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2’, 우리네 청춘들에겐 너무 많은 폭력들

<청춘시대2>에서 시즌1에 비해 두드러지는 건 폭력적인 사회 현실을 담은 풍경들이다. 이미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예은(한승연)은 대표적이다. 그 때의 그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예은은 밤길을 혼자 걷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그래서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의 하우스메이트들이나 친구들이 그를 에스코트해주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그는 피해자지만 그 때의 사건으로 오히려 더 고통을 겪는다. 며칠 간 납치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엉뚱하게 해석되며 누군가 자신의 사물함에 저주하듯 창녀라고 쓴 사진을 넣어둔 걸 발견한 그는 다시금 그 때의 가해자인 고두영(지일주)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피해자인 그에게 엄마는 도리어 그의 평소 행실을 운운하며 나무란다. 행실을 그렇게 해서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은재(지우)는 그게 왜 예은의 잘못이냐며 발끈한다. “선배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요.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선배가 뭘 잘못했다고 엄마한테 그런 말을 들어요. 선배는 피해잔데 왜 선배 탓을 해요? 사과하라고 해요.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해요.” 성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에 대해 작가는 은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예은을 ‘나쁜 사람’으로 덧씌우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 유일하게 그를 챙기는 건 하우스메이트들을 제외하면 우연히 만나게 된 권호창(이유진)뿐이다. 그는 예은에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고 “예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역시 지독한 왕따의 피해자로서 자폐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타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스스로도 그것을 겪은 이들 뿐이란 이야기다. 

<청춘시대2>는 그 인물 하나하나가 저 마다 겪고 있는 사회적 폭력들을 담고 있다. 벨 에포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듯 발랄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저마다의 폭력 앞에 놓여져 있다. 연예 기획사에 입사한 윤진명(한예리)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무려 5년간을 연습생으로 지내게 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이자 결국 계약기간 7년을 채우지 않고 해체시켜 버린 아이돌그룹을 보며 그 역시 부당함을 느끼지만 자신 또한 회사에서 생존해야하는 입장이다. 

벨 에포크로 오게 된 조은(최아라)은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아빠 때문에 고통 받는다. 그 다른 여자 사이에 낳은 딸을 데리고 와 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며 엄마에게 이혼을 설득해 달라는 아빠의 말에 그는 또 다시 상처받는다. 송지원(박은빈)은 이 벨 에포크에서 가장 걱정 없어 보이는 털털한 캐릭터지만 그 역시 어딘가 과거의 커다란 상처가 잠재되어 있다. 그 상처로 인해 오히려 너스레를 떠는 지금의 성격이 생겼을 가능성이 여러 복선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청춘시대2>는 그래서 ‘청춘’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들의 풋풋하고 발랄한 사랑이야기만을 그리기보다는 그들이 겪고 있는 상처들을 다루고 있다. 그 상처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청춘들에게 마치 당연한 듯 가해지는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마치 아파야 청춘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던지듯, 그런 정도의 폭력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현실. 세상에 청춘이어서 당해도 되는 폭력이 있을까. <청춘시대2>는 그 폭력들 앞에서 서로 연대하고 서로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프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오는 드라마다.

‘청춘시대2’, 생존 위해 거리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시즌2로 돌아왔지만 여기 청춘들의 삶은 여전히 짠하고 팍팍하다. 시즌1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상사의 갑질에도 버티며 살던 윤진명(한예리)은 드디어 취직이 되었지만, 회사에서의 삶 역시 생존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한승연)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혼자 밤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모태솔로의 외로움을 특유의 넉살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송지원(박은빈)은 시즌2에도 여전히 혼자였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유은재(지우)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시즌2에서 벨 에포크를 떠난 강이나(류화영)의 자리에 들어온 조은(최아라)이라는 인물 역시 어딘가 어두운 면을 숨기고 있다. 어딘지 주변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복수해 줄 거야’라고 쓰여진 편지가 그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청춘이라는 그 지점이 주는 풋풋함과 발랄함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의 무게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그저 밝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각각의 청춘이 저마다의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그 생존을 위해 이들이 선택하는 건 타인과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윤진명이 입사한 회사에서 뜨지 못한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살아가는 헤임달(안우연)과 자꾸 얽히게 되지만 계속해서 거리를 두는 건 그래서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나가야할 길을 향해 직진하는 걸 선택한다. 

