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의 늪에 빠진 ‘부암동 복수자들’, 초반 기세 어디 갔나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시작이 좋았다. 첫 회에 2.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한데 이어 2회에는 4.6%로 반등한 건 이 드라마의 초반 기세가 만만찮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것도 tvN이 주중드라마 9시 30분이라는 새로운 편성시간을 세우고 월화에 이어 수목에도 편성한 첫 타자가 거둔 승기라는 점에서 <부암동 복수자들>의 선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이렇게 된 건 이른바 ‘복자클럽’으로 모인 4인방의 면면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남편이 외도로 가진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아픔을 겪은 정혜(이요원), 교수의 아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는 맞는 여자 미숙(명세빈), 시장통에서 생선가게를 하며 살아가면서 가진 이들의 갑질을 버텨내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정혜가 사는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게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수겸(준). 불륜과 가정폭력, 갑질 그리고 잘못된 어른들이라는 현실의 문제들을 담은 4인방 캐릭터가 모여 연대하고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렇게 복자클럽 4인방이 뭉치게 된 이후부터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 패턴은 이렇다. 공분을 일으키는 인물들, 이를테면 교장 홍상만(김형일)이나 교육감 선거에 나선 백영표(정석용) 그리고 이들과 공조하는 이병수(최병모)가 어떤 일들을 도모하면 복자클럽이 그 일을 방해하거나 혹은 망치거나 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복수’를 한다. 그 과정에서 복자클럽의 정혜, 미숙, 도희는 남다른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클럽의 존재가 누군가에 의해 미행당하고 남편들에게 밝혀질 위기에 놓인다. 물론 그런 위기로 끝난 상황 때문에 다음 회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별 문제없이 위기를 넘기지만.

이 패턴이 3회 가까이 반복되면서 초반 드라마가 주었던 큰 기대감은 한 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무언가 다채롭지 못하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뱅뱅 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복자클럽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지지부진하고, 사실상 그렇게 드러난다고 해도 이 클럽이 그간 해온 복수의 양태가 그리 대단하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감 역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복수의 대상들이 보여주는 공분의 행태가 가진 무게감에 비해, 이를 응징하는 복자클럽의 복수방식이 너무 소극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중심을 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대산 변죽만 울리는 것 같은 복수들의 연속. 즉 상대방의 행사를 방해하거나 혹은 굴욕을 주거나 하는 방식은 그들이 해온 공분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꺾는 복수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본격적인 전면전이 시작이 되어야 이야기 전개에 속도가 붙고 또 반전도 가능하지만 7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만 서성대고 있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12부작이다. 그러니 이미 중간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작에서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그나마 전개된 건 복자클럽이 생겼다는 정도. 정혜-도희-미숙의 연대와 그들과 자식관계로 얽힌 수겸-서연(김보라)-희수(최규진) 그리고 이들과 대결구도를 갖는 홍상만-이병수-백영표 같은 흥미로운 인물관계 역시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전개로까지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수목에 드라마 라인업을 가지려는 tvN의 전략적 편성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왕사'도 빠져버린 퓨전사극의 늪

어린 시절 겪은 사건과 성장해서 다시 재회해 인연을 이어가는 남녀. 세자와 신하로 만났지만 서로 우정을 키워온 남남. 그리고 이 세 남녀가 미묘하게 얽히는 삼각관계. 세자이긴 하지만 원나라 왕비에게서 태어나 오랑캐의 피가 섞였다 왕으로부터 천대받는 세자. 대부호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 권세를 얻기 위해 정략적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에 둘러싸인 여인. 그로 인해 어머니마저 죽음을 맞는 비극을 겪은 여인.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

'왕은 사랑한다(사진출처:MBC)'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첫 회는 최근 퓨전사극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의 포석을 깔아놓았다. 세자 왕원(임시완)과 고려 최고의 거부 은영백(이기영)의 외동딸 은산(임윤아)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과 그 사랑을 가로막는 권력자들의 암투가 이어지고 이를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그녀를 바라볼 왕린(홍종현)의 짝사랑이 또 한 축을 이룬다. 

