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가 말해주는 것

심상찮더라니 결국은 또 일을 냈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지난 달 24일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앨범이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른 것. 이 기록은 지난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가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후 연달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미국 닐슨뮤직 집계에 따르면 이 앨범은 현지에서 6일 동안 실물로만 14만 1천 장이 나갔다고 한다. 올해 발매된 앨범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 숀 멘데스에 이어 세 번째 기록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록은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이 그만큼 공고하고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음원시장으로 거의 대치되다시피 한 현 상황 속에서 음반 매출은 팬덤의 크기와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만을 듣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팬으로서 인증의 의미를 갖는 구매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도 올라갔다. 타이틀곡인 ‘IDOL’이 한국 그룹으로서는 최고 기록인 21위를 차지한 것. 싱글차트 톱40에 우리네 그룹의 곡이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점점 힘을 발휘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저 단순히 SNS의 힘을 거론하지만, 거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된 더 많은 함의들이 깔려 있다. 단지 플랫폼의 힘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음악이 가진 ‘탈경계성’이 SNS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비결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과 로컬, 언어의 장벽, 디지털과 아날로그, 힙합과 아이돌,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적인 면과 공적인 면,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시공간의 거리 같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는 음악적 성취를 보여왔다. 이런 경계의 해체는 그들의 군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집단으로 딱딱 맞추는 군무가 아니라, 때론 흩어졌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하나로 뭉쳐지는 군무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런 군무의 흐름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특징이기도 하다. 각자 저마다의 나라와 언어로 존재하면서도 어느 순간 한 지점으로 뭉쳐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SNS의 네트워크적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중심과 변방이 나뉘지 않는 상태로 놓여 있지만, 어떤 이슈가 한 지점으로 집중되면 거대한 흐름이 뭉쳐지는 그런 특성이 바로 SNS가 가진 힘이 아닌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IDOL’은 이런 경계 해체적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방탄소년단의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결론에 이르러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는 상관 않는다며 그 안에 아프리카 비트에 북청사자 놀음과 EDM에 ‘얼쑤’를 곁들이며 ‘경계 해체의 축제’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분명히 한 것.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탈경계적인 그들의 음악에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서치'와 '상류사회' 희비쌍곡선,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변혁 감독의 영화 <상류사회>는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19금이니, 일본 AV배우까지 등장한 역대급 노출이니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변혁 감독 스스로 영화가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는 인터뷰까지 더해졌다. 논란에 대한 해명의 뉘앙스를 가진 인터뷰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것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홍보 마케팅처럼 여겨졌다. 논란과 19금이 버무려진 형태의 홍보 마케팅.

물론 홍보 마케팅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영화가 그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류사회>는 감독까지 나서서 그 작품이 가진 의미들을 세세히 설명했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완성도도 떨어졌고, 새로움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남은 건 노출뿐이었다. 관객들은 외면했고 주말 이틀 간 20만 관객을 동원해 누적 50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주말 박스오피스 3위로 밀려났다.

<서치>가 미국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SNS 세계만으로 구성된 영화라는 게 일단 관객에게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게 한 편의 영화가 될까 싶지만,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네 삶이 얼마나 이 새로운 세계에 포획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아빠 역할을 연기한 존 조는 시종일관 얼굴 표정을 통해 그 깊은 감정과 아픔들을 연기해냄으로써 한국 관객들에게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파이2>와 <스타트랙>의 술루 역할로 기억에 남겨진 배우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미국으로 이민해 성장한 한국계 배우다.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시작 전부터 JTBC <비긴어게인>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비긴어게인>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를 치고 갈매기가 나는 배경을 찍기 위해 과자를 던지는 장면은 그들이 부른 음악 자체보다 그 상황이 주는 웃음에 더 포인트가 맞춰졌다.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이런 생고생을 한다는 걸 상기하며 험난할 앞으로의 길들을 걱정하는 하현우의 모습과, 형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윤도현의 케미는 이들의 여정이 줄 유쾌함을 일찌감치 감지하게 했다. 

