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김수현,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도 빛난 게스트의 정석

말 한 마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 아마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동력이 아닐까. 하하가 자신의 인맥 자랑을 하다 우연히 김수현과 통화하게 된 자리에서, 볼링이 준프로급이라는 이야기에 “언제 볼링 한 번 치자”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본래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특집의 일환으로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미션에 도전하려 했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무산되자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김수현과의 볼링 대결이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결과적으로 보면 이 김수현 출연은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그 미션 수행보다 더 성공적인 재미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무한도전> 출연으로 인해 김수현에 ‘입덕’했다는 이야기들이 솔솔 피어난다. 잘 생겼지만 어딘지 빈 구석도 내보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김수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반응이 나오게 된 건 그가 단지 잘생겨서만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구처럼 ‘강원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말하는 모습이 우스워서만도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했던 건 그가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스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그 대부분의 목적은 ‘홍보’가 되기 십상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신보를 발매했거나 아니면 드라마 방영이 임박했을 때 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적당히 재미를 선사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들의 홍보용 멘트를 지원하기도 한다. 

김수현 역시 최근 영화를 찍었다. 오는 28일 방영 예정인 <리얼>이 그 영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날의 목적인 볼링에만 집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레인에 가랑이를 벌리고 서고 그 안으로 볼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잡는 묘기를 선사하기도 하고, 무려 50점을 접어주고도 거뜬히 이기는 프로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의외의 웃음을 주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그것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긴 웃음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는 잘 생긴 이 청년에 ‘빙구’ 이미지를 덧붙여줬는데, 그 사투리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겨울 내내 강원도 스키장에서 보내다 보니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의외로 구성진 그 억양을 <무한도전> 멤버들은 베테랑답게 놓치지 않고 집어내어 캐릭터화했다.

던져 놓고 결과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는 이른바 ‘노룩패스’ 역시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어서 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볼링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레인을 확인하는 프로들이 스플릿으로 남은 핀을 대충 스페어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공항 ‘노룩패스’가 화제가 되면서 이 장면 하나 역시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김수현은 전화통화로 그저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켰고 방송에 나와서는 그 목적에 부응하는 볼링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또 한류스타라기보다는 동네의 친한 동생 같은 살가움도 보여줬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덧붙여졌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의도나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 프로그램에만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라니. 시청자들이 기분 좋은 게스트의 정석을 그에게서 발견한 이유다.

'무도', 예능 춘궁기를 넘기 위해서는

역시 시청률 춘궁기는 피해가기 어려운 것일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불안불안하다. ‘국민의원’ 특집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 8.9% 시청률을 내며 뚝 떨어진 바 있고, 박보검이 출연한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으로 10.2%로 반등했지만 이어진 다음 회에서는 김연아까지 출연했지만 9.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반면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은 <무한도전>의 시청률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무한도전>이 8.9% 시청률을 냈던 회차에 <불후의 명곡>은 10.3%를 냈고, 10.2%를 냈던 그 다음 회에는 8.2% 그리고 이번 회에는 10% 성적을 냈던 것. 늘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기록해온 <무한도전>으로서는 2위 기록이 제아무리 춘궁기라고 해도 아쉽게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매해 봄이면 찾아오는 시청률 춘궁기의 성적을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벚꽃이 휘날리고 꽃들이 만발하는 시기, 야외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TV앞에 앉는 시청자들의 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야외활동이 더 많은 젊은 세대와 중년 팬층을 주로 갖고 있는 <무한도전>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불후의 명곡>은 KBS라는 보편적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채널인데다, 프로그램 역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음악 예능이라는 점에서 이런 시기에 오히려 더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도전>이 이런 시청률 추락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국민의원’ 특집에서도 그랬듯이 새로운 아이템의 첫 회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이어진 회차들은 그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 역시 박보검이 출연해 “박보 검나 웃겨!”를 연발하며 봅슬레이를 타고 대결을 벌일 때만 해도 관심이 쏠렸지만 다음 회차에서 다양한 동계 스포츠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느낌을 주었다. 

