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한류예능의 첨병, 지금은 표절방송국으로 전락한 후난위성

이 정도면 뻔뻔한 수준이다. 말로는 대국이라지만 이런 치졸함이 없다. 억대부자는 부자도 아니고 조대부자가 그토록 많다는 중국이고,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후난위성TV처럼 거대한 방송국이 끝없이 베끼기를 이어간다는 건 피해자인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실망감과 창피함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엠넷의 <쇼 미 더 머니>, tvN의 <윤식당>에 이어 이제 JTBC의 <효리네 민박>도 그 표절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에 방영될 예정이라는 <친애하는 객잔>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커플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모습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효리네 민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이 프로그램이 노골적인 베끼기라고 여겨지게 되는 건 이미 이 후난TV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찬팅>이라는 <윤식당> 표절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도 논란이 되었지만 중국 톱스타 조미와 황효명이 출연해 시청률 동시간대 1위로 잘 나가고 있다. 그러니 그 연장선으로서 <친애하는 객잔>의 표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난TV가 중국의 한류예능 리메이크를 사실상 주도했던 방송사였다는 점이다. 후난TV는 일찍이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의 포맷을 사들여 중국판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때 중요했던 건 단지 포맷만을 사간 것이 아니라 직접 국내 PD들이 플라잉PD로 중국까지가서 일종의 ‘기술전수’까지를 해줬다는 점이다. 

그나마 후난TV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중국의 위성채널들보다 방송 콘텐츠의 품질 수준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중국 방송사들이 흉내 내기 정도를 할 때 이들은 꽤 괜찮은 품질의 방송들을 내놓았다. 한류예능의 중국판 리메이크가 충분히 가능했고 그 시도들을 통해 우리네 방송 노하우 또한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드 정국으로 양국 간의 교류 채널이 서서로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포맷을 사서 방송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즉 노골적으로 중국정부가 한류 콘텐츠와 그 리메이크를 막고 있는 상황에 내놓고 한국과의 교류를 할 수는 없게 된 것. 그렇지만 이미 방송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중국 채널들 입장에서는 그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라는 것이 고작 베끼기다. 

한때는 한류 예능의 창구처럼 여겨졌던 후난TV가 이처럼 한류 베끼기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그래서 중국이라는 시장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즉 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뤄지던 교류가 양국 간 관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정부가 어떤 간섭을 노골화하게 되면 정 반대로 뒤통수를 치는 파트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에 연계한 문화의 흐름을 왜곡하는 정부의 간섭은 결국 중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라. 결국 문화를 소비하는 건 일반 대중들이다. 그 대중들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조차 베끼기에 창피함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아닌가. 베끼기를 통해 당장의 돈벌이는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마약처럼 그들 문화를 잠식해버릴 독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 후난TV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만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수 백 억의 수익을 냈던 방송사다. 그런 방송사가 이런 부끄러운 짓을 반복한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자존심을 잃으면 그저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방송사가 언제까지 그 후안무치의 길을 가려는가.

신진 작가 아이디어 도둑질, 콘텐츠 산업 최악의 걸림돌

 

tvN <피리 부는 사나이>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 진위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한 건 웹툰 작가 고동동이다. 그는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2년 전 자신이 공모전에 출품했다 떨어진 <피리부는 남자>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두 작품이 동화 속 <피리부는 남자>를 희대의 테러범으로 해석했고, 테러를 하는 이유가 동화처럼 부패한 권력에서 맞서는 것이며, 가스 살포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진실을 얻어낸다는 등을 들어 두 작품의 유사성을 거론했다.

 


'피리부는 사나이(사진출처:tvN)'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의 류용재 작가 역시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통해 두 작품이 유사하다는 고동동 작가의 발언에 반기를 제기했다. 류용재 작가의 이야기는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동화의 모티브는 이미 영화 <손님>이나 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피리 부는 사나이>,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피리 부는 남자(고동동 작가와는 다른 작품)> 등에 이미 널리 활용되는 보편적인 소재라는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가 가진 장치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할 수 있는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이야기 역시 <더 테러 라이브><모범 시민> 등 많은 작품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티브라는 것.

