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말해준다, 숨어있는 그들과 당당한 이들

 

최순득(최순실 언니)씨가 유명한 연예인 축구단이 있어요, 회오리 축구단이라고. 여기를 다니면서 밥을 사줍니다. 그래서 연예계 자락을 쫙 만들어놔요.” “국제 행사에 최순실 씨하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그 가수가 국제 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되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이야기는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라인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사진출처:이준 SNS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몇몇 가수들과 기획사 대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를 덧붙였고 이에 대해 지목된 가수 몇몇은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연예인논란이 불거졌고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최순득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24일자 동아일보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매년 김장철에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해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모임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이제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30대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조카로 알려진 장시호의 인맥 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장시호 연예인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그 인맥에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광범위했다는 것. 이번에 구속된 차은택 역시 장시호 연예인 인맥 중 하나였다고 한다. 3주 전 폐쇄된 장시호의 SNS에는 그녀의 연예인 인맥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남겨 있었는데, 23일 뉴시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가수 A씨와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혼성그룹 멤버 B, 영화배우 C, 방송인 D씨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장씨와 오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존재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것이 결국 특혜로 이어졌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들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이고 있는 반면, 당당하게 촛불을 들고 이번 사태의 규탄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의 할 말은 하고, 할 행동은 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 팬 단체 관람회에 참석해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정우성은, 한때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라. 그들이 지은 것이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왔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 그 역할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의연하게 이 영화의 캐릭터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센스있는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촛불 집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촛불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올린 연예인들도 있다. 신현준, 김동완, 허지웅, 이준, 유아인, 이기우-이청아 커플, 남보라, 치타, 솔비, 김효진 등등. 그들은 촛불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각자 소신 발언도 남기는 등 이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건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그 소신 행동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시국을 만나면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번 시국에서 누군가는 AB씨로 일컬어지며 저 모자이크 뒤편으로 숨게 됐지만, 누군가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밀고 대중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이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연예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부인으로 진입장벽 낮춘 서장훈의 예능 진격

 

방송은 하고 있지만 방송인은 아니다.” 서장훈은 이전 JTBC <썰전>썰록에 나왔을 때 이런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썰전> ‘예능심판자에 허지웅과 강용석의 빈 자리를 채우는 말 그대로 거인이 됐다. 그에게 다시 박지윤이 물었다.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인정하냐. 그러자 서장훈은 이젠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제 나도 포기했다. 뭐라 부르셔도 관계없다고 답했다. 이윤석은 그게 바로 연예인 마인드라고 콕 집었다.

 

'썰전(사진출처:JTBC)'

이것은 지금 거인 서장훈이 어떻게 조용하지만 성큼성큼 예능으로 진격해 들어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그는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늘 자신이 방송인 혹은 연예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그는 최근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런 행보들이 단지 제스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어색함을 느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모습에는 약간의 귀차니스트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MBC <사남일녀>에 출연했을 때 보여준 그의 모습이기도 하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세심하고 소심한 반전을 보여주던 그는 별다른 예능감이나 그런 걸 보여준 바가 없다. 오히려 예능과 자신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줄곧 강변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모습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예능이라는 판은 본래 부자연스러운 곳일 수밖에 없다. 쫄쫄이를 입히고 물 풍선 폭탄세례를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부자연스럽다고 얘기하고 티를 내자 서장훈은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애니멀즈>는 물론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서장훈에게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편에 출연한 그는 그 거구를 유치원생 아이들과 함께 세우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거대한 덩치가 때로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강하게 아이들을 밀어붙이다가도 특유의 자상함이나 소심함을 드러내는 양면을 통해 그는 어찌 보면 이중적이고 양면적이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그를 계속 출연시켰던 것은 바로 이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그가 들어오면 설정이 아닌 리얼의 느낌이 묻어났고 그 어색해하는 모습 자체는 몸 개그 같은 틀에 들어갔을 때 더 큰 웃음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그가 반복적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고정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생겨나자 그는 또다시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결국 이 부인하는 모습을 통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까지 들어왔다.

