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젠 <휴먼다큐사랑><눈물>시리즈도 못 보나

 

오랜만에 찾은 MBC 교양국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PD들은 의욕을 잃은 지 오래고 심지어 환멸이 느껴진다며 자청해 타 부서로 가는 이들까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정권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행해진 MBC 사측의 시사교양에 대한 탄압은 이제 교양의 해체라는 막장에까지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양 PD들에게서는 사측에 대한 분노를 넘은 체념을 느낄 수 있었고 향후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사진출처:MBC

MBC의 교양국 축소는 최근 나온 조직개편안을 통해 이미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찢어놓은 뒤, 이제는 MBC 교양을 해체시키는 수순에 들어간 것. 이 조직개편안이 현실화되면 MBC의 다큐 프로그램은 사실상 외주제작으로 전환되고 교양국 PD들은 예능국으로 편입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면 MBC 고유의 색깔을 내는 PD들의 교양 프로그램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한 때 언론의 기수로서 상징화되기도 했던 <PD수첩>이 그 존재감을 잃어버린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시사매거진 2580>도 마찬가지다. <MBC 뉴스데스크>는 심지어 비난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토록 대중들을 주목시키던 MBC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는 데는 단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경영이 인사권에서부터 편성권을 휘둘러 제작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제는 MBC의 교양 프로그램들이 그 차례를 맞고 있다. 한때 <MBC스페셜>이 금요일 밤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던 시절은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것들을 포착해내던 <MBC스페셜>만의 그 색깔은 사라져버렸고 대신 그 빈자리는 최근 <SBS스페셜>이 채워주는 형국이다.

 

또한 <MBC스페셜>이라는 중심으로부터 뻗어 나온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그리고 <남극의 눈물>까지 이어진 일련의 눈물 시리즈, 해마다 대중들에게 감동의 시간을 제공했던 <휴먼다큐 사랑> 역시 그 존재감이 어느 새부턴가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다. 당시 눈물 시리즈는 다큐로서는 이례적으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던 효자상품이기도 했다. 그런 성과들이 깡그리 무시된 채 MBC 교양을 해체시키는 건 경영적으로 봐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런 난도질을 하는 것일까. 시사나 교양은 본 것을 그대로 전하고 그 의미를 찾아내는 일을 할 뿐이다. 거기에 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잣대를 씌워 사지를 잘라놓으려 한단 말인가. 이것은 단지 MBC의 시사교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결국 방송이란 그걸 바라보는 대중들의 눈과 귀를 대신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건 대중들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정직, 감봉, 징계, 강제전출. 이것이 지금 MBC 교양국에서 지난 몇 년 간 일어난 일들이다. 그리고 그 끝은 해체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걸까. 모든 걸 양보하고라도 이것이 과연 MBC라는 방송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MBC, 대중들의 편에 설 수는 없는 걸까

 

최근 <무한도전>은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선거특집을 방영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아이템이고,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미래를 얘기하는 소재이지만, 그것은 또한 MBC라는 방송사나 나아가 정부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멤버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관료주의 타파투명성 확보등의 공약 문구는 그래서 지금의 MBC와 정부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개과천선(사진출처:MBC)'

결국 <무한도전>이 이러한 선거특집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과의 소통이다. 시청자들 편에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들어주기 위함이고,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함이다. <무한도전>에 대한 지지층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자신의 편의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청자 지상주의를 내세우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수목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개과천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차영우펌의 변호사 김석주(김명민)가 어느 날 사고로 기억상실을 겪게 되고 자신이 변호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추악한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고 말 그대로 개과천선하는 드라마다. 김석주는 태안반도에 벌어진 기름유출 사건에서 사건을 일으킨 기업측에 서서 고통받는 어민들의 보상을 가로막았고, 승소하기 위해 한 여자 연예인의 치부까지 드러내 결국 그녀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게 만들었다.

