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해에 이어 정상훈, ‘SNL’의 숨겨진 배우들

우리에게 그저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양꼬치 앤 칭타오’로 알려진 코미디 배우 정도로 여겨져 왔던 정상훈.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그의 배우로서의 새로운 면면이 있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줬다. 코미디 연기에도 어떤 수준 이상의 레벨이 있다는 걸.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가 이 드라마에서 맡은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안재석이라는 역할은 사실상 국민비호감이 될 만한 캐릭터다. 딸의 미술선생과 바람이 나고 결국은 그 사실을 들켜버렸지만 오히려 뻔뻔하게 자신은 그 내연녀와 헤어질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아내인 우아진과 이혼할 생각도 없다고 말하는 인물. 그래서 우아진을 복장 터지게 하는 그런 인물이다. 

사실상 안재석 같은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신랄하게 비판해내려는 ‘도덕적 해이’의 수준이 불감증 단계에 이런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재석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안태동 회장(김용건)이 해왔던 ‘도덕적 해이’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면서다. 안재석이라는 캐릭터가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품위 있는 그녀>는 이런 인물에 대한 비판을 심각한 사회극으로 담기보다는 냉소가 곁들여진 풍자극으로 담아내려 했다. 안재석은 그래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뒷골을 잡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어딘지 그 황당함과 코믹함이 웃음을 터지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안재석의 행태를 보며 그 황당함에 실소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이 드라마가 담아내려는 부조리한 저들의 삶에 다가가게 된다. 

흥미로운 건 정상훈이라는 배우가 이 안재석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연기해냈다는 점이다. 미움을 넘어 분노하게 만드는 밉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면면까지 있는 철부지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흔히들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을 코미디 연기로서 세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역할의 쉽고 어려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악역과 코미디 연기 중 더 어려운 건 무엇일까. 언뜻 보기엔 악역이 어려울 것 같지만 실상 배우들은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지목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정상훈이 <품위 있는 그녀>에서 해낸 안재석 연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tvN [SNL코리아]의 고정 크루들 중에는 정상훈처럼 의외로 단단한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있다. 이를테면 김원해 같은 배우가 그렇다. 영화 <명량>에서 배설 장군 역할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아수라>에서 작대기 역할로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준 배우. 코미디 연기로 먼저 대중들에게 다가왔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배우가 이제 김원해에 이어 장상훈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코미디 배우를 조금 낮게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편견이라는 걸 깨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김원해나 정상훈 같은 연기자들이 제대로 그 연기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품위 있는 그녀>는 물론 김희선과 김선아의 연기를 보는 맛이 그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그 바탕을 깔아준 정상훈의 코미디 연기를 빼놓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이 바뀌니 ‘SNL 코리아’도 이렇게 바뀌네

“이렇게 정치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하는 게 참 좋아요.” 자신을 찾은 문재수(김민교)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선거유세를 하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9]에서는 대선을 소재로 한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으로 각 대선후보들을 캐릭터화한 풍자코너를 방영중이다. 홍준표를 패러디한 레드준표, 유승민을 패러디한 유목민 그리고 안철수를 패러디한 안찰스도 모두 실제 후보들을 찾아가 당시 대선 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선거 유세를 하던 당시라 이런 패러디 캐릭터들은 화제가 될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이들과 나란히 서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은 달라진 정치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훨씬 더 친근한 정치인을 원하고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어 한다. 서민들의 웃음을 주는 존재로서 예능인들만큼 친숙한 이들이 있을까. 그래서 대선주자들도 모두 이들과 한 자리에 서는 것이 너무나 기꺼운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SNL 코리아9]에 의해 담겨진 그 모습에서 특히 문재인 당시 후보가 문재수 캐릭터와 함께 나누는 대화가 인상 깊다. 정치가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게 참 좋다는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재수가 “영광이고요. 저는 5년 전부터 문재인 후보님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자 문재인 당시 후보는 “문재인 역할도 재수입니까?”라는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자신이 과거에도 재수를 했었고 대통령 도전도 재수라는 점을 문재수라는 캐릭터에 빗대 던진 농담. 얼마나 웃긴가를 떠나 그렇게 웃음을 주려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런 장면은 격세지감이다. 과거 몇 년 간 [SNL 코리아]가 겪었던 부침을 떠올려 보라.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CJ그룹이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프로그램이 바로 [SNL 코리아]였다.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했던 그 대목이 심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결국 그 코너는 사라졌고, [SNL 코리아]에서도 시사 풍자 소재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았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의 균형 있는 조화가 [SNL 코리아]가 가진 중요한 특성이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어째서 이 프로그램이 한동안 성적 농담으로만 가득 채워지면서 혹평을 받았는가 하는 점은 지금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시사 풍자라는 한쪽 날개를 읽어버린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어쩔 수 없이 반복하게 되자 또 다른 문제들까지 겹쳐지기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 떠나는 시청자를 잡으려는 안간힘은 무리수를 만들었고 그것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표현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는 일은 그 사회가 가진 숨통을 틔워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표현의 자유는 가감 없는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그런 분위기는 권력의 독주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화의 순기능이다. 그것을 막으면 결국 소통은 단절되고 밀실이 부활하게 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SNL 코리아]가 보여준 대통령과 대선주자들의 출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문재수를 패러디한 김민교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 만들어 주실 거죠?”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정부를 이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 그럼요.”하고 선선히 답했다. [SNL 코리아]의 시사풍자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나아가 그것을 하나의 웃음으로서 정치인들 역시 즐길 수 있는 풍토가 되길 바란다.

