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섭 할머니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1박2일’ 존재이유

벌칙이 다소 심심했던 본 미션을 빛냈다? 팀을 나눠 했던 2번국도 맛집 여행은 사실 새로울 것 없는 KBS 예능 <1박2일>의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과거에 했던 해장국 로드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이건 어쩌면 지금 현재 <1박2일>이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일 게다.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한바탕 왁자한 여행기의 연속. 

하지만 미션의 끝에 벌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조동섭 할머니에게 광양불고기를 선물하러 가는 길은 이 특별할 것 없는(또 특별한 걸 요구하지도 않는) <1박2일>의 진가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심투어에서 <1박2일>의 애청자임을 자청했던 조동섭 할머니. <1박2일>만 챙겨보며 출연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 애정을 드러냈던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은 벌칙으로 수행됐지만 의외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름과 사진만으로 제주도에서 조동섭 할머니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울 수가 없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났던 한림오일장을 찾았지만 휴일이라 텅 비어 있었고, 인근 동네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경로당과 이장님의 도움을 얻어 겨우겨우 길을 찾아가던 중, 우연히 할머니의 딸을 만나게 된 건 천운이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조동섭 할머니의 집. 할머니는 배달자로 찾아간 김준호와 김종민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함께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을 아쉬워하는 얘기로 깨알같은 웃음도 선사했다. 인상적인 건 이들을 반가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자식 같은 살가움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의 영상편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볼 때 뽀뽀를 해대는 할머니에게서는 이들이 얼마나 할머니의 삶에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사실 <1박2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이들은 여행을 떠나고 복불복 게임을 하며 야외취침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은 <1박2일>을 과거처럼 뜨거운(?) 프로그램으로 남지 못하게 만들었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을 선언하고 있는 지금,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풍경을 여전히 <1박2일>이 지켜내고 있는 건 아마도 KBS라는 방송사의 위치가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우리네 지역 곳곳의 아름다움과 먹거리, 놀거리를 찾아주는 일은 시대가 변해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은 TV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은 조금은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청률도 떨어지고(물론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조동섭 할머니의 등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어느 시골 집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저녁이라도 챙겨 드시며 그 빈 공간의 허전함을 채워줬던 게 다름 아닌 <1박2일>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마을 어귀에 나가는 것조차 유모차의 힘을 빌려야 하는 할머니에게 전국 각지로 구경시켜 준 고마운 존재가 <1박2일>이었다는 것. 물론 시청률이나 화제성에는 그 수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들일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는 아마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1박2일>은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사진:KBS)

결방으로 드러난 '무도'의 존재감

빈자리가 너무나 역력하다. 총파업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스페셜 방송’으로 대치된 MBC의 주말 풍경에서 유독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그것은 단지 <무한도전>이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MBC 전체에서 상징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게다. 일부 팬들 중에는 <무한도전>을 빼고는 MBC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가 지난 10년 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나마 대중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있었던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었다. 어찌 보면 그간 침묵하던 MBC 시사나 뉴스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 하나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총파업 참여로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적인 지표는 시청률표다. 지난 9일 AGB닐슨의 일간 시청률 순위를 들여다보면 총 20위까지 MBC는 단 두 개의 프로그램만 이름을 올렸다. 그것은 8% 시청률로 10위에 랭크된 <도둑놈 도둑님>과 5.9%로 18위에 들어간 <밥상 차리는 남자>가 그 프로그램들이다. 

예능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전무하고 주말드라마 두 편만 간신히 들어와 있는 것. 사실 MBC의 이런 사정은 총파업의 여파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던 지난주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지난 2일 시청률표를 보면 거기에도 MBC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건 <도둑놈 도둑님(8%)>과 <밥상 차리는 남자(8.6%)> 그리고 <무한도전(9.2%)>가 유일했다. 그래도 그 때는 이런 텅 빈 느낌은 덜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똑같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KBS는 그래도 MBC만큼의 빈자리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는데다, 프로그램들도 대체인력으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MBC 경영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KBS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한때 진정한 의미로서 ‘만나면 좋은 친구’ 역할을 해왔던 MBC가 지난 10년 간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반감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제 아무리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다못해 뉴스 하나 시청자들이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는 건 MBC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라마야 사실상 외주가 아닌가. 그러니 MBC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이 어느 정도인가를 이번 총파업의 빈자리들이 확인시켜준다.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무한 도전해왔던 과거의 MBC가 언젠가부터 도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해왔고, 결국 <무한도전>조차 멈춰 서게 됐다는 것. 아마도 <무한도전> 없는 주말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그 상징적 의미를 실감하게 됐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방송사가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SBS 장르물, KBS 보편성, tvN 트렌디...방송사별 드라마 적합도

