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오·진희경, 묵묵히 청춘 지지하는 ‘쌈마이’의 숨은 주역들

격투기 데뷔 무대에서 허무할 정도로 쉽게 상대를 무너뜨리고 링에서 내려오는 고동만(박서준)을 보는 코치 황장호(김성오)는 금세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던 고동만의 돌려차기 한 방이 마치 그의 가슴을 강타한 것처럼 그를 먹먹하게 만들었죠. 붉게 충혈되어버린 그의 눈은 그간 그가 얼마나 이 고동만이라는 청춘의 비상을 보기를 바랐는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습니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는 청춘 멜로를 담고 있지만, 그 청춘들만큼 주목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고동만의 코치 황장호가 그렇죠. 누구보다 고동만의 재능을 잘 알고 있던 코치였기에 그가 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부정 시합을 하고 그게 발각되어 더 이상 태권도를 할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운 그였습니다. 이종격투기 도장을 연 황장호는 그래서 마치 구애라도 하듯 고동만을 따라다니며 그가 격투기로 제2의 인생을 열기를 바라죠. 

고동만을 지원하기 위해 순대 장사를 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황장호는 그렇다고 고동만에게 그런 자신을 생색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인물도 아니죠. 그저 묵묵히 옆에서 고동만을 지원해주며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김탁수(김건우) 같은 금수저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위해 기자를 동원할 줄도 압니다. 돈에 의해 승부조차 조작되는 냉정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서야 한다고 말하는 황장호. 고동만이라는 청춘에 대한 지지만큼, 그를 지지하는 황장호라는 어른을 지지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그런 점들 때문이 아닐까요. 

<쌈마이웨이>에는 또한 전지적 건물주 황복희(진희경) 같은 미스터리하지만 매력적인 어른도 있습니다. 흔히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일컫는 현실이지만, 전혀 건물주 같지 않은 모습으로 건물 곳곳을 직접 손보는 이 걸크러시가 느껴지는 어른은 이 건물에 사는 청춘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며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합니다. 백화점에서 최애라(김지원)가 VIP에게 갑질을 당하자 백화점 점장을 찾아가 그 VIP를 아예 제명시켜버리는 인물이죠. 또 고동만과의 대결을 피하려는 김탁수가 황장호가 운영하는 도장이 있는 건물을 아예 인수해 도장 자체를 없애려 하자 자신이 먼저 인수해 계속 도장이 운영될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백수가 되어버린 고동만과 최애라에게 “일하지 않는 자들이 가장 한심하다”고 콕 찌르는 한편, 그 청춘들이 갑질하는 현실 앞에서 억울하게 무릎 꿇는 일이 없도록 이에 맞서는 어른입니다. 그녀는 마치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키다리 아줌마 같죠. 고동만과 최애라 둘 중 누군가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미스터리한 인물이지만, 그 진짜 정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녀가 주는 진정한 어른에 대한 판타지입니다. 할 말은 하면서도 청춘들이 현실 앞에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는 것에는 맞서는 어른.

<쌈마이웨이>는 그 청춘들의 모습이 자꾸만 설레고 또 예뻐 보이는 드라마지만, 그것을 뒤에서 보이지 않게 지지해주는 어른들에 대한 판타지 역시 적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청춘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정정당당하게 살 수 있는 현실적 바탕으로 위해 싸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요. 황장호와 황복희가 이 청춘들을 위해 드러내지 않고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어른들이 현실에도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쌈마이웨이’ 김지원, 신데렐라 걷어차고 내 길 간다

