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넘어 감동까지, 최고의 위치서도 최선 다하는 잭 블랙

순간 잭 블랙이 한국 사람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긴 하지만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잭 블랙은 등장하자마자 1년 7개월 전 <무한도전> ‘예능학교 특집’에 출연했던 그 순간의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다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위로 뛰는 모습을 연출했고 누군가 어떤 동작이나 리액션을 요구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걸 열심히 해주었다. 언어 따위는 필요 없는 그의 친근함에 거리감은 사라졌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는 웃음은 그 이상의 감동까지 느끼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특히 춤과 한국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능력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 잭 블랙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춤을 복사 수준으로 척척 따라했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나 아이가” 같은 대사를 진짜 한국 사람처럼 따라했다. 그러니 언어나 외모, 문화적 차이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난 <무한도전> 출연 당시에도 화제가 됐었던 ‘고요 속의 열창’ 게임을 통해 잭 블랙은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줬다. 소리를 그대로 복사 수준으로 따라 부르면서 그 노래가 가진 특징들을 정확히 표현해냈다. 그건 그저 ‘노래 따라하기’의 남다른 능력이라기보다는 연기자로서의 표현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진짜 임재범이 된 듯 완벽하게 불러내는 ‘고해’는 그가 얼마나 재능 있고 또한 노력하는 연기자인가를 잘 보여줬다.

사실 이번 <무한도전>이 잭 블랙을 만나게 된 건, 정준하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드 출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출연자들 각자 셀프 테이프를 준비해 할리우드에 보낸 <무한도전>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직접 LA로 날아갔던 것. 잭 블랙 출연은 그 오디션을 사전에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깜짝 ‘몰래카메라’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잭 블랙이 워낙 열심히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 그것 자체가 ‘잭 블랙 특집’처럼 느껴지게 했다. 

중요한 것은 잭 블랙이 보여준 이러한 프로정신이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가 이미 인정하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배우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그저 친근한 ‘잭 형’의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졌고 우스꽝스런 동작과 표정연기, 말 따라 하기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열정과 노력에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감복했다. 박명수는 “정말 또 많은 걸 배워간다”고 했고, 유재석은 “정말 우리의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봅슬레이부터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도전하기 어려운 미션들까지 해내는 그 프로정신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시작점은 실제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지만 11년을 달려오며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바로 이 ‘최고의 위치’에 선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프로정신이 아닐까. 

사실 스테판 커리가 나왔던 지난 주 미션 이전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은 어딘가 너무 느슨해진 느낌이 있었다. 몇 회간 새로운 기획의 참신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주 스테판 커리가 등장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한 농구경기는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LALA랜드 특집’ 역시 잭 블랙의 출연과 더불어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남달랐던 한 회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잭 블랙이 보여준 ‘최고의 위치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에게도 어떤 자극제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잃을 게 없는 ‘평균 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일 수 있다. 오히려 모든 걸 다 가진 최고의 위치에서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최선을 다할 때, 그 프로정신은 단지 웃음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걸 잭 블랙은 보여주었다.

언어 달라도 웃음으로 형제 된 잭 블랙과 <무도>

 

놀라운 프로정신이다. 주는 대로 다 받아준다. 그것도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서. MBC <무한도전>과 잭 블랙의 만남은 프로정신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줬다. 고적대의 음악에 맞춰 등장부터 신명나는 춤으로 흥을 한없이 돋운 잭 블랙은 비록 4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한도전>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어색할 것 같았던 만남이지만 그것은 금세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잭 블랙은 기초적인 마시멜로 입에 많이 넣기 게임부터 스타킹 쓰고 촛불 끄기, 베개싸움, 물 넣은 축구공 헤딩하기 같은 지금껏 <무한도전>에서 해왔던 다양한 몸 개그용 게임들을 마치 익숙하다는 듯 소화해나갔다.

 

평소 잭 블랙의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웃음 연기를 배워왔다는 <무한도전>은 그를 자신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다고 불렀고, 잭 블랙은 그런 그들을 동생이자 자식처럼 보듬으며 원하는 몸 개그에 온 몸을 던졌다. 입은 체육복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은 그가 왜 예능인들 사이에서 추앙받아 마땅한 인물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온 특별한 게스트로 등장했지만 차츰 그가 <무한도전>의 한 멤버처럼 보이게 된 건 역시 웃음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잭 블랙은 어디서 웃음이 터지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이 든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갖고 선택해 머리로 헤딩하는 장면에서는 그 선택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고, 물 공을 헤딩하며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잭 블랙과 함께 스태프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광희와 대결을 벌인 마시멜로 입에 많이 넣기 게임에서는 그 웃음의 포인트가 너무 입에 많이 넣어 닫혀지지 않는 입과 결국은 뱉어내는 그 장면이라는 걸 간파했다. 게임에서 이긴 후에도 입에 마시멜로를 더 넣은 후 뱉어내는 모습을 굳이 보여준 건 그래서다.

 

잭 블랙은 집에 놀러가겠다거나 심지어 밥 사달라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짓궂은 질문에도 센스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주었다. 대저택이 집이지만 와서 자려면 소파에서 자야한다고 농담을 던졌고, 밥 사달라는 얘기에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자는 말로 받아쳤다. 잭 블랙의 한 마디 한 마디와 몸 개그를 대하는 자세를 보며 유재석은 그가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지만 정확히 웃음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놀라웠던 건 잭 블랙의 음악에 대한 감각이었다. 귀에 헤드폰을 낀 채 우리 노래를 불러 알아맞히는 게임에서 그는 거의 정확하게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이애란의 백세인생에서는 정확히 전해라-”를 불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실로 잭 블랙 같은 세계적인 코미디 배우와 <무한도전>의 만남은 특별하고 이색적인 것이었다. 그 만남 자체가 어떤 긴장감을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웃음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들은 마치 형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느낀 그 친 형 같은 느낌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이되었다. 세상에 잭 블랙이 부르는 백세인생을 듣게 되다니. 이제 영화관에서 보게 될 잭 블랙은 더 이상 낯선 외국배우가 아닌 형제 같은 친근함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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