신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마련된 회식 자리에서 마시고 싶지 않은 폭탄주를 원샷하고 듣고 싶지 않은 상사의 노랫소리에 애써 박수를 쳐줘야 하는 현실이 버겁긴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의 직원카드를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의 자신의 삶이 그래도 나은 편이라 자위한다. 물론 그렇게 선을 그으면서도 그 아르바이트생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하고, 헤임달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 먹을 걸 사주고는 도망치듯 가버리기는 하지만.

데이트폭력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정예은은 그래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이미 폭력적인 현실이 그녀에게 상처를 낸 상태이고 그러니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디 마음도 그럴까.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당하고 있다고 착각한 한 남자가 그녀를 구하려 끌고 나온 사건이 벌어지고, 그 역시 과거 왕따를 당한 상처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모태솔로 송지원이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은 오히려 넉살로 위장하며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무언가 과거 기억의 한 자락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보다는 넉살로 숨기는 쪽을 택했다. 임성민(손승원)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지만 그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녀 역시 무언가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런 처지는 헤어졌지만 진짜로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유은재나, 세상과 철벽을 치듯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지 세상이 그녀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조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쪽을 택했다. 워낙 상처만 주는 세상이거나 혹은 타자를 신경쓸 만큼 여유를 주지 않는 현실 때문에. 

<청춘시대2>는 그래서 상큼 발랄한 청춘 로맨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 공감의 무게감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상처받은 청춘들이 잔뜩 닫아놓은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이 어느 순간 열리는 그 지점이 주는 짠함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창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밝게 부딪칠 그 시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이 얼마나 짠한 일인가.


'청춘시대2', 류화영 보내고 최아라 맞이하는 성숙한 방식

JTBC <청춘시대>가 시즌2로 돌아왔다. 첫 방송은 일종의 워밍업에 가까웠지만 벌써부터 반가운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난다. 짠내 물씬 풍기던 청춘의 초상을 보여준 윤진명(한예리),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정예은(한승연),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털털한 매력의 소유자 송지원(박은빈).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하지만 시즌2에는 시즌1과는 달라진 모습들이 첫 방을 통해 확인됐다. 먼저 시즌1에서 풋풋한 첫 사랑의 매력을 풀풀 풍겨냈던 유은재 역할을 박혜수가 아닌 지우가 맡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이러한 바뀐 연기자가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까 알 수 없지만 첫 방을 통해 보여진 연기는 무난한 편이다. 

시즌2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원시원한 걸크러시의 모습으로 주목받았던 강이나(류화영)가 이별을 고하고,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의 새로운 멤버로서 조은(최아라)이 합류했다는 점이다. 사실 시청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시즌1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강이나와의 이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즌2의 첫 방송은 사실상 강이나라는 캐릭터를 위한 한 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떠나는 그녀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다. 중국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윤진명을 마중 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차를 끌고 나온 강이나가 사실은 초보운전이라 겪게 되는 코믹한 해프닝이 첫 방을 거의 채웠다. 

어쩌다 가게 된 산 속 펜션에서 주인을 묶어놓고 주인 행세하는 강도 때문에 겪는 해프닝.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청춘시대2>는 시즌1의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리마인드시켰고 떠나는 강이나와 합류하는 조은을 소개했다. 

<청춘시대>가 드라마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시즌2가 가능했던 건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를 중심으로 여러 청춘들의 에피소드들이 캐릭터별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시즌을 잇는 캐릭터가 한두 명만 있어도 이야기는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시즌2는 기존 캐릭터들을 대부분 이어가면서 조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 하나를 더했다. 

캐릭터 중심의 에피소드로 흘러가기 때문에 <청춘시대>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그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매력이다. 윤진명은 그 시즌1에서의 짠내를 극복하고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가 궁금하고,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이나, 모태솔로의 외로움과 대신 남다른 우정과 의리를 장착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송지원이 이제 제대로 된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해지는 건 시즌2는 지금의 청춘들의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즌1이 윤진명이란 캐릭터로 제시됐던 갑질 사회와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세월호의 잔상을 남겼다면 시즌2에서는 어떤 현실들이 제시될까. 첫 방의 워밍업만으로도 벌써부터 그 캐릭터들이 반갑고 그들이 만들어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청춘시대>의 성공,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안

 

JTBC <청춘시대>가 오늘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한다. 이 소소해 보였던 작품이 어느새 슬금슬금 우리네 마음 속으로 들어와 깊은 여운을 남겼다는 걸 종영에 즈음해서야 비로소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좋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알아본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청춘시대>였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사실 첫 시청률 1.3%(닐슨 코리아)에서 2회에 무려 0.4%까지 급락하면서 역시 신인 연기자들만을 캐스팅해 오로지 작품의 밀도 하나로 승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여겨졌다. <청춘시대>는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이렇게 다섯 명의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물론 한예리나 박은빈은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연기자들이지만 다른 연기자들은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승연과 류화영은 아이돌 출신이 아니었나.

