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조세호 선택, 이래서 최상이다

드디어 조세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 불쑥 얼굴을 내민 조세호는 그 후 ‘수학능력시험 특집’에 등장했고, 2017년을 빛낸 인물을 찾아 나섰던 ‘무한도전 어워즈’에 이어 ‘파퀴아오 주먹이 온다’에도 출연했다. 이 정도면 이미 고정멤버나 다름없다 여겨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무한도전>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조세호가 고정멤버가 됐다는 걸 공식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면이 있다. 즉 ‘뗏목 타고 한강 종주’에서 날이 어두워져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대신 치러진 미션이 ‘수학능력시험 특집’이었으며, 그 시험의 벌칙으로서 ‘파퀴아오와의 면담’이 있었기 때문에 조세호는 연달아 <무한도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팬들이라면 그가 <무한도전>의 고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애초에 6명 멤버를 꾸리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라는 건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봐온 시청자들도 아는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이렇게 고정출연자로 서는 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세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뗏목 타고 한강 종주 미션에서 그런 미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세호는 양복차림으로 나와 특유의 억울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웃음을 주는 스타일은 ‘프로불참러’가 빵 터진 것처럼 ‘당하면서 웃기는’ 방식이다. 어딘지 억울함을 당했을 때 나오는 그의 당황한 기색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조세호의 이런 면들은 <무한도전>에 새롭게 영입돼 들어온 양세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양세형은 전형적인 ‘깐족형’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놀리거나 공격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준다. 그러니 새로운 고정 멤버로서 조세호 같은 ‘수비형 예능인(?)’은 겹치지도 않고 오히려 조합을 했을 때 괜찮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새내기인 양세형이 갖는 부담들을 조세호는 넉넉히 풀어내줄 수 있는 캐릭터다.

아울러 이미 <룸메이트> 등을 통해 의외의 영어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세호는 ‘수학능력시험 특집’을 통해 그 브레인으로서의 반전 면모를 드러내줬다. 또 이어진 ‘무한도전 어워즈’에서는 인터뷰에서 엉뚱한 질문을 계속 던져 면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파퀴아오 특집에서는 그의 ‘당하는 리액션’이 가진 웃음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줬다. 그러니 이 몇 회분 동안 조세호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에서 그 캐릭터가 괜찮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그렇지만 이 몇 주 동안의 모습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지금껏 예능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쌓아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프로불참러’로 각인된 조세호는 사실 꽤 오랜 시간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물이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자주 언급하면서 그 이름이 소환된 바 있지만, 조세호는 남창희와 함께 예능의 중심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었다. 

약 10년 전 방영됐던 KBS <웃음충전소>에서 ‘타짱’이라는 코너에 그가 말 가면을 쓰고 등장했을 때 그는 조세호가 아닌 ‘양배추’로 불렸다. 웃음은 주었지만 그리 주목은 받지 못했던 그는 이후 토크쇼 게스트로 얼굴을 보이다 SBS <룸메이트>에 고정으로 들어오면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프로불참러’로 주목을 받게 되고 <무한도전>으로까지 입성하게 된 것.

그 과정에서 그는 <웃음충전소> 시절의 콩트 코미디, 토크쇼에서의 남다른 토크 능력, <룸메이트>에서의 캐릭터쇼 등을 체득했다. 여기에 그의 절친인 이동욱이 얘기한 것처럼 그는 남다른 체력과 운동신경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한도전>이 다양하게 요구하는 콩트, 토크, 캐릭터쇼, 리얼리티쇼까지 두루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 위에 특유의 당하는 캐릭터로서의 면면은 그를 호감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금은 갑작스러울 수 있는 연이은 출연과 함께 전격적인 고정 선언에도 불구하고 조세호에 대한 박수와 축하의 목소리가 더 큰 건 그래서다. 그의 합류로 향후의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사진:MBC)

