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팽팽해진 김희선과 김선아의 대결이 말해주는 것

그저 잘 포장된 불륜극이다? 글쎄.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2회 동안 보여준 건 강남 부유층 집안사람들의 막장에 가까운 내밀한 삶의 이야기다. 남편이 딸의 미술선생과 바람나는 줄도 모르고 그 선생의 작품을 후원하는 우아진(김희선), 남편을 성형외과 원장으로 두어 남부러울 것 없는 유한마담으로 살아가지만 그 남편이 그녀 바로 옆에 있는 오경희(정다혜)와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차기옥(유서진). 대담하게도 남편의 레지던스홀에서 바람을 피우다 직원에게 들킨 김효주(이희진)과 그녀의 불륜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듯한 그녀의 남편 서문탁(김법래).... 겉으로 보면 품위 있는 그녀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살은 불륜과 폭력으로 얼룩진 삶이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래서 마치 <품위있는 그녀>는 그 부유층의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아진의 집으로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박복자(김선아)가 이들과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결구도 때문이다. 어딘지 어수룩한 모습으로 사투리를 쓰며 회장의 간병에 마음을 다하겠다며 이 집안으로 들어온 박복자는 이상한 낌새를 차린 첫째 며느리 박주미(서정연)가 그녀를 내보내려하자 발톱을 드러낸다. 온몸으로(?) 안회장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박복자가 오히려 집안에서 왕따인 박주미를 곤경에 빠뜨리고, 자신보다 그녀가 “먼저 쫓겨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논다. 결국 박복자가 안회장과 한 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본 박주미와 우아진은 경악했다. 

<품위있는 그녀>가 쫄깃해진 건 바로 이 박복자와 우아진 사이에 만들어진 대결구도 때문이다. 이 안회장의 집안에서 실세로 자리해 오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우아진이다. 첫째 며느리가 남편의 잘못으로 안회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채 왕따 당하고 있는 사이, 우아진이 사실상 집안의 대소사를 선택해나가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가 간병인으로 들인 박복자로 인해 이런 권력구도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박복자가 이 집안의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이틀은 작은 사모님의 집을 청소하라고 시킨 것에 대해 우아진이 그런 결정은 모두 자신과 첫째 며느리에게 묻고 해야 한다며 선을 긋는 장면은 그래서 향후 이 드라마의 전개에 대한 복선을 담고 있다. 안회장의 마음을 얻은 박복자가 이 집안의 실세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 

<품위있는 그녀>가 그저 불륜극에 머물지 않고 어떤 사회극의 느낌을 담게 된 건 바로 이 대결구도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안회장의 이 집안이 보여주는 권력구도나 계급체계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그대로 축소해 보여준다. 돈줄을 쥐고 있는 자가 왕처럼 군림하고 자본의 힘에 의해 주인과 하녀 같은 봉건적인 권력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집안. 드라마의 시작점에 박복자가 태생으로 결정되는 자신의 삶을 벗어나 그녀들 같은 ‘품위 있는 삶(?)’을 살고픈 욕망을 내레이션으로 말하는 대목은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빈부와 그로인해 결정되는 삶의 양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복자의 목숨 따위도 중요치 않게 여기는 폭주와 투쟁(?)은 그래서 우리 사회의 빈부로 고착된 틀을 넘어서려는 안간힘처럼 그려진다. 안회장에게서 선물 받은 고가의 명품백을 받고 백화점 화장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에서는, 그래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탔지만 그렇게밖에 자신을 던져야 비로소 백 하나 정도를 얻을 수 있는 그녀의 처지가 온전히 느껴진다. 이름조차 ‘박복자’가 아닌가. 박복한 사람.

그녀의 폭주는 그래서 단지 개인적인 욕망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가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장벽을 어떻게든 뛰어넘으려는 안간힘. 그리고 그녀의 시선으로 다가오는 장벽 저편의 품위를 가장한 위선적인 삶들에 대한 폭로. 물론 그 첫 장면에 그녀가 무참히 살해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 욕망의 끝이 비극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박복자의 대결구도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품위녀’, 부유층의 위선을 들여다보는 재미란

저들의 모습은 과연 품위일까 아니면 위선일까. JTBC 새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도발적이다. 강남을 전면에 내세우고 초재벌은 아니지만 준재벌에 가까운 부유층의 삶을 들여다본다. 패션쇼에나 어울릴 법한 옷을 걸치고 한정판 명품백으로 치장한 강남의 사모님들이 브런치를 하는 모습은 꽤 있어 보이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품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19금 유머는 물론이고 불륜에 대해서도 그다지 윤리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리고 그것은 그저 대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 중에는 같은 자리에 있는 이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이가 존재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에 대한 특권의식 역시 대단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학원을 운영하는 선생에게 “아무나 받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화제가 아이들 교육문제나 남편 관리 게다가 성형 같은 수준에 머물고 돈 자랑은 그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야깃거리인 양 시종일관 등장한다. 

