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로 앵커 복귀하는 손석희, MBC는 왜?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한다. 지난 2000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3년만의 앵커자리 복귀다. 그런데 그가 복귀하는 곳은 친정인 MBC가 아니라 JTBC다. 앵커로서 또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라디오 MC로서 손석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 아나운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아나운서를 놓치는 건 방송사로서는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즉 MBC를 떠나 JTBC에 새로운 둥지를 튼 손석희 사장은 그 거취 자체로 그간 MBC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가를 말해준다.

 

'JTBC 뉴스 시사(사진출처:JTBC)'

손석희의 앵커 복귀로 JTBC의 시사 보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물론 지금껏 채널A나 TV조선 같은 종편 채널들의 시청률에 목맨 마구잡이식 보도 행태로 종편 전체의 시사 보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석희가 JTBC의 보도 부문 사장으로 영입되고 온전히 그의 손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맡겨진 상황이니만큼 얼마나 다른 방송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석희가 아닌가.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할 <뉴스9>이 뉴스의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속보전에서 뉴 미디어에 밀려버린 TV 뉴스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뉴스 보도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뉴스9>은 이러한 관행적으로 해온 리포트의 백화점식 나열을 자제할 거라고 한다. 대신 당사자나 전문가 인터뷰, 심층취재를 강화해 TV 뉴스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이밖에도 시사 부문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정관용 라이브>를 맡고, MBC에서 퇴사해 프리선언을 한 문지애 아나운서가 일일 교양 프로그램 <당신을 바꿀 6시>의 진행자로 나선다고 한다. 여기에 역시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가 된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미 <비밀의 화원>이라는 프로그램에 MC로 활약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손석희, 문지애, 오상진 모두 MBC가 밀어낸 아나운서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사적인 네트워크의 시각을 볼 필요는 없다.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이야 방송이 생계일 수밖에 없고 문지애나 오상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된 아나운서들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이 JTBC로 가든, 아니면 케이블 방송을 하든(오상진은 실제로 여러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게다.

 

다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왜 MBC는 이렇게 촉망받는 아나운서들을 모두 온전히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밀어냈던가 하는 점이다. 아나운서들은 사실상 방송 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직업군들이다. MBC 사태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문지애나 오상진이 방송국 내에서 어떤 처지였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수한 선배들이 아직도 프로그램 하나 맡지 못하고 외곽으로 떠돌고 있지 않은가.

 

보통의 회사원들이 사표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사표를 쓴 것 역시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진로가 있었을 것이다. 즉 문지애 아나운서나 오상진 아나운서가 류승룡이 소속된 프레인 TPC에 모두 전속계약을 한 것은 이들 역시 나름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표를 내는 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건 역시 회사의 책임이 크다. 손석희를 비롯해 최일구, 문지애, 오상진 등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빠져나가면서 MBC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부분 놓친 게 사실이다.

 

한때 서민들의 입과 귀를 대변해주었던 <MBC뉴스데스크>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 258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때 금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스페셜>은 근 몇 년만에 그 존재감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방송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방송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얼굴인 아나운서의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그 얼굴들로만 보면 MBC는 JTBC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이 사실상 방송의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것은 MBC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MBC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앞으로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행보는 MBC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밤'의 힘 알 수 있었던 이혁재 해프닝

 

