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거칠지만 따뜻한 한지민이라 더 매력적

아동학대의 현장을 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실상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절감하게 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일 게다. 그런 점에서 영화 <미쓰백>은 우리가 언젠가 뉴스에서 짤막하지만 충격적이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며 방치된 아이 지은이(김시아). 그 아빠의 애인은 아이를 짐으로 보며 학대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그건 다만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을 뿐이지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 보였다면 그건 뉴스나 르포이지 영화는 아닐 것이다. <미쓰백>이 영화로서 힘을 갖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제목에 담겨진 이 영화의 주인공 미쓰백 백상아(한지민)의 시선이 담겨져서다. 그 자신도 학대당한 기억이 있는 이 주인공은 어느 날 한겨울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원피스 하나를 입고 달달 떨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된다. 한눈에 봐도 학대받는 아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손길을 내주지 않는 아이. 미쓰백이 그 아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되는 건 그 아이에게서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미쓰백이 자신의 삶이 더 고달파 외면하려던 아이를 점점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손을 내밀게 되며 나아가 아이를 구해내는 그 과정을 담고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미쓰백 스스로 자신을 학대받던 아이로 방치하며 살아왔던 삶에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쓰백은 아이를 구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신도 구해내려 안간힘을 쓴다. 영화가 끔찍함을 넘어서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미쓰백이 상처로 가득한 아이를 꼭 껴안는 그 장면은, “나 같은 것”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비천하게 취급해온 자신을 껴안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그래서 미쓰백이라는 캐릭터와 그 인물을 연기하는 한지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한지민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미쓰백>의 백상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르게 백상아의 거친 일상을 잡아낸다. 한지민은 재게 손을 놀리며 다소 거칠게 갖가지 일을 하는 동작들만으로 이 인물이 가진 예사롭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느끼게 해준다.

욕을 해대고, 늘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고, 얼굴이고 몸이고 항상 상처 하나씩은 달고 다니는 이 백상아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의 학대받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어찌 보면 자신의 삶을 학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처 가득한 지은이의 등장은 들춰내고 싶지 않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금 꺼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거친 삶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따뜻함을 희구하는 마음을 가리기 위함이었다는 걸 아이 앞에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이 과정은 그래서 한지민이라는 배우에게도 그간의 고정되어 가던 이미지가 만들어낸 틀을 벗게 해주는 시간들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한지민에게 이런 거칠면서도 따뜻한 매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백상아가 지은이를 통해 자신을 구원해내듯이, 연기자 한지민은 백상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꺼내 보인다. 왜 그간 이런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미쓰백>은 그렇게 한지민을 꼭 껴안으며 말하고 있는 작품 같다.(사진:영화'미쓰백')

‘아는 와이프’, 불편한 판타지와 공감 가는 현실

“티격태격, 아웅다웅, 미운 정 고운 정 쌓아가면서 같이 나아갈 것.” “우리만의 전우애도 싹틀 것.”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결국 불편한 판타지를 돌고 돌아 공감 가는 현실 속에서의 대안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삶의 현실이 제아무리 부부를 지치게 만들어도 서로가 지지해주고 다독이는 것으로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특히 주목됐던 건 ‘육아문제’였다. 맞벌이를 하는 우진(한지민)과 주혁(지성)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외치듯 “전쟁‘을 치르며 살아갔다. 이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은 <아는 와이프>의 시작 부분에서 그려졌던 풍경이다. 하지만 같은 전쟁이라도 그 전쟁을 대하는 이 부부의 자세가 달라졌다. 그 때는 홀로 ’독박육아‘를 하는 우진과 현실에 치인 주혁이 서로 너무 힘들어 자신의 힘든 것들만을 들여다보며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줬다면, 이제는 함께 하는 육아로 그 전쟁을 현명하게 이겨나갔다. 

첫 회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그 입장은 정반대가 되었지만 마지막 회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교육과 시험을 봐야하는 주혁에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고, 마침 아이를 픽업해야할 우진이 은행에서 쓰러진 고객을 응급실까지 데려다주느라 가지 못하게 되자, 교육장을 벗어나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주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주혁은 우진과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불가능한 도전’을 해나가듯 함께 공조(?)해 아이도 챙기고 간신히 시험장에도 도착할 수 있었다. ‘독박육아’가 ‘전우애’로 바뀌는 변화를 드라마는 보여줬다.

