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월화극, 조정석과 윤균상이 살아나려면

등장하는 주연들만 놓고 보면 이만한 기대작이 없다. MBC <투깝스>의 조정석이 그렇고, SBS <의문의 일승>의 윤균상이 그렇다. 전작이었던 작품들 속에서 이 두 배우가 거둔 성취는 도드라진 면이 있어서다. 조정석은 <질투의 화신>으로 코미디 연기의 대가임을 증명한 바 있고, 윤균상은 <역적>을 통해 감정 선이 남다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걸 입증한 바 있다. 그래서 <투깝스>와 <의문의 일승>에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시키게 된 데는 아마도 이 배우들의 지분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잔뜩 기대감을 갖고 들여다본 이들 드라마는 어쩐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물론 이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투깝스>에서 조정석은 사기꾼인 공수창(김선호)의 영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차동탁(조정석)이라는 인물을 연기해낸다. 차동탁이 굉장히 진지한 캐릭터라면 공수창은 어딘지 뺀질이에 바람둥이 캐릭터인지라, 이 둘을 오가는 조정석의 1인2역이 이 드라마가 주는 코미디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공수창 역할을 맡은 김선호는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만일 이 드라마가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간다면 아마도 가장 큰 수확은 김선호의 발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어딘지 남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영혼 빙의’ 같은 황당한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브로맨스 코미디가 만들어내는 웃음은 분명하지만,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도 좋지만 그 속에 깔린 페이소스나 지향점 같은 것이 없는 코미디는 그저 휘발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깝스>가 그 괜찮은 연기조합에도 불구하고 조금 황당한 느낌을 주는 건 그래서다. 

이런 문제는 <의문의 일승>도 마찬가지다. 윤균상의 역시 믿고 보는 몰입도 높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설정이나 개연성은 너무 허술하다. 감옥을 들락날락한다는 그 설정 자체가 그렇고, 그 사형수 김종삼(윤균상)이 가짜 형사로 신분 세탁이 되어 비자금 천억 원의 행방을 찾는다는 이야기 전개도 어딘지 황당하다. 물론 그 비자금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적폐에 대한 뉘앙스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현실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암시하지만.

이건 이야기나 설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의 문제로 보인다. <의문의 일승>은 빠른 전개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납득시키기 보다는 빨리 전개하고 그 속에 반전과 위기를 넣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쪽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디테일이 부족해지고 그 부족한 디테일은 개연성 부족으로 다가온다. <의문의 일승>이 보완해야 할 건 이야기의 속도보다는 이 인물의 행동 동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디테일한 개연성이 아닐까. 

그래서 <투깝스>나 <의문의 일승>은 조정석이나 윤균상 같은 배우들이 만들어낸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2% 부족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투깝스>가 그 코미디 속에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부분이 부족하다면, <의문의 일승>은 빠른 전개만큼 이를 납득시키고 몰입시키는 디테일들이 부족하다. 이 각각의 부분들이 향후 어떻게 채워질 것인가가 월화극 지상파 성패의 향방을 가르지 않을까. 과연 마지막에 웃는 배우는 누가 될까. 조정석일까 윤균상일까.(사진출처: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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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주인공 캐릭터의 문제, 카메오가 신선해진 이유

 

역시 조정석은 잠깐 등장해도 확실한 존재감을 만드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라는 캐릭터로 그가 나온 분량은 많지 않지만 지금껏 그 캐릭터가 회자되고 있는 건 결국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도 조정석은 역시 빛났다.

 

'푸른바다의 전설(사진출처:SBS)'

남자 인어로 등장해 아직 인간세계에서 살아가는 게 낯선 청이(전지현)에게 갖가지 조언을 해주는 모습은 저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가 승민(이제훈)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간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며 광고 문구들이 사실은 물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걸 설명해주는 장면이 그렇다.

