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 화제성까지 가져간 ‘하얀거탑’, 드라마 관계자들 반성해야

어째서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 재방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걸까. 11년 전 드라마를 다시 틀어주는 건 MBC 파업의 후유증으로 인해 결방된 월화극을 채우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재방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만만찮다. 

첫 회 시청률도 4.3%(닐슨 코리아)로 낮은 편이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타방송사 드라마와는 격차가 있다. KBS <저글러스>가 8.2%, SBS <의문의 일승>이 7.7%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얀거탑>이 재방 드라마인 걸 감안하고 보면 이만한 성적과 특히 여기 쏟아지는 화제는 결코 작다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된 건 지금 현재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월화극은 어디에 채널을 고정시켜야 할지 확실한 승부수를 찾기 어려운 드라마들로 배치되어 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저글러스>만 봐도 그렇다. 비서와 상사 사이의 직장 내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보다도 더 퇴행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저글러스>의 여성 캐릭터만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능동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내 연애가 들통 나며 갖가지 오해와 추문이 생겨나는 위기를 맞이한 좌윤이(백진희)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울며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남치원(최다니엘)이다. 이건 신분을 속이고 비서로 입사했다 상사에게 들통 난 왕정애(강혜정)도 마찬가지다. 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본인이 아니라 그의 상사인 황보 율(이원근)이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는 물론이고 기승전멜로 같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드러난다. 어찌 보면 직장 내의 성차별이나 권력 다툼 같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충분한 드라마지만, <저글러스>는 그런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사회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 차원(멜로)으로 넘어서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11년 전 <하얀거탑>이 처음 방영됐을 때도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전문직이라고 내걸고는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라거나 ‘가운 입고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이른바 의학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기승전멜로의 틀로 장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멜로드라마였다는 비판을 받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얀거탑>은 그래서 당시 이런 환경 속에서 우뚝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온전히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에만 집중해 장준혁(김명민)이라는 천재 외과의사의 성공을 향한 무한질주와 좌절에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11년 후인 지금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지는 관심과 호평은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그건 마치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이 무려 11년 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상파 드라마들을 보면 새로움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한 선택 안에서 어딘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격 장르물 같은 시도들이 잘 보이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진 관심은 어찌 보면 그 반작용처럼 보인다. 11년 전에도 나타났던 그 반향이 지금도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상파 드라마의 관계자들은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듯싶다.(사진:MBC)

‘무도’, 무조건 아닌 비판적 지지 보내는 두 가지 이유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준비하는 ‘무도의 밤’ 특집은 사실상 멤버들이 저마다 하는 개인특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운 방송을 만들라는 김태호 PD의 주문에 따라 멤버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 특집들을 준비했다. 흥미로운 건 멤버들이 만드는 코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가장 두드러진 건 박명수가 만든 방송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다. 사전에 ‘유재석 섭외권’을 얻은 박명수는 유재석을 아바타로 내세워 이른바 ‘AI 개그’를 선보였다. 길거리에서 아무 시민들에게나 다가가 박명수가 시키는 대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너. 하지만 반응은 영 떨떠름했다. 과거 폭망의 대표적 사례였던 ‘웃음사냥꾼(웃음사망꾼이 된)’의 AI 버전 정도랄까.

그래서 박명수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올라가 신선한 공기를 공수해오는 이른바 ‘프레쉬맨’ 특집으로 아이템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코너를 이끌어가는 건 박명수가 아니라 유재석이었다. 특유의 체력으로 성큼 성큼 한라산을 오르는 유재석과 달리 박명수는 너무 힘들어 심지어 욕을 하기도 했고, 오르다 벌렁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평소 같으면 그것이 박명수의 캐릭터라고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내 한수민의 방송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겹쳐지면서 박명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 날 박명수가 보여준 방송분은 웃음이 아닌 ‘노잼’인데다, 노력도 안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게 됐다. 특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유재석의 성실함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은 이러한 비판여론을 더 가중시켰다. 

