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에 이어 <라스>도 위태로워지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로까지 여겨졌던 <라디오스타>마저 최근 들어 조금씩 비판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선영이 무심코 던진 속물적인 발언이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사유리와 클라라가 벌인 가슴 대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전설의 주먹’ 편은 주먹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사실상 해명의 자리였지만 일각에서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항간에는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프로그램의 색깔도 자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본래 <라디오스타>는 속물적인 발언들이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던 곳이었고(김구라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가슴 대결을 벌여도 그 충분한 재미에 용서가 되던 토크쇼였다. 주먹 이야기는 이미 김진수가 나왔을 때도 나왔던 아이템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갑자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진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변했다기보다는 대중들이 연예인 토크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재미적인 측면만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라디오스타>는 속도감 있고 매 순간 빵빵 터트리는 저력을 갖고 있다. 게스트에게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저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심지어 게스트의 이야기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디오스타> 역시 연예인 토크쇼의 한 부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평도 좋았던 <무릎팍 도사>가 그 주인인 강호동이 복귀하고도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폐지수순을 밟는 건 이 연예인 토크쇼가 이제는 한물 간 트렌드라는 걸 말해준다. MBC 목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저주는 <무릎팍 도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폐지될 <무릎팍 도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스토리쇼 화수분> 역시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연예인 토크쇼가 아니라는 것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무려 8년을 장수했던 유재석의 <놀러와>가 폐지된 것은 물론 당시 방송국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연예인 토크쇼들의 전반적인 추락이다. 5,6%에 머물고 있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힐링 트렌드로 들어온 <땡큐>는 심지어 3% 시청률까지 떨어져 이제 힐링 트렌드 역시 지나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화신> 역시 4%에서 6% 사이를 오가는 반면 일반인 참여 토크쇼인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8%대를 오가는 정도다. 토크쇼, 특히 연예인 토크쇼는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무릎팍도사>가 앞에서 끌고 <라디오스타>가 뒤에서 밀어주던 <황금어장>이 토크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누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이 흐름은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토크쇼는 이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더 이상 말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대중들은 방송에 어떤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말보다는 몸으로 더 믿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이들 토크쇼들의 주 재료였던 연예인의 이야기라는 소스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연예인에게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이들을 특이한 상황에 던져놓아 지금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는 지점뿐이다.

 

셋째는 스튜디오라는 폐쇄된 공간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된 공간은 폐쇄된 이야기만을 꺼내줄 뿐이다. 누굴 만날 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할 수가 없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대한 일종의 학습과정을 충분히 밟은 대중들에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는 너무 짜여진 느낌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이 멸종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껏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토크쇼는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다른 형식과 시공간을 끌어냄으로써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뒤집는 실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토크쇼만 내놓으면 기본 시청률을 가져가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스타>, 혹은 그 어떤 토크쇼든 지금은 새로운 화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라스>,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인 이유

 

윤세아, 오연서, 한선화는 <우리 결혼했어요3> 출연자다. 배종옥, 조재현, 정웅인은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라는 연극을 올렸고,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아들녀석들>의 그 아들 3형제이며, 김태원, 김소현, 김연우, 용감한 형제는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알다시피 <라디오스타>의 최근 출연자들이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의 토크쇼에 자사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도 마찬가지. 많은 토크쇼들이 이른바 홍보성 게스트들을 출연시키는 것으로 때로는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하고, 작금의 토크쇼 추락의 원인이 바로 이 홍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라디오스타>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별된 결과를 낳는 것일까.