퓨전사극하면 늘 등장하는 무협 액션과 삼각 멜로 그리고 적당한 정치적 상황과 복수극. <왕은 사랑한다>는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너무 뻔한 느낌이다. 상투적인 장면들도 넘쳐난다. 7년 만에 재회하게 된 왕원과 은산이 툭탁대다가 “나 너 알아”하고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는 장면이나, 왕원을 오히려 압도하는 무술이나 격구 실력 같은 것으로 드러나는 은산의 캐릭터가 그렇다.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이승휴(엄효섭)를 찾았다가 술독을 깨버리고 그것 때문에 술을 구하기 위해 세 사람이 산꼭대기에 올라가 구름다리에서 벌이는 모험 역시 너무 뻔하다. 구하려다 서로 껴안게 되는 그런 장면은 너무 흔해져 버렸다. 

고려 충렬왕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퓨전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황을 배경 정도로 그려진다고 해도 너무 역사적인 사건들이 별로 없다는 건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만든다. 물론 <구르미 그린 달빛> 같은 작품이 역사적 사건을 배제하고도 퓨전사극으로서 충분히 성공을 거두었지만, 거기에는 사극을 빌어 건드린 우리네 현재의 청춘들의 현실 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공감대가 있었다. <왕은 사랑한다>는 어떤 공감대를 그려낼까. 첫 회만으로는 아직 느끼기 어려운 대목이다. 

역사적 사건이 사라지고 남는 자리를 채우는 건 무협 액션과 멜로다. 물론 무협 액션과 멜로 역시 신선한 스토리와 엮어지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지만, <왕은 사랑한다>의 첫 회는 적어도 그런 흥미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걸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그래서 마치 중국 무협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이 남았다. 토착적인 정서를 잘 부각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허공에 붕 뜬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물론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왕은 사랑한다>의 삼각 멜로는 송지나 작가의 오래전 작품인 <모래시계>에서 봐왔던(어쩌면 이게 1990년대 드라마의 공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관계를 변주하는 느낌이다. 보디가드가 호위무사 같은 친구로 바뀐 듯한 그런 구도. 송지나 작가 정도의 경륜이 있는 작가가 왜 이런 뻔한 평작을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물론 이건 <왕은 사랑한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퓨전 사극들의 문제다. 아마도 중국을 겨냥한 듯한 작품들이 만든 이야기성에 지나치게 천착하다보니 나온 결과겠지만 깊이 있는 성찰이나 현재를 관통하는 메시지 같은 것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SBS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고, 잘 나가다 범작으로 끝을 맺은 MBC <군주>가 그렇다. 

역사 바깥으로 나와 상상력을 한껏 펼치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으랴. 다만 그 상상력이라는 것이 너무 성공 공식들만 반복하는 건 굳이 역사 바깥으로 나온 그 이유마저 퇴색시킨다. 사극이 그저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의 배경 정도로 다뤄지기 시작한다면 굳이 퓨전사극처럼 ‘사극’이라는 지칭 자체가 의미 없어질 것이다. 이러다 우리네 드라마의 독특한 색깔일 수 있는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흐릿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보이스’, 고통스런 고구마 전개에 점점 더 민감해진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가 만들어내는 몰입감은 놀랍다. 거의 영화에 가까운 긴장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등장하는 사건들이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하다. 첫 회부터 등장해 주인공들인 무진혁(장혁)의 아내와 강권주(이하나)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는 해머처럼 생긴 철퇴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차례 피해자를 가격해 죽인다. 2회에는 칼로 찌르고 죽이려는 계모를 피해 세탁기 속에 숨어 경찰의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가 방영됐다. 4회에서는 범인을 홀로 추격하던 강권주가 오히려 범인들에게 잡혀 산채로 매장당하는 장면이 마지막에 흘러나왔다. 시청자들로서는 다음 회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보이스(사진출처:OCN)'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끔찍한 장면들이 거의 공포영화 수준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보면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워낙 현실에서 사건사고를 많이 접하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청률이 5%를 넘어섰다는 건 이런 간절한 마음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몰입감에도 불구하고 너무 고구마 전개를 이어가고 해결시간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낚고 있다는 비판 역시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보이스>는 워낙 강렬한 사건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어서인지, 한 회에 그것이 마무리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끝을 맺은 후 다음 회를 기약하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특히 지난 주 4회에서 마지막에 강권주가 포대자루에 묶여진 채 구덩이에 던져져 땅에 묻히는 장면을 보여주고 끝난 건 다음 주 5회까지 1주일 간의 잔상을 남긴다. 