반면 하하가 기획한 ‘작아파티’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단 지난 ‘예능 연구소’ 특집에서 하하가 만났던 ‘꼬꼬마 친구들’ 유병재, 양세형, 쇼리가 다시 모여 ‘키 작은 이들을 위한 파티’를 계획했고, 그래서 키 작은 연예인들 섭외에 나섰다. 이성미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태양도 섭외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코너가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한 건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워너원의 하성운을 섭외하는 과정이었다. 워너원의 연습실을 전격 방문해 키가 작아도 확실한 실력으로 자신감을 뽐내는 하성운의 모습을 집중 조명해줬고, 다른 멤버들이 심지어 키가 작아 그렇게 ‘작아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하성운을 부러워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물론 이런 기획이 <무한도전>에서 새롭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이전에도 외모 등을 통해 그것을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는 파티를 방송으로 만든 전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키라는 접근은 하하가 단독으로 하는 코너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레게를 좋아하는 그와 잘 어울리는 ‘파티’라는 개념도 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하성운의 등장이 이 기획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번 ‘무도의 밤’ 특집에서 이처럼 멤버별로 호불호가 갈린 건 최근 <무한도전>에 대한 달라진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거의 모든 것들이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 멤버별로 또 그 때 그 때의 아이템 별로 그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점은 최근 언론 적폐청산에 대한 비판여론들이 커지면서 MBC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호 PD도 참여의사를 밝힘으로서 9월 총파업이 예고되고 있는 시점, <무한도전>의 팬들은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마음과 방송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부딪치고 있다는 것. 이런 MBC의 상황 역시 무조건적 지지가 아닌 비판적 지지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에 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안티 사라지고 호평만 남은 이효리·김희선, 뭐가 달라졌나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최근 이효리와 김희선, 이 두 인물에 대한 대중들의 호평이 쏟아진다. 한 때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던 만큼 비판도 적지 않았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은 거의 호평 일색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효리는 4년 만에 돌아와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JTBC <효리네 민박>으로 시청자들 앞에 얼굴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녀가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반색했고, 그렇게 방영된 <무한도전>과 <효리네 민박>에서의 편안하고 털털한 그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이런 호평이 쏟아진 건 다름 아닌 그 제주에서의 생활이 그녀에게 부여한 자연스러움 덕분이다. 물론 그간 간간이 SNS 등을 통해 보여진 그녀의 달라진 일상이 이미 화제가 되곤 했었지만, 실제로 달라진 그 모습은 과거 섹시 아이콘에서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전하는 가수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직접 쓰고 작곡한 곡들로 채워진 새 앨범의 선 공개곡 ‘서울’은 발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가능한 것만 꿈꿀 순 없다”는 어록(?)을 남긴 이효리의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음악과 조응하는 면이 있었다. 나이 들어가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더 깊어진 생각들이 음악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가수란 노래와 삶이 떨어질 수 없는 것이란 걸 이효리에 대한 호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희선 역시 마찬가지의 행보다. 과거 김희선이라고 하면 그 출중한 외모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심지어 연기력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희선은 어딘가 과거와는 달라진 면면들이 묻어난다. 우아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품위’와 함께 어떤 ‘인간적인 면모’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들이 그녀의 연기를 통해 제대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품위있는 그녀>가 갖고 있는 박복자(김선아)와 우아진의 팽팽한 대립구도가 만들어내는 힘일 수 있다. 하지만 박복자와 대적하면서, 때로는 이 강남 사회의 허영을 즐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현대판 계급을 방불케 하는 갑을 구조 안에서 을에게도 어떤 예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런 다층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려던 그녀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무너지는 모습은 또 얼마나 절절한가.

김희선에게서도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늘 시대의 아이콘으로만 지칭되었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이제 그녀는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모습에 제대로 제 모습을 꺼내놓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맡은 배역에 투사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움. 그것이 외모에 가려지곤 했던 김희선의 연기가 도드라지게 한 원인이다. 

국내에서 여성 연예인들은 배우든 가수든 그 생명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그건 그간 방송이 이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표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수 이효리나 배우 김희선이라는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원숙해진 그 자연스러움을 갖고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 상황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회적 편견들 속에서 뒤틀어졌던 모습들이 오히려 편안해지면서 드디어 드러나게 된 진가랄까. 이들의 성과가 그들만의 성과 그 이상의 가치로 느껴지는 이유다.