물론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자못 진지해지고 숙연해지는 순간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여행 중 맞은 날이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었던지라 윤도현이 터키의 앙카라성 위에서 하현우와 함께 부른 ‘너를 보내고’가 그렇다. 416 합창단 분들이 부르기도 했던 그 곡은 세월호 4주기의 의미를 더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두 록커가 모여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영상으로 고작 10만원도 되지 않는 경비를 받은 두 사람은 식비와 호텔비가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록커 특유의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없어도 기타 하나만 들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위로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뭘 고민하고 걱정 하냐는 듯, 신나게 노래 한 자락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상 역시 SNS적인 연출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경비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앙카라성 같은 계단이 많은 곳의 꼭대기까지 악기들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이 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그 위에서 별다른 음향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없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래도 노래 한 곡으로 오늘은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 믿는 무모하지만 막연한 낙관들이 SNS가 가진 정서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 음악을 하는 두 록커가 함께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또 중간 중간 노래를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지만, 그 노래 자체보다 그 여정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여정이 담겨져 있어 노래도 달리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이타카는 하현우가 말한 대로 실상 별게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그 여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더 중요한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게 될 놀라운 풍광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속에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흥미로워지지 않을까.(사진:tvN)

‘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기어이 K팝의 매력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방탄소년단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NA’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 가득히 채운 팬클럽은 익숙한 듯 한국어 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우리 식의 떼창을 중간 중간 채워 넣기도 했다. 순간 그 시상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맞나 싶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숀 멘데스 같은 아티스트가 그 무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니...

사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해외의 성과가 입덕한 팬들이나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을 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런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해외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앨범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그리고 일상적인 짤방 등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려내 보여준 바 있다. SNS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래서 그 위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얹어졌을 때 그 반향은 언어와 국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팝의 본고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팝 시장은 인도, 남미 같은 신흥지역에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만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EDM 트렌드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좀더 K팝 아이돌의 본류에 해당하는 매력들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반향이라고 보인다. 그 첫 번째 무기로 지목되는 건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지목되는 군무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한번쯤 본 사람들은 말한다. K팝 아이돌들이 늘상 보이던 그런 식상한 군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안무가 더해진 이들의 군무는 ‘소름 돋는 칼군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이들의 군무는 외국인 팬들이 이들을 찬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두 번째 무기는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도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춤과 노래가 K팝 아이돌의 유전자라고 해도 이를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해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마치 기계처럼 돌아가는 그 독보적인 춤 위에서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받아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기는 역시 K팝 아이돌들이 가진 외모가 주는 매력이다. 외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잘생겼다는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젊음과 자신감, 개성 같은 것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엮어지며 만들어낸 외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 게다. 

싸이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추구되어 왔지만 해외 팬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K팝 아이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EDM과 힙합이 섞여진 전 세계적인 음악적 트렌드 위에 사랑 타령을 넘어서는 비판적인 가사가 얹어져 있고, 거기에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목되는 칼군무와 외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있다.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외국 팬들로 인해 다시금 K팝 아이돌이 가진 매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 AMA,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 이미 준비된 것들이었다

 

잘 영글었다. 한 번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목소리. 하지만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우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주었던 건 아니다. 이 소녀들이 <슈퍼스타K>의 오디션 무대에 나왔을 때만 해도 그 목소리는 제대로 영글지 않아 심지어 음정이 불안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이미 볼빨간 사춘기의 시대는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독특한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에 군살을 쪽 뺀 어쿠스틱한 사운드, 그리고 대단하다기보다는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랩까지 어우러져 미처 영글지도 않았던 그녀들은 오디션 탈락 후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볼빨간 사춘기(사진출처:쇼파르뮤직)'

그리고 지난 4월 발표한 하프앨범 레드 이클(RED ICKLE)’에서 볼빨간 사춘기는 드디어 제대로 익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거기 수록됐던 초콜릿이란 곡은 이 예사롭지 않은 신예 듀오의 색깔을 왠지 쌉쌀해 근데 또 달콤해라는 가사로 들려줬다. 안지영의 목소리는 초콜릿처럼 쌉쌀한 상큼함이 묻어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순수하고 밝은 사춘기의 이미지이면서도 때때로 목소리의 깊은 맛은 재즈싱어의 농익음을 담고 있었다.

