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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고향의 봄’이 이토록 사무치는 곡일 줄이야 우리 모두 지쳐 있었던 걸까.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일터에서 돌아온 분이라면 연준이라는 아이가 부르는 ‘고향의 봄’의 첫 구절,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알 수 없는 슬픔을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서 살아가는 분이든, 아니면 고향에 살고 있어도 바쁜 어른들의 삶 속에서 그 고향이 낯설어진 분이든 모두 느끼는 아련한 그리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고향은 이미 멀어진 어린 시절일 테니. Mnet 가 제주소년 오연준이 부른 ‘고향의 봄’을 통해 보여준 건 동요의 위대함이다.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원수 작사 홍난..
, 불편하지만 지지할 수밖에 없는 까닭 Mnet 은 첫 방송이 나간 이후부터 줄곧 이 프로그램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이 존재해왔다. 그것을 촉발시킨 건 첫 무대에 대놓고 A등급부터 F등급까지 소녀들 면전에서 쇠고기 등급 찍듯이 낙인찍은 대목이다. 사실 순위나 등급만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학생이었을 때나 사회에 나와서도 늘 꼬리표처럼 우리에게 달려 모든 가치를 얘기해주는 잣대로 사용되던 것들이 아닌가. 1위부터 101위까지를 죽 나열해 피라미드식으로 세워놓는 이 불편해지는 건 그것이 우리네 경쟁적인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마지막에 가서는 톱10을 뽑지만 그 전까지는 ‘합격, 불합격’으로 당락을 결정해 구체적인 순위를 내걸지는 ..
금요일로 간 , 다시 잊혀질까 두렵다 SBS 는 일요일 시간대로 들어오면서 활력을 되찾았었다. 물론 시청률이 대단히 잘 나왔던 건 아니다. 하지만 코너들의 화제성은 훨씬 높아졌고, 무엇보다 그 시간대가 개그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시간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컸다. 과거만 못하다 해도 개그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KBS 와 걸쳐진 시간대에 편성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로서는 유리한 위치였다. 시청자들은 가 오래도록 왕좌를 지켜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를 지지하는 마음도 컸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감은 갑작스레 일요일에서 금요일 밤으로 편성시간이 바뀌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편성시간이 바뀐 줄 모르는 시청자들은 일요일 밤에 사라져..
, 왜 하필 고슴도치 세대의 사랑을 그릴까 고슴도치의 사랑이다. 누군가 다가서면 잔뜩 가시를 세우며 경계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마저 찔리게 하는 그런 사랑. tvN 월화드라마 의 유정(박해진) 이야기다. 홍설(김고은)에게는 그토록 다정할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차갑고 때로는 그 치밀함에 두렵기까지 한 존재 유정.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가 없다는 홍설의 마음처럼 시청자들 역시 그가 왜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는지가 못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백인호(서강준)와 있었던 과거사를 홍설에게 털어놓는 유정의 이야기에는 왜 그가 그토록 가시를 세우며 살아야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들어 있었다. 관계 장애를 겪고 있는 유정이 유일하게 믿고 있던 백인호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고..
, 적어도 알게 된 걸 그룹에 대한 몇 가지 101명의 연습생들이 무대에서 ‘Pick me’를 부르는 장면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지금껏 이토록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군무와 합창은 없었을 게다. 그 압도적인 인원이 저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대 위에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자칭 국민 걸 그룹을 탄생시키겠다고 연 Mnet의 이 출연한 연습생들과 만든 첫 번째 무대다. 그런데 그들이 서 있는 무대가 예사롭지 않다. 네 개의 삼각형 무대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위쪽과 좌우로 나뉘어져 있다. 그냥 그렇게 서 있는 무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삼각형 중 어느 삼각형에 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그 삼각형 속에서도 꼭지점 앞쪽에 설 것인지 아니면 뒤에 설 것인지가 사실은 ..
가 그리는 경쟁적인 대학생활의 단상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tvN 월화드라마 의 ‘암 유발자들’ 얘기다. 4학년 선배인 김상철(문지윤), 스토커처럼 홍설(김고은)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찌질이 오영곤(지윤호), 홍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손민수(윤지원), 유정(박해진)을 좋아하지만 마음이 홍설에게 가있다는 걸 알고 취객을 보내는 충격적인 짓을 저지르는 남주연(차주영), 하는 일도 없이 유정의 집안에 빌붙어 살아가는 무대책의 빈대 백인하(이성경) 등등. 이들이 하는 짓은 막장드라마의 한 대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충격적이다. 물론 은 막장과는 거리가 멀다. 대본, 연출,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성도가 높은데다, 이 드라마가 주는 느낌은 청춘 멜로의 밝음과 아픔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
의 대항마로 떠오른 , 가 10%대 이하의 시청률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고됐던 일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화제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 이미 여러 차례 위기론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굵직한 간판스타 개그맨이 배출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처럼 소비 속도가 빠른 예능에는 치명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즉 지금껏 가 독점하듯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처럼 자리한 것이 코미디 전체에도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에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긴장감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 코미디 전체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공개 코미디 전성시..
경쟁이 시너지가 된 와 “박신혜 2탄이 남았다. 이번 주 보다가 루즈한 부분 나올 때 바로 채널 돌리면 박신혜씨가 나올 거다. 많은 시청 바란다.” 백상 대상을 거머쥔 나영석 PD는 수상소감에서도 를 언급했다. 그만큼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일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에 대한 관심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영석 PD의 이 한 마디는 금요일 저녁의 대결을 vs 로 굳혀 놓았다. “나영석 다시 데려오면 안돼?” “? 하루 세끼 먹는 프로그램이 되겠어요?” 역시 나영석 PD의 를 염두에 둔 대사들이 등장했었다. 역시 가 그만큼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대사들은 어떤 면에서는 나영석 PD와 가 가진 압도적인 존재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 금요일 밤의 빅 매치가 이젠 끝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