 

그 첫 번째는 홍보성 게스트라는 것을 대하는 프로그램의 태도다. <라디오스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홍보성 게스트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놓고 “홍보할 기회를 줄 테니 해봐라”는 식으로 아예 시간을 주기도 한다. 지난 회에 나왔던 <아들녀석들>의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드라마를 홍보하고는 “드라마 국장님! 저희 할 거 다했습니다!”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놓고 홍보할 시간을 따로 준다는 것은 거꾸로 나머지는 홍보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엄포와 같다. 제 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카테고리로 나와도 <라디오스타>는 결국 게스트의 숨겨진 면을 끄집어내기 위해 끝없이 떡밥을 던지는 토크쇼라는 것. 그들은 물론 드라마나 연극 혹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엮어진 게스트들이지만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이 함께 묶어진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그것조차 훈훈한 분위기를 <라디오스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 나왔을 때도 먼저 던져진 이야기는 김태원과 용감한 형제가 진짜 사이가 안 좋은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질문은 둘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이어서 김연우의 방송분량을 떡밥으로 던져 서로 다른 심사에 대한 관점을 갖고 때 아닌 ‘100분토론’식 팽팽한 대립을 갖게 되는 게스트들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물론 그간 <라디오스타>가 일관되게 그 토크의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이제는 게스트들조차 어떤 준비가 된 상태로 프로그램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소현은 규현과 함께 뮤지컬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설마 독설을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말은 뒤집어 얘기하면 <라디오스타>의 독설(사실은 직설)을 게스트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라디오스타> 특유의 ‘떡밥 분위기’는 물론 이 토크쇼의 상위개념인 <황금어장>이 왜 황금어장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토크쇼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무언가 재밌는 이야기를 낚으려는 MC들이 게스트들을 향해 떡밥을 던져놓고 물면 서로 잡아당기려 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말 그대로 이야기의 황금어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토크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깊이를 추구한다는 명분은 자칫 잘못하면 게스트의 토로와 변명을 받아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토크쇼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게스트를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라디오스타>의 소통방식이 좋은 것은 MC나 게스트 모두 준비된 상태로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되게 만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홍보성 게스트마저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발휘한다.

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MBC 예능에 <황금어장>이 없었다면

 

만일 작금의 MBC 예능에 <황금어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파업의 여파로 가라앉아버린 MBC 예능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흔들렸을 게다. 유재석을 MC로 앉혔음에도 5% 이하의 시청률로 무너져버린 <놀러와>, 주말 예능의 기대주로 생각되었으나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완성도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시작함으로써 힘이 빠진 <나가수2>, 게다가 장기결방으로 충격을 입은 <무한도전>까지. MBC 예능은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다.

 

'황금어장'(사진출처:MBC)

그나마 이 위기를 버텨주고 타 프로그램에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MBC 예능의 희망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황금어장>이다. <황금어장>은 파업 중에도 그 잘 짜여진 형식적 재미가 있었기에 굳건할 수 있었다. 또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무릎팍도사>가 폐지되고 <라디오스타>만 남았을 때도, 게다가 김구라마저 잠정은퇴하게 되었을 때도 끈질기게 그 위기상황을 버텨내 주었다.

 

어찌 보면 프로그램의 주축이 빠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어장>이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형식적인 완성도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애초 <무릎팍도사>의 부록처럼 자리했던 <라디오스타>는 메인의 자리에 서면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속도감을 잃지 않았고 김구라가 빠져나갔을 때도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른 멤버들이 기민하게 활약을 해주었다. 물론 김구라가 그간 <라디오스타>에 해놓은 공을 늘 예우함으로써 그의 빈자리를 늘 남겨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힘겨운 시절을 버티고 나자 <황금어장>은 말 그대로의 이름값을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중도에 잠정은퇴했던 이들이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강호동이다. MBC측은 강호동의 복귀작으로서 <무릎팍도사>의 부활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라디오스타>가 <무릎팍도사>의 부록이 되는 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MBC 예능국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목요일 밤에 <무릎팍도사>를 독립편성 하는 것이 여러모로 MBC로서는 좋은 그림이라고 판단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일 밤에 <라디오스타>가 목요일 밤에는 <무릎팍도사>가 나란히 편성되는 셈이다. <황금어장>이 결국 두 프로그램을 키워서 각각의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키워내게 되는 것. 여기에 <라디오스타>의 메인이었던 김구라의 복귀도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구라는 이미 tvN <택시>를 통해 이미 방송에 복귀한 상태이고, <라디오스타> 역시 김구라의 복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강호동과 김구라가 <황금어장>을 통해 다시 지상파 예능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MBC 예능으로서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무한도전>은 무한상사편의 자투리 방송으로 들어간 ‘행쇼’를 ‘라디오스타’의 스튜디오에서 그 형식을 패러디함으로써 <무한도전>만의 예능 맛을 선보이기도 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는 본편인 무한상사보다 더 화제를 낳았다. <황금어장>이 MBC 예능 전반에 주는 활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호동과 김구라가 복귀해 각각 독립 편성된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에 투입된다면 그간 침체되었던 MBC 예능을 다시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황금어장>은 MBC 예능의 황금어장이 되고 있다.