개그맨 이혁재가 <세바퀴>에 출연해 <진짜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에 대해 언급한 일은 의외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물론 약간의 농담이 섞인 이야기였을 테고 따라서 이 정도까지 파문이 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와 덧붙여 생각해보면 두 프로그램에 출연을 희망한다는 식의 멘트는 자신의 절실함을 표현한 말 그대로의 희망사항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바퀴(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럼에도 파문이 커진 것은 과거 술집 종업원 폭행사건 이후 급전직하한 그의 이미지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사건은 이혁재가 그간 보여주었던 건실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폭력예방 홍보대사로까지 활동했던 그가 연루된 ‘폭력사건’은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이혁재는 “<무한도전>의 수명이 1년 반”이라는 식의 멘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것도 종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TV조선에서, <무한도전>이 MBC 파업에 동참하고 있을 때 던진 이 멘트는 실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TV조선의 MBC 파업에 대한 비아냥을 그대로 담은 듯한 인상을 주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색채를 떠나 같은 방송인으로서 제 아무리 자신이 급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의 멘트는 상식적이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혁재의 이미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출연 희망을 언급한 것 역시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것은 이혁재가 대중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일밤>의 두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가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혁재에게 남아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잔상은 <아빠 어디가> 같은 청정 순수 프로그램에는 심지어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것은 지금 현재 <일밤>의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두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말 예능의 최고 위치에 오른 것은 재미있고 신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이들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윤후의 안티카페가 생겼을 때 대중들이 모두 나서서 결국 카페를 폐쇄시키고, ‘윤후야 사랑해’로 검색어를 바꿔놓은 사건(?)은 대중들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것은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으로 김영옥 선생님에 이어 변희봉 선생님이 들어간 것에 대해 대중들의 호평이 이어진 것은, 거기 출연한 병사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대중들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가족과 형제를 위해 기꺼이 땀 흘리는 병사들에게 어찌 뭉클한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맨발의 친구들>에서 강호동이 ‘위기설’을 얘기하고, <1박2일>에서 이수근이 프로그램의 위기를 얘기하게 된 것은 <일밤>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지지에서 비롯된다. 개그맨 이혁재는 물론 급박한 자신의 사정을 요즘 대세가 된 <일밤>을 거론하면서 강조하려 했던 것일 테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해프닝은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그의 둔감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혁재가 만일 진정으로 재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대중정서를 읽어야 한다. 자신을 대중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멘트가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타 프로그램을 언급할 때는 그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일밤>처럼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승세 탄 <구암 허준>을 둘러싼 잡음들, 그 씁쓸함

 

<구암 허준>은 마치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허준>의 리메이크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도 그이고 9시 <뉴스데스크>를 8시대로 바꾸고 그 9시에 <구암 허준>을 편성한 것도 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초반 5,6%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러 있을 때 그것은 김재철 전 사장의 경영적인 실패로 인식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도 <SBS 8시 뉴스>에 밀렸었기 때문에 8시부터 10시까지의 편성 전략은 총체적인 실패라고 말할 수 있었다.

 

'구암 허준'(사진출처:MBC)

그런데 최근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 오르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과 맞춰져 오른 시청률에서 이것이 파업참여 노조의 복귀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히려 김재철 전 사장이 뿌린 씨앗이 이제야 그 열매를 거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어떻게 평가 내려야 할까.

 

먼저 미안한 얘기지만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이 양자가 주장하는 그 어느 것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은 그 어떤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허준(김주혁)이 서자로 태어난 자신을 비관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부분에서는 이 허준이라는 소재가 그다지 힘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가 유의태(백윤식)의 문하로 들어가 의술을 배우며 병자를 돌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허준 특유의 힘이 생기고 있는 것.

 

실제로 허준이 우상대감댁 심씨의 중풍을 고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시청률을 8%대까지 끌어올렸다. 허준을 믿지 못하는 우상대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병자를 돌보기를 간청하는 허준은 부와 명성을 얻기에만 급급한 유도지(남궁민)와 비교되면서 진정한 의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최근 허준은 유의태에 의해 내쳐지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지만 다시 삼적대사(이재용)를 따라 나병환자를 도우며 더 큰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도 삶이 팍팍한 현재의 서민들에게는 허준의 이런 모습은 그저 명의가 아니라 성자 같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시청률이 8,9%에 이르게 된 것은 <구암 허준>으로서는 오히려 아쉬운 일이다. 초반에 5% 남짓한 시청률에 머물렀다고 해서 지금 현재의 시청률에 만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만일 <구암 허준>처럼 완성도와 메시지를 갖춘 드라마를 9시대 30분이 아니라 10대 1시간으로 편성했다면 아마도 그 시청률은 이미 20%를 훌쩍 넘겼을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암 허준>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편성의 성공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깊은 상처가 조금 아물었다고 해서 그것을 완치로 보긴 어려운 일 아닌가.