만일 <귓속말>이나 <피고인>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거꾸로 <김과장>이나 <추리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SBS에서 했다면? 나아가 <보이스>나 <터널>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추론이 가능한 건 각 방송사마다 저마다의 성향을 가진 시청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여타의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훨씬 높다. 이렇게 된 건 지금껏 SBS가 복합 장르물부터 본격 장르물까지 오래도록 투자를 해옴으로써 장르물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종영한 <피고인>이나 최근 방영되고 있는 <귓속말>의 경우, 특별히 멜로나 가족드라마적 요소들이 많이 강조되지 않는 본격 장르물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요소가 배제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힘을 받는 그 지점은 치고받는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주는 장르물의 속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물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KBS에서 방영된 <김과장>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추리의 여왕>은 그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김과장>은 그 이야기 구조로 보면 기업 극화에 가깝지만 그 접근방식은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였다. 물론 파업의 이야기나 권력과 연계된 기업의 비리 같은 소재들이 있었지만 SBS 장르물들이 보여주곤 하던 반전 스릴러 같은 접근방식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야기의 복잡성보다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문제의식을 가볍게 풍자적으로 건드리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러한 보편적 시청층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추리의 여왕>도 마찬가지다. 이 추리물은 물론 잔인한 살인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 시작점은 설옥(최강희)이라는 아줌마 캐릭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추리 능력으로 마트에서 계란 세일을 하는 장소를 추정해가는 이야기가 먼저 그려지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설옥이란 캐릭터에 누구나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후, 드라마는 좀더 살벌한 범죄의 세계로 이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tvN의 경우,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그 어떤 방송사보다 ‘트렌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적인 연출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이른바 ‘톤 앤 매너’의 색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 같은 드라마는 시공을 뛰어넘는 판타지에 멜로, 코미디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독특한 연출 안에 녹여내고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대작이 가진 트렌디함은 물론이고, <혼술남녀> 같은 시대적 트렌드를 포착하는 기획들 역시 tvN 드라마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OCN은 최근 <보이스>부터 <터널>로 이어지는 일련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특화된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OCN 드라마에 확고하게 입혀진 건 그래서다. 

JTBC는 <밀회>나 <청춘시대>로 대변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브랜드 이미지에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으로 대중적인 지지까지 확보해내고 있다. 여타의 종편들과 달리 지속적인 드라마 투자가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MBC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그간 쌓아왔던 드라마 공화국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주말 시간대에 막장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했고, 주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드라마가 몇 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MBC 특유의 도전적인 색깔을 많이 잃었지만 최근 들어서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적> 같은 새로운 장르물 형태의 사극이 시도되고 있고,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SBS는 일일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그것은 물론 드라마 투자에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재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SBS가 갖고 있는 드라마 브랜드와 일일드라마가 잘 맞지 않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고 보인다. 드라마만 좋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거기에 딱 맞는 플랫폼과의 궁합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만일 <뉴스룸><그알>마저 없었다면...

 

2016년이 저물어가는 이즈음 국민들의 소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마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버린 느낌. 숨겨졌던 국정 농단의 실체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느꼈던 그 허탈함과 참담함. 그래서 끝내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마음들이 새록새록 가슴에 피어난다. 다시금 되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그저 묻혀버렸다면 그 끔찍함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건 언론이다. 언론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뉴스룸(사진출처:JTBC)'

MBCKBS의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자신들이 나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줬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일선 기자들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들 역시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윗선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는 광장을 취재하는 것조차 국민들의 비아냥을 듣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뉴스룸>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렇게 꽉 막혀버린 국민의 시야를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어준 고마운 프로그램들이다. 만일 이런 시국이 국민들 모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뉴스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그것이 모두 그들의 사익을 위한 일들로 채워졌다는 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걸 우리가 몰랐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합리적 의심을 어떤 사안이든 관계없이 던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또 어땠을까.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이 의혹을 남기고 있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게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식으로 앞에서는 얘기하면서 사실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 일들이 묻혀졌다면...