 

사실 두 작품이 유사한 지 아닌지, 아니면 류용재 작가의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고동동 작가의 <피리부는 남자>를 표절한 것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방에 의혹이 깊어진 까닭은 하필이면 그 공모전에서 심사를 했던 이가 바로 류용재 작가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동동 작가는 당시 류용재 작가가 “1차 심사면접에서 제 작품을 칭찬하며 얼굴 맞대고 잘 썼다고 힘을 주셨던 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공모전 심사를 했다고 해서 당시의 작품을 표절했다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가 중대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런 일들이 알게 모르게 공모전이나 작가들 사이에서 비일비재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배 작가들의 신진 작가 아이디어 도용이나 갈취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했던 사람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경험했을 일들이다. 결국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작품들은 신진 작가들의 머리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지켜낼 만한 힘이 없다. 결국 공모전에 의지하지만 그것 역시 공평한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필자가 아는 시나리오 작가들 중에도 신인 시절 엄청난 기성 작가들의 갑질에 휘둘려 중도에 펜을 꺾는 이들도 많았다.

 

이른바 입봉을 시켜준다는 빌미로 아이디어만 가져가는 경우도 많고, 공모전에서 괜찮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낙선시킨 후 그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실 국내의 드라마와 영화 시장에서 대중들이 왜 참신한 작품들이 잘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표절 논란은 그래서 그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런 신진 작가들의 숨겨졌던 문제들을 표출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작품이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다시금 신진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빼먹는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행태들은 이번 기회가 그 깊은 뿌리가 캐내지기를 기대한다. 콘텐츠 산업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이런 신진작가들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시켜버리는 아이디어 도용문제 같은 권력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윤은혜, 미숙한 대처방식으로 인성문제까지

 

표절 논란만큼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사안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인터넷이라는 저장고에 채워지고 보여지는 상황에 표절 시비는 더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우리의 뇌가 이제는 정보의 네트워크라는 공동의 뇌를 더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진=중국 동방TV <여신의 패션> 웨이보

그러니 표절 문제는 더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 진위가 파악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 표절 논란의 대상이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위치에 서게 됐을 때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노출되어 있는 해당 연예인은 훨씬 더 소통에 신중해야 한다. 만일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표절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수긍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어쨌든 불거진 사안에 대해 대중들이 가질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소통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거진 의상 표절 논란에 있어서 윤은혜 측은 그 소통 방식에 있어 너무나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춘호 디자이너가 SNS를 통해 불쾌한 심사를 드러내며 표절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다 신속하게 그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았고, 무려 이틀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내놓은 해명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보듬어주기보다는 오히려 윤은혜라는 이름 석 자를 이용한 브랜드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식으로 불을 질렀다.

 

여기에 대해 윤춘호 디자이너가 왜 윤은혜가 중국 동방 TV<여신의 패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의상이 자신의 브랜드 아르케 의상을 표절한 것인가에 대해 조목조목 그 근거들을 제시한 점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윤춘호는 윤은혜 측이 자신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SNS에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노이즈마케팅의 의구심을 제기한 점에 대해서도 사실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SNS에 사안에 대해 올리기 전 윤은혜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애매한 해명으로 일관했었다는 것.

 

표절 논란이라는 개인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윤은혜 측은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즉 사안에 대한 대처 속도가 너무나 느리고, 게다가 그 대응방식도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중들이 이제는 윤은혜 개인의 인성 문제까지 들고 나오게 된 건 이러한 잘못된 소통 방식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물론 윤은혜 측의 주장처럼 표절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진으로 공개된 의상들이 너무나 비슷하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윤은혜 측이 해당 의상의 브랜드를 비교적 최근까지도 입었었던 정황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니 패션의 전문가가 아닌 대중들로서는 표절 문제를 제기한 윤춘호의 입장에 상당 부분 동조할 수밖에 없다.

 

윤은혜 측은 대중들에게 이런 의구심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표절 논란 자체보다 더 심각한 건 그래서 대중들이 갖게 될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지 않는 태도의 문제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언제든 논란은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이 소통의 실패를 더하게 되면 자칫 태도와 인성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논란이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그러들 수 있어도 인성의 문제는 결코 수그러드는 일이 없다.