김연아가 출연한다는 예고편 소식은 그만큼 기대를 한층 높였지만 실제로 출연한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뒷부분에 살짝 토크쇼 정도로 진행됐을 뿐이고 그 내용들 역시 유재석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아침방송’이나 ‘스포츠채널’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김연아의 출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은 반색했을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 특유의 웃음의 포인트들이 그리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 근본적으로 이번 아이템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물론 그건 <무한도전>이 지금껏 쭉 해왔던 일들이지만 어쨌든 시청자들로서는 평창 홍보라는 뉘앙스가 주는 ‘평이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언가 독특하거나 새로운 도전이라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무한도전>은 이 예능 춘궁기 때마다 대놓고 이를 뛰어넘기 위한 ‘독한 미션’들을 수행하곤 했다. 그 위기의식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무한도전>의 존재감을 만들어주었다. 지금 <무한도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 위기의식이 아닐까. 무엇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의미 자체보다는 웃음의 밀도를 더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등래퍼' 장용준, 빗나간 홍보 전략의 치명적 결과

장용준은 Mnet <고등래퍼> 제작진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자리 정말 싫어한다”고 첫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고등래퍼>에 나온 이유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싫어도 방송이 가진 힘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첫 출연에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마치 기획사 아이돌처럼 ‘훈훈한 외모’에 래퍼에 걸맞은 반항적인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랩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스윙스는 대놓고 “회사가 있냐”며 묻고는 없다고 하자 “자신과 얘기하자”고 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등래퍼(사진출처:Mnet)'

하지만 <고등래퍼>에 출연한 장용준은 그 첫 출연이 마지막 출연이 되었다. 그가 출연한 후 과거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되었다. 마치 조건만남을 연상하는 듯한 트윗에 그에 대한 관심만큼 논란은 커졌고 여기에 그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안은 일파만파의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표창원 의원과의 한바탕 소동이 화제가 된 바 있고, 그로 인해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동은 그에게는 오히려 좋은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JTBC <썰전>에 표창원 의원과 함께 출연해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걸 보여줬고 청문회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보수에도 인물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래퍼>에서 그의 아들 장용준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불똥은 장제원 의원에게도 그대로 튀었고 그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 새로 창당한 바른정당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대중들은 마치 장제원 의원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좋은 이미지가 실체가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정당에까지 불씨가 번져나가자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당직에서 사퇴했고, 국민들과의 소통수단으로 활용하던 SNS를 폐쇄했다. 

장용준과 장제원 의원의 이 이야기는 물론 현재 인성문제에 얼마나 대중들이 민감해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이 부자의 불운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인성문제가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하는 만큼, 방송 같은 미디어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굉장히 좋게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걸 한 순간에 잃게 만들만큼 추락시킬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 

사실 <고등래퍼> 측은 문제가 이렇게 비화될지 몰랐을 것이다. 장용준이 장제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히려 장용준에게도 또 <고등래퍼>에도 좋은 홍보의 기회가 될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목은 오히려 ‘홍보의 역류’를 만들었다. 굳이 주목받지 않았다면 장용준의 과거 SNS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사안이다. 또 장제원 의원이 최근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는 인물이 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비판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방송 역시 때론 일정 부분의 노이즈를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 홍보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등래퍼>에서 첫 회에 대놓고 약간의 노이즈로 활용된 건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금수저 래퍼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은 노이즈를 깔아놓고 말미에 그를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노이즈는 그들이 예상치 못한 장용준에게서 불거졌다. 

이런 노이즈는, 물론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충분한 효과를 만들었지만, 너무 큰 파장으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치 여기 출연하는 래퍼들이 다 비슷비슷한 부류인 것처럼 치부되어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도 그의 아들 장용준도 또 <고등래퍼> 프로그램 제작진도 모두 미디어의 힘을 알고 있고 이것을 제대로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전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만일 미디어의 힘에 의해 노출되어 주목받게 된다고 해도 부정적인 어떤 과거사 하나만으로도 ‘홍보의 역류’가 일어난다는 걸 보여줬다. 미디어를 통해 힘을 얻고자하는 이들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바르다’는 표현을 애써 갖다 붙인다고 해도 실체가 바르지 않다면 오히려 역풍은 더 거세질 수 있다.