사실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너무 상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결국 현실이 힘들어도 부부가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말과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와이프>는 그래서 과거를 돌려 현재를 바꿔본다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그렇게 막연한 판타지로 바꿔놓은 현실이 얼마나 불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 나아가 그 힘든 현실들 속에서 상대방을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초반에 그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저항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주혁의 철없는 선택이 불러온 불편한 현실들 때문이었다. 첫사랑에 성공해 이혜원(강한나)과 살게 되지만 그것이 막연히 생각되던 판타지였을 뿐,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는 걸 주혁은 깨닫는다. 그러면서 우진을 점점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이 못해줬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달라진 현실 속에서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 시청자들의 저항감이 워낙 커서 드라마는 개연성 부분에 많은 흠집을 남기면서까지 이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주혁이 사실은 우진과 부부사이였다는 걸 고백하고, 우진이 그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여러모로 개연성이 부족했고, 두 사람이 함께 과거로 되돌아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이 다시 만나는 과정도 그럴 듯하게 그려지지는 못했다. 또 이 가상의 설정을 되돌림으로써 거기 등장했던 이혜원이나 윤종후(장승조)가 들러리가 되는 부분도 남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여곡절을 통해 다시 돌아온 곳이 바로 그 드라마 초반과 똑같은 현실이라는 건 곱씹어볼만한 부분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막연한 판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겪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전우애’처럼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드라마는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꽉 채워준 건 연기자들이었다. 철부지 같은 선택을 함으로써 비난받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차츰 참회하며 돌아옴으로써 그 매력을 잃지 않게 했던 주혁을 연기한 지성이나, 1인3역 정도는 한 것처럼 이 드라마에 기분 좋은 생기를 불어넣은 우진 역할의 한지민은 물론이고, 들러리가 될 위치에서도 친구로서의 따뜻한 우정을 공감하게 해준 윤종후 역할의 장승조나, 판타지 설정의 부족한 개연성마저 메워주는 따뜻함을 보여준 우진 어머니 역할의 이정은, 그리고 은행식구들과 주혁의 친구들 역할을 한 배우들까지 연기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단단한 매력들이 뭉쳐져 <아는 와이프>는 초반의 불편한 설정들이 만들어낸 위험요소들을 상당부분 걷어내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주목되는 건 시종일관 7%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함으로써 tvN의 수목드라마 시간대가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나름 성과도 적지 않은 <아는 와이프>였다.(사진:tvN)

‘아는 와이프’, 이정은이 전한 진짜 사랑의 의미

“누구나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어. 가고자 하는 데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우진 엄마(이정은)가 서우진(한지민)에게 한 그 말은 아마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시간을 되돌려 다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판타지가 아니라, 꼬이고 꼬여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는 와이프>는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변해버린 아내 대신 첫 사랑을 선택해 다른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드라마다. 차주혁(지성)은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서우진 대신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지만 그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자꾸만 서우진에게 눈이 가고, 과거 그에게 못해줬던 일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혜원에게도 또 서우진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한다. 

<아는 와이프>의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주인공인 차주혁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모든 주변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친구 윤종후(장승조)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던 서우진이 차주혁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고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혜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차주혁에게 이혼서류를 보낸다. 서우진은 차주혁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는 와이프>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불편함을 풀어낼 수 있는 길은 바로 그 문제를 만들어낸 차주혁이 철저히 부서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주혁은 모든 걸 잃게 된다. 이혼을 하게 되고 이혼 전 재벌 회장인 장인만 믿고 했던 대출이 사기로 드러나 직장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잃는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간을 되돌린다. 