‘피고인’과 ‘역적’, 시청률과 호평 왜 따로따로 놀까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시청률이 갈수록 치솟는다. 7회 만에 20%를 넘기더니 8회에는 22.2%(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압도적 시청률만큼의 호평은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매회 기억을 잃은 박정우(지성)가 그 망각의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단서 하나씩을 얻어가는 이야기 구조는 고구마 전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게 만든다. 게다가 그 박정우를 제거하기 위해 쌍둥이 형을 죽인 살인자이자 그 사장 자리를 꿰찬 재벌3세 민호(엄기준)가 감옥, 그것도 박정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는 설정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피고인(사진출처:SBS)'

그런데 어째서 <피고인>은 이런 개연성을 깨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치솟는 걸까. 그건 박정우라는 인물이 겪는 고통에 시청자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여기에 지성의 연기는 절대적이다) 예상을 깨는 스토리가 주는 반전 효과의 힘이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박정우가 같은 감방에서 도와줘 풀려난 성규(김민석)가 갑자기 자신이 그의 딸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알고 보니 그가 차마 그의 딸을 죽이지 못하고 데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또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이라고 해도 재벌3세가 사형수를 직접 제거하기 위해 감옥을 저 스스로 찾아들어온다는 설정의 이야기는 나가도 너무 나간 느낌이다. 즉 이것은 <피고인>이 시청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더 센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시청률은 오른다. 개연성을 파괴하는 이야기만큼 자극적인 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호평이 따를 수는 없다. 

반면 MBC 월화드라마 <역적>은 연일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비해 시청률은 10%에서 답보 상태다. 경쟁작이 <피고인>이기 때문에 이 시청률은 물론 <피고인>과의 대결구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적>의 이야기는 그 세세한 면들을 들여다보면 홍길동전을 재해석한 요소들이 많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런데도 왜 시청률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걸까. 

<역적>은 사극의 틀을 갖고 있지만 굉장히 진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모개(김상중)라는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고 면천되어 잘 살아가는 모습은 체제 반항적인 이 사극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준다. 무엇보다 홍길동이 반쪽 양반의 피를 물려받은 서자가 아니라 순수 노비 아모개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역적>이 갖고 있는 계급성을 분명히 한다. 아모개가 길동에게 장수가 되라고 하고, 그의 형인 길현에게는 과거시험을 보라고 하지만, 그들이 모두 이를 거부하고 방물장수가 되고 아버지 일을 돕는다는 이야기도 기존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드라마의 의지처럼 읽힌다. 

그래서 <역적>은 요즘 같은 시국에 더 많은 호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금수저 흙수저 하지만 흙수저들이 금수저의 시스템에 편입되기보다는 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청자들을 공분케 하는 악역으로 등장한 참봉부인 박씨(서이숙)의 면면들은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충”을 내세우며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아모개와 그 식솔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현재의 ‘애국’을 내세워 진실을 외면하려는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역적>은 이처럼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들과 그 속에서 시스템을 거부하고 스스로 역적이 되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현재의 시청자들로 하여금 호평을 쏟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는 건 아무래도 사극의 주시청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수적인 장년층들에게는 드라마가 너무 리버럴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호평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많지만, 역시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란 보수적인 장년층의 힘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보수화되어버린 MBC의 이미지 역시 <역적>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시청률은 <피고인>이 가져갔지만 호평은 <역적>에 쏟아진다. 물론 완성도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피고인>도 <역적>도 근본적으로는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고한 이들이 감옥에 들어가거나 고초를 겪는 상황이 어째서 현대극인 <피고인>이나 사극인 <역적> 모두에서 등장하고 있을까. 시청률과 호평은 따로 놀고 있지만 두 드라마의 정서적 지반이 비슷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가운 신인 양세종·박혜수, 호평도 혹평도 자양분 삼아야