‘달인’, 몸 개그와 짧은 개그의 만남

리모콘이 생겨난 이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서론-본론-결론’ 형태로 이어지는 서사구조는 끊임없이 공격받아왔다. 이제 시청자들은 발단에서부터 뜸을 들이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시작이 지루하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손가락에 의해 여지없이 잘려져 나간다. 그러니 전통적인 서사구조에서 발단-전개나 서론은 점점 축약되고 있다. 그것이 드라마건 방송 프로그램이건 김수현 작가 식으로 표현하면 “베토벤의 ‘운명’처럼 처음부터 짜자자잔 하고” 시작한다. 사실, 너무나 서사구조에 익숙해져버린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서론은 너무 뻔한 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굳이 설명하지 않고 ‘척’하고 보여주면 ‘착’하고 알아듣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들 속에서도 이런 서론이 사라지는 징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가 개그 프로그램이다. ‘개그 콘서트’로 촉발된 이 새로운 경향은 무수히 많은 개그맨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짧은 시간을 준다. 그리고 거기서 웃기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물론 그 일차적인 가위질은 PD가 한다. 하지만 이차적인 가위질은 바로 시청자들의 리모콘에 의해 일어난다. ‘개그 콘서트’의 많은 개그 코너와 개그맨들이 ‘마빡이’같은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는 아이템을 들고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짧은 시간 내에 웃기지 못하면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편집될 수밖에 없는 개그맨들의 강박증을 잘 보여주었다.

짧은 개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그맨들은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몸 개그와 그 속에 드러나는 자학경향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임혁필이 땅거지로 등장하면서 후에 세바스찬으로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은 그 자학개그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시기 박준형은 무를 갈았었고, 정종철은 옥동자로 못생긴 얼굴을 한껏 과장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초창기 ‘개그 콘서트’의 공신들이 보여준 개그에 서사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웃음은 ‘서사 속의 반전’이 주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장면과 함께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몸 개그(자학경향이 있는)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몸 개그의 극단을 보여준 것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웃음충전소’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무대개그가 가진 한계를 정교한 세트와 야외촬영의 교차편집으로 뛰어넘으려 했던 ‘웃음충전소’는 녹화방송이었지만 무대개그가 보여주었던 극단적인 몸 개그의 경향을 끌어들였다. ‘타짱’은 전후맥락 상관없이 무조건 상대방을 웃기기만 하면 이기는 대전개그를 보여주었고, ‘막무가내 중창단’은 의미와 상관없이 노래 가사의 일부분을 몸으로 보이는 개그를 선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곧 ‘웃음충전소’는 폐지되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 프로그램의 새 패러다임은 몸 개그에 있었다기보다는 무대개그가 가진 순간적이고 ‘짧은 개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라져버린 ‘웃음충전소’의 코너들 중, 주목해야할 코너가 있다. 그것은 김병만이 선보인 ‘따귀맨’이다. 이 코너는 ‘웃음충전소’라는 프로그램이 사라지기도 전에 단 몇 회로 끝나버렸는데, 정확하게 몸 개그와 짧은 개그의 접합점을 모색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주인공을 패러디한 복장의 김병만은 그 분장만으로 모든 서사의 설명을 지워버리고 곧바로 정의의 사도로서 악당들에게 무차별 따귀를 날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바로 이 단순함과 명쾌함은 김병만 개그가 가진 특징을 이루었다. “저거 개그야 무술이야?”할 정도의 몸 개그를 통해 단순하고 과장된 몸이 보여주는 순간적인 웃음을 포착해온 김병만이 ‘달인’이라는 짧은 개그에서 폭발력을 보여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너와 코너 간에 잠깐 쉬는 시간을 활용한 듯한 이 코너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짧은 시간 속에 순간적 웃음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그만큼 더 높은 집중도를 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꾸만 짧아지는 개그의 경향은 거꾸로 말하면 시청자들의 긴 서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같은 기본적으로 짧으면 안 되고 길어야 성공하는 분야가 있지만 이것은 드라마가 가진 산업적인 성격과 그 요구되는 진정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드라마는 자못 진지한 마음으로 보지만, 개그는 쉬는(오락) 목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진지한 접근이 거부감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논리적인 서사에 대한 거부는 상당부분 디지털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아날로그 문화가 가진 ‘처음부터 중간 과정을 다 봐야 끝을 볼 수 있는’ 서사의 특성은 디지털 문화로 오면서 ‘아무 곳에서나 중간 중간 끼어들어 볼 수 있는’ 하이퍼 텍스트적인 속성으로 바뀐다. 이것은 성향이 기술을 낳은 것이 아니라, 기술이 성향을 낳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개그 프로그램으로 적용되어 ‘개그 콘서트’처럼 분절적인 구조의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분절적인 구조를 이루려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개그 코너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특성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성의 정점에는 당연히 캐릭터화된 개그맨이 존재해야 한다. 갈갈이 박준형과 마빡이 정종철 같은 한 코너의 캐릭터로서 부각된 개그맨들은 설명 필요 없이 즉각 웃음폭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짧은 개그에 그만큼 유리하다.