 

게다가 <청춘시대>가 경쟁해야 하는 금토 편성 시간대의 tvN <굿와이프>는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에 역시 오랜만에 드라마로 모습을 보인 유지태가 주인공들이었다. 드라마의 첫 시청률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이러한 톱클래스 배우들의 출연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굿와이프>는 또한 미드 원작으로 탄탄하고 디테일한 대본이 변호사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러니 아예 <청춘시대>는 경쟁상대조차 되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0.4%부터 한 회 한 회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며 작품의 가치를 알린 <청춘시대>는 시청률도 조금씩 회복했고 이 작품의 규모로 봐서는 성공이라고 봐도 좋을 2.5% 시청률을 넘어섰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건 <청춘시대>가 그저 그런 청춘멜로물 정도일거라 가졌던 그 선입견과 편견을 작품을 통해 깨주었기 때문이다.

 

<청춘시대>는 달달한 청춘의 멜로만을 담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오히려 작금의 청춘들이 겪을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극화한 작품이었다.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성추행에 치욕까지 겪으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며 버티는 청춘이 있었고, 사고의 트라우마로 미래를 꿈꾸지 않고 그저 현재를 막 살아가는 청춘이 있었으며, 부모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는 청춘이 있었다.

 

또한 청춘들에게는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연애 문제에 있어서도 <청춘시대>는 풋풋하고 달달한 사랑을 그려내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았다. 나쁜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는 청춘과 그녀가 겪게 되는 데이트 폭력의 이야기는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까지 지목되는 소재였다. <청춘시대>는 청춘이라는 시기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지금의 청춘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들을 발랄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청춘 특유의 회복탄력성을 이 작품은 보여줬다. 그토록 힘겨운 현실들을 마주한 청춘들이 저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삶을 회복하는 모습은 그래도 버텨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올 것이라는 작은 위안을 건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청춘시대>의 성공이 의미 있는 건 스타 캐스팅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네 드라마 풍토에서 괜찮은 선전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기 출연한 젊은 배우들의 발견은 요즘처럼 신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실력도 의욕도 넘치지만 설 자리가 없어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지금의 청춘들이 한데 모여 작은 성취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다.

 

캐스팅에 있어서 스펙이 아닌 이 청춘들의 실력을 믿어주었고, 막연한 판타지가 아닌 진솔한 현실들을 담아내려 했던 노력은 결국 <청춘시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가 되었다. 요즘 같은 현실에 <청춘시대>의 성공이 유독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청춘시대>가 건네는 위로, “살아라

 

내가 아저씨 딸을 죽였어... 그래서 나도 죽일 거야?” 강이나(류화영)는 오종규(최덕문) 아저씨를 찾아가 그렇게 말한다. 사고로 강물에 빠진 강이나가 오종규의 딸과 서로 가방을 붙잡으려 사투를 벌이다 결국 강이나가 살아남게 된 것. 그 깊은 강물 속에 드리워진 죽음의 기억은 강이나의 청춘에 아픈 생채기를 남긴다. 미래에 대한 계획 따위는 세우지 않고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막 사는 것. 그건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한 죄책감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오종규를 찾아가 그 트라우마와 마주 선 강이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죽을 것처럼 살아가는 삶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삶은 사실 여전히 그 강물 속에 멈춰져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 강이나를 찾아온 오종규에게 그녀는 묻고 싶어진다. 자신이 아니라 그의 딸이 살아남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오종규는 살으라고말하고 싶다고 한다.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말고, 살아남은 것에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그냥 살라고. 살아가라고.”