“무빈 씨 생각엔 백마 태워 호강시켜 주길 바라는 여자들이 세상에 널렸을 거 같은가 본데 그 신데렐라는 이제 드라마에서도 안 먹혀요. 진짜 현실에선요, 자기 인생 피 터지게 사는 자수성가 또라이형 여자들이 수두룩 짱짱하다고. 그니까 유리구두! 개나 주라고!”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최애라(김지원)은 박무빈(최우식)이 선물한 구두를 벗어던졌다. 사실은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도 자신을 사귀어온 박무빈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데렐라가 되게 해주겠다며 그가 사준 구두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갔던 길을 돌아온다. 그녀를 걱정해 찾아온 고동만(박서준)은 떨고 있는 그녀를 안아주며 분노하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가슴이 떨린다.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보통의 멜로와 어떻게 결이 다른가를 정확히 보여준다. 최애라가 대사로 얘기했듯이 이제 더 이상 ‘신데렐라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먹히지 않는 시대다. 그렇게 된 건 ‘인생 피 터지게 사는 자수성가 또라이형 여자들’이 현실에는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에 신데렐라가 가당키나 한 판타지인가.

<쌈마이웨이>가 청춘멜로의 전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 안에 ‘갑질하는 현실’의 그림자를 제대로 드리워놓고 있어서다. 최애라도 고동만도 갑질을 당하는 건 ‘일’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터에서 이른바 비정규직으로 아무렇게나 쓰다 버려지지만, 그런 갑질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진다. 

박무빈이 최애라에게 이끌리게 된 계기를 보라. “걔가 좀 나대잖아요? 쥐뿔도 없는 놈이 항상 신나 있고. 그게 거슬린다.”고 말하는 박무빈에게서 느껴지는 건 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이다. 그는 단지 고동만처럼 ‘없는 놈’이 항상 즐겁게 살아가는 꼴이 거슬려 그의 것을 빼앗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 

일터에서 청춘들이 일상처럼 만나는 갑질은 이제 남녀 간의 사랑에도 끼어들었다. 과거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부자들에 의해 신데렐라가 되는 여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면, <쌈마이웨이>는 보기 좋게 그 유리구두의 판타지를 부숴버린다. 그렇게 드러난 실체는 달달하기는커녕 너무나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것은 고동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차례 헤어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기를 반복하며 그 지독한 현실의 신데렐라가 된 박혜란(이엘리야)은 뻔뻔하게도 다시 고동만 앞에 나타나 그를 자기남자로 만들려 한다. 그녀는 이제 고동만을 위해 뭐든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건 그녀가 이제 돈이면 사랑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 그랬으므로.

하지만 고동만도 최애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고동만은 박혜란에게 자꾸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최애라는 박무빈이 만들어주겠다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벗어던진다. 그래서 그들은 오롯이 맨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돈과는 상관없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지켜낸다. 이 맨발의 청춘이 현실에 치여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줄 모르는 그 모습이 못내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건 그래서다. 

일도 사랑도 갑질 투성이인 세상, <쌈마이웨이>는 쌈마이 취급을 받아도 마이웨이를 걷는 청춘이 더 당당하다고 말한다. 그 당당한 <쌈마이웨이>에 대한 지지의 마음이 깔려 있어 이 청춘멜로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갑질 세상에 날릴 통렬한 돌려차기를 기대하게 된다.

‘쌈마이웨이’ 박서준·김지원, 신데렐라 아닌 흙수저들의 연대

도대체 이 청춘들은 왜 이렇게 처연하면서도 예뻐 보일까.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가 청춘멜로라는 장르로 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아마도 이처럼 마음 속 깊이 응원해주고픈 예쁜 청춘들의 면면 때문일 게다. 3회 만에 10%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겨버린 이 청춘멜로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웃음이 나오다가도 짠해지고, 그 짠한 마음이 이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며, 나아가 이 흙수저들의 연대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쌈마이웨이>가 가진 특별한 힘은 이들이 처한 흙수저들의 현실에서부터 비롯된다. 가난한 집안, 동생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승부조작을 하게 된 동만(박서준)은 그 일 때문에 태권도를 더 이상 못하고 진드기 박멸하는 일을 하며 산다.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가 꿈인 애라(김지원)는 스펙도 배경도 없어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원하는 삶이 아니다. 