 

그는 의외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괜찮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거대한 덩치만큼 말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당시 출연했을 때 다뤄진 현대무용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자신과 겹쳐지는 면이 있어서였을 테지만, 방송 중 김구라와 각을 세우며 밀리지 않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생기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썰전>에서 김구라와 각을 세울 그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김구라와 유재석은 아마도 서장훈을 앞뒤에서 이끌어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까 싶다. <사남일녀>에 이어 <라디오스타> 그리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 이어 <썰전>까지 그는 김구라와 함께 해왔다. 이번 <썰전> 출연 결심도 김구라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통해 서장훈을 지지해왔다. 이런 예능계 인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가 꽤 괜찮은 인간관계를 해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장훈은 끝없이 자신이 거기에 설 사람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조금씩,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보폭으로 예능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런 행보는 일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를 냈다. 이것은 서장훈이 예능에 입성해 확고한 자기 자리를 갖게 된 특별한 방식이다. 서장훈이라는 예능 거인의 진격은 그렇게 조용하고도 빠르게 만들어졌다.

 

JTBC의 예능 영토 확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떴다. <비정상회담>으로 주목받게 된 그들이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한국어 실력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들 같은 그 한국적 정서로 우리를 놀라게 만든 그들이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들어오니 그 모습은 이제 단지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까지 나타났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인사성 밝은 에네스 카야는 방송 선배인 성동일과 박명수를 찾아 살뜰하게 인사를 하는 사회성 좋은모습을 보여줬다. 또 학생들이 에네스!”를 연호하자 에네스가 니 친구야? 에네스 형이지!”라고 말해 이 사람이 과연 터키 사람이 맞는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얼굴을 기대고 잠든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영락없는 우리네 고등학생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누가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들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거기에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났다. 그것은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네 고교생들의 교육이 이들의 시선에는 낯설고 힘겨운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교육의 문제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투입된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즉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비정상회담>에서 인기를 모은다고 그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에 끼워 넣어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적확하게 프로그램에 어울리고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투입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되는 JTBC가 예능의 영토를 확장해가는 방식이다.

 

JTBC 예능이 성장해온 과정은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새끼를 쳐 가는 일련의 흐름을 담고 있다. <썰전>에서 주목받은 강용석 변호사가 <유자식 상팔자>를 진행하고, ‘예능심판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허지웅이 <마녀사냥>에서 빛을 보더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도 출연하는 식이다. <비정상회담>의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새 영역을 넓히는 것처럼.

 

사실 <비정상회담>이 화제가 되면 될수록 제작진들이 고민했던 것은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들을 어떻게 계속 끌어안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즉 이들과는 어떤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지상파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들어온 행보를 보면 그 적절한 대안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주목받은 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어찌 보면 제 식구 챙기기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그 프로그램에 투입된 이유가 거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인가 아닌가의 문제다. 즉 이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그 적절함의 사례가 된다. 아마도 지상파에 비해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JTBC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의 영토 확장은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제는 지상파에서 잘나가던 박명수 같은 연예인마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하고 있는 것처럼 조금씩 JTBC의 예능 영토는 넓어지고 있다.

 

허지웅의 <진짜사나이> 폐지 촉구가 공정하려면

 

허지웅이 JTBC <썰전>을 통해 군대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는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진짜 재밌게 봤다그래서 더 확고하게 생각한 게 <진짜사나이>는 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썰전(사진출처:JTBC)'

그가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한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거론한 것은 그만큼 우리네 군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에둘러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우리 군대가 정말 엉망진창이라며 그런 실체를 희석시키고 대한민국 군대를 예능화시킨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보는 게 못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이미지 세탁의 방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군 장병들은 엄격한 피해자임에 분명한데, “이 사람들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예능이 보여주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기자로서 충분히 제기할만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일련의 군 사태는 우리 군대가 거의 막장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져올만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굉장한 화제를 이끌면서 이런 사안들마저 삼켜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허지웅의 문제제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썰전>을 통해서 나왔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썰전>이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은 법적인 문제가 끝났다고 하지만, ‘이미지 세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강용석 변호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강용석 변호사는 거듭 사과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에 대해서 대중들은 여전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잘못에 대해 말을 할뿐, 자숙의 시간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용석 변호사를 계속 출연시키고 있는 <썰전>이 보여주고 있는 건, 잘못된 일을 해도 방송이 재미를 통해 그 이미지를 덮어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자인하는 일이다. 현재 <진짜사나이>가 갖고 있는 이미지 세탁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지 세탁은 허지웅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출연자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그가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그의 의도가 전혀 아니라도 그 자체로 강용석 변호사의 잘못을 상쇄시키는 역할로 작용한다.