 

당시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느낌을 주는 곡은 싸운날이란 곡이다. 포크록의 느낌이 물씬 배어있는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경쾌하게 시작해 강렬한 사운드로까지 이어지며 볼빨간 사춘기의 다채로운 음악적 매력을 드러내줬다. 경북 영주의 시골밴드로 소개됐던 볼빨간 사춘기는 그 이미지 그대로 소박하면서도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몇 년 사이 여기에 그들이 갖고 있던 음악적 가능성들이 좋은 곡들과 어우러져 얹어졌다. 그러니 이들이 우주를 줄게라는 곡으로 역주행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일은 그저 기적이 아니다. 이미 이 소녀들의 음악은 우주를 줄 만큼 깊어져 있었으니.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은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좋은 음악, 공감 가는 가사 같은 온전히 음악적인 것들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다. 이 소녀들의 발랄한 이미지 역시 시각적인 것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먼저 이들의 음악적 특성들이 그걸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치장하는 것 하나 없이 온전히 무대에 올라 소박한 기타 반주와 목소리 하나로 어필한 무대. 그것이 볼빨간 사춘기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다.

 

그녀들의 노래가 SNS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돌고 돌며 조금씩 대중들을 팬층으로 이끌었다는 건 그래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요란한 쇼케이스와 현란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지는 뮤직비디오들, 그리고 발매 즉시 차트 정상에 떡 하니 올라가는 그런 음악과는 다른 가치. 단번에 차트 정상에 오른 곡들이 그만큼의 속도로 사라져가는 것과는 달리, 볼빨간 사춘기의 곡들은 그래서 천천히 귀에 적셔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과거 10센치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것도 그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조촐하게 들려주는 노래들이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부터였다. 그 때도 권정열의 보컬과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윤철종의 기타 반주는 소리 소문 없이 대중들의 귀에서 귀로 전달되었다.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음악. 가을에 걸맞게 잘도 영글었다.

역시 믿고 보는 <무도> ‘토토가’, 반전에 반전

 

역시 위기도 기회로 삼아버리는 <무한도전>이다. 물론 16년 만에 다시 뭉친 젝스키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옛 멤버들이 다시 모여 옛날로 돌아간 듯 그 때의 추억에 잠기고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한 성격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모인 그들이 예전처럼 무대에 올라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젝스키스의 게릴라콘서트 계획이 기사화되었고, 그 설레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플랜B로 내세워진 하나마나 콘서트가 있었지만 제목처럼 어딘지 너무 소소해져버린 복귀 무대라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게릴라 콘서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나마나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꾸며 고속도로 휴게소와 민속촌에서 복귀 공연을 선보였지만 바로 마지막 콘서트장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라는 걸 알리며 계획했던 대로 게릴라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는 걸 젝스키스에게 말했다.

 

사실 게릴라 콘서트의 의미는 과거 <일밤>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SNS가 일반화되어버린 시대에, 굳이 시간을 정해놓고 길거리 홍보를 직접 해서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어렵게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누군가 길거리 홍보를 하는 그들의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젝스키스가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래서 그것이 무산된 것처럼 여겨졌다가 다시 콘서트를 강행한다는 그 반전에 반전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결국 게릴라 콘서트라는 아이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많은 팬들 앞에 서게 되는 젝스키스의 반응이다.

