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정환이 떠난 7년 간, 재능보다 인성을 보는 대중들

결국 복귀다.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발표를 반복하면서 ‘신정환’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흘러나올 때부터 많은 이들은 이것이 어떤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수순인지 아니면 끝없는 복귀 설득과정에서 나온 보도들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지난 27일 신정환이 코엔스타즈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신정환(사진출처:MBC)

2010년 두 번째로 터진 원정 도박사건과 댕기열 거짓 해명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는 연예계를 떠난 그다. 그리고 7년이 흘렀고, 그 중간 중간 그가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지만 복귀는 어불성설이었다. 대중들의 공분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것은 자숙기간처럼 돌아오기 위한 시간들로 여겨지기보다는 그저 영원히 떠나 잊혀져가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간간히 복귀설이 보도되고 그 보도들에 논란이 이어지면서 그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심증들이 조금씩 피어났다.

코엔스타즈 측은 신정환과 계약 체결을 한 이유로서 “대중과 떨어져 지내던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단단해진 모습을 보며 또 한 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그의 진정성과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믿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신정환을 설득했고 전속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엔스타즈 안인배 대표는 “많은 연예 관계자들도 신정환이 가지고 있는 예능적인 끼와 재능만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그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신정환 또한 복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필 편지에 담아 전했다. “제게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던 많은 사랑과 응원에 미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조금씩 갚아나가며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이로써 조만간 신정환은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코엔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정환은 그런 콘텐츠들을 통한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과거 장동민의 과거 행적 때문에 논란이 생겼을 때 소속사인 코엔 측이 자사 콘텐츠에 그를 계속 세웠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보통 논란이 나오면 잠시라도 휴지기를 갖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에도 코엔 측은 그대로 방송에 논란의 주인공을 버젓이 내보내는 정면승부를 보인 바 있다. 물론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신정환의 복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좋지 않다. 7년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실 신정환에게는 가장 큰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코엔 측은 신정환의 “재능과 끼”를 높이 사고 있지만, 지금의 대중들이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형 캐릭터쇼가 대세이던 시절만 해도 재능과 끼가 중요했지만, 요즘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에서 더 중요한 건 인성과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이미지다. 

물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거꾸로 이미지 세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들은 제 아무리 포장되고 편집된다고 해도 그 느낌이 주는 본질적인 면들은 어떤 뉘앙스적 차원에서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판단된다. 결국 신정환 복귀에 있어서 관건이 이 부분이다. 그는 과연 심지어 공분하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되돌릴 만큼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끼와 재능만으로는 쉽지 않은 길이 되지 않을까.

한 번은 겪어야할 중국의 한류 차단, 체질 강화 기회로 삼아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내 놓고 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류가 흘러가는 물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이제 한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도깨비>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식적인 루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던 그 흐름조차 막혀버렸다.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쿠(優酷)와 투더우(土豆), 아이치이(愛奇藝), 큐큐(QQ) 사이트 등에서는 <도깨비>는 물론이고 <런닝맨> 같은 인기 한류 콘텐츠도 사라졌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한 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시각은 이제 냉정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본래 이처럼 중국에 거의 올인하는 듯한 한류의 흐름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큰 시장이 열렸고 양국의 콘텐츠 종사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하며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미래를 위한 괜찮은 비전이 되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익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사드를 도입하고 그것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내리는 20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 비전만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사드 보복 조치는 그것이 본래 차이나 드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보게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광전총국에 의해 그 때 그 때 한류의 흐름에 제동이 걸려왔던 게 실제 벌어져온 일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중국시장의 진면목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일본 한류가 엄청난 기세로 번져가다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주춤하게 됐던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일본 한류는 혐한 정서가 생겨나고 지금도 그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일정부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 한류가 주춤할 때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중국 한류에 낀 먹구름은 또 다른 시장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 시장으로 그 주 목표를 바꾸는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한류의 신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미나 중동,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폴 등으로 한류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들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중문화 교류는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마치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으로서 ‘고립’의 길을 자초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 생산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래서 시장이다. 당연히 중국이 막힌다면 다양한 시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늘 해외 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땅덩이로 수출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네 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과거 삼각무역에 의존했던 물질적인 상품 무역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흐름을 본다면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국내와 국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콘텐츠 산업,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주로 그 플랫폼 기반이 지상파 TV나 케이블 같은 곳에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진 콘텐츠는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인터넷 플랫폼의 개발은 향후 우리 콘텐츠가 굳이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글로벌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켓에서 그것이 사고 팔리는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지속적인 한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청사진이 아닐까. 사드 보복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지금 촉구하는 건 이런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개선이다. 치졸한 일이지만 중국의 이런 보복조치는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에 스스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관을 심는 자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W>와 포켓몬 고, 이미 가상 깊숙이 들어온 우리들