 

자신이 자신을 돌아보는 흥미로운 구조를 가진 이 드라마는 결국 김석주가 어민들 입장을 자꾸 생각하게 되고, 또 자신이 궁지에까지 몰았던 여자 연예인을 위해 변호를 맡는 극적인 반전을 다룬다. 가해자인 자본과 대기업의 더러운 입으로만 살아왔던 그가 거꾸로 서민들과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 무엇보다 변호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그가 기업이 아닌 서민들 편으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MBC라는 방송사의 현 상황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근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단 몇 년만에 MBC는 너무나 다른 방송국이 되어버렸다. 지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MBC는 대중들의 눈과 입을 대변해주는 방송국이었다. <PD수첩>이나 <뉴스데스크> 같은 뉴스 시사프로그램은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콕콕 집어내었고, 드라마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그 몇 년 사이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더 이상 대중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지 못했고 드라마들 역시 막장드라마의 일일과 주말 편성은 물론이고 역사왜곡의 위험성이 있는 사극을 버젓이 강행했으며 최근에는 일선 PD들의 자율성을 깨는 PD 교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기자와 아나운서들의 인사이동이 진행 중이고, 능력 있는 PD들은 견디지 못하고 방송국으로부터의 이탈을 시도 중이다.

 

항간에는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MBC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다시 대중을 위한 방송을 위해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무한도전>의 외침을 귀 기울일 수는 없는 일일까. 그 좋은 제작 능력으로 자본과 권력의 편에 서기보다는 서민들의 편에 서는 개과천선은 불가능한 일일까. MBC는 지금 대중들을 외면하고 침몰하느냐, 아니면 다시 대중들의 편으로 돌아와 생존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방송사의 근간은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대중들의 지지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평일 11시 예능, 시청률의 늪이 된 까닭

 

평일 11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1시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보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그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15%에서 20%까지 육박하던 평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지상파 3사 시청률을 다 합쳐도 15%가 겨우 될까 말까한 수치들이다.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 걸까. 11시만 되면 TV를 꺼버리는 걸까.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SBS<힐링캠프>는 한때 힐링 트렌드를 주도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청률이 7%대에서 어떤 경우에는 5%대까지 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MBC는 아예 <놀러와> 폐지 후 이 시간대의 예능을 포기했고 그나마 일반인 예능으로 월요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던 KBS <안녕하세요>도 현재 7%대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7%대 시청률은 나은 편이다. 화요일의 경우 지난 25MBC <PD수첩>6.5%의 시청률을 낸 데 반해 KBS <우리동네 예체능>4.9%, SBS <심장이 뛴다>4.2%를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11시대 시청률의 하락으로 봐야 한다. 1위와 2위 차이가 고작 2%도 안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요일도 목요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수요일 26MBC <라디오스타>6.3%까지 시청률이 떨어졌고 SBS <오마이베이비>5%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KBS <밀리언셀러>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고작 2.8%의 시청률을 냈다. 또한 목요일 KBS <해피투게더>7%, SBS <백년손님 자기야>역시 6%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MBC<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는 아마존 가족과의 교류라는 야심찬 기획에도 불구하고 3%에서 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표로만 보면 11시대에 시청자들은 TV를 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시청률표를 100%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한 얘길 것이다. 현재처럼 젊은 시청세대의 의견이 절반 정도밖에 수렴되지 않는 시청률표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50세 이상 노년층에게 있어 11시대 이후의 TV 시청은 그 자체로 쉽지 않고 또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마련인 예능 프로그램 시청 역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청률표의 왜곡과 50세 이상 노년층의 시청패턴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시청률 수치는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당지 시청률표의 왜곡에만 전적으로 그 원인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힐링캠프>처럼 이미 트렌드가 지나버린 연예인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나, <라디오스타><해피투게더>처럼 몇몇 파워 MC들의 힘에 기대 변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 또 새로운 시도라고는 하지만 만듦새에 있어서 그다지 세련되게 보이지 않는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같은 프로그램이나, 화제도 있고 의미도 있지만 시간대 편성이 평일 11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프로그램들의 엇박자도 그 원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세대들의 시청패턴이 달라지면서 본방보다는 선택적 시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이나 케이블의 예능이 약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선택적 시청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조금은 마니아적인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 속에서 보편적 시청층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3% 4%의 시청률이라는 것은 이미 보편적 시청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말해주기도 한다.

