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깝스', 조정석의 하드캐리 혜리 연기력 논란 잠재울까

MBC 새 월화드라마 <투깝스>는 차동탁(조정석)이라는 캐릭터가 절대적이다. 웃음기 없이 진지한 강력계 형사. 게다가 형이나 다름없는 파트너 조항준(김민종)이 살해당했다. 그러니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는 인물이 바로 차동탁 형사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 설정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그래서 <투깝스>는 이 인물에 이른바 ‘깝’ 캐릭터를 집어넣는다. 감방에 있을 때도 조항준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사기꾼 공수창(김선호)과 의문의 추격자들을 피해 강물로 뛰어들었을 때 차동탁의 몸에 공수창이 빙의되는 것. 그래서 사건 해결을 위해 진지하기만 한 차동탁이라는 인물과 어딘지 뺀질이의 느낌이 강한 공수창이 동거하는 기묘한 캐릭터가 탄생한다. <투깝스>라는 제목은 바로 이 두 인물이 한 형사의 몸에 공존하는 상황을 통해 사건해결을 위해 공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정석은 역시 진지함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의 달인이라는 것이 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잔뜩 흥분하거나 진지한 얼굴을 보이지만 어딘지 그것이 드러내는 어린아이 같은 면면들이 은근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이제 ‘깝’ 캐릭터까지 겹쳐지면 조정석의 진가인 진지함과 가벼움의 공존을 통한 독보적인 코미디 캐릭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다. 

물론 <투깝스>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전형적인 형사물이고 그 안에 복수코드가 담겨져 있으며, 벌써부터 이어지기 시작한 송지안(혜리) 기자와의 멜로가 예고되어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차동탁과 송지안이 서로 툭탁대며 이어지고 그것이 문득 설렘으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러니 <투깝스>가 이 드라마만의 차별성으로 내세울 건 결국 캐릭터다. 같은 이야기라도 캐릭터가 독특하다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동탁은 일단 충분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를 연기하는 조정석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고 실제로 첫 회만으로도 그런 매력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드라마가 한 배우의 힘에 의해 온전히 움직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차동탁의 상대 역할인 송지안을 연기하는 혜리는 첫 방송부터 연기력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기자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에서 송지안을 보기보다는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더 많이 떠올리고 있어서다. 

워낙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혜리의 새로운 연기는 그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인한 기자와 코믹한 캐릭터 사이를 오가야 하고, 또한 일과 함께 사랑을 연기해내야 하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바로 송지안이다.

이 부분은 <투깝스>가 향후 넘어서야 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조정석의 하드캐리가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혜리가 첫 회에서 갖게 된 연기력 논란은 스스로도 또 이 드라마도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았다. 과연 <투깝스>는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향후가 궁금해진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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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터지는 ‘터널’의 형사들 어딘가 다르다

30년 시간의 터널을 훌쩍 통과해온 형사 박광호(최진혁). 30년 전 그를 따르던 막내 전성식(조희봉)이 어느덧 강력 1팀장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팀에서 박광호는 이제 막내 처지다. 그러니 박광호는 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팀의 위계질서 속에서 투덜댈 수밖에. 그런데 워낙 그를 따르던 막내였던 탓일까. 전성식은 박광호가 바로 그 30년 전 실종된 선배라는 걸 알아보고는 길거리에서 누가 보는 지도 모르고 껴안고 반가워한다. 

'터널(사진출처:OCN)'

OCN 주말드라마 <터널>의 이 풍경은 사실 조금 낯설다. 흔히 형사물 스릴러 장르에서 남자들의 세계는 거친 면들만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심지어 차갑게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터널>은 이런 스릴러 장르의 폼을 잡는 대신, 형사들의 인간적인 면을 더 부각시켰다. 박광호와 헤어지며 전성식이 “이번엔 그냥 훅 사라지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애인에게 하는 말처럼 살갑다. 브로맨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대목이다. 

그렇게 박광호가 사실은 30년 세월을 뛰어넘어 나타난 선배라는 걸 알면서도 강력1팀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의 선후배 관계는 뒤집어진다. 박광호는 그럭저럭 존댓말을 하는 게 익숙해지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성식은 좀체 그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막내 박광호에게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팀원들은 마침 교육을 갔다 온 전성식이 후배들에게 존대를 하라는 교육을 심하게 받은 것 아니냐고 묻는다. 

