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패턴 반복, <막영애> 역량 이어가려면

 

일터에서 각종 편견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 영애씨(김현숙). 그녀에게 사랑이 나타나고 알콩달콩한 사랑이 익어가며 이번에는 영애씨가 결혼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갑자기 이를 가로막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결국 전전긍긍하던 영애씨는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고 드라마는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지금 이 패턴의 스토리에 갇혀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사진출처:tvN)'

이번 시즌15는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고정 팬들에게는 영애씨가 제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서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결혼하지 못했던 승준이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돌아와 영애씨와 여전한 사랑을 확인하게 만든 드라마 초반에만 해도 그런 바람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혹시나역시나였다. 엄마의 반대를 간신히 이겨내고 승준을 집으로 초대해 정식으로 인사를 하려던 날 승준이 친구 상갓집에 간다며 나타나지 않은 것. 알고 보니 상갓집 간다는 것도 거짓이었고 그게 밝혀지자 승준은 쫓아오는 영애씨를 뒤로 하고 줄행랑을 쳤다. 전화도 받지 않는 승준 때문에 하루 종일 사고만 내던 영애씨에게 승준은 전화를 걸어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다. 아버지가 낙원사 건물 판 돈으로 친구 빚을 갚아줘 무일푼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에게 돈을 타내려고 다녔다는 것.

 

결국 돈 때문에 영애씨에게 소식도 없이 잠수를 탔다는 사실은 그녀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허탈함을 느낀 건 영애씨만 아니었다. 드라마를 애청하던 시청자들도 똑같은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승준이 잠수 타고 전전긍긍하는 영애씨를 담은 2회 분의 이야기가 너무 작가의 자의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의도적으로 영애씨의 결혼을 가로막는 설정처럼 보였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패턴을 반복하며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벗어나 산으로 가고 있다. 이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가 고작 결혼 못해 안달 난영애씨의 이야기던가? 그렇지 않다. ‘막돼먹은현실에 대한 블랙코미디다. 영애씨의 일터인 낙원사가 실제 낙원이 아닌 찌질하기 그지없는 초라한 현실인 것처럼,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걸 이야기하려던 드라마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연애와 결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물론 이 드라마의 멜로가 그 자체로 우리네 사회의 편견을 깨는 요소가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즉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미가 넘치는 영애씨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나 알콩달콩한 사랑을 이어가는 대목은 현실의 냉혹한 편견을 깨는 시원스러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애씨가 결혼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부터 이런 현실의 뒤통수를 치는 속 시원함은 사라지게 되었다.

 

애초에 다큐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내세웠던 <막돼먹은 영애씨>는 사실은 6mm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저예산의 현실을 역발상한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은 조악한 영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조악한 영상의 <막돼먹은 영애씨>막돼먹은 드라마로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영애씨라는 캐릭터와 저예산으로 찍혀졌지만 진솔함을 담은 이 드라마의 형식이 잘 어울린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월화드라마의 편성 시간대로 들어온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제 그런 조악한 영상은 뛰어넘었다. 시즌15를 하고 있는 어찌 보면 레전드 시즌제 드라마라는 명성에 걸맞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째 이야기는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차라리 다큐드라마 시절의 그 헝그리한 느낌이 그리워진다.

 

드라마가 결혼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집착만으로 어떻게 드라마가 더 다양한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되면 결혼 하는 것과 동시에 드라마도 끝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막돼먹은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영애씨라는 캐릭터를 통해 계속 끌어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라리 결혼을 하게 해주고, 그 이후에 벌어질 사건들을 이어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리네 현실은 결혼 후에도 막돼먹은 상황들이 너무나 많으니(어쩌면 갈수록 더 많아진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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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세상, 여자로 산다는 것

그녀는 이름이 이영애(김현숙)다. 하지만 그녀는 이 예쁜 이름이 싫다. 취직을 위해 인터뷰를 하거나, 남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름과 매칭이 되지 않는 얼굴과 몸매를 본 사람들의 불쾌한 반응이 싫기 때문. 사람들은 이영애란 이름에서 “저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셔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하고 묻는 장금이를 떠올리며 기꺼이 “얼마를 더 다짐받으셔야 나와 함께 떠나시겠습니까?”하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를 보는 순간, 그들은 입을 삐죽거린다. 영애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중이다. “너나 잘 하세요!”

‘막돼먹은 영애씨(금요일 밤 11시 tvN방영)’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막돼먹은 세상을 그린다. 영애씨가 대면하는 세상은 버스 치한이 오히려 “당신 같은 사람 엉덩이를 미쳤다고 만져!”하며 소리치는 세상이고, 멀쩡한 이름이 있지만 늘 ‘덩어리’라 부르며, 여직원이 앞에 있는데도 포르노를 보면서 “같이 볼래? 배워둬야 하잖아”하는 성폭력과 성희롱이 일상화된 회사이다. 이런 막돼먹은 세상을 그려내는데(그려낸다기보다는 고발하는데) 필요한 것은 나긋나긋한 드라마라는 안전한 틀이 아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다큐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빌어 영애가 대면한 세상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형식은 tvN이라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케이블 채널 속의 르뽀 프로그램을 보는 듯 하다. 시작부터 모자이크 처리된 영애씨가 음성변조된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은 ‘리얼스토리 묘’의 한 장면 같고, 영애씨의 동생 영채(정다혜)가 배신한 남자친구를 좇아 비디오방을 급습하는 장면은 ‘독고영재의 현장르뽀 스캔들’을 보는 것 같다. 곳곳에 ‘인간극장’을 연상케 삽입되는 내레이션은 드라마라는 환타지로 들어가려는 시청자들의 발목을 잡아 다시 현실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다큐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들이 해온 관습적인 장면들을 해체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그런 드라마들은 돈 많은 남자와 잘빠진 여자가 만나 아옹다옹 대는 모습들을 보여줘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유포한 혐의가 짙지 않은가. 그러니 이 다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거침없이 늘어진 뱃살을 보여주고, 인정사정 없이 음식을 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바로 그런 비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트렌디 드라마들에 대한 공격이아닐 수 없다. 사실 드라마 속 주인공들도 집으로 돌아오면 맨 얼굴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화장실에서는 자연인이 된다.

이 드라마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어글리 베티’ 같은 드라마와 같은 류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못난 여자의 성공기나 연애담’같은 환타지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리얼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환타지를 깨는 지점에서 드라마는 가치를 발한다. 영애씨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우면서도 힘을 주고 싶은 것은 그녀가 바라는 것이 저 트렌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욕망하는 왕자님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삶이며, 기본적인 예의라는 점 때문이다.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라 그녀를 그렇게 부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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