<놀러와>와 <해투>, 그 위기의 원인은

 

유재석의 MC로서의 최대 강점은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에 있어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나 가수들조차 유재석이 캐릭터로 발굴한 예는 부지기수다. <해피투게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박미선은 대표적인 사례다.

 

'놀러와'(사진출처:MBC)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게스트들을 앞으로 끌어내는 그의 토크 방식은 그래서 그를 배려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런 특성은 그대로 토크쇼에 묻어났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약간의 형식적인 차이들이 존재하지만 유재석의 이런 특징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그 토크쇼의 본질은 유사하다. 모두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고 부각시켜주는 ‘긍정의 토크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유재석 토크쇼가 흔들리고 있다. <놀러와>는 최근 400회 특집(사실 400회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을 보여줬지만 시청률은 고작 4%에 머물렀다. 한 때 20%에 육박하던 <놀러와>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해피투게더>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조기에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을 투입, 좀 더 공격적인 토크방식을 부여함으로써 어떤 변신을 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 건 아니다. 물론 12%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요즘 토크쇼는 시청률보다 중요한 게 화제성이다. 화제성에 있어서 <해피투게더>는 최근 들어 과거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유재석 토크쇼의 위기상황을 불러왔을까. 먼저 달라진 대중들의 기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토크쇼는 ‘넓이’보다는 ‘깊이’에 천착하는 경향이 생겼다. 즉 버라이어티한 면보다는 한두 사람이 나와도 그 사람과의 깊이 있는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된 것. <힐링캠프>의 성공은 이 ‘깊이’있는 토크쇼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때는 기세등등했던 <강심장>이 <승승장구>에게 밀리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고 <라디오스타>가 홀로 잘 버티고 있는 <황금어장>에 <무릎팍도사>의 빈자리가 여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운 웃음과 재미보다는 차라리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달라지게 된 것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대중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최근 서점가에 불고 있는 ‘위로형 에세이’들의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벼운 웃음으로 잠시 동안 현실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방증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깊게 말해주는 그 위로와 공감을 대중들은 더 원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 토크쇼가 위로와 공감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 화법이 대화보다는 ‘버라이어티’에 더 가깝고, 깊이보다는 넓이에 더 가깝다 보니 토크쇼의 느낌도 그렇게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들은 왜 토크쇼를 ‘넓이’에서 ‘깊이’로 전환시키려 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유재석이 가진 유일한 한계점이 숨겨져 있다.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고 캐릭터 발굴의 달인이지만 그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은 게스트를 때론 쿡쿡 찌름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깊이’를 끄집어내는 토크에 약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유재석 토크쇼의 이런 부분은 다른 MC들이 맡기 마련이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가 그렇고, <놀러와>의 이하늘(지금은 빠졌지만)이나 김나영이 그런 역할을 하는 MC들이다.

 

깊이는 주고받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려면 그걸 끄집어낼 수 있는 과감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속내를 먼저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재석은 그런 점에서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MC다. 그것은 늘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하지만 이 좋은 습관은 현재의 달라진 화법 속에서 약점이 되기도 한다. 유재석처럼 진행의 달인이 본인의 이름을 딴 1인 토크쇼를 갖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점이자 약점 때문이 아닐까.

