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작가 아이디어 도둑질, 콘텐츠 산업 최악의 걸림돌

 

tvN <피리 부는 사나이>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 진위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한 건 웹툰 작가 고동동이다. 그는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2년 전 자신이 공모전에 출품했다 떨어진 <피리부는 남자>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두 작품이 동화 속 <피리부는 남자>를 희대의 테러범으로 해석했고, 테러를 하는 이유가 동화처럼 부패한 권력에서 맞서는 것이며, 가스 살포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진실을 얻어낸다는 등을 들어 두 작품의 유사성을 거론했다.

 


'피리부는 사나이(사진출처:tvN)'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의 류용재 작가 역시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통해 두 작품이 유사하다는 고동동 작가의 발언에 반기를 제기했다. 류용재 작가의 이야기는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동화의 모티브는 이미 영화 <손님>이나 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피리 부는 사나이>,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피리 부는 남자(고동동 작가와는 다른 작품)> 등에 이미 널리 활용되는 보편적인 소재라는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가 가진 장치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할 수 있는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이야기 역시 <더 테러 라이브><모범 시민> 등 많은 작품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티브라는 것.

 

사실 두 작품이 유사한 지 아닌지, 아니면 류용재 작가의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고동동 작가의 <피리부는 남자>를 표절한 것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방에 의혹이 깊어진 까닭은 하필이면 그 공모전에서 심사를 했던 이가 바로 류용재 작가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동동 작가는 당시 류용재 작가가 “1차 심사면접에서 제 작품을 칭찬하며 얼굴 맞대고 잘 썼다고 힘을 주셨던 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공모전 심사를 했다고 해서 당시의 작품을 표절했다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가 중대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런 일들이 알게 모르게 공모전이나 작가들 사이에서 비일비재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배 작가들의 신진 작가 아이디어 도용이나 갈취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했던 사람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경험했을 일들이다. 결국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작품들은 신진 작가들의 머리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지켜낼 만한 힘이 없다. 결국 공모전에 의지하지만 그것 역시 공평한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필자가 아는 시나리오 작가들 중에도 신인 시절 엄청난 기성 작가들의 갑질에 휘둘려 중도에 펜을 꺾는 이들도 많았다.

 

이른바 입봉을 시켜준다는 빌미로 아이디어만 가져가는 경우도 많고, 공모전에서 괜찮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낙선시킨 후 그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실 국내의 드라마와 영화 시장에서 대중들이 왜 참신한 작품들이 잘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표절 논란은 그래서 그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런 신진 작가들의 숨겨졌던 문제들을 표출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작품이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다시금 신진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빼먹는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행태들은 이번 기회가 그 깊은 뿌리가 캐내지기를 기대한다. 콘텐츠 산업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이런 신진작가들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시켜버리는 아이디어 도용문제 같은 권력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드라마 혈전, 시청자들에겐 복

 

명품드라마를 넘어 인생의 드라마라고까지 얘기됐던 <시그널> 효과였던가. <시그널>이 끝나자 tvN 드라마들 거침없던 질주는 주춤해진 느낌이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기억>3.8% 시청률(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9%까지 떨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tvN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6.8%까지 시청률을 냈던 것에 비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3.3%에서 시작해서 1.4%까지 곤두박질쳤다.

 


'대박(사진출처:SBS)'

<시그널><치즈 인 더 트랩>의 놀라운 선전, 또 지난해 주목받은 <두번째 스무살><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tvN 드라마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의 위상은 한두 드라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억><피리부는 사나이>의 성적은 아쉽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고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상당히 진중하다. 최근 들어 이만큼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가 제대로 존재를 드러내려면 대중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아쉬운 작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 같은 것들이 이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가 아닌 정서적인 몰입이 드라마의 관건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의 추락은 당연해 보인다.