 

<뉴스룸>은 올해의 마지막 앵커브리핑을 통해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연거푸 벌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뜻이라는 것.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엄청난 비리들은 결코 숨겨지지 못한 채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나며 터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들은 감춰지려 해도 감춰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일어날 일들이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뉴스를 보는 것만도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심지어 너무나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가 소설가 박민규의 이야기를 빌어 말한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가장 큰 역할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눈을 뜨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방송에서 가장 중요했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뉴스룸><그것이 알고 싶다>가 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들 같은 국민의 진정한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언론이 내년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기를.

KBS <무림학교>의 지옥에서 <태양의 후예>의 천국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아마도 KBS 드라마국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학원물과 판타지를 접목한 <무림학교> 역시 애초의 기획은 야심찼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첫 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 시청률은 거의 3%대를 전전하다 2.8%(닐슨 코리아)로 종영했다. 조악한 CG와 병맛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너무 엉성한 스토리. 시청자 반응 또한 최악이었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뒤집는 구세주로 등장한 게 <태양의 후예>. 수목극에 들어오자마자 <태양의 후예>는 첫 회에 14.3%로 가뿐히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고작 4회 만에 거의 10%가 오른 24.1%를 기록했다. 김은숙 작가표 멜로 특유의 맛깔 나는 대사와 그리스에서 찍은 화보 같은 영상들,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잡으며 <태양의 후예>는 대중문화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광고 완판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도 75%의 광고 판매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극히 드문 사례다. 100% 사전 제작되어 중국과 동시 방영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 대한 중국 반응 역시 뜨겁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제2<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조심스런 예측이 들려온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간 너무나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왔던 KBS 드라마가 이 한편의 드라마가 거둔 2주간의 성과로 그 이미지 쇄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고정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는 KBS 드라마는 늘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트렌디한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성과를 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주중드라마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도 달성하기 힘겨워했던 KBS 드라마는 그 수모를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또한 최근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해오던 tvN 드라마의 독주를 잡았다는 데서 단지 KBS의 차원을 넘어 지상파 드라마들 전체에도 고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상파 플랫폼의 한계처럼 지목되며 늘 비슷비슷한 형태의 드라마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태양의 후예>의 성공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은 지상파 플랫폼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궁금해지는 건 KBS가 어떻게 <태양의 후예> 같은 보물을 잡을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타 방송국에서도 충분히 탐을 냈을 만한데 어째서 KBS였을까. 13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다. 보증수표라고 하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방송사로서는 고민이 될 만한 작품이다. 특히 블록버스터드라마는 의외로 성공확률이 낮았다는 것이 방송가의 공공연한 이야기다. 드라마적인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치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달랐다. 볼거리도 있지만 그 안에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태양의 후예> 역시 여러 타방송사에서도 고민을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타방송사들이 아닌 KBS가 이 작품을 선뜻 편성하게 된 건 보다 더 절실한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너무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KBS 드라마로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가 되더라도 확실한 성공을 통한 이미지 제고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KBS의 선택은 옳았다. <태양의 후예> 한 편의 뒤집기로 KBS 드라마의 위상은 확실히 제고되었다. 이어지는 KBS 드라마의 라인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김우빈과 수지가 캐스팅된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 박형식의 <화랑 : 더 비기닝>, 박보검을 캐스팅한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태양의 후예>를 통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KBS 드라마들이 올해 어떤 행보를 그려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만일 <태양의 후예>30% 시청률을 넘긴다면

 