사실 이런 깨알 설정들은 형사물 스릴러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질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이전 OCN 드라마였던 <보이스>의 경우, 이런 코믹한 깨알 상황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살인사건의 연속과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형사들의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가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터널>은 다르다. 똑같이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범인을 추격하는 이야기가 계속되지만 중간중간에 형사들의 애환이 코믹한 상황으로까지 연출되어 있다. 

강력1팀의 곽태희(김병철)와 송민하(강기영)는 그래서 마치 만담 콤비처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어떤 숨 쉴 여지를 제공한다. 특히 <수사반장>을 좋아하는 마니아로 설정된 송민하는 주목할 만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서 나타난 박광호의 구식 스타일을 오히려 멋있게 느끼며 <수사반장>을 흉내낸다며 촌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 송민하라는 형사는 <터널>이 형사들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려 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터널>에는 미드 [CSI]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박광호와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김선재(윤현민)가 그렇고, 범죄심리학자로 범죄자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신재이(이유영)가 그렇다. 하지만 <터널>이 추구하는 방향은 스릴러이고 형사물이면서도 어떤 따뜻한 인간미라는 건 명백해 보인다. 부검의로 등장하는 목진우(김민상) 같은 캐릭터를 보면 냉철한 분석을 해내면서도 박광호에게 농담을 툭툭 던질 정도로 인간미를 보여준다. 

<터널>의 형사들이 여타의 스릴러 장르물들과 달리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건 의도된 장치다. 결국 이 드라마는 범인을 잡는 형사물이 분명하지만 그 범인을 어떻게 잡는가 하는 그 방식에 더 집중시킨다. 즉 3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타임리프 설정은 과거의 아날로그적인 형사 박광호를 현재로 소환시켜 이른바 과학수사라고 불리지만 과학적 수치에 가려진 인간애나 생명에 대한 간절함 같은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가. 

그래서 <터널>이 추구하는 건 [CSI]가 아니라 오히려 <수사반장>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간절함. 마치 가족 같고 형제 같은 느낌을 주는 형사들의 관계. 때론 웃기고 때론 짠해지는 동료애 같은 것들이 <터널>의 형사들에게서는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은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주제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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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의 호와 불호를 나눈 것들

 

영화 <아수라>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남시의 집들을 부감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집들에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곧바로 이 안남시장 박성배의 가 되어 일하고 있는 형사 도경(정우성)으로 옮겨간다. 재개발, 시장, 비리형사, 조폭. 시작 부분의 몇 장면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걸 대부분 이야기해준다. 재개발을 하기 위해 조폭들과 비리형사들까지 싸그리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는 절대 악 박성배의 갖가지 비리들을 덥기 위해 도경은 손에 피를 묻힌다.

 

사진출처:영화<아수라>

그런데 그의 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성배를 끌어내리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나타나면서 그는 박성배와 김차인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린다. 도경은 회복되기 어려운 병으로 병원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 박성배의 손을 잡고 있지만, 그의 비리를 꿰고 점점 압박해 들어오는 김차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가 시키는 일들을 한다. 결국 중간에 끼어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도경의 얼굴은 갈수록 망가져간다.

 

<아수라>가 보여주려는 건 그래서 명확하다. 시장도 깡패도 검사도 형사조차도 믿을 수 없는 아수라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정치와 손을 대고 있는 시장과 검사의 권력 다툼 사이에 끼어 새우등이 터지는 도경의 현실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의 극화된 상징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흔히들 말하는 하라는 민생은 안하고 쌈질들이나 하고 서민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이처럼 <아수라>가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영화는 스토리적인 개연성에 있어서는 많은 허점을 보인다. 즉 액션이 보여주는 막연한 현실 환기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갖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 같은 것들이 별로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성배는 왜 재개발을 하기 위해 그토록 극악한 짓을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이는 또한 김차인이 그토록 박성배를 잡으려고 하는 이유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 그나마 구체성을 띤 인물은 도경이다. 그는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때문에 모든 것들이 절실해진 캐릭터다.

 

이렇게 좀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개연성들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을 이 영화는 이러한 누아르가 가진 클리셰로 넘어가고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재개발, 시장, 조폭, 형사 같은 누아르물이 으레 우리에게 전하는 클리셰들. 대신 영화는 그 클리셰들을 김성수 감독 특유의 피가 철철 흐르는 잔혹함과 동시에 미학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 연출을 통해 넘어서려 한다.