 

시청률 추산의 왜곡과 현재의 TV 시청 패턴의 변화를 모두 고려해보면 평일 11시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꽤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률 추산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게 조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보편적 시청자를 겨냥해야 할지 아니면 마니아적인 집단을 겨냥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거론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어디서나 얘기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 경쟁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과연 평일 11시대의 프로그램들을 이대로 모두 고사시킬 작정인가.

JTBC로 앵커 복귀하는 손석희, MBC는 왜?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한다. 지난 2000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3년만의 앵커자리 복귀다. 그런데 그가 복귀하는 곳은 친정인 MBC가 아니라 JTBC다. 앵커로서 또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라디오 MC로서 손석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 아나운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아나운서를 놓치는 건 방송사로서는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즉 MBC를 떠나 JTBC에 새로운 둥지를 튼 손석희 사장은 그 거취 자체로 그간 MBC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가를 말해준다.

 

'JTBC 뉴스 시사(사진출처:JTBC)'

손석희의 앵커 복귀로 JTBC의 시사 보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물론 지금껏 채널A나 TV조선 같은 종편 채널들의 시청률에 목맨 마구잡이식 보도 행태로 종편 전체의 시사 보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석희가 JTBC의 보도 부문 사장으로 영입되고 온전히 그의 손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맡겨진 상황이니만큼 얼마나 다른 방송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석희가 아닌가.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할 <뉴스9>이 뉴스의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속보전에서 뉴 미디어에 밀려버린 TV 뉴스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뉴스 보도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뉴스9>은 이러한 관행적으로 해온 리포트의 백화점식 나열을 자제할 거라고 한다. 대신 당사자나 전문가 인터뷰, 심층취재를 강화해 TV 뉴스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이밖에도 시사 부문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정관용 라이브>를 맡고, MBC에서 퇴사해 프리선언을 한 문지애 아나운서가 일일 교양 프로그램 <당신을 바꿀 6시>의 진행자로 나선다고 한다. 여기에 역시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가 된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미 <비밀의 화원>이라는 프로그램에 MC로 활약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손석희, 문지애, 오상진 모두 MBC가 밀어낸 아나운서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사적인 네트워크의 시각을 볼 필요는 없다.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이야 방송이 생계일 수밖에 없고 문지애나 오상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된 아나운서들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이 JTBC로 가든, 아니면 케이블 방송을 하든(오상진은 실제로 여러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게다.

 

다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왜 MBC는 이렇게 촉망받는 아나운서들을 모두 온전히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밀어냈던가 하는 점이다. 아나운서들은 사실상 방송 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직업군들이다. MBC 사태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문지애나 오상진이 방송국 내에서 어떤 처지였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수한 선배들이 아직도 프로그램 하나 맡지 못하고 외곽으로 떠돌고 있지 않은가.

 

보통의 회사원들이 사표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사표를 쓴 것 역시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진로가 있었을 것이다. 즉 문지애 아나운서나 오상진 아나운서가 류승룡이 소속된 프레인 TPC에 모두 전속계약을 한 것은 이들 역시 나름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표를 내는 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건 역시 회사의 책임이 크다. 손석희를 비롯해 최일구, 문지애, 오상진 등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빠져나가면서 MBC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부분 놓친 게 사실이다.