<SNL코리아>, 진정성은 꾸준함에서 생겨나는 법

 

tvN <SNL코리아>는 간만에 시국을 담은 풍자를 내놨다. ‘예능청문회는 타이틀 그대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를 패러디했다. 물론 청문회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김경진 의원 같은 인물도 있었지만 이완영 의원처럼 수준 이하의 질문으로 청문회를 맹탕이라 질타받게 만든 인물들도 많았다. ‘예능청문회는 그런 점들을 예능식으로 끄집어내 풍자했다.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제가 미우시겠어요?”라고 질문했던 장면도 고스란히 패러디됐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이번 <SNL코리아>가 보여준 시국 풍자에서 주목받을 만한 코너는 겨울왕국이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 여왕이 되는 엘사를 박근혜 대통령에 그리고 그녀의 연설문 쓰는 걸 도와주는 동생 안나를 최순실로 그려냈다. 세상과의 소통을 닫고 얼음성에 들어가 머리를 다듬고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과, 비아그라를 배달하다 들키자 키가 작아서 책상에만 올라가도 고산병이 걸린다고 둘러대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리고 피날레는 백성들이 들고 온 촛불에 얼음성이 녹아내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마치 다음편이 계속 이어질 것처럼 끝난 이 코너는 과거 신랄한 정치풍자를 하다 사라진 여의도 텔레토비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간만에 시국 풍자로 돌아왔지만 <SNL코리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 받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불거진 논란들이 남긴 불편함이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B1A4의 성추행 논란에 이어 정이랑의 엄앵란 성대모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유방암 환우 비하 논란은 <SNL코리아>가 가진 적어도 웃음을 추구한다는 그 진정성을 무너뜨려버렸다.

 

다소 거칠고 다소 선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SNL코리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그나마 웃음이 코미디의 본분이라는 걸 수행해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논란은 그 웃음이 다름 아닌 웃기기 위해서는 해서는 안 될 것까지 하는 무개념으로 드러나게 했다. 물론 그건 의도치 않게 벌어진 실수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무의도성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아예 성 의식이나 어떤 문제의식 같은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시국 풍자 코너들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그건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패러디를 선보였던 <SNL코리아>가 그 후로는 아예 시국 관련 코너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가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시 풍자 코너를 넣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침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 시국 풍자를 다시 넣은 것처럼 보이게 된 건 프로그램이 너무 기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낳았다.

 

<SNL코리아>는 오는 24일 가수 황치열을 마지막 호스트로 시즌8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작진측은 시청자분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응원과 격려를 거름삼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돌아오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다만 시청자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모습에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그 꾸준함은 다름 아닌 진정성에서 나온다. 일시적으로 시류에 맞춰 어떤 모습을 꾸미기보다는 웃음을 주더라도 진지한 자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

제작진 개념의 문제, 출연진 사과만으로 해결 안돼

 

tvN 예능 <SNL코리아>는 사과하는 날 또 논란이 터졌다. 마마무가 호스트로 출연해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하는 코너에서 엄앵란 분장을 하고 나온 정이랑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는 대목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노래 가사 중에 들어있는 가슴이라는 대목을 부르며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비하의 의미를 담아 놓은 코미디적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엄앵란 씨가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해도 너무한 무개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특정인을 패러디 대상으로 세워놓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슬플 수밖에 없는 사실을 웃음의 소재로 쓴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건 마치 아파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기는커녕 손가락질하며 웃음의 소재로 쓰는 일과 뭐가 다른가.