 

실제로 이번 <아수라>에서 김성수 감독이 보여준 액션 연출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추격신에서 카메라가 차에서 차로 넘나드는 장면은 지금껏 우리네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액션 연출이었다. 하지만 개연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겹쳐지는 과할 정도로 피가 튀는 살벌한 장면들은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어떤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그나마 이러한 빈약한 개연성을 온전히 채워주는 건 연기자들의 명연기다.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한 명만 데리고도 티켓파워가 어마어마할 그들은 <아수라>에서 한 마디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줬다. 보는 이들을 치가 떨리게 만드는 악역을 완성한 황정민, 어설픈 형사에서 점점 조폭의 잔인함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연기한 주지훈, 황정민과 대응해 전혀 밀리지 않고 압도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 곽도원이나 마치 마동석 같은 단단한 액션을 보여준 정만식, 그리고 이 영화의 작대기라는 캐릭터로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원해가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정우성의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영화는 호불호의 요소들이 분명하다. 김성수 감독 특유의 누아르 연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끝점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가 제 취향이 아닌 분들이라면 그 액션들이 너무 과하다 여겨질 수 있다. 영화가 말하려는 서민들만 등터지는현실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있고 무엇보다 명배우들의 명연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남는 구체성이 결여된 개연성의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아수라>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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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역대급 추격전,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무한도전> ‘공개수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추격전이 아닌가 하고 생각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다른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독특한 상황 설정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공개수배는 마치 비슷한 제목의 범인 추적 대국민 프로그램처럼 기획되었다. 실제 부산의 형사들이 추격전에 투입되었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이들 형사들로부터 탈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부산이라는 실제 공간과 그곳의 형사가 투입됐고 게다가 부산 시내 곳곳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에 갖가지 죄목으로 쫓기는 범인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라면 이건 마치 미국의 <캅스> 같은 경찰이 실제 범죄현장을 덮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처럼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이 리얼리티쇼는 절묘하게도 가상의 상황극과 엮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추격전이 가진 긴박감과 동시에 웃음까지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실제 형사들이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추격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고, 한편 그렇게 쫓기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형사들에 의해 붙잡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만찮은 저항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잡혔다가 몰래 도망친 박명수나 정준하에 대해 형사들도 혀를 찼다. 물론 그건 실제 수갑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간 여러차례의 추격전을 통해 얻게된 노하우가 빛을 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와 단단한 체력과 순발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물리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역대급이었던 건 방공호로 마련되어 있던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치 미로처럼 생긴 그 특별한 공간은 이번 추격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역시 추격전에도 또 웃음에도 베테랑이었다.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아 옛 해사고에 휴대폰을 찾으러 간 유재석은 들려오는 음산한 벨소리에 여러 차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이거 공포특집이야라고 말해 보는 이들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광희는 의외로 추격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소심한 성격은 추격전에서는 주도면밀함으로 드러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좁은 공간에 숨어 형사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괜찮았다 여겨지는 건 이것이 예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웃음과 긴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적으로도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본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팬심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그 과정을 프로그램은 시민의 제보로 편집해 넣었다. 즉 시민의 제보 하나가 범인 검거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 프로젝트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부산이라는 공간과 특유의 부산사투리가 이 추격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 많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특유의 부산사투리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최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시작했던 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는 이 추격전이 하나의 리얼 상황처럼 특정 현실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다. 리얼과 가상이 적절히 조화되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나들며, 게다가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더한 이번 공개수배는 그래서 또 하나의 추격전 레전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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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캅>의 균형 맞춰줄 손호준-이다희 콤비

 

SBS <미세스캅>의 추동력은 최영진(김희애)에게서 나온다. 엄마이자 형사인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비리에 연루된 상사와의 갈등, 아줌마 특유의 촉을 보여주는 수사는 물론이고,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의 출소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모두 최영진의 역할이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이처럼 최영진의 역할은 이 드라마에서 절대적이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한 사람의 힘으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의 다양한 곁가지 잔재미들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 각종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은 그래서 피해자들의 이야기까지 덧붙여져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드라마가 시종일관 무거워서는 곤란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미세스캅>에서는 적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최영진이 다시 강력계로 돌아와 팀을 꾸리게 되면서 새로운 케미를 보여줄 인물들을 구성해 넣었기 때문이다. 한진우(손호준)와 민도영(이다희)이 그들이다.

