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족, 성별구분 없는 사회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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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야생버라이어티쇼 ‘1박2일’의 한 장면. 야생과는 어울리지 않을 곱상한 외모의 이승기가 한 겨울 손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물을 받아놓고 머리를 감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촬영 동안은 세수조차 하지 않는 부스스한 얼굴의 다른 멤버들은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이 추운 날씨에 머리까지 감을 마음이 나느냐는 것. 처음 이승기가 이 야생에서의 하룻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했던 대중이라면 차츰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트렌드였고 이승기라는 캐릭터는 그 트렌드가 아무리 야생이라 해도 지켜질 만큼 이제 일상이 되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승기는 여성 못지 않게 몸을 가꾸고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남성들, 즉 그루밍족들의 표상으로서 이 걸맞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 속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그것은 남성들에게는 공감이었고, 여성들에게는 기호였다.

예쁜 남자, 강한 여자 신드롬
예쁜 남자, 즉 꽃미남 신드롬이 솔솔 불어오는 와중에 몸짱 아줌마가 등장한 사실은 사회적으로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왕의 남자’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던 이준기가 꽃미남 열풍을 이끌면서 여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CF(예를 들면 화장품 같은)에 남성들이 속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이 운동으로 다져진 몸짱 아줌마의 출연은 여성들의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이어트 비디오를 찍어왔던 그간의 연예인들이 주로 요가 같은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운동을 했다면, 몸짱 아줌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져 왔던 헬스클럽에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과거 미스코리아는 미용실로 가고 미스터코리아는 헬스클럽에 모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남녀가 모두 헬스클럽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똑같은 덤벨과 벤치프레스로 근육을 만드는 시대로의 이행을 표상하는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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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녀는 중년이라는 나이마저 거꾸러뜨림으로서 이 시대의 변화 속도를 종과 횡으로 뛰어넘었다. 즉 수명연장으로 인해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의 속도를 그 문화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데서 생겨나는 충돌과 함께, 성별의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속도를 거꾸로 몸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충돌을 모두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이로써 그녀는 강한 여자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른바 미중년은 바로 이 두 속도 즉 달라진 나이와 성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교차점에서 등장한 새로운 종족이다.

동성애 코드 속에 숨겨진 성별의식의 변화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성별의식의 변화는 어떤 중간지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바로 그 중간지대에서 발견되는 것은 동성애 코드 컨텐츠들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다.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층을 얻은 이안 감독의 동성애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은 사실상 마초적인 남성성의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대표적인 영화였다. 마초의 상징이었던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다룸으로써 그 마초 이미지가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동성애 영화들에 대한 지지가 동성애 자체에 대한 시각의 수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며 따라서 본격적인 동성애 컨텐츠는 대중적인 기호와는 거리가 멀다. ‘브로크백마운틴’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서 동성애 코드(동성애를 직접 다룬 것이 아닌 그걸 차용한) 컨텐츠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분명하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 컨텐츠는 아니지만 동성애 코드를 잘 활용해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되는 것은 역시 예쁜 남자들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말 그대로 프린스들이 커피를 파는(전적으로 여성들을 위해!) 공간 속에 여성을 포진시키기 위해 남장을 시킨 드라마다. 하나도 아닌 여럿의 프린스들과 동료로서 연인으로서 일한다는 이 설정이 수많은 이 땅의 달라진 성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이다.

여성들에게 간택받는 남자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성들을 이렇게 변화시켜 놓았을까. 그 변화의 요인은 육체노동이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정보화 시대 속에서 달라진 남녀의 위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찰스 다윈은 성 선택 이론을 말하면서 ‘남자는 과시하고, 여자는 선택한다’는 말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소개한 바 있다. 흔히 마초적인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여성은 늘 남성을 선택해왔고 단지 그 기호가 마초적인 강한 남성에서 부드럽고 아름다운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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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문명화되어 자연적인 위협 요소들이 많았던 과거에는 여러모로 여성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강한 힘의 남성이 선택되었지만, 이제 문명화된 사회에서 강한 남성은 시대착오적 유물이 되었다.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을 필요가 없어진 여성들은 남성의 존재가치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거나 아니면 유희의 대상이거나 심지어는 종족보존의 대상 정도로까지 축소시킨다. 최근에는 배우자 없는 출산을 하는 비혼모(결혼은 원치 않지만 아이를 원하는 미스맘)가 등장하면서 종족보존에 있어서조차도 남성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기호에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여성들이 원하는 모습으로의 변화는 이 상황에서는 거의 생존이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의해 교육되는 성별 없는 사회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지나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본 결과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속박하는 관계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라는 공평한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혹은 바라보길 원하는) 존재가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외적인 야생조건 속에서 그 균형이 깨져 있었다면 지금은 바로 그 균형이 맞춰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그녀의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편견의 역사’에서 “남성이 된다거나 여성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종의 지위, 사회적 위치, 문화적 역할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성별의식이란 사회적인 교육의 산물이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미디어들이 보여주는 달라진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가 성별 없는 사회를 향한 교육적 기능을 어느 정도는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우보이들의 상징이자 전유물이었던 청바지가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듯이, 이제 성별 의식이란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루밍족은 바로 그 성별구분 없는 사회로 가는 변화의 징후를 보여준다.
<본 원고는 삼성홈페이지(www.samsung.co.kr) 미디어 삼성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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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커프’