신인 연기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할 수밖에 없는데다 배역 또한 존재감 있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나란히 등장한 신인, 양세종과 박혜수는 다르다. 그들은 신인이지만 꽤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박혜수는 사임당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았고, 양세종은 그 시절과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겸 역할과 현대로 넘어와 서지윤(이영애)과 과거 사임당의 행적을 추적해가는 조교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두 신인배우들이 모두 최근 들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혜수는 <K팝스타>로 먼저 얼굴을 알렸지만 SBS <용팔이>에 출연한 후 JTBC <청춘시대>에서 호평을 받았고 tvN <내성적인 보스>에선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양세종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SBS <사임당>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러 작품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박혜수의 경우, <내성적인 보스>와 <사임당> 모두 연기력 논란을 겪고 있다. 차분한 역할로 <청춘시대>에서 받았던 호평과 달리 활달한 성격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내성적인 보스>에서는 연기의 과잉을 지적받고 있다. <사임당>의 경우도 비슷하다. 쉽지 않은 사극 연기인데다, 발성에 있어서 아직까지 준비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어린 사임당이 이겸과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다른 남자와 혼인을 맺는 그 비극적 상황에서 그래도 괜찮은 몰입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약점과 강점을 정확히 알고 여러 연기를 경험해가며 부족한 점들을 채우는 것이 신인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반면 양세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거대병원 원장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서려는 도인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이기적인 면면을 가진 그가 차츰 강동주(유연석)와 함께 동료의식을 배워가고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과정을 잘 소화해냈다. 

<사임당>에서도 양세종은 신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1인2역을 해내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서는 이겸이라는 풋풋하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을 소화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훨씬 더 신세대에 가까운 가벼운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서지윤과 선후배 관계지만 미묘한 멜로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양세종의 강점은 무엇보다 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잉되게 밖으로 무언가를 표현해내려 하기 보다는 안으로 감정을 꾹꾹 눌러 표현할 줄 안다. 

평가는 엇갈리게 되었지만 박혜수도 양세종도 신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평가는 어쩌면 배역에 따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느냐에 따라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건 신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요즘처럼 신인배우 찾기가 어려운 시절에 이런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자양분 삼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예술혼과 진심이 느껴지는 나홍진 감독의 집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 수치는 여기서 머물 것 같지 않다. 영화의 특성 상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고, 칸느에서의 호평 덕분에 영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영화 <곡성>

하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곡성>처럼 쉽지도 않고 또 보기 편하지도 않은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관객들의 발길을 <곡성>으로 향하게 했던 걸까.

 

그 첫 번째는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는 포스터 문구가 역설적으로 보여준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데 대중적 관심은 분명 있었고, 시사회를 통해 드러난 평들은 이 작품이 문제작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게 만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통해 <곡성>에 대한 여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은 이 영화의 훌륭한 미끼가 되어주었다. 대중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갔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남는 궁금증 때문에 분분한 의견들과 해석이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을 만들었다. 미끼가 또 다른 미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미끼를 던졌다고 해도 영화가 나름의 진정성을 갖지 못했다면 관객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졌을 것이다. <곡성>은 그러나 단지 관객들을 미궁 속에 빠뜨려 허우적대는 걸 즐기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도 말하듯 우리네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주인공인 종구(곽도원)에게서 느껴지는 연민의 감정이다. 처음에는 시골 동네에 있는 겁 많은 경찰로 바로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오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가족의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이 정도의 피가 튀기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나홍진 감독이 영화에 기울인 진심이 깊다는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은 그래서 <곡성>을 통해 인간 존재와 구원 혹은 그 한계에 대한 진심어린 질문을 던졌고,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느껴졌다는 것이다.

 

종교를 통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먹물들의 자의식 강한 영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그렇지 않았다. 쉽게 현혹되고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그리면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도 기꺼이 이 미궁 속에서 종구라는 인물의 혼돈에 빙의될 수 있었다.

 

결국 예술혼이란 작가의 진심이 얼마만큼 담기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곡성>은 어려운 문제지만 에둘러 가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간 감독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남는 미진함이 허탈감이 아니라 감독이 끝까지 던진 질문으로 여겨지게 된 건 3시간 가까이 보여준 영화의 집념 덕분이다. 500만 관객은 그것이 통했다는 걸 말해준다

<내부자들>의 성취와 이병헌에 대한 호불호는 별개

 

영화 <내부자들>에 대한 관객 반응은 뜨겁다. 개봉 첫 주에 16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청불 영화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고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지금이 영화 비수기로 불리는 시기라는 점이다. 이런 시점에 <내부자들>이 이런 결과를 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영화<내부자들>

<내부자들>은 확실히 이런 기록을 낼만한 영화적 성취를 갖고 있다. 그 첫 번째 힘은 윤태호 원작이 갖는 그 스토리에서 나온다. 이미 <베테랑>에서 우리가 확인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 현실 속에 상존하는 권력의 부조리에 대한 대중들의 공분은 깊다. <내부자들>은 이 부조리의 심층부를 모두 도려내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정계, 재계, 언론계, 법조계가 <내부자들>의 도마 위에 오른다. 그것만으로도 대중들은 반색할 만하다.