 

하지만 조정석이 이번 카메오에서 중요한 역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가 <푸른바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비극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에 빠진 인어가 인간에게 사람을 받지 못하면 심장이 서서히 굳어 죽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신 역시 다른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버린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런 인어라는 존재가 가진 비극성은 조정석 같은 카메오가 아니라 주인공인 청이가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푸른바다의 전설>은 이 청이라는 캐릭터에 순수함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비극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은 백지 상태의 모습으로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웃음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 웃음이 존재 자체의 비극과 잘 맞닿아 있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인어 캐릭터가 어딘지 박제된 인형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웃음은 그저 웃음으로 끝나면 조금은 허망하게 휘발되기 마련이다. 그 웃음이 어떤 비극과 연결되어 있을 때 캐릭터가 가진 페이소스 같은 것들이 느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청이 캐릭터보다는 조정석이 잠깐 등장해 보여준 인어 캐릭터가 훨씬 더 그런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그는 유쾌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쓸쓸함 같은 것이 그 이면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푸른바다의 전설>의 이야기 구조가 <별에서 온 그대>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합당한 지적이다. 외계인이나 인어 같은 이질적인 존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우리네 삶의 현실들이 우화처럼 드러난다는 이야기 구조는 거의 같다. 하지만 <푸른바다의 전설>이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단지 유사해서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남녀주인공인 허준재(이민호)와 심청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코미디적 상황들이 자주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코미디가 그저 코미디로 끝날 때는 자칫 깊이를 상실할 수 있다. 특히 판타지물의 경우, 코미디를 너무 가볍게 사용하면 이야기 자체가 허황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조정석의 경우, 이미 <질투의 화신> 같은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비극적 상황과 희극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다. 시청자들은 빵빵 터지지만 동시에 그 인물은 굉장한 비극 속에서 실제로 펑펑 우는 장면이 가능한 그런 연기자.

 

<푸른바다의 전설>이 가진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이 가볍게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날아가는 판타지를 땅으로 끌어내려 어떤 무게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의 희비극적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을 연기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연기자의 공력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현실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페이소스를 주는 인물들은 그래서 초반에 강남거지로 등장해 확실한 존재감을 남긴 홍진경이나 인어로 등장해 드라마에 어떤 쓸쓸한 정조를 남기고 가버린 조정석 같은 카메오다. 이 드라마가 살기 위해서는 카메오들이 갖고 있는 이런 희비극적 요소들을 남녀 주인공이 오히려 가져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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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개념의 문제, 출연진 사과만으로 해결 안돼

 

tvN 예능 <SNL코리아>는 사과하는 날 또 논란이 터졌다. 마마무가 호스트로 출연해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하는 코너에서 엄앵란 분장을 하고 나온 정이랑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는 대목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노래 가사 중에 들어있는 가슴이라는 대목을 부르며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비하의 의미를 담아 놓은 코미디적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엄앵란 씨가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해도 너무한 무개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특정인을 패러디 대상으로 세워놓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슬플 수밖에 없는 사실을 웃음의 소재로 쓴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건 마치 아파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기는커녕 손가락질하며 웃음의 소재로 쓰는 일과 뭐가 다른가.

 

이것은 엄앵란 씨 개인이 치른 고통이 아니라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우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무개념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본인이 유방함 판정을 받고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코미디랍시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본에 들어있는 듯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 분장을 하고 나온 안영미가 가슴이 없다는 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한 대목도 지극히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이 부적절한 말은 일반 여성들에게조차 불쾌함과 불편함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미의 남자친구를 의식한 듯,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지만, 그가 출연했던 <질투의 화신>이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 유방암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넓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개념과 무개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한 주 동안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셨을 많은 분들에게 <SNL코리아>를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잘못된 행동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 날 마침 <SNL코리아>는 신동엽이 대표해 SNS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던 부적절한 영상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의 말대로 그 문제는 이세영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이 사과 방송이 있는 날 또 다시 터진 논란이다.