‘개그 콘서트’로 촉발된 무대 개그 전성시대 이후에 방송 3사가 경쟁에 들어가고 현재 결과적으로 무대 개그가 하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개성이 잘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개성의 출현(너무 많은 캐릭터들)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다지 눈에 뜨일 정도로 보이지 않는 개성들의 소소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분절된 구조를 분절된 느낌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코너들은 이제 한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 덩어리 속에서 발 하나를 빼고 나온 ‘달인’의 돌출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의 분절화는 시대의 요청이지만 지나친 경쟁구도로 인해 과도하게 생산되는 것은 문제다. 바로 이 아이러니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개그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숙제가 될 것이다.

‘타짱’의 인기 속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된 ‘웃음충전소’. 허나 이 ‘타짱’의 성공요인 속에는 ‘웃음충전소’만이 가진 패러디의 세계가 있다. 좀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부 소재들을 개그의 품속으로 끌어안는 방식은, ‘현실의 재구성’이라 할 만큼 뒤통수를 치며 웃음을 충전시키는 구석이 있다.

일상의 패러디, ‘막무가내중창단’
‘웃음충전소’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그 문이 열린다. 그 오프닝을 맡은 ‘막무가내중창단’은 노래구절 속에 한 부분을 실제 개그맨들이 현장에서 결행하는 개그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리는 이 개그는 일상의 틈입을 비집고 들어간다. 찜질방이나 학교, 길거리, 훈련소 등 우리의 이미지 속에 일상화된 공간 속으로 개그맨이 투입된다. 그러자 이 일상은 새로운 웃음의 충전소가 된다. 일상의 패러디다.

전원드라마 패러디, ‘지친다 지쳐’
‘지친다 지쳐’는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전원드라마를 패러디한다. 시골사람들의 순박함을 극대화시켜 현대인들이 ‘지친다 지쳐’하며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코너는 어리숙함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어쩔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악동 같은 장동민의 캐릭터를 극대화함으로써 웃음을 제공한다.

고발프로그램 패러디, ‘진실이 알고싶다’
새롭게 시작한 ‘진실이 알고싶다’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패러디다. 무언가 고발을 할 것 같은 진지함과 긴장감 넘치는 사회자의 멘트 끝에 엉뚱한 상황을 덧붙여 웃음을 유발한다. 시트콤처럼 대사를 읊는 부부, 하지만 그 이면의 말들을 들어보는 재미는 저 드라마의 패러디 같은 느낌도 준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사람들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개그다.

오락프로그램 패러디, ‘계층공감 올드&형님’
‘계층공감 올드&형님’은 ‘세대공감 올드&뉴’의 패러디. 서로 잘 모르는 세대간의 언어차이를 극복한다는 취지의 ‘세대공감 올드&뉴’ 형식을 그대로 따와서, 무식한 조폭들을 출연시켜 ‘아름다운 말’을 시험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은혜’같은 단어를 모르는 조폭들의 행동을 통해서, 너무나 쉽지만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실제 사회의 면면을 꼬집는다.

대전스포츠 패러디, ‘타짱’
‘타짱’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영화 ‘타짜’의 형식을 따와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놓고 몸 개그 대전을 벌이는 코너.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형식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대전스포츠, 즉 이종격투기, 레슬링 등을 연상시키면서 그 몸과 몸이 부딪치는 긴장감을 끌어들인다. 말보다 몸이 우선하는 대전의 형식에 ‘웃기면 이기고 웃으면 진다’는 개그 프로그램의 역설을 끌어들이면서 웃음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 중요한 것은 대전게임이 갖는 형식이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 똑같은 게임에 출전자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저 대전스포츠처럼 말이다.

이러한 무한 패러디를 통해 ‘웃음충전소’는 현실을 비트는 재미를 선사한다. 일상에 피곤이 몰려오는 주중 저녁 9시, 그 일상을 비틀어 웃음 한 가득 충전하는 프로그램, 바로 이것이 ‘웃음충전소’의 미덕이다.