KBS <태양의 후예>가 결국 일을 냈다. 이제 겨우 4회를 했을 뿐인데 시청률이 24.1%(닐슨 코리아). 이 기록은 KBS 주중드라마가 2012<각시탈>을 통해 22.9%의 최고 시청률을 낸 이래 처음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그간 SBSMBC에 비교해 늘 바닥을 쳤던 KBS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태양의 후예>의 대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시청률 20% 넘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재(심지어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사극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점점 치고 올라오는 tvN 드라마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생>8.2%, <오 나의 귀신님>7.3%, <두번째 스무살>7.2%, 그리고 <응답하라1988>이 무려 18.8%의 성적을 냈고 이 힘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그널>10.4%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드라마 시청률에 점점 편차가 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태양의 후예>가 낸 24.1%의 시청률은 KBS는 물론이고 나아가 지상파 드라마들로서는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시청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장르물은 오히려 너무 어렵게 느껴져 시청률은 낮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지상파 드라마들이 갖고 있던 딜레마였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되어 완성도도 높고, 멜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드라마와 의학드라마의 장르물적 성격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지상파 드라마 역시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지상파에서 시청률이 30%를 넘기는 사례는 KBS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 같은 고정 시청층이 있는 편성시간대를 제외하고 나면 막장드라마들뿐이었다. MBC가 일일드라마 시간대에 임성한 작가를 투입하고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김순옥 작가를 투입해 시청률을 가져간 건 그래서다. 지금까지 지상파의 막장드라마 경향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이런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그동안 안보이던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본방하는 지상파 시청자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어떤 면으로 보면 tvN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무비드라마 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선전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솔직히 <시그널> 같은 작품을 보고 나면 늘 틀에 박힌 이야기와 소재를 반복하는 지상파 드라마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은 심지어 막장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태양의 후예><시그널>처럼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사전 제작된 드라마이면서, 블록버스터지만 단지 볼거리가 아니라(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극의 중심인 인물들의 감정 선을 놓치지 않고, 기존 장르적 틀에 묶이기보다는 멜로와 액션과 의학드라마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시도는 지금껏 tvN이 해왔던 것들이다. 그것을 지상파가 그것도 KBS라는 채널에서 보여줘도 충분히 시청자들이 찾아본다는 것을 <태양의 후예>는 말해주고 있다.

 

만일 <태양의 후예>30%의 시청률을 넘긴다면 그건 지상파 드라마에도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지상파에도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층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너무 완성도가 높으면 그걸 소화해내지 못한다며 얼개를 오히려 허술하게 만들고 자극만을 높인 막장드라마들은 이 상황이 되면 설 자리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이것이 지상파의 타 방송국들조차 이 드라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태양의 후예>의 어깨가 무겁다

<장영실>, 송일국으로서도 KBS로서도 중대한 도전인 이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송일국과 삼둥이 부자다. 애초에 예능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송일국이지만 삼둥이 앞에서 남다른 교육방식으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오히려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관찰카메라의 특성상 예능을 잘 모르는 편이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삼둥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일국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장영실(사진출처:KBS)'

그 송일국과 삼둥이가 이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하차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입장 번복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차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영실>이라는 사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으니 말이다.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노동 강도가 높은 사극이라면 더더욱.

 

이미 캐스팅이 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결정된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KBS 입장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여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잘못 하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송일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포기하고 <장영실>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이 아닌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고, 본인의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 선택에서 송일국이 소기의 성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예능에서의 송일국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송일국으로서 그 가능성은 어떨까.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송일국은 <주몽>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연기자로서 그다지 주목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로비스트>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건 작품이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바람의 나라>도 사극이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심지어 그 막장스러움에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본인은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웃기는 드라마가 되었다.

 

이런 사정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그가 연쇄살인범으로 나왔던 영화 <타투>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성취는 사실상 약 10년 전 사극인 <해신><주몽>에 있을 뿐, 그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연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송일국이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고들 말한다.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눈도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면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능력은 그다지 출중해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나마 사극이 현대극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점이 그가 <장영실>을 선택한 것에 어떤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장영실>은 송일국에게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은 지금의 대중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그의 이번 작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다만 남은 건 그 인물을 얼마나 연기로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건 송일국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KBS로서도 중요한 일이 된다. 만일 <장영실>을 통해 송일국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KBS로서는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하차가 좋은 선택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개그맨들의 산실 <개콘> 왕국, 어쩌다 흔들리게 됐을까

 

KBS <개그콘서트>에서 일부 개그맨들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은 사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없는 내용이다. 잔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런 것도 사실 <개그콘서트>에서는 늘 있던 일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한때 <개그콘서트>를 이끌었던 박준형과 정종철이 MBC <개그야>로 옮긴 적이 있었고, ‘달인코너로 장기간 인기를 끌던 김병만도 SBS <키스 앤 크라이>를 시작으로 <정글의 법칙>으로 빠져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굳건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스타가 된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로 이동해도 새로운 신인 스타들이 탄생해 그 자리를 메웠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도 아닌 몇몇 개그맨들이 이동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는 건 왜일까. tvN <코미디 빅리그>와의 미팅? 그것은 <코미디 빅리그>가 모든 방송국 출신 개그맨들에게 열려있고 또 쿼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그맨들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달라도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돈독한 사이다. 현장에서 늘 만나기 마련이니까.