만일 차주혁의 선택으로 시간이 되돌려졌다면 그건 또 다른 불편한 요소를 만들었을 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간을 되돌린다는 건, 그의 이런 판타지 시간여행이 주변인들의 삶이 꼬이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번 해보는’ 이기적인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시간을 되돌리는 선택은 차주혁이 아니라 서우진이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시청자들이 바라는 점이기도 하고 또 작가가 바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너무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다. 갑자기 차주혁이 서우진에게 우리가 부부였다는 걸 고백하고, 그걸 서우진이 믿게 된다는 설정은 사실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인물로 우진 엄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치매가 아니라 시간여행자였던 그가 서우진에게 과거로 갈 수 있는 동전을 주고 시간을 되돌리게 해주는 장면은 엄마로서의 마음과 아내로서의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그 역시 시간을 되돌려 죽은 남편을 살리려 했던 것이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그걸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또한 반드시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같이 살아야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 잘했지 여보?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당신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우진 엄마가 남편의 사진을 보며 하는 이 말에는 회한과 가정이 담겨있지만, 또한 남편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 또한 담겨있다. 개연성 부족한 급전개였지만 그나마 우진 엄마의 이 한 대목이 있어 꼬이고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게 된 느낌이다.(사진:tvN)

갈수록 꼬여간다, ‘아는 와이프’ 풀어낼 방법은 있을까

어째서 이 관계들은 풀리지가 않고 꼬여만 갈까.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과거를 되돌려 달라진 현재를 살아가게 된 차주혁(지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그것이 판타지인 줄 알았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아내 서우진(한지민)으로부터 벗어나 첫사랑 이혜원(강한나)과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 재벌가의 딸과 결혼해 갖게 된 부유한 삶과 장인댁의 힘으로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그 이후부터 차주혁의 판타지는 서서히 깨져나간다. 어딘지 자기 입장만을 주장하는 이혜원보다 같은 은행으로 오게 된 서우진이 눈에 들어온다. 차주혁은 자꾸만 서우진이 눈에 밟히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우진과 친구 윤종후(장승조)가 서로 사귀게 된 걸 지지해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게 마음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를 되돌리기 전 아내였던 서우진의 진가를 뒤늦게 알게 되고 그래서 후회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주혁이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번 선택했으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차주혁은 과거의 아내인 서우진에게도 또 현재의 아내인 이혜원에게도 충실하지 못하다. 차주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져서일까. 이혜원은 점점 악역으로 그려진다. 그래야 차주혁의 이런 모습들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와 외도를 하고 자기 중심적인 본색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아파 병원에 가는 일로 장인의 출판기념회를 가지 못한 차주혁은 아내 이혜원의 본색을 확인하게 된다. 이혜원은 대놓고 말한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대뜸 이혼서류까지 택배로 보내온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살려한다. 그리고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차주혁을 황당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우유부단한 선택과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차주혁이 비판을 받고, 그러자 악역을 자처하고 나선 이혜원이 그 비판을 다시금 떠안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조금씩 차주혁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는 서우진은 결국 그 선을 넘어버린다. 술에 취해 차주혁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그에게 키스를 해버린다. 그것은 결국 선을 넘는 불륜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서우진마저 불편한 인물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냐며 우려한다. 

어째서 이 관계들은 풀리지 않고 계속 꼬여만 갈까. 애초에 드라마가 그리려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 게다. 단순히 과거를 바꿔 바뀐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에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배우자에 대한 소중함 같은 걸 담아내려 했을 테니 말이다. <아는 와이프>라는 제목은 그래서 알고 있다 생각한 아내를 실상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 남편의 후회스런 참회가 담겨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됐다 해도 다시 부부의 연으로 이어질 수 없어 그저 ‘아는 사람’처럼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하는 남편의 처지도.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드라마가 그려내는 관계들은 비록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선을 넘는다’는 것 때문에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신경 쓰는 남편, 남편의 부모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만 중요하다 생각하며 나아가 다른 젊은 남자와 불륜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아내, 또 알 수 없는 설렘으로 아내가 있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마음을 고백하고 키스를 하는 여자. 물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지만, 그 선을 넘는 과정들이 주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계속 꼬여가는 이 관계들을 풀어낼 방법은 있는 걸까.(사진:tvN)

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아는 와이프’, 한지민을 보면 우리의 착각이 깨진다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가 맞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때가 있다. 지금 삶의 맥락 바깥으로 살짝 벗어났을 때 우리가 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사람이나 삶은 의외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세속적인 욕망과 클리셰에 빠져버린 일상 속에서 진짜를 보지 못했던 삶이 그 바깥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서우진(한지민)이라는 인물이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다른 인물로 다가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 차주혁(지성)에게는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숨 막히는 아내였지만,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에 성공함으로써 재벌가 딸인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게 된 차주혁이 다시 만난 그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인물이다.