물론 그건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 묶어두기 위한 드라마의 정당한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영화의 극적인 상황 속에서 갑자기 뚝 끊어버린 듯한 그 전개방식은 시청자들에게는 깊은 이물감으로 남을 수 있다. 아마도 5%라는 시청률에는 이런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기다림이 작용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상 드라마가 늘 해오던 방식이다. 한 주에 2회를 방영하면 2회째에는 늘 다음 주를 위한 떡밥이 던져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고구마 전개’를 통한 떡밥에 대해 시청자들은 몹시 민감해진 모양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지성의 연기호평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전개에도 불구하고 ‘고구마 전개’의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 건, 그가 계속해서 당하는 장면만을 보고 있어야 하는 답답함 때문이다. 

<보이스>는 물론 계속 새로운 사건들이 등장하고 그것이 약 2회분에 걸쳐 해결되면서 범인이 잡히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큰 틀의 이야기를 보면 주인공인 무진혁과 강권주가 그들의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진범의 손아귀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회에서도 결국 붙잡게 된 범인이 갑자기 과거 아버지의 살해 현장을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를 던져 강권주를 광분하게 만드는 장면은 그래서 사이다로 끝난 것처럼 여겨졌던 상황을 다시 고구마로 만들어버린다. 

이것은 <보이스> 같은 진범을 찾거나 진실을 찾는 드라마들이 늘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건 해결을 뒤로 지연시킴으로써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방식. <보이스>의 연출을 보면 그것이 상당히 의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범인을 찾기 위해 학교로 간 무진혁과 강권주가 갑자기 나뉘어 수색을 하게 되고 누구나 예감했던 것처럼 강권주 앞에 범인이 나타나 사투를 벌이는 장면과 엉뚱한 곳에서 범인을 찾고 있는 무진혁을 교차해 보여주는 식은 이제 <보이스> 연출의 한 패턴으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그건 드라마의 효과를 위해 차용한 방식이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고구마 전개의 지연방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참을성은 갈수록 없어지는 형국이다. 그건 아무래도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워낙 현실의 전개 자체가 답답한 형국인지라 드라마 속에서도 그런 전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물론 정당한 사유들이 있어 사건 전개가 지연되는 건 개연성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는 지연은 자칫 불편함을 불러올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보이스>가 조심해야 될 부분이다.

비슷한 패턴 반복, <막영애> 역량 이어가려면

 

일터에서 각종 편견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 영애씨(김현숙). 그녀에게 사랑이 나타나고 알콩달콩한 사랑이 익어가며 이번에는 영애씨가 결혼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갑자기 이를 가로막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결국 전전긍긍하던 영애씨는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고 드라마는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지금 이 패턴의 스토리에 갇혀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사진출처:tvN)'

이번 시즌15는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고정 팬들에게는 영애씨가 제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서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결혼하지 못했던 승준이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돌아와 영애씨와 여전한 사랑을 확인하게 만든 드라마 초반에만 해도 그런 바람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혹시나역시나였다. 엄마의 반대를 간신히 이겨내고 승준을 집으로 초대해 정식으로 인사를 하려던 날 승준이 친구 상갓집에 간다며 나타나지 않은 것. 알고 보니 상갓집 간다는 것도 거짓이었고 그게 밝혀지자 승준은 쫓아오는 영애씨를 뒤로 하고 줄행랑을 쳤다. 전화도 받지 않는 승준 때문에 하루 종일 사고만 내던 영애씨에게 승준은 전화를 걸어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다. 아버지가 낙원사 건물 판 돈으로 친구 빚을 갚아줘 무일푼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에게 돈을 타내려고 다녔다는 것.

