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과감하게 변화할 때 됐다, 이경규·강호동처럼

혹자들은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유재석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성실하고 배려심 강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유재석 역시 변해야할 것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가 변해야 할 것 역시 점점 명확해 보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가 최고의 예능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 그 기반이 되어주었던 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캐릭터 예능이었다. 그 선두로 선 프로그램이 MBC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캐릭터쇼에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로 바뀌었다. 이제 일단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회 미션을 수행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쇼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이야 워낙 레전드인지라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지만.

캐릭터쇼의 시대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으로 비롯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은 <1박2일>, <라인업>,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등으로 이어졌고, 토크쇼의 명맥은 <놀러와>, <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등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캐릭터쇼 시대의 맹아로서 이 두 형식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무한도전>을 논외로 보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좋은 성적과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래도록 그가 MC자리를 지켜온 <해피투게더>는 5%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런닝맨> 역시 한때 중국을 뒤흔들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시 5%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너무 옛날 형식에 머물러 있고 그 프로그램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유재석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남자다> 같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시도한 바 있고, 유희열과 함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김구라와 함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살아있지 못하고 모두 종영하거나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그간 새로운 시도에서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 상황 속에서 과거 캐릭터쇼에 최적화되어 있던 예능인들이 다시 적응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경규나 강호동 같은 과거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었던 예능인들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건 과거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신들을 한껏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상파만 고집하던 강호동은 연거푸 고전을 못하다가 아예 지상파를 모두 접고 비지상파 예능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한 강호동은 최근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색깔을 다시금 만들었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행보는 더 파격적이다. 고정 MC만 해오던 그는 아예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자처하고 나섰고,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정글의 법칙>이나 <한끼줍쇼> 같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고, 그 영역에서는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다운 자기만의 독보적 색채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지금 현재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 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그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고정이 부담스럽다면 이경규처럼 게스트로 영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글의 법칙>에 가는 유재석이나, 최근 위기 상황에 놓인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해보는 것이나, <세모방>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세한 방송에 직접 뛰어들거나,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나와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그런 유재석의 모습은 어떨까 실로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변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더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유재석을 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까.

'해투', 무려 15년간 살아남은 장수 예능의 아이러니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가 15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이를 기념한 특집으로 과거 <해피투게더>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코너들을 다시금 재연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전현무와 조세호가 출연한 지난 방송에서는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찾는 콘셉트였던 ‘프렌즈’를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조세호의 경우 과거 힘들었던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은사님을 만나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프렌즈’라는 과거 코너의 콘셉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연예인들이 과거 동창들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훈훈한 광경은 지금 현재 다시 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추억과 회고가 있고, 따뜻한 학창시절의 풋풋했던 이야기 그리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친구들의 웃음 빵 터지는 폭로까지 역시 이 코너가 가진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15년을 계속 방송하면서 <해피투게더>가 내놓았던 코너들에는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쟁반노래방’은 사실상 <해피투게더>의 간판 프로그램이나 다름없었고, ‘도레미 콩콩콩’ 같은 음악과 게임과 토크가 어우러진 코너들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일종의 상황극 콘셉트로 콩트 코미디를 선보였던 ‘쟁반극장’도 또 ‘사우나 토크쇼’나 ‘도전 암기송’ 같은 코너들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재석이 그 중심에 서 있는 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지만 사실 <해피투게더>가 15년이나 계속 방영될 수 있었던 진짜 힘은 시즌을 3번이나 거듭하면서 그 때 그 때마다 새로운 레전드 코너들을 내세워 변주를 해왔기 때문이다. 조금 패턴이 반복되면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코너를 시도하는 것으로 그것을 극복해왔던 것. 