그렇게 바뀐 운명을 살게 된 차주혁의 시선을 통해 <아는 와이프>는 과거의 서우진과 현재의 서우진이 어째서 그리도 다른가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서우진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차주혁이 현실에 지쳤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던 것들이 그를 달라보이게 하는 것이다. 흔해져버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일터에서의 갑질과,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자신만이 전담해야 하는 일처럼 의무가 되어버린 독박육아. 남편은 자신도 힘들다고 자그마한 숨 쉴 공간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지지고 볶는 워킹맘으로서 숨막혀하고 있던 서우진이었다. 

그 때 차주혁은 서우진이 얼마나 힘겨워 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기만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의 운명을 되돌려 이혜원과 결혼하게 된 그가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다시 서우진을 만나고 그가 얼마나 밝고 건강한 사람이었는가를 새삼 발견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본래 서우진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라는 남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지금 현재 평균치 남성들의 시선을 가진 차주혁은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의 한계를 가진 인물로 시작한다. 차주혁은 돈 많은 아내 덕분에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아가는 드라마 속 남성들의 로망처럼 그려지지만, 정작 그는 조금씩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재벌가 장인 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살아왔던 배경이 완전히 달라 이혜원의 삶의 방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상경해 집을 찾은 자신의 부모에게 호텔을 잡아주겠다는 혜원의 말은 이해는 되지만 남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사서 내놓은 듯한 스테이크보다 그는 우연히 찾았던 서우진의 집 어머니가 싸준 갓김치가 더 당긴다. 그는 문득 서우진과 함께 갔었던 분식집의 떡볶이와 돈가스 그리고 빙수가 그립다.

<아는 와이프>는 틀에 박힌 막연한 판타지들이 가진 허구성과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어 체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우리네 삶의 불평등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재벌가 사위로 살아가는 차주혁이 게임 전용 소파까지 구비된 거실의 풍경이나, 은행에서 여직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커피 심부름을 하는 그런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허구와 불편한 풍경들이 등장하는 건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들이나 불편한 풍경들이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차주혁의 시선에서 가장 그 편견을 깨는 인물은 바로 서우진이다. 어떤 진상 고객 앞에서도 당당하고, 분노 조절 장애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 뒷얘기에조차 뒤끝 없이 풀어내는 털털함이 있고, 무엇보다 명랑하고 밝아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차주혁은 그를 보며 그가 알고 있던 그 아내가 맞나 다시금 눈을 의심하게 된다. 

서우진의 이러한 상반되어 보이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 그래서 서우진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지민은 우리가 알던 그 한지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고등학생과 삶에 찌든 억척스런 워킹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직장인의 모습을 넘나들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안다 착각하며 살아가는 걸까. <아는 와이프>는 그 이야기를 차주혁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채 살아온 남성의 시선을 통해 질문한다. 그가 봐왔던 것들과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표피적인 것들이었으며, 비뚤어진 것인가를 그가 서우진을 달리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사진:tvN)

‘아는 와이프’, 당신은 정말 당신의 와이프를 아는가

이젠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유사성 논란을 일으켰던 <고백부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알겠다. <고백부부>가 현실에 치인 부부가 과거로 타임리프해 일종의 ‘리마인드 청춘’을 보여줬다면, <아는 와이프>는 만일 이 부부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배우자의 존재를 새삼 들여다본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건 과거를 바꾸자 아예 현재가 바뀌어 버리는 그 상황을 보여주면서다. 차주혁(지성)은 그 이상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과거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겪은 어떤 일들이 현재를 바꾸게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통해 알게 된다. 과거에 오토바이와 부딪쳐 가진 상처가 자신의 손에 흉터로 남아있는 걸 발견하게 된 것. 

