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드라마 참패와 대비되는 '김과장·피고인'의 성공

여러모로 중국이 남긴 생채기는 국내 산업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업계가 겪은 파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크게 다가온다. 이른바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연이은 실패를 겪으며 만든 파장이 그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사임당, 빛의 일기> 같은 100% 사전 제작드라마들이 국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더 이상 사전제작이 드라마의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과장(사진출처:KBS)'

하지만 사전제작 그 자체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것이 우리네 제작사들의 현실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족쇄로 작용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한 대로 수정하지도 못하고 찍어 내야 하는 상황은 현실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유기체로서의 드라마를 박제화 시켜버린 결과를 낳았다. 

연이어 이러한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실망감을 느낀 시청자들은 이제 이런 대작 프로젝트 자체에 시큰둥해하는 모양새다. 최근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나 <김과장> 같은 드라마들의 선전은 거꾸로 대작 프로젝트에 그다지 큰 기대를 갖지 않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피고인>은 사전제작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만들어가는 ‘실시간 드라마’의 실험을 단행했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져 막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그래도 시청자들과의 밀당이 힘을 발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과장> 역시 스토리만으로 보면 그 완성도가 높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과장이라는 명쾌한 사이다 캐릭터를 세워놓고 지금의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상황들을 스토리로 풀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급박하게 기획된 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지만, 사실 이미 사전제작이 완료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SBS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고 이연희, 정용화 주연의 JTBC <더 패키지>가 그렇다. 이미 제작이 완료되었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 자체가 경색된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편성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더 패키지>는 <힘쎈 여자 도봉순> 후속으로 거론되었지만 역시 사전 제작된 <맨투맨>이 후속작으로 확장되면서 방영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JTBC의 <더 패키지>나 MBC의 <군주>, <왕은 사랑한다>, KBS의 <안단테>, tvN의 <비밀의 숲> 같은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은 그나마 방송사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다. 김희선, 김선아 주연의 <품위 있는 그녀>는 이미 촬영이 끝났지만 방송사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 특히 인기가 높은 장나라 주연의 <열혈주부 명탐정> 역시 현재 촬영 중이지만 방송사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던 100% 사전제작드라마들에 시청자들이 이미 시큰둥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시장 자체도 막혀버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전제작드라마들이 대기하고 있고 또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는 건 관성 때문이다. 지금의 사전제작된 드라마들은 사실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기획되었던 것들이다. 그러니 이미 대세는 바뀌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여파가 여전히 우리네 드라마업계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

이미 중국시장에 대한 환상은 깨져버렸다. 하지만 한때 만들어졌던 차이나 드림의 여파는 올해도 여전히 드라마업계에 생채기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모로 이번 사드 보복을 통해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준비되지 않은 연기돌에게 유리한 위치란 없다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들은 연기에 있어서 훨씬 더 냉정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연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밟아도 오르기 어려운 자리에 아이돌로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떡하니 캐스팅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훨씬 더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이들의 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달의 연인(사진출처:SBS)'

그래도 작년부터 연기돌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1988>에서 혜리가 덕선이 역할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SBS <미녀 공심이>에서 민아 역시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tvN <굿와이프>의 나나는 지금껏 예능에서 가졌던 비호감적인 요소마저 김단이라는 컬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한 방에 일소해버리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기돌들에 대한 반응은 점점 가라앉고 있다. 종영한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는 온몸을 던지는 눈물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너무 비슷한 톤의 연기를 반복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듣기도 했다. 또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작품이 가진 문제를 거의 혼자 떠안다시피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프로듀사>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녀는 어쩌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혹평을 듣게 된 걸까.

 