 

오연주(한효주)는 현대판 피그말리온인가. MBC 수목드라마 <W>가 보여주는 웹툰 속 신세계는 자신이 만든 여인상을 사랑하게 된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오연주는 웹툰 속 가상인물인 강철(이종석)을 애초에 꿈꾸고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어느 날 웹툰 속으로 쑥 빨려들어 간 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러자 <W>의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신세계가 펼쳐진다.

 

'W(사진출처:MBC)'

<W>의 웹툰 속 가상 세계가 흥미로운 건 그것이 단지 현실을 모사했지만 허상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 세계는 현실과는 다른 그 자체의 세계관과 동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콘텐츠라 부르는 세계의 작동법이다. 캐릭터는 응당 어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목적이 다하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이 웹툰의 세계에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온 오연주가 본래 여주인공이었던 윤소희(정유진)의 자리를 차지하자 윤소희는 존재 목적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자신의 몸이 투명해지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윤소희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강철은 그녀가 자신과 평생해야 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함으로써 존재 목적을 다시 만들어준다. 이 웹툰의 세계 속 인물들은 이처럼 강철이라는 주인공과 연인이든 친구든 적이든 관계를 맺고 어떤 목적성을 갖게 되어야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W>의 웹툰 속 가상 세계에서 강철의 가족을 모두 총으로 쏴 죽인 의문의 인물은 어떤 삶에 대한 총체적 목적을 갖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작가인 오성무(김의성)에 의해 강철이 의문의 사건을 조사하고 추적하는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맥락 없이 탄생한 인물이다. 그러니 어느 날 강철이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하자 이 의문의 인물은 자신의 존재 목적이 사라져버린다. 그가 강철을 다시 살려내고 또 위협하고 그 주변인물인 오연주나 오성무를 죽이려 하는 건 스스로의 존재 목적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W>라는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단지 웹툰과 인물과 사랑에 빠졌다는 그 참신한 설정 때문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현실이 관여했을 때 웹툰 속 인물의 입장이라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상상하고 있다. 그것은 웹툰이라는 가상 공간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우리네 인간의 존재 목적과는 사뭇 다르다. <W>는 그래서 오연주라는 사람이 강철이라는 웹툰 속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상에 몰입하고 빠지는 우리네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물론 실제를 사랑하는 것과 가상을 사랑하는 건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이 가상에 빠져드는 <W>의 세계에 쉽게 몰입하고 심지어 강철이 모든 걸 꿈으로 지워버리자며 오연주를 현실로 되돌리는 장면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미 우리가 이 가상이라는 공간 깊숙이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매일 매일 방영되는 드라마에 빠져들고 어찌 보면 허구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하며 때로는 내 맘 같지 않은 그들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두 사람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그런 모습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우리네 삶의 하나가 되고 있다.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속초까지 달려가는 일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그런 가상이 현실의 속초를 바꾸고 있는 건 실제 상황이다.