 

이것은 엄앵란 씨 개인이 치른 고통이 아니라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우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무개념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본인이 유방함 판정을 받고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코미디랍시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본에 들어있는 듯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 분장을 하고 나온 안영미가 가슴이 없다는 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한 대목도 지극히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이 부적절한 말은 일반 여성들에게조차 불쾌함과 불편함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미의 남자친구를 의식한 듯,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지만, 그가 출연했던 <질투의 화신>이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 유방암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넓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개념과 무개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한 주 동안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셨을 많은 분들에게 <SNL코리아>를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잘못된 행동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 날 마침 <SNL코리아>는 신동엽이 대표해 SNS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던 부적절한 영상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의 말대로 그 문제는 이세영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이 사과 방송이 있는 날 또 다시 터진 논란이다.

 

이번 논란 역시 물론 그걸 시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이랑이나 안영미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대본을 만들고 크루들은 그걸 효과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본인들의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방점은 제작진에게 찍힌다. 특히 어떤 콘텐츠든 개념의 문제는 그걸 애초에 짠 대본의 문제와 또 그걸 관리 감독하는 연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논란이 터지자 <SNL코리아> 측은 곧바로 사과하고 재방송 분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조치 했다. tvN 관계자는 이번 시즌8 초반부터 정이랑 씨가 김앵란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생방송 코너에서도 엄앵란 씨의 개인사를 모르고, 노래 가사를 정이랑 씨 본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애드리브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면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재방송 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 조치했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정 크루들이 나와서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것이 결국 제작진의 개념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코미디를 그저 웃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누군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사과한다고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여의도 텔레토비있던 <SNL코리아>가 그립다

 

지난 115일 솔비가 호스트로 출연했던 tvN <SNL코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신랄한 풍자가 화제가 되었다. 오프닝에서부터 행위예술의 한 포즈라며 솔비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자세로 그 풍자의 포문을 열었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코너에서는 켄타우로스 분장을 하고 등장한 유세윤이 최순실로 인해 화제가 됐던 프라다를 외치고,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하는 대사로 현 시국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속 시원한 풍자로 풀어냈다. 또 김민교는 최순실 모습으로 분장한 채 등장해 깜짝 웃음을 주었고, ‘나이트 라인에서 탁재훈과 김준현의 최순실 게이트 풍자 역시 계속 이어졌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대중들은 이러한 <SNL 코리아>의 되살아난 풍자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쳐줬다. 그것이 바로 19금 유머와 시사풍자가 절묘하게 섞어 만들어내는 <SNL코리아>만의 본래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초창기 <SNL코리아>가 보여줬던 여의도 텔레토비나 장진 감독이 진행했던 위켄드 업데이트같은 풍자 코너들이 다시 되살아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12일 방영됐던 황우슬혜가 호스트로 나온 <SNL코리아>에는 아예 풍자 코너 자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호스트 황우슬혜를 내세운 19금 유머 코드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19일 방영된 이시언 호스트의 <SNL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 주 B1A4가 호스트로 출연한 방송에서는 그나마 시국은 아니더라도 현실 풍자가 조금 가미되었다. 이세영이 출연한 TV’와 유세윤이 출연한 킹스맨코너는 모두 우리네 흙수저 청춘들의 현실이 반영된 풍자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솔비가 출연했던 당시의 그 날선 시국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필이면 이 시기에 민진기 PD가 교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항간에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풍자 때문에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tvN 측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고 오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민진기 PD가 맡게 돼서 교체가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tvN 측의 얘기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건 최순실 패러디가 나가고 난 후부터 갑자기 사라져버린 시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다른 <SNL코리아>의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것처럼 이미경 CJ 전 부회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로 <SNL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의혹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되살아난 시사 풍자에 대한 기대감이 단 한 주 만에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사 풍자가 잘 보이지 않게 된 상황에 호스트로 출연한 B1A4의 비하인드 영상이 성추행 논란으로 이어졌다. B1A4를 죽 세워놓고 고정 크루인 이세영이 민감 부위를 만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 지금 이 문제는 그간 성추행 하면 남성을 가해자로만 보는 시각을 뒤집어 여성들의 성추행 또한 적지 않다는 식으로 비화되고 있다.