 

도무지 앞뒤가 꽉 막힌 것처럼 고집을 피우고 생각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한진우가 이 팀의 손발과 같은 존재라면 민도영은 행동하기 전에 먼저 꼼꼼히 따져보고 생각하는 머리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이 의견대립을 보이고 부딪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대립에서 기대되는 또 하나는 의외로 피어날 케미다. 같이 현장을 뛸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대립하게 될 것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서로를 보완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미세스캅>에서 의외로 달달한 멜로와 웃음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스캅>은 자못 진지한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시스템의 부조리와 자본의 갑질 그리고 정의의 문제는 물론이고, 이를 사수하는 과정에서 워킹맘이 보여주는 일과 가정의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의 문제들을 건드리면서 결코 가벼워질 수 없는 드라마다. 그러니 그 중심을 세워주는 최영진이라는 인물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

 

대신 그런 잔재미들을 채워주면서 동시에 가족 같은 팀이라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존재들로서 한진우와 민도영이라는 캐릭터는 중요하다. 여기에 최영진과 우정인지 애정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박종호(김민종) 계장과 최영진의 든든한 오른팔인 재덕(허정도)도 빼놓을 수 없는 팀의 일원이다.

 

그 연기를 보여줄 손호준과 이다희는 둘 다 늦게 주목받은 연기자들이다. 외모로만 보면 아직도 창창한 20대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나이 서른을 갓 넘긴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최근 들어 <삼시세끼><진짜사나이 여군특집>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각각 주목받은 두 사람. 연기를 통한 이들의 의외의 케미는 <미세스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요소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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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표현을 안 해 더 절박해진 사랑이라니

 

<무뢰한>은 독특한 멜로다. 사실 멜로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이게 실제로는 멜로의 실체라는 생각도 든다. 어딘지 달달하기만 한 멜로는 너무 관습적이기도 하고 그것이 실제 현실을 담아낸 듯한 느낌은 거의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본래 그렇게 비현실적인 거라고? 맞는 얘기지만 그 비현실이 달달함으로만 구성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결정들을 내리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사랑은 그 진면목을 드러내는 법이니 말이다.

 

사진출처: 영화 <무뢰한>

강력계 형사와 범죄자의 여자. 이 둘의 조합은 너무 뻔한 장르물의 한 틀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뻔해서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단순하다. 형사가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범죄자의 여자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 하지만 이런 단순한 한 줄의 해설은 이 영화가 전해주는 기묘한 감정과 정서들을 전혀 담아낼 수 없다. 그것은 영화 속에 한 번 푹 담가져야 이해할 수 있는 감정들이다.

 

사람의 감정은 복합적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감정은 때로는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엉뚱한 표현이기도 하다. <무뢰한>이 그렇다. 여기 등장하는 형사 재곤(김남길)과 범죄자의 여자 혜경(전도연)은 마치 마음의 문을 누군가 들어올까 무섭다는 듯 꼭꼭 닫아 잠근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의 삶은 그래서 사적인 감정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직업적인 모습들로만 표현되는 삶이다. 재곤은 그 지긋지긋해보이는 형사질로서만 자신을 드러내고, 혜경은 범죄자의 여자로서 때론 퇴폐적이고 때론 아련해 보이는 단란주점 마담으로서만 존재를 보인다.

 

그런데 이런 남녀가 만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진짜 속내는 저 밑으로 꾹꾹 눌러놓고 괜스레 주변만 빙빙 돌며 서성대는 재곤은 그래서 그것이 사랑의 설렘 때문인지 아니면 형사로서 그녀를 예의주시하는 직업적 태도 때문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사도 거의 없거나 몇 마디 툭툭 던지는 것으로 끝내는 이 인물은 그래서 영화의 끝까지 진심을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이것은 혜경도 마찬가지다.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내면화하고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 바로 그녀다. 그녀에게는 심지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낯설다. 그런 그녀에게 재곤이 불쑥 들어온다. 그런데 그것이 사랑인지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랑처럼 보였던 것이 금세 그걸 뒤집어버리는 재곤의 허허로운 거짓말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녀 역시 드러냈던 진실을 숨겨버리고 본래 가면의 그녀로 돌아가버린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과 사랑은 전혀 지금까지 우리가 멜로에서 봐왔던 그런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무뢰한>이 한 편의 하드 보일드한 스릴러나 형사물처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처럼 형사물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건 저 두 남녀가 사랑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삶 속에 갇혀 있다.