 

tvN 드라마처럼 비지상파의 약진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감을 느낀 건 분명하다.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의 토요일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가 일요일에는 다시 오르는 이른바 퐁당퐁당(?)’ 시청률이다.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표를 보면 <시그널>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시그널>이 방영됐던 토요일 시청률에서는 뚝 떨어졌지만 일요일 시청률에 피치를 올리면서 서서히 회복했다. <시그널>이 끝난 후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10% 시청률을 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의 토요일이 지상파 콘텐츠들에게는 춘궁기가 된다는 요인도 섞여 있지만 tvN 드라마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그널> 종영 후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가 주중드라마로서는 예외적으로 3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렸고, 월화드라마들의 대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새삼 지상파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SBS <대박>과 박신양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대작드라마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50부작 <몬스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

 

최근의 이런 드라마 라인업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해졌다. 물론 tvN 드라마들이 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장르 드라마들이 늘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들만 반복해온 것처럼 여겨지는 지상파드라마와 비교되며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맞대응하듯 지상파드라마들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혈전은 우리네 드라마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이니.

<피리부는 사나이>, 우리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손에 땀을 쥐고 봐야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그다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했어도, 시위현장에 한 사내가 가스통과 기름을 가득 채운 차로 돌진해도, 심지어 형사인 공지만(유승목)의 아들 정인(곽동연)이 피리부는 사나이의 전화를 받고, 지만이 그 피리부는 사나이가 보낸 아들을 찾으러 오라는 협박사진을 받았어도, 또 알고 보니 그것이 정인의 자작극이었고 또 그 뒤에는 피리부는 사나이인 척 한 성찬(신하균)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어도 그리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피리부는 사나이(사진출처:tvN)'

도대체 왜 이럴까. 화면 상에서는 긴박하게 인물들이 움직이고 사회의 부조리가 만들어낸 분노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제 몸을 내던지며 그 부조리를 토로하고 있는데도 그다지 큰 공감대가 생겨나지 않는다. 또 그들의 이면에 피리부는 사나이가 휘파람을 불며 나타나 배후조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그다지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를 막기 위해 치밀한 두뇌싸움으로 협상을 벌이는 성찬과 명하(조윤희)의 고군분투가 그리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혹시 종영한 <시그널> 탓이 아닐까. 워낙 긴장감도 높았고, 또 그 간절함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시그널>이었다. 사실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판타지가 들어 있는 <시그널>이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거기 뛰고 또 뛰는 형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시켰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에는 그런 판타지 설정도 없다. 그런데 왜 이다지도 몰입이 안 되는 걸까.

 

그 첫 번째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에 대한 실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은행강도 사건은 물론 우리에게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의 정경은 미국 어디쯤에서 벌어질 법한 그런 장면을 보여준다. 일단 강도가 어디서 구한 것인지 총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가진 누군가를 배후조종해 폭력을 일으키는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존재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이유다. 만화에는 어울릴 법 하지만 드라마처럼 좀 더 리얼리티를 보여줘야 하는 장르에는 어딘지 너무 만화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시그널>이 그랬던 것처럼, 피해자들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위해 그들이 처한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다. 은행강도가 출연하지만 그가 왜 은행을 털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뒤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조종이 있었다는 것이 있을 뿐, 그 은행강도가 어떤 사회적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대신 이 드라마는 협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성찬과 명하에 더 집중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멋진 협상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만, 마치 그것이 그들의 능력을 자랑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이상을 주지 못한다. 피해자와 희생자가 겪는 고통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며 심지어 목숨을 거는 휴머니스트 이재한(조진웅) 같은 형사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현실감이나 정서적 공감대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 <피리부는 사나이>는 우리 이야기 같지가 않다. <시그널>이 가장 잘 했던 그 부분이 빠져 있는 것. 이것이 <피리부는 사나이>가 가진 취약점이 아닐까. 그게 없어서 사건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도 그다지 긴장감이나 놀라움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닐까. <피리부는 사나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여형사 전성시대, <미세스캅2> 김성령의 매력

 

바야흐로 여형사 전성시대다. 종영한 tvN <시그널>에서 김혜수는 1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청순하고 풋풋했던 젊은 날의 풋내기 여형사와 경험이 풍부한 팀장 여형사의 두 모습을 연기해내 호평을 얻었다. 최근 시작한 tvN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조윤희는 협상전문가 여명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범인과도 끝까지 소통하고 들어주려는 모습으로 여성성의 가치가 주목되는 여형사다.