 

중요한 건 이런 이야기가 나온 시점이다. 지금 현재 <개그콘서트>는 한 마디로 위기다. 시청률 20%를 훌쩍 넘기던 시절은 고사하고 이제는 10%를 유지하는 것도 간당간당하게 되었다. 만일 이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빠져버리게 된다면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안 좋은 건 화제성조차 과거만 못하다는 점이다. 확실한 한 방이 있는 코너가 잘 나오지 않고 있고 따라서 <개그콘서트>를 전면에서 이끌어가는 이른바 간판 개그맨이 눈에 띄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한 때 <개그콘서트>에는 이름만 들어도 화제가 됐던 김준현, 김원효, 허경환, 양상국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개그콘서트>에서 보이지 않게 됐다.

 

<개그콘서트>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지목되었다. 프로그램 시간이 너무 길고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팽팽한 느낌이 사라졌다. 똑같은 코너들이 그 주에 조금씩 상황만 바꿔 유행어를 날리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코너들의 교체 시기도 한없이 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제 때 제 때 코너를 교체해줬어야 신구 코너들이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는데 그게 교체시기를 놓치다보니 이제는 한두 개 새로운 코너를 집어넣어도 <개그콘서트>가 달라진 느낌을 주지 못하게 됐다. 물론 새 코너도 이렇게 되면 생각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개그콘서트>가 이런 위기에 빠지게 된 건 스타 가능성이 있는 개그맨들이 없어서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부족해서도 아닌 시스템 운용과 인력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의 이탈 조짐은 결국 관리의 부실에서부터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위기는 KBS 예능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개그맨들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그콘서트>에서 실력을 보인 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같은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그러려면 KBS가 개그맨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을 포진하고 있어야 하지만 최근 KBS 예능은 <12>을 빼놓고는 그리 선전하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개그맨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던 <인간의 조건>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소소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KBS에 개그맨들이 미래를 꿈꾸고 운신할 폭이 점점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언급된 <코미디 빅리그>를 보면 너무나 상황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자리를 잡은 장동민이나 이국주가 tvN은 물론이고 타 방송사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개그맨들에게는 또 하나의 워너비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박나래와 장도연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과연 최근 <개그콘서트>에서는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개그맨들이 있었던가.

 

tvN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매력도 개그맨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들의 선전은 개그맨들이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연계 프로그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꿈꾸게 만든다.

 

<개그콘서트>는 지금껏 KBS 예능 프로그램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여기서 배출된 개그맨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포진되어 KBS 예능을 다채롭게 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해도 결코 가볍게 바라볼 수 없는 면이 있다. 단지 코너 몇 개 바꾸고 개그맨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 정비와 인력관리, 방송분량 조절 같은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도>의 인물 발굴 프로젝트, 식스맨부터 바보전쟁까지

 

MBC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에서 하하와 광희가 내놓은 아이템 바보전쟁에는 KBS <12>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바보 캐릭터 김종민이 나와 하하와 이른바 바보 대결을 벌인다. <무한도전>은 이 대결을 마치 KBSMBC의 대결처럼 그려낸다. 중간 중간에는 <12>에서 김종민이 퀴즈대결에서 눈을 부라리고눈을 부랄이고라고 써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삽입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송사 간의 자료화면 제공이 이제는 그리 낯선 일도 아닐 것이지만 이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무한도전>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껴안는 모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결국 식스맨이 됐던 광희를 떠올려보라. 광희가 나왔을 때 <무한도전>은 공공연히 그가 출연했던 <스타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곤 했다.

 