 

한때 서민들의 입과 귀를 대변해주었던 <MBC뉴스데스크>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 258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때 금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스페셜>은 근 몇 년만에 그 존재감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방송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방송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얼굴인 아나운서의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그 얼굴들로만 보면 MBC는 JTBC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이 사실상 방송의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것은 MBC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MBC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앞으로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행보는 MBC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MBC 시사교양, SBS에 밀려버린 이유

 

지난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내보낸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잘못된 우리네 사법 정의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정의의 부조리는 이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으며 그간 한숨으로 침묵하던 서민들의 공분을 터트렸다. 그 후속편으로 나간 ‘죄와 벌-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사모님의 뒤에 놓여진 의사-변호사-검사의 커넥션을 파고들어 ‘그들만의 사법’이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꺼내놓았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최근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른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공분’을 잡아내고 있다. 이전에 방영된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영훈국제중학교의 비리를 파헤쳤다. 물론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이미 뉴스 보도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도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이 밝힌 대로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4월 ‘의문의 형 집행정지’편에서 다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똑같은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향력의 차이를 낳았을까.

 

여기에는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진 특유의 연출 방식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김상중을 진행자로 세워 증거들을 하나씩 분석하고, 복잡해 보이는 사건 기록들은 재현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안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달효과가 그만큼 뛰어나다. 물론 어떤 아이템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사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또한 그 소재를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핵심을 정리해주는가도 관건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 외적인 문제다. 즉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결국은 그 방송사 프로그램의 의제설정 기능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즉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이 ‘사모님 사건’을 다뤘음에도 의제설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방송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것은 지난 정권에 들어선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MBC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공신력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다. 대중들은 지금도 사회적 의제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의혹 문제나 5.18관련 왜곡 문제 같은 사안에 이렇다 할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PD수첩>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 MBC 뉴스 시사프로그램이 주는 실망감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슈가 사라져버리고 점점 연성화된 아이템만을 다루는 MBC 뉴스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감이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기자와 PD들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데스크들의 아이템 사전검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지금 MBC의 기자, PD들은 아예 이슈아이템을 다루지조차 않는 검열로 인해 심지어 무기력증에 도달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뿐만 아니라 <현장21>이 다룬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편으로 또 한번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이 잘 이행되고 있는가를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예병사들이 술을 마시고 안마시술소를 들락거리는 장면을 포착해낸 것. 이 사안은 일파만파 커져 결국 국방부가 나서 전면 수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국방부는 만일 문제가 있다면 ‘연예병사 제도’의 존폐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어찌 보면 SBS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함께 하고 있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MBC는 어떨까.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MBC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사실 방송사에 대한 신뢰와 호감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이슈메이킹이나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이 상실된 보도는 그래서 MBC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 때 <PD수첩>이 이끌고 <100분토론>이 밀어주던 MBC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운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김재철의 MBC, 그 잃어버린 3년의 의미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공고하게 세워둔 MBC라는 방송사의 위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은. 그 중심에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김재철 사장이 있다. 이전에는 MBC 사장이 도대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면서 방송을 즐겼던 대중들도 이제 김재철 사장이 누구인지 알 정도로 그는 MBC 프로그램의 추락을 초래했다. 그 전까지는 잘 몰랐던 사장 한 명의 위력을 실감하던 시간이었다.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가장 큰 문제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무려 170일 동안의 파업을 벌였지만, 이로 인해 2백여 명의 MBC직원이 해직되거나 징계되었다는 것이다. <PD수첩>의 최승호 PD, 박성제, 박성호 기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이상호 기자 등 8명이 해고되었고, 파업 관련자들을 본래 직종과 무관한 부서로 전보 처리하는 등 보복성 인사와 징계가 이어졌다.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MBC의 얼굴들이 일거에 사라져버린 것. 서울남부지법은 이러한 전보 처리 등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MBC의 얼굴들이 해고되거나 주변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게 망가진 것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다. MBC 하면 먼저 떠오르던 <뉴스데스크>나 <PD수첩>의 날선 비판의식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뉴스의 정부 편향성은 대중을 위한 뉴스가 아니라 정부를 위한 홍보에 머물렀고 당연히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다. <PD수첩>은 PD의 해고에 이어 작가 8명 전원이 해고당하고 대신 시용PD들이 배치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100분 토론> 또한 손석희가 빠지면서 급격히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대중들의 기억에서조차 멀어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전문 인력들이 빠져나가자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사고도 줄을 이었고 몇몇 아나운서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과 실수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그저 시청률에 목매달면서 <뉴스데스크>를 8시 대로 옮긴 것은 MBC 전체 프로그램의 틀을 뒤흔들었다. 시간대를 옮겼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3사 꼴찌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고, 9시 대에 <구암 허준>이라는 일일사극 파격 편성 또한 그다지 시청률을 가져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은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의 공백을 가져온 셈이다.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MBC 주말드라마의 막장으로 이어졌다. <메이퀸>은 아동학대에 가까운 자극적인 전개로 시작해 개연성 없는 인물들의 변화와 극악스러운 캐릭터들을 세움으로써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대중들의 냉랭한 비판을 받았고, 그 바톤을 이어받은 <백년의 유산> 또한 비상식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등장해 막장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져온 MBC 드라마의 비극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그림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드리워졌다.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8년 장수한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가 떠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종영되었고, 그 자리를 채웠던 <배우들>이라는 토크쇼 역시 시청률 난항으로 갑작스런 폐지를 맞았다. 아예 이제 MBC는 월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빼고 <MBC스페셜>을 편성함으로써 사실상 예능 포기선언을 한 셈이다.