하지만 최근 들어서 <해피투게더>는 예전만큼의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뚝 떨어져 4%에서 5% 사이를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별로 없다. 시청자들은 15주년 특집을 한다는 소식에 반색하면서도 “아직도 하고 있었어?”라는 반응 또한 나온다. 그만큼 최근의 <해피투게더>의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15주년을 맞아 ‘프렌즈’ 특집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시청률도 6%대로 소폭 상승하는 이런 변화가 말해주는 건 거꾸로 지금의 <해피투게더3>가 처한 소소한 상황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코너들, 이를테면 ‘야간매점’ 같은 코너들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느낌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트렌드에 살짝 편승해 여전히 늘 그래왔던 토크쇼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은 이 프로그램이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한 프로그램이 15주년을 이어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여전히 현재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옛 추억들만 소비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15주년 특집으로 마련된 코너들을 보며 어째 옛날 더 좋았다고 느끼게 되는 건 그래서다. 이래서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가기 쉽지 않게 된다. 15주년을 맞은 <해피투게더>가 오히려 떠안게 된 숙제다.

전현무, 싹수부터 남달랐던 전무후무한 방송인

 

사실 우리네 방송가에 전현무라는 엔터테이너의 탄생과정은 전무후무하다. 물론 아나테이터들이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전현무 이전에 강수정이나 김성주 같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현무의 행보가 전무후무라 말할 수 있는 건 프리선언을 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그가 가진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특화시킨 면이 있기 때문이다.

 


'히든싱어(사진출처:JTBC)'

그는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해피투게더>에 게스트로 나와 샤이니의 루시퍼를 싼 티 가득한 춤과 함께 보여주었고,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을 선보임으로써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만든 인물이다. 물론 뉴스 브리핑도 했었고 라디오 방송도 했던 그였지만 아나운서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자의 자격>에 고정으로 투입되어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였다. “진정성이란 게 없다는 이경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KBS를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한 후 전현무가 과연 엔터테이너로서 자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때로는 바닥을 보여줘야 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부딪치는 면이 있었고, 이경규가 지적한 진정성문제에 있어서도 분명 어떤 한계를 드러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현무는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면서도 차근 차근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부터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역시 자신이 잘 하는 분야는 MC로서의 진행이었다. 그는 몇몇 스튜디오형 예능 프로그램에 MC로 모습을 보이더니 JTBC <히든싱어>에서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전현무의 특징은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얄밉게 느껴질 정도로 밀고 당기는 진행능력에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찾는 프로그램이 가진 호기심을 그는 적절히 드러내고 숨기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히든싱어>에서 진행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SBS <K팝스타>의 라이브 진행을 맡으면서 김성주와 오디션 진행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바탕 위에서 그는 MC로서의 자기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 영역은 엉뚱하게도 교양과 접목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현무의 자리로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정상회담>이나 <문제적 남자>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과 같은 지적 영역을 겸비한 전현무에게 최적의 프로그램이 되어주었다. 아나운서로서 갖고 있던 교양 프로그램에서의 역량에 그것을 살짝 비틀어 웃음으로 만들곤 했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은 전현무의 장기 중 하나였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전현무라는 전무후무한 엔터테이너의 탄생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는 트렌드는 교양의 영역이 예능의 영역으로 편입되어가는 방송 트렌드다. 이제 교양은 점점 더 인포테인먼트의 양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거꾸로 예능의 교양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제는 예능이 그저 웃고 지나가는 신변잡기가 아니라 어떤 정보적인 교양적 측면들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전현무는 이제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KBS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전무후무 전현무쇼>를 진행하고 <해피투게더3>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제 그는 지상파에서부터 종편 케이블까지 거칠 곳 없는 영역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어찌 보면 전현무의 이런 급성장은 교양과 예능이 접목되어가는 방송 환경의 영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그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영역 확장을 도전해온 그의 남다른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싹수부터 남달랐지만 변화를 그저 바라보기보다는 그 속에 직접 뛰어든 도전정신. 그것이 지금의 전현무를 만들어냈다



진화 성공한 <백년손님>, <해피투게더>가 배워야할 것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은 본래 <자기야>라는 스튜디오형 토크쇼에서 진화한 버전이다. 스튜디오에 연예인 부부들을 초대해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수다형 예능에서 <백년손님>이 사위의 강제 처가살이라는 현장형 예능으로 진화를 꾀한 건 대단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의 후토크와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지만 <백년손님>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에 걸맞는 예능 형식으로 자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백년손님(사진출처:SBS)'

8.8%의 괜찮은 시청률을 낸 11일 방송에서는 늘 스튜디오에 앉아 토크를 이끌던 <백년손님>의 안방마님 김원희가 남서방의 후포리를 찾아가 밭일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이 방송에서 김원희는 현장에서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괜찮은(?) 쟁기실력을 보여줘 심지어 암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스튜디오에만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김원희의 모습은 마치 <백년손님>이 이뤄낸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인다.