 

물론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거기에는 유재석만이 가진 배려의 화법이 오래도록 배어있었다. 그러니 그 오랜 세월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유재석 토크쇼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물론 그렇다고 유재석이 강호동이 될 수도 없고 김구라가 될 수도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도 안될 것이다. 유재석만이 가진 자신만의 진솔한 대화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그래서 어떤 시점에는 토크쇼가 진정 어울리게 될 유재석이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라디오스타', 누가 나와도 되는 이유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현재 토크쇼는 '게스트쇼'가 되었다. 게스트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재미의 편차도 크고, 시청률의 등락 폭도 크다. '힐링캠프'는 박근혜, 문재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시청률이 급상승했지만 이민정, 이동국, 최민식이 나왔을 때는 다시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 차인표가 나오자 다시 시청률이 반등했다. 이런 사정은 '놀러와'나 '승승장구'도 마찬가지다. '놀러와'는 '세시봉' 이후로 끊임없는 추락을 경험했는데 '기인열전'을 했을 때 잠깐 반등했을 뿐이었다. '승승장구' 역시 MC스페셜로 '이수근편'을 했을 때의 주목도와 다른 게스트들의 주목도 차이는 크게 나타났다. 결국 현재의 토크쇼들의 성패는 거의 대부분 '섭외'가 관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것은 토크쇼들이 일제히 '게스트 중심'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현재의 토크쇼들은 '게스트를 편안하게 모시는' 분위기다. 그러니 게스트 자체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차인표처럼 웃음과 감동, 의외의 발견까지 해줄 수 있는 예능의 블루오션 게스트가 등장할 때와 그렇지 않은 보통의 게스트가 나왔을 때는 편차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게스트에 따른 편차가 없는 토크쇼도 있다. 바로 '라디오스타'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누가 나와도 '재미있는' 토크쇼로 자리했다. 그 비결은 게스트가 아니라 호스트, 즉 MC들에 있다.