옛 코치였던 황장호(김성오)로부터 격투기를 할 의향이 없냐는 제안을 받고 동만은 새삼 가슴이 뛰고, 애라는 사내방송팀에서 안내방송을 잠깐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어했으나 그 자리조차 연줄이 없으면 잡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절망한다. 결국 동만은 진드기 대신 격투기를 선택하고, 좌절된 방송의 꿈 앞에 무너져 내린 애라는 동만에 기대 눈물을 흘린다. 

<쌈마이웨이>의 이 흙수저 청춘들은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난 친구들이라는 든든한 빽으로 이 힘겨운 현실을 버텨낸다. 동만과 애라 그리고 주만(안재홍)과 설희(송하윤)는 옥상에 마련된 자신들만의 아지트에서 술을 마시며 마치 아잇적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흙수저의 현실 앞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청춘들의 관계는 친구 관계를 슬금슬금 넘어 이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것을 새삼 알아차리게 되는 건 그들 앞에 금수저들이 다가와 호감을 드러내면서다. 동기의 결혼식에서 한 때의 시비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의사 박무빈(최우식)이 애라에게 대놓고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동만은 자꾸만 그게 마음에 쓰인다. 동만에게 옛 애인이었던 혜란(이엘리야)이 또 나타나자 애라는 그녀를 막아선다.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청춘 멜로에 가끔 등장하던 신데렐라 이야기 따위는 지워버린다. 신발을 선물하는 박무빈 앞에서 애라는 아무런 설렘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자꾸만 자신을 터치하는 동만에게 자꾸 그러면 자신이 착각하게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건 애라가 그를 남자로서 점점 마음에 담고 있다는 뜻이다. 설희가 홈쇼핑 방송을 녹화 중에 체리가 목에 걸려 쓰러지자 주만은 마치 왕자님처럼 달려가 그녀를 구하고 테이블 위에 눕힌 채 인공호흡을 한다. 그 장면이 설희에게는 마치 백설공주의 한 장면처럼 오버랩된다. 물론 그것 역시 왕자님에게 천거되는 백설공주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많은 드라마들이 빈부 격차의 남녀를 세워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이야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놓던 것을 간단히 뒤집어버린다. 그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흙수저들끼리 서로 지지해가며 스스로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나가려 한다. 그것은 꿈에 대한 것이나 사랑에 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쳇말로 ‘쌈마이’ 같은 청춘이지만, 그래도 ‘마이웨이’를 간다는 의미가 담긴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우리네 청춘의 현실이 주는 무게감 속에서도 서로 사랑해가며 무너지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그 과정을 그린다. 힘겨워도 웃으며 서로 어깨를 내어주는 그 모습들은 그래서 짠하면서도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다가온다. 

아마도 <쌈마이웨이>는 청춘들에게는 공감 가는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중년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마음을 잡아끄는 건 거기 담겨진 어떤 부채감 때문이다. 저들이 겪고 있는 저 어려운 현실들이 어찌 보면 이전 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잘못된 결과라는 부채감.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지의 마음은 더욱 커진다.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청춘 멜로 <쌈마이웨이>가 가진 특별한 힘의 원천이 아닐까.

‘쌈마이웨이’, 이 짠한 청춘들에게 기꺼이 빠져드는 까닭

이건 우정일까 사랑일까. 저건 쌈일까 썸일까. KBS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과 최애라(김지원)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사이.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남녀로서의 연애감정이라는 건 애초에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 보인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기 일쑤고, 쏘아붙이는 건 일상이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그런데 그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듯 보이지만 상대방에 곤경에 처하거나 무시를 당하는 걸 보면 그들은 마치 자기 일인 양 나선다.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절망할 때도,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가 그녀의 실체가 발각되어 남자들에게 무시를 당할 때도 최애라는 고동만을 찾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동만은 귀찮아하면서도 최애라에게 달려간다. 그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주는 우정처럼 보이지만, 슬쩍 슬쩍 선을 넘어 사랑 같은 감정이 뒤섞인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 둘 다 꿈에서 멀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고, 그래서 상대방이 현실 앞에서 무시당할 때 마치 자기가 무시당하는 것처럼 화를 낸다. 무시당할 사람이 아니라고 상대방에게 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자기에게 하는 말처럼도 들린다. 