 

연예인들의 사담을 위주로 하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만일 <백년손님>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 형식을 과감히 시도하지 않고 과거의 스튜디오 토크쇼에 주저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백년손님>은 연예인만이 아닌 장모들이라는 일반인들을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세웠고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 속에서 연예인의 일반인적인 면모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백년손님>의 후포리 남재현이나 이만기 그리고 마라도의 박형일 같은 인물들에게서는 전혀 연예인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 장모들과 티격태격하며 만들어진 일상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년손님>이 마치 최근 예능 트렌드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건 그 공간이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민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후포리에 내려간 남재현이 장모에게 엉뚱한 요리를 해주거나, 후포리의 어르신들인 후타삼이 그 요리를 먹고는 요상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에서는 푸근한 시골의 정서가 느껴진다. 마라도 외진 곳에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장모를 찾아가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는 박형일이 장모에게 얼굴 팩을 해주고 같이 누워 웃음을 짓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건 단지 착해서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착하면서도 지금의 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건드릴 수 있는 잘 짜여진 예능의 만듦새에서 나오는 공감대다. <백년손님>이 그 털털한 인물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갖고 꾸준히 괜찮은 반응과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는 건 그래서다.

 

반면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해피투게더>는 적절한 진화의 타이밍과 방향성을 못 맞춤으로써 서서히 추락했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를 두고도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고 화제성조차 예전만 하지 못하게 된 데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스튜디오 연예인 사담 토크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쿡방 트렌드를 가져와 요리를 토크와 버무리고 있지만 이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역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박미선과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를 투입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연예인 사담 토크쇼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의 유재석이 자리하고 그 옆 자리에 최근 들어 대세 MC로 급상승한 전현무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듯싶다. 리뉴얼을 준비하는 <해피투게더><백년손님>이 이룬 진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샘킴과 이연복, 요리만큼 빛나는 인성

 

이문세의 냉장고를 두고 샘킴과 이연복이 자신들의 주특기인 파스타와 탕수육을 만든 건 <냉장고를 부탁해> 사상 역대급 대결이 아니었나 싶다. 마늘과 올리브 오일로 만들어 담백한 파스타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 샘킴의 알리오 올리오에 이문세는 감탄했다. 또 등심을 칼등으로 다져 부드럽게 만든 후 통째로 튀겨내 고추기름으로 만든 양념에 찍어먹는 탕수육에 이문세는 입안에서 고기가 녹는다는 표현을 썼다.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 대결을 지켜보던 박정현은 자신의 데뷔년도 빈티지를 가진 샴페인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특별한 날 오픈하려고 냉장고에 오래도록 두었다는 삼폐인. 그녀는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며 샴페인을 오픈했고 급히 준비한 잔에 셰프들이 조금씩 샴페인을 나눠 마셨다. 최고의 요리와 어우러지는 의미 있는 샴페인 한 잔. 무엇이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것일까.

 