그 속에 앉아 있는 우아진(김희선)은 그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남편이 외도를 할 운명이라는 타로점집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막기 위해 눈썹 성형을 실제로 시키는 인물이고, 아이 교육에서도 은근히 상류층의 의식을 드러내며 이것저것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또 디자인을 전공해 갖고 있는 안목이라고 팝 아트를 하는 예술가를 후원하지만 진정한 예술에 대한 후원이라기보다는 돈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처럼 <품위있는 그녀>는 겉으로 품위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위선을 떨고 있는 강남의 부유층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드라마는 박복자(김선아)의 시선으로 그녀들의 위선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우아진의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회장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인물이다. 우아진 앞에서는 어딘지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사투리를 쓰지만 돌아서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 인물. 우아진이나 박복자나 위선을 떨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품위 있어 보이려 하거나 혹은 한껏 자신을 낮추고 있거나.

우아진과 박복자의 위선 그 밑바탕에서 꿈틀대는 건 욕망이다. 우아진은 이 부유층의 삶에 자신을 동화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 특권을 누리고 싶어한다. 박복자는 그것이 위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세상이 태어날 때부터 그어놓은 선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넘으려 한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안태동을 유혹하고 그를 뒷배로 삼아 이 부유층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물론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품위있는 그녀>가 가진 흥미로움은 상류층의 삶을 들여다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삶이 갖고 있는 가식들을 들춰내는데서 나온다. 박복자라는 인물은 그걸 들춰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결국 살해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저들의 위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아진은 이름처럼 끝까지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박복자에 의해 뒤틀어진 삶은 어느 순간 우아진 역시 그녀와 똑같이 욕망에 휘둘린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을까. 첫 방송에서부터 <품위있는 그녀>가 끄집어내고 있는 기대감은 바로 그 ‘폭로’의 쾌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현 시국을 예견한 <밀회>의 소름끼치는 폭로들

 

그 사람들 기분 좋게 돈 쓰게 하고 또 돈 벌고 그런 걸 두루 돕는 게 내 일이야.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JTBC에서 방영됐던 <밀회>의 대사들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아니 최근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국을 이미 <밀회>는 예견하고 있었다.

 

'밀회(사진출처:JTBC)'

그것은 단지 등장인물의 이름과 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거론되는 이름이나 병원 이름이 소름끼치도록 똑같고, 그 상황도 딱 맞아떨어져서가 아니다. <밀회>라는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가 지금 현재 뉴스에서 그대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회>는 상류층에 기생해 살아가며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는 혜원(김희애)이 선재(유아인)라는 순수한 청춘을 만나 일종의 내부고발을 통해 그 더러운 실체를 까발리고 노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이야기다.

 

우리가 이 시국에서 <밀회>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일찍이 이러한 내부고발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른바 상류사회의 추악한 진면목이 그저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는 예술재단과 학원까지 운영하는 서한그룹 서필원 회장(김용건)과 그의 아내 한성숙(심혜진), 딸 서영우(김혜은)가 살아가는 첫 번째 세계 상류층과, 서영우의 대학친구지만 지금은 그 밑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혜원이 사는 두 번째 세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선재라는 전형적인 빈곤층 청춘이 살아가는 세 번째 세계가 등장한다. 이 세 개의 세계를 통해 드라마는 갑질하는 상류층의 삶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포획하고 있는가를 탐구했다.