섹시 이미지면 다 통용되는 사회의 위험성

 

“SNS에 올리고 기사 안 된 적 없어요. 항상 메인에 뜨고요.” 디스패치가 공개한 클라라의 메시지 내용 중에는 이런 글이 들어가 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녀를 그 자리에까지 순식간에 올린 것이 다름 아닌 섹시 이미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클라라 시구(사진출처:SBS)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몸에 딱 붙는 줄무늬 레깅스를 입고 시구를 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시구를 잘 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대단한 발언을 해서도 아니다. 착 달라붙는 옷이 만들어내는 섹시 이미지의 힘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노이즈도 따라붙었다. 시구라는 기능적인 일에 어찌 보면 전혀 무관할 듯한 섹시 이미지의 등장은, 이후 너도 나도 섹시한 의상을 입고 시구를 하는 연예인들로 이어졌다. 섹시한 이미지로 단 한 번의 눈도장이 그만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다.

 

클라라의 사례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섹시와 노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잘 드러내준다. 일단 섹시라는 단어가 붙은 기사는 우선 들여다보게 되는 본능적인 욕망을 생산하지만, 동시에 불쾌감도 만들어낸다. 뭐 특별한 능력이나 준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이미지만으로 영화에 덜컥 캐스팅되거나 가수로 음원을 발표하는 걸 보면, 오랜 시간동안 엄청난 노력과 준비를 하면서도 캐스팅되지 못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클 것인가.

 

클라라는 시구 하나로 주목받은 후 최근에는 영화도 찍고 음원도 발표했다. 그러다가 이중계약으로 소속사와의 분쟁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사적인 메시지들이 공개됐다. 클라라가 주장한 성적 수치심의 진위를 떠나서 그 메시지들 속에는 우리 사회가 섹시 이미지 하나면 얼마나 손쉽게 일들이 처리되는가에 대한 단초들을 읽어낼 수 있다.

 

걸 그룹들의 노출경쟁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옴으로써 오히려 그 비판마저 홍보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이제 쩍벌에 엉덩이를 실룩이는 장면들은 노출경쟁속에서 심지어 식상한 이미지가 될 정도다. 그들의 노래가 가진 감흥보다도 섹시 이미지가 우선되는 사회다.

 

심지어 나인 뮤지스 같은 걸 그룹은 앨범 재킷 표절이라는 사안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바로 다음날 란제리룩의 티저를 내보냈다. 그 후로 이어지는 건 얼마나 뇌쇄적인가를 강조하며 공개하는 안무동작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에서는 표절이라는 사안의 심각성도 섹시 이미지라면 쉽게 덮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과연 이건 합당한 일일까.

 

최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클라라라는 인물에 대한 감정 속에는 그래서 섹시노출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씁쓸함이 깔려있다. 메시지에 삽입된 란제리 화보를 두고 유혹이다 업무다 라는 공방이 오고가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엿보이는 건 우리 사회에서 섹시 이미지가 갖는 파괴력이다. 때로는 심각한 문제나 사건들도 가려버릴 수 있는 그 힘.

 

하루 만에 오마주에서 표절, 나인뮤지스 논란이 말해주는 것

 

더블유 코리아와 별도의 저작권 확인을 마치지 못했다. 사진가 홍장현 측에 사과를 전했다.” 결국 스타제국은 소속 그룹인 나인뮤지스의 드라마재킷 이미지 표절을 인정했다. 오마주 운운하던 애초의 입장을 번복한 것. 단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다.

 

'사진출처:스타제국 나인 뮤지스'

지난 14일 공개된 앨범 재킷에 표절 논란이 일자 스타제국측은 다음날인 15포토그래퍼와 사전에 협의했다. 촬영 전 저작권 확인을 했다.”패션지 더블유코리아의 화보를 오마주한 것으로 촬영 전 이미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더블유코리아측이 아무런 협의나 문의도 받지 못했다고 반박하자 16일 스타제국측은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나인뮤지스는 새 음반 드라마재킷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진가 홍장현이 촬영한 패션잡지 더블유코리아의 20123월호 화보와 표지를 참고했다고 밝힌 것. 결국 오마주가 아니라 표절임을 인정한 것이다.

