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훈남정음’과 울림 있는 ‘이리와 안아줘’의 희비를 가른 건

SBS <훈남정음>과 MBC <이리와 안아줘>가 같은 날 종영했다. 두 드라마는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훈남정음>은 훈남(남궁민)과 정음(황정음)이 결혼을 약속했고, 정음은 훈남의 도움을 받아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갔다. <이리와 안아줘>는 지옥 같던 살인자 윤희재(허준호)가 납치한 한재이(진기주)를 채도진(장기용)이 구해내고, 자기 같은 괴물로 아들을 만들려는 윤희재의 도발 앞에서 윤나무는 스스로가 다르다는 걸 증명해냈다. 

두 드라마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종영을 맞는 두 드라마의 입장은 완전히 다를 법하다. 애초의 기대작이었던 <훈남정음>과 별 기대가 없었던 <이리와 안아줘>가 거둔 성과가 너무나 상반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 전 두 드라마의 액면만을 보면 당연히 <훈남정음>에 기대감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연기력으로 차곡차곡 팬덤을 만들어온 배우 남궁민에 그와 과거 <내 마음이 들리니>로 연기호흡을 맞췄었던 황정음이 아닌가. 반면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과 진기주는 사실상 신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기경력이 적었다. 

이런 캐스팅에 대한 상반된 기대감은 두 드라마의 첫 회 시청률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첫 회에 <훈남정음>이 5.3%(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했던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3.1%로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를 보면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희비쌍곡선을 그었다. <훈남정음>은 2.1%까지 떨어지며 역대 SBS 미니시리즈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5.4%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물론 2%나 5%나 지상파 수목드라마로서는 충격적으로 낮은 시청률이지만, 두 드라마의 체감이 달리 느껴지는 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훈남정음>은 첫 회 방영된 이후부터 줄곧 너무 뻔하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 지적받았다.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하는 장면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은 대목으로 논란까지 이어지게 된 건, 이 드라마가 가진 가벼움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요소를 통해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라는 새로운 멜로 구도로 멜로 그 이상의 울림 있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살인자의 아들은 결국 그 악을 계승받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졌다. 특히 엔딩에서 이제 모든 과거의 아픈 고리들을 끊어낸 채도진과 한재이가 12년 전 끔찍한 사건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 시간에 머물러 있던 어린 자신들을 껴안아주는 장면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드라마는 스릴러 요소를 더한 멜로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휴머니즘이라는 더 큰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는 것.

작품의 희비를 가른 건 이런 가벼움과 진중함의 차이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저 가볍기 만한 뻔한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더 이상 어렵다는 걸 <훈남정음>은 예시적으로 보여줬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재치 있고 코믹한 대사들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울림이 없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한계였다. 물론 남궁민의 연기는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였지만, 황정음의 늘 봐왔던 그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온 것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를 잘해도 새로움이 없다면 시청자들에게 호평받기 어렵다는 것.

한편 장기용과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아직 무르익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신인 배우로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은 허준호의 악마 같은 괴물 연기가 드라마 전체의 힘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용의 몰입은 이 배우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밖에도 윤현무 역할을 연기한 김경남이나 역대급 눈물연기를 소화해낸 엄마 채옥희 역할의 서정연 같은 배우들이 돋보였다. 

워낙 많은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들이 방영되었던 터라 이제 시청자들은 그 작품만의 독특한 새로움이 없다면 굳이 봐야할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됐다. 하루에도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고, 심지어 외국 드라마들을 시청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단계로 접어드는 요즘이다. 뻔한 드라마보다는 실험작이 차라리 낫고 멜로 안에서도 진중한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효용성을 갖는 이유다.(사진:MBC)

<운빨로맨스>, 이미지 반복한 황정음과 새 이미지 만든 류준열

 