 

이것은 <무뢰한>이란 영화가 식상한 멜로로 흐르지 않고 어떤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처한 극한 상황이 아닐 뿐, 우리 역시 철저히 일을 위한 가면을 쓴 채 일터로 나간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처한 일터란 칼과 주먹만 안 들었을 뿐 저 <무뢰한>들의 세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 곳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곳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어쩌면 그래서 <무뢰한>은 더 이 시대에 현실적인 사랑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허공으로 몇 센티씩 붕붕 떠오르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저 밑으로 자꾸만 내동댕이처지는 바닥의 사랑이다. 그들이 감정을 잔뜩 숨긴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통을 참아내려는 얼굴들이 못내 마음을 쿡쿡 찌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떤 공감과 각성이 생겨난다. 우리 역시 <무뢰한>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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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평범함을 가장 잘 연기해내는 배우

 

그는 <아저씨>의 원빈처럼 멋지게 달리지 못한다. 베테랑 스타 형사지만 달리는 폼은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 같다. 원빈은 <아저씨>라는 작품에서 전혀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지 않지만, <악의 연대기>의 베테랑 스타 형사를 연기하는 손현주는 오히려 편안한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점은 아마도 손현주라는 배우가 관객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일 것이다.

 

사진출처:영화<악의 연대기>

드라마 <추적자>는 그의 이런 친근한 이미지가 서민들의 정서와 만나면서 폭발한 드라마였다. 백홍석이라는 형사였지만 그는 형사라기보다는 한 평범한 아빠에 가까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무참한 죽음을 발견한 그는 아저씨 같은 몸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 힘겨움과 절박함이 오롯이 시청자들에게 느껴졌다.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가 연기하는 최창식 반장은 같은 형사지만 백홍석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그는 한 때 백홍석 같은 순수한 인물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권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아줄이 거의 손아귀에 닿을 즈음 그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건이 터진다. 무슨 일에선지 그를 죽이려 하는 인물과 사투를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

 

그가 백홍석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것은 정당방위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맨바닥을 굴러 어렵게 올라선 자리에 서게 된 최창식 반장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안에서 조금씩 생겨난 악의 씨앗들이 어느 순간 표면 위로 솟아오른 것일 게다. 선과 악의 경계는 그렇게 얄팍하고 어떤 계기에 의해 불쑥 그 얼굴을 내민다. <악의 연대기>는 바로 저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의 수송담당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 관한 글에서 쓴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악인의 얼굴? 그런 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악의 연대기>라는 영화의 최창식 반장 역할에 손현주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는 심지어 악역을 연기하고 있어도 어딘지 짠한 느낌을 주는 그런 배우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여전히 옆집 아저씨 같은 그 모습과 때로는 동료들을 동생들처럼 끔찍이 챙기는 따뜻함을 가진 인물. 최창식 반장에서는 저 손현주라는 배우가 가진 인간적인 냄새 같은 것이 묻어난다.

 

<악의 연대기>는 꽤 잘 짜여진 영화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긴박하게 만드는 장본인은 바로 손현주라는 배우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악역이지만 이상하게 관객들은 그 악역이 범죄를 은폐하려 하는 그 시도들을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걱정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러면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물에서 인물에 이런 몰입을 하게 해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어떤 역할을 하든 일단 심정적인 동조나 동정을 하게 만드는 건 손현주의 연기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가 과거 누군가의 평범한 남편 같은 역할에서 완전히 다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그는 여전히 그 평범함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연기자다. 다만 다른 역할이라는 옷을 바꿔 입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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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경찰청사람들>의 아쉬움

 

MBC <경찰청사람들>이 돌아왔다. 16년 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프로그램. 당시에는 이 <경찰청사람들>의 형사들이 하는 인터뷰 말투(거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가 세간에 화제가 됐고 심지어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할 정도였다. 갖가지 실제 사건들을 재연 방식으로 보여줬던 프로그램이다.