 

물론 김재철 전 사장의 퇴임이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적어도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해서 경영적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프로그램 하나의 성패가 MBC의 성패로 가늠될 때 그 프로그램이 갖는 부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에 경영진들 때문에 프로그램 안 본다는 얘기도 이제는 조금 줄어들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조금 상승세를 타자 그것이 서로 자신들의 성과라며 나오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 제작진이나 팬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병자를 고쳐 그 상으로 집 한 채를 지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며 오히려 그 병자가 기력을 되찾은 것이 자신에겐 큰 상이라 말하는 허준의 모습을 되새겨볼 때다. 작은 공도 크게 부풀리기 전에 그 불편한 마음에도 끝까지 방송을 봐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돌려야할 때가 아닌가.

<무도> 힘겨웠던 8년, 무한상사의 도전기

 

왜 하필 무한상사였을까. 8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이 소재로 삼은 무한상사에는 그간의 8년 세월이 녹아 있었다. 거기에는 <무한도전> 특유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리얼 콩트가 있었고, 그 위에 깨알같이 터지는 애드립이 있었다. 뮤지컬이라는 최근 트렌디한 형식도전이 녹아 있었고, 무한상사를 먹여 살릴 미래형 수트 제작이 가진 아이디어에 그 수트가 견고한가를 실험하는 몸 개그가 있었다. 무엇보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어느 순간 먹먹해지는 <무한도전>만의 ‘웃픈’ 정서가 있었다. 무한상사라는 콩트로 그간 8주년 간의 도전들을 압축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상사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만남은 최근 <레밀리터리블>과 <레스쿨제라블>로 이어진 패러디 트렌드를 가져와 회사 버전으로 녹여냈다. 무한상사가 굳이 <레미제라블>의 패러디를 차용한 것은 우리네 회사 생활이 군대나 학교만큼 비참한(miserable)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경영 실적 저하로 누군가 한 명을 정리해고 해야 하는 그 상황을 무한상사식으로 패러디해 노래한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공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지금껏 8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무한도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한상사를 통해, 몸을 아끼지 않는 개그와 트렌디한 형식도전, 깨알 같은 콩트 코미디 등을 보여준 것처럼, <무한도전>은 지금껏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려왔다. 콩트 속에도 리얼을 살리고, 예능 속에서도 봅슬레이나 댄스 스포츠, 프로레슬링, 조정 같은 진짜 도전을 시도하며, 무엇보다 예능이 예능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을 은유하는 그 무한한 형식실험들은 그 멤버와 제작진들의 피와 땀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작년 MBC의 파업으로 장기간 도전을 멈췄던 것은 <무한도전>으로서는 실로 힘겨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처럼 트렌디한 새로움을 끊임없이 시도해온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리듬이 끊긴다는 건 제작진들이나 MC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또한 늘 해왔던 심지어 1년에 걸쳐 기획되던 장기 프로젝트들이 시도될 수 없는 건 그 자체로 큰 고통이었을 게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이 산적해 있는데 할 수 없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래서 무한상사가 그려낸 정리해고의 이야기는 그것이 지금 우리네 샐러리맨들의 현실을 얘기해주면서도 또한 <무한도전>이 겪은 힘겨움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더욱 찡하게 다가온다. 얼기설기 허접하게 만들어진 수트를 우스꽝스럽게 차려 입고 배구 선수가 날리는 서비스를 온 몸으로 맞으며 강풍기 앞에 자신을 세우고, 또 물세례를 맞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네 샐러리맨들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콩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껏 <무한도전>을 통해 해온 노력과 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도전을 8년 동안이나 해왔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진다. 그들이 성장하고 나이 들어온 것처럼 이제 팬이 된 시청자들도 똑같은 세월을 공유했다. 물론 과거만큼 체력이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절정기의 예능감이 조금은 희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껏 얼마나 노력해왔고 도전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무한상사의 그 멤버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이 표징하고 있는 우리네 가장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김재철의 MBC, 그 잃어버린 3년의 의미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공고하게 세워둔 MBC라는 방송사의 위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은. 그 중심에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김재철 사장이 있다. 이전에는 MBC 사장이 도대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면서 방송을 즐겼던 대중들도 이제 김재철 사장이 누구인지 알 정도로 그는 MBC 프로그램의 추락을 초래했다. 그 전까지는 잘 몰랐던 사장 한 명의 위력을 실감하던 시간이었다.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가장 큰 문제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무려 170일 동안의 파업을 벌였지만, 이로 인해 2백여 명의 MBC직원이 해직되거나 징계되었다는 것이다. <PD수첩>의 최승호 PD, 박성제, 박성호 기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이상호 기자 등 8명이 해고되었고, 파업 관련자들을 본래 직종과 무관한 부서로 전보 처리하는 등 보복성 인사와 징계가 이어졌다.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MBC의 얼굴들이 일거에 사라져버린 것. 서울남부지법은 이러한 전보 처리 등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MBC의 얼굴들이 해고되거나 주변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게 망가진 것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다. MBC 하면 먼저 떠오르던 <뉴스데스크>나 <PD수첩>의 날선 비판의식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뉴스의 정부 편향성은 대중을 위한 뉴스가 아니라 정부를 위한 홍보에 머물렀고 당연히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다. <PD수첩>은 PD의 해고에 이어 작가 8명 전원이 해고당하고 대신 시용PD들이 배치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100분 토론> 또한 손석희가 빠지면서 급격히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대중들의 기억에서조차 멀어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전문 인력들이 빠져나가자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사고도 줄을 이었고 몇몇 아나운서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과 실수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그저 시청률에 목매달면서 <뉴스데스크>를 8시 대로 옮긴 것은 MBC 전체 프로그램의 틀을 뒤흔들었다. 시간대를 옮겼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3사 꼴찌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고, 9시 대에 <구암 허준>이라는 일일사극 파격 편성 또한 그다지 시청률을 가져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은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의 공백을 가져온 셈이다.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MBC 주말드라마의 막장으로 이어졌다. <메이퀸>은 아동학대에 가까운 자극적인 전개로 시작해 개연성 없는 인물들의 변화와 극악스러운 캐릭터들을 세움으로써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대중들의 냉랭한 비판을 받았고, 그 바톤을 이어받은 <백년의 유산> 또한 비상식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등장해 막장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져온 MBC 드라마의 비극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그림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드리워졌다.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8년 장수한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가 떠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종영되었고, 그 자리를 채웠던 <배우들>이라는 토크쇼 역시 시청률 난항으로 갑작스런 폐지를 맞았다. 아예 이제 MBC는 월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빼고 <MBC스페셜>을 편성함으로써 사실상 예능 포기선언을 한 셈이다.