MBC <운빨로맨스>가 종영했다.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마지막회에는 6.4%까지 떨어졌으니. 이렇게 된 건 운에 기대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과, 이야기 전개 상 밀고 당기는 멜로는 많았지만 신선하다고 여겨질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웹툰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드라마 리메이크에도 큰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역시 웹툰 리메이크는 좀 더 드라마적인 현실성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난관에 부딪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빨로맨스>의 힘이 그나마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연기자들 덕분이다. 특히 류준열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매력적인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응답하라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 역할은 끝까지 자제하는 캐릭터였다.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지만 그 속내를 좀체 표현하지 않는 인물. 이것이 팬들에게는 오히려 강력한 츤데레매력으로 어필되기도 했다.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응답하라1988>에서 꼭꼭 숨기고 있던 류준열의 다양한 얼굴들을 끄집어내준 인물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모태 솔로에 극도의 이성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오히려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지만(이 모습은 어딘지 <응답하라1988>의 정환을 닮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차츰 심보늬(황정음)를 통해 각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때론 화를 내고 때론 고백을 하는 캐릭터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류준열이 제수호 캐릭터를 확실히 잘 소화해냈다고 여겨지는 건 이런 변화를 잘 계획해 그려냈다는 점이다. 초반의 제수호의 모습과 마지막에 이르러 보여주는 제수호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류준열이 꽤 괜찮은 준비된 배우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존 작품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 류준열과 달리, 아쉽게도 황정음은 이번 작품이 그다지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연기한 심보늬라는 캐릭터가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그리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운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은 처음에는 코믹하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는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작품에서 황정음의 공적이라면 아쉽게도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준 점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그것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연기를 위해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열성에 비하면 캐릭터가 그것을 너무 받쳐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래도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확실히 빛났다는 건 이 작품이 남긴 작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운빨로맨스>, 어째서 <또 오해영>이 못되는 걸까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첫 회는 황정음, 류준열이라는 캐스팅과 동명 원작 웹툰의 기대감 때문에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3회 만에 8%로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제대로 인물에 몰입되었다면 시청률이 올라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지금 현재 <운빨로맨스>가 처한 현실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나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가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요즘 어째서 <운빨로맨스>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오해영(서현진)이나 공심이(민아)를 떠올려보면 이 인물들이 가진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인물과 집안과 스펙으로 비교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캐릭터들. 하지만 <운빨로맨스> 심보늬(황정음)에게서는 그런 현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녀가 처한 현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동생을 둔 인물이다. 마침 최고의 게임회사인 제제팩토리에서 입사시험을 보던 중에 당한 사고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 회사에 합격하고도 입사하지 않고 작은 게임회사인 대박소프트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회사는 망하기 일보직전이다.

 

사실 이러한 심보늬라는 인물의 설정은 그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를 상당 부분 흐트러뜨린다. 즉 마침 제제팩토리 시험 중에 당한 동생의 사고라는 것이 그녀가 그 회사를 저버리는 이유가 될까 싶은 것이다. 현실적이라면 병상에 있는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식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 건 그녀의 캐릭터다. 그녀는 운수에 민감하다. 그녀가 만든 기획안이 제제팩토리 제수호(류준열)의 눈에 들어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그녀는 여기서도 갈등한다. ‘재수 없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는 이유다. 결국 그녀가 그 회사에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되는 건 무속인 아저씨 구신(김종구)의 말 한 마디 때문이다. 거기에 그녀의 액운을 풀어줄 호랑이띠 남자가 있다는 말.

 

물론 운에 이토록 집착하는 캐릭터가 우습긴 하다. 게다가 호랑이띠 남자라면 액운을 풀기 위해 누구든 하룻밤을 불사하려는 심보늬와, 그런 운수 따위는 결코 믿지 않을 이성을 장착한 무성애자 제수호의 조합은 흥미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웃음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너무 운에 집착하며 그것 때문에 심지어 비현실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심보늬라는 캐릭터는 그만한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해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심보늬는 이토록 운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한참 능동적인 선택을 해야 할 청춘이 결국은 운빨이라며 일종의 자포자기를 하는 모습은 왜 일어나는 걸까. 지독히 불운한 청춘이 왜 그 불운과 맞서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운수에 집착하는 걸까. 물론 이런 질문들은 드라마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최소한의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이런 질문들에 드라마는 살짝이라도 답해줘야 하지 않을까.