사실 연기돌들의 호불호는 작품의 성패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이 잘 될 때는 그 연기돌들의 연기 또한 호평을 받지만,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심지어 그 작품의 패인이 바로 그 연기돌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달의 연인>이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고 있는 수지와 아이유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게 쏟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배우들처럼 준비된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연기돌들은 또한 어떤 연출자를 만나고 어떤 캐릭터르 만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달의 연인>의 아이유가 처한 연기력 논란의 문제는 그녀의 연기만이 아니라 연출, 캐릭터의 문제가 역시너지를 만들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김규태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의 미학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고, 황자들에 둘러싸인 캐릭터는 그 자체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반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반면 <굿와이프>의 나나가 연기한 김단 캐릭터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주인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주인공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이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후 접촉을 해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이를 연기한 나나에게는 굉장한 호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소화해내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나나는 전도연에게 연기지도를 받을 만큼 열성을 들여 의외로 괜찮은 연기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의 자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기돌의 경우에는 그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함부로 주인공의 자리를 올라서는 그 무게를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만일 주인공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내겠다면 연출자와 캐릭터가 그만큼 중요해진다. 연기돌과 얼마나 잘 매칭이 되는지, 또 캐릭터는 얼마나 그 자체로 매력적인지 같은 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괜찮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돌은 물론 일반 신인 연기자들보다 더 쉽게 캐스팅되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엄정한 잣대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품의 성패의 이유를 온전히 혼자 떠안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기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작품 선정 또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커다란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으니.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트렌드, 로맨틱하거나 발칙하거나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에 김우빈, 수지 주연, 스타작가인 이경희 작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KBS 측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100% 사전 제작은 오히려 작품을 중도에서라도 수정할 수 없는 한계로 드러났고, 김우빈과 수지라는 최고의 캐스팅은 그럼에도 안 좋은 결과라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너무 옛날 드라마 같은 설정들과 코드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사진출처:KBS)'

물론 <함부로 애틋하게>가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주제의식이 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젊은 청춘들의 한판 대결구도가 이경희 작가 특유의 절절한 멜로로 연결됐다는 건 작품의 완결성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드들이나 정서와 이 드라마가 너무나 달랐다는 점이다. 성패는 결국 거기서 비롯됐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영될 때 등장한 경쟁작들을 보면 이 사전제작 드라마가 지금의 대중정서에 어떤 한계를 갖고 있었는가가 명확히 드러난다. 먼저 <W>를 보라. 어찌 보면 이 드라마는 지상파에는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화적이고 나아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전개로 이어지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 시한부 설정만으로도 마지막 새드 엔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시도다.

 

<함부로 애틋하게>KBS라는 그래도 보수적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채널에서 방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호응이 없었다는 건 지금의 시청자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함부로 애틋하게><W>가 가진 그 발칙한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야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의 결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한 도발적이고 발랄한 상상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합류한 SBS <질투의 화신>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함부로 애틋하게>가 눈물 가득한 비극적 정조를 끊임없이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하고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슴에 집착하는 여자 주인공과, 유방암에 걸린 남자 주인공, 그리고 그들이 한 병실에서 만들어가는 상황들은 웬만한 코미디보다 훨씬 더 우습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가볍기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질투의 화신>은 지독한 현실을 담아내기도 하고, 또 가족의 해체와 한 가장의 죽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비극성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비극과 함께 존재하는 희극적인 면들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인물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면 눈물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지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 상황은 눈물 날 정도로 웃기는 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질투의 화신>이 현실을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무겁고 어떤 면에서는 비장함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호응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드라마 한 편조차 잠시 간의 휴식이나 위안으로 기능하길 바랄 정도로 지금의 시청자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든 현실을 힘들게 드라마 속에서조차 보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작품이 보여준 결과들은 지금의 시청자들이 적어도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발칙하거나 아니면 로맨틱하거나. 발칙한 상상력을 끝없이 질주해나간 <W>, 비극성조차 웃음의 코드로서 전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트렌드 속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이라는 족쇄에 묶여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판타스틱>, 같은 시한부라도 <함틋>과는 다른 까닭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여주인공 이소혜(김현주)는 시한부다. 그녀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게다가 그녀는 가족들 때문에 힘겨운 상황이다. 형부 때문에 집까지 잡혀먹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녀의 언니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럭저럭 드라마 작가로서 잘 살아가고 있던 이소혜지만 그녀의 삶은 지금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대체로 이 정도 상황이면 눈물 쏙 빼는 비극이 그려져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판타스틱>이 제목이 그런 것처럼 전혀 무겁지가 않다. 오히려 유쾌한 분위기가 이런 비극적 상황 자체를 압도한다. 이소혜는 시한부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물론 좌절하지만 그렇다고 시종일관 찌질하게 울고 짜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훌훌 털어내고 어차피 죽어질 몸, ‘판타스틱한 남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미 이소혜의 주변에는 그 판타스틱한 삶을 함께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둘도 없이 삼인방으로 지내던 친구들, 백설(박시연)과 미선(김재화)이 그 첫 번째 인물군들이다. 이들과의 우정은 마치 영화 <써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임박한 친구가 옛 친구들을 찾는 그 영화 속 이야기처럼 <판타스틱>은 이제는 제각각 살아오며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우정을 재확인하고, 그 때의 그 시절로 돌아가 지금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의 많은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어찌 보면 살면서 생겨난 관계들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문제 속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 <판타스틱>은 소혜가 갖게 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를 훌쩍 뛰어넘으려 한다. 특히 정략 결혼한 백설이 시댁에서 마치 하녀처럼 사는 삶은, 시한부를 통보받은 소혜를 통한 각성을 통해 향후 친구들과 함께 이 삶을 떨치고 나오는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인물군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주상욱)은 이소혜와 과거 오해 때문에 안좋을 일을 겪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을 주는 인물이다. 진정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캐릭터는 그래서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를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코미디로 만들어내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지해 보인다. 발연기의 대명사 같은 캐릭터로 느끼함이 하나의 코믹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류해성이란 인물은 <판타스틱>이 시한부라는 무거움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다. 물론 이소혜와의 내일 없는사랑 역시 기대되지만.

