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말해준다, 숨어있는 그들과 당당한 이들

 

최순득(최순실 언니)씨가 유명한 연예인 축구단이 있어요, 회오리 축구단이라고. 여기를 다니면서 밥을 사줍니다. 그래서 연예계 자락을 쫙 만들어놔요.” “국제 행사에 최순실 씨하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그 가수가 국제 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되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이야기는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라인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사진출처:이준 SNS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몇몇 가수들과 기획사 대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를 덧붙였고 이에 대해 지목된 가수 몇몇은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연예인논란이 불거졌고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최순득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24일자 동아일보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매년 김장철에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해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모임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이제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30대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조카로 알려진 장시호의 인맥 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장시호 연예인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그 인맥에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광범위했다는 것. 이번에 구속된 차은택 역시 장시호 연예인 인맥 중 하나였다고 한다. 3주 전 폐쇄된 장시호의 SNS에는 그녀의 연예인 인맥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남겨 있었는데, 23일 뉴시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가수 A씨와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혼성그룹 멤버 B, 영화배우 C, 방송인 D씨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장씨와 오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존재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것이 결국 특혜로 이어졌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들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이고 있는 반면, 당당하게 촛불을 들고 이번 사태의 규탄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의 할 말은 하고, 할 행동은 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 팬 단체 관람회에 참석해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정우성은, 한때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라. 그들이 지은 것이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왔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 그 역할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의연하게 이 영화의 캐릭터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센스있는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촛불 집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촛불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올린 연예인들도 있다. 신현준, 김동완, 허지웅, 이준, 유아인, 이기우-이청아 커플, 남보라, 치타, 솔비, 김효진 등등. 그들은 촛불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각자 소신 발언도 남기는 등 이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건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그 소신 행동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시국을 만나면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번 시국에서 누군가는 AB씨로 일컬어지며 저 모자이크 뒤편으로 숨게 됐지만, 누군가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밀고 대중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이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연예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삼시세끼>, 게스트 없어도 보여줄 건 많다

 

모두가 잠든 <삼시세끼> 옥순봉의 새벽. 카메라는 뜬금없이 부지런한 꿀벌 치타와 함께 여름꽃 탐방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양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벌집이 그저 꿀만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건 그 많은 꿀벌들에게 치타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카메라는 먼저 벌집을 부지런히 드나드는 치타를 보여준 후, 옥순봉을 부감으로 찍어 곳곳에 자라나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의 분포를 CG로 그려 넣는다. 그리고 소개되는 꽃들. 계란프라이 모양이라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는 개망초를 보여주며, ‘옹심이 꽃다발의 주역이라는 자막이 추가된다. 뒤뜰에 핀 봉선화, 앞문에 핀 홑왕원추리. 홑왕원추리는 밤에 잎을 움츠렸다 새벽에 다시 피는 부지런한 친구.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꿀벌 치타의 시선은 좀 더 먼 곳까지 날아간다. 윗마을에 핀 여름 꽃들. 왕관을 닮은 베르가못이 카메라로 비춰질 때 꿀벌 하나가 꽃잎 옆으로 쑥 나온다. 그리고 붙여진 자막, ‘제가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는 지금 치타가 시청자들에게 옥순봉에 자라나는 여름 꽃들을 가이드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치타에게는 꿀맛이라는 접시꽃 장면이 이어지고 얇디얇은 개양귀비와 초여름 딱 100일만 핀다는 백일홍이 소개된다.

 

개울가로 내려가면 꽃반지 만들기에 딱인 토끼풀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엉겅퀴, 강아지풀, 흰전동싸리, 코스모스들이 만발했다. 자막이 말해주듯 부지런한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면 게으름뱅이들은 자다 깨도 못 볼여름 풍경들이다.

 

꿀벌을 의인화하고, 그 시선을 따라가 소개되는 옥순봉의 야생화들. 이것은 우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거나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는 배경에 불과했을 생명들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만 보이는 자연이 꿈틀대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마도 그렇게 꿀벌이 야생화로부터 얻어온 꿀들은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안을 달콤하게 적셔줄 것이다. 그러니 새삼 꿀벌들과 야생화들이 새롭게 보일 밖에.

 

하루 동안 게스트도 없고 미션도 없이 지내며 이서진과 옥택연은 이상한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즉 늘 게스트들이 와서 무언가를 만들고, 나영석 PD가 다음 끼니를 지시하는 것이 사라지자 이서진이 말하듯 저 <쇼생크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겪은 감옥 밖의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은 그만큼 <삼시세끼>가 꽤 많은 것들을 겪으며 이제는 그 첫 발에서 한참 멀리 떠나와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본래 그들에게는 그렇게 덩그라니 집 한 채에 두 사람 그리고 넉넉한 시간만이 있지 않았던가.

 

깜짝 등장한 최지우가 게스트가 아닌 안방마님으로서 들어온 건 오히려 그렇게 멀리 온 그들을 일깨우기 위함처럼 보인다. 최지우는 대놓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며 느꼈던 것들을 쏟아내며 초심을 잃었다는 둥, ‘너무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둥의 귀여운 핀잔을 준다. 그리고 술 한 잔을 함께 하며 이서진에게 오빠 일 좀 해라며 맨날 게스트 시키고 택연이만 시킨다고 몰아세운다.

 

그러자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 슬쩍 비춰진다. 일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할 줄 알면 자기도 열심히 한다는 것. 택연이 노력해서 요리가 많이 늘지 않았냐고 최지우가 말하자 자기만 아는 거라며 하나도 안 늘었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다. 좀 더 그럴듯한 음식을 해내려고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대충대충 하며 투덜대기 좋아하는 귀차니스트의 모습.

 

사실 최지우가 오기 전까지 게스트도 없고 특별한 미션도 없는 하루 동안 프로그램은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줬다. 밍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이서진과 옥택연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었고, 답답해하는 잭슨을 풀밭으로 데려가 잠시 쉬게 하는 모습이나, 우연히 이서진이 발견한 지렁이 한 마리를 마틸다의 특식으로 넣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해 보여도 <삼시세끼>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었다.

 

<삼시세끼>에서도 게스트는 필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게스트들에 너무 집중하고, 그들 역시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게 된다거나 그래서 음식 만들기에 너무 골몰하기 시작하면 <삼시세끼>는 그 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줄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손님이 찾아오거나 그렇게 한때는 손님으로 왔다가 이제는 안주인처럼 친해진 최지우 같은 인물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만이 보여주곤 했던 그 특별한 일상의 면면들을 놓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야생화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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