'라디오스타'를 보는 재미는 게스트들의 인생역정이나 특이한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MC들이 게스트로부터 어떻게 토크 어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콕콕 찍어서 끄집어내는가 하는 그 과정에서 나온다. 김진아, 임성민, BMK처럼 그다지 핫(hot)하게 여겨지지 않는 게스트들이 나왔을 때 김구라가 던진 첫마디는 "홍보할 게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사심 없는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여타의 토크쇼들과 비교해보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홍보 포인트가 없는 이들에게서 더 과감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그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여 출연한 이들에게 처음 만났던 이야기와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하나 둘 끌어내면서 MC들은 끊임없이 거기에 토를 달고 살을 붙인다. 김진아가 출연했던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소개할 때 뒤에서 유세윤이 지나가는 소리로 "귀한 딸이네요."라고 덧붙이는 것으로 빵 터트리고, 엉뚱하게도 블랙호크를 몰았던 BMK의 남편에게 직업을 알선해준다며 헬기를 잘 안다는 고영욱에게 물어보겠다는 식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일반 토크쇼에서는 통상적인 소개에 그치는 이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김구라는 김진아씨의 이태리식 남편 이름을 아는 척 하다가 틀리자 "희성이시네요"라고 덧붙이고, 임성민 남편의 미들 네임이 안소니라고 하자 뜬금없이 "보수적이시네요"라고 툭 던진다. 그러자 주워 먹는 토크의 달인인 윤종신이 나서서 "개방적인 이름은 소니"라고 덧붙인다. 여기에 유세윤도 "남편의 성을 붙여 성민 엉거라고 부르냐"고 한 숟가락을 얹는 식이다. 즉 이 기묘한 토크쇼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만으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추임새를 붙이고 엉뚱한 해석을 하고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식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삼천포 토크(?)'가 갖는 매력은 토크의 내용이 아니라 그 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토크 속에서 드러나는 게스트의 반응에서 나온다. 심지어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비화되고 과장되지만,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주고 농담으로 받아치는 과정에서 게스트들의 몰랐던 매력이 끄집어내진다는 얘기다. 다른 토크쇼에도 여러 번 나왔던 이준이 유독 '라디오스타'에 나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삼천포 토크' 속에서 그만의 엉뚱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뽑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보면 기존의 '게스트 중심 토크쇼'들은 게스트들의 삶과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으로 동력을 얻는 반면, '라디오스타'는 오히려 이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동력을 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게스트 편차와 상관없이 누가 나와도 된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토크쇼는 그저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내용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즐거운 분위기 즉 형식이다. '라디오스타'는 물론 내용을 갖고 접근하지만, 그 내용 바깥으로 끊임없이 빠져나가려는 MC들의 '삼천포 토크'에 의해 내용 그 이상의 것을 포착하는 토크쇼다. 이 놀라운 토크쇼가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아니 심지어 홍보 포인트가 없는 게스트일수록 더 재미를 주는 이유는, 그 토크의 주도권이 온전히 MC들에 의해 쥐여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라디오스타'를 통해 어떤 게스트들의 인생역정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MC들이 그 게스트들을 갖고 어떤 '삼천포 토크'를 할 것인가를 궁금해 한다. 바로 이 점이 거의 유일하게 게스트에 좌우되지 않는 '라디오스타'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라디오스타', 이런 빨대 같은 예능이 있나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연기돌 특집으로 임시완, 유이, 제이, 이준을 게스트로 초대한 '라디오스타'는 먼저 유이에게 애프터스쿨에서의 포지션을 물어보는 것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가수로서 노래가 포지션이 아닌 유이가 재치있게 "자신의 위치는 포스트"라고 말하자 유세윤은 이것을 "유이는 애프터스쿨의 채치수"라는 말로 받아 넘겼다. 게스트에게 시작부터 툭 치고 들어가는 이런 공격적인 토크 방식은 '라디오스타'만이 가진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윤종신은 이제 군대에 간다는 트랙스의 제이에게 "첫 등장인데 고별방송"이라고 툭 치고 들어갔고, 김구라는 이준에게 아예 노골적으로 "엠블랙보다 비스트가 낫다"고 특유의 직설어법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라디오스타' 특유의 공격적인 어법은 그러나 이 프로그램만이 가진 게스트 배려방식이다. 이것은 여러모로 김구라가 툭하면 양배추를 들먹이는 방식 그대로다. 겉으로 보기엔 독설처럼 여겨지지만 그럼으로써 상대를 주목받게 만든다. 단 게스트가 공격을 넘어서 주목을 받으려면 조건이 하나 있다. 이 공격적인 흐름을 잘 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받아치고 인정하고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게스트의 면모가 발견될 수밖에 없다. 이준이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준은 요즘 '해를 품은 달'로 최고로 잘나간다는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과 비교되면서 오히려 이 토크쇼의 중심으로 조금씩 자리했다. MC들은 심지어 가리마가 정반대라는 것까지 짚어서 임시완과 이준이 가는 길이 반대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공격에 이준은 반박하기보다는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솔직히 비스트가 엠블랙보다 더 잘 나간다고 수긍하는 한편, '닌자어쌔신'에 캐스팅될 때 영어를 못해 겪은 굴욕 에피소드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러자 MC들은 유이와 제이에게 연기돌로서 했던 연기를 선보이라며 그 받아주는 역할로 이준을 지목했다. 심심할 수 있었던 연기 재연 장면은 이준을 세움으로써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의 소재가 되었다.

이준은 '꽃보다 남자' 캐스팅이 유력했지만 할 수 없었던 이유로 당시 '닌자 어쌔신'에서 머리를 박박 밀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 안타까운 사연 역시 '탈모F4'는 어떠냐고 묻는 김구라에 의해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준은 이런 상황에 맞춰 자신만의 독특한 예능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돈을 아낀다는 그에게 "가장 돈을 많이 쓰는데"가 "이온음료를 살 때"라고 말하는 한편, 한예종 무용과에 입학할 정도로 있어 보이지만 '아침 조 뛸 깅'으로 조깅의 뜻을 알 정도로 무식하다고 몰아세워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불쾌해하기는커녕 이준은 거꾸로 무식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돌발 퀴즈를 내서(오히려 무식이 탄로 나는 것이었지만) 좌중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이를 잘 닦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에 "맡아 보세요"라고 말하고, 소속사에 대한 불만에 "올드보이처럼 만날 김치볶음밥만 사준다"며 "미각을 잃었다"고 얘기하며, 스스럼없이 자신을 '벗는 담당'이라 밝히며 생방송 중 '흉점 노출'로 겪었던 에피소드를 천연덕스럽게 던지는 이준은 그래서 '라디오스타'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어찌 보면 MC들의 집중공격으로 너덜너덜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으로써 이준은 훨씬 예능감 넘치고 심지어 여유까지 있어 보이는 예능돌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말만 하면 팬들이 떨어진다"는 MC의 지적에도 선선히 그걸 인정하면서 "하지만 말을 줄일 생각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줬으면 합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준의 솔직한 매력까지 드러났다.