 

사실 <청춘시대>에서 강이나라는 캐릭터나 그녀가 겪은 강에서의 사고는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에 살아가는 다섯 명의 청춘들이지만, 강이나만 대학생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스스로 남자들의 스폰서를 받는 쉬운(?) 삶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다른 청춘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그 바깥에 나와 있는 그녀가 나머지 네 명의 청춘들이 겪는 일과 사랑의 고충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강이나와 오종규의 이야기는 그녀가 왜 <청춘시대>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살아남을 것을 죄로 느끼며 살아가는 강이나에게 그건 죄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대목은 사실 지금의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개의 가방에 매달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떨쳐내야 하는 상황. 이 강이나가 겪은 트라우마는 지금의 청춘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잔혹한 현실이 거기에는 어른거린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잔혹한 현실을 살고 있는 윤진명(한예리)과 강이나라는 청춘의 공유점이 엿보인다. 윤진명 역시 살아남은 청춘이다. 동생은 식물인간으로 죽지 못해 살아있고, 빚더미에 기울어버린 가세는 그녀가 알바에서 알바로 뛰어다니며 연애 따위는 사치로 여길 만큼 자신에게 혹독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나 좋아하지 마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치 죄인 같다.

 

생존, 견딤, 죄책감 같은 단어들이 <청춘시대>의 청춘들에게는 어른거린다. 물론 청춘의 풋풋함을 살아가는 은재(박혜수) 같은 인물도 있지만 그녀 역시 어딘가 집안 문제에 비밀스런 아픔 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 예은(한승연)은 도저히 헤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아픔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중이다.

 

이들은 모두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은 그들이 자초한 일들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버텨내고는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극단적으로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살아가지만, 그건 알고 보면 그들의 죄가 아니다. 살아남은 게, 아니 그저 살아가는 게 어떻게 죄가 된단 말인가.

 

<청춘시대>는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픈 건 청춘의 본질이 아니라 누군가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강이나에게 살라고말해주는 오종규의 한 마디는 그래서 깊은 감동을 준다. 그는 강이나와 사투를 벌여 죽은 딸로 인해 고통을 겪었지만 어느새 강이나를 딸처럼 이해하고 다독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혹독한 현실을 만들어낸 이들은 저 편에 숨겨져 있고 대신 피해자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청춘시대>, 풋풋하면서도 먹먹한 이 느낌은 뭘까

 

이 청춘은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런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게 된 걸까.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JTBC <청춘시대>의 윤진명(한예리)에게 청춘의 꽃길 따위는 없다. 알바에서 알바로 새벽까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는 듯한 하루하루. 엄마가 호흡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동생의 안부조차 묻지 않는다고 하자 그녀는 누가 죽은 사람의 안부를 묻냐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그녀에겐 자신의 삶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행복은 누구나 꿈꿀 권리가 있다지만 그녀에게 행복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그런 그녀에게 무례하다. 절박한 그녀의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그 절박함을 미끼로 함부로 명령하고 함부로 폭력을 행사한다. 물론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권력의 힘으로 제 멋대로 상대방에게 손을 뻗치는 행동들은 추행이자 폭력이 분명하다. 레스토랑 매니저라는 알량한 권력을 가진 자(민성욱)는 마치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접근해 일자리를 제안하며 은근슬쩍 그녀를 추행하려 한다.

 

생각해보면 나랑 그렇게 다른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겁먹고. 마치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정신을 차린 윤진명은 그렇게 말하며 매니저로부터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매니저가 던지는 덜 절박하구나라는 말은 가난하고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위치에 놓여진 청춘들을 대하는 현실의 냉혹함을 잘 보여준다.

 

사랑 따윈 사치처럼 되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윤진명은 정말 기적처럼 다가온 박재완(윤박)을 밀어낸다.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반복할수록 윤진명의 마음 속에 박재완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가 드러난다. 그녀는 그저 보통사람들처럼 박재완을 사랑하고 싶지만 그녀를 둘러싼 현실의 무게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춘시대>에는 선배인 윤종열(신현수)과 유은재(박혜수)가 만들어가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물론 그녀 역시 죽은 아빠와 관련해 어딘가 숨겨진 아픔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자신이 죽였다는 혼잣말과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득 문득 차가워지는 그녀에게서 무언가 비밀스런 과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유은재의 사랑은 우리가 청춘에 기대하는 그 첫사랑의 면면들이 묻어난다.

 

그런가 하면 처절한 현실을 부정하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강이나(류화영) 같은 청춘도 있다. 대학생이라 속이고 제 몸을 팔아 스폰서 받는 편한(?) 삶을 선택한 그녀. 스스로 쉬운 삶이고 자신을 창녀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삶일까. 그녀가 그런 삶을 선택하게 된 데는 과거 죽을 뻔 했던 사고에서 그녀의 말대로 운이 좋아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에 지켜야할 것을 지키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다.