 

한편 류해성과 연적 관계에 놓인 괴짜의사 홍준기(김태훈)는 그 역시 암 선고를 받은 캐릭터로 이소혜와는 소울메이트가 되는 인물이다.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홍준기와 이소혜는 그만큼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한 점점 이소혜를 사랑하게 되는 홍준기는 그녀 주변을 맴도는 건강한 남자 류해성을 질투하고 대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소혜의 시한부 삶이라는 무거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은 그녀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판타스틱한 남은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한부라고 하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마치 이 드라마는 우리네 삶이 누구나 다 시한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것은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한부 통보를 받은 한류스타를 다루는 방식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 시한부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판타스틱>은 그 시한부이기 때문에 판타스틱해야 하는 삶의 긍정성을 강변하고 있다. 바로 이 유쾌함이야말로 지금의 시청자들이 <판타스틱>에 관심이 가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중국발 사전제작, 정서 다르고 고치기도 어려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KBS <구르미 그린 달빛>과 동시간대 사극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이준기를 비롯한 강하늘, 홍종혁, 남주혁, 백현, 지수 같은 꽃미남들이 줄줄이 배치되고 여기에 아이유까지 들어가 화려한 라인업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성공한 드라마의 리메이크로서 그쪽 자본이 들어와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단연 월화 사극대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예측됐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높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달의 연인> 1회는 의외로 너무 심심했고 SBS가 초강수로 연속 방영한 2회는 후반부에 이르러 액션 장면이 들어가며 약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졌을 뿐 전체적으로 너무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 제 아무리 시선을 잡아끄는 캐스팅과 김규태 감독 같은 영상미학을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 있어도 시청자들을 한 순간에 몰입시킬 수 있는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전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가기가 어렵다.

 

결과는 역시 시청률에서의 참패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SBS<닥터스>를 방영할 때까지만 해도 8.5%(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닥터스>가 끝나고 <달의 연인>과 맞붙으면서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16%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달의 연인>은 첫 회 7.4%, 29.3%를 기록했다. 물론 이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지만 어쨌든 두 사극의 대결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압승을 거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의 연인>이 이처럼 선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을까. 모든 걸 속단하긴 이르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역시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이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좀 더 나은 제작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네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결국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사전제작이란 그쪽의 정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요소들도 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만족하는 방향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한 번 통과된 제작방향은 중간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어 바꾸고 싶어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달의 연인>에서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첫 회가 너무 우리나라 드라마답지 않게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는 점이다. 만일 이 작품이 중국발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분명 바뀌었을 대목이다. 이를테면 2회 후반부에서 정윤을 살해하려는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왕소(이준기)의 대결을 1회 앞부분으로 당겨 먼저 보여주는 방식 같은 편집의 묘를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르미 그린 달빛>이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달의 연인>도 대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에 발이 묶여버린 사전제작은 결코 이미 만들어진 <달의 연인>을 바꿀 수가 없게 되었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런 실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 의외로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역시 고전하게 된 까닭은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 작품 역시 사전심의를 통과하면서 굳어져버린 내용들을 후반부에 보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물론 방영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더더욱 대처 자체가 어려웠다. 만일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중반부터 반응에 대처해 충분히 괜찮은 결과의 반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발 사전제작은 <함부로 애틋하게>처럼 물론 중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에 맞춰져버린 사전제작은 국내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이 될 수 있다. 한 때 <겨울연가>로 촉발된 일본 한류로 인해 일본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한류를 추구했던 드라마들이 톱스타들을 캐스팅하고도 연전연패했던 일들이 있었다. 일본 자본의 입김에 의해 톱스타 누구를 캐스팅하면 투자금이 들어오던 시절, 오히려 그로 인해 일본 한류는 점점 시들해져갔다. 최근 우리네 드라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발 사전제작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함정.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목극, 여주인공 3인의 성패를 가른 건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았을까. 지상파3사의 수목극 대전의 중심에는 33색의 여주인공들이 있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 MBC <W>의 한효주, SBS <질투의 화신>의 공효진이 그들이다. 같은 장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세 드라마가 모두 갖고 있는 멜로 속에서 이 세 명의 인물들은 너무나 다르다. 다른 만큼 반응도 제각각. 세 인물들은 어떤 매력과 한계를 갖고 있을까.