요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샘킴과 이연복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그려낸 아름다운 광경 때문이다. 특유의 대가다운 요리기술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자신의 요리를 끝낸 이연복은, 요리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는데 치즈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샘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어 게스트인 이문세가 나서 냉장고를 뒤져 치즈를 찾고 요리사들이 전부 동원되어 결국 박정현의 냉장고에서 치즈를 찾아냈다. 그걸 갈아 넣을 강판을 찾는 샘킴을 위해 이제는 상대인 이연복까지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그래서 샘킴이 만든 파스타는 어찌 보면 모두의 손길이 한데 모여져 가능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장면은 <냉장고를 부탁해>가 대결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즉 대결 속에서도 셰프들은 같은 요리사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결국 중요한 것은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승패를 떠나서 거기에 셰프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건 이들이 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요리사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셰프는 결국 승패보다 중요한 게 자신이 만든 요리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샘킴과 이연복은 최근 불고 있는 셰프들의 전성시대에서 강하지는 않아도 늘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우리 옆에 있어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몸에 배어있는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다.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지만 샘킴은 그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와는 정반대라고 한다. 호통 치기보다는 직원들을 챙겨주는 스타일이라는 것. 이연복 역시 자신의 주방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자기가 굳은 일이든 뭐든 먼저 하면 직원들이 따라온다는 것.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요리인류>의 이욱정 PD는 요리사를 세 개의 분류로 나눈 적이 있다. 첫째 맛있는 음식을 비싸게 팔거나 맛없는 음식을 싸게 파는 부류는 사업가형이고 둘째 맛없는 음식을 비싸게 파는 부류는 사기꾼이며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부류는 성자라는 것. 그러자 옆에 같이 앉아 있던 이연복이 그렇다면 나는 성자라고 귀여운 자화자찬을 했고, 이어 샘킴 역시 자신은 사업가형은 아닌 것 같다맛있는 음식을 싸게 파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연복과 샘킴은 둘 다 수줍게 웃으며 성자형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어찌 보면 자기 자랑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조차 미소 짓게 만든다. 그것은 그들의 요리하는 과정에서마저 느껴지는 인성이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자화자찬으로만 여겨지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샘킴과 이연복은 셰프들의 전성시대에 강한 자극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세울 그런 요리사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우리가 늘상 먹는 밥처럼 오래도록 봐도 질리지 않을 그런 요리사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요리처럼



<집밥 백선생>의 디테일이 놀라운 스튜디오의 진화

 

선생님-”하고 부르자 백종원이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 들어서는 장면이 여느 스튜디오 예능들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그림자가 어른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여지고 이어서 백종원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 스튜디오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어느 집 주방으로 들어서는 모습 같다. tvN <집밥 백선생>의 오프닝 장면이다. 도대체 이 자연스러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것은 세트 스튜디오의 특별함에서 나온다. <집밥 백선생>은 우리가 기존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봐왔던 세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스튜디오라는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석구석 진짜 주방처럼 꾸며놓은 것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특징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창고나 광처럼 구획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가 재료나 도구가 필요하면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광으로 들어가 재료와 도구를 꺼내온다. 밥을 지을 때 쌀을 가져오기 위해 출연자들이 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사실 프로그램이 굳이 잡아낼 필요까지는 없는 디테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동선 하나는 스튜디오라는 인위적인 느낌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준다.

 

아마도 이런 세트를 꾸미게 된 건 제목에 붙어 있는 집밥이라는 표현에 들어 있듯이 진짜 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란 야외에서 해먹는 것과도 다르고 놀러가서 다른 숙소에서 해먹는 밥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익숙한 재료와 도구들이 원하는 자리에 척 놓여져 있는 우리 집 주방에 들어설 때의 그 느낌이 타인의 집 주방과 다른 것과 같다. 거기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어딘지 푸근해지고 포만감이 느껴진다.

 

스튜디오물에서 세트는 의외로 중요하다. 이를테면 과거 MBC <놀러와>에서 다락방의 모습을 스튜디오로 구현한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맨발로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KBS <해피투게더>의 사우나 콘셉트의 세트나 작은 음식점 콘셉트의 세트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집밥 백선생>의 주방 스튜디오는 그 디테일이 단연 압권이다. 단지 기능적인 공간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걸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화창한 날 기분 좋은 요리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물론 출연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에 집중되지만, 가끔 저 뒤편에 놓여진 창밖의 빨간 벽돌이나 초록 잎이 올라온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진짜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집밥 백선생>의 인기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백종원 셰프다. 백종원이 여타의 셰프들과 다르게 다가오는 건 특히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때로는 아이처럼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선생이다. 그는 카레 하나를 만들어도 확실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이면서도 그걸 알려주는 눈높이는 딱 보통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 보통의 눈높이는 그래서 요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건 몰랐지?”하는 식으로 자랑하는 듯한 천진난만함을 담고 있다.

