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 속 ‘한끼줍쇼’, 홍진영에 녹고 윤정수에 웃고

겨울 한파는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최대 복병이면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거 KBS <1박2일>이 오히려 한겨울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한 건 그 한파 속에서도 계곡의 얼음을 깨고 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어둑해져가는 저녁 시간 한 끼 저녁을 함께 할 집을 찾아나서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도 한파가 닥쳤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아 출연자들은 힘겨워했다. 베테랑 이경규마저 입이 얼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니 그 추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추워서 가장 덩치가 큰 강호동을 맨 앞에 세우고 오리들처럼 줄을 맞춰 걸어가는 출연자들의 힘겨움은 이 날 밥동무로 출연한 홍진영과 윤정수 덕분에 예능적인 즐거움으로 풀어졌다.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쉽게 다가가 친해지는 홍진영의 특급 친화력은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연스러운 예능인의 공력이 느껴지는 윤정수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특히 홍진영 특유의 끼와 흥은 이경규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콕 지르면 노래가 절로 나오는 홍진영은 한 끼 도전에서 초인종 벨을 누르고 낯선 분들과 대화하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물론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의 존재가 한 몫을 한 것이지만,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홍진영의 소통 앞에서는 누구든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치 부동산 전문가처럼 사당동에 대한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윤정수는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부동산 사장님을 당황하게 만들어 웃음을 주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 동네를 자주 오갔다는 윤정수는 사당동의 지형부터 곳곳에 위치한 명소 또 유입인구들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는 초인종을 누르는 출연자들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사당동 주민 분들은 한파에 고생하는 출연자들에게 선선히 문을 열어주었다. 먼저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날씨가 이렇게 춥지 않았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당동 주민들의 남다른 인심 때문이었을까. 문을 열어준 사당동 주민 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더더욱 훈훈하게 다가왔다.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주신 어머니는 1남2녀의 자식들이 연달아 가진 아이들 때문에 7년째 사실상 산후조리원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힘겨울 거라 생각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손주들이 너무나 예쁘고 이렇게 온 가족이 가까이 지내는 게 그토록 행복할 수 없다는 것.

홍진영과 이경규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한끼줍쇼>의 애청자라고 했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위기를 넘겼고 어머니 역시 잘못된 투자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 가족은 그런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서로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가족의 힘을 더 느낄 수 있었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이 소박해도 따뜻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훈훈함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이들 가족들의 단란함을 전해주는 역할로서 홍진영 특유의 친화력과 윤정수 특유의 유머 감각이 한 몫을 했다. 한파 때문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골목길의 풍경은 오히려 한 끼를 위해 문을 열어준 집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힘겨울수록 더더욱 소중해지는 게 가족이라고 했던가. <한끼줍쇼>는 한파 속에서 바로 그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사진:JTBC)

백종원, 사업가 소유진 남편 그리고 서글서글 요리사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최종 우승자는 요리사 백종원에게 돌아갔다. 6명의 출연자가 전후반으로 나뉘어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고 그 시청률이 가장 높은 사람을 우승자를 가리는 이 프로그램에는 백종원을 포함해 김구라, 정준일, 홍진영, 김영철, AOA 초아가 참여했다. 전반전에는 중간 순위 정도의 시청률을 내던 백종원이 후반전에 이르러 우승자가 된 원동력은 뭘까.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물론 쿡방과 먹방을 오가는 그 콘셉트가 최근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요리 방송을 보여준 백종원을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단지 그것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샘킴이나 최현석 셰프처럼 최근 일련의 쿡방으로 주목받는 셰프들이 젊고 잘 생긴 훈남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차라리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의 백종원에게 이토록 열화와 같은 반응이 쏟아진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보여준 백종원의 개인 방송은 그만의 구수하게 고급진쿡방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방송 자체가 익숙하지 못해 어색해하면서도 요리사 특유의 자기만의 요리 노하우를 살짝 살짝 알려주는 모습과, 요리할 때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이는가에 대한 팁까지 백종원은 그 방송에 참여한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준비된 방송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물론 여기서 준비됐다는 얘기는 무언가를 준비해왔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처럼 가식 없는 방송에 백종원 같은 인물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계란말이를 쉽게 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면서 실패하게 되자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차라리 귀엽게까지 다가왔다. 야채를 손질할 때 자신이 쓰는 커다란 칼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게 더 있어 보인다는 얘기도 여타의 요리사들이 보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무얼 만드는 걸 보여줬으면 하냐고 즉석에서 물었고, 거기 올라온 의견들을 반영해 요리를 해 보이는 소통의 자세도 보여줬다. 다른 출연자의 공격으로 소리가 나가지 않게 되자 스케치북에 삐뚤빼뚤 글씨로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적어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더 네티즌들을 반하게 만들었다. <러브 액추얼리>의 스케치북 프로포즈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 장면에 네티즌은 백종원의 스케치북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무엇보다 백종원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의 쿡방이 요리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매개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거기서 만든 요리들은 샌드위치, 닭볶음탕, 계란말이, 짜장 같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시도해볼만한 것들이었다. 다만 그 일상 요리에 요리사로서의 자신만의 쿨팁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우승을 한 백종원에게 주어진 1분 간의 자기 PR시간에 그는 아내 소유진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업가와 소유진 남편으로 더 알려져 온 백종원은 이 방송을 통해 서글서글한 요리사로서 시청자들에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실로 구수한 아저씨처럼 털털하지만 자기 분야에 확실한 노하우를 가진 고급진 백종원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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