 

이번 논란 역시 물론 그걸 시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이랑이나 안영미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대본을 만들고 크루들은 그걸 효과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본인들의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방점은 제작진에게 찍힌다. 특히 어떤 콘텐츠든 개념의 문제는 그걸 애초에 짠 대본의 문제와 또 그걸 관리 감독하는 연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논란이 터지자 <SNL코리아> 측은 곧바로 사과하고 재방송 분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조치 했다. tvN 관계자는 이번 시즌8 초반부터 정이랑 씨가 김앵란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생방송 코너에서도 엄앵란 씨의 개인사를 모르고, 노래 가사를 정이랑 씨 본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애드리브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면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재방송 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 조치했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정 크루들이 나와서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것이 결국 제작진의 개념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코미디를 그저 웃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누군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사과한다고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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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서 독립된 보도, JTBC <뉴스룸>이 다른 이유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는 이화신(조정석) 앵커가 뉴스 마지막 멘트에 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담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정해진 멘트를 훌쩍 벗어나 자신의 소신대로 꺼내놓는 날카로운 비판에 국장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국장은 곧바로 사장의 전화를 받는다. 이화신 앵커의 멘트 몇 개로 광고 수 십 억이 날라 갔다는 것이다. 결국 이화신 앵커는 유치원으로 전근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은 방송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뉴스가 기업광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기업이 부정을 저질러도 뉴스가 소신대로 그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건 그래서다. 물론 기업에 관한 뉴스가 이럴 정도인데,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는 오죽할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통해서 지상파 뉴스들이 일제히 비난을 받은 건 그 오래도록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묵인했거나 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방송사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해주는 일이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영이 최우선이 되면 방송사가 보도 부문에서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꺼내 보도한 JTBC <뉴스룸>은 무엇이 달랐길래 이런 소신있는 보도가 가능했던 걸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게이트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가 그 대상이다. 그러니 자칫 일개 방송사에게는 사활이 걸린 보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신 보도가 가능해진 건 다름 아닌 손석희 앵커 덕분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언론도 쉽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는 독특한 JTBC만의 뉴스보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JTBC의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손석희 앵커를 지목한다. 액면대로는 맞는 이야기다. 손석희 앵커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JTBC에는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 김수길 사장이 따로 있다. 굳이 대표이사가 있는데 이렇게 굳이 손석희 앵커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세워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오면서 스스로가 원했던 편집권 독립때문이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모든 재량권을 손석희 앵커가 갖는다는 뜻이다. 물론 책임도 손석희 앵커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편집권 독립은 투명하고 소신 있는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JTBC<뉴스룸>이 보인 행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건 언론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JTBC 보도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알면서도 숨겨지거나 아니면 감시 기능 자체를 아예 가동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경영으로부터 독립된 보도. 또 그런 보도를 소신 있게 하는 것이 인사 상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스템.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축해야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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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공항>, <쇼핑왕>이 재발견한 배우들

 

드라마 캐릭터와 연기자의 관계는 한 마디로 말해 인연이다. 좋은 캐릭터는 연기자로부터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종영하는 수목극의 조정석, 서인국, 김하늘은 각각의 작품에서 캐릭터와의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그들의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SBS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 없는 이화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게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이 같은 인물. 그래서 자신의 유방암 사실을 커밍아웃하며 소수자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성인의 사고를 갖고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질투하고 삐치고 괜스레 화를 내는 아이 같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

 

조정석은 이 이화신이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바로 그 아이의 얼굴을 대중들 앞에 선보였다. 투덜대지만 어딘지 귀여운 그 캐릭터는 그래서 본인이 느끼기에는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빵빵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짠내 나는 슬픈 정조를 갖고 이만큼 웃길 수 있는 배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라고 하지만 조정석은 이걸 타고난 것 같다.

 

조정석이 페이소스가 깔린 코미디에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보여줬다면, 김하늘은 KBS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섬세한 멜로 연기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물론 <온에어>, <신사의 품격>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공항 가는 길>은 그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거리두기때문이다.

 

기혼남녀가 인연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소재의 늪에 빠지지 않고 심지어 힐링 드라마로 갈 수 있었던 건 인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는 방식 덕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이 있던 어떤 공간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한 건 김하늘이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기 때문이다.

