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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김과장', '약치기 드라마'라고 불러도 과언 아니다“어지간히 좀 해요!” 참다 참다 못한 김과장(남궁민)이 직장상사인 서율(준호)에게 소리친다. ‘구조조정 없는 회생안’을 만들어보겠다고 경리부가 나서자 직장상사인 서율은 도와주기는커녕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라 통보하고 만일 제대로 된 회생안이 나오지 않으면 경리부를 공중분해 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경리부 직원들이 동요되는 걸 막으려 그 통보를 쉬쉬하던 차에 이제는 아예 서율이 나서서 경리부 직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제 아무리 직장상사라지만 김과장의 입에서 ‘어지간히 좀 해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 의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김과장 같은 대꾸는 입 안에서만 뱅뱅 돌 뿐, 입 밖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김과장이 터트리는..
가 형사물에 골든타임을 덧붙인 까닭 ‘즉석사진도 경찰과 응급환자들을 위한 비상출동 시간도 세계 어느 곳이든 3분이다. 왜냐하면 3분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기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의 저자인 타카이 노부오의 문구는 왜 OCN 에 들어가게 된 걸까. 마치 tvN 을 연상시키는 형사물의 색채를 깔고 들어온 는 거기에 ‘골든타임’이라는 콘셉트를 장착했다. 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라는 판타지를 활용해서까지 미제사건을 해결하려는 그 간절함을 형사물에 담아냈다면, 는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오가는 몇 분이 될 수 있는 사건 후 몇 분 간의 골든타임에 대한 절박함을 형사물에 녹여낸다. 그 시간은 단지 몇 분에서 몇 십 분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시간에 대한 몰입이 그 어떤 작품들보다 강하게 ..
, 과잉도 설득 시킨 이철민의 연기 조폭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SBS 에서 윤서정(서현진) 목에 낫을 들이대고 수술실에 난입한 사내(이철민)는 김사부(한석규)가 수술을 강행하려고 하자 그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자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범한 ‘강간범’이라고 말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응급환자 사이, 김사부는 짐짓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사내의 이야기가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늦게까지 택배 돌리는 사이에 우리 와이프랑 딸애가 있는 집안에 들어와서는... 그 때 우리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내 딸은 내 딸은 겨우 11살이었는데 저 새끼가... 근데 저 새끼 형량이 얼만 줄 알아? 겨우 3년이야 초..
서두르지 않아 좋다, 의 감성멜로 오랜만에 보는 정통 감성멜로다. 아주 천천히 전개되는 것 같지만 감성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어찌할 도리 없이 넘쳐 흘러내리는 그런 감정의 경험. KBS 새 수목드라마 의 멜로는 지금껏 드라마들이 첫 회에 폭풍전개를 쏟아 붓는 그런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터트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젖어간다고 할까. 첫 회 최수아(김하늘)와 말레이시아에 딸 효은(김환희)을 유학 보내며 딸의 룸메이트인 애니의 아빠인 서도우(이상윤)와 얽히는 과정은 그래서 조금은 느슨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딸들을 해외에 두게 된 부모로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최수아와 서도우가 인연을 갖게 된다는 점은 신선했다. 최수아가 노트북으로 화상통화를 할 때, 효은의 노트북에..
미드 리메이크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연기자들 사실 tvN 는 전도연 같은 연기자들에게는 부담스런 작품이다. 본래 리메이크라는 것이 원작과 늘 비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는 2007년부터 CBS에서 방영되어 무려 시즌7을 이어오고 있는 인기 미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알리샤 역의 줄리아나 마굴리스는 이 연기로 여러 차례를 상을 받은 바 있다. 그 알리샤라는 인물을 이제 김혜경이라는 인물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전도연으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드를 리메이크하는 것도 낯선 일이다. 미국적 정서는 아무래도 중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권보다 우리에게는 더 멀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의 알리샤라는 인물은 남편의 불륜 스캔들이 터져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물론 화는 나지만 그래도 일상생..
, 어째서 이 못되는 걸까 MBC 수목드라마 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첫 회는 황정음, 류준열이라는 캐스팅과 동명 원작 웹툰의 기대감 때문에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3회 만에 8%로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제대로 인물에 몰입되었다면 시청률이 올라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지금 현재 가 처한 현실이다. tvN 월화드라마 이나 SBS 주말드라마 가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요즘 어째서 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오해영(서현진)이나 공심이(민아)를 떠올려보면 이 인물들이 가진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 무엇이 마블의 압승을 만들었나 새로 개봉한 마블사의 는 여러모로 지난 3월 개봉했던 DC 코믹스의 을 떠올리게 한다.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로 뭉쳐 심지어 외계인들과 싸우던 슈퍼히어로들은 이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끼리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대결의 상대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바뀌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너무 많은 슈퍼히어로물들이 쏟아져 나와 이제는 비슷한 패턴들이 생긴데다가 이제는 악당 대 슈퍼히어로라는 대결의 스토리텔링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의 달라진 세계의 정세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냉전시대에서 한참 벗어나 자유롭게 교류되는 지구촌에서 이제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게 되었다. 테러리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희미해..
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유아인의 이방원 SBS 에서 가장 변화가 많은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될까. 단연 이방원(유아인)이다. 아버지 이성계(천호진)가 이인겸(최종원)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본 후, 대의에는 그것을 실행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이방원은 그렇게 절망적인 성장기를 거친 후 정도전(김명민)의 동굴에서 가슴 떨리는 희망을 찾아낸다. 신조선을 세우려는 그 웅지. 이 시기 이방원의 모습은 비로소 꿈을 찾아낸 자의 설렘으로 가득 했다. 생각을 깊이 하기 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그는 아버지 이성계가 머뭇거리는 일을 저질러버리는 과감한 성격을 보여준다. 어딘지 불안한 청년기의 그는 그러나 홍인방(전노민)에게 붙잡혀 고신을 당할 때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결코 꺾어지지 않겠다고 버텨냄으로써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