 

<썰전>의 한계는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즉 무언가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비판하려고 해도 스스로의 정통성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허지웅은 바른 소리를 했지만 그런 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썰전>이 그 이야기마저 누군가의 이미지 세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권력화된 <무한도전>, 뭐가 문제일까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프라이머리가 노래한 ‘I Got C’에 대해서 한예종 이동연 교수는 “교묘하고 노골적인 표절”이라고 질타했다.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 세 곡을 짜깁기했다는 것. 국내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카로 에메랄드는 이미 ‘I Got C’를 포함해 프라이머리의 과거 몇몇 곡들도 자신들의 곡의 표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프라이머리 소속사 아메바컬쳐는 여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노래다. 레트로 스윙 장르다 보니 유사하게 들리는 것일 뿐 표절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에메랄드 측은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표절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법적 대응을 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게다. 실제 법적 판단이란 판단하는 당사자에 따라 애매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표절이어도 표절이 아니라고 나올 수도 있고, 표절이라고 나와도 우리의 경우에는 얼마 안 되는 벌금으로 넘어갈 뿐이다. 물론 그 사이 벌어들인 음원수익은 엄청날 것이지만. 이만큼 국내의 가요계에는 표절에 대한 일종의 불감증 같은 것이 걸려있다. 구조가 그걸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글은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한두 해에 걸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표절 논란에 대해 <무한도전>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적절한가 하는 것이고, 과거부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무한도전>이 취해왔던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나 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며, 또한 비판조차 하기 어려워진 성역화되고 권력화된 <무한도전>의 팬심이 과연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또 대중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무한도전>은 프라이머리와 박명수가 자유로 가요제에 낸 곡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지만 여기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태호 PD가 트위터를 통해 쓴 내용은 스포일러성 기사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도 표절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표절 문제는 결과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이런 논란이 나온 것에 대한 입장 발표는 먼저 내는 것이 예의다.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은 현재 국내의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네덜란드 신문 ‘더 텔레그래프’는 ‘한국인이 카로 에메랄드를 상대로 좀도둑질을 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프라이머리라는 개인적인 표절 논란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한국인 전체, 즉 K팝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든 곡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진 파괴력은 이미 자신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재석이 자유로 가요제에 앞서 굳이 음원제작자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양해란 유재석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가요계와 방송계가 음악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전쟁에서 이미 방송이 그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일 게다. 가요제가 끝나고 거기 나왔던 노래들이 음원차트를 점령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니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한 프라이머리와 박명수의 ‘I Got C’의 표절 논란에 있어서 <무한도전>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곡을 만든 것도 띄운 것도 또 소비하게 만든 것도 어찌 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니 말이다. 표절 논란의 초점을 프라이머리로 자꾸 맞추는 것도 정당하다 여겨지지 않는다. 과거 가요제로 노래가 떴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 때는 오히려 멤버들이 부각되지 않았던가. ‘I Got C’라는 곡은 프라이머리와 <무한도전>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란 점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썰전>에서 허지웅은 본인이 <무도> 팬임을 스스로 밝힌 후, 최근 <무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미여관이 저런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아닌데 색깔을 많이 바꿨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같은 밴드에게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이 어렵다며 흐느꼈다”면서 “나는 그게 현재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현재 <무한도전>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빅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고 아이템이 고갈돼서도 아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주창하며 탈권력화의 통쾌함을 선사해줬던 <무한도전>이 스스로 권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은 이제 가요제를 해도 자유로 가요제 정도의 규모를 취할 수밖에 없는 위치가 되었다. 심지어는 과도하게 팽창된 팬덤으로 인해 비판조차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무한도전>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력화를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중 몇몇은 최근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정형돈은 함량미달 돈가스를 홈쇼핑에 팔아 논란이 됐었고, 길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 문제로 갑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게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이렇다 할 자숙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작은 논란 하나만으로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네 연예계 아닌가.

 

<무한도전>은 과거에도 논란이 나올 때마다 그것을 오히려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여 예능화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 그것은 대단히 영민한 대응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사안이 가진 논점들은 사라지고 덮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건 <무한도전>이 아닌가. 이 정도의 영향력과 팬덤을 가진 프로그램이 덮어주고 지나치겠다고 하면 실제로 문제가 덮어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 한 번쯤 <무한도전>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을까. 아니 거의 대부분이 나서진 않아도 심정적인 지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점점 성역화되고 권력화되는 것은 <무한도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과거 힘없던 시절을 괜스레 코스프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위상 속에서 최소한의 지켜야할 초심을 버려서도 안될 것이다. 대중들에 의해 생겨난 힘에는 대중들에 대한 그만한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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