 

한편 MBC <쇼핑왕 루이>의 애초 별 기대감이 없던 드라마의 반전을 만들어낸 주역은 역시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루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입체적으로 연기해냈다. 조금은 바보 같고 의심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타인을 믿어버리는 그런 캐릭터지만 바로 그런 순수함을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이 인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왕의 얼굴>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고, <너를 기억해><38사기동대>에서 스마트하고 세련된 면면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된 순수한 얼굴은 아마도 서인국이 가진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멍해 보이지만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는 어떤 보호본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이다.

 

<질투의 화신>,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쇼핑왕 루이>. 이 세 작품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며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조정석, 김하늘 그리고 서인국이라는 배우들의 숨겨졌던 잠재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계기는 향후 이들 배우들의 작품 행보에 오랜 잔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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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종영하는 수목극들, 이들이 준 위로

 

이 허전함을 어떻게 메울까. 지상파 수목드라마 3편이 동시에 종영한다. SBS <질투의 화신>, KBS <공항 가는 길> 그리고 MBC <쇼핑왕 루이>. 시청률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오랜만에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고 고르게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다. 색깔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 세 드라마는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패자와 소수의 관점을 담은 <질투의 화신> 

SBS <질투의 화신>은 코미디와 짠내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질투의 관점으로 풀어낸 사랑이야기는 지금껏 우리가 삼자구도의 멜로드라마에서 봤던 그 상투적인 문법을 깨고 패자의 관점을 새롭게 보여줬다.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공효진)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이화신(조정석)의 관점은 짠내 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지만, 드라마는 그것을 코미디로 엮어내는 절묘함을 보여줬다.

 

물론 결국은 이화신과 표나리의 사랑이 이뤄지고 고정원 역시 이화신과의 우정을 이어가는 해피엔딩을 예고하고 있지만, 드라마 전편에 깔려 있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각별한 것이었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 앵커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무성애자, 부모가 없거나 엄마가 둘인 아이들 등등. 결국 이화신과 표나리의 사랑을 지지하는 이면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받는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지지가 깔려 있었다고 보인다.

 

흔히들 질투하면 지는 거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건 가진 자들 앞에서 못 가진 자들이 그래도 버텨내려는 안간힘을 말하는 것일 게다. 결국 <질투의 화신>이 담은 세계는 멜로로 치환된 못 가진 자들의 공감대를 통한 연대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런 점들이 있어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다.

 

진정한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공항 가는 길>

KBS <공항 가는 길>은 기혼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이란 소재를 다뤘지만, 드라마가 추구하는 메시지는 불륜 그 자체가 아니라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마치 매듭의 씨줄과 날줄이 이어진 것처럼, 인연에 인연이 겹쳐져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의 사랑을 다뤘다.

 

이 드라마가 불륜 소재를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심지어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었던 건 두 인물이 처한 현실적 상황들에 대한 공감대와 그 아픔과 고통에 대해 배려하고 상대방에게 안식을 주려는 두 사람의 사랑방식 덕분이었다. 그것은 자극적인 일탈로서의 불륜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위한다는 그 진정한 관계가 주는 작은 숨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한 심리에 대한 천착이 돋보이는 스토리와, 이를 공간이 만들어내는 정서와 제대로 결합해낸 연출 그리고 이야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연기자들의 디테일한 연기는 오랜만에 보는 어른들의 드라마같은 진중함을 안겨주었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잔잔한 시선. 그것만으로도 눈앞에 펼쳐진 답답한 현실을 무화시키는 힘이 되어주었다.

 

순수에 대한 판타지를 담은 우화 <쇼핑왕 루이>

MBC <쇼핑왕 루이>는 아예 대놓고 비현실적 판타지를 담았다.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 때문에 엄청난 부호의 손자 루이(서인국)가 산골에서 상경해 동생을 찾는 가난한 소녀 복실(남지현)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낸 판타지란 빈부나 출생과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상적인 풍경에서 나온다. 결국 기억을 되찾고 동생도 되찾은 루이와 복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빈부 격차가 점점 첨예화되어가는 현실의 정반대를 그려냈던 것.