 

이 월요일 저녁 시간대를 때우고 있는 <MBC스페셜>도 그 위상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참신한 기획으로 다큐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금요일 밤의 최강자로까지 자리했던 <MBC스페셜>은 끝없는 편성 변경으로 인해 한없이 망가져버렸다. 눈물 시리즈와 <휴먼다큐 사랑> 같은 좋은 아이템들이 즐비했던 <MBC스페셜>의 추락은 MBC의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뼈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사장 한 사람의 전횡으로 인해 방송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것이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지난 3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송의 성패가 프로그램의 질만큼 대중들이 그 방송사를 바라보는 정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 3년이 준 뼈아픈 교훈이다. 해고 노동자 복직, 변방으로 밀려난 직원들의 원대복귀 등등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는 문제다. 이 하나의 선택은 앞으로 MBC가 잃어버린 3년을 되돌려 다시 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인가를 가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무도> 재개됐지만 MBC 문제는 여전

 

<무한도전>에 이나영이 나왔을 때 전부 달겨드는 출연진들로 일대 소란이 일어나자, 김태호 PD는 ‘방송국 국격에 안 맞게...’라는 자막을 넣었다. 평상시라면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막은 작금의 MBC 사정과 맞물려 기묘한 울림을 만들었다. 김태호 PD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것은 현재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 첫 번째는 <PD수첩>의 작가 전원이 해고된 일이다. <PD수첩>은 이미 PD 10명 중 1명은 정직을, 5명은 대기발령을 받았고 업무 복귀 이후 1명은 다른 국으로 전보되었고 빈 자리를 사측에서 고용한 시용PD들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PD수첩>에 정작 PD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작가 6명 전원을 해고 통보했다는 것은 아예 대놓고 <PD수첩>을 죽이겠다고 나선 것과 다름이 없다.

 

<PD수첩>에서 이들 작가들이 했던 아이템들을 보면 이들의 해고 통보가 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민간인 사찰’, ‘기무사 민간인 사찰’,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등이 그것이다. 모두 정부와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적 시각이 들어있는 아이템들이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를 제작한 최승호 전 <PD수첩>PD는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날 김재철 사장이 자신이 본 후 방송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프로그램을 갖고 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측에서 이들 일련의 <PD수첩> 아이템들을 껄끄러워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해 사측에서 내세우는 해고의 이유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김현종 시사제작교양국장은 그 이유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배연규 <PD수첩> 팀장은 “아이템이 진부하고, 시청률도 낮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PD수첩>이 정상적으로 방영되었을 때,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대중의 관심도 훨씬 높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거꾸로 이 상황은 아이템들이 자꾸 검열당하면서 생긴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들은 ‘진부한 아이템’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일까.