왜 서우진(한지민)과 결혼했을까를 후회하고 첫 사랑 이혜원(강한나)과 이루어지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던 차주혁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 그 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쳤던 이혜원과 연주회를 함께 보고 데이트를 하면서 키스를 하게 된 것. 그렇게 과거를 바꾸고 현실에서 깨어난 차주혁은 자신의 침대 옆에 함께 자고 있는 이가 서우진이 아닌 이혜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과거를 바꿔 차주혁이 서우진을 만나지 않고 두 사람이 부부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서우진 또한 그 현재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침대에서 깨어나 달라진 와이프로 쾌재를 부르는 차주혁과 교차 편집되어 보여진 서우진은 홀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차주혁의 아내였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서우진의 이런 상반된 모습은 누구와 결혼했는가와 나아가 ‘결혼 생활’ 그 자체를 통해 같은 사람이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차주혁의 와이프로서 서우진은 일과 육아에 지치고 어머니까지 치매증상을 보여 도무지 출구조차 안 보이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편만 보면 쏘아대고 심지어 분노 조절 장애를 보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남편이 몰래 사두었던 게임기를 물속에 던져버리는 일을 할 정도로.

그러니 차주혁은 서우진의 일면만 본 것이다. 만일 자신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다른 삶과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와이프를 전혀 상상하지조차 못했던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와이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아는 와이프>다. 그 제목에는 흔히 잘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때의 뉘앙스를 담아 사실은 잘 몰랐던 와이프의 의미가 담겨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여기서 주목되는 건 서우진을 연기한 한지민이다. 첫 회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와이프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이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고교시절의 그 풋풋하지만 어딘지 세 보이는 소녀의 모습까지를 생각해보면 한지민이 단 2회 동안 얼마나 하드캐리를 하고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한지민의 하드캐리는 이제 앞으로 또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커리어우먼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그가 다시 차주혁을 만나 다른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꿔 현재가 바뀌고, 그 달라진 현재 속에서 또 다른 (과거) 와이프의 모습을 만나게 되며, 그래서 막연히 드세다고만 생각했던 와이프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옆을 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자를 당신은 진정으로 알고 있는지를 질문하게 하며.(사진:tvN)

‘삼시세끼’의 일상, 낯설음보단 익숙한 게스트가 최적

이종석의 무엇이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풍경을 다르게 만든 걸까. 사실 지난 번 설현이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 <삼시세끼>는 어딘가 지금껏 봐왔던 것과는 다른 공기를 느끼게 했다. 어딘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건 설현의 문제라기보다는 조합의 문제일 수 있고 나아가 <삼시세끼>라는 특정 프로그램의 색깔이 가진 부조화의 문제일 수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래서 그것은 <삼시세끼>의 게스트 출연이 만들어낸 문제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건 그리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게스트가 들어온다는 건 기존의 분위기에 변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서진과 에릭, 윤균상은 마치 삼형제처럼 이제 가까워졌고 그래서 뭐라 말 하지 않아도 척척 합이 잘 맞는다. 그런 분위기에 낯선 인물이 들어오면 조금 어색해질밖에. 그리고 그런 새로운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게스트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종석이 게스트로 출연하고, 그를 위해 삼형제가 어설픈 몰카를 하기 위해 오히려 자기들이 더 힘든 노력들을 보이며 결국 몰카임이 밝혀지고 평소 친했던 윤균상과 이종석이 만나는 그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또 재미도 있었다. 도대체 같은 게스트인데도 이런 차이가 만들어진 건 왜일까.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이 그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동시에 살짝 낯선 것이 들어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 균형에서 재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스트가 너무 낯설면 본연의 색깔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물론 너무 익숙해도 게스트의 효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그런 점에서 보면 윤균상 하나만 믿고 이 득량도에까지 들어온 이종석은 <삼시세끼>에 잘 어울리는 게스트 조합이다. 이미 평소에 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윤균상과 함께 있을 때는 <삼시세끼> 특유의 편안한 그림이 나오고(이건 편안함을 넘어서 거의 브로맨스에 가까운 그림이다), 그러다 이서진이나 에릭이 들어오면 살짝 긴장하는 새로운 재미가 만들어진다. 결국 윤균상과 가까워 득량도에 들어왔지만 어딘지 낯가림이 심해 가깝게 느껴지지 않던 이서진과 에릭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숙해지는 그 과정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풍경이 된다.