 

'W(사진출처:MBC)'

먼저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무거운 멜로와 복수극을 보여주고 있어 수지가 연기하는 노을이라는 캐릭터는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벌써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세상의 을의 아픔과 고통을 거의 모두 껴안고 있는 듯한 캐릭터. 가난하고 부모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사채 빚에 쫓기며 사랑하는 남자 또한 불치병에 거려 이제 곧 그녀를 떠나게 된다.

 

노을이란 캐릭터가 이처럼 세상의 거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몰염치한 세상은 없는 이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어놓고 그들끼리만 잘 살아간다. 노을에 대한 연민과 그녀를 그렇게 만든 어른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들이 꾸미는 그들만의 복수는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녀를 가장 밑바닥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이유.

 

하지만 너무 힘든 현실 때문인지 이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사이다 전개와 캐릭터를 요구할 정도로 답답한 현실이지만, 노을이란 캐릭터는 그 답답함에 고구마를 더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수지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수지가 가진 풋풋한 이미지를 이 드라마가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이건 이 캐릭터를 선택한 수지라는 배우에게도 그리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MBC <W>의 한효주가 연기하는 오연주라는 캐릭터는 수지와는 상반되게 엉뚱발랄하다. 이렇게 된 건 웹툰과 현실을 오가는 이 드라마의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황당한 설정이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가 지나치게 진지해지면 자칫 우스워질 수 있다. 그러니 오연주라는 캐릭터는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때로는 웃음을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야 그 비현실적인 느낌이 코미디적 설정을 통해 조금은 상쇄되기 때문이다.

 

오연주의 엉뚱발랄함은 이미 <동이> 같은 사극에서 한효주가 보였던 연기 이미지지만 이번 <W>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강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점점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에 몰입하고 그 세계에 빠져들면서 코믹 이미지는 진지해지는 면모를 띄게 된다. 한효주로서는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연기하게 만드는 오연주라는 캐릭터가 꽤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이런 엉뚱발랄한 캐릭터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믹함과 장르적 긴장감 게다가 멜로까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면이 있다.

 