 

신화의 세계는 이제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가상의 세계와 대치되고, 우리는 그 가상을 마치 실제처럼 사랑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다. 우리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건 하나의 신화라고 배우며 자라왔지만 어느새 우리가 피그말리온이 되어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세계, <W>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건 거기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캐릭터와 콘텐츠의 세계는 그렇게 성큼 현실 속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눈 높아진 시청자들, 지상파 새로운 제작방식 고심해야

 

KBS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언젠가부터 지상파 주중드라마에서 그것도 현대극으로 30% 시청률은 도달할 수 없는 한계로 지목되어 왔다. 그래서 이제는 10%만 넘겨도 괜찮은 성적이라 여겨졌고 20%를 넘기면 대박이라는 얘기가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이 깨졌다. 지상파 주중드라마 현대극이라고 해도 잘 만들어낸다면 30% 시청률을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종영한 tvN <시그널>은 마지막회에 최고 시청률인 12.5%(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케이블에서 그것도 멜로 하나 없는 스릴러 장르물로 이런 시청률을 낸다는 것은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이렇게 잠시 눈을 떼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높은 드라마로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그널>은 케이블 드라마나 장르물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태양의 후예><시그널>의 성공이 말해주는 건 한 가지다. 세상에 깨지지 않는 고정관념이란 없다는 것. 잘 만든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껏 이 당연한 공식이 공식대로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잘 만든 드라마보다 오히려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익숙한 틀에 자극만 잔뜩 세운 막장드라마들이 30%대 시청률을 냈던 게 실제 현실이니 말이다.

 

지상파 시청률을 견인하는 고정 시청층은 그래서 마치 허수처럼 여겨졌다. 시청률이 완성도를 증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청층의 취향만을 반영하는 것처럼 지표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광고계에서도 보통의 시청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구매력을 가진 2039 세대의 시청률이고 화제성이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막장드라마에 호응하는 시청세대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 현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태양의 후예><시그널>이 드러내준 것처럼 새롭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을 보여주는 시청층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태양의 후예><시그널>이 이렇게 고정관념을 깨버리며 놀라운 성과를 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제작방식이 기존의 드라마 제작방식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규모가 워낙 커서 영화제작사인 NEW가 합류했고 이를 통해 중국의 투자를 받아 사전 제작되었다. 물론 방영도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방영했다. 결과는 양국이 모두 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국내에서 시청률 30%를 넘긴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시그널><미생>에서도 확실히 느껴진 것이지만 영화 제작인력의 투입이 드라마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CJ가 해왔던 무비드라마는 그 원형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시그널>은 영화적 연출과 완성도 높은 대본이 아예 시청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통해 오히려 시청률까지 갖게 되었다.

 

<태양의 후예><시그널>의 성과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두 드라마가 달라진 시청자들의 성향을 발견해냈고 그 성향이 새로움과 좀 더 높은 완성도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완성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필요하다면 영화적인 제작방식을 통한 연출의 변화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어찌 보면 고정관념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데서 굳어져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제 향후의 드라마 판도를 가를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인트>, 어째서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소통의 실패는 콘텐츠의 실패가 될 수도 있다. 초반부 놀라운 화제를 이끌었던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부에 이르러 논란의 논란을 거듭하고 심지어 막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끝을 맺게 된 건 그 소통의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치즈 인 더 트랩>은 원작자 순끼와의 소통에도 실패했고, 배우 박해진과의 소통에도 실패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불편함을 토로했던 시청자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이윤정 PD가 내놓은 열린 결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결말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엔딩에서 주인공 유정(박해진)이 모든 걸 감싸 안으려는 홍설(김고은)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그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홍설이 보낸 메일을 유정이 열어보았다는 것으로 그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그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다. 물론 원작자 순끼가 원한 결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째서 좋은 시작을 보였던 <치즈 인 더 트랩>은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물론 후반부에 가서 여러 문제점들을 도출했지만 사실 초중반까지만 해도 콘텐츠 자체가 그리 큰 흠결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청춘 멜로의 틀 속에 우리네 대학가 청춘들이 겪고 있는 치열한 현실을 투영시켜 놓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치즈 인 더 트랩>은 청춘 멜로의 겉면을 갖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른으로 표징 되는 유정의 아버지 유영수(손병호)로 인해 심지어 정신병적으로 뒤틀어진 청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유정은 아버지로 인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고, 백인하(이성경)는 정신병동에까지 들어가게 됐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이들 청춘이 아니라 유영수라는 어른이라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이 의도한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이 얘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되려면 유정의 상황이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그가 왜 그토록 모든 걸 안아주고 감싸주는 홍설에게 절실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들이 드라마를 통해 납득됐어야 했고, 그래서 스스로 서지 않으면 계속 홍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유정의 입장이 공감됐어야 했다.