이로써 '라디오스타'의 연기돌 특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의외로 이준이라는 예능돌의 발견이 되었다. 게스트에게 뭐든 콕콕 찔러서 빼먹을 건 다 빼먹는 '라디오스타'만의 토크 방식은 그 상황에 잘 적응하고 겪어내기만 한다면 '재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준이라는 예능돌의 탄생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이르러서도 '라디오스타'의 '빨대 토크'는 계속 이어진다. 이준에게 "김종민 같다"고 하고는, 앞으로 '백지돌' 특집을 하자고 말한다. 시크릿의 한선화랑 같이.


'승승장구'에서 '라스'까지, '개콘' 전성시대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승승장구'에 MC가 아니라 게스트로 출연한 이수근은 그간 한 번도 꺼내놓지 않았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좌중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무속인인 어머니, 투병중인 아내, 장애를 가진 아들 이야기는 늘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이수근이라는 개그맨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한편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유세윤와 개식스(김준호, 김대희, 장동민, 유상무, 홍인규)는 돈독한 우정과 탁월한 개그감으로 웃음과 눈물의 롤러코스터를 선사했다. 힘겨웠던 과거의 아픔과 치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눈물마저 개그로 풀어내는 그들은 진정한 개그맨이었다. 유세윤이 드러낸 화려함 이면에 있는 우울은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존재감이 갈수록 빛을 내고 있다. 단지 시청률이 전체 예능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개콘'이 배출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존재감이 빛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개콘'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한정짓기 어려운 영향력을 방송 전체 예능 프로그램에 미치고 있다.

'1박2일'의 중추가 된 이수근, '라디오스타'는 물론이고 'UV신드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유세윤, '정글의 법칙' 같은 극한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김병만, '무한도전'의 미친 존재감이 된 정형돈처럼 이미 '개콘' 바깥에서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구축한 개그맨들뿐만이 아니다.

현재 '개콘'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준호를 비롯해, 각 코너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효종, 김원효, 정범균, 허경환은 '해피투게더 시즌3'에 출연해 그간 정체된 분위기를 일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개콘'이 배출한 신봉선은 이 토크쇼에서 때론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개콘' 안팎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 배경은 결국 '생존'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개그맨들의 무대가 있었지만 내홍을 겪으며 전부 사라지는 와중에도 '개콘'은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것도 그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버텨낼 수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개그맨들의 산실이 될 수 있었다. 현재 예능의 새 피를 수혈해주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 '개콘'이 된 것이다.

'개콘'의 이런 경쟁력은 그 독특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마치 샐러리맨처럼 출퇴근제를 하고 있는 '개콘'은 매일 개그맨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선후배 간의 독특한 위계질서가 생겨난다. 무조건 선배가 주인공을 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걸맞는 최적의 인물을 찾아서 서로 꽂아주고 세워주는 협업시스템이 '개콘'의 진정한 힘이다. 매일 서로의 개그 스타일을 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짜면서도 상대방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다. 이수근은 '개콘'에서 봉숭아학당을 할 때만 해도 이미 그만두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수민PD가 "후배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 한 마디에 아무 조건 없이 6개월을 버텨주었다고 한다.