타짱. ‘타짜’를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전개그. 자칫 잘못하면 손목이 날아가는 영화 ‘타짜’에서 보여줬던 긴장감 넘치는 도박판에서, 긴장을 무색케 하는 포복절도의 몸 개그가 폭소유발자다. 독특한 가면개그로 타짱으로 등극한 양배추, 땅그지로 웃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임혁필, 뚱뚱한 몸과 돼지를 닮은 생김새가 가진 이점에도 불구하고 잘 무너지지 않는 변칙개그의 일인자 정형돈 그리고 여기에 매번 초대되는 새로운 타짱들로 터질 듯한 폭소의 긴박감이 이어진다. 그들은 폭소를 유발하기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던지는 승부사로 몸 개그의 한계를 실험한다.

▶ 개그 레시피의 핵심 포인트
1. 테이블에 앉아 양 출전자들은 먼저 상대방의 얼굴에 뿌릴 밀가루, 김가루, 생크림 등을 배팅하고 경기에 들어간다. -> 배팅은 긴박감과 함께 그것이 터지는 순간의 폭소를 예감케 한다.
2. 카드로 먼저 선을 정한 후, 주심이 가운데 장막을 가리는 동안 공격자는 자신의 신체와 도구를 이용해 상대방을 웃길 준비를 한다. -> 준비과정이 상대방에게는 가려져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은 방어자가 그걸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공격자의 호승심을 유발한다.
3. 주심이 장막을 치우고 방어자는 일정 시간 웃음을 참아야 한다. -> 웃음을 참는다는 요소가 오히려 웃음을 유발시킨다.
4. 상대방이 웃지 않으면 주심은 공격자의 머리를 쟁반으로 내려친다(그것밖에 못해!). -> 웃기지 않은 몸 개그의 썰렁함을 마무리해주는 센스!
5. 웃음을 참지 못하면 배팅했던 가루들과 크림들로 망가지고 게임에 지게된다. -> 카타르시스의 순간. 승리자에게는 축하를, 패배자에게는 굴욕을.

이 맛깔 나는 개그의 레시피는 출전자들이 전적으로 준비한다. 자신의 신체적인 특징 또는 개인적 이미지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개그맨 윤성호는 자신의 빡빡 민머리에 생등심을 던져 붙임으로써, 또한 황기순은 과거 자신의 도박 이미지를 역이용해 웃음을 유발시킨 바 있다. 라스트맨 스탠딩 방식은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챔피언과 마지막 대전을 벌여 이긴 자가 살아남는다. 이 대전개그의 독특한 긴장감과 출연진들의 얼토당토않은 몸 동작으로 인해 생겨나는 간극 사이에서 웃음은 터질 수밖에 없다. 장점은 무한히 새로운 출전자들을 연기자든 가수든 제한 없이 출연시킬 수 있다는 점. 타짱의 무한 선전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추억의 유사품 : 알까기
‘타짱’과 유사한 대전개그로 지목할 수 있는 건 단연 ‘알까기’. 타짱이 타짜를 패러디했듯이 알까기는 바둑을 패러디했다. 테이블에 앉아 차례로 공격방어를 한다는 점, 바둑이 가진 특유의 긴장감을 개그로 끌어들인 점도 같다. 양 출전자들은 초기에 개그맨에서 시작해서 차차 그 한계가 없어졌으며, 누구나 웃으며 할 수 있는 국민스포츠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바둑알을 튀기기 전에 하는 거만한 행동과 튀길 때 하는 독특한 동작, 그리고 튀긴 후의 마무리 동작 등으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몸 개그를 닮아 있다. 또한 김준호가 ‘타짱’의 주심이자 해설자로서 특유의 색깔을 가지듯, ‘알까기’의 최양락 역시 해설과 함께 특유의 목소리로 유명해졌다.