 

이 월요일 저녁 시간대를 때우고 있는 <MBC스페셜>도 그 위상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참신한 기획으로 다큐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금요일 밤의 최강자로까지 자리했던 <MBC스페셜>은 끝없는 편성 변경으로 인해 한없이 망가져버렸다. 눈물 시리즈와 <휴먼다큐 사랑> 같은 좋은 아이템들이 즐비했던 <MBC스페셜>의 추락은 MBC의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뼈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사장 한 사람의 전횡으로 인해 방송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것이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지난 3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송의 성패가 프로그램의 질만큼 대중들이 그 방송사를 바라보는 정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 3년이 준 뼈아픈 교훈이다. 해고 노동자 복직, 변방으로 밀려난 직원들의 원대복귀 등등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는 문제다. 이 하나의 선택은 앞으로 MBC가 잃어버린 3년을 되돌려 다시 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인가를 가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무도> 왜 하필 이 시기에 택시를 다뤘을까

 

<무한도전>과 택시의 만남. ‘멋진 하루’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만남에서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서민’이다. 하루 종일 일해도 사납급 채우느라 한 달에 13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택시기사들의 조악한 현실. <무한도전>이 노란 제복을 입고 일일 기사로 나선 데는 그들의 힘겨운 실상을 이해해주고, 또 택시를 이용하는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 때문일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제 <무한도전>은 오전 내내 택시를 몰고 다녀도 승객만나기가 쉽지 않은 택시기사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점심시간에 기사식당에 모여 돼지불백에 심한 허기를 느끼는 모습들이 포복절도의 웃음으로 승화되었지만, 그 장면은 사실 웃을 수만은 없는 택시기사들의 현실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점심 식사 한 끼를 챙겨먹는 것도 편안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극화해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을 보는 시선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최근 벌어진 택시법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그리고 정부의 입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겹쳐져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대중들은 이중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힘겨운 택시기사들의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또한 택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승차거부, 난폭 운전 같은 부정적인 서비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와 버스업계의 대립은 만일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이 됐을 때 그 혜택이 버스에게는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거나,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들어올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불안감이 그것이다. 게다가 택시비가 워낙 비싸서 이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다는 것에 대한 대중정서도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또한 택시법이 통과됐을 때 실질적으로 혜택을 가져가는 건 택시사업주들일 뿐, 택시기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를 반대하는 대중들의 입장이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택시를 탄 한 버스기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 버스기사는 “비정규직이니까 더 힘들다”며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기에 대해서 유재석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다루면서도 버스기사의 고충 역시 놓치지 않았던 점은 그나마 이번 <무한도전>의 택시 아이템에서 어떤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던 면모였다.