 

셰어하우스에 모인 다섯 명의 청춘들의 제각기 다른 현실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청춘시대>는 청춘을 한 가지 얼굴로만 내밀지 않는다. 그들이 대하고 있는 청춘이란 윤진명이나 강이나처럼 혹독하기도 하지만 유은재처럼 달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상황 속에서 때론 갈등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토닥이고 안아준다. 박재완을 애써 밀어내고 돌아와 그 아픔에 오열하는 윤진명을 송지원(박은빈)이 꼭 끌어안아주는 것처럼.

 

이것은 <청춘시대>가 가진 현실을 다루는 좋은 균형감각이다. <청춘시대>는 청춘이라는 그 지점이 가진 낯설음과 설렘을 내포하지만 그것을 두려움과 처절함으로까지 만들어내는 현실을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보통의 청춘 멜로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무게감과 진중함이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게 된 건 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작금의 청춘들을 섬세하게 드라마가 들여다보고 그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현실의 무게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지만 그들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모습은 <청춘시대>가 진짜 그리고 있는 청춘의 판타지다. 남녀 간의 달달하고 강렬한 사랑만큼 지금의 청춘들에게 필요해진 것이 위로가 됐다는 건 어쩐지 슬픈 일이다. <청춘시대>의 셰어하우스에 함께 살아가는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가 풋풋하면서도 먹먹해지는 건 그래서다.

청춘 보고서 <청춘시대>, 그저 달달한 멜로를 선택하지 않은 까닭

 

JTBC <청춘시대>에는 무려 다섯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윤진명(한예리), 정예은(한승연), 송지원(박은빈), 강이나(류화영), 윤은재(박혜수)가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캐릭터들이다. 연애가 사치일 정도로 여유 없는 짠한 청춘의 전형을 보여주는 윤진명,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나쁜 놈이란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정예은, 늘 인기 만점이지만 정작 남자친구는 없는 모태솔로 송지원, 제 몸 하나 맘대로 굴려 스폰서를 전전하며 막 살아가는 구질구질한 건 못 견디는 강이나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귀여운 새내기 윤은재.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하지만 무려 다섯 명의 이런 반짝이는 여주인공을 세우고 있는 드라마에 눈에 띄는 남자주인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남자를 초대해 벌인 이른바 수컷의 밤파티를 보면 이런 면들이 단박에 드러난다. 윤진명은 아예 파티에 참가하지 않았고, 정예은은 결국 그 나쁜 놈을 데려왔다. 강이나는 바에서 알게 된 어딘지 미스테리한 아저씨를 초대했고 윤은재는 벌칙이 싫어 자신을 따라다니는 선배 윤종열(신현수)을 데려왔다. 파티를 주도한 송지원은 역시 캐릭터에 걸맞게 한 사람도 초대시키지 못했다.

 

누가 봐도 청춘 멜로드라마라고 여길만한 <청춘시대>에 정작 남자주인공이 이렇게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나마 자신의 현실 때문에 남자를 자꾸 밀어내는 윤진명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박재완(윤박)이 눈에 띄는 남자지만, 그 역시 이 드라마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종열 역시 조금씩 윤은재와 가까워지지만 남자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존재감은 아니다.

 

그렇다고 멜로의 애틋함이나 달달함이 없는 건 아니다. 윤진명과 박재완의 관계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은 알지만, 그 관계를 거부하는 윤진명의 현실이 너무나 공감가고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서성이는 박재완이 못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다른 남자의 외적인 요소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렸던 윤은재가 차츰 그녀의 옆자리에 있는 선배 윤종열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은 한 마디로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이 묻어난다.

 

그런데 <청춘시대>는 이들의 멜로를 살짝 살짝 양념처럼 치고는 있지만 결국 에포크 하우스에 함께 살고 있는 여자 다섯 명의 이야기가 본맛이라는 듯 그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음을 공유한 그들이지만, 그들은 저마다 아픈 비밀스런 자신들만의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신발장 귀신을 이야기하며 그 귀신이 보인다는 송지원이나, 누군가 죽기를 바랐다는 윤진명(그녀는 식물인간인 자신의 동생이 죽기를 바란다) 그리고 속으로 누군가를 죽였다고 말하는 윤은재는 물론이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팔찌에 무언가 비밀을 갖고 있는 강이나도 모두 미스테리한 과거의 아픔들을 숨기고 있다.