 

이러려면 유정의 이야기가 더 나왔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드라마는 오히려 그 분량이 별로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홍설이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 건 그런 정도의 충격을 통해서만이 유정이 스스로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드라마가 찬찬히 이야기를 쌓아가며 전개했다면 이런 과잉된 설정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사전제작이 드라마 제작방식에 있어서 궁극의 대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전제작이라고 해도 이번 <치즈 인 더 트랩>의 후반부 논란들을 통해 드러난 허점은 분명 시사 하는 바가 클 것이다. 사전제작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하고 만일 필요하다면 추가분의 촬영 또한 보완되어야 한다는 걸 이번 사태는 말해주었다. 제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고 해도 소통에서 실패하면 끝까지 웃을 수 없다는 걸 <치즈 인 더 트랩>은 보여줬다

중국은 왜 김영희 PD를 좋아할까

 

쯔위 사태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가 시끌시끌하던 지난 19일 북경의 한 호텔 리셉션장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만들기라도 하듯 한 자리에 중국인, 대만인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의 런칭을 알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영희 PD. 그가 중국에 진출해 중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현지에서 방영되는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였다.

 


김영희 PD(사진출처:미가미디어)

쯔위 사태는 마치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굉장한 갈등상황으로 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에는 그런 경계나 갈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6명의 연예인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내려가 56일 동안 그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연예인들 중에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대만인도 들어 있다. 당연히 고향인 대만 씬주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대만 출신 연예인들은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제작발표회의 키를 쥔 인물은 김영희 PD와 우리네 제작진들이라는 것. 김영희 PDMBC를 퇴사하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제작사와 손잡고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이하 남색화염)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국내에는 미가미디어를 설립해 모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중국에서는 남색화염을 통해 직접 제작해 중국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중국인들이 김영희 PD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한 명의 한류스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국적이나 언어를 뛰어넘어 중국인들의 김영희 PD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이것은 중국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방송인과 연예인, 제작자들 그리고 나아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중국 관료들까지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영희 PD가 제작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은근히 밀어주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이것을 경제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면 중국이 우리네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어가기 위해 하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각이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영희 PD 스스로도 기술력 이전은 숨기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하고 중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영희 PD는 그런 기술적 노하우는 어차피 공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요한 건 창의력이다. 기술력이 공유되도 창의력은 공유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중국과 대등하게 함께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김영희 PD는 믿고 있다.

 

중국이 김영희 PD를 좋아하고 그가 만들려는 콘텐츠를 독려하는 까닭은 그의 기술적 노하우 때문만이 아니다. 대신 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창의성이나 그의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중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김영희 PD공익예능이라는 틀에서 찾아냈다고 보인다. 우리에게는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공익적인 면은 예능의 즐거움과 재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첫 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폭풍효자>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폭풍효자>는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이 첫 마디 속에는 중국이 김영희 PD를 원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들어가 있다.