 

그것은 자본의 종속관계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친구 사이지만 서영우가 혜원을 비서처럼 부리는 것처럼 첫 번째 세계는 두 번째 세계를 종속하고, 또 혜원이 피아노에 천재성을 가진 이선재를 천거하고 지원하려 하는 것처럼 두 번째 세계는 세 번째 세계를 종속한다.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본에 의해 나뉜 수직적인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 있는 상류층의 결정은 저 밑바닥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예술재단에서 이선재 같은 천재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인재를 발굴한다는 의미보다는 자신들이 사실상 돈거래로 상류층 자제들을 입학시켜주고 있는 것을 은폐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이렇게 날카롭게 현재 우리가 직면하게 된 부조리한 우리네 종속 시스템을 그려냈을까. 물론 드라마는 세 번째 세계, 즉 선재에 의해 균열을 일으킨 두 번째 세계 혜원이 결국 자기 자신까지도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던그 첫 번째 세계를 폭로하는 것으로 상황을 뒤집는다. 지금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종속 없는 순수한 세 번째 세계가 비판적 의식을 갖고 있던 언론과 야권의 두 번째 세계와 함께 첫 번째 세계의 부조리들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혜원이 빠져든 욕망을 부추기는 마귀의 속삭임을 이겨내고 선재가 말하는 순수한 세계를 복원해낼 수 있을까. “모차르트가요. 어느 날 갑자기 난 이제부터 귀족들한테 주문 안 받는다.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쓸 거다. 그러다가 일찍 죽은 거라면서요. 그러다 미치고 병들고.” 선재가 이렇게 말하자 혜원은 애써 부정한다. “부자들 돈으로 먹고 살면서도 얼마든지 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다. 선재의 그 한 마디에 마치 노예근성처럼 애써 저 견고한 상류사회의 시스템을 변호하지만 그 이야기는 자신이 예전 한 사이트에서 막귀형이란 이름으로 선재에게 던졌던 말과는 상반된다.

 

그래서 선재가 그 막귀형의 이야기를 혜원에게 들려주자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양분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제가 가끔 가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거기 어떤 형이 그러더라구요. 스펙따위 필요 없고 그냥 막 즐기면서 살라고.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즐겨주는 거요. 저는 이 곡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비트 16, 32 막 쪼개갖고 그래서 어깨 빠지게 연습하고 변주 8번 스타카토 더럽게 맘에 안 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뻥 뚫려서 기분 째지고 그게 최고로 사랑해주는 거죠. 라흐마니노프랑 파가니니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그게 장땡이잖아요. 먹이사슬이고 먹이고 뭐.”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저들의 갑질 이야기와 거기에 복무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를 집단적은 우울증으로 몰아넣는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사태의 끝에서 우리는 <밀회>가 보여줬던 결말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너는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을 다 해줬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못 했을 거야. 그래서 고마워. 그냥 떠나도 돼.” 혜원이 선재에게 남긴 그 허허로운 말에 담긴 희망. 이즈음 <밀회>라는 드라마가 다시 보고픈 까닭은, 그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실체를 마주하고 거기서 어떤 것이 희망의 길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안투라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tvN <안투라지>가 드디어 첫 회를 방영했다. 사실 방영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즉 미드 원작인 <안투라지>의 리메이크가 그 원작이 가진 높은 수위를 어떻게 우리 정서에 맞출 것인가 하는 점이 우려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은 시선을 잡아끌 기대요소로 지목되었다. 그렇다면 첫 회는 어땠을까. 호불호가 갈리던 지점에서 보다는 불호가 더 많다.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됐을까.

 

'안투라지(사진출처:tvN)'

원작보다 자극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극적이다. 스타인 차영빈(서강준)을 중심으로 그의 사촌형인 차준(이광수)과 친구면서 매니저인 이호진(박정민) 그리고 거의 백수에 가깝게 영빈과 함께 다니며 노는 데만 혈안인 거북(이동휘)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벌이는 해프닝들 속에는 목욕탕 알몸 노출은 기본이고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여배우와 차안에서 벌이는 애정행각, 그리고 어딘지 은밀해 보이는 연예계 스타들의 관계들이 가감 없이 보여졌다.

 

게다가 연예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짜 연예인들의 화려한 카메오가 줄을 이었다. 하정우는 물론이고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태리, 마마무, 아이오아이 등등이 카메오 출연해 드라마를 빛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고, 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설득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물론 첫 회에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영빈을 키워낸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김은갑(조진웅)과 친구인 영빈 사이에 끼어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린 호진의 상황이 그 첫 회의 이야기다. 결국 호진은 영빈에게 정식 계약을 요구했지만 영빈은 친구관계가 더 좋다며 거절했고, 결국 호진은 그만두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다시 영빈이 호진에게 와 정식계약을 맺자는 이야기를 건네며 변함없는 우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 연예계라는 정글에서 이들 4인방의 우정이 향후 어떤 힘을 발휘하며 그들 개개인을 성장시킬까 하는 기대감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연예계의 떡밥들, 이를테면 외부에서 보는 화려함 못지않게 어딘지 찌질하게도 보이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스타들을 폭로해내는(?) 장면들이 전면에 깔리게 되면서 이런 <안투라지>가 앞으로 해나갈 진짜 이야기들의 기대감은 상당 부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자극적이긴 하지만 왜 봐야겠는지는 모르겠는’, 그런 정도에 머물렀다.