 

하나마나 콘서트로 시작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첫 무대는 젝스키스가 생각했던 무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어색하고 심지어 창피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츰 그들은 어떤 장소이건 어떤 관객이건 또 그 숫자가 얼마이건 상관없이 함께 다시 모여 노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라는 걸 체험하게 된다.

 

두 번째 찾아간 민속촌에서의 공연은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덤덤해하다가 차츰 젝스키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여전히 젝스키스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춤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게릴라 콘서트가 젝스키스를 여전히 사랑하는 팬들과의 만남이었다면, 하나마나 콘서트는 현재의 불특정 다수 대중들 속으로 들어가 조금씩 노래와 춤으로 교감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역시 하이라이트는 예고편에서 잠깐 나왔던 것처럼 안대를 벗고 노란 물결로 가득한 객석을 바라보며 감동하는 모습으로 시작될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다. 여기에 그간 함께 참여하지 못했던 고지용이 모습을 깜짝 드러내 완전체 젝스키스의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토토가2’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게릴라 콘서트의 콜라보레이션이 됐다. 게릴라 콘서트 하나만 했다면 어딘지 단조로웠을 이야기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엮어지면서 훨씬 다채로워졌다. 역시 믿고 보는 <무한도전> 다운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일베 논란, 근데 왜 하필 지금일까

 

이것은 유명세일까. tvN <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에 갑자기 일베 논란이 벌어졌다. 그가 예전에 SNS에 올린 절벽 사진과 두부운운하는 글귀가 화근이 됐다. 이 사진과 글귀의 조합이 그가 일베라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왔고 그것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커져가며 마치 기정사실인 양 유포되었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류준열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측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 무근이며 나아가 억측에 달라붙는 추측성 댓글과 게시물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준열 본인도 직접 나서 저는 일베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했고 자신이 올렸던 사진과 글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물론 이러한 해명이 모든 걸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벌어지는 무수한 논란들과 그에 대한 해명이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류준열 당사자의 해명은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모두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애초에 이런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어쨌든 안타깝게도 류준열은 최고로 뜨거운 위치에 서게 된 상황에서(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의미 없이 올린 사진과 글귀가 뜨거운 논란으로 변하는 소셜포비아에 직면하게 됐다.

 

연예인들의 일베 논란은 의외로 뜨겁다. 일베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중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 일베라는 단어가 겹쳐지는 건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낸다. 물론 연예인의 일베 논란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 진위도 알 수 없고 증거로 내세운 것도 너무 조악한 이 상황에 이토록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는 건 어딘지 소모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하필 지금 류준열의 일베 논란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 이 논란으로 가려진 다른 더 중요한 사안들이 우리들 앞에 놓여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그토록 많은 연예 가십을 이용한 사안 덮기의 음모론 역시 그 진위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갑자기 터져 나온 연예계 논란이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린 사례를 우리는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작년 벌어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나, 이로 인해 지목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끝없는 말 바꾸기 논란, 때마침 겹쳐진 세월호 1주기가 쏟아내는 정치권 이슈들 같은 중차대한 정치권 사안들이 나왔을 때,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장동민이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여성비하 발언이 인성 검증 논란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이태임과 예원의 반말 욕설 논란이 벌어지면서 시선이 흩어졌던 것을 떠올려 보라.

 

물론 오비이락일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연예인 논란이(그것도 확실치도 않은 문제제기로 벌어지는)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류준열 일베 논란이 시끄러운 가운데 지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나온 류준열 일베 논란이 그저 유명세라고? 이런 중대 사안이 연예인 논란으로 가려져 이득을 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좋아해줘>, ‘좋아요누를 수밖에 없는 66색 매력

 