<쌈, 마이웨이>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현실이 ‘쌈마이’라도 ‘마이웨이’를 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슨 일인지 과거에 저지른 한 번의 실수로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에서 멀어져 버린 고동만은 근근이 살아가지만 여전히 태권도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유일하게 인정해주는 코치의 도장 주변을 뱅뱅 돈다. 태권도에서 격투기로의 전향을 생각하며. 

한 때는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를 꿈꿨던 최애라는 어쩌다 보니 백화점에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안내 일을 하고 있다.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이크를 잡고 싶지만 이 청춘에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고동만의 돌려차기와 최애라의 마이크. 그들이 꿈꿨지만 주어지지 않은 이 두 가지는 <쌈, 마이웨이>가 깔아놓고 있는 청춘들의 현실을 담아낸다. 

짠한 현실 앞에서 이 청춘들은 서로를 지지해준다. 눈물 흘리는 친구를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히 우정이라 생각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서는 결코 우정의 차원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이 <쌈, 마이웨이>가 갖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에 덧붙여진 멜로가 피어나는 곳이다. 

<쌈, 마이웨이>는 특별한 소재나 대단히 놀라운 이야기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범해 보이는 이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건 아마도 이 청춘들을 지지하고픈 마음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는 저마다 큰 꿈을 꾸고 있었지만 어쩌다 현실에 날개가 꺾인 청춘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지의 마음은 마치 고동만과 최애라가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빙의하게 해준다. 이것이 짠하지만 설레는 이 청춘멜로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다.

<싸우자 귀신아>, 인물의 매력 없이 이야기는 의미 없다

 

tvN <싸우자 귀신아>는 어째서 갈수록 힘이 빠질까. 이야기의 흥미로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의 썸이란 설정 또한 독특하다. 게다가 매 회 귀신과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도 볼거리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이 짝을 이뤄 귀신을 물리치고, 둘 사이에 밀고 당기는 청춘 멜로도 있으며, 또 귀신보다 더 소름끼치는 인물의 미스테리하고 공포스러운 행적이 깔려 있어 그와의 일전 또한 기대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싸우자 귀신아>는 이상하게도 끌리지는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첫 회 시청률 4.055%(닐슨 코리아)로 시작하며 잔뜩 기대감을 줬던 <싸우자 귀신아>는 지금 3.4%로 떨어졌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싸우자 귀신아>의 경우 시청자들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요소들이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을 떠올려 보라. 평이해 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였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남자 주인공의 설정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다음 회를 꼭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그 흐름이 너무 평이하다. 즉 매회 귀신이 출몰하고 퇴마를 하며 두 사람의 밀당이 반복된다. 박봉팔(옥택연)이 대학 선배인 임서연(백서이)을 짝사랑하고, 그런 박봉팔을 귀신 김현지(박소현)가 따라다니며 질투하며 그들 사이에 어딘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혜성(권율)이 끼어 있는 멜로 구도는 그것이 귀신이 엮여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해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멜로 구도 역시 평이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박봉팔이나 김현지에게서 그다지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박봉팔이란 인물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지 좀스러워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인물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아픔이 느껴지는 캐릭터도 아니고 타인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귀신을 보고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캐릭터의 특징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끌 수가 없다.

 

김현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큼 발랄한 귀신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좋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만큼 끌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로서 동 세대의 여성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귀신이니 취업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그런 캐릭터도 아니다.