 

멜로는 이들 청춘의 겉면이지만 <청춘시대>는 그 이면에 놓여진 청춘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이것은 <청춘시대>라는 드라마가 그저 달달한 사랑 타령을 하는 단순한 청춘 멜로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거기에는 일종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보고서 같은 아픈 현실의 이면들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어찌 보면 남자주인공이 이처럼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드라마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멜로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남자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건 가장 중요한 선택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여자주인공들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반면 남자주인공들은 살짝 뒤로 밀려나 있다.

 

이것은 혹시 그저 청춘을 첫사랑같은 이야기로 다룰 수만은 없는 지금의 현실이 투영된 건 아닐까. 물론 그들도 사랑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청춘의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현실이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쉽게 그럴 듯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워 달달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훨씬 쉽게 대중성을 확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청춘시대>는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그건 달달할 뿐 현실을 마비시키는 거짓 판타지이니까. <청춘시대>가 대중성을 떠나 괜찮은 드라마라는 이유다.

<청춘시대>, 가장 찬란해야할 청춘들의 씁쓸한 현실

 

나 좋아해요? 아직도 나 좋아해요? 좋아하지 마요.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져요. 여기서 약해지면 진짜 끝장이에요. 그러니까 나 좋아하지 마요.”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윤진명(한예리)은 자신이 알바로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박재완(윤박)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는 어쩌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받는 일을 밀어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걸까.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그녀는 맹렬히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중이다. 몇 년 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동생은 그녀에게는 아픔이면서 동시에 짐이다. 동생이 위급해졌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 그녀는 오열하던 엄마가 동생이 회복됐다는 이야기에 멍해져버리는 모습을 목도한다. 동생은 그렇게 살아났지만 그건 또한 그 엄마와 누나에게는 지독한 현실이 되어버린다.

 

윤진명이라는 캐릭터가 <청춘시대>를 통해 전하는 청춘의 단상은 처절하다. 그녀는 거의 웃지 않고 말할 때도 또박 또박 할 말만 던진다. 그리고 알바에서 알바로 넘어가는 삶을 전전한다. 그녀가 그 때 그 때 하는 건 빼고 정기적으로 하는 알바만 3개다. 학생 과외,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그리고 새벽 편의점 알바.

 

손님들이 몰리는 금토일 주 3회를 하는 레스토랑 알바를 그녀가 무려 2년째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주말의 휴식 따위 반납한 지 오래라는 걸 말해준다. 그녀가 유일하게 일주일에 딱 한 번 자신에게 주는 휴식이라고는 맥주 한 잔 혼자 집에서 마시는 정도다. 새벽에 편의점 알바를 하는 까닭은 손님이 별로 없는 그 시간대를 이용해 공부를 하려는 목적이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버는 돈은 과외비 30만원, 시급 7천 원 받는 레스토랑 알바비 40만원, 주중 56시간씩 30시간 편의점 알바로 버는 72만원. 대충 140만 원 정도다. 많이 버는 것 같지만 그 중 일부는 동생의 병원비로 들어간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알바에서 알바로 뛰어다니고 어떤 면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버텨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간에 갑자기 끼어든 박재완의 친절은 그래서 그녀를 흔들리게 한다. 무심한 표정으로 버텨내던 그녀의 얼굴에 자꾸만 웃음 같은 걸 피어나게 하고 기대감 같은 걸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기대감과 희망이 무너졌을 때 다시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그녀가 겪어온 삶 때문이다. 그녀도 한 때는 평범이라는 단어를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토록 죽도록 일해 고작 하고 싶은 것이 대기업 직원이다. 그녀는 평범해지고 싶어 한다. 그녀가 평균 이하의 위치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하고 묻는 박재완의 물음에 그녀는 내 동생이 안 죽었어요.”라고 답한다. 그 말 속에는 이 가녀린 청춘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현실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녀는 박재완에게 이별통보를 해놓고는 뒤늦게 그 아픔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밤늦게 홀로 오열하는 그녀를 같은 쉐어하우스에 사는 청춘들이 보듬어 안는다.

 

박재완이 그녀의 마음에 슬쩍 들어오던 날 창가에서 그를 보고 잠시 자신의 견디는 삶바깥으로 나왔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창문에 손가락을 찧어 손톱이 들려버린다. 그 상처 난 손톱은 아마도 그녀가 처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마치 그렇게 덜렁대는 손톱처럼 아슬아슬하고 아픈 일이라는 걸 표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결국 손톱을 떼어내고 울먹이며 쉐어하우스 메이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톱이 빠졌는데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 아파서 죽을 거 같애. 아파서. 아파서 죽을 거 같애.”