 

결국 <무한도전>이 다루려던 것은 이번 택시법에 즈음하여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저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통해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을 것이고 그 속에 택시기사도 버스기사도 또 골목상권의 피해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택시라는 접점을 통해 대중들과의 멋진 하루를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필 민감한 시점에 이 아이템을 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프로그램 외적으로 호불호를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그것은 택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적인 시선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택시는 과연 대중교통인가 아닌가. 택시기사들의 삶이 힘겨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서 대중들이 인식할 만큼 서비스나 비용이 합당한 것인가. 이런 입장차는 결국 이번 택시를 아이템으로 삼은 <무한도전>에 대한 대중들의 갈라진 시선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방문진 김재철 해임안 부결이 가져올 파장

 

결국 또 <무한도전>을 못 보게 되는 것인가. 사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MBC 파업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힘겨운 현실에 서민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는 게 그나마 방송이기 때문이다. MBC의 <무한도전>이 마치 파업의 상징처럼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대중들은 복잡하고 거창한 정치 이야기보다 소박하게 <무한도전>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왜 자꾸 못 보게 되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방송정상화를 위해 선택한 <무한도전>의 불방조차 지지하는 쪽이지만.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대중들이 갖고 있는 MBC 경영진에 대한 감정은 그 시청률 하락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고, 또 드라마나 예능 같은 MBC 콘텐츠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다. 제 아무리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대중들은 시큰둥해 한다. 방송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에 대해 보이는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방송사로서는 너무 치명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뉴스데스크>가 9시에서 8시로 옮겨진다는 사실 자체가 MBC의 치욕으로 받아들여지고, 또 옮긴 8시 <뉴스데스크>의 일련의 실수들(자막부터 방송사고까지)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야유는 그 정서를 이해하게 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는 사실은 이러한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대선 정국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거라는 점이다.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라는 내용의 압박성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김사장 해임안 가결을 놓고 논의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하금열 실장과 김무성 본부장이 개입하면서 이 논의가 무산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야당 측 이사들과 문화방송 노조는 지난 6월 파업을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방통위 상임위원들로부터 김사장 퇴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비공개 합의서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당시의 약속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해임안 부결에 대해서 김충일 이사는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고, 하금열 실장 역시 “(김충일 이사와) 통화를 많이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연임과 관련한 전화 통화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MBC의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주장하듯이 이번 사태는 대선에도 영향을 줄 여권의 언론장악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대중들의 MBC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는 게 사실이다. MBC 관련 기사에 댓글이 1천개씩 달리고 그 대부분은 비판과 성토라는 그 대중정서가 얼마나 나빠져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요즘 MBC 왜 그러냐고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MBC의 문제가 대선 정국과 긴밀하게 관련을 갖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또 <무한도전>을 못 보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의외로 대선에서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대중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모자보다 개념을 챙기라는 비난 왜 나올까

 