생각해보면 <삼시세끼>가 지금껏 써왔던 게스트의 법칙이 남달랐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나영석 PD가 가진 성향이 묻어난 것이겠지만, 무작정 낯설음보다는 어떤 친숙함을 더 게스트 선정에서 고려했다는 것이다. 초창기 정선에서 찍었던 <삼시세끼>에 이서진과 택연이 함께 하고 그 후에 게스트로 윤여정, 김지호, 류승수, 김광규 등이 찾아왔던 건 그들이 과거 <참 좋은 시절>에서 이미 한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먹함 없이 바로 그 친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이번 ‘바다목장’편에서도 한지민이 게스트로 들어왔을 때 특히 시청자들이 반색했던 것도 이미 <이산>으로 이서진과 가까운 관계였고, 에릭과도 과거 드라마를 통해 연기호흡을 맞췄던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과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마치 아침에 나갔다 돌아온 가족처럼 편안함이 있었고, 거기에 윤균상과는 조금 서먹했지만 차츰 알아가는 누나 동생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삼시세끼>의 게스트는 그래서 완전히 낯설기보다는 어느 정도 친숙한 인물이 들어왔을 때 최적의 효과를 보인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편안함’을 가장 큰 무기로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삼시세끼>를 보며 대단히 놀라운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늘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 가족적인 분위기를 더 느끼고 싶어한다. 이종석이 게스트로 들어와 윤균상과 알콩달콩 보여준 케미에 시청자들이 반색할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삼시세끼’, 한지민의 잔상 오래도록 남은 까닭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없을 때 더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의 첫 게스트로 출연한 한지민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생각해보라. 어딘지 예능이 어색한 듯 혀를 날름 빼고 득량도의 세끼 집을 처음 들어왔던 그녀의 모습을.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한 이틀 간의 시간 속에서 한지민은 세끼 집 사람들의 식구라고 해도 될 만큼 편해졌다. 물론 이서진과 과거 드라마 <이산> 같은 작품을 통해 익숙한 관계였지만, 이 이틀 동안 두 사람은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칠 정도로 더 가까워졌다. 늘 조용조용한 에릭에게는 살뜰하게 주방보조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고 그와 함께 해신탕을 만들어먹으면서 더 돈독해졌다. 

윤균상과는 처음 만나 어색한 관계였지만 잭슨네 목장에 함께 다니면서 누나 동생으로서의 친밀함이 생겼다. 더운 날씨에 홀로 잭슨네 목장에 가서 청소하고 먹이를 주는 윤균상이 못내 안쓰러웠던 한지민은 에리카를 타고 가 윤균상에게 에어콘 시원한 차를 타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자신은 윤균상이 끌고 온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겠다며.

사실 한지민은 수수함과 털털함 그 자체였다.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던 그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리고 그녀가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세끼 집 남자들과 그들이 하는 일들을 같이 하면서 어우러진 것뿐이었다. 같이 요리를 하고 밥을 챙겨먹고 잭슨네 목장에 가서 산양들을 챙기고 너무 무더운 한낮에 바다로 나가 물놀이를 하는 그 일상의 시간들을 공유했던 것뿐.

하지만 다시 득량도를 찾은 이서진과 에릭 그리고 윤균상의 일상은 어딘지 허전함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설거지를 하며 웃던 그녀의 모습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아 중국풍의 가지된장덮밥을 먹으며 고량주 땡긴다던 그 모습, 그리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까르르 웃던 그 소리들이 마치 잔상처럼 득량도 곳곳에 묻어난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처럼 누군가의 난 자리는 도드라져 보인다. 