 

<SNL코리아>에 시사 풍자적 요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일과 이번 성추행 논란은 각각 다른 차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SNL코리아>의 특징이 19금 코미디와 정치 시사 풍자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치 시사 풍자 같은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 그건 성인들의 코미디가 아니라 그저 질 낮은 야한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다.

 

굳이 공식 페이스북에 남성 호스트를 세워놓고 여성 크루가 성추행을 하는 듯한 장면을 과시하듯 올려놓게 된 건, <SNL코리아>가 정치 시사 풍자 같은 성인 공감 요소를 다루지 않게 되자 이제 대놓고 야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사과문이라고 올려놓은 것이 그 부적절한 성추행적 장면을 과격한 행동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수준이니.

 

시사 풍자는 여전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그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뿐일까. 시사 풍자가 빠져버린 <SNL코리아>는 스스로를 야한 코미디 정도로 전락시킨다. 이번 논란은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SNL코리아>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 초창기 여의도 텔레토비같은 코너들이 있었던 본래의 그 <SNL코리아>로 돌아갈 순 없는 걸까. 요즘처럼 답답한 시국에는 더더욱.

풍자가 돌아오니 <SNL코리아>의 진면목이 보인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자세.” tvN <SNL코리아>에 나온 솔비는 오프닝에서 행위예술의 한 포즈를 취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에 등장했던 황당한 문구, ‘우주의 기운을 대놓고 풍자한 것.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SNL코리아>는 방송 내내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농단 사태를 빚고 있는 현 시국을 코너마다 신랄하게 풍자해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로마 공주라 불리는 이 날의 호스트 솔비에 맞춘 코너로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갑자기 유세윤이 켄타우로스 분장을 한 채 등장해 프라다를 외쳤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빨리 우리 엄마 신발 찾아봐라고 말해 이번 사태에서 화제가 됐던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을 풍자했다. 제우스 분장을 한 신동엽이 그의 뺨을 때리자 유세윤은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하고 물었다. 그래도 또 그의 뺨을 때리자 어딘가로 전화를 건 유세윤은 엄마 곰탕 먹고 있어요?”하고 묻기도 했으며, 마지막엔 이따 어디로 갈 거냐구? 이따 광화문 가려고.”라고 말해 그 시간에 광화문에 운집한 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이웃 2016vs1980’ 코너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 모습으로 분장한 채 깜짝 등장해 그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었고, ‘나이트라인코너에서도 탁재훈은 김준현과 곰탕’, ‘독일’, ‘신기같은 어휘로 이번 최순실 사태를 에둘러 풍자했고, 마지막에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될까요?”를 묻고는 애매하게 청와대 들어갈까요?”라고 물어 역시 풍자를 통한 웃음을 주었다.

 

<SNL코리아>의 풍자는 최순실 게이트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이어졌다. ‘신종직업이란 코너에서는 현재의 취업난을 풍자의 소재로 끌어와 댓글관리사’, ‘결정조율사’, ‘얼굴미화원’, ‘문화조무사’, ‘욕받이 기능사등등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직업들을 소개했다. 창조경제를 말하며 다양한 신종 직업 창출을 내걸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청년 실업 문제를 <SNL코리아> 특유의 과장된 풍자로 신랄하게 꼬집은 것.

 

어떻게 이런 풍자정신을 억누르고 있었을까. 사실 <SNL코리아>는 첫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아예 대놓고 정치권을 풍자하는 내용도 있었고, 특히 장진 감독이 앵커로 등장했던 시사풍자 코미디 위크앤드 업데이트(Weekend Update)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안철수 원장, 강용석 의원 등 뜨거운 정치적 소재들을 끌어들여 거침없는 풍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됐던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압력이 있었던 것인지 <SNL코리아>의 풍자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가 본래 NBC에서 방영되던 <SNL>의 그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던 점을 떠올려 보면 그 리메이크인 <SNL코리아>가 시사풍자를 하지 않게 됐던 건 반쪽짜리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시사 풍자가 빠지자 그저 야한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게 됐던 것.