 

작가들은 사실 방송사 소속이 아니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사가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사전 통보도 없이 전원 해고처리하는 것은 자칫 작가를 바라보는 그 방송사의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MBC 구성작가협의회의 입장 전달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PD수첩> 작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 전체에 대한 모독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상황은 일파만파다. 시사교양 작가들뿐만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까지 이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고 질타했고,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작가라서 작금의 치졸을 글로 써버리면 그뿐이지만, 방송의 공영성은 시대의 정신은 이대로 흘러선 안 됩니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림픽 방송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논란 투성이 방송이 되어버린 MBC의 올림픽방송은 파업 복귀 이후 사측의 기습적인 인사 조치로 결국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인력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영국인’ 발언으로 배수정이 문제를 일으킨 것도 결국은 제대로 된 아나운서를 그 자리에 세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보인다. 또 박태환 선수가 실격 처리됐다고 통보됐을 때 무리하게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나, 올림픽 방송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마치 장례식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의 아나운서 역시 인력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결국 파업 복귀를 선언하고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MBC 사측이 제 발을 찍은 셈이다. MBC 사측으로서는 올림픽을 통해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방송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베테랑 PD와 기자와 작가, 아나운서를 엉뚱한 곳으로 배치시켜 놓은 상황에서 특유의 경륜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 올림픽 방송을 정상적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건 차 포 떼고 장기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방송을 재개하면서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의 불방이 <무한도전> 정상화보다 부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무한도전>의 방송 복귀가 MBC 사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치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전면에 <무한도전>을 복귀시킴으로써 여전히 진행형인 MBC의 문제가 덮여질 수는 없다. 그것은 올림픽 방송 논란으로 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예능과 시사 교양 모두 실종된 MBC

 

'MBC 뉴스데스크'는 한때 뉴스 프로그램의 간판 격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특유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따끔한 멘트와 시각들이 소외된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들은 모두 스타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지금의 뉴스데스크는 편성시간이 확 줄어버렸고 심지어 주말의 뉴스데스크는 단 15분이 고작이다. 대신 '세상보기 시시각각'이라는 VCR물이 뉴스의 빈자리를 때우고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는 'PD수첩'에서 '시사매거진 2580' 그리고 '100분 토론' 같은 인기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았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렸거나 본질을 잃고 마치 물 타기를 한 듯 프로그램 색깔이 흐릿해져버린 게 사실이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이런 상황이니, 교양 프로그램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MBC스페셜'은 금요일 밤을 대표하는 다큐 프로그램이자, TV 다큐의 성공사례로 지목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물론 파업 여파가 더 그 변화를 극명하게 보이게 해준 것일 게다. 하지만 이미 파업 이전부터 이런 변화는 눈에 띄게 일어났다는 것. 즉 이 변화가 파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파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방송, 특히 현실에 민감한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이 통제 받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프로그램이 자칫 그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다. 파업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좀 더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함이다.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이 다를 수 없다. 예능은 그저 웃음을 주는 것으로 현실과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디 그런가. 지금의 예능은 현실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된다.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대표적이다. 11주째 결방의 이유도 분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파업에 대해 지지하는 대중들의 마음도 분명하다. 우리는 그저 방영되기만 하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의미를 주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것이다.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등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건 모두 제대로 된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외주로 채워 넣은 '일밤'이나 MBC측에서 겨우겨우 채워 넣은 방송이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타이틀만 같다고 같은 프로그램이 되는 건 아니다. KBS의 '1박2일'이 파업 와중에 편집 인력 몇을 투입해 만든 프로그램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는 건 그 때문이다.