연기신들 초대해 의자뺏기 놀이? <무도>의 놀라운 자신감

 

정우성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그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모습을 정준하가 과장된 표정으로 흉내 내자 정우성은 되레 정준하의 그 모습을 흉내 낸다. “본인이 잘 생겼다는 거 알고 계시죠?”하는 유재석의 질문에 거침없이 라고 답하는 정우성. 흔히들 잘생김멋짐이 폭발하는 이 배우가 어찌된 일인지 <무한도전>에서는 웃기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는 저도 웃길 수 있어요. 웃기고 싶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고, 그런 색다른 면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실 이번 <무한도전-신들의 전쟁>편은 영화 <아수라> 제작팀 막내들과 했던 경매쇼가 인연이 되어 이뤄진 것이다.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한 자리에 이런 배우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대급이다. 이게 가능했던 건 <아수라>라는 영화에 이들이 모두 출연했고, 이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홍보시점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홍보와는 상관없이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 연기신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이런 역대급 게스트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한 일련의 미션들이 너무나 소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명장면들을 재연해 보여주고, 예능식의 춤 대결로 슬슬 분위기를 고조시키자 이 연기신들의 의외의 면들이 조금씩 드러났다. 정우성은 웃기기 위해 승부근성을 보였고, 황정민은 이에 질세라 춤을 추다 박명수에게 뽀뽀를 하는 무리수로 웃음을 주었다. 곽도원은 의외의 귀여움이 터지며 곽블리라는 애칭까지 갖게 됐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본 게임인 추격전에 들어가기 전에 일종의 적응훈련이라며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의자 뺏기 놀이였다. “쌀과 보리가 자란다-”를 고급진 재즈풍으로 가수가 불러주는 가운데, 의자를 가운데 놓고 돌면서 유재석의 진행에 따라 갖가지 동작들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 언발란스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이게 추격전에 진짜 도움이 되느냐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진지한 모습으로 의자 뺏기 놀이를 하고 있다니.

 

추격전에서는 병정게임을 응용해 누가 왕이 되고 누가 조커가 될 것인가를 두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무한도전> 팀들이 뽑기로 그냥 정하자며 뽑았다가 왕이 마음에 안들고 조커가 마음에 안든다며 무한 반복해 뽑기를 하는 모습 역시 이 추격전이 얼마나 장난스러운 것인가를 잘 보여줬다. 하지만 이 장난스러움을 이런 역대급 배우들과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었다.

 

사실 이 정도의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면 어떤 굉장한 미션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정반대로 나갔다. 굉장하다기보다는 너무나 장난 같은 미션들을 제시하고 그걸 의외로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뽑아냈던 것. 물론 이번 특집이 역대급이 된 데에는 역시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이 예능도 열심히 함으로써 의외의 면면들을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배우들을 데려다 소소한 게임을 시키는 <무한도전>의 놀라운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슈스케>의 부활, 관건은 역시 출연자

 

아마도 잠시 채널을 돌리다 어 슈퍼스타K?” 했던 분들이 많았을 게다. 그만큼 이번 <슈퍼스타K 2016>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의 <슈퍼스타K>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확실히 오랜 시즌을 거듭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오디션 트렌드가 한 물 지나간 요즘, <슈퍼스타K>는 이제 뜨거운 아이템은 아니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린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리산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소년이 시선을 잡아끈다. 시즌3 때부터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김영근이라는 소년. 영 노래 잘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다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어눌함이 오히려 시선을 끄는 건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오디션 준비생들이 그토록 많아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소년 준비한 곡이 예사롭지 않다. 샘 스미스의 ‘Lay me down’. 무반주로 웅얼대는 듯한 시작 부분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다. 분명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의 울림이지만 그 소울은 길이 말한 것처럼 듣도 보도 못한영근이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소년이라는 자막이 그 목소리와 너무나 딱 어울린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려니 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번쩍 떠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샘 스미스의 팝송이 주는 어떤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의심스런 심사위원은 우리 노래를 한 곡 더 청해 듣기로 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웬 걸? 영근이가 부르는 윤종신의 탈진은 그 소울에 가사가 주는 맥락까지 얹어져 더 마음을 쥐고 흔든다. 잠깐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슈퍼스타K 2016>.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 건 영근이 같은 출연자 덕분이다.

 

<슈퍼스타K 2016>은 심사위원도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연자가 노래할 때 오른쪽 하단에 시한폭탄이 돌아가듯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들으며 심사위원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더해져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반주가 끊기고 자동 탈락된다. 아마도 훨씬 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게다.