 

'경찰철사람들2015(사진출처:MBC)'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은 어땠을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여전히 재연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거기에 단지 현역 경찰들을 스튜디오로 출연시켜 그 사건을 추리하게 했다는 것을 빼고 나면 그다지 진화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이런 현역 경찰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사건을 추리하는 포맷은 이미 JTBC에서 201212월에 했던 <당신을 구하는 TV, 우리는 형사다>에서 시도된 바 있다. 구성이나 스튜디오 연출은 <우리는 형사다>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경찰청사람들>이 첫 회에 다뤘던 두 개의 사건도 그리 낯설지 않다. 사채업자에 몰려 결국 돈 때문에 아내까지 살해하는 남편의 이야기나 회사의 경영권을 쥐기 위해 남편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병동에 감금시키는 아내의 이야기. 이미 어디선가 봤던 소재들이다. 추리 형식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쉽게 결말이 노출되는 아이템을 세운다는 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경규가 메인 MC로 투입되어 있지만 그 역할도 모호하다. 그저 스튜디오에서의 진행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던지고 받는 역할만을 한다면 굳이 이경규 같은 인물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출연자로 등장하고 있는 경찰들은 직업적 특성상 조금은 경직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스튜디오 토크의 긴장감을 살리는 연출적 기법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추리 방식을 가져오면서 그저 사랑방 토크식으로 흘러가는 건 이 프로그램을 밋밋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의아하게 여겨지는 건 <경찰청사람들>이 왜 리얼리티쇼 방식을 추구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16년 전 <경찰청사람들>은 해외의 리얼리티쇼 트렌드에 의해 나왔던 프로그램이다. 이미 <캅스>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나오던 시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정서적인 불편함이 존재했기 때문에 완전한 리얼리티쇼 방식은 구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재연 방식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이제는 우리도 관찰카메라라는 이름으로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시 <경찰청사람들>이 돌아온다면 본래 어울렸던 그 리얼리티쇼 방식을 시도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이것이 여전히 지상파에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의 방식은 너무 방송 편의성에만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장성이 하나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과거 16년 전 <경찰청사람들>이 갖고 있던 우리식의 정서라도 이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경찰청사람들>이 당대에 화제가 됐던 것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거기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범인 잡는 형사들이라고 해도 한 가족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인 그들의 모습이 보였고, 또 범인들도 때로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있었다.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을 보며 왜 옛날이 그립지하고 느끼는 것은 이런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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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묻다, 정부는 믿을 만한가

SPECIEL 2014.04.24 11:34 Posted by 더키앙

대중문화에 투영된 정부에 대한 불신

 

정부는 과연 믿을 만한가. 요즘 드라마를 보다보면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신의 선물 14>은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통령까지 용의자가 되는 상황에 이른다. 처음에는 그저 사적인 유괴사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것이 뒤로 갈수록 거대한 사건과 연루된 일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와 관계된 모든 인물들의 숨겨진 면모들이 드러난다.

 

평범한 변호사인 줄만 알았던 남편은 회사 후배와 불륜인데다 이 거대한 사건과 깊이 연루되어 있고, 그를 도와주는 기동찬(조승우) 역시 조금씩 과거 그가 형을 여자 친구의 살인범으로 증언했던 사실과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진다. 기동찬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아이의 유괴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것이 사형집행을 서두르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쇼라고 추리한다.

 

유괴사건이 거대한 정치적 음모와 연루되는 과정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다루어진 정부의 모습들이 대부분 음모론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추적자> 같은 드라마는 어떻게 권력자들이 비리를 은폐하고 정치를 통한 권력을 쥐려 하는가에 대한 밑그림이 들어가 있다. 대중들은 이 정부와 관련된 음모론을 수긍하면서 그것을 파헤치고 그 음모를 분쇄하는, 현실에는 없는 서민들의 영웅상을 희구하는 중이다.

 

<골든크로스>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상위 0.001%의 집단이 유린하는 우리네 경제를 가감 없이 그려낸다. 드라마라고는 해도 이 풍경은 IMF 이후 외자들이 대거 들어와 국내의 멀쩡한 기업들까지 사냥했던 실제 상황들을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에서 정부의 고위층이란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내의 건실한 기업을 저평가시켜 싼 가격에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챙기는 이들로 그려진다.