 

두 번째 힘은 이런 스토리를 실제처럼 만들어버리는 연기자들의 빈틈없는 연기다. 백윤식이나 이경영, 조승우, 이병헌까지 착한 역할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욕망의 질주를 보여주는 연기들은 보는 이들을 공분하게도 하고 때로는 통쾌하게도 만든다. 이 정도면 악역 연기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흥미로운 건 <내부자들>의 이런 성공과 함께 솔솔 피어나고 있는 이병헌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마치 <내부자들> 하나로 그간 이병헌에게 쏟아졌던 비난들이 모두 잠재워지기나 한 것 같은 호들갑이다. 성급하게는 이제 모든 액땜을 한 이병헌이 <내부자들> 한 편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영화고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영화에 대한 호평은 당연하다. 실로 잘 만들어진 영화니까. 또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마찬가지다. 실로 이 영화 속에서 이병헌은 연기를 잘했다. 게다가 연기를 떠나서 그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악역은 지금 현재의 이병헌에게는 그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연기는 잘 했다고 칭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병헌에게 면죄부가 될 순 없다. 대중들은 여전히 지난 50억 협박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병헌의 행실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건 영화가 성공하든, 연기를 잘했든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침 그에게 딱 맞는 캐릭터가 <내부자들>에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다. 만일 그가 지금 시점에 깡패 역할이 아닌 순애보의 남자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제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대중들이 몰입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의 성공 때문일까. 이병헌은 광고에 공공연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논란이 만들어냈던 그 불편함을 스스로 털어 버린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공조해 언론들도 일제히 이병헌의 재기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 대해 대중들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병헌이 오롯이 연기자로 다시 서게 되는 길은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작품 하나 잘 한 것으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연기자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연기자의 어떤 일상적인 행동이나 태도는 고스란히 그의 연기를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연기는 어찌 보면 그저 만들어서 가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섣부른 샴페인 터트리기보다는 자신을 한껏 낮추고 지금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연기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그런 겸허함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K>의 칭찬과 혹평, 그리고 유희열의 위치

 

지금 하도 많이 칭찬을 받기도 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해서 본인은 헷갈릴 것 같다.” <K팝스타4>에서 유희열은 의외로 이진아의 노래에 대해 혹평을 했다. 그는 제일 별로였다. 솔직하게 이진아의 매력이 없다. 이 곡은 앨범으로 치자면 수록된 10곡 중에 잠시 쉬어가는 9번 소품과 같다고 말했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이진아에게 그 혹평은 강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자작곡 두근두근 왈츠에 대해서도 박진영과 양현석 심사위원은 또 한 차례의 폭풍 칭찬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은 스스로도 자신의 과한 평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는 단서를 붙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곡에 대한 칭찬을 했다.

 