그동안 드라마 속의 여성 캐릭터들이 진화를 거듭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현실이라는 축이 존재했다. 그들은 남성들의 낙점을 기다리던 수동적인 신데렐라에서 차츰 씩씩하고 생활력 강한 능동적인 존재로 변모해왔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남성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나이가 되기도 했고(‘여우야 뭐하니’,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등), 촌스러운 이름이나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와 내면(‘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이 되기도 했다. 물론 빈부의 차이나, 태생의 문제는 대부분의 트렌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그것들은 형태만 달랐지 결국 모두 남성성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무엇이 여성들을 꿈꾸게 했나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이들 남성성의 그늘(제도) 안에서 꿈꾸던 여성시청자들을 오롯이 여성 자신에 집중시키면서 꿈꾸게 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성들이 꿈꾸는 곳이다. 그곳에는 저 트렌디 드라마에서 아직 왕도 되지 않은 왕자가 왕처럼 권위적인 폼을 잡는 그런 얼치기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빈부, 사회적 위치, 나이, 외모, 심지어는 성별까지 그 어느 것도 편견이나 선입견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질 순수의 왕자들이 그 곳에는 소년처럼 여성들을 기다리고 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기초 얼개는 그러니까 이 여성들을 꿈꾸게 만드는 왕자들이 존재하는 카페 공간이 된다. 그 곳을 남장여자, 고은찬(윤은혜)이 기웃거린다. 그녀는 사실상 현실 사회에서라면 가질 수 있는 모든 편견을 짊어진 여성 캐릭터. 번듯한 집안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며,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성격이 여성스러운 것도 아닌 이 여성은 그러나 남장을 하는 순간, 그 모든 편견이 사라진다. ‘남자니까’라는 한 마디로 해결되는 이 상황은 정확히 작가가 여성 주인공을 남장을 시키면서까지 뒤집고 싶은 대상을 드러내준다.

그런데 이 남장여자가 들어간 ‘커피 프린스 1호점’ 역시 작가의 욕망이 투사된 공간이다. 편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왕자들로 가득한 이 곳은 따라서 여성들의 꿈의 공간이 된다. 현실에서 가장 낮게 취급되던 캐릭터가 모든 것을 꿈꾸고 이룰 수 있는 공간이 그곳이니까. 가족을 부양하는 일로 꿈 자체가 ‘엄마와 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던 이 소녀는 바리스타라는 그 이상의 꿈을 갖게된다. 최한결(공유)이라는 잘 생기고, 예의바르고, 능력 있고, 부자이면서도 라면은 냄비뚜껑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걸 알 정도로 털털한 왕자가 자신을 (남자라고 오인하면서도) 사랑하게 된다. 무엇보다 멋진 건, 하나 하나가 다 왕자의 면면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
은찬이 여자라는 게 드러난 이후 드라마는 조금 긴장감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 후반부야말로 이 드라마의 의미를 더 깊게 해주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청춘 멜로 드라마들이 사랑의 결실과 함께 끝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이 부분에서 일을 끄집어낸다. 일과 사랑이라는 현실적인 부딪침을 그러나 드라마는 역시 여성들이 꿈꾸는 방향으로 틀어간다. 한결이란 왕자는 은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네가 뭔가를 포기하게 되는 건 싫어.” 이 말은 정확히 지금 현재의 워킹우먼들이 희구하는 꿈을 찍어낸다.