 

심사위원들도 인원이나 구성이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예전 <위대한 탄생>에서 했던 심사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역시 새로 참여한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와 때때로 각을 세운다.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미쳤다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슈퍼스타K><쇼미더머니>처럼 만드는 인물이다.

 

마치 보스처럼 앉아 참가자들을 동생 대하듯 얘기하는 길은, 리액션에 있어서 거침없고 솔직한 에일리와 마치 삼촌-조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김범수나 김연우는 보컬에 집중한다. 거미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울에 깊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근이가 노래할 때 그녀는 그 친구에게 노래가 어떤 위안을 줬을 지까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울컥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의 변화들이 제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역시 <슈퍼스타K>를 주목시키는 건 출연자다. 지리산 소울을 단박에 보여준 영근이나, 4차원의 가벼움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노래를 할 때는 놀라운 연주 실력과 그루브를 보여준 18세 소년 김예성,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귀와 눈을 번쩍 열리게 만든 이지은 같은 보물들이 <슈퍼스타K 2016>을 새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K>의 부활의 관건은 보물 같은 출연자들에 달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일주일 내내 <태양의 후예>, 이러다 비호감 된다

 

KBS만 틀면 나온다. 사실상 일주일 내내 <태양의 후예> 이야기다. <KBS 9시뉴스>가 이례적으로 송중기를 출연시켜 인터뷰를 했고, <연예가중계>는 이 송중기 인터뷰를 첫 번째 아이템으로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신스틸러니 핫피플이니 덧붙여 조재윤과 김지원 인터뷰를 넣었고 송중기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히스토리로 묶었다. 사실상 <태양의 후예> 중계가 아니냐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사실 <KBS 9시뉴스>에 송중기를 인터뷰한 것도 그리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물론 뉴스에 배우가 나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JTBC <뉴스룸>은 정우성 같은 유명 스타들을 출연시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곤 했고 그것은 꽤 호평을 받았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이 <뉴스룸>의 선택에 대중문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 9시뉴스>의 송중기 인터뷰는 이와는 전혀 다른 일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자사의 드라마를 홍보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송중기 개인에게야 꽤 영광스런 자리가 됐을 수 있다. 또 그를 뉴스에서 본다는 것을 팬들 입장에서는 환호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뉴스에서 자사 드라마의 주인공을 이례적으로 인터뷰했다는 건 너무 지나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예가중계> 역시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 물론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이 드라마에 대한 내용들로 꽉 채우는 건 균형을 잃었다는 얘기를 수긍하게 만든다.

 

연예 관련 뉴스에서도 여기저기 보이는 ‘-말입니다투의 제목들도 이제는 지겹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사실 실제 군대에서도 이렇게 온통 말입니다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아예 군인들의 말투에 모두 일관되게 말입니다를 넣어 일종의 후크 대사를 만들어냈다. 군대 말투로 어색한 느낌마저 있는 이 말투가 이제는 재밌는 유행어처럼 번지게 된 것. 하지만 이 역시 너무 과하게 여기저기서 사용되다 보니 금세 식상해지고 지겨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말 오랜 만에 KBS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빛을 봤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그 성과를 누리는 건 아마도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일반대중들 역시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그 즐거움을 누리게 놔두는 것과 공영방송의 위치에 있는 KBS가 나서서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태양의 후예>를 온전히 즐기고 있는 시청자들조차 KBS가 너무 과하게 나서는 모습에는 어떤 반감마저 느껴지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선거철이다.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야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사안들이 우리 앞에는 산적해 있다. 그걸 하나하나 짚어내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해야 할 소임은 넘쳐날 것이다. 할 뉴스 꺼리가 그렇게 없나. 이렇게 일주일 내내 <태양의 후예> 이야기를 쏟아내다가는 이 드라마에 대한 좋았던 감정마저 비호감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과한 건 모자란 것만 못한 일이니.

<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



<SBS스페셜>, 우리가 몰랐던 천일염의 실체

 

예전에 저는 천일염을 저나트륨 소금이고 미네랄이 많고 자연의 조건에 맞춰진 소금이라고 썼습니다. 그 때 제 글을 읽었던 분들한테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SBS스페셜>에 출연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과거 자신이 썼던 천일염에 대한 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모두가 좋다고 믿고 있던 천일염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고 나온 것일까.