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왜 비난받을까. 그녀는 올림픽 방송에서 튀는 ‘모자 패션’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블랙드레스에 망사 달린 모자는 그녀가 말한 대로 사실은 “진한 감색 의상이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두운 느낌을 전해주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장례식 의상 같다는 논란이 나올 법 했다. 그만큼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승은 아나운서'(사진출처: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여기에 대해 그날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실격처리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점잖은 색 옷으로 바꿔 입었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만약 내가 밝은 색 옷을 입었다면 그걸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이것은 양승은 아나운서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녀는 MBC 노조가 파업하는 도중, 노조를 탈퇴해서 주말 뉴스데스크의 안방마님을 꿰찼다. 그러면서 탈퇴의 변을 한 것이 또한 논란이 되었다. 실제로 그런 표현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과장된 것일 수도 있지만, 노조 탈퇴 같은 어찌 보면 동료를 등지는 선택에서 종교적 이유를 든다는 것이 어딘지 상식적이라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즉 양승은 아나운서가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을 선보였다고 해도, 이런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하나의 웃어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되었을 것이다. 모자 패션은 영국 여성들에게 실제로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들이 바라보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패션은 영국 문화와 전통을 고려해 착용한 것이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멜론 빵 모자, 딤섬 찜통 모자 같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즉 뭘 해도 비난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녀는 논란이 되었던 모자를 벗고 올림픽 방송을 진행했지만, 그래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의상 논란이 생기는 식이다. 또 런던에 갈 때 무려 17개나 되는 모자를 준비했다는 얘기도 과도한 의상에 대한 집착처럼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 일련의 의상들은 의상팀이 상의하고 함께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잘 준비된 의상도 그것을 입는 사람에 따라 달리 읽히는 것이 미디어의 속성이다.

 

사실 모자를 쓰건 안 쓰건, 어떤 의상을 입건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양승은 아나운서로 인해 올림픽 방송보다 그녀의 모자와 의상에 자꾸 시선이 분산되는 건 문제가 된다. 사실 올림픽 방송의 주인공은 열심히 한 선수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끊임없이 양승은 아나운서로 집중되는 시선과 논란은 올림픽 방송의 주객을 전도시킨다.

 

‘모자가 아니라 개념을 챙기라’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이미 양승은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사실상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나운서에 대해서 사회가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 같은 잣대를 드리우고, 지나치게 연예인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직업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거꾸로 정보를 가로막는 민폐로 작용하기도 한다. 파업을 하건 중간에 빠져나오건 선택은 물론 누구에게나 자유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을 전면에서 받기 마련인 아나운서 같은 존재에게는 그 선택에 따르는 혹독한 책임도 져야 하는 법이다.

<무도> 재개됐지만 MBC 문제는 여전

 

<무한도전>에 이나영이 나왔을 때 전부 달겨드는 출연진들로 일대 소란이 일어나자, 김태호 PD는 ‘방송국 국격에 안 맞게...’라는 자막을 넣었다. 평상시라면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막은 작금의 MBC 사정과 맞물려 기묘한 울림을 만들었다. 김태호 PD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것은 현재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 첫 번째는 <PD수첩>의 작가 전원이 해고된 일이다. <PD수첩>은 이미 PD 10명 중 1명은 정직을, 5명은 대기발령을 받았고 업무 복귀 이후 1명은 다른 국으로 전보되었고 빈 자리를 사측에서 고용한 시용PD들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PD수첩>에 정작 PD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작가 6명 전원을 해고 통보했다는 것은 아예 대놓고 <PD수첩>을 죽이겠다고 나선 것과 다름이 없다.

 

<PD수첩>에서 이들 작가들이 했던 아이템들을 보면 이들의 해고 통보가 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민간인 사찰’, ‘기무사 민간인 사찰’,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등이 그것이다. 모두 정부와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적 시각이 들어있는 아이템들이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를 제작한 최승호 전 <PD수첩>PD는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날 김재철 사장이 자신이 본 후 방송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프로그램을 갖고 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측에서 이들 일련의 <PD수첩> 아이템들을 껄끄러워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해 사측에서 내세우는 해고의 이유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김현종 시사제작교양국장은 그 이유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배연규 <PD수첩> 팀장은 “아이템이 진부하고, 시청률도 낮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PD수첩>이 정상적으로 방영되었을 때,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대중의 관심도 훨씬 높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거꾸로 이 상황은 아이템들이 자꾸 검열당하면서 생긴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들은 ‘진부한 아이템’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일까.