 

표절 논란이 터져 나오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오마주라는 카드는 현재 대중문화계에 하나의 유행처럼 벌어지는 일이 되었다. 오마주와 표절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물이 같기 때문에 작가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일단 표절하고 문제가 생기면 오마주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

 

하지만 이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전작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의미를 담는 것이 오마주라면, 표절은 그저 베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마주는 오히려 비슷하게 한 점을 드러내려 하는 것이고(그럼으로써 전작의 대단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것), 표절은 이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즉 숨기고 있다가 논란에 의해 드러나는 대부분의 사안들은 사실상 대중을 기만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인뮤지스는 2013년에도 미국의 한 음악사이트에 의해 정규 1프리마돈나의 사진이 애프터스쿨의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음악사이트는 이 재킷 사진이 애프터스쿨이 2011년에 발매한 정규음반 ‘Virgin’과 유사하다며, ‘두 사진의 세팅이 거의 일치하고, 양쪽의 사진이 70년대 느낌을 의도하고 있다. 또한 양쪽의 그룹이 아홉 명이라는 사실은 두 콘셉트 사이의 유사성을 더해줄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 논란은 그저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나인뮤지스가 콘셉트를 따라했다는 애프터스쿨 역시 과거에 콘셉트 표절 의혹으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201110월 일본에서 낸 두 번째 싱글 앨범 디바(DIVA)’의 재킷 사진에서 짧은 핑크색 스커트에 다리에는 검은 줄로 X자로 감아 멋을 낸 의상 화보 콘셉트가 덴마크 출신의 톱모델 프레야 베하의 화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주로 음악 표절 논란이 나오던 가요계는 이제 콘셉트 표절도 마치 관행이나 되는 것처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되고 있다.

 

이번 나인뮤지스 표절 논란이 말해주는 건 이제 콘셉트 표절 또한 오마주라는 변명을 단 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수에게 있어서는 물론 음악이 더 중대한 사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여지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걸 그룹에 있어서 콘셉트나 이미지 표절은 더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다. 그저 앨범 재킷 하나 베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베끼기에 대한 불감증이 너무 커져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권력화된 <무한도전>, 뭐가 문제일까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프라이머리가 노래한 ‘I Got C’에 대해서 한예종 이동연 교수는 “교묘하고 노골적인 표절”이라고 질타했다.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 세 곡을 짜깁기했다는 것. 국내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카로 에메랄드는 이미 ‘I Got C’를 포함해 프라이머리의 과거 몇몇 곡들도 자신들의 곡의 표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프라이머리 소속사 아메바컬쳐는 여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노래다. 레트로 스윙 장르다 보니 유사하게 들리는 것일 뿐 표절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에메랄드 측은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표절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법적 대응을 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게다. 실제 법적 판단이란 판단하는 당사자에 따라 애매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표절이어도 표절이 아니라고 나올 수도 있고, 표절이라고 나와도 우리의 경우에는 얼마 안 되는 벌금으로 넘어갈 뿐이다. 물론 그 사이 벌어들인 음원수익은 엄청날 것이지만. 이만큼 국내의 가요계에는 표절에 대한 일종의 불감증 같은 것이 걸려있다. 구조가 그걸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글은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한두 해에 걸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표절 논란에 대해 <무한도전>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적절한가 하는 것이고, 과거부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무한도전>이 취해왔던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나 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며, 또한 비판조차 하기 어려워진 성역화되고 권력화된 <무한도전>의 팬심이 과연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또 대중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무한도전>은 프라이머리와 박명수가 자유로 가요제에 낸 곡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지만 여기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태호 PD가 트위터를 통해 쓴 내용은 스포일러성 기사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도 표절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표절 문제는 결과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이런 논란이 나온 것에 대한 입장 발표는 먼저 내는 것이 예의다.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은 현재 국내의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네덜란드 신문 ‘더 텔레그래프’는 ‘한국인이 카로 에메랄드를 상대로 좀도둑질을 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프라이머리라는 개인적인 표절 논란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한국인 전체, 즉 K팝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든 곡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진 파괴력은 이미 자신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재석이 자유로 가요제에 앞서 굳이 음원제작자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양해란 유재석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가요계와 방송계가 음악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전쟁에서 이미 방송이 그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일 게다. 가요제가 끝나고 거기 나왔던 노래들이 음원차트를 점령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니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한 프라이머리와 박명수의 ‘I Got C’의 표절 논란에 있어서 <무한도전>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곡을 만든 것도 띄운 것도 또 소비하게 만든 것도 어찌 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니 말이다. 표절 논란의 초점을 프라이머리로 자꾸 맞추는 것도 정당하다 여겨지지 않는다. 과거 가요제로 노래가 떴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 때는 오히려 멤버들이 부각되지 않았던가. ‘I Got C’라는 곡은 프라이머리와 <무한도전>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란 점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썰전>에서 허지웅은 본인이 <무도> 팬임을 스스로 밝힌 후, 최근 <무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미여관이 저런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아닌데 색깔을 많이 바꿨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같은 밴드에게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이 어렵다며 흐느꼈다”면서 “나는 그게 현재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현재 <무한도전>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빅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고 아이템이 고갈돼서도 아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주창하며 탈권력화의 통쾌함을 선사해줬던 <무한도전>이 스스로 권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은 이제 가요제를 해도 자유로 가요제 정도의 규모를 취할 수밖에 없는 위치가 되었다. 심지어는 과도하게 팽창된 팬덤으로 인해 비판조차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무한도전>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력화를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중 몇몇은 최근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정형돈은 함량미달 돈가스를 홈쇼핑에 팔아 논란이 됐었고, 길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 문제로 갑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게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이렇다 할 자숙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작은 논란 하나만으로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네 연예계 아닌가.