 


'미세스캅2(사진출처:SBS)'

<미세스캅2>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이가 있는 워킹우먼으로서의 여형사가 주인공이다. 그 시즌1에서 김희애는 최영진이라는 강력1팀 팀장으로 열연했다. 시즌2로 돌아온 <미세스캅2>에서는 김성령이 그 강력1팀에 고윤정이라는 팀장으로 들어온다. 같은 강력1팀 여형사라도 김성령은 김희애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김희애가 시즌1에서 보여줬던 최영진 팀장은 훨씬 더 절박한 캐릭터였다. 아줌마 특유의 촉을 갖고 있고 또한 이것저것 참견하는 오지랖도 넓다. 하지만 사건에 뛰어들어 범인을 잡으려는 그 간절함이 전면에서 보여졌다. 하지만 김성령이 연기하는 고윤정이라는 형사는 이런 절박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허당에 허세까지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실제는 다르다.

 

형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잘 차려입고 다니지만 누군가를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카페 마담이 아니냐는 뒷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거기에 대해 스스로 발끈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지만 매년 기념일마다 벌어진 살인사건이 사실은 연쇄살인이라는 걸 밝혀내고 그 흉기가 산악용 망치라는 걸 찾아낼 정도로 치밀할 땐 치밀한 캐릭터다.

 

고윤정이 연쇄살인범이자 갑질하는 재벌2세인 이로준(김범)을 심문하는 장면에서도 그녀 특유의 웃으면서 농담하듯 물러서지 않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마치 흥분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고윤정은 상대가 도발할수록 더 침착하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짓말 탐지기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슬쩍 슬쩍 상대를 도발하지만 그렇다고 속내를 아예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전쟁을 선포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즌1을 겪고 나서일까. 시즌2에서의 고윤정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만일 사회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라면 남자들과 정면에서 맞부딪치는 최영진보다는 때론 슬쩍 피하기도 하고 때론 허허실실한 모습을 보이는 고윤정에게 훨씬 더 공감 가는 면이 있을 게다. 물론 여형사라는 캐릭터로 극화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워킹맘, 그것도 팀장으로서의 면면은 어쩌면 현실에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미세스캅2>는 워킹맘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형사라는 직종을 통해 극대화시킨 드라마다. 사실 매일 같이 남자들 세상처럼 구축되어온 전쟁 같은 일터로 나가는 워킹맘들의 처지가 저 고윤정의 상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차별적인 얘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고, 팀장이라고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기도 하는 그런 현실 속에서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그런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는 고윤정이라는 캐릭터에 공감되는 이유다.

 