 

남은 건 본래부터 외주로 채워지던 드라마들뿐이다. 그것도 자체 제작하는 주말드라마, '무신'과 '신들의 만찬'은 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드라마들이다. 때 아닌 신파 설정으로 7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무신'과, 이해할 수 없는 멜로 구도의 급변으로 논란마저 겪고 있는 '신들의 만찬'은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하던 MBC의 위상을 옛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뉴스의 편성이 줄어들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사라지고, 예능도 없고, 드라마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방송. 이것은 어쩌면 파업이 아니라도 잘못된 인력운용으로 파행되는 방송사가 보여줄 풍경 그대로일 것이다. 케이블만큼도 볼 게 없는 작금의 MBC는 그래서 이 본질적인 문제를 그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식'의 인력운용과 버티기로 일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그토록 방송이 하고 싶은 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일선에서 벗어나 있는지, 또 그토록 제대로 된 방송을 보고 싶은 대중들이 긴 시간 동안 결방을 참고 있는지 MBC는 생각해봐야 한다.

닮았지만 닮아서는 안 되는 것, 개그와 정치

개그와 정치는 냉소적으로 보면 닮았다. 이른바 “웃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 정치는 훌륭한 풍자개그의 소재로 사용된다. 그래서일까. 허경영 총재의 연이은 대선 출마는 투표장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에 한 바탕의 웃음으로 기억된다. 황당한 공약과 주장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자체가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사람들에게는 정치풍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표를 하는 세대와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허경영 총재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허경영 총재의 정치적인 이야기는 분명 황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그적인 재미를 갖추면서 지지를 받게 되었다. 분명 달라야 하는 정치와 개그가 같은 맥락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도대체 허경영 신드롬이 왜 지금 일고 있느냐고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 신드롬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재미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개그맨 뺨치는 인기를 통해 놀라울 것도 없는 행보지만, 정치인으로서 등장한 허경영 총재가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따라서 이미지의 혼동을 주게 된다. 그것이 늘 개그 같은 공약을 세워왔던 정치인으로서의 허경영 총재인지, 아니면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으니 어쨌든 재미를 주기 위해 개그를 하는 허경영 총재인지 불분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 이미지는 결국 둘 다 허경영 총재의 실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웃고 넘기겠지만.

정치인이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나 뉴스가 아닌 개그 프로그램,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으로 공공연히 자신의 인기도를 얘기할 때, 그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도일까,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도일까. 문제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이미지의 힘이 자칫 정치적 권력과 맞닿으면서 생겨나는 부작용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이제 더 이상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등장하게 될 판인데,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허경영 신드롬의 함정’으로 우리는 실제 그 상황까지 목도하게 됐다.

놀라운 치유능력이 있어 ‘눈빛 하나로 환자를 고친다’는 허경영 총재가 정작 자신은 콧물 감기에 걸려 약을 사 먹는 장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 이외에 사업적 목적으로 운영 되서는 안 되는 정당의 사업에 당당한 모습과, 비례대표제 공천을 미끼로 노골적인 액수를 들먹이며 국회의원 뺏지를 운운하는 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PD수첩’에서 허경영 총재가 자신의 인기도를 말하면서 언급한 시청률이다. “자신이 나가면 시청률이 두 배로 오를 정도”라는 것. 결과적으로 따지면 KBS ‘폭소클럽’이나 ‘연예가 중계’ 그리고 각종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허경영 총재를 출연시킨 것은 바로 그 시청률이란 괴물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묻고 싶은 것은 아무리 재미있다손 치더라도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또한 정치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랐던 것일까. 혹 모른 게 아니라 그저 재미있으면 끝이라는 스스로 자신들 프로그램의 영향력에 대한 비하적인 관점을 가진 채 무시했던 것은 아닐까.

허경영 신드롬은 우리네 정치가와 연예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그만큼 정치가 그동안 참 재미가 없었다는 반증이며, 게다가 일부 정치인들의 개그맨 뺨치는 행보에 대한 냉소적 시선들은 정치인의 위상을 개그맨과 거의 같은 위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것은 연예가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때론 재미만 있으면 다 된다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정치와 개그는 정말 닮아 보이지만, 실로 이 둘은 닮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허경영 신드롬은 바로 이 두 지점이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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