 

결국 돈 때문에 영애씨에게 소식도 없이 잠수를 탔다는 사실은 그녀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허탈함을 느낀 건 영애씨만 아니었다. 드라마를 애청하던 시청자들도 똑같은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승준이 잠수 타고 전전긍긍하는 영애씨를 담은 2회 분의 이야기가 너무 작가의 자의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의도적으로 영애씨의 결혼을 가로막는 설정처럼 보였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패턴을 반복하며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벗어나 산으로 가고 있다. 이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가 고작 결혼 못해 안달 난영애씨의 이야기던가? 그렇지 않다. ‘막돼먹은현실에 대한 블랙코미디다. 영애씨의 일터인 낙원사가 실제 낙원이 아닌 찌질하기 그지없는 초라한 현실인 것처럼,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걸 이야기하려던 드라마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연애와 결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물론 이 드라마의 멜로가 그 자체로 우리네 사회의 편견을 깨는 요소가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즉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미가 넘치는 영애씨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나 알콩달콩한 사랑을 이어가는 대목은 현실의 냉혹한 편견을 깨는 시원스러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애씨가 결혼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부터 이런 현실의 뒤통수를 치는 속 시원함은 사라지게 되었다.

 

애초에 다큐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내세웠던 <막돼먹은 영애씨>는 사실은 6mm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저예산의 현실을 역발상한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은 조악한 영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조악한 영상의 <막돼먹은 영애씨>막돼먹은 드라마로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영애씨라는 캐릭터와 저예산으로 찍혀졌지만 진솔함을 담은 이 드라마의 형식이 잘 어울린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월화드라마의 편성 시간대로 들어온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제 그런 조악한 영상은 뛰어넘었다. 시즌15를 하고 있는 어찌 보면 레전드 시즌제 드라마라는 명성에 걸맞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째 이야기는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차라리 다큐드라마 시절의 그 헝그리한 느낌이 그리워진다.

 

드라마가 결혼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집착만으로 어떻게 드라마가 더 다양한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되면 결혼 하는 것과 동시에 드라마도 끝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막돼먹은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영애씨라는 캐릭터를 통해 계속 끌어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라리 결혼을 하게 해주고, 그 이후에 벌어질 사건들을 이어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리네 현실은 결혼 후에도 막돼먹은 상황들이 너무나 많으니(어쩌면 갈수록 더 많아진다) 말이다

<개콘>, ‘세젤예나가거든빼고 어디서 웃어야

 

KBS <개그콘서트>에서 아재씨라는 개그 코너는 최근 이른바 유행이 됐던 아재개그를 소재로 했다. 여기 출연하는 박영진은 웃기지 않는 아재개그를 끝없이 시도하게 만드는 아재악령. 그래서 이 아재악령을 퇴치하려 나서지만 쏟아지는 아재개그에 속수무책이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아재개그가 실제로도 별로 웃기지 않다는 건 이 코너가 가진 함정이다. 현장 분위기도 그런 듯, 박영진은 심지어 왜 이렇게 안 웃어?”라고 대놓고 관객들에게 묻곤 한다. 안 웃기는 아재개그를 계속 시도하는 캐릭터로 웃기겠다 만들어진 코너지만 코너 자체가 웃기지 않다면 그걸 왜 유지하는 걸까.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꽤 오래도록 코너가 살아있고 사실상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진지록은 역시 웃기지 않고 진지하게 삼행시를 하는 걸 콘셉트로 갖고 있다. 웃기려고 하지만 웃기지 않아 진지한 상황이 웃음을 주어야 하지만 때로는 진짜로 진지하고 썰렁해 웃음이 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바로 그 상황을 통해 개그맨이 웃기지 못한다는 걸 몰아세움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지만, 이건 어찌 보면 최근 들어 웃기지 못하는 <개그콘서트>의 상황을 자조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새로 시작한 세젤예나가거든<개그콘서트>가 그래도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바 있다.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사람들의 준말인 세젤예는 그래서 유민상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은 예민한 손님들이 일종의 말꼬리 잡기를 통해 끝없이 주인을 몰아세우는 상황으로 웃음을 주었고, 영화 <터널>을 패러디한 나가거든은 풍자 요소를 집어 넣어 고구마 현실에 대한 사이다 개그를 선보였다.

 

세젤예나가거든은 모두 다른 코너들에 비해 웃음의 밀도가 높은 편이지만 3,4회를 반복하면서 쉽게 패턴이 읽히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코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대본과 캐릭터 연기의 패턴화가 문제로 지목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패턴은 웃음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너무 뻔한 패턴은 코너를 금세 식상하게 만든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코너들이 단 몇 회만에 이런 문제를 드러낸다는 건 지금의 <개그콘서트>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드러낸다.