 

황정음과 류준열은 전작에서 그러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열일하는 연기자들이다. 특히 황정음은 어찌 보면 감정 선이 일정하지 않은 이 드라마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몰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연기자들이 열심히 해도 캐릭터가 그걸 받쳐주지 못하면 그다지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는 인물들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케미는 그 공감대 위에서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운빨로맨스>, 웹툰으로는 몰라도 드라마로는

 

MBC <운빨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먼저 그 캐스팅이 그렇다. 작년 <그녀는 예뻤다>로 로코퀸의 탄생을 예감케 했던 황정음이 돌아왔고, <응답하라1988>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합류했다. 그러니 이 캐스팅의 팬덤만으로도 드라마는 들썩일 수밖에.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게다가 <운빨로맨스>는 원작인 웹툰으로 이미 일정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다. <멍순이>를 연재했던 김달님의 웹툰으로 운빨로맨스는 꽤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근 tvN <또 오해영>이나 SBS <미녀 공심이>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운빨로맨스>에 기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째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런 기대감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에 들어가기 전 남녀 주인공의 만남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너무 떨어진다. 사실 시작부분에 몇 개의 에피소드로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인 제수호(류준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시퀀스는 카지노에서 특유의 계산능력으로 칩을 싹쓸이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계산적인 성격과 능력을 드러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게 인물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은 갖가지 알바를 하면서 제수호와 여러 차례 악연으로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그녀가 가진 불행, 즉 동생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 와중에 점과 운수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이 캐릭터가 소개된다.

 

잘 나가는 CEO 남자주인공과 불행해도 씩씩한 캔디형 여자주인공. 사실 이 조합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너무 많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뤄왔던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빨로맨스>는 여기에 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라는 무속인의 말 때문에 제수호에 접근하는 심보니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웹툰이라면 모를까 드라마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웹툰이 가진 만화적 특성상 점 때문에 절박하게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보늬가 운에 이처럼 집착하는 것이 단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납득되고 공감할만한 현실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팬덤은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에 역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는데 그것을 드라마가 채워주지 못하면 실망감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황정음과 류준열, 그리고 웹툰 원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운빨로맨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첫 회의 아쉬움을 차츰 채워줄 수 있을지 다음 회의 면면이 주목된다

<또 오해영>, 사랑으로 이겨내려는 일터의 문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시청률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지난 주 6% 시청률을 넘긴데 이어 이번 주는 6.6%(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이런 시청률 상승세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 이 드라마에 대한 심상찮은 관심들이 도처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월요병을 호소하던 직장인들이 <또 오해영> 하는 날이라며 월요일을 반기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도대체 <또 오해영>의 무엇이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것일까.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여성 시청자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멜로드라마에서 일과 사랑은 이제 극을 이끌어가는 두 바퀴가 된 지 오래다. 한때는 사랑에 목매는 여성의 이야기가 그려진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이 나머지 반을 채운다. 즉 사랑도 이루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에서의 성공도 거두고 싶은 게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워킹우먼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일을 끝내고 돌아와 그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는 멜로드라마에 빠진다. 그 안에서 현실에 결핍된 한 조각을 판타지로 채운다.

 

하지만 <또 오해영>은 직장생활의 이야기와 사랑이야기를 모두 다루고는 있지만 주인공인 오해영(서현진)이 관심을 갖는 건 일보다는 사랑이다. 그녀는 이름이 같은 예쁜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늘 비교되며 심지어 회사에서까지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만나 괴로움을 겪는다. 모든 남성들은 오로지 그녀의 외모와 스펙 때문에 예쁜 오해영에게 몰려든다. 상대적 박탈감은 기본이고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지 않는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영이 취하는 태도는 일에 있어서 자신의 진가를 알리려고 하기 보다는 그 힘겨운 하루를 버텨내고 빨리 퇴근해자신을 설레게 하는 옆집 남자 도경(에릭)을 찾는 일이다. 그녀는 도경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보고 어마어마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는 회사에서는 꾸벅꾸벅 조는 인물이다. 일터는 그녀에겐 일종의 생존수단일 뿐 꿈을 이뤄주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이것은 <또 오해영>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그녀는 예뻤다>와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혜진(황정음)은 그래도 직장 내에서 자신만의 진가를 발휘하며 어떤 꿈을 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오해영에게서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다니는 회사의 외식사업본부 이사인 박수경(예지원) 캐릭터에서도 극적으로 보여진다. 박수경은 회사에서는 얼음마녀지만 과거의 남자를 못 잊어 퇴근 후 술에 취해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인물이다.

