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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불황기 문화풍경을 바꾼 비주류의 전복 불황기를 맞아 늘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같은 화려하고 세련된 음악적 감성들이 어딘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렸던 분들이라면, 장기하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하고 외쳤을 때 무릎을 탁 쳤을 만도 하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그 ‘싸구려 커피’의 감성은 홍대 클럽에서는 익숙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처음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 전파를 탔을 때는 날카로운 B급 감성의 바늘에 찔린 것 같은 충격이 되었다. 그 낯선 노래가 가진 천진함에 가까운 솔직함은 불황을 맞아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음악들의 수사를 낯선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단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비주류의 감성에 머물지 않고 주류로 떠올랐다. 지난 27일 발표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불황기, 삶을 성찰하는 다섯 편의 영화들 불황기여서일까. 유난히 삶을 돌아보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 이미 독립다큐영화로서는 상상못할 대성공을 거둔 '워낭소리'는 물론이고, 또다른 독립영화의 맛을 보여주는 '낮술', 미키 루크라는 배우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더 레슬러',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한 인물을 통해 시간과 삶을 성찰하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심지어 슈퍼히어로 영화지만 정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왓치맨'까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그 현실을 관조하게 해주는 이 영화들이 가진 삶에 대한 각기다른 시선들은 무엇이었을까. '워낭소리', 당신의 노동은 숭고하다 '워낭소리'의 그 잔잔한 울림은 소가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나가는 그 노동으로부터 울려퍼진다. 때..
'낮술'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트레스의 한 가운데 선 낮이라는 시간대에 입에 착착 달라붙을 것만 같은 술에 대한 욕망이 연거푸 몇 번 잔을 넘기다보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는 것을. 머리는 지끈지끈, 불콰한 얼굴은 후끈후끈, 곧 왜 낮술을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물론 전도유망한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빌어 한 회식자리의 포만감이라면 다르겠지만, 모두들 일을 하는 낮 시간에 음습한 주점 모퉁이에 앉아 소주를 까는 이들의 심정은 말한 대로의 적당한 괴로움과 욕망 그리고 곧 드러나는 욕망의 배반이 안주거리로 올라오게 마련이다. 이 낮술에서 갖게되는 정서 즉 기대감과 배반감 같은 것이 바로 '낮술'이라는 유머의 세계다. 이야기는 한 주점에서의 농담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연당한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