 

<무한도전>은 과거에도 논란이 나올 때마다 그것을 오히려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여 예능화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 그것은 대단히 영민한 대응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사안이 가진 논점들은 사라지고 덮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건 <무한도전>이 아닌가. 이 정도의 영향력과 팬덤을 가진 프로그램이 덮어주고 지나치겠다고 하면 실제로 문제가 덮어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 한 번쯤 <무한도전>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을까. 아니 거의 대부분이 나서진 않아도 심정적인 지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점점 성역화되고 권력화되는 것은 <무한도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과거 힘없던 시절을 괜스레 코스프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위상 속에서 최소한의 지켜야할 초심을 버려서도 안될 것이다. 대중들에 의해 생겨난 힘에는 대중들에 대한 그만한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크레용팝의 일베, 표절 논란, 과연 마녀사냥일까

 

시쳇말로 ‘진격의’ 크레용팝이 요즘은 논란의 크레용팝이 된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것이 순전히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베 논란은 이미 있었지만 크레용팝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면서 그 논란도 점점 거인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걸 그룹 모모이로클로버Z를 거의 복사수준으로 표절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크레용팝(사진출처:크롬엔터테인먼트)'

항간에는 연일 계속 터지고 있는 크레용팝 논란을 마녀사냥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긴 어렵다. 마녀사냥이라면 전혀 근거 없는 이유를 갖다 붙여 집단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지만,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이나 표절 논란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일베 용어를 사용한 정도가 아니라 일베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점이 SNS 내용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표절 논란 역시 헬멧을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는 점이 같다는 그런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캐릭터 코스프레 코믹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점은 이 논란이 아주 근거 없다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물론 표절 논란까지 불거진 것은 일베 논란에서부터 비롯된 대중들과의 소통의 실패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생겨난 결과일 수 있다. 복제가 일상화된 시대에 표절은 이제 진실의 문제라기보다는 호불호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이미 크레용팝 소속사 사장이 해명 글에서 먼저 사용한 말이다. 그는 ‘저희가 그냥 미우셔서 마녀사냥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썼다. 그 해명 글의 핵심적인 내용은 자신들이 영세한 기획사이고 그러다 보니 일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유명 커뮤니티에 가입해 ‘정보습득’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에 굳이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왜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이 말에는 자신들은 피해자일 뿐이고 대중들이 마녀사냥 하는 가해자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해명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일베 논란이 거세지자 크레용팝의 멤버인 웨이가 트위터에 해명의 글을 남기며 사용한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표현도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특정인들을 지칭해서 사용한 말일 수 있지만, 보편적인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이런 식의 해명은 잘못된 일이다. 비판도 관심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면 비판하는 이들을 모두 돼지로 몰아세우는 표현을 쓸 수 있었을까.