 

손톱이 빠지는 고통. 어쩌면 그것보다 더 아픈 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매일 매일을 버텨내야 하는 그녀의 현실일 것이다. <청춘시대>라는 어딘지 달달할 것처럼 여겨지는 드라마는 이처럼 짠 내 물씬 풍기는 현실로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물론 그 겉모습은 청춘들의 발랄함으로 경쾌하게 그려지지만, 그 청춘의 달콤함만이 아닌 짠 내 나는 현실을 <청춘시대>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이 보다 솔직한 지금의 청춘의 자화상일 테니.

<청춘시대>, 전도연 없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까닭

 

JTBC <청춘시대>에는 전도연, 유지태가 없다? 사실이고 현실이다. <청춘시대>에는 이렇게 표현하기 좀 그렇지만 이른바 ‘A급 캐스팅이 없다. 첫 회를 이끌어나간 유은재라는 막내 새내기 대학생 역할의 박혜수는 SBS <용팔이>에 잠깐 출연했을 뿐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다. 드라마보다는 <K팝스타>에 나왔던 이력이 더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하지만 <청춘시대>의 첫 회에서 박혜수는 확실히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 대학 새내기가 가질 수 있는 낯설음과 두려움 같은 것들을 때론 귀엽고 때론 안쓰럽게 잘 표현해줬고 후반부에 이르러 누르고 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꽤 임팩트있게 소화해냈다. 누가 봐도 딱 대학 새내기 같은 이미지를 보여줬고, 그녀의 시선을 통해 이 드라마의 다른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데도 자연스러웠다는 점에서 그 역할 수행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강이나라는 자기 주장과 욕망이 강해 겉으로는 섹시 노출증 환자처럼 보일 정도의 능동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한 류화영 역시 연기 경험은 일천하다. <태양의 후예>에 잠깐 출연한 바 있고 <돌아와요 아저씨>에도 출연한 바 있지만 그녀가 더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티아라가 몇 년 전 겪은 왕따 논란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그녀는 티아라에서 탈퇴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고 이번 <청춘시대>에서 결코 작지 않은 강언니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류화영 역시 첫 연기치고는 꽤 그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여성들도 반할 만큼 시원시원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청춘의 고단함과 아픔 또한 갖고 있는 인물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류화영이 겪어왔던 청춘의 힘겨움 같은 것이 극중 캐릭터와 잘 매치되는 느낌이다. 만일 박연선 작가가 이를 염두에 뒀다면 이 캐릭터의 이미지는 확실히 류화영과는 맞춤인 면들이 있다.

 

그래도 이 벨 에포크라는 셰어 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나머지 인물들, 윤진명(한예리), 정예은(한승연), 송지원(박은빈)은 그나마 익숙한 인물들이다. 한예리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척사광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지만 <청춘시대>에서는 어딘지 현실에 잔뜩 치여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작금의 청춘의 전형 같은 인물 역시 진짜 그 인물이 된 양 연기해낸다.

 

한승연은 첫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외로 정예은이라는 톡톡 튀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캐릭터를 잘도 소화해내고 있고, 박은빈이야 본래 연기 경력이 꽤 되는 인물이라 첫 회에서도 거의 뒷부분에 슬쩍 등장하지만 그 짧은 등장만으로도 말은 잘하지만 연애는 영 안되는 송지원이란 캐릭터를 쉽게 공감시킨다.

 

<청춘시대>는 이처럼 A급 캐스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는 신인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물론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tvN <굿와이프>의 전도연에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공력의 차이도 차이지만 신인과 누가 봐도 대배우의 비교가 어찌 가당키나 할까.

 

그래서 시청률도 보면 도무지 <굿와이프>에는 대적하질 못한다. <굿와이프>3%에서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청춘시대>는 첫 회에 간신히 1.3%(닐슨 코리아)를 기록했지만 2회에는 0.4%로 추락했다. 물론 이런 시청률은 휴가철인 작금의 계절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액면으로 보면 <청춘시대><굿와이프>에 대적 불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말하지면 <청춘시대>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연애시대>를 쓴 박연선 작가의 대본은 확실히 촘촘하고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청춘의 현실과 가치와 의미들을 담아낼 줄 안다. <사랑하는 은동아>를 연출한 이태곤 PD의 연출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A급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향후에는 분명 A급이 될 지도 모를 열정적인 혼신의 연기들을 보여주는 연기자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매력은 이 드라마가 가진 굉장한 자산이다.