양현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으로서는 오히려 이번 곡이 더 대중적으로 느껴진다고 그는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 속에서도 유희열의 잔뜩 굳어진 얼굴은 이진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이진아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건 박진영이나 양현석 같은 대형 기획사의 의견이 아니라, 작아도 아티스트형 가수들과 함께하는 유희열의 의견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유희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그 아프지만 약이 되는 질책에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현재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위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본래 <K팝스타>대형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이라는 차별점으로 자리매김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10대 참가자들이 유독 많았고, 그렇게 발굴된 이들은 아이돌로서 활동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획사가 양산하는 가수들보다는 점차 아티스트형 가수들에 대한 소구가 생겨난 것이다. <K팝스타>가 탄생시킨 악동뮤지션 같은 팀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유희열의 등장이 신의 한 수로 여겨진 것은 그가 특유의 방송감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대형 기획사들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가진 특징들을 가장 잘 어우를 수 있는 인물로 그는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박진영, 양현석과는 의견을 달리하는것만으로도 <K팝스타>에서의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칭찬과 혹평이 자칫 이들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로 다가오면서다. 특히 이번 <K팝스타4>에서는 유독 천재(?)’들이 흔해질 만큼 과한 칭찬들이 많았다. 물론 그것은 심사위원들의 진심이었겠지만 그런 진심이 받아들여지는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칭찬과 혹평은 타인을 의식하게 만든다. 본래 평가에는 어떤 암묵적인 기준 같은 것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개인적인 취향에 머물 때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혼자 작업할 때는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오디션에 노출되어 누군가에게 심지어 감당하기 어려운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의 과한 칭찬은 오히려 대중들의 반대급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즉 지나치게 과한 칭찬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게 과연 그럴 만 했는가 하는 대중들의 논란이 생겨난 것이다. 이진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이처럼 그녀가 촉발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과한 평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줬다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별로인 사람은 별로로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닥 큰 감흥이 없던 사람들까지 이것은 천재의 음악이라고 강요함으로서 논란은 촉발되었다.

 

유희열의 솔직한 혹평은 그래서 그가 왜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존재하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이진아 같은 아티스트의 입장과 또 대중들의 반응을 대변함으로써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가 가진 과함에 어떤 균형점을 내놓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이진아에게 한 것은 혹평이라기보다는 조언에 가까웠다.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이고, 대형기획사의 상업적 의견들이 개진되는 장이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음악을 하라는 것. 그 말이 이진아에게는 아프면서도 고마운 대목이 아니었을까.

 

화생방 닮은 '진짜사나이', 그 최루와 진정성 사이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여러 차례 해도 도무지 적응 안 되는 것이 화생방 훈련이라는 걸 잘 알 것이다. 물론 유격훈련이든 혹한기훈련이든 야전으로 나가기만 하면 늘 새롭게만 느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이 눈물, 콧물 쏙 빼고 그 안에서 꼭 시키는 어머니의 마음을 부를 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라는 가사에서 울컥할 수밖에 없던 화생방 훈련의 추억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래서일까.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으로 한껏 상승했다 빠져버린 기대감을 신병특집으로 이어가면서 부랴부랴 화생방 훈련의 추억을 끼워 넣었다. 역시 늘 봐도 어쩔 수 없는 그 짠함은 이번 신병특집에서도 여지없이 힘을 발휘했다. 파이터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때때로 여성적인 면(?)을 보여주는 김동현은 화생방 교장 안에 가득한 CS가스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분리한 정화통이 끼워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김동현을 돕겠다고 나선 임형준은 그러나 제대로 끼우지도 못해 오히려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아내 홍은희가 여군특집때 화생방 교장 안에서 의연하게 버티던 모습에 자극받은 유준상은 꿈틀대면 지는 거다라며 고통을 참아냈고, 그 와중에도 주변 훈련병들을 챙겨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에 들떴던 육성재는 훈련을 받고 나서는 할 것이 못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천식이 있어 자신은 정화통을 분리하고 다시 채우는 훈련에서 열외된 문희준은 동료들이 힘겨워하는데 자신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 말 때문에 울컥한 유준상이 눈시울을 붉히자, 그걸 본 임형준은 말문이 막혀 버렸고, 결국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동료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여군특집에서 굳건하게 버텨내던 홍은희와 김소연에게서 느껴졌던 그 뭉클함이 신병특집의 군대 복학생(?)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해병대를 나왔다는 김동현도, 그들이 훈련받고 있는 이기자 부대를 나온 유준상도 신병이라는 딱지를 받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어리버리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임형준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적지 않은 나이들은 그 어리버리함마저 짠함으로 바꿔버린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다. 과연 이 뭉클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군대를 다시 가 체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본다는 것은 짠한 감정을 동반한다. ‘힘겨워도 포기하지 않고 애쓴다는 그 힘겨운 몸들의 언어들은 모든 몸 가진 자들의 똑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억지로 짜낸 땀과 눈물, 콧물은 아닐까.