 

골드라인 같은 거대기업이 루이의 매개를 통해 복실이 새롭게 시작한 싱싱라인 같은 작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손을 잡고 사업을 해나간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하지만 이 비현실적 접근은 <쇼핑왕 루이>를 하나의 우화로서 기능하게 만든다. 비현실에 대한 판타지가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쇼핑왕 루이>가 이런 우화를 통해 담으려 했던 건 우리네 현실이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희구다. 세상과 유리된 채 살아온 데다 기억 상실까지 겪으며 하얀 도화지가 되어버린 루이라는 캐릭터와 산골에서 살아와 도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순수를 보여주는 복실이 만들어가는 우화는 그래서, 욕망으로 점철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었다.

 

물론 드라마 한편이 굉장한 일을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힘겨운 삶에 잠시간의 위로를 전해준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굉장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종영하는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들이 우위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저마다의 지지를 받았던 건 바로 그래서일 게다. 특히 요즘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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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조정석, 가슴으로 웃기더니 가슴으로 울리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SBS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 역할을 연기하는 조정석 얘기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주인공이라니. 드라마에서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가슴을 내주는(?) 통에 민망했을 법한 그 연기를 참으로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조정석은 역시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 놀라운 섬세함을 보여줬다. 여성 전문과를 기웃대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의 그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면서도 동시에 처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 면면들을 조정석은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그래서 <질투의 화신>이 초반부 그려내던 그 포복절도의 코미디는 다름 아닌 이 조정석의 디테일한 연기에 상당한 지분을 빚지게 되었다. 여성 전문과에서 이화신과 나란히 수술을 받고 같은 병동에 누운 표나리(공효진)가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어 같은 암 동지로서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갖게 되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 특유의 웃음을 주면서 또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초반의 유방암 설정이 웃음에서 자연스럽게 멜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만의 비밀로 싹트게 된 친밀감.

 

하지만 이미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가깝게 된 표나리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가슴앓이만 하는 이화신은 짠 내나는 캐릭터가 된다. 유방암으로 아픈 가슴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가슴앓이가 더 아픈 캐릭터.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친구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이화신을 연기하는 조정석은 그러나 그저 눈물 짜는 캐릭터로 이화신을 만들지 않는다. 마치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찌질하게 구는 그 캐릭터는 본인은 슬프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묘한 인물이 된다. 조정석의 연기가 코미디와 짠 내가 결합된 지점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걸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는 제대로 증명해낸다.

 

하지만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으로 설레게 만들던 조정석의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가 자신 때문에 유방암이라는 사실이 방송국에 알려지고 그것이 그녀의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커밍아웃한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도 유방암 환자입니다.”

 

그는 남성 유방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고 그러나 그들이 겪는 편견들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털어놓는다. “암 투병만으로도 힘든데 남성성에 대한 편견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소수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보면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또 나아가 자신 같은 소수의 남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그 불편할 수 있는 커밍아웃을 하는 것. 그의 유방암 이야기는 이제 사회적 의제가 된다.

 

물론 캐릭터가 좋아서 조정석이라는 연기자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훨훨 날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이 드라마의 이화신이라는 코미디부터 멜로 나아가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때론 짠하고 때론 참을 수 없이 웃긴 이 캐릭터를 200% 연기할 연기자도 조정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그는 가슴 연기의 대가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아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연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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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함에 대한 공감, <질투> 조정석과 <이번 주> 이선균

 

JTBC 새로운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는 남편의 찌질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온 문자메시지에서 호텔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본 도현우(이선균)는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지고 그 문자메시지에 담겨진 호텔에서 만나자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10년 차 별 볼일 없는 외주프로덕션 PD로 생활해오고 있는 도현우는 마침 불륜 남녀를 소재로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조차 참아내기 어렵게 된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기를 내 아내에게 그걸 캐묻지도 못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글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어딘지 우리가 봐왔던 불륜 소재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내의 불륜 징후를 알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남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륜을 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나, 또 불륜에 대한 복수나 아픔을 담는 이야기하고도 다르다. 특히 남편의 불륜이 아닌 아내의 불륜을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더더욱.

