>에서 했던 중국 관련 퀴즈에서부터 비롯됐다. 만리장성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제자들은 그 거대함과 엄청남에 대한 찬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도올은 이런 시각이 중국을 바라보는 거대한 오류라고 지적했고 만리장성은 진시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당시의 만리장성은 토성이었고 지금의 만리장성은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명나라 때 완성된 것이라는 것. 우리가 막연히 상식이라 알고 있는 게 사실은 잘못된 정보라는 걸 도올은 일깨워줬다.

 

하지만 도올이 만리장성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자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만리장성에 대한 이런 편견 속에는 역시 남북 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는 걸 그 만리장성을 뚫고 명나라를 무너뜨린 청나라 강희제를 들어 설파했다. 명나라를 무너뜨린 강희제에게 만리장성 보수를 하자는 신하들의 주장에 그는 만리장성 보수는 헛거다라고 했다는 것.

 

이런 거나 수리하려고 국력 낭비하다가 결국 명나라가 망했고, 그리고 내가 여기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지들끼리 분란을 일으켜 날 불러 들인 거지 내가 왜 만리장성하고 싸우냐. 이거는 헛거다. 이제 이 대청제국에 화이지분(중국과 오랑캐의 구분)도 없다. 성안과 바깥을 구분하는 건 중국이 아니다. 이런데다가 군사 배치하는 건 병력만 분산시키고 쓸데없는 낭비를 하는 것이다. 이런 걸로 국방이 되는 게 아니다.”

 

도올은 당시 강희제의 주장을 자신의 목소리로 옮긴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수백 년을 넘어서 지금 우리의 귀에 새롭게 들려온다. 만리장성 같은 벽을 세우는 것으로서 국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지적한 강희제의 목소리가 남북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꼬집고 있는 것. 도올은 나아가 만리장성은 중국의 허약한 측면을 나타내는 부끄러운 유물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아마도 이것은 <차이나는 도올>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이면서 도올 김용옥이 왜 굳이 지금 마오쩌뚱에서 시진핑에 이르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일 것이다. 도올은 중국을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를 얘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아니었다. 역사라는 것이 본래 그렇지 않은가.

 

<차이나는 도올>에는 그래서 중국의 근현대사를 마치 이야기를 듣듯이 재미있게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우리네 현실을 반추하고 때로는 속 시원한 사이다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강연 방식도 일방적인 전달보다는 양방향 소통을 선택했고 보다 생생한 이야기 전달을 위해 노래나 콩트 같은 것까지 집어넣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사를 얘기하면서도 소통하는 사이다 강의라 여겨지는 건 중국의 이야기에서도 우리네 현실을 반추해내는 도올의 식견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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