 

진짜 주방처럼 꾸며지고 연출된 스튜디오는 상당부분 백선생의 이런 자연스러움에 일조한다. 이건 스튜디오의 진화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화되고 리얼을 강조하게 되면서 스튜디오물은 그 인위적인 느낌 때문에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대신 카메라는 현장으로 일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스튜디오는 방송에 있어서 적은 투자로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스튜디오가 디테일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결과. <집밥 백선생>의 스튜디오는 그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효리 제대로 활용 못한 <매직아이>에 남는 아쉬움

 

SBS <매직아이>가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3.3%.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다. 이효리, 문소리, 김구라, 문희준. 마지막까지 남은 MC들이지만 사실상 <매직아이>의 메인은 이효리라고 할 수 있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 등을 통해 이효리는 자기만의 예능 지분을 확실히 갖고 있는 인물. 그러니 <매직아이> 메인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매직아이>가 이효리를 그만큼 잘 활용했는가는 미지수다.

 

'매직아이(사진출처:SBS)'

사실 유재석처럼 모든 걸 잘 하는 MC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각자 잘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고, 또 역할이 있는 법이다. 이효리를 세워놓고 제일 먼저 무거운 시사 문제 같은 것을 끄집어낸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보인다. <매직아이>의 첫 번째 실수는 그 첫 단추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오히려 이효리라는 캐릭터를 좀 더 공고히 해줄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점이다.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이 전반부에 그리고 김구라가 후반부에 짧게 들어가는 초반 <매직아이>의 구성은 집중력만 흩어놓았다. 그래서 후반부를 떼어내 김구라를 전반부 멤버들과 함께 섞어 놓은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김구라와 이효리의 조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로 이효리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던 유재석을 떠올려 보라. 그는 먼저 이효리라는 트렌드 리더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아옹다옹하는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보여주지 않았던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라는 특집 아이템으로 유재석과 정형돈이 제주도를 찾아가 소길댁 이효리를 만나는 에피소드는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만들어준다. 먼저 유재석은 이효리를 찾아가는 길에 과거에 성격 있던이효리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자꾸 강조했다. 하지만 이효리를 만난 유재석은 라면을 끓여준다는 얘기 한 마디로 그녀의 캐릭터를 다시 뒤집었다. 요정에서 섹시아이콘으로 그리고 까칠한 예능 대모를 거쳐 마더 테레사(?)가 됐다는 것.

 

왜 이렇게 따뜻해졌지?”하는 얘기에 이효리는 여기서 살다보니 그런 것 같다그래서 요즘 예능이 잘 안 된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이효리를 김혜자 선배님 같다고 말했고, <무한도전>은 그런 그녀를 어미새로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유재석과 정형돈에게 이효리는 “(남편에게) 표현방식을 다시 배웠다고 했고, 남편 이상순은 제주도 오고 나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은 아마도 이효리의 진짜 변한 모습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바로 그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로 달라진 이효리를 먼저 전제하고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이효리는 조금씩 과거의 예능감을 편안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엔딩은 누가 하냐는 질문으로 조금씩 센 언니의 이미지를 보이더니 약속해줘를 노래하면서 끼를 폭발하자 유재석은 옛날 효리로 돌아왔다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이효리 역시 나 서울 가고 싶어. 나 콩 베기 싫어라며 명콤비로서의 상황극을 즉석에서 만들어 보여줬다.

 

이미 지나가버린 아쉬움이지만 <매직아이>의 접근방식은 <무한도전>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캐릭터로서의 소길댁 이효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조금씩 새로운 영역을 넓혀나갔다면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이효리의 부자연스러움은 없었을 거라는 점이다. 문소리와 홍진경을 엮어 그저 센 언니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달라진 이효리에게서 여전히 끄집어내려 한 점은 첫 단추부터 엇나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효리는 마지막 멘트로 다음에 또 어떤 프로로 만나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만일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를 만나게 된다면 <매직아이>와는 다른 접근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프로그램도 살리고 또 이효리의 매력도 백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해피투게더> 서태지보다 <12> 조인성인 이유

 

서태지가 KBS <해피투게더>에 단독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대해 반가움보다는 불편함을 거론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작금의 달라진 예능의 생태계를 가늠하게 한다. ‘신비주의의 대명사이자 마지막 남은 신비주의라고까지 불리던 서태지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신비주의가 심지어 마치 연예인병처럼 거드름으로 느껴지는 시대다.