 

바로 이런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진짜사나이>가 주는 그 짠함과 뭉클함은 하나의 최루성의 신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안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연예인들은 그 노력하는 모습의 진정성이 분명 있다. 그들은 직업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온 몸을 던져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 부재한 한 가지는 이런 눈물 콧물을 빼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진정성이다. 화생방 훈련이 한 번 보여질 때만 해도 마치 꼭 느껴봐야 할 군대 체험의 백미처럼 느껴졌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반복해서 계속 보여질 때 슬쩍 보이는 것은 역시 화생방의 고통을 드러내줘야 시청자들이 주목한다는 제작진의 학습효과다.

 

그래서 화생방 교장 안에서 눈물 콧물을 흘려대며 동료들을 챙기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을 갖게 되다가도, 그 뭉클함이 혹시 저 교장 안에 퍼져 있는 CS가스 같은 자극을 통한 최루성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것은 어쩌면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군대라는 화생방 교장 속으로 들어가 사회에서의 안전한 방독면을 벗고 CS가스 같은 훈련들 속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낸다. 그 최루와 진정성 사이. 그곳이 <진짜사나이>가 서 있는 곳이다. 그렇게 보면 왜 이 프로그램이 그토록 호평과 논란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는가 하는 게 새삼 이해될 것이다.

 

<군도>의 평가와 다른 흥행돌풍, <명량>에 미칠 효과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평점은 6점대까지 떨어졌다. 이례적으로 관객과 평단의 평가가 거의 비슷하다. 항간에는 격한 목소리로 <군도>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겠지만 실상 <군도>의 기획은 엇나간 부분이 없지 않다. 너무 스타일로 폼을 잡다 보니 정작 <군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민중의 정서가 빠져버린 탓이다.

 

'사진출처:영화 <명량>'

만일 민중의 적으로 묘사된 조윤 강동원과 그와 맞서 싸우는 의적 도치 하정우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아니라 봉기하는 민중의 한 사람이었던 장씨 역할의 김성균이 좀 더 부각됐으면 어땠을까. 만일 이 스타일이 잘 빠진 액션 활극을 민중들의 분노와 좀 더 끈끈하게 엮어냈다면 이 작품은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마케팅적으로 보면 4일 만에 2백만 관객 돌파 같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입소문을 타고 그 흥행이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군도>는 그런 점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보고 나온 관객과 평단 모두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가 좋지 않은데도 흥행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것은 이 영화가 적어도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민란의 시대라는 거대한 타이틀이 걸려 있는데다 포스터를 뚫고 나올 듯한 하정우의 강렬한 인상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강동원을 보고 나면 왜 이렇게 평가가 안 좋지?”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드라마라면 계속 이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낮은 평가는 다음 시청률에 반영돼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그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장르다. 또 누군가 재미없다고 해도 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재미있을 수 있는 게 영화다. 그러니 더더욱 타인의 평가가 자신의 기대치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오히려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군도>가 이번 우리네 블록버스터의 첫 발을 끊은 것도 흥행돌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모으는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막 열리는 그 시기에 <군도>가 그 첫 번째 갈증을 풀어주는 영화로 개봉된 것은 마케팅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상황이다. 물론 <트랜스포머3><혹성탈출2> 같은 만만찮은 경쟁작들이 이미 포진했지만 우리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조금 더 높은 편이다.

 

<트랜스포머3>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듯한 인상이 짙고, <혹성탈출2>도 작품은 좋지만 전편만 못하다는 평가도 <군도>에게는 좋은 결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군도>에게도 앞으로 똑같이 해당되는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즉 곧 개봉할 <명량>이 이미 만들어진 기대감 위에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까지 갖게 된다면 대중들의 시선은 금세 <명량>쪽으로 기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도>를 보고 어떤 실망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그 보상욕구로서 <명량>을 찾아볼 가능성도 높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우리네 영화들이 블록버스터인데다가 같은 역사극이라는 점은 이런 상관관계를 만들어낸다. <군도>를 보며 액션활극의 장쾌함은 느꼈을지 몰라도 정서적인 울림을 갖지 못한 관객은 <명량>의 이순신의 대사 한 마디가 엄청난 끌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 대사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울림은 과연 <군도>의 흥행돌풍을 압도할 수 있을까. <명량>의 폭풍전야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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