'승승장구'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각별한 우정을 느끼게 해준 이수근과 김병만처럼, 유세윤을 생각하는 장동민과 유상무의 마음 역시 각별하다. 누가 잘 나가든 누가 조금 못나가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서로를 생각하는 우정은 '라디오스타'에서 유세윤과 유상무가 잠깐 보인 눈물 속에 모두 들어가 있다.

한편 '개콘' 선배들이 후배를 바라보는 시선은 유세윤이 김준호, 김대희에게 "'개콘' 출신 개그맨이 타 방송 개그 프로그램('코미디 빅리그'를 말하는 것이다)에 나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대희의 답변 속에 들어있다. 그건 방송사들의 문제이지, 개그맨들은 각자 위치에서 개그를 하면 된다는 그 말에는 선배로서 후배 개그맨을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져 있다.

'개콘'은 이제 그저 하나의 개그 프로그램을 넘어서 전체 예능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개콘'을 발판삼아 성장해 나온 개그맨들의 성공담은 그래서 현재 '개콘'에서 묵묵하게 조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젊은 개그맨들에게는 하나의 꿈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전체 예능을 꿈꾸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제 김병만이 없는 '정글의 법칙'을, 이수근이 없는 '1박2일'을, 유세윤이 없는 '라디오스타'나 'UV'를 떠올릴 수 없는 건 그들의 꿈이 만든 예능의 새로운 세계를 실감하게 한다. '개콘'을 통해 더 많은 개그맨들의 꿈이 예능 전체로 퍼져가길.

'라디오스타', 황금어장의 메인이 될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훈련병, 예비역 그리고 수지'라는 부제가 달린 '라디오스타'는 오프닝과 함께 이제 곧 입대하게 될 김희철을 토크의 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국진부터 윤종신, 김구라가 김희철을 상대로 한 마디씩 빵빵 터트린다. "이별도 쿨하게- 고품격 약 올리기 방송"이라고 외치는 김국진의 멘트는 '라디오스타'라는 독특한 토크쇼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준다. 즐거움을 위해서는 떠나는 MC조차 소재가 되는 곳. 바로 '라디오스타'다.

기막힌 것은 이제 훈련병이 될 김희철을 염두에 두고 이제 갓 제대해 예비역이 된 붐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최자, 그리고 모든 장병들의 로망일 미스에이의 수지가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본격적으로 군대 얘기를 뽑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게다가 붐은 이제 '붐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예능계의 블루칩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역시 붐을 중심으로 군대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기에 개코와 최자가 적절한 포인트마다 재연을 해줌으로써 쉴 새 없는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진다.

'라디오스타'의 편집은 말 그대로 현란하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릎팍도사'에 가려 실제로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편집스타일 덕분이다. 네 명의 MC가 순서와 상관없이 연속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영상은 짧게 끊어서 그 이야기하는 인물을 포착한다.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빠른 편집은 보는 이에게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팽팽 돌아가면서 집중할 부분은 CG처리 등으로 과장해주고, 그러다가 마치 과녁에 적중이라도 한 것처럼 웃음이 터질 때면 잠시 그 리액션을 잡아주는 식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나 반응들은 짧게 짧게 자막으로 처리된다. 너무 많은 자막들과 CG처리를 보다보면 이 토크쇼가 마치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속에서 MC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부여된 대로 역할을 해낸다. 김구라가 강하게 물어뜯을(?) 때, 김국진은 부드럽게 분위기를 바꿔주고, 김희철이 들이댈 때 윤종신은 간결한 톤으로 깐족대는 식이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은 다른 토크쇼와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움을 위해서 게스트를 톡톡 치는 식의 토크를 이어간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만의 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라디오스타'는 실로 첫 시작을 보고나면 끝까지 몰입이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속사포의 토크들과 빠른 편집, 쉴 새 없이 붙여지는 자막과 CG처리가 현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 시간 짜리 방송이라면 이런 속도로 계속 흐르는 것이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 이런 속도감은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릎팍도사'가 중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단거리 달리기인 셈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황금어장'은 변화를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무릎팍도사'는 사실상 강호동 이외에 대체불가능이다. 강호동이라는 캐릭터를 '무릎팍도사'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된 상황에서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만일 '무릎팍도사'의 공백을 '라디오스타'가 잠정적으로라도(새 코너가 런칭되기까지) 채운다면 과연 이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토크에 집중한 것에서 음악으로 여유를 덧붙이면 속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는 과연 '황금어장'의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