영화 <좋아해줘>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서 따왔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요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것은 의례적인 클릭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고 나아가 애정어린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마음의 표현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아요하나밖에 없다는 건 SNS가 가진 한계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 연결고리를 통해 먼저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화 <좋아해줘>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문법에 충실한 <좋아해줘>의 이야기는 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양상을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러브 액추얼리>식을 따르고 있다.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함께 겹쳐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SNS라는 소재가 뻔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류 스타 노진우(유아인)과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연애고수지만 마음이 따뜻한 신입 PD 장나연(이솜), 나이들었지만 어딘지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그녀와 동거하게 되는 자칭 연애전문가이자 요리사 정성찬(김주혁). 이들의 멜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다. 노진우는 조경아의 SNS 사진을 통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이수호와 장나연은 SNS로 밀당을 한다. 함주란은 정성찬이 코치하는 대로 SNS에 사기 사진(?)을 올려 관심있는 남자의 주목을 끌려한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멜로의 이야기가 가진 참신함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들 6명의 배우들이 마치 진짜 자신들의 모습인 양 보여주는 6색의 매력이다. 유아인은 역시 톱스타답게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과 박력을 겸비한 매력을 선보이고, 이미연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털털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동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눈물 연기가 매력적인 강하늘과 <마담 뺑덕>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드러내는 이솜의 연기도 돋보인다. 또한 <12>과 일련의 나영석 PD 예능에서 각각 빛났던 김주혁과 최지우의 빵빵 터지는 로맨틱한 웃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것은 개봉 시기다. 만일 이 영화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정도에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 한 해 동안(심지어 연말까지) 극장가를 달군 장르들은 사회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일종의 복수극들이었다. <베테랑>에서부터 <내부자들> 그리고 <검사외전>까지. 이런 상황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멜로물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복수와 분노로 들끓는 영화들에 조금 지쳐 있다면 <좋아해줘> 같은 마음까지 밝아지는 편안한 영화가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면면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톡톡 터트리며 그간 무거웠던 우리네 감성을 가볍게 털어주는 듯한 유쾌함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빅브라더가 아닌 <빅프렌드>, 그 참신한 역발상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MBC <빅프렌드>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TV와 시청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물꼬를 열어 놓았다면 <빅프렌드>는 그 바탕 위에서 이렇게 모인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송의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한다.

 


'빅프렌드(사진출처:MBC)'

첫 회가 얼미남얼굴이 미안한 남자들을 출연시켜 500인의 빅프렌드가 제안하는 갖가지 조언들을 통해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이 콘셉트가 가진 재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면 2회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한 소방관의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까지 달려와 저마다 그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늘 출동대기를 위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뚝딱 밥을 때우기 일쑤고, 언제 출동할지 알 수 없이 작업화를 벗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방관. 그 사연은 마치 휴먼다큐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이다. 그러니 이를 본 500인의 빅프렌드가 기꺼이 이 소방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빅프렌드>가 떠올리게 하는 건 빅브라더혹은 SNS 상으로 군집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다. 빅브라더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얘기한다면 군집한 대중은 그렇게 모여 세상을 바꿔나가는 긍정적인 의미와 또 때로는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하는 부정적인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빅프렌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방송 권력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 또한 대중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로 SNS의 힘이란 대단하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고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거대한 힘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해준다. 방송은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사실상 <빅프렌드>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빅프렌드>의 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지연이나 장동민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날의 주인공인 소방관 아저씨나 의기소침해 있는 얼굴이 미안한 남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에서 그 힘이 생겨난다. 여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거나 그 삶에 개입하고픈 500인의 타인들이 나머지 반의 힘을 만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간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들로서 연예인 토크쇼가 그 트렌드를 소진하면서 대신 등장한 건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그 일반인들과 연예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 일반인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해 각주를 달아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빅프렌드> 역시 <동상이몽>처럼 그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저 모래알처럼 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들을 방송의 소재로써 끌어올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프렌드>는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괜찮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너무 과한 개입은 때론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SNS 하면 먼저 떠오르는 무수한 악플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풀어낸 <빅프렌드>의 기획의도는 실로 참신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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