 

물론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불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서 우연히 그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게 되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랑과 결혼 같은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를 발견하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어찌 보면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의 관계는 익숙해지는 만큼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배우자가 자신에게 대단한 존재인가를 깜박 잊고 살아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여기에 일종의 위기상황을 집어넣어 그 반응을 통해 잊고 있던 관계를 다시금 확인시키고 회복시키려는 실험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도현우의 찌질한 반응들이다. 아내를 의심하고 괜스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며, 흥신소를 찾아가 증거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이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감이 간다. 아내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의심스런 행동(이를테면 문자를 주고받는)을 보이면 괜스레 주변을 빙빙 돌며 유도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러면서도 결혼기념일에 모든 걸 털어내려 선물을 준비하는 남자에게서 어떤 따뜻한 인간미 같은 게 느껴진다.

 

멋지게 포장하기 보다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찌질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감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어떤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지고, 특히 이 남자 도현우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는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나 MBC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 같은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찌질한 남자들일 것이다. 잘난 척 하기보다는 떼쓰고 잘 삐치고 징징대는 남자. 과거 그 많던 멋진 실장님들이나 현대판 왕자님들하고는 너무 다른 남성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도현우 역시 바로 그런 캐릭터들 중 하나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잘난 왕자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찌질한 남자들이 차지하게 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왕자님 같은 막연한 판타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보다는 조금 찌질해도 그것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나아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커져 있다는 걸 이들 캐릭터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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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 사이에서 <질투>는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삼각관계의 관점이 독특한 드라마였다. 즉 보통의 삼각관계라고 하면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주인공이고 제3의 인물이 그 사이를 방해하는 연적으로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는 거꾸로 사랑하는 남녀를 옆에서 바라보며 아파하고 질투하는 제3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화신(조정석)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3년 간 자신을 따라 다닐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화신이 표나리(공효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가 그녀와 좋아하는 사이가 되면서다. 자꾸만 그들이 눈에 밟히고 왠지 모르지만 가슴이 두근대고 아파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이화신은 홀로 먼발치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한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되자 시청자들의 마음이 이화신쪽으로 기울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 가슴이 아파 아이처럼 투덜대고 지질하게 구는 그에게 연민과 동시에 귀여운 매력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하지만 이화신이 자신의 속내를 표나리와 고정원에게 들킨 후 본격적으로 구애를 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친구와 주먹다짐까지 하다가 셋이 함께 사는 기묘한 동거까지 하게 되면서 표나리의 마음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고정원에게 다른 여자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하던 그녀가 이화신이 혜원(서지혜)과 키스를 하고 가깝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질투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되고는 그녀 역시 자신의 사랑이 이화신을 향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되자 상황은 뒤집어진다. 이제 이화신을 향해 표나리가 애정을 갈구하게 되고, 표나리는 고정원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그를 떠난다. 이화신과 표나리가 밀고 당기며 서로의 애정전선을 확인하고 있는 달달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고정원에게 다시 기울어진다.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혼자 버림받은 그가 못내 눈에 밟히는 것이다.

 

패자의 입장에서 어떤 연민의 대상이 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만들었던 이화신이지만 이제 그 입장은 고정원이 갖게 됐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이 아쉬워지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 삼각관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복잡하게 됐다. 물론 <질투의 화신>이라는 제목에 이미 적시되어 있듯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화신일 수밖에 없지만, 그의 입장이 바뀌게 되면서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독특한 사랑(질투하며 사랑하는)의 주인공은 고정원쪽으로 옮겨가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드라마의 전개가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이제 고정원과 이화신 모두가 꽤 괜찮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 다른 한쪽을 배제하는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결코 쉽게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한쪽이 해피엔딩이면 다른 한쪽은 새드엔딩이 되니까.