새로 시작해 수목드라마 대전에 뛰어든 SBS <질투의 화신>의 공효진이 연기하는 표나리라는 인물은 조금은 전형적인 느낌을 주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녀는 예뻤다> 이후, 일터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려는 여주인공에 대한 열광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 <질투의 화신>은 방송국 내에서 천대받고 세상에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상캐스터 표나리라는 여성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평범해보여도 의뢰로 강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 설정이지만 표나리를 연기하는 공효진의 이미지는 어딘가 과거 드라마에서 봤던 듯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공블리라 불리는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는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너무 비슷한 캐릭터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은 대중들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공효진의 한 방이 기대되는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나온 수목극의 양상을 통해 보면 드라마의 인기와 배우들의 선택은 비례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괜찮은 연기변신을 보여준 한효주의 선택이 가장 탁월해 보이며,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공효진이 그 다음, 안타깝게도 지금의 트렌드와는 잘 어울리지 않고 또 본연의 풋풋한 매력도 드러내지 못한 수지의 선택이 그 마지막이다. 물론 드라마야 취향이니 보는 시청자들에 따라 그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함부로 애틋하게>가 진짜 하려던 이야기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왜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까.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에, 가난하다 못해 처절한 여주인공과 최고의 위치에 선 한류스타, 게다가 시한부 설정까지 들어 있으니 이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를 그저 그런 틀에 박힌 멜로 심지어 신파로까지 여기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우리네 드라마 시청자가 첫 회만 보면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 <함부로 애틋하게>의 초반부는 함부로그저 그런 멜로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애틋하게(사진출처:KBS)'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함부로 애틋하게>가 하려던 진짜 이야기들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이경희 작가가 왜 틀에 박힌 설정들과 이야기들을 끌어왔고, 그것을 어떻게 뒤집으려 하는가 하는 의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드라마가 오해되는 게 못내 안타까워 제작사가 나서서 그 본래 의도로서 얘기했던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드라마는 지나치게 명쾌하게 어른들의 세상과 청춘들을 분리해 놓았다. 어른들의 세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최현준 검사(유오성). 그는 정의로운 척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의 개인적 영달을 위해 갖가지 부조리와 부정을 저지른 인물이다. 법을 운운하며 공명정대한 것처럼 자신을 위장하지만 법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 법을 수호한다기보다는 법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게 그의 추악한 진면목이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하나는 그에게서 자란 최지태(임주환)고 다른 하나는 그도 모르게 태어나 자라 스타가 된 신준영(김우빈)이다. 신준영은 엄마인 신영옥(진경)의 소원처럼 최현준 같은 검사가 되려 노력하지만 노을(수지)의 아버지의 죽음을 덮어버리고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최현준의 진면목을 보고는 흔들린다. 결국 아버지의 비리를 덮어주려다 노을을 죽일 뻔한 일을 저지르고는 검사의 길을 포기한다.

 

신준영은 아버지 최현준과는 달리 염치 있는 인간이다.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지만 바로 그렇게 저지른 실수 때문에 영원히 검사 자격 따위는 없다며 꿈을 포기한다. 그는 대신 한류스타가 되지만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꿈을 포기한 일은 그에게도 혹독한 벌을 내린다. 엄마인 신영옥이 그를 더 이상 아들로서 대하지 않는 형벌.

 

최현준의 또 한 명의 아들 최지태 역시 염치 있는 인간이다. 그는 아버지의 잘못을 알고는 노을의 키다리 아저씨로 살아온다. 그것이 자신이 대신 사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최현준이라는 어른과 최지태, 신준영이라는 청춘이 본격적으로 대립하는 이야기로 들어간다. 염치없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최현준 같은 어른(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과 그로 인해 처절한 삶에 내몰린 노을(그녀가 영원히 을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리고 그 부끄러운 어른을 아버지로 둔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대신 사죄하려는 최지태, 신준영이라는 청춘들.

 

여전히 최현준에 대한 환상을 저버리지 못하는 신영옥에게 아들 신준영은 그 실체를 고발한다. 그가 노을의 집안을 어떻게 풍비박산냈고 그로 인해 그들이 지금도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털어놓는다. 신영옥은 그제서야 충격에 빠진다. 평생을 기대왔던 믿음이 무너지는 충격.

 

최지태는 쫓겨나게 된 노점상들에게 그건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변하는 아버지 최현준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법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런 최지태의 말을 최현준은 그런 경험조차 없는 그가 던지는 값싼 동정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최지태는 최현준의 어머니 역시 노점상이었다며 그런 경험조차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그를 오히려 비판한다. 신준영은 과거 노을의 아버지 뺑소니 사건 수사를 덮으라는 최현준의 명령을 불복해 불이익을 받은 최변호사(류승수)를 찾아가 그 과거의 진실을 다시 밝히려고 한다.

 

최지태와 신준영이 최현준과 맞서는 이유는 노을에 대한 애틋한마음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면서 연민이면서 동시에 동정이다. 그녀의 처절한 아픔과 고통을 도무지 저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최소한의 염치 있는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본래 하려던 이야기가 바로 이런 염치에 대한 것이란 걸 염두에 두고 바라보면 <함부로 애틋하게>가 왜 전형적인 신파 멜로의 틀과 상투적 설정들을 가져왔을까 하는 것이 일면 이해되기도 한다. 신파 멜로의 틀이란 어찌 보면 기성세대들의 사고관이다. 기성세대가 어떤 아픔과 고통을 주고 그것에 저항하기보다는 내면화할 때 신파 멜로의 틀이 생겨난다. 고부갈등은 대표적이다. 그러니 이 기성세대의 사고관을 대변하는 전형적 신파 멜로의 틀을 가져오되 그것을 내재화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뒤집어 적극적으로 청춘들이 항변하고 저항하는 이야기를 담는 건 꽤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물론 <함부로 애틋하게>의 이런 전략은 결과적으로 보면 실패했다. 그것은 요즘의 시청자들이 너무 많은 드라마들을 접하고 있고 그래서 좀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간과했기 때문이다.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뒤에 숨겨놓는 전략은 그래서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도 중반 이후를 통해 드러난 <함부로 애틋하게>가 본래 하려던 이야기는 나름의 재미와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함부로 무치한사회에 대한 애틋한저항이다