 

<쓰리데이즈>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그를 통해 어마어마한 무기를 판매해 이득을 챙기려는 무기거래상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들은 긴장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을 동원해 양진리에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제2IMF를 만들어 그 반사이익을 거둬가려는 시도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의 정관계 인사들 상당수가 돈에 매수되어 무기거래상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골든크로스><쓰리데이즈>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은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일들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실체가 아닌 숫자로만 세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크로스>에서 회사 하나가 헐값에 넘어가면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남는지만 알았지, 그로 인해 파산한 회사가 파탄 내는 가족들의 면면은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이것은 <쓰리데이즈>의 양진리에서 희생된 무고한 양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건, 사고 초기 전원 구출 발표 같은 어처구니없는 오보에 이어 구조자와 희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했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만일 그 숫자가 누군가의 아들 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발표 하나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대중문화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부에 대한 불신. 그것이 지금의 대중정서이고 그걸 자초한 건 지금의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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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

 

“내 딸이 죽었어요.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내 딸이 죽었어요." 결국 성 폭행범을 제 손으로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보고싶다>의 보라 엄마(김미경)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아마도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을 게다.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라며 통곡한 또 다른 피해자 수연(윤은혜)의 어머니 김명희(송옥숙)의 절절한 말은 또한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보라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었을 게다. "나 대신 해준 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 거 같아 미안하고.."

 

'보고싶다'(사진출처:MBC)

<보고싶다>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멜로처럼 여겨지게 만들지만(또 멜로가 전면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절절한 그리움 속에는 깊은 아픔이 깔려 있다. 성 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한 것처럼 은폐되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수연 엄마 김명희와 수연을 사랑하는 정우(박유천)는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연을 끌어안고 살아온다. 무려 14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은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담벼락에 새기고 또 새겨서 점점 더 선명해진 ‘보고싶다’라는 글자처럼 그것은 긁고 또 긁어서 지워지지 않은 상처처럼 더 깊어졌다.

 

세상이 이토록 끔찍한 데 한가한 사랑타령이 가당키나 할까. <보고싶다>가 우리네 멜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그 많은 신데렐라들과 그만큼 또 많은 변형된 왕자님들을 또 세우지 않는 건 그런 이유다. 거기에는 신데렐라 대신 성 폭행의 후유증으로 과거를 의식적으로 지우고 살아가려는 피해자 수연이 있고, 왕자님 대신 그 피해자 수연을 하루도 잊지 않고 14년 간 그리워하며 찾아다닌 형사 정우가 있다.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조합이 피해자와 형사의 조합으로 바뀌게 된 것.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법 정의의 문제는 멜로에서조차 끔찍한 현실을 끌어낸다.

 

<보고싶다>가 절묘한 지점은 이처럼 멜로와 사회극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우가 형사로서 범인을 추적하고 또 그 오랜 세월동안 수연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사라진 수연을 찾기 위해 정우가 14년 전에 집을 나왔다는 얘기는 그래서 수연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지금껏 찾아다녔다는 것. 너무나 아파서 과거의 이수연을 부정하고 조이로 살아가려는 그녀지만, 정우는 그 아픈 기억을 오히려 지워버리려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는 것.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몇 년 감옥 생활을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그 범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얼마나 깊은 절망에 빠질까. 보라 엄마의 “내 딸이 죽었어요”라는 절절한 말에는 그 깊은 상처가 묻어난다. 14년 만에 자신의 딸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도 그 끔찍한 과거를 묻고 조이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딸에게 “그래 난 오늘 너 본적도 없는 거야.”라고 말하며 맨발로 도망치는 수연 엄마 김명희의 애절한 모성애. 그토록 긴 세월을 미친 놈처럼 수연을 그리며 그녀를 찾기 위해 살아온 정우의 마음은 또 어떻고.

 

<보고싶다>는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누군가는 자살한 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누군가는 그토록 그리웠던 딸을 찾고도 그 아픔을 지워주기 위해 기꺼이 딸 앞에서 사라져주며, 누군가는 14년이란 긴 세월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미친 놈처럼 그녀를 찾아 헤맨다. 물론 <보고싶다>는 본격적으로 이 성 폭력이라는 사회 정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이 문제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이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깊은 아픔을 우리 눈앞에 세워두고 공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싶다>라는 다분히 멜로적인 뉘앙스로 다가왔던 제목은 어느새 그 앞에 성 폭력과 잘못된 법 집행으로 희생당한 무수한 피해자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남은 가족들의 그 지울 수 없는 보고 싶은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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