에릭은 다시 찾은 득량도의 세끼 집에서 먼저 냉장고를 열고 이전에 한지민과 함께 담가두었던 열무김치를 꺼내 먹어본다. 잘 익었다는 에릭은 그것으로 입맛 돋워줄 열무국수를 만든다. 이서진은 냉장고에서 한지민이 남기고 간 반찬을 꺼내 놓는다. 그녀는 없지만 한 끼 밥상 가득 그녀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사실 이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로 떠도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이고 거기서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들고 나는 자리가 확실히 잔상을 남긴다. 똑같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득량도의 그 집에는 찾았던 이들의 손길과 체온이 묻어난다. 한지민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 귀여운 얼굴이 눈에 선하다. 있을 때는 그저 즐거워 잘 몰랐지만 없을 때 더 느껴지는 빈자리. 그래서 그 어떤 여행 예능보다 <삼시세끼>가 주는 여운은 더 오래 지속된다.

‘삼시세끼’, 산양유 하나로 이런 훈훈한 정경이라니

왜 하필 바다목장이었을까.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나영석 PD는 바다목장을 굳이 마련한 이유에 대해 “낚시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반은 진담 반은 농담이었을 게다. 낚시라는 소재가 방송에서는 물론 들인 시간에 비해 나오는 분량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낚는다는 그 사실이 주는 즐거움이 있고, 그 낚은 걸로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이 프로그램이 또 잘 어울린다는 건 이미 첫 번째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보여준 바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러니 낚시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새로운 그림을 원했다는 게 더 맞을 게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목장에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잭슨 패밀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풍경. 그리고 그 젖을 짜는 특이한 체험만으로도 ‘어촌편’의 남다른 그림이 되어줄 테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은 여기에 룰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들이 짠 산양유를 제작진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정자에 마련된 잭슨살롱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 득량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고마움의 표시인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마을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정자에 냉장고 하나 마련해 놓고 매일 짠 산양유를 제공해드리는 것뿐인데, 그것 하나가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의외로 크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산양유를 냉장고에 넣기 위해 가는 길에 마을 분들과 출연자들은 교감하게 된다. 게스트로 온 한지민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려가서는 어르신들에게 산양유 드셔봤냐며 맛은 어떻냐고 묻는다. 그 짧은 장면 속에서 어르신들의 훈훈한 정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급기야 옆집 아저씨는 별거 아니라는 듯 비닐봉지로 둘둘 싼 걸 냉장고에 넣어두며 “산양유 값”이란다. 시골 마을에서 이처럼 음식을 주고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산양유를 맛보신 어르신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다. 마을 분들은 김치도 넣어주고 잡은 게나 소라도 넣어준다. 출연자들에게 이런 의외의 득템은 이번 <삼시세끼>의 색다른 행복감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을 분들에게는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무언가를 받은 느낌. 그건 바로 정이다. 

그렇게 받은 게나 소라가 <삼시세끼>의 밥상 위로 올라온다. 한지민이 마음을 졸여가며 정성을 다해 만든 해신탕에 마을 분이 준 게와 소라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시청자들로서는 그런 밥상의 풍경 자체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음번에는 또 어떤 분이 산양유 값이라며 무엇을 넣어주실 지가 궁금해진다. 이 정자에 마련된 ‘잭슨살롱’은 그저 냉장고가 아니라 마을 분들과 외지에서 온 출연자들, 제작진들 사이에 오고가는 마음이 나눠지는 공간이 된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음식을 먹는 일이 너무 편의적이고 기능적으로 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바쁘고 모든 음식들이 돈을 주고 사고파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환산되는 세계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이나 마음 같은 걸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물건과 물건의 교환이 아니고(물건과 돈의 교환은 더더욱 아닌) 마음과 마음의 교감이 되는 잭슨 살롱이라는 공간이 주는 로망은 도시인들에게는 의외로 크게 다가온다. 

그렇게 음식을 주고받으면서 나눠진 마음 때문일까. 한지민이 화투 치는 동네 어르신 옆에서 살갑게 말을 붙이고, 그녀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며 마치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보는 듯 걱정 한 가득, 대견함 한 가득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은 섬이지만 득량도의 이 동네에 드리워지는 한 가족 같은 포근함.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도시의 삶에서는 도무지 느끼기 어려운 그런 것이 그 안에는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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