 

<또 오해영>은 그래서 특이하게도 일에서 탈주해 사랑으로 뛰어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것은 마치 일이라는 현실을 탈출해 사랑이라는 판타지로 뛰어드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과거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성공하는 판타지를 꿈꾸던 멜로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그 밑그림으로 살짝 보여지는 이 드라마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물론 이 오해영이라는 캐릭터의 행보가 지금의 모든 직장여성들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오해영>이 그리고 있는 현실 탈피 판타지가 지금의 대중들의 취향을 건드리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그토록 멜로드라마들이 판타지로 그려냈던 일에서 조차의 성공이 이제는 이뤄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그런 현실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공고한 시스템에 의해 성공으로 이르는 길이 태생적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현실을 어느새 드라마 같은 상상에서조차 우리는 포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현실을 벗어나 소소하지만 개인적인 행복과 성취에 더 집착하고 있는 지도. 그것이 현실 가능한 행복 추구일 테니 말이다. 이것은 아마도 <또 오해영>이 건드리고 있는 판타지이며 그 판타지가 대중들을 공감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서 우리네 현실의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는 <또 오해영>의 흐름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여러모로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그 시청률 흐름이 그렇다. <그녀는 예뻤다>가 첫 회에 4.8%(닐슨코리아)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해 2회에 7.2%, 5회에 10.7% 이렇게 놀라운 상승곡선을 그려낸 것처럼, <또 오해영> 역시 첫 회에 2.0%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두 배가 넘는 4.253%를 기록했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이런 흐름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초반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폭발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차츰 캐릭터가 잡히고 관계가 설정되어가면서 힘을 받기 시작하면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모여든다. 시청률은 그래서 초반이 조금 지나간 상황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녀는 예뻤다>가 그랬던 것처럼 <또 오해영>은 오해영(서현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4회 만에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 한없이 망가지는 캐릭터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차츰 그녀가 처한 현실을 동정하게 된다. 그리고 오해영과의 악연 때문에 처음에는 멀리 하려 했지만 차츰 그 매력을 느끼는 도경(에릭)처럼 시청자들도 차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의 멜로가 이만큼의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가 무려 18%의 최고 시청률을 냈던 이유로 그 현실 공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처럼, <또 오해영> 역시 직장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현실이 그려진다.

 

똑같은 이름이지만 예쁜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오해영(전혜빈)과 늘 비교당하며 수난을 겪어온 그냥오해영은 마치 금수저 흙수저의 현실을 담아낸 캐릭터들처럼 보인다. 결혼식 전날 그냥오해영이 파혼을 통보받게 된 것은 사실 그녀의 피앙세인 한태진(이재윤)이 투자가 끊겨 사업에 망하게 되면서 그녀를 스스로 놔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태진이 그런 일을 겪게 된 건 도경이 결혼식 날 나타나지 않은 예쁜오해영이 사귀는 남자가 한태진이라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연 속에서 그냥오해영은 일종의 자기 비하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명랑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그 내면은 사실 죽고 싶을 정도다. 태생적인 미모와 집안으로 늘 사람들의 호의를 받는 예쁜오해영과 그냥오해영은 그렇게 비교된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근깨투성이 혜진(황정음)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녀의 친구 민하리(고준희)보다 사실은 더 예쁜존재라는 걸 드러내듯이, <또 오해영>에서도 그냥오해영이 예쁜오해영과 비교해 얼마나 귀엽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인가를 조금씩 보여준다.

 

같은 이름 때문에 막연히 비교 대상이 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오해영은 그녀 나름의 매력이 따로 있었다는 것.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직위, 집안이 아니라 그녀 자체가 가진 매력을 찾아내는 것을 로맨틱 코미디의 멜로와 엮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오해영><그녀는 예뻤다>의 구도를 닮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또 오해영><그녀는 예뻤다>와 판박이라는 건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다르고, 무엇보다 오해영이라는 캐릭터는 서현진이라는 배우를 통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상대인 도경 역할의 에릭 역시 음향감독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려 서현진과 잘 맞는 케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도경의 기시감 같은 설정은 드라마에 어떤 미스테리한 느낌을 부가해주기도 한다.