고윤정이란 캐릭터는 여러모로 김성령이라는 배우의 면면과 무관하지 않게 탄생한 듯 하다. 지금껏 봐왔던 김성령은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면서도 때론 당차고 때론 시원시원한 사이다적인 면모를 가진 배우다. 그 이미지는 고스란히 고윤정이라는 여형사의 캐릭터로 드러나고 있다. <미세스캅2>를 보는 재미의 반 이상은 이 고윤정이라는 캐릭터와 그녀를 연기하는 김성령에서 나오지 싶다.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tvN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들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겪은 갖가지 논란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엔딩에 이르러 누가 누구와 결혼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들은?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까지 내놓기만 하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해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사실 tvN은 작년 한 해 동안만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만들었다. 그 전면에 섰던 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였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케이블로서는 그간 넘지 못할 벽이라 여겼던 두 자릿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면, 신원호 PD는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대표적인 tvN표 드라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금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확실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명의 블록버스터급 프로그램들의 성공에 힘입어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레귤러 프로그램들 역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도 <미생>에 이어 <시그널>까지 대박을 낸 김원석 PD표 드라마가 또 한 축의 성공을 만들어내며 tvN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지상파 드라마에 식상해했던 시청자들은 이제 tvN의 영화 같은 장르드라마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연전연승과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고민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응답하라 1988>의 멜로를 두고 벌어진 설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tvN 드라마들은 비상한 대중들의 관심만큼 그것이 엉뚱하게도 논란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스포일러로 이어져 제작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승승장구하는 대박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부담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치즈 인 더 트랩>에 이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2회만에 3.6%(닐슨 코리아)라는 꽤 괜찮은 시청률로 순항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또 이어질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J로 와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작을 내지 않은 나영석 PD의 부담감은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여전히 뜨겁지만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과거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는 반응들 역시 적지 않게 등장하는 건 여러 차례 반복된 시리즈의 피로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삼시세끼>로 돌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CP급이 된 나영석 PD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후배 PD들을 지원해주고 밀어주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은 1년에 하나 정도 천천히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연한 선택이고 또 바람직한 선택이다. 너무 많은 기대감으로 인해 나영석 PD가 큰 부담감을 갖는 건 방송사로서도 또 그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와 비교해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몇 년 전이라면 tvN의 이런 성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축하할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파와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높아진 위상만큼 그걸 지켜내기 위한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피리부는 사나이>, 시청자와의 협상 성공하려면

 

의문의 피리부는 사나이와 협상전문가의 대결. tvN <피리부는 사나이>의 첫 회는 독일의 전래동화인 피리부는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피리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그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펼쳐지는 광경은 무슨 일인지 건물을 점거하고 투쟁하는 사람들과 진압하는 전경들의 모습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사진출처:tvN)'

이 한 장면은 이 드라마의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피리부는 사나이가 어떤 존재인가를. 그는 우리 사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부조리가 잉태한 괴물이다. 그는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조종(?)했던 것처럼 그 부조리한 현실 앞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조종해 테러를 자행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 스스로도 그 잘못된 현실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인물일 것이다.

 

그와 대결하는 협상전문가 주성찬(신하균)피리부는 사나이가 그의 연인을 인질로 삼게 만든 후 자신의 실체를 밝히라는 요구에 스스로를 영웅이 아니라 사기꾼이자 협잡꾼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에 억류된 인질들을 협상을 통해 구해내는 과정에서 한 사람을 희생하게 만들었던 사실을 토로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숫자로 봐왔던 자신을 털어놓으며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에 의해 주성찬의 연인과 또 한명의 협상전문가가 될 여명하(조윤희)의 삼촌(그를 거둬 키워준)이 희생당한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첫 회가 보여준 건 결국 자신의 연인이 협상 과정에서 죽음을 맞게 되면서 각성하게 될 주성찬과 삼촌의 죽음을 통해 협상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여명하의 등장이다.

 

tvN 장르 드라마가 그래왔듯이 <피리부는 사나이>는 영화적인 스케일의 영상과 빠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협상전문가라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군의 소재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딘지 깊은 몰입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시그널>이 만들었던 그 몰입감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무언가가 빠져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도대체 그 빠진 한 조각은 무엇일까.

 

첫 회여서 주인공인 주성찬과 여명하의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테러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들의 면면이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다. 필리핀에 억류되어 협상과정에서 죽게 된 희생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그 희생자의 동생은 어떤 사람인지가 첫 회의 내용 중에는 빠져있다. 그저 전형화된 억류된 인물들과 테러범 정도로 그려진 것. 마치 주성찬이 협상 과정에서 인물을 숫자로 바라보는 것처럼, 첫 회의 희생자들은 생생히 살아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주인공들을 설명하기 위해 내세워진 숫자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아마도 첫 회이고 도입부이기 때문에 희생자들까지 그 세세한 스토리를 그려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그널>이 그랬던 것처럼 <피리부는 사나이>가 더 깊은 몰입감을 만들어내려면 주인공들인 주성찬과 여명하의 협상전문가로의 면면만큼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한 협상전문가의 영웅담에 그칠 수 있다.