 


'SBS스페셜(사진출처:SBS)'

천일염. 우리가 너무나 많이 신문지상을 통해 봐왔던 이 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신화적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 자연의 합작품이 천일염이라는 식의 보도들은 천일염에 막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것. 여기에 갖가지 연구기관들의 연구발표는 천일염이 세계 최고의 미네랄 함량을 가진 세계 제일의 소금이라는 근거를 세워준다.

 

게다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이라는 수식어는 마치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란 인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제염이 전기분해같은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흑색선전까지 더해지니 천일염이 아니면 마치 진짜 소금이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은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SBS스페셜>이 그 포장을 떼어내고 본 천일염의 실체는 소비자들이 공분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천일염이 청정갯벌이 아니라 청정갯벌을 죽인 땅에서 생산된다는 황교익의 지적은 염전에 깔리는 두꺼운 비닐장판으로 확인되었다. 가소제를 넣지 않은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바뀌어 친환경 장판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그것 역시 직사광선에 분해되고 결국은 소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다. 국내 최고의 천일염전으로 불리는 신안의 염전에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장판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판 바닥에서 떨어진 이물질이 소금에서도 그대로 발견되었다.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건 날조된 것이었다. 천일염은 1907년 일본이 대만의 기술을 들여서 조선 땅에 이식한 소금 제조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대만에서조차 천일염보다는 정제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대만의 치구염전에서 나오는 건 공업용 소금이고 그것은 세척 공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식용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네 천일염이 과거 공업용의 기준을 그대로 따라고 있어 제대로 된 위생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전통방식의 소금이란 천일염이 아니라 갯벌을 모아 농축된 소금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사료에도 남아있는 이 자염은 그러나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금이다. 그 빈자리를 천일염이 마치 우리의 전통소금인 양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교익은 일본이 이식한 천일염은 주로 화학 산업용으로 쓰이는 값싼 천일염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먹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 천일염을 최고의 소금으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그것은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만들어낸 날조된 신화가 아니었을까. 재래식 화장실이 옆에 놓여져 있고 그 옆에는 인부들이 신는 장화들이 걸려있고 염전에는 못에서 나오는 녹물이 흘러들어가는 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그것도 장판을 깔고 그 위를 긁어 모아내는 소금을 어떻게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비교 연구한 자료는 시료 채취 방법이 명쾌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밝혀졌다. 즉 천일염은 염전에서 직접 채취한 걸 썼지만 정제염은 시중에 나온 상품을 시료로 썼다는 것. 오래 놔두면 미네랄 성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건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런 잘못된 시료 채취 방법을 통해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정제염의 몇 배라는 식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

 

결국 천일염의 신화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탄생하고 미디어와 연구기관에 의해 부풀려졌다는 게 <SBS스페셜>이 말하려는 내용이다. 소금의 문제는 우리가 거의 매일 섭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국민건강을 책임져야할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정치적 논리에 의해 비위생적이고 그 효능도 믿을 수 없는 천일염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황교익은 뒤늦게나마 천일염의 실체를 알게 됐고 그래서 자신이 과거에 썼던 글에 대해 사과했다. 이것은 지금 미디어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성격상 단번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덮고 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진사> 여군특집에 대해 호불호가 생기는 까닭

 