 

개그 프로그램은 단순하게 말하면 핵심이 웃음이다. 얼마나 웃긴가 하는 점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건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개그콘서트>에는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유지되고 있는 코너들이 너무 많다. 오프닝에 자리한 장스타ent’는 어딘가 웹툰 같은 데서 나올 법한 병맛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반복되는 유행어만 나올 뿐 영 웃음의 포인트를 잡을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코너가 무슨 매락의 코미디적 상황을 그리고 있는지조차 애매하다.

 

꽃쌤주의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입을 모아 독특한 얼굴 표정으로 홍홍홍웃어대는 임종혁 캐릭터를 빼고는 역시 웃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비호행은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한 발상 자체는 좋지만 여기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대사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 하다. 조금씩 다른 비호감을 유발하는 대사를 치곤 했지만 그다지 웃기지가 않다. 송영길이 딸 캐릭터에게 하는 비호감 행위는 그래서 웃기지 못하기 때문에 불쾌감만 남기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님은 딴 곳에는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연기적 포인트를 잘 잡고 있다고 여겨지는 개그우먼 이현정이 있어 웃음의 밀도는 높은 편이지만 코너 성격상 외모 비하 같은 내용들은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비슷한 위험성이 느껴지는 코너는 빼박캔트. 이 코너는 마치 남성들이 여성들을 무조건 챙겨줘야 한다는 식으로 그려지면서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도 비하하는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이럴 줄 알고는 너무 단순해 끝없이 이럴 줄 알고-”라는 유행어만 남발하고 있지만 그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에는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코너다. 이런 코너를 계속 <개그콘서트>가 유지하고 있다는 건 미스테리다. ‘사랑이 Large’는 전형적인 뚱보 캐릭터 코미디지만 그 이상의 아이디어를 찾기가 어려운 코너이고 ‘11’은 이세진이 연기하는 이병원 캐릭터를 빼놓고 보면 다른 캐릭터들에게서 웃음을 찾기가 어려운 코너다. ‘무리텔역시 <마이 리틀 텔레비전>식의 1인 방송을 가져와 소통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실은 홍보를 하고 있는 방송을 에둘러 풍자하고 있지만 이상훈과 송영길 캐릭터만 보일 뿐 아이디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개그콘서트>는 어쩌다 이렇게 웃음 없는 개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걸까. 빠져나간 스타 개그맨들, 과감한 풍자가 쉽지 않은 현실, 새로 채워진 개그맨들의 부진으로 <개그콘서트>를 이끄는 주축이 사라진 상황, 하나하나에 어떤 날카로움이 사라진 코너들, 무엇보다 새롭고 독보적인 캐릭터들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등등. 문제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들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웃음이 약해졌다는 것. 물론 가끔 몇몇 코너들이 반짝 시선을 잡아끄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약해진 웃음을 회복하지 않고는 <개그콘서트>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김수현 작가는 여전한데, 세상은 바뀌었다

 

종영한 SBS <그래 그런거야>는 실패했다. 김수현 작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도 깨졌다. 물론 이것은 김수현 작가가 예전만 못하다는 뜻도 아니고, <그래 그런거야>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전히 자신만의 작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능력을 보였고, <그래 그런거야>는 대가족의 여러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면서 어떤 인생의 통찰을 포착해내는 완성도도 분명히 있는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막장 설정으로 치닫는 드라마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하지만 실패는 실패다. 최고의 고료를 받는 김수현 작가를 SBS가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세웠던 건 그간 참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주말시간대의 부활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의미도 중요하지만 성과도 중요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심지어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내놓았다.

 

어째서 김수현 작가는 변함이 없는데 드라마에 대한 정반대의 반응들이 나왔을까. 그건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물론 의도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3대 대가족을 그렸지만, 그건 이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가 된 작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유리된 것이었다.