 

작가들은 사실 방송사 소속이 아니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사가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사전 통보도 없이 전원 해고처리하는 것은 자칫 작가를 바라보는 그 방송사의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MBC 구성작가협의회의 입장 전달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PD수첩> 작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 전체에 대한 모독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상황은 일파만파다. 시사교양 작가들뿐만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까지 이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고 질타했고,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작가라서 작금의 치졸을 글로 써버리면 그뿐이지만, 방송의 공영성은 시대의 정신은 이대로 흘러선 안 됩니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림픽 방송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논란 투성이 방송이 되어버린 MBC의 올림픽방송은 파업 복귀 이후 사측의 기습적인 인사 조치로 결국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인력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영국인’ 발언으로 배수정이 문제를 일으킨 것도 결국은 제대로 된 아나운서를 그 자리에 세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보인다. 또 박태환 선수가 실격 처리됐다고 통보됐을 때 무리하게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나, 올림픽 방송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마치 장례식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의 아나운서 역시 인력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결국 파업 복귀를 선언하고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MBC 사측이 제 발을 찍은 셈이다. MBC 사측으로서는 올림픽을 통해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방송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베테랑 PD와 기자와 작가, 아나운서를 엉뚱한 곳으로 배치시켜 놓은 상황에서 특유의 경륜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 올림픽 방송을 정상적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건 차 포 떼고 장기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방송을 재개하면서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의 불방이 <무한도전> 정상화보다 부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무한도전>의 방송 복귀가 MBC 사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치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전면에 <무한도전>을 복귀시킴으로써 여전히 진행형인 MBC의 문제가 덮여질 수는 없다. 그것은 올림픽 방송 논란으로 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간 소식만으로도 제 궤도 찾은 <무도>

 

<무한도전>이 다시 방송을 재개했다. 무려 24주간이다. 그 긴 공백을 채우는 데는 아마도 일종의 예열이 필요했을 게다. 돌아온 <무한도전>은 ‘무한뉴스’ 형식으로 그간의 멤버들의 소식과 예능 판세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파업에 갑작스럽게 돌입하면서 그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하하 vs 홍철’의 대결을 복기하는 것으로 채웠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한때 ‘스페셜 재방송’으로 채워지며 4%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이 단박에 14%까지 올랐다. 본격적인 ‘도전’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회복한 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 ‘무한뉴스’와 ‘하하 vs 홍철’의 축약본으로 그 갈증이 채워질 수는 없다. 그래서 어서 본 궤도에 오른 <무한도전>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무한도전>은 사실상 8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PD도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정말 인사만 드리는 거고~! 다음 주 워밍업 끝내면 8월 방송부터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을 듯"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고 해도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시간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한뉴스’가 그간의 멤버들의 근황을 일일이 언급한 것은 그 준비과정으로서는 꽤 중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은 결국 캐릭터쇼가 핵심이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멤버들의 일상사 공개는 그 일상을 담은 리얼한 캐릭터를 먼저 환기시키는 작업인 셈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준하는 결혼을 했고, 정형돈은 쌍둥이 아이를 가졌으며 <고쇼>에 고정으로 자리를 잡았고, 정형돈은 형돈이와 대준이를 통해 개가수로서 주목받게 되었다. 박명수는 <나는 가수다>의 진행을 맡으면서 꽤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고, 길은 <보이스 코리아> 출연으로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세웠으며, 유재석과 하하는 <런닝맨>으로 승승장구했다.

 

만일 <무한도전>이 계속 방영되고 있었다면 이 자잘한 일들로 인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핵심적인 재미는 프로그램 안에서만의 캐릭터가 아니라, 바깥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영향을 받는 캐릭터의 변화다. 실제로 정준하는 결혼한 후의 캐릭터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정준하가 직접 손으로 작성해와 보여준 그간 예능의 흐름을 낱낱이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양해졌고, 파업으로 MBC 예능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심지어 경쟁 프로그램까지 예를 들어 덕담을 해주는 풍경은 <무한도전>이 예능 위에 예능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나게 했다.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이 <무한도전> 재개를 바라는 멘트를 날렸던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초 방송사적인 특성을 잘 말해주었다.

 

‘하하 vs 홍철’의 대결을 굳이 복기하고 다음 회에도 한 회를 배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결의 속성 상 그간의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대결은 묵은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파업 전에 대결을 시작한 마당에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다. 시청자와 당시 참여했던 관객들에게도 그건 예의가 아니다.

 

어쨌든 <무한도전>이 다시 재개됐다는 것만으로, 또 그간의 소식들을 <무한도전> 특유의 뉴스 형식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특성상 제작진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 보는 시청자도 일종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돌아온 <무한도전>에 아쉬움이 남았다면 그것은 그만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반증일 게다. 8월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무한도전>의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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