군대가 장난이야?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할 때마다 나오는 비판이다. 사실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소해 고작 34일 정도의 훈련을 받고 부사관이 되는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 비판은 나아가 군대 체험이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며칠 눈물 콧물 흘리고 나면 여기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의 인지도는 확실히 부각된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대박 아이템이 되면서 이 상황은 실제로 더 공고해졌다. 첫 여군특집을 할 때만 해도 누가 갈까 했었지만, 걸스데이 혜리가 단 몇 초 리액션으로 어마어마한 광고의 수혜자가 되는 걸 확인하게 된 이후에는 여기 참여하려는 여자 연예인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건 사실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샘 해밍턴의 경우를 떠올려 보면 그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네 군대의 모습들이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여질 수 있었다. 대충 군대가 어떻다고 들어 알고 있는 우리들보다 전혀 개념조차 없는 외국인의 눈에 비춰진 군대는 그 안에 고생하는 장병들의 진짜 모습들을 포착해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헨리나 제시처럼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너무 심한 경우에 이들의 군대 체험은 가학적인 예능의 또 한 차원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부사관 후보생이라는 여섯 글자를 발음하지 못해 꾸지람을 듣는 제시의 모습은 외국인의 군대체험이라고는 해도 너무 안쓰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니 이럴 경우 이들의 출연은 우리 군대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기보다는 그 멘탈붕괴된 인물을 예능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이런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본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남성들의 공간으로만 인식되어온 군대에 여군의 존재를 드러내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그들의 체험은 일선의 군 장병들이 겪는 그 힘겨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소통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녀들이 흘리는 눈물과 땀이 어떤 감동을 주는 건 그들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네 군 장병들의 노력을 새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너무 현실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이벤트적인 여자들의 군 체험으로 바라보면 꽤 이 아이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 특집을 현실과 견주어 보게 되면 거기에서 생겨나는 괴리감이 비호감의 요소로서 등장하게 되고 따라서 비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호불호가 분명히 나눠지는 건, 바로 이 양극단의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군들을 포함한 우리네 군 장병들의 노고를 대리해 보여준다는 느낌은 호감을 주지만, 때론 본말이 전도되어 오히려 군대를 통해 연예인들이 홍보된다는 느낌은 비호감을 주기 마련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이 호불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맞추느냐에 달려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공감대까지 가져가기 위해서는.



토크쇼가 배워야할 이연복, 최현석, 황교익의 토크 맛

 

저희 집 홍보나 그런 것에 관련된 건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요.” tvN <수요미식회>에서 이연복 대가는 대놓고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것. 이연복 대가가 얼마나 손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가가 그 말 속에는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의 유혹을 거부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요미식회(사진출처:tvN)'

토크쇼만 틀면 보이는 것이 홍보.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와 뮤지컬과 새로 내놓은 음원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토크보다 홍보가 우선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MBC <라디오스타> 같은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짧게 홍보 시간을 주기도 한다. 물론 나머지를 홍보가 아닌 토크로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복 대가가 짬뽕을 주제로 그것도 문 닫기 전 가야할 식당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송분에서 자신의 음식점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대단한 소신이다.

 

이연복은 대신 짬뽕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화된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분량을 채웠다. 식당 리스트를 얘기할 때도 특별한 코멘트를 달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의 토크를 덧붙였다. 맛있긴 하지만 오래도록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좀 이상하게 느꼈다는 식의 이야기. 즉 전문적인 자신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토크쇼 특유의 재미에 오히려 집중하는 모습. 실로 연예인 토크쇼들이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

 

최현석 셰프는 허세캐릭터로 유명한 만큼 토크쇼에서도 그 캐릭터를 통한 특유의 웃음을 만들었다. 이연복이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안 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최현석 셰프는 스테이크 특집을 하면 자신의 음식점을 알리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연복 셰프가 겸손과 소신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최현석 셰프는 솔직함의 매력이 돋보였다. 그는 심지어 민감한 MSG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가게에서는 쓰지 않지만 자신은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MC가 중식을 잘 모르는 최현석 셰프에게 짬뽕 전문점은 있는데 왜 짜장면 전문점은 없느냐고 짓궂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뭐라 얘기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은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답해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셰프라고 해서 음식관련 모든 분야에 대해 해박할 필요는 없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얘기하는 것. 최현석 셰프의 솔직함 역시 여타의 토크쇼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또한 토크쇼에서 중요한 건 할 말은 하는그 토크쇼만의 소신 있는 발언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수요미식회>에서 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전국 5대 짬뽕에 대해 그저 동네에서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짬뽕이라고 말했다. 한 블로거가 올린 내용을 신문이 받아 기사화하면서 생겨난 5대 짬뽕의 신화에 대해 사실 그리 대단한 맛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준 것.

 

황교익이 보여주는 토크쇼의 이 직설은 프로그램을 엣지 있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 것으로 소신대로 드러내는 토크야말로 막연한 환상이나 정보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이연복, 최현석과 늘 그 자리에 앉아 해박한 미식의 세계를 알려주는 황교익. 이들은 여타의 토크쇼들과는 다른 <수요미식회>의 묘미가 어디서 나오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홍보 같은 잡스런 맛을 빼버리고,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며 때로는 지켜야할 소신 있는 맛을 고집하는 토크쇼. 토크쇼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맛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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