 

연예계 이면의 이야기는 물론 대중들의 흥밋거리다. 그래서 그 많은 가십성 이야기들이 연예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걸 드라마로 본다는 건 다른 의미다. 연예계 이야기가 제 아무리 자극적이라고 해도, 드라마는 결국 그 드라마만의 본연의 스토리나 메시지가 담기지 않으면 굳이 채널을 고정시킬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현실의 이야기들이 더 드라마 같아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계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뉴스를 통해 터져 나오는 세상이다. 그러니 드라마가 그걸 밀착해서 보여준다고 해도 결국 가상의 스토리일 수밖에 없는 그 특성 속에서 현실만큼 자극적일 수는 없다. 마침 터져버린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안들은 그 엄청난 일들이 문화계까지 뻗쳐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현실에 연예계의 가십성 이슈가 주목받기는 어렵다.

 

<안투라지>는 그 화려한 겉면을 떼어내고 네 사람의 우정이 만들어내는 이 드라마의 진짜 이야기를 빨리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물론 첫 회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갖가지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슈들이 터져 나오는 시점에 초반 관심과 기대감을 확실히 심지 못한다는 건 그대로 묻혀버릴 위험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그래서 왜 지금 시청자들이 그걸 봐야하는지를 설득해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유천에서 이진욱까지 쏟아지는 성추문, 뭣이 중한디?

 

지금 연예계는 비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성추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한 양상이다. 몇몇 연예인들은 그래서 아예 대놓고 최근 사귀었다 헤어진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놓는다. 뜬금없는 헤어진 여자 친구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성추문에 연루되지 않으려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너를 사랑한 시간(사진출처:SBS)'

유상무는 성추문에 이어 또 다른 피해자라는 여성의 메시지 폭로로 그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고,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와중에 연달아 피해자라는 이들의 고발이 쏟아져 나와 충격을 주었다. 물론 성폭행 사안은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아직 성매매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혐의 역시 무혐의로 나온다 해도 이미 대중들의 뇌리에 박혀버린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이주노는 지난 달 두 명의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이민기 역시 지난 2월 클럽에서 만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 와중에 이진욱 역시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물론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조사가 끝나야 사실 여부는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혐의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유천이나 이진욱 같은 반듯한 이미지의 소유자라면 더더욱.

 

이렇게 잇따라 연예계 성추문 사건들이 마침 사드 배치 같은 중대한 국가적 사안들이 나올 때마다 터져 나온다는 사실은 음모론을 부추긴다. 그런 사안들을 덮기 위해 조장된 사건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다소 충격적인 성추문 사건들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킨다. 인터넷을 가득 채우는 이들 관련 기사들은 다른 중한 사안들을 가려버린다.

 

하지만 음모론만으로 볼 수 없는 건 이들 연예계 성추문 사건들에서 엿보이는 유사점들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들도 사람이다. 그러니 여성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사랑을 나눌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일반인의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여성이 해당 연예인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사안은 복잡해진다. 그것을 언론에 슬쩍 내비치기만 해도 그건 보통의 사랑이 아니라 성추문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들이 전개되는 과정은 그래서 잇따라 벌어지는 성추문 사건들의 모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이미 벌어진 성추문이 무혐의로 나온다고 해도 해당 연예인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연예인들은 혐의 자체가 없다고 해도 문제제기 자체를 어떻게든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 번이라도 일반인 여성과 연애관계를 가졌던 연예인이라면 누구든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더욱 공고하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이다. 그 기사들은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어도 추측성 기사들을 내보낸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떻든 자극적인 사생활 폭로 기사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흐름, 이를 테면 성폭행 혐의 고발 - 매체의 경쟁적인 추측성 기사 내보내기 혐의 조사 기간에 이미 바닥에 떨어지는 연예인의 이미지 무혐의 처분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의 순으로 흐름이 고착화되면 지금까진 나온 성추문 이외에도 앞으로 더 많은 추문들이 나올 위험성이 있다.