 

이건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딜레마지만 동시에 그건 이 독특한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을 담아낸 사랑이 아니라 여러 관점들이 동시에 투영된 사랑. 그래서 균형 잡기가 어렵지만 그것은 어쩌면 진짜 사랑의 면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얽힌 관계에서 완벽한 해피엔딩이 어디 있겠나. 우리가 봐왔던 무수한 해피엔딩 뒤에도 숨겨진 새드엔딩이 있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드라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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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 공효진, 어떻게 양다리를 설득시켰을까

 

두 남자 사이에서 대놓고 간을 보는 여자. 여타의 멜로드라마라면 이런 여자 캐릭터는 비난받기 일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SBS <질투의 화신>의 표나리(공효진)는 다르다. 그녀는 내놓고 이화신(조정석)과 고정원(고경표)에게 자신의 마음이 두 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이화신이 양다리를 제안(?)했고 고정원도 그걸 수락함으로써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 두 남자 사이에서 대놓고 양다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캐릭터. 어떻게 이 드라마는 표나리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었을까.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사실 드라마의 앞부분을 보지 않고 세 사람이 한 집에서 동거하는 이 기묘한 상황부터 보게 된 시청자라면 이 장면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고 나아가 그 관계를 허용하는 표나리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처음부터 들여다본 시청자라면 다르다. 그들이 어쩌다 그런 복잡 미묘한 관계가 되었는가를 누구나 수긍하게 된다. 이건 이 드라마를 쓴 서숙향 작가가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흘러왔는가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뤘는지를 말해준다.

 

이화신을 짝사랑하지만 늘 퇴짜만 맞고 구박받던 표나리가 고정원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차츰 이화신의 질투를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이화신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피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으며, 뒤늦게 이화신의 사랑을 확인한 표나리가 이미 고정원과 가까워짐으로써 두 사람의 우정을 위해 둘 다 포기하려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도 담겨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화신과 고정원이 지금의 동거 상황까지를 만들어낸 것.

 

그 속에서 표나리는 두 사람에게 공평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양다리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의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저 스스로는 두 사람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나은가를 가늠해본다. 여기서 표나리의 미묘하고도 섬세한 내면이 드러난다. 즉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돈도 많은 데다 젠틀하고 성숙해 보이는 고정원이 사실상 모든 면에서 이화신보다 나아보이는 게 사실이고 정반대로 이화신은 투덜대고 자기 위주인데다 툭 하면 싸우기 일쑤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이화신쪽으로 기울어가는 것. 그걸 증명하는 건 다름 아닌 질투.

 

밤마다 고정원의 집을 무단으로 찾아오는 금수정(박환희)을 그가 집까지 바래다주는 걸 알게 된 표나리는 그러나 이렇다 할 마음의 동요를 갖지 않는다. 질투의 마음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자신의 양다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덜어졌다는 것. 하지만 이화신이 자신의 어머니와 식사를 하자고 애원했음에도 표나리가 고정원의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제 관두자며 집을 나가버리자 그녀는 마음이 쓰인다. 부랴부랴 방송국을 찾은 표나리는 마침 이화신에게 키스하는 홍혜원(서지혜)을 목격하며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어찌 보면 간 보는 여자 캐릭터로 지탄받을 수도 있고, 또 생각과 마음이 달리 움직여 두 남자를 괴롭게 만드는 그녀가 민폐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표나리의 갈팡질팡은 그런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감정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크다. 생각으로는 고정원이 여러 모로 더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마음은 이화신을 향해 가는 그 심리가 이해된다는 것.

 

<질투의 화신>은 질투가 사랑을 증명한다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러니 사랑을 사랑으로 표현하는 연기보다 이렇게 질투를 하고 화를 내고 지질하게 굴며 아이처럼 투정부리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연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조정석이라는 연기자를 새롭게 보게 된 이유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에서 생각은 고정원을 향해 가지만 마음은 이화신을 향해 기울어지는 그 복잡 미묘한 표나리의 감정을 연기하는 공효진 역시 그 연기가 조정석만큼 섬세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질투는 그래서 두 감정 사이에서 사랑을 확인시키는 증표가 된다. 그러고 보면 질투로 사랑을 표현해낸 조정석만큼, 생각과 마음이 갈라지는 그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공효진 역시 이 작품의 하드캐리였던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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