물론 자료화면 제공 정도야 필요에 의해 쓰는 것이겠지만 <무한도전>이 생각하는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생각은 그 이상이다. <무한도전>은 언젠가부터 방송사와 상관없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을(심지어 같은 시간대 대결하는 <스타킹>조차) 하나의 동료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바보전쟁에는 역시 <12>부터 <인간의 조건>까지 주로 KBS에서 활약해온 은지원도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후 SBS <썸남썸녀>에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드러냈던 심형탁의 출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벌써부터 예능계의 월척을 낚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못친소특집도 그렇고 식스맨 프로젝트도 그러한 것처럼 이번 바보전쟁도 큰 틀로 보면 <무한도전> 식의 새 인물 발굴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사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가 비슷비슷한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새 인물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물론 <무한도전>이 발굴하는 인물들이 완전히 신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 나옴으로써 확고한 자기 입지를 만들어내곤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크게 바라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저 가수들 몇 명을 초빙해 가요제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금 현재의 가요계를 가요제라는 형식으로 정리해내면서 거기 소외된 인물들도 발굴해내는 방식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진 진면목이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실력자들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밴드 혁오 같은 인물들이 발굴될 수 있었고, 하다못해 박명수와 함께 했던 유재환 같은 새 얼굴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예능 위의 예능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보는 판은 보통의 예능이 그려내는 판보다 훨씬 크다. 프로그램과 방송사라는 장벽으로 구획되기보다는 다 같은 예능의 종사자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무언가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프로그램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예능 전체의 결실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것. 이것은 또한 소소하게 시작해도 항상 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톱밴드3>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우리나라 밴드 음악이 점점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사실이다. <톱밴드>3년만의 공백 끝에 <톱밴드3>로 돌아오게 된 건 KBS라는 공영방송의 책무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대체 어느 방송이 이처럼 소외되고 있는 밴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톱밴드3(사진출처:KBS)'

하지만 <톱밴드3>의 성공은 그러한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대중들은 책임감으로 프로그램을 보진 않는다. 지난 시즌 거의 1%대의 시청률을 전전했던 <톱밴드>가 아닌가. 제 아무리 기획의도가 좋고 의욕이 좋아도 그걸 프로그램으로서 잘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지난 시즌은 보여줬다.

 

그렇다면 <톱밴드3> 역시 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몇 가지 달라진 트렌드들을 읽어내야 하고 또 그간 시즌에서 잘못된 선택들을 피해나가야 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톱밴드>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향후에는 정규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먼저 달라진 트렌드. <톱밴드>가 처음 시작되던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트렌드를 이루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톱밴드>가 심지어 악마의 편집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패턴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섣불리 서바이벌을 강조하거나 그렇다고 지나치게 억지 감동을 내세운다고 그리 효과가 없다는 것.

 

<톱밴드3>가 참조해야 할 것은 그래서 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고 <비긴 어게인>이나 <위플래쉬> 같은 영화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각각의 개성 있는 밴드들이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오고 있는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전달이 관건이다. 밴드 음악은 그 악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모아주지 않으면 그저 시끄러운 음악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악기 하나가 주는 감흥을 되살릴 수 있다면 그 음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결국 <톱밴드3>가 해야할 일이다. 여러 밴드들의 개성을 파악하고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톱밴드3>를 맡게된 윤영진 PD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스토리텔링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한 바 있다. “밴드 음악을 들려주기 이전에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음악을 하게 됐고, 지금은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이야길 충분히 전달해주고 나서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생각이다. 그렇다면 더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이것이 잘 만들어지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오기만 한다면 <톱밴드3>의 성공은 반 이상 이룬 셈이 될 것이다.

 

진정성 전달과 함께 중요한 것은 보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현재 밴드 음악은 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 낯설고 심지어는 마니아적인 장르로 인식되는 면이 있다. 물론 밴드 음악 자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지상파 같은 메인스트림에서 잘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러니 이 눈높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치들의 역할은 그래서 밴드들을 선별하고 코치하는 일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 수 있는 다양한 밴드 음악의 묘미를 하나하나 느낄 수 있게 설명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을 그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신대철이 얘기한 100명 중 한 명이라도 감동시킬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관점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밴드 음악을 너무 비주류로 세우려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주류가 될 수 있게 위상을 높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성공은 중요하다. <톱밴드>의 위상을 만든 건 결국 성공한 장미여관 같은 밴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물론 신대철이 한 얘기는 비주류로 인식되는 현재 한 명의 관객을 감동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밴드 음악을 너무 비주류로 결정해버릴 필요는 없다.

 

밴드 음악에는 분명 지금의 우리네 가요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주류음악들, 이를 테면 발라드나 댄스 같은 음악들에는 없는 어떤 정신 같은 것이 존재한다. ‘소울이라고도 얘기하고 스피릿이라고도 얘기하는 그것. <톱밴드>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밴드 음악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것을 깨워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즌3<톱밴드>라는 기획의도가 훌륭한 프로그램이 대중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건 우리네 밴드 음악을 되살려낼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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