 

이것은 대중문화의 중심적인 동력을 만들어내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사생활 폭로로 인한 이미지 추락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이런 자극적인 사안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이에 진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들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다. 연달아 터져 나오는 연예계 성추문 사건들에 대해 뭣이 중한 지 한번쯤 생각하고 숙고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내부자들>, 더러워 보기 싫다면서도 기꺼이 보는 까닭

 

영화 <내부자들>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600만 관객 돌파란 기록은 놀라운 일이다. 이 흐름이라면 <아저씨(617)>, <킹스맨(612)>의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사진출처: 영화 <내부자들>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된 것은 이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저 조폭들이 치고 박는 수준의 폭력성이 아니라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장면도 버젓이 나오고, 그저 베드신이 아니라 난잡하다 못해 더럽게까지 느껴지는 섹스 파티가 등장한다. 그러니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를 달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그래서 두 가지 반응을 보낸다. 너무 더러워 생각하기도 싫다는 반응이 그 첫 번째다. 폭력성이야 차치하고라도 나이 지긋한 재벌 총수와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이 홀딱 벗고 나와 나체의 여성들의 시중을 받으며 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정말 볼썽사납다. 성기로 맥주잔 위에 놓인 위스키 잔을 때려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은 여성 관객들이 본다면 대단한 혐오감을 줄만한 장면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600만 관객을 돌파한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것은 이 영화의 두 번째 반응, 즉 폭로의 통쾌함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거의 끝나기 직전까지도 너무도 단단해 결코 깨지지 않을 재계와 언론, 정계, 법조계의 카르텔을 보여준다. 그 카르텔은 물리적인 힘이면 힘, 정치력이면 정치력, 여론을 쥐고 흔드는 언론 권력, 그리고 불법조차 덮어버리는 사법의 부당한 권력까지 보는 이들이 절망적일 정도로 공고하다.

 

그래서 관객은 그 카르텔이 무너지는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 보게 마련이지만 사실 그 결과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 영화가 주목하는 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기 힘든 그 판타지적 결말이 아니라 그들의 더러움 자체를 폭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내부자들>인 것은 그 권력의 내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신문지상이나 뉴스를 통해 나오는 재벌총수나 언론인, 정치인, 검사의 모습은 단정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그 모습이 진짜인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자들>은 비리에 연루된 그들의 진면목에 천착한다. 그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추악한가를 폭로한다.

 

그래서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은 마치 괴물처럼 그려진다.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하고 심지어 누군가를 살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이 벌이는 파티는 마치 악마들의 파티처럼 보인다. 물론 그 내부는 단단히 봉인되어 있는 것이지만 <내부자들>은 영화의 권리로서 그 내부를 들여다본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그 봉인된 내부가 외부에 폭로되는 그 자체에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과한 폭력과 선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의미 자체도 퇴색되는 영화다. 그 폭력과 선정성이 내부의 더러움으로 그려지고 그 더러움이 외부에 폭로되는 순간. 그 때가 <내부자들>이 폭발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연예인 진실공방, 사생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길건이 소속사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적 분쟁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울샵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울샵의 보도자료 내용에 의하면 길건은 불성실하게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소속사에서 죽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울샵 측이 활동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그래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소울샵 엔터테인먼트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이건 늘 있어왔던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곤 하던 분쟁의 하나로 보인다. 길건의 주장에 의하면 김태우와 계약해서 활동할 때만 해도 회사 분위기가 좋았지만 기존 경영진이 바뀌고 새로운 경영진으로 김태우의 아내 김애리 이사와 장모 김민정 본부장이 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녀의 진술대로라면 인간적인 모욕감까지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길건이 기자회견을 갖기 몇 분 전 소울샵 측에서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영상 속에서 길건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리가 없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녀가 그리 흥분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내용도 알 수 없는 CCTV 영상을 소울샵 측은 왜 공개한 것일까. 그것도 기자회견을 갖기 몇 분 전에.