 

A급 캐스팅도 없고 시청률은 바닥이지만 그래도 <청춘시대>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 시도가 참신하고 그 결과물 역시 꽤 괜찮기 때문이다. 우리네 드라마들이 A급 캐스팅에 목을 메고 일정 부분 그 힘으로 주목받지만, 모두가 그래서야 어디 젊은 신진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 그들이 설 자리가 없다면 미래의 드라마도 그리 낙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게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작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아픈 현실들을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잘도 풀어내고 있다. 가진 것 없어도 빛나는 지금의 청춘들을 이 드라마는 꽤나 닮아있다

사극의 새 역사 쓴 <육룡이 나르샤>

 

SBS 월화 사극 <육룡이 나르샤>가 이제 종영한다. 50부작에 이르는 긴 여정의 드라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다. 어느 정도 흐르고 나면 늘어지기 마련인 장편 드라마들 속에서 <육룡이 나르샤>는 확실히 다른 밀도를 보여줬다. 마치 한 회 한 회가 잘 짜여진 완성도 높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라니. 이 사극이 50부작이었다는 게 실로 믿기지 않는 건 그래서일 게다.

 


'육룡이 나르샤(사진출처:SBS)'

정통사극, 퓨전사극, 판타지사극, 장르사극 등등. 사극은 역사와 상상력이라는 두 날개를 갖고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정통사극이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면 퓨전사극부터 장르사극까지는 서서히 상상력쪽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해왔다. 하지만 상상력의 끝단이 만들어낸 결과는 역사라는 사실의 진중함이 결여된 허구라는 문제를 양산했다. <정도전> 같은 정통사극으로의 회귀는 사극이 지나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사극은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상상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역사로 회귀할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육룡이 나르샤>는 이 둘을 다시 껴안고 나가는 제 3의 길을 제시했다. 역사적 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결합하고, 역사적 인물의 사실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허구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상상력 또한 포기하지 않는 길. 이것은 <육룡이 나르샤>가 누구나 다 아는 여말선초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흥미진진할 수 있었던 이유이고,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면서도 허구의 가벼움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육룡이 나르샤>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건 MBC <화정>KBS <징비록>, <장영실>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MBC는 이병훈 PD에서부터 만들어낸 퓨전사극의 전통 이후, <빛나거나 미치거나>, <화정>처럼 상상력에 더 치중하는 사극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선택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화정>은 심지어 지나친 역사왜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률도 곤두박질치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정통사극으로 회귀한 KBS 역시 마찬가지다. <정도전>은 좋은 평가와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이어진 <징비록>은 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장영실>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위인전기를 보는 듯한 이야기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기 어려워진 것. 여러모로 <육룡이 나르샤>와는 비교되는 결과다.

 

<육룡이 나르샤>가 이전 사극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인물에서도 나타난다. 보통의 사극이 한 사람의 영웅담이나 성장담을 그려내고 있는 기존의 사극의 패턴과 비교해보면 <육룡이 나르샤>는 여섯 명의 인물을 동등한 위치에서 그려내면서 그들이 서로 관계하고 대립하는 과정들을 흥미롭게 다뤘다.

 

즉 누구 한 사람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사극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도전(김명민)의 입장과 이방원(유아인)의 입장이 서로 부딪치는 장면을 보면 우리는 양자의 입장을 이해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사극이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재단하지 않고 여러 입장을 드러내 궁극의 판단은 시청자에게 남기는 것. 그것이 지금의 역사를 보는 달라진 시각에 맞는 사극이 아닐까.

 

또한 <육룡이 나르샤><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로서 그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사극으로서 그 사극만의 어떤 패턴이나 유형들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밀본이나 무명같은 조직이 그렇고, 척사광(한예리)이나 무휼(윤균상), 이방지(변요한)가 그려가는 무협적 요소들, 게다가 분이(신세경)를 통해 그려진 반촌이라는 역사적 공간까지 <육룡이 나르샤>는 새로운 사극의 전통이 될 만한 요소들을 잘 그려냈다.

 

사극은 역사를 보는 관점을 담는다는 점에서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이방원의 이야기를 다룬 그 무수한 사극들과 <육룡이 나르샤>가 같은 역사라도 다른 이야기와 관점을 보여주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무수한 진화들 속에서 그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육룡이 나르샤>가 디딘 이 첫발은 그래서 새로운 사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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