진지함과 엄격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거기에는 약간의 깐족거림이 들어있다.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을 소개하면서 '나가수의 변방'이라고 부르고, "떨어진 자 김연우, 제 발로 나간 자 백지영, 매니저란 이름으로 날로 먹는 도대체 역할이 모호한 지상렬"로 지칭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어딘지 상대방을 예우해주고 띄워주는 그런 토크쇼들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라디오스타'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토크쇼는 '황금어장'이 그러하듯이 게스트를 배려한다기보다는 시청자를 더 배려한다. 그래서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게스트와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물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이런 도발적인 자세는 절대로 게스트를 무시하거나 방송분량만을 쪽쪽 뽑아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스타들의 다른 이면을 끄집어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그 다른 면모를 통해 거기서 우리는 그 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연우의 노래 부르는 모습만을 봐왔던 시청자들이라면 '라디오스타'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친근하고 예능감이 넘치는 또 다른 김연우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미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 그렇다고 겸양을 떠는 건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마구 자랑하고 드러내면서 그것을 경거망동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게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다.

몇 주 동안 '나는 가수다'를 기다리다 겨우 두 곡 부르고 하차한 김연우에게 윤종신은 "스케치북에 가도 두 곡 부르고 나온다"고 깐족대고, 김구라는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한데 손님이 뚝 끊겼다"는 얘기를 꺼내고는 "저라도 등록할까요?"하고 장난을 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윤종신이 '타깃을 주부로 돌려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이 빵 터지는 식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연우를 두고 김구라가 '유남규 닮은 가수'라고 끄집어내면 그 옆에서 김희철이 탁구치는 모습을 흉내 내는 방식. '라디오스타'는 그 악동 같은 MC들의 면면이 빛날 때 웃음이 터지고, 그럴 때마다 게스트의 새로운 면면이 슬쩍슬쩍 드러난다.

이러면서도 이런 지나친 듯 보이는 장난이 허용되는 것은 게스트들의 준비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김연우는 아예 내놓고 경거망동 캐릭터로 자화자찬을 일삼는데, 이것은 MC들의 공격(?)과 잘 합이 어우러진다. 본인 스스로 '발라드신, 연우신'이라고 말하는 김연우는 MC들의 공격을 허용하는 셈이다.

물론 MC들이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려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정석원과 두 달 만났다는 백지영의 얘기에 김희철이 자신은 "세 달이면 이별"이라며 "오래 만났다"고 말한다거나, 백지영이 정석원을 '어버'로 부른다고 하자 윤종신이 자신이 그렇게 아내를 부르면 "진짜 업을 것"이라며 "와이프가 절 업어도 충분히 어울린다"고 말하는 식으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흥미로운 건 이 '라디오스타'의 한 없이 엉뚱하고 가벼운 이야기 주제들이다. '무릎팍 도사'가 어딘지 진지한 주제들을 갖고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너무 소소해 저게 과연 토크쇼에 어울릴까 생각되는 것들을 주제로 올린다. 김연우의 '털'이 화제로 오르고, "털 많은 사람이 정도 많다"는 지상렬의 엉뚱한 얘기에 "아 그러면 외국사람들은 다 정 많어?"하고 김구라가 받아치는 식으로 이야기는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렇게 진지함을 벗어날수록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그 카리스마 넘치는 김연우가 클럽 춤을 추고 합기도 유단자라는 이유로 전방낙법, 측방낙법, 발차기를 하는 대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는 '라디오스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웃음의 결이 느껴진다. 그것은 엄격함과 진지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을 가진, 마치 서민들의 일상적인 격 없는 대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여기에 '라디오스타'라는 정체성에 맞게 음악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이것이 이 특별한 토크쇼가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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