 

사실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주인공보다 더 주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은 악역인 피리부는 사나이거나 그로 인해 희생되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또 다른 희생자들일 수 있다. 그 한 조각이 좀 더 극명하게 채워져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는 거기서부터 다시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손님>, 타자에 대한 폭력은 어떻게 일어날까

 

<손님>은 기묘한 분위기를 가진 영화다. 유명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갖고 있지만 1950년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쳐지면서 무국적성의 이야기는 특수한 우리네 상황의 이야기로 전화된다. 공포를 다루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판타지가 있고 그 안에는 사회 비판적인 요소들이 은유적으로 담겨져 있다. 중요한 건 공포가 갖고 있는 장르적 속성 따위가 아니다. 대신 그 공포가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사진출처:영화 <손님>

이 공포의 연원은 제목에 이미 들어가 있다. ‘손님은 주인이 아니다. 주인이 제 집처럼 생각하라고 해도 손님은 손님이다. 그런데 만일 주인들이 손님을 철저히 타자로 바라보고 낯선 이방인으로 경계를 그어버린다면 어떨까. <손님>의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유승룡)이 아들 영남(구승현)과 들어가게 된 마을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마을의 형태뿐만이 아니라, 그 마을사람들이 외부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

 

우룡은 아들 영남의 이름을 설명하며 호남에서 태어났지만 이름은 영남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마도 호남과 영남으로 대변되는 오랜 세월동안 반복된 지역갈등과 경계, 타자화를 적어도 우룡과 그 아들은 뛰어넘는 존재라는 걸 말해준다. 자신들을 타자로만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건 그래서 오로지 이 우룡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우룡이 가까워지는 걸 탐탁찮게 바라보는 이도 있다. 그것은 이 배타적이고 고립된 마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촌장(이성민)이다.

 

마을 사람들이 촌장과 공동운명체가 된 이유로 원죄가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네 불행한 현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를 죽이고 짓밟은 땅 위에 세워진 공동운명체는 그래서 공포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쿠데타의 이미지와 그로 인해 권력을 쥐게 된 권력자의 이미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전쟁의 이미지 그리고 고양이를 잡아먹는 쥐의 공포는 두렵지만 이 마을이 유지되는 이유다. 공포로서 유지되는 마을과 지도자가 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 우리의 뒤틀린 현대사와 이 마을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포를 신비로운 피리소리로 물러나게 만드는 악사는 권력자에게는 자신의 권력 유지 기반을 지워내는 두려운 존재가 된다. 촌장과 악사는 약속으로 맺어지지만 그 약속이 파기되면서 죽고 죽이는 비극은 시작된다. 공포는 이미 주인과 손님,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그 지점에서부터 이미 심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러한 구분이 비정상적인 이 마을의 권력체계를 유지하는 기반이었으며, 따라서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그 권력에 대한 도전이 된다는 것이다.

 

<손님>이 놀라운 건 이 작은 마을의 가상의 이야기 속에 우리네 현대사의 비극들을 대부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대적 배경으로 한국전쟁의 상황을 두고 있다는 건 이처럼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시선이 바로 그 비극적인 전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고립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권력의 이중주는 우리네 비극적인 현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손님>은 그러나 이러한 사뭇 현대사의 복잡한 심리적 배경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판타지와 영상 미학 또한 담아내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가진 그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그림들은 그래서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잘 살려내고 있다. 우룡이라는 주인공을 악사이자 광대로 세워놓은 것은 그래서 이런 영화 미학과 맞물려 잘못된 권력의 악순환을 폭로하고 저항하는 예술의 힘을 에둘러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예술은 이처럼 그 미적인 장치를 통해서 현실과 대적한다.

 

<손님>은 한 가지로만 해석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상징적 이야기를 그리면서 어떤 주석을 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우리네 현실이 어른거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들이 권력 체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이어야 마땅한 우리들이 어쩐지 늘 손님으로만 대해져 왔다는 그 불편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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