무대를 탈피한 개그로 돌아온 웃음충전소

KBS에서 본격 코미디를 자처하며 새로 시작한 ‘웃음충전소’는 그간 개그의 대세로 자리잡은 공개무대개그의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서며 신선한 재미를 주. 무대개그의 장점은 즉석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단점은 공간적 제약이 있어 연극적인 상황설정에 의한 개그가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정해진 시간 내에 개그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시간 흐름과 변화를 통한 개그에는 어려움이 있다. ‘웃음충전소’는 바로 그 어려움을 좀더 정교한 세트와 야외 촬영의 교차편집으로 넘어서면서 카메라가 자유로워진 지점에서 새로운 웃음을 유발한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타짱’은 긴박감 넘치는 영화 ‘타짜’의 분위기를 개그 속으로 끌어들인다. 화면은 긴박한 배경음악과 함께 마치 영화의 예고편 같은 카드판의 손동작들이 반복되다가 해설자로 나오는 김준호의 얼굴에서 멈춰 서며, 개그가 시작된다. 이러한 긴박감 넘치는 장면 후에 나오는 개그대전이 이 코너가 웃음을 주는 핵심요소이다. 대전은 자학적이라 할 만큼 자해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고 그걸 보고 ‘웃지 말라’는 대전의 법칙을 통해 웃음을 배가시킨다.

‘미스터 박’은 여러모로 ‘미스터 빈’을 떠올리게 하는 개그다. 무대를 벗어나 카메라는 미스터 박의 일상을 쫓아가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는다. 소시민적이고 약해 보이는 미스터 박이 좀더 강해 보이고 멋져 보이는 남자들과 경쟁하는 이 구도는, 미스터 빈이 같은 개그를 통해 사회의 위선들을 꼬집었던 바로 그것과 같다.

‘막무가내 중창단’은 세트와 야외 촬영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웃음을 유발한다. 세트에서 노래를 하다가 그 중간 어느 소절에서 멈춰 서며 그 소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설정이다. 일종의 행동개그라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건 그 행동이 무대라는 제한적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낮의 찌는 더위는’을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 진짜 찜질방에 들어가고, ‘벽에 걸린’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담벼락에 몸을 건다. 심지어는 ‘늪에 빠진 거야’를 보여주기 위해 늪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세트로 돌아온 그들의 망가진 몸은 또한 웃음을 유발한다.

‘지친다 지쳐’는 과거 유머일번지식의 세트 개그이다. 시골 풍경을 가끔 도입하지만 그것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한 도구이며 실제로는 세트에서 대부분의 개그가 이어진다. 약간은 모자란 듯 하면서도 정이 가는 촌사람들의 좌충우돌이 핵심이다.

여러모로 무대개그에서 가장 많이 탈피한 코너는 ‘정의의 따귀맨’이 될 것이다. 이 코너는 영상개그라 할만하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와 슈퍼맨과 같은 히어로, 액션이 엮어져 한 편의 개그가 완성된다. 화면연출의 즐거움을 또한 갖고 있는 이 개그는 다큐적인 요소까지 끌어들인다. 시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괴롭히는 장면에서는 시사다큐프로그램의 모자이크처리와 흔들리는 카메라, 장중한 나레이션이 동원된다. 따귀맨이 나타나 악당들을 쫓아가는 장면에서는 들고 뛰어가며 찍는 카메라가 선보인다. 그리고 절정은 따귀맨이 악당들을 따귀로 물리치며 마치 매트릭스처럼 정지된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장중한 나레이션 장면이다. 이 개그는 전체적으로 진지함을 고수하는 영상에 단지 우스꽝스런 따귀맨이라는 캐릭터가 만나면서 놀라운 웃음의 폭발력을 보여준다.

‘대안제국’은 마치 ‘개그콘서트’에서의 ‘봉숭아학당’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이라면 대신 세트라는 점이며, 과거라면 개그맨으로서 가장 중심으로 놓여야할 왕의 자리에 이계인이라는 연기자가 앉아 있다는 것이다. 이 이계인이라는 인물의 개그 프로그램 등장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그것은 개그가 무대 위에서의 순간적이고 단발적인 웃음보다 어떤 개그맨의 캐릭터 형성을 통한 웃음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주몽’의 모팔모에서 얻어진 이계인의 캐릭터는 이 개그에서 왕이라는 자리에 앉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그 중심을 잡는 인물에 개그맨이 아닌 아나운서가 자리하는 것처럼, 탤런트 이계인이 주는 편안함이 개그에 대한 어떤 압박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웃음충전소’는 대사보다는 몸에 의지한 개그가 더 많다. 이것은 자학적인 개그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힘을 얻어서 더 강력해진다. ‘웃음충전소’는 좀더 자유로운 촬영을 통해 무대개그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은 개그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무기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웃음충전소’의 미덕은 이제 저 칼바람 넘치는 무대개그에서 어느 정도 발굴된 캐릭터들을 온전히 지속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의 회귀는 현재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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