 

일베 논란과 표절 논란을 떼어 놓고 크레용팝이라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걸 그룹 스타일과 그들이 내놓은 ‘빠빠빠’라는 곡만을 놓고 보면, 그것이 콘텐츠적으로는 꽤 괜찮은 도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껏 우리가 봐 왔던 천편일률적인 걸 그룹의 콘셉트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 들으면 좀체 잊혀지지 않는 ‘빠빠빠’라는 곡이 음악적으로 거둔 성과도 분명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시대에 콘텐츠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제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대중과 소통되지 않아 비호감이 되어버리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이 아닌가. 한때 잘 나갔지만 소통에 실패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티아라가 그렇고, 최근에는 비가 그렇다. 크레용팝이 지금 같은 소통방식을 계속 구사한다면 자칫 콘텐츠와 상관없이 논란만 무성한 걸 그룹으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논란들을 먼저 ‘마녀사냥’이라고 단정 짓는 순간부터 소통은 요원해진다. 그것은 연예인과 팬으로 엮어져야할 관계가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획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이제 걸 그룹의 활동도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적인 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활동들을 보이는 일베를 진정한 보수라고 보기는 어렵다(이건 보수쪽에서도 발끈할 일이 아닌가!). 즉 이것은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갖고 마녀사냥이니 이념의 문제니 거창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그저 상식의 문제다. 노골적인 성희롱과 고인에게 침을 뱉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비상식적인 공간과 연루되어 있으니 대중들로서는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나. 물론 무명의 영세한 기획사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초반에 무리한 홍보 마케팅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입장에서는 잡음이 생길 자그마한 대중들의 정서까지도 배려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콘텐츠에 실패하면 또 다른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 하지만 소통에 실패하면 모든 걸 잃게 되는 시대다.

로이킴 논란, 무엇이 불씨를 키웠을까

 

<슈퍼스타K>의 최고 전성기는 허각이 배출됐던 시즌2다. 당시 친숙한(?) 외모에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활하며 노래를 부른 허각은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지 오디션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로이킴(사진출처:CJE&M)'

그로부터 2년 후 <슈퍼스타K> 시즌4가 배출한 로이킴은 여러모로 허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모 주류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배경, 유학파에 누가 봐도 매너있어 보이는 신사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노래까지. 게다가 로이킴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선보이며 작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허각이 서민들의 동일시 대상이었다면 로이킴은 로망이었던 셈.

 

실제로 로이킴은 ‘봄봄봄’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이 곡은 컨트리풍에 ‘-소’로 끝나는 옛 어투를 구사하는 것으로 그가 갖고 있는 폭넓은 세대에 걸친 팬덤을 겨냥하고 있었다. ‘봄봄봄’은 싸이와 조용필이 본격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음원차트와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표절 논란의 불씨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도입 부분은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구는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로이킴측은 ‘고 김광석을 가장 좋아했던 로이킴이 그분 음악을 베낄 수 있겠느냐’며 ‘공식대응이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이 초창기 불씨에 대해서 로이킴측이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너무 쉽고 단순한 일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언급한 장범준 코멘트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부른 걸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축가'는 내가 작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멘트는 아마도 표절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을 것이지만 과한 발언이었고 결국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non’ 표절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건 분명 이 장범준 코멘트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어쿠스틱레인이 블로그에 적은 글이 안티 팬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한 로이킴측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 로이킴을 이미지 메이킹하던 차에 표절 논란이 나오자 공동작곡가 배영경씨가 언급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로이킴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는 선후관계를 따지거나 전문가 의견을 덧붙여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은, 이 문제의 핵심인 ‘대중들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이다. 마치 표절이냐 아니냐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이미 그 진위공방의 사안을 넘어서 로이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문제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허각 같은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다면 설혹 표절 논란이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엄친아 이미지의 로이킴은 그것이 잘 유지될 때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어떤 작은 틈이라도 보일 때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것을 타블로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모두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된 건, 정서의 문제를 팩트의 문제로 풀려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로이킴측은 아마도 이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이킴은 이 대중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절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허각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소유자, 로이킴에게 벌어지는 논란은 그래서 타블로의 경우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표절시비부터 강제 천만 영화 만들기 논란까지

 