 

사진출처:서태지 컴퍼니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서태지는 그간 좀체 내밀지 않았던 얼굴을 예능에서 보이겠다고 마음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비주의를 벗어나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탈신비주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피투게더>의 제목에 걸맞지 않게 다른 게스트 없이 단독 출연해, 그것도 유재석과 11 토크를 한다는 건 그래서 여전히 서태지의 이미지가 과거 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이 서태지의 의도인지 아니면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과잉 배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너무 과도하게 만들어진 신비주의 이미지가 버겁고, 그래서 보다 편안한 음악인 서태지로서 대중들에게 다가오려 마음먹었다면 일단 그 등장하는 방식부터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이른바 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할 게스트가 애매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이른바 이라는 것을 깨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게 서태지다. 물론 음악인으로서의 급은 당연히 지켜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서태지는 좀 더 자신을 일상인에 가깝게 내려놓아야 지금 시대의 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인성이 <12>에 차태현 쩔친(쩔은 친구)’으로 깜짝 등장한 것은 여러 모로 서태지의 행보에 시사 하는 바가 많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그 어느 때보다 이미지가 신비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에 자신을 찾아와 무작정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차태현에게 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조인성에게 예능감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고, 그러니 이런 갑작스러운 방송 출연이 부담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선배 형을 위해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조인성에게서는 신비주의의 그림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뭘 해도 CF 같은 그림을 만드는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깨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선수인 독하디 독한 <12>의 복불복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차태현과 함께 실미도로 들어오는 조인성을 보며 다른 게스트들과 출연자들 그리고 심지어 작가들마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조인성 같은 인물이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 자체가 이질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조인성의 <12> 출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지금 시대에 대중들이 스타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거기서 발견할 수 있다.

 

서태지는 좀 더 타인들과 함께 섞일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이미 지나가버린 신비주의 시대에 여전히 마지막 신비주의라는 불편한 수식어를 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요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다. 조인성의 <12> 출연에 쏟아지는 박수와 서태지의 <해피투게더> 단독 출연에 쏟아지는 불편함은 바로 이 차이에서 비롯된다.

 

주중예능 추락의 시대, <나 혼자 산다>의 생존비결

 

11시대 주중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걸까. 목요일 밤에 방영되는 강호동의 MBC <별바라기>는 시청률이 고작 3%. 경쟁 프로그램인 유재석의 KBS <해피투게더>7.1%(73일 닐슨 코리아). 이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정도전> 출연자들이 게스트로 나왔기 때문에 올라간 수치다. 이전에는 6%대에 머물렀다.

 

'나 혼자 산다(사진출처:MBC)'

한때 주중 예능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토크쇼라고 지목됐던 KBS <안녕하세요>도 최근에는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SBS <힐링캠프>4,5%대를 전전하다 브라질 월드컵 시즌에 반짝 6%를 기록하더니 다시 3%대까지 떨어졌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우리동네 예체능>도 브라질 월드컵을 특수로 여겼지만 웬걸.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시청률은 4%까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사정은 수요일 저녁(<라디오스타> 5%, <도시의 법칙> 3%)도 마찬가지다.

 

주중에 살아남은 예능은 11% 정도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SBS <정글의 법칙>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 시청률도 과거와 비교해보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화제성 면에서도 <정글의 법칙>은 예전만 못하다. 흥미로운 건 이 와중에 MBC <나 혼자 산다>가 꽤 괜찮은 성적으로(7%에서 9%까지 나온다)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제목처럼 이 프로그램은 저 혼자 살아남은 예능이 되고 있다.

 

도대체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선 주중 예능으로서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던 스튜디오 토크쇼 트렌드를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MBC에서 관찰카메라 형식을 처음으로 전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보인 가능성 때문에 <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 같은 <일밤>의 관찰카메라 트렌드 시대가 열렸다.

 

주중 예능에 있어서 이미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는 토크쇼 트렌드를 과감하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는 일단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변화만으로는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법. <나 혼자 산다>의 또 다른 핵심적인 무기는 싱글족 트렌드라는 새로운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미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싱글족이 된 시대에, <나 혼자 산다>는 그저 저들은 어떻게 혼자 살까 하는 궁금증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었다.