 

다시 쯔위 사태로 돌아와 보면, 이제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은 21세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문화적인 교류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국가 간의 장벽을 선제적으로 허물어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에 역류하는 20세기적 사고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와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황안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이 이를 부추기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실행해갈 때 진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문화적 교류에 발생한 국가적 갈등상황들의 해법은 거기 있을 것이다. 김영희 PD를 중심으로 우리네 제작진들과 중국인, 대만인이 함께 모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는 국가를 초월하는 공감대 속에서 세 시간 가까이 웃고 박수치고 때론 감동에 먹먹해진 그 훈훈한 제작발표회에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구라의 무엇이 2015년을 달궜을까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에는 유재석, 김구라, 박명수, 김영철 등이 대상 후보로 올랐다. 이 중 많은 대중들이 지목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김구라. 유재석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올해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MBC 예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무도드림이라는 자선경매쇼 형식의 미션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MBC 전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가를 보여줬다. 유재석은 무도드림을 통해 <내 딸 금사월>에 까메오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고 건강 문제로 하차한 정형돈을 위해 <서프라이즈>에도 출연했다. 그것만으로도 두 프로그램은 굉장한 화제를 낳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유재석과 함께 유력 대상후보로 거론되는 김구라는 다작(多作)’이라는 한 마디로 올해의 그의 활약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MBC 주말예능을 다시 일으킨 <복면가왕>은 물론이고, 올해 MBC의 새로운 예능의 발견으로 주목받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왔다. 거의 지상파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있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있고 <능력자들> 같은 신생 프로그램에도 여지없이 김구라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MC가 아닐 수 없다.

 

유재석과 유력 대상후보로 비교 거론된다는 건 김구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의 팬심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칫 그 비교는 김구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김구라의 다작이 과연 대상후보로서의 자격이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김구라는 그 많은 출연자들 중 한 명일뿐이고, <복면가왕> 역시 그 주역은 무대에 복면을 쓰고 오르는 출연자들이지 패널 중 하나인 그가 아니라는 것.

 

일견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김구라의 다작과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괜찮은 성적과 화제를 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김구라가 프로그램을 보는 선구안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들에서 김구라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싶을 만큼 그가 급변하는 예능 트렌드에 자기 역할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김구라는 어떻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데서 자기의 역할을 찾아내는 걸까. 그것은 김구라의 MC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김구라는 단지 진행 능력으로 평가받는 MC가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독설로 주가를 올렸지만 그 독설의 밑바탕이 되는 정보력과 콘텐츠 이해력은 전면에 잘 드러나지 않은 그의 강점이다.

 

그는 <썰전>을 통해 확인됐던 것처럼 현재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예민하게 촉수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정보들을 끌어 모으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뽑아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들락날락할 때 김구라가 떡하니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건 PD와 김구라 자신의 입장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저 웃기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승부하겠다는 그 콘텐츠에 대한 지향점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예능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콘텐츠 시대에 예능에도 정보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딘지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김구라는 어쩌면 그래서 이 콘텐츠 시대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MC로 보인다. 물론 유재석이라는 예능의 거목과 비교되는 건 그에게는 영광이자 부담이다. 하지만 그가 연예대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행보를 통해 우리네 예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그가 올해 꽤 괜찮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말해준다. 상이야 받으면 어떻게 못 받으면 어떤가. 결국 중요한 건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과 얼마나 더 잘 소통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클라라, 활동재개하려면 확실히 해둬야 할 것

 