 

<또 오해영>은 제목이 말해주듯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오해는 단순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넘어서 한 사람에 대한 오해, 나아가 스펙사회에서 잘 보여지지 않는 그 사람의 진가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또 오해영>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오마비> 신민아, 살찌우자 비로소 보이는 연기

 

최근 여성연기자들은 예쁨을 감추려 안간힘이다? KBS <오 마이 비너스>의 신민아는 살을 주체할 수 없는 뚱뚱이로 분장했다. 대학시절에는 남자들을 줄줄 달고 다니는 말 그대로 비너스였지만 역변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랑사또전>의 아랑이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구미호 역할을 하며 미모를 뽐낼 때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연기가 이 뚱뚱이 분장을 하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최근 종영했던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은 물론 <킬미 힐미><비밀> 같은 작품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그저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랑스러움이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그녀 역시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에 폭탄머리를 하고 나왔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녀의 연기는 더 돋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여성 연기자들에게 미모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무기이면서 동시에 거기에 속박될 수 있는 족쇄가 된다. 특히 출중한 외모를 가진 여성 연기자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주목받지만 대신 연기를 해도 그 연기가 미모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그 미모가 그 연기자의 이미지로 굳어져버려 새로운 연기를 할 때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 미모의 여성 연기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굳어진 이미지를 어떻게든 벗어나야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외모를 가려버리는 캐릭터들은 이들 여성 연기자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때 이런 장치로 가장 많이 쓰인 건 남장여자였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윤은혜는 그 남장여자 캐릭터로 대중들의 새로운 주목을 받았고,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은 늘 따라붙던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그 남장여자 캐릭터로 깨버릴 수 있었다. 또 이렇게 이미지를 깨는 데 유용한 역할이 바로 악역이다. 수애는 <야왕>의 주다해 같은 악역을 통해 자신의 고고한 이미지를 깨려 노력한 연기자다.

 

<오 마이 비너스>의 신민아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주는 캐릭터를 얻은 셈이다. 뚱뚱이 강주은이라는 캐릭터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뚱뚱한 몸과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을 갖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일단 강주은이라는 뚱뚱이 캐릭터가 가진 씩씩하고 밝으며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다보면 그녀가 어서 살을 빼고 제 모습의 비너스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이건 놀라운 변화다. 대체로 신민아가 연기를 한다고 하면 시청자들은 흔히 그 외모를 오히려 불편해한다. 왜냐하면 마치 그 외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마이 비너스>는 정반대다. 그 외모를 뚱뚱이 캐릭터로 가리고 연기를 먼저 보여주고 나니 오히려 본래 신민아가 갖고 있던 그 외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

 

여러모로 <오 마이 비너스>는 극중 캐릭터인 강주은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신세 마일리지라는 표현처럼, 신민아에게 신세 마일리지를 갖게 하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뚱뚱한 얼굴에서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참 많은 걸 표현해내는 신민아를 보게 되다니. 연기자로서 < 오 마이 비너스>는 신민아에게 어떤 분수령이 될 만한 작품이다.



야심찼던 <그녀는 예뻤다>, 왜 아쉬움이 남을까

 

아마도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MBC가 남긴 최고의 드라마가 아닐까. 시청률면에서도 화제성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놀라운 기록들을 남겼다. 첫 방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3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를 찍었다. 어디 그뿐인가. 콘텐츠 파워지수 3주 연속 1(CJ E&M/닐슨 코리아), 프로그램 몰입도 1(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런 시청률의 급상승이 가능했던 건 이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없는 청춘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현실적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처음 이 드라마를 제목만으로 접한 시청자들은 그것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그 로맨틱 코미디에 부여된 사회적 현실에 공감대가 점점 커질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주근깨투성이의 김혜진(황정음)이라는 이 양자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즉 김혜진은 자라면서 주근깨가 생겨 외모가 역변한 인물인데다, 동시에 집의 몰락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스펙도 별로 좋지 않은 인물이다. 이 캐릭터는 따라서 로맨스로 풀면 첫사랑 앞에도 못나서는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이 되지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배경인 진성매거진이라는 회사의 인턴이라는 입장으로 풀면 늘 구박받고 오해받는 전형적인 을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김혜진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바라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 지성준(박서준)이나 김신혁(최시원) 같은 멋진 남자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진성매거진이라는 일터에서 그녀가 진가를 보여지길 원하게 된다. 따라서 이 그녀의 진가라는 건 외모와 상관없는 품성, 스펙과 상관없는 실력을 말해준다. 이러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처럼 괜찮은 캐릭터와 잘 짜여진 이야기로 완성도 높게 그려지던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김혜진이 화장으로 주근깨를 지우고 영 모스트스럽지 못한 스타일을 버린 채 잘 꾸미고 회사에 다시 나타나던 시점부터다. 그것은 마치 이 드라마가 지금껏 해왔던 사람의 진가에 대한 좋은 관점을 덮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주근깨라도 당당하고 스펙 없어도 일 잘하는 김혜진에게 매료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급물살을 탄 멜로와 너무 빨리 밝혀져 버린 정체는 그래서 일찍 터트린 샴페인처럼 뒷맛을 밍밍하게 만들었다. 16부작이지만 일찌감치 11부에 해소되어버린 갈등요소는 나머지 5회를 그저 질질 끌려가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그 5회 분량은 마지막회 한 회면 충분할 소재의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이야기의 부재는 드라마를 온전히 멜로에만 할애하게 했다. 초반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청춘의 자화상으로서의 김혜진 캐릭터는 이 후반부에 과도하게 질질 끌려간 멜로에 의해 희석되어버렸다.