영화 <광해>가 31일 만에 9백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천만 관객 동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CJ E&M이 추석 시즌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 되었다. 마치 예상한 시나리오대로의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는 <광해>. 하지만 여기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 영화라면 사실상 신드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텐데,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사진출처: 영화 '광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첫 번째는 표절 시비다. <광해>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받아왔다. 동아일보는 <광해>와 <데이브>의 18가지 유사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 대신 왕이, 대역 직장인 대신 대역 만담꾼이, 비서실장 대신 도승지 허균이, 대통령 부인 대신 중전이, 각료들 대신 신하들이, 흑인 어린이 대신 어린 나인이, 경호원 대신 호위무사가... 등등. 대구를 이루는 것들이 너무 많을 정도로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데이브>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광해>가 꽤 괜찮은 작품이라 여길 만하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이병헌의 1인2역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왕이라는 항상 서민들의 판타지가 투영되기 마련인 존재의 이야기를 왕이 된 평범한 민초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공감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같은 상황을 두고 보면 기획적으로도 적절했다 여겨진다. 하지만 <데이브>와의 유사성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괜찮은 완성도가 오히려 너무 심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 표절을 했건 안했건 영화로서 너무 비슷한 것만은 사실이니까.

 

여기에 천 만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마케팅과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까지 겹쳐지면 <광해>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를 가늠할 수 있다. 자사 계열 배급사의 영화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스크린 수 밀어주기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그 불공정성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광해>는 개봉일에 상영관 689개를 확보하며 시작했지만 반달 만에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무료 26%가 넘는 스크린 수 점유율이다. 이 정도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게 없어 <광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이해될 법 하다.

 

또한 <광해>의 관객 수가 마케팅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허수라는 논란도 있다. <광해>는 CGV에서 이른바 ‘1+1’이라는 한 명이 보면 다른 한 명은 공짜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 수의 수치는 천 만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유효 관객 수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애매해진다. 결국 천 만 관객 마케팅을 위해 그 수치를 강제로 뽑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고 있다는 얘기다.

 

<광해>는 콘텐츠적으로 괜찮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작품의 표절 시비나 배급과 마케팅 문제에 있어서 꽤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있는 영화인 것도 분명하다. 소급해서 생각해보면 <도둑들>이 올 여름 최고의 기록을 낸 데도 결국 대형 배급사의 마케팅 수완이 한몫을 했을 거라는 심증이 짙다. 이제 천 만 관객도 마케팅으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일까. 또 그렇게 영화가 작품보다는 상품에 더 골몰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거대 자본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그림자는 국내 영화 산업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표절, 폭행, 거짓말... 연예계 끝없는 사건사고, 왜?

이건 우연히 겹쳐서 일어나는 악재일 뿐일까. 연예계가 휘청하고 있다. 거의 한 주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예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혹자들은 이것이 인터넷 같은 매체가 양산해내는 소문 탓으로 돌린다. 과거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 이제 낱낱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에 대한 무신경함은 현 대중문화에서의 키워드가 된 이효리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앨범에 무려 여섯 곡이 표절. 물론 이효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지만 과거라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티스트의 도의적 책임으로 한 동안은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의 쏟아져 나온 표절 논란으로 표절에 대한 예방주사를 잔뜩 맞아온 탓인지,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차질 없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보다 이런 불감증이 더 심각해 보인다.

한창 잘 나가던 배우를 단 한 순간에 추락시켜버린 최철호의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자제력을 잃고 벌어진 사건이라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뭐든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드러날 거짓말을 그는 왜 했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이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역시 그저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구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만일 그것이 그저 구설수라면 왜 당사자들은 속 시원히 의혹을 걷어내려 하지 않을까. 병역문제나 국적문제가 특히 뜨겁게 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가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고 확실한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 갑자기 군 입대를 발표하는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군 입대 발표를 한 이준기는 당시 영화 '그랑프리'와 SBS 드라마 '신의'에 캐스팅된 상태였다. 최근 '나쁜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김남길은 입대 3일 전인 12일 군입대를 발표했다. 이로써 드라마는 애초 20부작에서 17회로 조기종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소속사측은 본래 16부작이었으며 오히려 1회 연장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과정이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연예인의 개인적인 과욕이 드라마나 영화 자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된다.

물론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라는 영역을 넘어서 사회에까지 귀감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것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아티스트로서 표절하지 말라는 것이고, 표절을 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사건을 저질렀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을 빌라는 것이고, 군대에 가는 시점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군대를 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작금의 연예계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기본이 아닌 것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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