 

하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서 <SNL코리아>의 변화는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풍자 정신이 되살아났고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국을 대놓고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코너들이 점점 거침없어졌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압박을 어떤 식으로든 받고 있었다는 반증은 아닐까. 물론 이런 문제제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이 일련의 흐름과 변화는 그런 의심을 당연하게 만든다.

 

어쨌든 풍자가 돌아오니 이제 제대로 <SNL코리아>다운 모습이다. 사실 어떤 정권이든 코미디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풍자가 가능해야 그나마 답답한 서민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온 <SNL코리아>가 앞으로도 거침없는 풍자를 해주기를, 또 그것이 가능한 환경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원해, <아수라> 작대기와 <혼술남녀> 학원장 사이

 

사실 <SNL코리아>에 김원해가 크루로 들어왔을 때 그가 누구인지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얼굴이지만 그리 주목된 적은 없는 단역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SNL코리아>에서 워낙 코믹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그를 보면서 아마도 시청자들은 코미디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을 게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하지만 김원해는 아주 조금씩 자신이 연기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영화 <명량>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배설 장군 역할을 잘도 소화해냈고, <해적>이나 <타짜2>에서도 조금씩 그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시그널>에서 그가 맡았던 김계철 경사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배우 김원해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잠재력은 영화 <아수라>에서 드디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 영화의 도입 부분에 들어가 있는 김원해가 연기한 작대기라는 인물은 영화 전체의 어둡고 처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마약에 취한 채,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꿈틀대는 벌레 같은 이미지의 작대기라는 인물을 김원해는 거의 온 몸을 던져 연기했다.

 

스스로 머리를 밀어버리고 게슴츠레한 눈빛에 비리 형사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막판에 몰리자 그 형사에게 도리어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잔상으로 남았다. 이 김원해가 <SNL코리아>의 그 김원해와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 우리가 그동안 김원해의 진가를 잘 몰랐었다는 걸 그는 <아수라>를 통해 보여줬다.

 

그의 놀라운 연기의 폭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tvN <혼술남녀>에서 그가 연기하고 있는 학원장 역할을 통해서도 보여진다. 그는 스타 강사인 진정석(하석진) 앞에서는 비굴하게 아부를 하는 인물이지만, 실적이 별로 없는 강사들에게는 당장 짐 쌀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갑질 학원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처세에 밝은 학원장에게서는 인간적인 냄새도 물씬 풍긴다.

 

10시만 되면 알람이 울리고 회식을 하다가도 어김없이 일어나는 민진웅에게 와이프에게 그렇게 쩔쩔 매는 이유가 뭐냐며 지청구를 날리던 김원해는 그의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 그것이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해온 어머니를 찾아간 것이었다는 걸 알고는 그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는 강사 위에 있는 학원장이고 그래서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그들의 입장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는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김원해가 갖고 있는 서민적인 이미지는 그래서 그가 다채로운 연기의 폭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관되게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수라>에서 그가 작대기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 섬뜩함 속에서도 또 <혼술남녀>의 학원장의 잔소리 속에서도 어떤 따뜻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대부분의 신스틸러들이 그러하듯이 어떤 상황, 어떤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그만의 독특함을 새겨 넣는 배우. 이것이 그간 우리가 잘 몰랐던 김원해라는 배우의 진가다

<개콘><SNL>, 풍자 좀 하게 해주면 안 되나

 

KBS <개그콘서트> ‘11’ 코너에서 이상훈은 서로 비슷하여 견줘볼 필요가 없다는 뜻을 묻는 유민상의 질문에 여당과 두 야당이라고 답했다. 여당도 두 야당도 모두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뜻을 담아낸 풍자다. “친인척이나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지를 않나. 홍보 리베이트에 휩싸이지를 않나.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분들이 이러면 어쩌느냐.” 그의 속 시원한 한 마디 한 마디는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어지는 풍자. “두 얼굴을 가진야누스를 묻는 질문에 이상훈은 부산 경찰관들이라며 최근 부산에서 벌어진 경찰관들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을 꼬집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것이 개그의 소재로 삼아지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은 어떤 통쾌함을 느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이것은 바로 세태를 꼬집는 풍자가 가진 힘이다.