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어떤 의미인가

 

멜로드라마에서 키스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혹자는 사실상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남녀가 키스하는 그 순간의 달달함 때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멜로드라마에서의 키스는 남녀의 관계가 좋은 감정 이상의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이고, 그로부터 멜로 특유의 행복감이 생겨나는 지점이며 또한 불안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최근 부쩍 많아진 멜로드라마들에서 키스 장면이 만들어내는 관심거리와 화제는 그 드라마의 인기의 척도처럼 얘기된다. 이를테면 종영한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과 박도경(에릭)이 하는 키스신은 서로 치고 받는 격렬한 느낌을 줌으로써 큰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의 쌓여 있던 감정들과 그것이 풀어내지는 과정을 그런 독특한 키스신이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하는 키스신은 조금 어색하고 서툴러 더 설레는 장면이 되었다. 즉 한 번도 키스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떨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키스신은 <닥터스>가 그려나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주며 성장해가는 그 과정에 잘 걸 맞는 것이었다. 키스신조차 기분 좋은 경험과 배움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W>의 키스신은 작품의 성격에 맞게 맥락 없이자주 벌어진다. 즉 극중 여주인공인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에게 뜬금없이 키스를 해대는 것. 물론 그 이유는 그녀가 웹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는 목적 때문이지만, 그런 잦은 키스신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되었다. 유머 있고 위트 있는 키스신이 작품의 묘미를 한층 높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키스신은 자못 비장하다.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신준영(김우빈)은 자신이 점점 사랑하게 된 노을(수지)을 자꾸 밀어내다가 결국 기습키스를 하게 된다. 이 키스신은 신준영이 참다 참다 못해 내적으로 응축된 그 사랑을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장면으로서 임팩트가 있게 다가온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인 김현지(김소현)가 귀신 보는 박봉팔(옥택연)과 키스를 우연히 하게 됐을 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는 사실 때문에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키스를 하게 된다. 일종의 핑계처럼 보이지만 이런 설정이 의외로 선선히 키스신을 가능하게 해 남녀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장치인 건 분명하다.

 

한편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공감 능력이 없는 이영오(장혁)가 계진성(박소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답변으로서 계진성이 이영오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없어 사랑의 감정은 물론이고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이영오에게 계진성이 한 걸음 다가가는 의미로서 키스신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이처럼 그저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성격과 내용에 맞게 변주된다. 때론 의도적으로 관계를 급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설정들을 통해 넣기도 하지만, 때론 향후의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 오히려 자제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키스신의 한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키스신의 반응은 그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W>는 멜로와 장르물을 제대로 엮을 것인가

 

MBC <W>의 방영으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새롭게 시작됐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본격 멜로로 MBC <운빨로맨스>의 말미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면, 그 후속으로 등장한 <W>는 또다시 <함부로 애틋하게>와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운빨로맨스>가 멜로 대 멜로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본격 스릴러 장르물인 SBS <원티드>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었다. 시청률이 7%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W>의 등장은 <원티드>의 시청률에 적신호를 울리게 했다.

 

'W(사진출처:MBC)'

<W>의 첫 회 시청률은 8.6%(닐슨 코리아). <함부로 애틋하게>가 오히려 12.9%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대신 <원티드>5.4%로 하강곡선을 그린 건, 다른 말로 하면 <W>의 방영이 <원티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즉 애초에 이종석과 한효주 캐스팅에 멜로 구도가 강할 것으로 여겨졌던 <W>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의문의 살인사건과 이를 파헤치려는 주인공의 스릴러적 요소들이 더 많이 보인 장르물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격 장르물을 그리고 있는 <원티드><W>의 대결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W>의 첫 회가 장르물의 성격을 띠며 <원티드>와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지만 계속 이 흐름이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W>는 첫 회에 이미 밑밥을 깔아 놓은 것처럼 웹툰 속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웹툰 바깥의 의사인 오연주(한효주)의 멜로 역시 곧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수목 드라마의 삼자 구도의 색깔이 흥미롭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본격 멜로물이고 <원티드>가 본격 장르물이라면 <W>는 장르와 멜로가 섞인 복합 장르적 성격을 띠고 있다.