 

오히려 <싸우자 귀신아>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어설픈 미스테리 동아리 회장 최천상(강기영)과 부회장인 김인랑(이다윗)이다. 이 두 사람은 선배지만 박봉팔 앞에서는 마치 후배처럼 소심해지고, 귀신을 추적하지만 막상 귀신 앞에서는 오금을 저리며, 어딘지 불쌍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나는 감초 콤비로 드라마에 톡톡한 매력을 부가하고 있다.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옥택연이나 김소현은 무난하게 연기를 해내며 성장하는 연기자들인 건 맞지만 아직 둘 다 주연으로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은 어쨌든 드라마의 끌림을 만들어내는 매력을 그 캐릭터의 면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옥택연과 김소현의 연기는 그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건 캐릭터 문제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는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건 캐릭터의 매력이다. 스토리가 참신하지 못하다고 해도 캐릭터가 참신하면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아무리 기상천외해도 캐릭터가 참신하지 못하면 드라마가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싸우자 귀신아>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캐릭터의 매력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청춘멜로의 가벼움과 사극의 진지함은 어떻게 만났을까

청춘 사극. 이 조어는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청춘'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하이틴 로맨스적인 가벼움과 사극이 가진 어딘지 진중한 분위기는 부딪치는 점이 많다. 이 조어가 그다지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최근 사극이 가진 특유의 퓨전 가능성 덕분일 뿐이다. 즉 이 '청춘 사극'은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성균관 스캔들'을 단 한 마디로 말하라면 주저 없이 '청춘 사극'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어려운 조합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남장여자'라는 열쇠다. 이미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는 청춘 멜로에서 '남장여자'라는 콘셉트가 가진 힘을 우리는 이미 발견했다. 꽃미남들의 세계로 '남장여자'가 들어감으로 해서 벌어질 수 있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소용돌이는 청춘 멜로로서의 한 극점을 그려냈다. '성균관 스캔들'이 이 청춘 멜로의 '남장여자'를 조선시대 성균관으로 끌고 온 의도는 명백하다. 사극이라는 공간에서 청춘 멜로를 극대화 해보겠다는 것. 꽃선비들이 넘쳐나는 그 곳에서 같은 기숙사 방을 써가면서. 그것도 옷깃만 스쳐도 두근거리는 조선이라는 시대적 정서 속에서라면 더더욱.

그 남장여자라는 마법의 열쇠로 인해 "나 구용하다"라는 말 한 마디로 여성보다 더 예쁜 미모(?)를 가진 그 유쾌한 구용하(송중기) 캐릭터가 탄생했다. 또 '걸오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겉은 짐승남이나 속은 수줍은 소년인 문재신(유아인), 그리고 앞뒤 꽉 막힌 선비에서 사랑을 알아가는 이선준(믹키유천)이 탄생했고, 그들이 서로 가슴 졸이며 사랑했던 여인 김윤희(박민영)와의 두근두근 청춘 멜로가 탄생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었다면 '성균관 스캔들'은 그저 사극판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성균관 스캔들'은 남장여자라는 열쇠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을 포착해낸다. 여자가 남장여자 행세를 해야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개혁의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다. 비록 남자 행세를 하는 여자로 대변되어 있지만 이 개혁의 그림은 이미 정조(조성하)가 화성천도의 뜻으로 말한 대로 '남녀귀천 없는 세상'이다.

이 주제의식은 김윤희가 금등지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김윤희에게 배움을 주려 노력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단서로 제공한 퍼즐 위에 쓰여진 글귀 '문(門)'은 성별과 귀천에 따라 닫혀버리는 이 시대의 문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조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찾았던 금등지사가 묻혀진 곳이 성균관에서 반촌으로 난 문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 문은 '조선의 가장 천한 이를 향해 열린 곳'이고 '배움이 향하는 곳'이며 '나라가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남장여자의 또 다른 측면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성균관 스캔들'은 청춘 멜로의 가벼움 위에서도 사극에 걸맞는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모든 일을 해결한 잘금4인방이 한 방에서 술을 마시고 한 방에 어우러져 잠을 자는 모습은 그래서 청춘 멜로의 한 장면처럼도 보이지만, 양반(이선준), 중인(구용하), 여성(김윤희), 혁명가(문재신)가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상징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성균관 스캔들'은 말 그대로 '청춘'에 '사극'을 잘 이어붙인 '청춘사극'의 새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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