 

이 날 이상훈의 풍자가 더 특별하게 여겨진 것은 그가 지난 5월 어버이연합으로부터 피소되어 지난달 30일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던 사실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이상훈은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어버이연합이라고 답한 후, 그 이유로 가만히 있어도 계좌로 돈을 받는다. 전경련에서 받고도 입을 다물고 전경련도 입을 다문다.”고 말한 바 있다. 어버이연합은 이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실 대중들에게 어버이연합이 하는 일련의 말과 행동들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항간에는 어버이라는 단어를 어버이연합이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명예훼손을 이야기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어버이연합이 어버이를 훼손하는 느낌이다. 물론 정치적 사안들이야 다른 역학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그와 코미디의 영역만큼은 그것이 무엇이든 내버려두는 게 그나마 답답한 현실에 작은 숨통이라도 틔워주는 일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외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 시절 최효종은 국회의원을 폄하했다며 강용석에게 고소당했고, 메르스사태를 풍자했던 민상토론이 결방되자 외압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상토론은 아예 이런 외압설을 소재로 끌어와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져 대중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tvN <SNL코리아>는 본래 시사풍자와 19금 개그가 균형을 이루는데서 그 정체성이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다. 초기 위켄드 업데이트여의도 텔레토비같은 코너로 신랄한 시사풍자를 보여줬던 <SNL코리아>는 그러나 지금 이런 색깔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시사풍자가 갖는 품격이 사라지자 19금 개그의 선정성과 자극만 많아진 느낌. <SNL코리아>의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외압설이 끊이지 않는다. 어째서 <SNL코리아>는 그 날카로웠던 풍자를 거둬들였을까.

 

물론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하고 물을 정도로 직접적인 외압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단체들이 심지어 고소까지 하는 이런 환경 속에서 개그맨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의 많은 개그맨들은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개그를 짜거나 할 때 소재나 표현에 있어 위축된다고 말한다.

 

적어도 웃음의 지대에서만큼은, 또 대중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만큼은 좀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여유를 줄 수는 없을까. 만일 얼토당토않은 풍자라면 대중들도 호응할리 없고, 그런 호응 없는 풍자를 굳이 개그맨들이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풍자는 어떤 식으로든 자체적인 기능에 의해 아무렇게나 만들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공감을 추구하고 공감 받는 개그라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하더라도 수긍해주고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어른들의 자세가 아닐까.

 

항간에는 개그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인가를 한번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개그맨이 고소당하는 이런 웃지 못할 개그들이 현실에 넘쳐나는 한, 우리네 희극인들은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잖아도 웃을 일 없는 세상, 풍자라도 시원하게 해줬으면. 답답하다 정말.

<SNL>, 성호 그릴스가 회사, 대학, 편의점에 간 까닭

 

편의점 알바는 갑의 횡포를 견디며 친절을 판매하는 나약한 존재였어요. 깨달은 것도 있었고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거. 여러분도 명심하세요.” 베어 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기막히게 패러디한 <SNL코리아><Man vs City with 성호 그릴스>에서 정성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생존기로 그려낸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어찌 보면 이런 풍자는 자칫 비하 논란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 전국의 모든 편의점 사장들과 그 편의점이라는 근로 환경이 이 풍자가 그려내는 것처럼 갑질을 하거나 조악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코미디의 풍자 코드는 이런 위험성을 베어 그릴스를 패러디한 성호 그릴스라는 기괴한 캐릭터를 내세움으로써 슬쩍 비켜나간다.

 

성호 그릴스는 도시의 환경 자체를 위협적으로 대응하는 과잉되고 과장된 캐릭터다. 그에게 편의점 사장은 사장이 아니라 도시의 포식자. 그러니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어 사장에게 한 소리를 듣고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낮은 포복으로 숨어 들어가려는 성호 그릴스는 광인에 가깝다. 즉 이건 상황의 일반화가 아니라 성호 그릴스라는 도시의 위험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특정한 광인의 시각과 목소리라는 점이다.