 

변화된 것은 이런 소재적 내용만이 아니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주로 대사 중심으로 이어진다. 즉 어떤 면에서는 TV를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그 내용이 이해가 갈 정도다. 라디오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게다가 김수현 작가의 대사는 속사포다. 인물들마다 끊임없이 수다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런 방식의 드라마 작법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고루한 느낌을 준다. 이른바 대사가 아닌 영상을 통해 어떤 뉘앙스와 의미를 던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영상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 때는 본격 장르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아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단 몇 년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멜로 없이도 가족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성공하는 본격 장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tvN에서 시도됐던 몇몇 본격 장르물들은 호평은 물론이고 시청률도 가져갔다. 심지어 영화제작인력이 투입되어 영상미까지 더해진 tvN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이미 변화했는데, <그래 그런거야>는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려는 것처럼 의도된 회귀일 수 있었지만, 이미 김수현 작가의 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가족드라마의 틀에 이제 시청자들은 그만한 호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출연자들까지 매번 비슷한 김수현 작가 사단으로 채워지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인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밖에.

 

결과적으로 <그래 그런거야>는 시대착오적 드라마가 되었다. 그건 김수현 작가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또 필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다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드라마는 변화하지 않고 멈춰져 있었던 결과다. 하지만 이것 역시 김수현 작가의 책임이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와 호흡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모든 작가는 과거의 작가가 되기 마련이니까. 제아무리 대작가라 하더라도.

<옥중화>, 괜찮은 소재의 발목을 잡는 불안요소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첫 방에 꽤 높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2회 만에 20% 시청률을 넘긴 건, 이병훈 감독의 사극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실제로 전옥서라는 조선시대의 감옥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토정 이지함(주진모)이나 전우치(이세창) 같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옥녀(진세연)라는 캐릭터가 주는 기대감 역시 컸다.

 

'옥중화(사진출처:MBC)'

무엇보다 <옥중화>는 현재의 드라마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감옥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의미에는 현실 상황과 판타지가 잘 엮어져 있다. 즉 사극이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 장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현재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현실이 <옥중화>에서는 을 의미할 것이고, 그럼에도 어떤 판타지를 꿈꾸는 대목이 의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기획의도가 아니라 옥녀라는 구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옥녀는 어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전옥서라는 어두운 현실에서 자라난 인물이지만 그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밝은 캐릭터다. 그녀는 전옥서에 들어온 많은 죄인들을 통해 배우며 자라난다. 토정 이지함이 밥 먹듯이 드나드는 전옥서는 거꾸로 비틀어진 현실에 바른 소리를 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옥중화>는 아역을 연기한 정다빈에서 성인역인 진세연으로 옮겨가면서 옥녀 캐릭터의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 물론 이것은 정다빈이라는 아역이 너무나 연기를 잘 해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만 극 중의 옥녀 캐릭터가 초반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옥녀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진실에 접근하려 전옥서 다모가 아닌 포도청 다모 시험을 보지만 오히려 너무 실력이 출중해 떨어진다. 그리고 지금의 스파이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 체탐인제의를 받고 훈련에 돌입하며, 그 마지막 관문인 붙잡혔을 때 절대 정체를 발설하지 않는 그 시험까지 통과해 체탐인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문제는 체탐인이 되는 과정이 다뤄지면서 이야기가 살짝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사실 <옥중화>가 주목을 끌었던 건 전옥서라는 매력적인 공간과 그 안에 들어와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향후 옥녀와 어떤 이야기를 그려갈 것인가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탐인의 이야기는 전옥서만큼 현실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옥서 바깥으로 나와 체탐인으로서의 미션을 해나가는 옥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애초에 <옥중화>가 만들어낸 기대감과는 상당히 멀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옥중화>는 물론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불안요소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병훈 감독 사극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해결-성장의 이야기는 재미있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 쉽게 시청자들에게 읽히는 구성으로 다가오고 있고, 성인역으로 바톤터치되면서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특히 악역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연기력 논란은 연기자들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제 겨우 초반 몇 회가 지났을 뿐이기 때문에 모든 걸 섣부르게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4회 만에 패턴이 너무 읽히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병훈 감독의 사극은 어느 정도는 그 결과를 다 알면서 즐기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익숙한 구도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전옥서라는 매력적인 공간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패턴화된 <개콘>, 쇄신이 필요한 시점

 