한결-은찬 라인과 동시에 움직이던 한성(이선균)-유주(채정안)라인은 애초부터 이 부분을 건드려왔다. 일과 사랑은 현대 여성들이 이루고 싶은 두 마리 토끼다. 현실은 그 두 토끼를 잡는 것을 그리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으며 거기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한다면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말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실상은 사랑하므로 구속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결이 은찬을 배려해서 하는 말들은, 수퍼우먼, 알파걸이 되길 강요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여성들의 로맨스를 제대로 찍어낸 이정아란 작가의 공력과 더불어, 여성성이 가득한 캐릭터들, 갖고 싶게 만드는 소품들과 집들, 찾아가서 꼭 마셔보고 싶은 카페의 커피들, 그런 것들을 맛깔 나게 배치하고 연출해내는 이윤정이란 여성 PD의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솜씨, 그 안에서 실컷 웃고 울면서 즐겁게 놀아준 연기자들. 이 모든 것이 버무려져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성들을 꿈꾸게 한 드라마가 되었다. 그것이 한 때 환타지에 지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최소한 꿈꾸게 만들었다는 것은 작은 것이라도 그만큼의 변화를 담보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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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의 남장여자 연기 살린 ‘커프’의 공유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만나기 전까지 공유가 거쳐온 역들은 그가 가진 개성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물론 특별 출연한 것이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감사용(이범수)과 나란히 달리기 경주를 하는 박철순(공유) 역에서도 그의 개성은 숨겨져 있었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의 서건 역은 지나친 무게의 옷을 입혀 공유의 연기 운신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공유 특유의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 같은 이미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을 만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그 중심에 윤은혜가 해야하는 고은찬이란 남장여자 연기가 서게 된다. 그것이 어색하게 틀어지게 되면 드라마는 긴장감을 잃고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어려운 것은 그녀가 남장여자란 사실을 시청자는 물론 극중 배역들까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한결 만은 끝끝내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윤은혜라는 연기자가 이 남장여자의 연기를 자기 속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잘 버무려 연기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이것은 어찌 보면 시청자와 드라마 사이의 어떤 약속과도 같다. 그녀는 여자인데 남자행세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걸 한결은 모른다는 암묵적 동의다.

이 부분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결이란 캐릭터다. 한결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고은찬은 영원히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여자로서 함께 사랑에도 빠지게 될 수 있는 것. 고은찬이 남장여자가 되는 것은 사실 그녀가 남자처럼 행동하고 건들댈 때가 아니라, 공유가 그녀에게 다가가 ‘한번만 안아보자’고 말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연기자의 이미지가 너무 진지하다면 상황 자체가 너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웠다가는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즉 고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오로지 그만 모르면서 가슴 설레고 힘겨워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자칫 과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유는 자신이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한다. ‘이 감정 도대체 뭐야’ 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거나, 감촉을 잊지 못해 난감해하는 그의 얼굴이 보일 때, 시청자들이 쿡쿡 웃으면서 청춘의 설렘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건 바로 그 소년의 이미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웃음을 동반한 풋풋함에서부터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면서 남자라도 상관없다는 투로 “끝까지 가보자”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느 누가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극중 배역인 한결은 소년 같으면서도 상처를 갖고 있고, 능력도 있는데다가 때론 세심한 배려(특히 가족에 대한)도 보여주는 여성들의 환타지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공유가 이렇게 제 몸에 맞는 한결이란 옷을 입게 된 것이 우연이었을까.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연기자에게서 끌어낸 이미지의 결과 드라마의 캐릭터를 제대로 엮어낸 이윤정 PD의 연출력이다. 미니시리즈 첫 여성 연출자라는 꼬리표에서 드러나듯 그녀가 가진 여성적인 섬세함과 꼼꼼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이것은 딱히 공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은혜는 ‘궁’이 성공했지만 늘 가수출신 연기자라는 연기논란을 일으켰고, 이선균은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장준혁이란 캐릭터 속에서 억울하게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최도영이란 캐릭터의 연기를 해야했던 경험이 있다. 게다가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더 많은 채정안은 ‘해신’ 등에 등장했지만 그다지 주목받는 역할은 맡지 못했던 연기자다.

하지만 이들이 중심이 되어 엮어 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의 캐릭터들은 과거의 어떤 연기보다 이들의 몸에 딱 맞아 보인다. 본래 최한성(이선균)이 한유주(채정안)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어 있던 대본을, 이선균이 피아노를 잘 못 친다고 하자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차라리 전화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바꾼 에피소드는 이윤정 PD가 어떻게 연기자에게 맞는 캐릭터 옷을 입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게 이윤정 PD라는 연출자에 의해 조탁된 한결을 연기한 공유의 이미지는 과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늘씬한 키에 조각 같은 몸매를 과시하듯 늘 초반부에 웃통을 벗어 젖히고 나오는 이미지로 굳어있던 공유는 이제 섬세한 결을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남자라고 해도 날 사랑해준다는 남자,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이 선물한 공유의 이미지는 한동안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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