 

이렇게 풍자가 만들어낼 일반화의 위험성을 광인이란 캐릭터로 슬쩍 넘어서자 그 풍자는 거칠 것이 없어진다. 회사라는 정글로 들어간 성호 그릴스에게 상사는 상위 포식자에 해당한다. 그 상위 포식자가 그를 발견하고 무언가 꾸지람을 하려 하자 성호 그릴스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몸을 부풀린다. 심지어 책상 위에까지 올라가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은 물론 베어 그릴스가 야생에서 보여줬던 모습의 과장이고 과잉이지만 그것이 의외로 이 도시 정글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간 중간에 이건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라는 베어 그릴스가 자주 던지는 말을 집어넣으며 얼토당토않은 대응을 해나가는 성호 그릴스. 바로 이 엉뚱함이 이 코미디의 웃음의 코드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그것이 단지 코미디만이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와 맞닿을 때 다가오는 현실 공감이다.

 

대학을 대학생들의 생존지로 그리면서 출석체크를 성대모사로 대신해주는 성호 그릴스의 모습이나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자신만의 영역표시를 하는 대목은 그저 웃음을 주는 것 같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취업의 관문을 얘기하다 보면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을 공감하게 된다는 것. 대학을 정글로 그리면서 인분교수를 패러디 대상으로 삼은 건 우리네 현실이 때로는 광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코미디와 별 다를 바 없는 지점이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통쾌하게 보여준다.

 

애초에 <SNL코리아>가 가진 두 가지 코드는 성적 농담과 정치 시사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풍자에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풍자가 점점 사라지고 성적 농담만 가득했던 <SNL 코리아>에 대중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된 <Man vs City with 성호 그릴스> 같은 코너는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새로운 풍자 코드를 보여준다. 회사든 대학이든 편의점이든 어디서나 발견되는 갑질하는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생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성호 그릴스라는 캐릭터는 웃프게도 그려내고 있다.



유희열, 새로운 그의 발견은 늘 즐겁다

 

이쯤 되면 예능계의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되겠다. 사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희열은 그다지 대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윤도현의 러브레터><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빠지면서 생겼던 정치적 외압 논란 때문인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대한 기대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희열은 자기만의 독특한 유머코드로 그 시간대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온전히 채워주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사진출처:KBS)'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히던 유희열은 신동엽이 만들어낸 19금 트렌드와 어울리며 tvN <SNL코리아>에 고정 크루로 합류했다. 이때도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다. 과거 장진 감독의 거침없는 시사 정치 토크로 기억되던 위캔드 업데이트19금 코드로 좀 더 말랑말랑하게 바뀔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서도 유희열은 독보적인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그 날의 호스트와 마치 연애라도 하듯 밀고 당기는 그만의 토크 방식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그런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세워준 건 <K팝스타3>였다. SM, YG, JYP라는 3대 기획사가 참여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안테나뮤직이라는 유희열의 브랜드를 빠져버린 SM 대신 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K팝스타3>의 신의 한수는 유희열이었다고 PD마저 술회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거대 기획사의 오디션을 연상케 하는 <K팝스타>의 부정적 이미지를 그는 다양한 음악 중심의 오디션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제 tvN <꽃보다 청춘>에 합류한 유희열은 리얼리티쇼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떠난 청춘여행에서 유희열은 여행의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늘 혼자 여행 계획을 세우고 앞장서서 여행을 인도하는 그는 위로는 형인 윤상을 든든히 지지하고아래로는 동생인 이적을 살뜰히 챙기는 인물이다. 혼성 도미토리에서도 별 이물감 없이 잘 지내는 그는 여행에 있어서도 최고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자신이 먹던 음료수를 잘 모르는 현지인에게 불쑥 내밀고 마셔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오픈된 마인드를 보여주었다.

 

유희열이 놀라운 것은 그가 지금껏 같은 모습만 반복해서 보여준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면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음악인이자 진행자로서의 입지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세우고 콩트 코미디에 대한 가능성마저 <SNL코리아>에서 만들어낸 유희열은 <K팝스타3>를 통해 음악 제작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리고 <꽃보다 청춘>을 통해 진짜 리얼한 민낯의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는 리얼리티쇼에도 자기만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유희열의 이러한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보통 연예인들이라면 자기가 세워놓은 이미지를 반복 재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희열은 늘 시청자들에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그가 토크에 능하니 그쪽으로만 하고 싶어할 거라 여기지만, 사실은 토크가 아닌 콩트 같은 몸으로 보여주는 예능에 대한 욕구도 상당하다는 것.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지만 분명 유희열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유희열 자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그를 계속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새로운 그의 발견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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