 

그리고 과연 이런 폭로성 동영상 공개는 정당한 일일까. 무슨 범죄 행위를 증명하는 증거자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적인 자리에서의 일도 아닌 이런 사적인 영상을 마구 공개하는 건 지나친 행위가 아닐까. 그것이 법정 같은 법적 판결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엄청난 폭력이다. 이것은 마치 한 사람의 공적인 옷을 홀딱 벗겨 대중들 앞에 세우는 격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생활 공개, 아니 나아가 폭로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처럼 자행되게 된 걸까. 최근 이태임과 예원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들여다보면 실로 개탄스러운 사생활 폭로의 지경에 이른 우리네 현실을 보게 된다. 반말을 했건 안했건, 또 힘겨운 환경 속에서 과한 욕설이 나왔건 안 나왔건 그건 공적인 자리에서의 행위가 아니었다.

 

과거 초치기에 쪽 대본이 난무하던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늘상 있는 일이 갖은 욕설과 눈물이라는 건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얘기다. 그만큼 현장은 늘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공개되거나 폭로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행위이고 특별한 상황에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태임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는 건 그 욕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욕이 나오는 현장 상황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그 영상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쏟아져 나온다. 예원이 결국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 이 부분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 동영상 공개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사안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태임측도 예원측도 모두 상대방에게 사과와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 간에 문제가 있었는데 양측은 서로 화해하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지극히 사적인 동영상은 이 사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사안을 작동시키고 있다.

 

사생활에서 누구나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된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말을 뱉어내기고 하며 때로는 잘못된 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상해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냥 넘어간다. 그것은 한때의 감정적 실수일 수 있고, 무엇보다 공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진실공방 속에서 당연한 듯 공개되는 동영상의 폭로전은 이 사적인 일을 공적인 잣대 위에 올려놓는 행위다. 그 사적인 동영상들은 법적인 것과 무관하게 당사자들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힘을 발휘한다. 진실공방의 격한 분위기 속에서 어떤 언론들은 그 진실을 끄집어내기 위한 파파라치성 탐사가 대중의 알권리라고 포장하지만, 사실 이건 폭력이다.

 

이것이 저 연예인들이라는 특정 직업인들의 문제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사적인 장면들의 공개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누군가의 사적인 동영상을 진실공방의 이름으로 당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 우리들 역시 각자의 사생활이 누군가에 의해 공개돼도 된다는 암묵적 허용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 누군가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생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 부작용들은 지금 현재 무수한 분쟁 속에서 폭로되는 사생활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풍문>, 상류사회의 전근대성, 그 시대착오의 쓴 웃음

 

이건 왜 사극을 보는 느낌일까.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알다시피 지금 현재가 시대적 배경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어딘지 사극을 닮았다. 한인상(이준)이 사는 집은 마치 조선시대의 거대한 권문세가를 연상시킨다. 한정호(유준상)와 최연희(유호정)는 이 권문세가의 주인들이고 그들의 비서들인 양재화(길해연)나 이선숙(서정연)은 사극으로 말하면 하인들 중에서도 집안의 대소사를 꾸리는 수노(首奴)에 가깝다. 물론 이 집에는 운전기사부터 유모까지 하인들(?)이 수두룩하다.

 

'풍문으로 들었소(사진출처:SBS)'

신분제가 사라진 지 백년이 넘게 흘렀지만 어찌된 일인지 <풍문으로 들었소>의 풍경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신분제의 틀에 멈춰져 있다. 물론 그 신분제는 태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태생으로 이미 빈부가 결정되는 자본주의의 시스템 안에서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그다지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과거의 신분제보다 더 나빠진 건 이들 상류사회의 일원들인 현대판 양반들에게는 거기에 걸맞는 소양이나 예의 또한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엔 번지르르하게 보이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토록 속물이 없다. 이성을 강조하는 이 집안에서 최연희가 용하다는 점쟁이를 불러 부적을 붙이는 건 그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폭로하는 장면이다. 체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뒤로는 돈이면 뭐든 다 해결해줄 것처럼 행동하지만 앞에서는 교양인인 척 하느라 속내를 숨기고 어색하게 웃기 바쁘다.

 

이런 집에 간판 집 딸 서봄(고아성)이 배가 남산만한 체 들어와 그 날 안방마님(?)의 침대에서 아기를 낳는 이야기는 그래서 대단히 흥미롭고 우스꽝스럽게 다가온다. 거기에는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작품이 가진 상류사회의 위선에 대한 신랄한 폭로가 들어있다. 아기를 낳은 서봄에게 흥분한 최연희가 교양 없이 쌍소리를 해대고 그러면 안 된다는 비서의 이야기를 듣고는 얼굴을 바꿔 교양인인 척 다시 찾아와 사과하는 모습은 그래서 섬뜩하면서도 우습다.