오랜 시청률 1위라는 타이틀에 취해 있었던 탓일까. <개그콘서트>의 부진이 심상찮다. 시청률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하락세다.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첫 번째는 MBC가 이 시간대에 밀어붙이고 있는 주말드라마들이 여러 차례 막장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동시간대 헤게모니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엄마><내 딸 금사월>은 각각 16.7%, 17.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다. 이것은 <왔다 장보리> 같은 화제를 남긴 이 시간대의 MBC 드라마들이 고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두 번째 요인으로 이 시간대 과감히 편성되어 맞대결을 선언한 SBS <웃찾사>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웃찾사>는 시간대를 옮긴 후 6% 시청률을 기록하며 점점 추락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개그콘서트>의 이런 부진은 단지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지금껏 구축되어 있던 주말 시간대의 최강자가 이렇게 몇 년 사이에 소소해진 건 내부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민상토론이나 우주라이크’, ‘니글니글’, ‘아름다운 구속’, ‘재백아’, ‘핵존심등등 물론 다양한 신설 코너들을 내놓았고 그럴 때마다 화제가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화제가 된 코너가 그 이후에 다양한 변주를 하지 못하고 패턴 속에 대사만 갈아 끼운 듯한 식상함을 보여주면서 그저 그런코너들이 되어버린데 있다.

 

새 코너가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미 자리를 잡은 코너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게 이야기에 새로움을 부가하는 일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획적으로 괜찮은 코너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소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몇 번만 반복되면 그 패턴이 전부 시청자들에게 읽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유행어 몇 개는 살아남겠지만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지름길이 된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구속같은 코너는 그 기획과 발상이 독특하고 웃음의 포인트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다보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가 뻔하게 된다. 관객들이 그 상황이 되면 으레 유행어를 따라하는 건 개그맨의 존재감을 위해서는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코너에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킬러다같은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을 시도하다가 늘 실패하는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건 이 코너가 얼마나 변주를 하지 않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때론 시도가 성공하기도 하고 때론 그 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기도 하는 이야기의 변주는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이것은 개그맨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늘어난 시간에 과거처럼 치열하지 않은 경쟁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이 상황을 각성해야 하는 이들은 작가들이다. 좋은 기획도 작가들이 개입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건 코너를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어딘지 예전처럼 팽팽한 느낌이 없고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인상을 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개그콘서트>는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막장드라마보다 더 큰 문제는 식상한 패턴이다

 

문영남 작가의 신작 <눈물로 피는 꽃>SBS에 이어 KBS에서도 편성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의외로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것이 마치 막장드라마의 패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KBS연기대상(사진출처:KBS)

그도 그럴 것이 문영남 작가라고 하면 몇 년 전만해도 방송사들이 잡기 위해 줄을 서는 작가였다.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 클럽>, <왕가네 식구들> 같은 그녀가 쓴 일련의 드라마들은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다.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 논란이 터졌지만 이 막강한 시청률은 모든 걸 덮어버릴 정도의 힘을 발휘했다.

 

바로 그런 문영남 작가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줄줄이 편성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부여가 되는 것일 게다. 지난 4MBC가 임성한 작가와 더 이상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에 이어 문영남 작가에 대한 SBS, KBS의 편성 불발은 그래서 마치 막장드라마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막장드라마의 종언은 섣부른 이야기다. 드라마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강한 자극은 언제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막장드라마의 문제가 아니라 식상할 정도로 패턴화된 드라마들의 문제다. 사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를 막자이라고 부르는 건 그 완성도의 엉성함 때문이나 비윤리적인 설정들 때문이 아니다. 고부갈등이나 무능한 남편, 외도 같은 늘 봐왔던 패턴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식상을 넘어 짜증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문영남 작가의 신작, <눈물로 피는 꽃>이 어떤 드라마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그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말하는 건 성급하다. 다만 그 이야기가 여성으로서 삶과 어머니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데서 그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이 드라마의 편성불발이 막장 요소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의 타깃층이 너무 나이가 많아 주중 드라마로 편성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문영남 작가의 패턴화된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것은 대부분 5,60대 이상의 옛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층들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 소구하지 못하는 드라마는 제 아무리 높은 시청률이 나와도 광고가 안 팔리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드라마가 젊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은 KBS 같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청층을 가진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너를 기억해><어셈블리>를 보면 KBS 역시 얼마나 젊은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다. 두 드라마 모두 기존의 KBS가 해왔던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장르와 전문직을 내세우고 있고 그 드라마의 몰입도 또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너를 기억해>가 잠깐 한 눈 팔면 이야기의 맥락을 놓치기 일쑤인 추리물을 보여주고 있고, <어셈블리> 역시 멜로 없는 정치판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KBS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도전의식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막장드라마보다 더 설 자리가 없는 건 어디선가 늘 봐왔던 패턴들만 가득한 그런 드라마들이다. 적당한 가족이 등장하고 그 안에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 거기에 자극제로서의 불륜이나 폭력에 가까운 고부갈등이 나오고 암 유발자 캐릭터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그런 드라마. 이제 이런 드라마들의 식상함에 젊은 시청자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제 아무리 중견작가라도 그래서 시청률 정도는 언제든 낚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움이 없다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것이 지금의 드라마판이다