 

꽤 좋은 성적과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만일 초반의 흐름처럼 후반까지 쉬지 않고 흘러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야심찼던 시도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예뻤다>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그래서인지 그만큼의 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



최시원을 위한 최시원에 의한 최시원의 '그녀는 예뻤다'

 

알고 보니 진짜 주인공은 최시원?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똘기자 신혁(최시원)의 정체는 진성매거진 회장 아들이 아니라 소설가 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신혁의 정체로서 소설가 텐의 등장은 사전에 아무런 복선이 깔려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을 준다. 애초에 계획된 내용이라기보다는 새롭게 끼워 넣어진 듯한 인상을 주는 것.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소설가 텐은 14회에 갑자기 그 이름이 등장한다. 즉 더 모스트지가 인터뷰하기로 했던 레너드 킴이 약속을 취소하면서 그 대체인터뷰 인물을 거론하면서 나온 이름이 소설가 텐이다. 모스트지의 피처 디렉터인 김풍호(안세하)는 소설가 텐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텐이라는 세계적인 익명의 소설가가 최근에 한국인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 말이지. 그리고 메모리 신간도 초 대박이 터져버렸고. 이거보다 핫한 사람이 또 어디 있노.”

 

드라마는 이 한 마디로 소설가 텐이 모스트지의 구세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회장 아들의 정체와 소설가 텐의 정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놓은 후 마지막에 그 텐의 정체가 최시원임을 밝혀준다. 물론 회장 아들은 김풍호라는 반전도 끼워 넣는다. 그동안 덥수룩했던 수염을 말끔히 밀어내고 놀라는 지성준(박서준)에게 손을 내미는 신혁의 모습. 이러니 그 역할을 맡은 최시원이 주목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사실상 이 드라마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아무도 몰랐던 김혜진(황정음)의 진가를 발견해준 인물이고 그녀의 주변에서 우정을 가장한 사랑을 해온 인물이며 그러다 그녀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고는 그녀를 보내준 인물이다. 게다가 이제는 모스트지를 구원해낼 인물로서 등장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그녀는 예뻤다>가 얼마나 최시원에게 최적화된 드라마인가를 알 수 있다. 일단 신혁이란 캐릭터와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봐왔던 최시원의 이미지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것은 아마도 예능 작가 출신들이 갖는 장점 중 하나로 보인다. 캐릭터와 출연자의 이미지를 최적화시키는 능력. 그래서 최시원은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 또한 신혁이라는 인물과 동일시될 정도로 대중들의 호감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예뻤다>는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녀 간의 사랑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해버렸고 그 나머지 공백을 모스트지의 생존과 연결된 일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갈등 없는 사랑이야기가 조금은 밋밋해져 갈 때 오히려 드라마의 분위기를 쇄신한 인물은 결국 최시원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여전히 김혜진의 옆에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녀와의 데이트 같은 장면들로 드라마에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됐다. 그 장면들은 이 드라마의 흐름이라기보다는 따로 떼어낸 시트콤의 하나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알콩달콩한 김혜진과 지성준에게서 조금씩 신혁이라는 인물로 쏠리게 된 것은 드라마의 흐름이 그에 대한 몰입을 더욱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갖가지 엔딩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신혁이 소설가 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심지어 이 모든 것이 신혁의 소설 혹은 상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니 최시원이 사실은 숨은 주인공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밖에. 실로 <그녀는 예뻤다>는 최시원을 위한, 최시원에 의한, 최시원의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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