 

게다가 서봄으로부터 한인상을 떼어놓으려고 거의 감금에 가까운 일을 벌이는 한정호나, 거기서 탈출해 마치 도둑놈처럼 자기 집에 몰래 들어오는 한인상은 그 비정상적인 상황 때문에 웃음을 준다. 한인상과 서봄 본인들은 실로 절절한 비극의 주인공들이지만 그 상황은 희극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집에 자기가 못 들어가고, 시댁에서 아이를 낳은 후 거의 갇혀 있으며 혼인신고를 마치 007 작전 치르듯 하는 이런 상황이 어디 정상적인가.

 

유배 갈 처지에 몰린 애 아빠가 몰래 집에 들어와 애 엄마에게 마치 감옥이나 되는 듯이 집안 구조를 가르쳐주며 그 감옥살이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장면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이런 장면들이 우습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조선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현재 상류사회의 전근대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 얼마나 기발한 착상이란 말인가.

 

중요한 건 이 드라마의 제목이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렇게 교양 있는(?) 상류사회의 집안에서 벌어져서는 도저히 안 되는 일들을 주인들이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코 그것이 감춰지기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우선 그들 자신이 이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지만 그 많은 현대판 하인들의 시선과 입소문은 이 풍문들을 집 바깥으로 퍼져나가게 만들 것이다.

 

우리네 서민들이 가끔씩 보게 되는 상류사회에서 벌어진다는 전근대적인 일들(이를 테면 왕처럼 살아간다는 재벌가 이야기 같은)의 부조리가 풍문으로 떠돌 듯이 이 드라마는 그 풍문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점은 이 사극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전근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가 현실에 던지는 도발일 것이다.

 

 

김부선, 폭행보다 중요한 건 그 이유

 

김부선은 아파트 주민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인터넷에는 김부선 폭행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떠올랐고, 뉴스 보도에 의해 보여진 해당 CCTV 동영상이 삽시간에 유포되었다. 동영상에는 아파트 주민들에 둘러싸여 있는 김부선이 그 중 한 주민과 몸싸움을 벌이다 주먹을 날리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그 장면만을 뜯어보면 폭행이 명백해 보인다.

 

'사진출처:MBN'

연예인이 일반인을 폭행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따라서 거두절미하고 그 연예인 폭행이라는 사실 자체에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단 연예인에게 비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행실에 초점이 맞춰지면 해당 연예인은 그래서 그 자체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연예인이 왜 가만있는 일반인을 폭행하겠는가. 물론 폭행이라는 행동 자체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만, 거기에 그만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방적인 폭행처럼 알려지고(그렇게 알려지는 것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김부선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호도되는 건 사건의 본질을 흩트리는 것일 수 있다.

 

김부선은 여기에 대해 폭행이 아니라 몸싸움이었고 그 몸싸움은 관리비 비리를 파헤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2년 전 우연히 관리비 비리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막상 정말 존경 받으며 잘 사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관리비를 내고 쓴 만큼 내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을 발견했다는 것.

 

그녀의 증언은 실로 충격적이다. “수십만 원의 관리비가 나와야 정상인 집에서 150, 300, 몇 만원 밖에 내지 않는 것이란 그녀의 말은 없는 살림에 꼬박 꼬박 몇 십만 원씩 관리비를 내온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만일 그녀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부선은 그저 폭행녀가 아니라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집단에 맞서 혼자 외롭게 싸워온 피해자일 수 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김부선은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실랑이가 벌어지더라도 일반인이 연예인을 때렸다는 것보다 연예인이 일반인을 때렸다는 것이 기사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도 대체로 연예인들은 결과로서 재단되기 일쑤다.

 

이런 입장을 김부선 역시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연예인이라면 그냥 못 본 채 넘어갈 일을 이렇게 사건화 될 정도로 좌시하지 않은 점은 실로 놀라운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부조리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모습마저 거기서는 느껴진다.