 

관찰 카메라의 특성은 리얼리티가 극대화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은 강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리얼한 카메라에 포착된 누군가의 혼자 사는 삶은 때로는 궁색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따라서 리얼하기는 하지만 마냥 보고 확인하고 싶은 풍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이 리얼함에 덧붙여, 혼자 사는 삶의 판타지를 부여해주었다. 노홍철이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거나 스위스 여행을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혼자 사는 삶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관찰카메라 형식이라는 극단적인 리얼을 추구하면서도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은 이미 혼자 사는 삶이 그 자체로 이 양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삶은 때론 궁상처럼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면 관계의 피곤을 벗어난 자유로운 삶의 판타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가 살벌한 주중 예능 경쟁에서 혼자 살아남은 이유는 지금의 트렌드에 걸맞는 형식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그 첫 번째고, 그 형식 위에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인 싱글 라이프를 리얼리티와 판타지 양면으로 균형 있게 보여주는 점이 그 두 번째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여타의 싱글 라이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특별한 걸 만들어내기 보다는 그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준다는 점. 이것은 어쩌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평일 11시 예능, 시청률의 늪이 된 까닭

 

평일 11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1시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보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그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15%에서 20%까지 육박하던 평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지상파 3사 시청률을 다 합쳐도 15%가 겨우 될까 말까한 수치들이다.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 걸까. 11시만 되면 TV를 꺼버리는 걸까.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SBS<힐링캠프>는 한때 힐링 트렌드를 주도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청률이 7%대에서 어떤 경우에는 5%대까지 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MBC는 아예 <놀러와> 폐지 후 이 시간대의 예능을 포기했고 그나마 일반인 예능으로 월요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던 KBS <안녕하세요>도 현재 7%대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7%대 시청률은 나은 편이다. 화요일의 경우 지난 25MBC <PD수첩>6.5%의 시청률을 낸 데 반해 KBS <우리동네 예체능>4.9%, SBS <심장이 뛴다>4.2%를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11시대 시청률의 하락으로 봐야 한다. 1위와 2위 차이가 고작 2%도 안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요일도 목요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수요일 26MBC <라디오스타>6.3%까지 시청률이 떨어졌고 SBS <오마이베이비>5%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KBS <밀리언셀러>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고작 2.8%의 시청률을 냈다. 또한 목요일 KBS <해피투게더>7%, SBS <백년손님 자기야>역시 6%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MBC<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는 아마존 가족과의 교류라는 야심찬 기획에도 불구하고 3%에서 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표로만 보면 11시대에 시청자들은 TV를 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시청률표를 100%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한 얘길 것이다. 현재처럼 젊은 시청세대의 의견이 절반 정도밖에 수렴되지 않는 시청률표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50세 이상 노년층에게 있어 11시대 이후의 TV 시청은 그 자체로 쉽지 않고 또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마련인 예능 프로그램 시청 역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청률표의 왜곡과 50세 이상 노년층의 시청패턴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시청률 수치는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당지 시청률표의 왜곡에만 전적으로 그 원인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힐링캠프>처럼 이미 트렌드가 지나버린 연예인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나, <라디오스타><해피투게더>처럼 몇몇 파워 MC들의 힘에 기대 변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 또 새로운 시도라고는 하지만 만듦새에 있어서 그다지 세련되게 보이지 않는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같은 프로그램이나, 화제도 있고 의미도 있지만 시간대 편성이 평일 11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프로그램들의 엇박자도 그 원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세대들의 시청패턴이 달라지면서 본방보다는 선택적 시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이나 케이블의 예능이 약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선택적 시청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조금은 마니아적인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 속에서 보편적 시청층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3% 4%의 시청률이라는 것은 이미 보편적 시청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말해주기도 한다.

 

시청률 추산의 왜곡과 현재의 TV 시청 패턴의 변화를 모두 고려해보면 평일 11시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꽤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률 추산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게 조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보편적 시청자를 겨냥해야 할지 아니면 마니아적인 집단을 겨냥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거론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어디서나 얘기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 경쟁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과연 평일 11시대의 프로그램들을 이대로 모두 고사시킬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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