 

<W>가 가진 강점은 그래서 멜로와 장르물의 묘미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어필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원티드>는 확실히 매 회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로 이 점은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중간부터 보면 그만한 몰입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김우빈과 수지라는 캐스팅의 힘이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이야기가 너무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비판적인 시선들도 존재한다. 너무 익숙한 설정들이 반복되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이다. 게다가 너무 드라마가 무겁다는 반응은 요즘처럼 답답한 현실에 정서적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잡아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보면 <W>는 확실히 타 방송사 두 드라마의 중간 정도 위치에 서 있어 잘만 장르를 운용한다면 괜찮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W>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웹툰이라는 가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판타지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 작품이 판타지를 통해 어떤 현실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장르의 혼합은 좀 더 지켜봐야 그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주는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멜로가 균형 있게 그려질 수 있을지에 따라 그 성패가 갈라질 수 있을 것이다

김우빈, 수지라 가능한 <함부로 애틋하게>의 옛 감성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까칠한 톱스타 남주인공,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가난한 여주인공, 남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부모와 얽혀 원수지간이 된 남녀, 일주일간의 계약연애 등등. KBS <함부로 애틋하게>에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너무 익숙한 설정들과 클리셰들이 가득 하다. 익숙한 설정과 클리셰는 그만큼 극적 상황들을 손쉽게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투성 때문에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사진출처:KBS)'

이러한 익숙한 극적 상황과 상투성은 향후 드라마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를 쉽게 예측하게 만들기도 한다. 까칠한 톱스타인 신준영(김우빈)과 가난한 여주인공인 노을(수지)은 악연으로 얽혀있지만 함께 다큐 작업을 하면서 가까워질 테고, 그렇게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두을 갈라놓는 상황들(이미 들어가 있는 시한부나 부모 간의 악연, 나아가 빈부 격차까지)로 인해 안타까워질 것이다. 만일 시한부 선고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드라마의 비극적 엔딩은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보여주는 이런 익숙한 전개들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그리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한다.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이런 면들은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게다가 드라마의 판타지를 통해 짧아도 어떤 위로와 위안을 그 때 그 때 받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비극의 비장함은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제목이 담고 있듯이,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건 함부로라도 애틋함을 그려내는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시간을 되돌려 현재의 상황보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오래도록 보여준다. 고교시절로 돌아가 노을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거를 들춰보고, 20대 시절로 돌아가 신준영이 자신의 친부가 노을의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증거물을 빼앗으려다 노을이 사고를 당하는 끔찍한 순간을 돌아본다.

 

드라마가 애틋함을 만들어내는 건 그 사람의 아픈 삶을 하나하나 새삼 들춰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길거리에서 지나쳤다면 몰랐을 사연들을 알게 되고 다시 돌아보게 되며 나아가 걱정하게 되는 것. 그것이 애틋함의 실체다. 요즘처럼 쿨한 세태에게 그래서 애틋함이란 감정은 다소 옛날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함부로 애틋하게>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지점은 그 애틋함을 절절한 휴머니티로 느끼는가 아니면 올드한 감성으로 느끼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요한 건 이러한 옛 감성을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설득하는 일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과거로 회귀해 당대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금의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그 옛 감성이 주는 따뜻함같은 것들이 어떤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러나 그 옛 감성이 따뜻함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익숙한 비극 속에서의 애절함이나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트렌디한 부분은 김우빈과 수지다. 이야기는 옛 감성으로 가득 차 있고 설정도 익숙하지만, 그걸 연기해내는 인물들이 다름 아닌 김우빈과 수지라는 현 세대의 시선을 잡아끄는 인물이라는 것. 그래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까칠한 스타 역할이 조금은 새롭게 보이고, 얼굴에 잔뜩 낙서를 해놓고는 그걸 보고 웃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트렌디함은 과연 <함부로 애틋하게>의 옛 감성을 살려낼 수 있을까. 지금의 시청자들은 과연 김우빈과 수지를 통해 함부로 애틋해지는 감정에 빠져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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