 

물론 시시비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그 시시비비가 단지 폭행 사실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그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폭행보다 더 궁금해 하는 것은 김부선이 주장하고 있는 관리비 비리에 대한 진실이다. 만일 이것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리라면 어쩌면 우리네 서민들은 김부선의 싸움에 박수를 쳐줘야 할지도 모른다. “가진 자들이 나눠줘야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건넨 이 말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남격>, 위기를 기회로 삼다

 

“이경규! 한물갔어... 라고 김준호가 말하는 것 들었다!”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 나온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은 대놓고 이경규를 디스하는 것으로 용감함을 보여줬다. 그들은 기존 멤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간의 문제들을 꼬집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양선일은 윤형빈을 “무존재감 1위”라고 했고, 신보라는 김태원보다 “박칼린 포에버”를 외쳤다. 정태호는 김국진에게 “<라디오 스타>와 <남격> 중 어느 프로가 더 중요하냐”는 곤란한 질문을 던졌고, 이윤석은 해도 방송에 안 나간다며 아예 아이템을 짜오지도 않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남자의 자격2'(사진출처:KBS)

<남격>이 시즌2로 재시작을 알리며 한 작업은 시즌1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폭로하는 것이었다. 아예 미션을 ‘남자,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로 세워두고 그간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시간으로 <남격>은 시즌2를 열었다. 이윤석은 기다렸다는 듯 담아 뒀던 얘기를 쏟아냈다. “이경규. 재미없는 말 하지마. 몸으로 웃기려고 하지마. 언제 가냐는 말 하지마. 너 강의 하지마. 너 결혼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말래. 회식할 땐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촬영할 땐 하지 마. 제발 하지 말라는 말 좀 하지마.” 이경규가 “미쳤다”며 정색을 하고 나서자, 이윤석은 “나도 이제 절벽”이라며 “나이 50인데 지나치게 혈기가 왕성”한 이경규에게 “제발. 담배를 다시 피워.”라며 독설을 날렸다.

 

비판에는 제작진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새롭게 시즌2를 만들면서 캐스팅에서 불거져 나온 수많은 잡음에 대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윤형빈은 정희섭 PD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희섭 PD! 윤형빈 퇴출. 다시 기사 났어. 잔류 가능성. 다시 기사 났어. 검토 중, 다시 기사 났어. 긍정적. 다시 기사 났어. 잔류 왜? 기사 나는 동안 나 가만있었어. 내가 당신 장난감인가! 내 신변에 뭔일 생기면 그거 다 정희섭 PD 탓인 줄 알아.” 그간 점잖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김국진도 “첫 아이템이 디스”라며 “그런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자기비판의 시간 속에서 이경규는 자신이 “제일 먼저 반성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윤형빈은 이제 “물고 뜯고 봐주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그런 그에게 새 멤버로 투입된 뉴비덩(새로운 비주얼 덩어리) 주상욱은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지. 왜 이런 계기를 통해서만 그러느냐.”며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경규는 마지막으로 “날로 먹는 거 안 하겠다. 뚜껑 없는 곳에서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남격>의 쇄신을 다짐했다.

 

주상욱의 말처럼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 <남격>은 좋은 기획과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수직적인 체계에 가로막혀 몇몇은 병풍이 되어버렸고 몇몇은 날로 먹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땀이 보이지 않고 말만 들리니 진정성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귀여운 중년들이 노회한 중년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남격>의 매력은 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남격>의 시즌2 선언은 여타의 시즌2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그저 몇몇 멤버들이 나가게 됐거나 제작진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시즌2가 아니라 시즌1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한 구조조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된 김준호와 주상욱은 끊임없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준호는 특유의 개그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고, 주상욱은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젊은 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나선 것. 특히 이경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간 <남격>을 어둡게 만들었던 수직적인 분위기를 깨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물론 입으로 한 다짐 몇 마디로 <남격>이 보여준 그간의 많은 문제점들이 단번에 일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다짐을 매번 되새기면서 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인 첫 아이템으로 택한 ‘청춘여행’은 적절하다 여겨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만 가는 이 대장정은 무려 스물 한 번이나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18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행. 그 노력의 땀이 진심을 보여주길.

 

무엇보다 <남격>이 살아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용감한 녀석들이 출연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용감한’ 모습들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윤석은 자신이 잘못 보좌해 이경규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경규를 살리는 길은 그를 형님으로 세우고 깎듯이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했을 때 이경규도 자신도 살아날 수 있고, 그것이 또 <남격>을 살릴 수 있다. <남격> 시즌2의 성패는 바로 이 수평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발생하는 진정성 있는 미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처럼, 한숨대신 함성으로, 걱정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달리는 새로운 <남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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