<아빠>, 아이라 한계라던 우려 어떻게 씻었나

 

<아빠 어디가>는 처음 화제가 되던 그 시점부터 줄곧 제기된 우려가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예능과는 달리 할 수 있는 미션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거였다. 사실이었다. 초반 <아빠 어디가>는 그 날 잠을 잘 집 선택과 저녁거리를 아이들이 구해오는 미션 그리고 저녁을 해먹고 잠을 자면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아침을 해먹는 미션 등을 반복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이러한 패턴의 반복은 금세 식상해질 위험성이 있었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제작진은 아이들의 속내를 알아보는 몰래 카메라 설정이나 한밤중에 폐가를 다녀오는 담력 테스트 등을 미션으로 넣기도 했다. 그 자체로는 훨씬 높은 수위의 재미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여기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미션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몰래 카메라는 아이들의 사적인 내면을 끄집어내는데다 자칫 어른들의 몰취미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도 잠시, 몇 개월이 지난 현재 뒤돌아보면 <아빠 어디가>의 성장이 꽤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단조로움은 사라졌고 매 회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의 첫 두발 자전거 타기 같은 소재나 어른들이 즉석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흥부놀부전 같은 소재는 <아빠 어디가>의 이런 성취가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잘 말해준다.

 

이것은 아이이기 때문에 한계라는 시각을 극복하고 오히려 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재들을 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찾아낸 결과다. 즉 어른들에게 자전거 타기라는 소재는 그다지 매력적일 수 없지만, 아이들의 첫 자전거 타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저 스스로 패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그 모습은 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는 그 아이들이 성장할 때 하나씩 보여주는 순간들을 소재화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낯선 농작물을 밤에 함께 찾아다니는 미션도 또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는 미션도 마찬가지다.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른들이 농촌에 가서 하는 이런 방송들을 흔하디 흔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다가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어찌 보면 기존에 어른들이 했던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의 소재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도, <아빠 어디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나 무인도 체험, 또는 아빠가 아이들에게 하는 흥부놀부전 같은 즉석 상황극은 이미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해진 아이템들이지만 그래도 <아빠 어디가>에서는 특별해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이가 하나하나 체험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아빠들에게도 일종의 성장을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며 아빠들은 아마도 훌쩍 커버린 모습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여기 나오는 아이들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도 한 가족 같은 존재로 자리했다는 점이다. 든든한 맏형 민국이와, 겁은 많아도 솔직하고 순수한 윤후, 나이에 비해 의젓한 성선비 준이와 장난꾸러기 상남자 준수 그리고 효심 가득한 홍일점 지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보게 되는 반가운 얼굴들이 된 것. 바로 이 정서적인 유대감은 <아빠 어디가>가 취하는 소재가 제 아무리 소박해도 그 스토리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밑바탕이다.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지 않은가.

 

아이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어른들이 가진 잘못된 편견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만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우리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거꾸로 아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무한하다는 시선만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더 확장시킬 수 있다. <아빠 어디가>가 프로그램의 성장을 통해 보여준 이 아이에 대한 다른 시선은 그래서 우리네 틀에 박힌 교육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해준다. 어른들의 틀에 가두지 말고 틀 밖의 가능성을 보라고 이 프로그램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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