클라라의 1인 기획사인 코리아나클라라는 그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와의 소송을 끝내고 그녀의 활동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한 매체에 의하면 그녀가 많은 작품 출연을 받았고 현재 한두 작품의 출연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물론 클라라 본인에게는 이제 재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지리한 소송은 많은 상처를 남겼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회자되었고 그 말은 실제로 그녀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가 평소에 보여왔던 섹시 이미지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되었다. 마침 디스패치가 톡 문자 형식으로 보도한 내용은 마치 그녀가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유혹한 것 같은 뉘앙스를 갖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건 뉘앙스일 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클라라와 그녀의 아버지 이승규씨에 무혐의 처분이 내렸다. 대신 이규태 회장은 오히려 클라라를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SBS스페셜>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의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녀에게 막말로 너한테 무서운 얘기다만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다”, “불구자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걸 왜 모르느냐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클라라 사건의 핵심은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사례였다는 점이다. 클라라는 이 사건의 피해자였음이 명백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시사점을 확실히 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그녀는 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원인제공자처럼 대중들에게 비춰졌고, 사건이 일단락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비난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녀가 확실한 자기 콘텐츠를 갖지 못한 채 단지 섹시 이미지하나만으로 연예활동을 하려고 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만일 그녀가 차근차근 연기경험을 해오며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다면 어땠을까. 만일 지난 사건 같은 일이 터졌다고 해도 대중들이 모두 그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섹시 시구 한번 던지고 너무 쉽게 드라마, 영화에도 나오고 예능에도 또 음원까지 출시하는 모습이 정상적인 과정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마침 터져 나온 사건의 화살이 섹시 이미지의 역린으로 그녀쪽을 향하게 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그녀에게 어떤 교훈을 주었다면 이제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해야 하고 또 그 입장에 합당한 노력의 시간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녀의 소속사는 그녀가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중들은 아직도 그녀가 배우가 맞는지가 애매모호하다. 그저 화보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의 옷을 척척 갈아입을 수 있는 배우의 모습을 그녀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다만 드라마든 영화든 일관된 그녀의 섹시 이미지만을 소비했을 뿐이다.

 

복귀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복귀 전에 스스로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본인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복귀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섹시 이미지만을 소비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논란 속에서 그녀는 또 다시 섹시 이미지의 역린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똑바로 바라보고 거기에 걸맞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지 않는다면 제2의 논란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스타만으론 힘겨워진 환경, PD 찾는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연일 화제다. 유재석이라는 대어를 낚으면서다. 여기에 노홍철과 김용만과의 계약 사실까지 이어지면서 항간에는 MBC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FNC로 헤쳐모이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지금껏 특정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표격인 유재석이 먼저 움직였다는 건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만일 FNC<무한도전>의 나머지 출연자들, 정준하, 하하, 박명수가 합류하게 된다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함께 모여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기획사 소속인 아이돌 그룹 같은 시너지를 만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레발(?)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태호 PD 같은 훌륭한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건 콘텐츠 위에서다. <무한도전>10년 째 승승장구하면서도 여전히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던 데는 김태호 PD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김태호 PD는 출연자들의 일상까지도 관리해나가는 일종의 매니저 역할까지가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훌륭한 제작자가 전제되지 않는 스타 MC들이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는 SM C&C. SM C&C는 강호동이라는 대어를 잡아 놓고도 그 효과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12>에서 같이 활약했던 이수근이 합류했지만 그 역시 불법 도박 혐의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SM C&C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예능인은 신동엽과 전현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건 그들의 주 종목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개인 기량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결국 강호동과 이수근이 어떤 숨통으로서 찾은 것도 나영석 PD. 나영석 PD가 준비하고 있는 <신서유기>는 과거 <12>의 멤버들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다. <서유기>의 내러티브를 차용해 바닥에서부터 인간이 되어가는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FNC가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들을 품는 것이나, SM C&C가 일찌감치 강호동 같은 스타 MC를 끌어들인 것은 지금의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을 두고 볼 때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기획사들은 스타들만 갖고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들을 다양한 형태로 얹을 수 있는 콘텐츠를 이들 기획사들이 직접 제작하고 나선 건 그래서다.

 

최근 이 흐름은 지상파의 PD들까지 기획사들이 스카우트하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를 연출했던 이예지 PDSM C&C로 이적한 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스타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PD들이 기획사에서는 그만큼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성 플랫폼에 맞출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나영석 PD<신서유기>를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것이 그간 물의를 빚은 이수근 같은 출연자에게 그나마 편한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다면 어디든 세워질 수 있고 또 상품으로 가공될 수 있는 현 콘텐츠 시장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플랫폼 시대는 저물고 콘텐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간 홀로 지내던 유재석이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FNC에 합류하는 건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홀로 서서 방송사에 목매는 존재들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혹은 인터넷이든 상관없이 송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필요한 건 훌륭한 PD.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김태호 PD 없는 그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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